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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 Machine and Magic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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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오늘은 다크 써클이 완연한 눈매를 하고 등교해 버렸다.

제령술식과 다른 여러 스펠을 정신에 때려박는 거야 수련생 때 맨날 하던

일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일이니 그렇다 치자. 그런데 술식의 분석, 마법진

축약 그리고 세부적인 수정을 통해 ATE(Area to Effect)형 술식을 OTE

(Object to Effect)로...그나마 말하기가 좀 쉽지, 실제로 해보면 그건 염장

질을 통한 투영으로 얻은 칼리■ 한방에 버■커를 7번 멸하는 것보다 어려

우면 어려웠지 쉽지는 않다. 마법사들이 완성된 공식을 외워서 문제를 푸

는 능력을 얻은 사람들이라면 저 세 작업은 그 공식을 만든 사람의 입장에

서 증명할 수 있어야만 할 수 있는 고등 작업이랄까.

요즘 골머리 썩는 수학으로 대충 예를 들자면, 지금 다른 반에서 생글생글

웃으며 수업을 듣고 있을 서큐버스 아가씨는 나이는 중학교 2학년이지만

계산 능력과 상위 개념에 대한 이해력이 굉장히 뛰어나서 수학에 있어서

천재라 불리는 학생인 나─으흐흠!─에게 '지금 여기 초월함수 f가 있습니

다. 이걸 일단 미분하고 다른 초월함수 g로 나눈 다음에 다항함수 h를 곱

해서 그 결과물을 적분한 결과를 간단히 써서 나한테 가져오세요.'라는 식

의 부탁을 입에 침도 안 바르고 떠커니 내던진 것이다.

물론 그 천재인 내─험험!─가 공식을 전부 알고 그것의 증명 또한 알고

있다고 해도, 실제로 그걸 시도해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행위는 상당한

수준의 두뇌 노동을 필요로 하므로 이건 어떻게 보면 지적 노동력 착취다.

으으, 어제 딱부러지게 거절했어야 했는데. 이번 대(代)의 릴림─인간과

악마의 마지막 접점, 서큐버스(Succubus)의 여왕, 페로몬 살포기, 대 남

성용 최종병기...─인 녀석의 미소는 아무리 생각해도 반칙이라고.

뭐 지금 후회하는 것도 무의미하고, 따지고 보면 나는 그녀에게 꽤 큰 빚

을 졌다. 그녀가 상대의 채무감을 극대화해서 그걸 이용하는 데 정통한 악

덕 채권자든 아니면 빚이 있었는지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채무자를 편하

게 해주는 천사같은 채권자든 간에, 나는 그녀에게 갚아야 할 그 무언가가

있는 것이다.

점심 시간에 유리에게 가서 스크롤을 주고 유의 사항을 일러 주도록 하고,

그리고 일단 지금은...

─더 이상 생각할 수 없음.

의식이 내게 한계를 고했다. 악령과 상대하는 데 사용할 인식 장애 결계

중 하나를 본능적으로 시전함과 동시에, 나는 샌드맨의 유혹에 넘어가 겨

우겨우 다잡고 있던 정신을 슬며시 놓아 버렸다.

생각해 보면 유리의 부탁도, 내가 그것을 들어주기 위해 무리한 것도, 그

래서 학교에서 완전히 잠들어 버린 것도 '그 녀석을 만난다'는 예정된 운

명을 향한 필연이었을지 모른다.

내가 그렇게 깊이 잠들지 않았더라면 나는 탑의 결계를 관리할 수 있었을

것이고 녀석은 자신의 생각에 내 의지가 개입된 것도 모른 채 아파트로부

터 발걸음을 돌려 자기 하던 일을 하러 돌아갔을 것이다.ㅡ애초에 학교를

빠진 게 그 악령 때문이니 악령이 있다는 사실을 완전히 지워 버렸으면 어

리둥절해하면서 학교로 돌아갔겠지.

