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신의 공간. 에피소드2- 막장 퀘스트??? '희생'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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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이건 너무 막장이잖아!!"
베이더와 다크엔에 이어 우주선 안으로 들어온
시아의 한마디에 모두들 동감한다며 자신들의 병장기를 휘둘렀다.
시아는 타키투스의 발톱을 검으로 받아낸 뒤 힘을 실은 검을
그대로 타키투스에게 찔러 넣었다.
그녀의 스킬 ‘치명타’를 맞은 타키투스는 그대로 날아가 벽에 부딪쳤다.
그러나 끈질긴 생명력 덕분에 다시 일어나 일행들에게 달려 들었다.
“크리스탈 스피어!!”
“케엑!”
“크루.”
뒤이어 태상이 생성해낸 아름다운 빛깔을 자랑하는 길다란 창에
타키투스 여럿이 닭꼬치처럼 찍혀 벽에 박혔다.
여전히 손, 발을 움직이며 그 끈질긴 생명력을 과시했지만
다행히 빠져나오지는 못했다.
“Holyshit! Mother Fucker!!"
"Go to the Hell!! Fucking Asshole!"
“케엑.”
“크르르르!”
시엘의 성스러운 욕설에 타키투스들은 머리를 감싸며 괴로워 하다가
머리가 터져 버렸다. 다행히 즉사로 끝났기 때문에
일행들을 끝까지 괴롭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숫자가 많았기 때문에 별로 도움이 되지는 않는 상황이다.
보라색, 자주색 벽은 검은색의 괴물들로 뒤덮여 검은색 벽으로 바뀐지 오래였기
때문이다.
“이것 때문에 들어오지 말라고 했던 거로군. 베이더녀석.”
“그러게 말이에요. 으앜!!”
아스타롯사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잡은 외계 생명체를 어둠의 손톱으로
포를 떠준 뒤 욕을 내뱉었다.
“저질스러워!”
더욱 심한 욕이 튀어 나올줄 알았던 일행들은 그녀의 설명에
웃음을 터뜨렸다. 괴물들의 끔찍한 소리에도 불구하고
그녀와 다른 사람들의 웃음소리는 저 멀리까지 퍼졌다.
이미 모두들 살기를 포기했기 때문일까?
그들의 웃음소리는 더욱 멀리 울려 퍼져 섬뜩하기까지 했다.
“하하하하핫! 미친 자식들!! 가을의 싸늘함을 맛보게 해주마.”
“키엑.”
베르의 분노 가득한 목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어디선가 시베리아의 북풍같은 바람이 느껴졌다.
우주선 안에 있는 시아 일행에게는 그저 싸늘한 가을바람에 불과했지만
괴물들에겐 그보다 더 끔찍한 그 속에 칼날이 숨겨진
싸늘한 낙엽바람이었다.
괴물 수백 마리의 검은 몸에 조금씩 상처가 나기 시작하더니
날카로운 섬유 날에 썰린 것처럼 수천 토막이 되어 땅바닥에
쓰러졌다.
“헉헉. 꽤나 피곤하군요. 시아양. 뒤를 부탁드려요. 이 입구 하나 막기도
힘들군요.“
베르의 피곤함이 깃든 제안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힘찬 함성을 발동시켜 다른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힘을 나눠주었다.
베르는 조금 힘이 나는지 벽에 기대어 체력을 채우기 시작했고
다른 사람들도 시아에 의지하여 조금씩 힘을 보태거나
입구의 상태를 확인했다.
다행히 문은 굳건히 닫혀 있었고 저 빌어먹을 괴물들은
절대 밖으로 나와 사람들을 헤치지 않을 것이다.
“키킥. 동생아. 우리 이러다 여기서 정말 죽겠구나.”
-퍼억.
“시끄러워욧 오라버니. 저것들한테 죽기 전에 나한테
죽고 싶어 환장했나요?“
“하하하. 그럴지도 모르지. 동생아. 크으. 아까 저 괴물들이
날 때린 것보다 더 아프구나. 동생아!“
시엘이 복부를 쓰다듬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죽기 직전이라 공포심같은 것을 없애려는 것인지
그의 입에서 약간의 떨림이 담긴 유머가 많이
튀어나왔다.
시엘이 신의 방패를 모두에게 덮어 씌워주며
이렇게 말했다.
“하하하. 여러분. 신의 방패 더 필요 하신분?
어머나~괴물분들은 필요 없으시니 괜찮을테고. 이젠 필요해도 안 써줄
겁니다.“
그다지 재미있는 농담은 아니군.
시아는 농담도 아닌데 미소를 지으며 그의 설명에
맞장구를 쳐주었다.
못난이로 보여도 오빠는 오빠였던 모양이다.
“자. 괴물들 와라! 썰어주마.”
시아의 외침과 함께. 괴물들은 적대감을 드러내며
미친 초글링들 마냥 달려들었다.