ㅡ하지만, 결론적으로 내가 그리 하지 못함으로서, 이 모든 소동의 수레바

퀴가 돌아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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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건, 비밀인데ㅡ

나는, 마법소녀다.

TV에 나오는 그런 이미지와는 많이 다르지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마법

소녀 이외의 단어는 떠오르지 않는다. 지금도, 나는 마음의 힘으로 만들어

낸 마법봉을 가지고 눈 앞에 있는 악령을 바라보고 있다.

학교도 빠져 가면서 내가 여기 있는 이유는, 이 악령을 퇴치하기 위해서.

이런 신비한 힘이 생긴 이후로, 나는 인간 세상을 어지럽히는 이런 악령들

을 계속 퇴치해 왔다.

처음부터,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현실의 악(惡)이란 단순하지 않았다. 카

드빚에 몰려 자살한 아저씨도 있었고, 사랑하던 남자에게 마음을 철저히

유린당한 여자도 있었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어린아이도 있었고, 자식에

게 버림받은 할아버지도 있었다.

그렇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죽은 사람이 살아있는 사람의 세계를 어

지럽히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억울하고 슬퍼도,

아직 남아있는 사람까지 괴롭히면 안 되는 거잖아?

"그러니까, 아저씨도 이제 그만 있을 곳으로 돌아가요."

천천히, 흰색의 마법봉 끝을 유령에게 향한다. 염(念)이 모여 만들어진 흰

빛의 구체가, 천천히 응축되어 눈부신 빛을 뿜어내었다.

나는 언제나처럼, 점쟁이가 쓰는 수정 정도의 크기까지 작아진 빛의 공을

유령에게 날려보냈다. 언제나처럼 천천히 날아간 공이 언제나처럼 유령

에게 맞아 언제나처럼 유령이 흔적도 없이 녹아 사라질 것을 기대하며, 나

는 최대한 동정 어린 표정을 지으며 날아가는 빛의 공을 물기 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ㅡ그리고 유령에게 날아가던 공이 무엇인가에 막힌 듯, 퍽 소리를 내며 사

라져 버렸다.

"어이어이, 그건 안 돼. 내 귀중한 '무기'라구."

갑자기 들려온 낮은 남성의 목소리에, 흠칫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하는 짓을 보아하니 초능력자인가. 디자인은 유치하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마력 하난 무지막지하구만."

보이지 않았지만 지척에서 들리는 목소리, 마치 뱀처럼 생리적인 공포를

불러일으는 그 목소리를 듣는 것 만으로 온몸에 구더기가 기어다니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누...누구야!"

"누구? 지금 네가 제령하려 했던 그 영혼의 주인되는 사람이지."

"영혼의...주인?"

몸서리를 치며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마법봉을 겨눈다. 대체 이 사람은

누구지? 악의 중간 보스? 하수인? 마왕? 대체 뭐야!

내가 이 일을 시작한 이후로, 이런 일은 처음이란 말야!

"애초에 조용한 곳이라 이 도시를 골랐건만...흥이 깨졌군. 사라져라, 초능

력자."

그리고 그 때 나는 커다란 실수를 했다.

몸을 돌려서 목소리가 나는 곳을 경계하느라, 나는 그가 '무기'라고까지

말했던 악령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었던 것이다.

로쿠로쿠비라고 하던가? 일본 괴담에 들리는 바와 같이 악령 아저씨의 목

은 신축성 있는 고무줄처럼 쭈욱 늘어나 나를 덮쳤고, 기척을 느낀 내가

몸을 돌아보았을 때 아저씨의 초점 없는ㅡ광기에 찬 눈은 이미 지척에 다

다라 있었다.

"꺄악!"

외마디 비명과 함께 내 몸이 번쩍 들려 공중에 매달렸다. 일반인들이 보기

에는 영락없이 공중 부양으로 보일 테지만 주변에 도움을 구할 만한 사람

들은 한 명도 보이질 않았다.