모두들 그렇게 멋있게 인생을 끝내려 했다.
허나 사신은 그들의 죽음을 허락하지 않는가 보다.
“이거나 먹고 꺼져버려! 미티어 스트라이크 캐논!”
-퍼퍼퍼퍼퍼퍼퍼펑.
젊은 남성의 외침 소리와 함께
사람키 40명은 합쳐야 될법한 어마어마한 길이의 거대한
막대기가 하나 시아 일행 앞에 생성되더니 그대로
물체 하나를 쏘아 버렸다.
그 물체는 엄청나게 빠른 공같은 것을 쏘아 보냈고
동시에 그 공에 얻어맞은 외계생명체들은 몸이 산산조각 나거나
박살 나 피를 벽에 흩뿌렸다.
운좋게 공을 맞지 않았다 치더라도 음속을 돌파하는 어마어마한 속도가
만들어낸 충격파를 얻어맞고 날아가거나 그대로 몸이 파괴되어 버렸다.
순식간에 1000여마리가 넘는 타키투스들이 피떡이 되어
바닥을 먹음직하게 장식했다.
“후우. 다행이다. 그 사람이 왔네.”
“다크엔 씨! 왜 이리 늦었어요!! 정말 하마터면 트레져 퀘스트 보수비도
구경 못 하고 죽을 뻔했다고요.“
“동생아. 죽을 뻔 했다가 살아났으면 다행이지 또 뭘..쿨럭!”
변함 없는 시아 일행의 들려오는 목소리에 다크엔과 베이더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설경과 하이드, 쥬베이도 기쁜 듯 얼굴이 밝게 변해 있었다.
*
*
*
하지만 재회의 기쁨도 잠시...
푸른색 에너지 입자들이 그들을 향해 쏘아졌다.
허공에는 빛을 머금은 물체들이 유리눈을 번뜩이며
다크엔 일행을 노려보고 있었다.
"꺄악. 저건 또 뭐야?!"
이젠 괴물이라면 검부터 빼들고 질색할것만 같은 여기사의
비명소리에 모두들 하늘을 바라보았다.
8기는 되보이는 소거자의 부하기계들이 둥둥 떠 있었다.
다행히 아무도 그 치명적인 에너지빔에 맞지 않았다.
몇몇 끈질기게 살아 남아 있던 타키투스들이 대신 바리케이트가 되어준
것이었다.
"태상, 알카드군. 설명할 시간 없네. 빨리 탈출하세! 카렌군!! 중력화살인지
뭔지를 날려서 저 녀석들 발을 좀 묶어주게."
"옛써~"
쉬익.
파아아아아앙.
카렌의 대답과 함께 푸른 빛을 머금은 화살이 적들 근처로 날아갔다.
그와 비례하여 그의 손은 온통 피와 화상자국으로 물들어갔다.
정말로 뛰어난 장갑이라도 하나 구하지 않는다면 그의 손은 영영 써먹지
못할 것이다.
"괜찮나? 카렌군."
다크엔과 베이더가 걱정하며 그를 부축하자 그는 끄떡없다며
피를 털어내고 이마에 맺힌 땀방울들을 쓸어내렸다.
그의 이마에 붉은 피가 묻어 있었다.
다행히 중력파의 영향인지 기계들은 유리눈을 깜빡이며
바닥에 추락하였으나 일시적이었다.
"젠장! 저 타키투스들보다 귀찮은 자식들."
"다크엔씨. 저 괴상한 것들은 또 뭐에요? 무슨 SF영화라도 찍는거에요?!"
"태상군. 설명할 시간 없네. 지금 당장 이곳을 빠져 나가세."
"무슨 소리입니까! 이곳 입구가 뚫리면 저 괴물들이 튀어나가서 인명살상을
할건데...혹시 영화 에일리언VS프레데터2도 못 본겁니까? 그렇게 광팬이면서!!"
"알고 있지만 걱정할 것 없어. 저 기계들이 있으니까. 베이더! 거기서 알짱거리지
말고 서둘러!!"
"후우. 네."
다크엔은 기계들과 베이더를 가리킨 뒤 자동문으로 향했다.
자동문이 내려가며 일행들이 들어가는 사이
다시 몸을 일으킨 소거자의 전투기계 '밀레노바'들은 밀려오는 검은색 외계병기
들을 향해 에너지 빔을 쏘아댔다.
"아직까지는 우리보단 타키투스가 먼저라는 건가?"
하이드의 중얼거림에 입구에서만 서성였던 시아 일행은
꿀먹은 벙어리인양 눈을 빛내며 다크엔 일행에게 설명을 요구했고
그가 입을 열기 전에 베이더가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모두
설명해주었다.
자신이 여기에 들어온 이후부터, 다크엔 일행을 만나기까지...
"그나저나. 호오프~나의 군대는 이 근처에 진을 치고 있지는 않겠죠?"
"모조리 철수 했대요. 제국군과 제국연합군만 남았다는군요."