"그대로 죽어라. 백주 대낮에 질식사한 게 알려지지 않게 시신은 이 아파

트 옥상에서 떨어뜨려주지."

그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사신의 음성으로 들렸다.

"사...살ㄹ..."

"아아, 그건 안 돼. 내 '무기'를 본 너는 너무 위험하거든. 원망하려거든 호

기심 많은 네 자신을 원망해라. 초능력자의 영혼이라, 오늘은 꽤 가치 있

는 전리품을 얻었군. 크크크크크..."

"아..."

아직 죽을 수 없다. 난 아직 열다섯 살이고, 하고 싶은 일도 보고 싶은 영

화도 먹고 싶은 음식도 아직 많이 남았는데ㅡ

"누가...좀..."

ㅡ구해줘, 제발.

내 목을 조르는 아저씨의 목에 힘이 들어갔다. 조금만 더 힘을 주면 목뼈

가 부러질 테고,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뜨리게 되면 증거 같은 건 남지 않

겠지.

그러니, 그러기 전에...

ㅡ그때, 잘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틱'하는 소리가 났다.

내 몸을 감싸고 내 목을 조르던 중력과 아저씨의 힘이 사라졌고, 삽시간에

육박하는 바닥을 쳐다보던 나는 아슬아슬하게 착지에 성공했다.

하늘에 이르는 계단이나 검은 색 망토를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ㅡ아니,

사실 리■네 님이나 턱■도 가■을 아예 안 기대했다고는 절대 말 못해ㅡ

나는 반사적으로 악령 아저씨 뒤편의 하늘을 바라보았고, 거기서ㅡ

...우리 학교 교복을 입은, 피곤에 찌든 남자애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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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칼리■ 한방에~: Fate/Stay Night

2)리■네: 사랑의 천사 웨딩 피치 한글판. 하늘까지 뻗은 계단을 내려와 등장.

3)턱■도 가■: 이 정도의 네타는 혼자서 알아맞춰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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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랜만입니다. 정말.

공백이 길어서, 검색을 생활화하셔야겠네요.

제 나이 또래가 아니면 알기 힘든 네타가 많으니 조심하시길.

뭐, 전체적으로 이번 네타는 쉽습니다. 쉬워요.





그리고 재밌는 이야기.

이거 사실 중간 구상 단계에서 외전이 몇 개 있었는데, 외전을 쓰기 전이랑 쓴 다

음이랑 캐릭 설정이 다르고 플롯도 다르고 캐릭터 성격도 다릅니다.

그리고 중간 구상 단계에서 외전 설정 없이 써내려가고 있는 게 지금 이 글.

외전의 설정 변경 내용을 추가하면 여기서 나온 두 명의 처자들은 설정 변경 이전

에 각각 정히로인과 진히로인이 될 예정이었으나...

이후 주인공의 운명을 쥐고 있는 단 한 명의 서큐버스 정히로인으로 재탄생하게

됩니다. 여기서는 비중이 비슷한 두 처자의 비중이 완벽히 달라지게 되었죠.

[덧. 요샌 법전에 치이면서 살아서 연재가 힘들어요.]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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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더경님의 댓글

베이더경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_- 저기 전 잘 모르겠어요.

그냥 검은 네모 치워주세요. ㅜㅜ


재미있게 보고 있답니다. ㅎㅎ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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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애님의 댓글

류애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단문으로는 이해가 가능한데, 전체적으로는 아직은 잘 모르겠네요. ㅋ
네모 치워주셔도 될 듯 ㅋ
다른 패러디 작품과 같은 효과를 누리시려는 겐가;; 뭐 저작권 침해 받을 일도 없는데요.

처음 보고 당황하기도, 각 문단의 길이가 짧아서인지 엄지 소설을 보는 기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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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ka님의 댓글

pika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위에서부터

칼리번, 버서커, 리모네, 턱시도 가면 <-

아무튼 읽다가 좌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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