"큿. 그 개XX들. 모조리 숙주로 감염되버리면 좋겠군."
"......."
제국에 대한 강한 불만을 토해낸 베이더는 거친 숨소리를 내쉬며
엔진실이 어디 있는지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소거자와 특수병기실에 있을 때 간단히 그렸던 우주선의 도면을 보여주며
어떻게 행동할지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곳에 그려진 왼쪽 실은 일반 병기창고입니다. 그 오른쪽 실은...후우. 감옥인데[아무래도.]"
갑자기 베이더가 감옥에서 말꼬리를 흐리자 태상이 답답하다는 듯 그곳을
가리키며 무슨 문제가 있냐고 물었다.
감옥실에서 이어지는 통로를 지나면 그들이 그토록 파괴하길 원하는
엔진실이 있었다.
감옥실 바로 위에는 그 엔진실로 통하는 입구를 여는 통제실이 있었다.
"현재 감옥실은 불행히도 타키투스들의 둥지가 있습니다."
"베이더군. 그 말은..."
다크엔도 말꼬리를 흐리자 시아 일행은 도통 모르겠다는
얼굴로 두사람을 째려보았다.
시엘과 하이드가 경악한 얼굴로 서로를 마주 보기만 했다.
"퀸인겁니까?"
"맞습니다. 아무래도 타키투스들의 여왕이 거기에 있을겁니다. 수많은
알들을 보았습니다. 숙주로 잡힌 이들 또한 많이 보았고..."
"........"
"현재 그 통제실을 열려면 감옥을 지나 사다리[궤도 엘리베이터 고장]를 타고
가야 하는데...그 동안에 습격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거기다 제어실은 불행히도
1인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메카닉 리딩. 저의 능력으로 확실히 확인해 두었습니다."
"후우...감옥을 통과해서 엔진실로 가는 것도 위험한데. 알덩어리들이 수백개가
놓여 있는 그 곳을 통과해서 제어실로 가야 한다? 그것도 위험하군."
"그렇기 때문에 제가 하려 하는 겁니다."
시엘의 한숨 섞인 말에 누군가 손을 들어 올렸다.
알카드였다.
"알카드군? 자네가 가겠다고??"
"훗. 제가 가는 겁니다. 오빠가 아니라..."
어느 순간 알카드는 알카드가 아닌 그의 여동생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녀는 그녀의 두 손에 끼워진 건틀릿을 매만지며
호전심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자 쥬베이가 그녀를 제지하였다.
"적들의 본진을 돌파하는 것은 너로선 무리다.
소거자의 설명대로라면 너나, 나는 겨우 3등급 수준의 능력자다.
그런 약한 힘으로는 절대로 적들을 상대할 수 없어.
그리고 너는 무엇보다 기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기계치 아니었던가?"
"크읔."
아스타롯사가 정곡을 찔렸다는 듯 가슴을 쥐어 짜자 쥬베이는
한숨을 내쉬며 카타나의 날을 번뜩 세우더니 한 사람을 가리켰다.
검은색 갑옷을 입은 남자였다.
한때 그녀에게 여러가지를 가르쳤던 스승이자, 이웃집 아저씨같은
동료 베이더였다.
"당신이 가십시오. 어차피 당신이 가려고 했던 것 아닙니까?"
여전히 하트표 안대때문에 폭소스럽지만 눈빛만은 매서운 그녀의 선언에
베이더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자동문을 열었다.
그러자 또 다른 녹색 갑옷으로 무장한 남자가 가로 막았다.
베이더와는 대조적인 게임속 갑옷을 입은 다크엔이었다.
"어이 이봐. 그런 위험한 곳을 혼자 가겠다고? 우린 그저 돌파만 하면 되지만 자네는 그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동안 무방비 상태가 될텐데?"
"제 능력. 로보틱스로 만든 소환기계들로 녀석들의 시선을 끌겁니다."
"그게 말이 쉬워? 좋아. 보초에일리언들은 그렇다 치고. 퀸이랑 페이스 허거[영화 에일리언에서 알을 몸속에 넣기 위해 얼굴에 붙는 거미같은 녀석들.]들은 어떻게
상대할텐데?"
"페이스 허거는 문제 없습니다. 퀸이 변수이긴 하지만...어떻게든 할겁니다."
"....정말 해낼 자신이 있나?"
솔직히 이런 위험한 임무에는 묠니르 방어복과 에일리언의 천적 프레데터 무기
세트로 무장한 다크엔이 훨씬 나았다.
그러나 기계를 소환할 줄은 알아도 무기를 제외한 산업기계들은 불행히도
그에겐 잼병이었다. 맘같아서는 자신이 직접 가고 싶지만...
가봤자 오히려 엉뚱한 버튼을 눌러서 동료들을 곤욕에 빠뜨릴성 싶어 포기하였다.
"네 그렇습니다."
"후우. 하는 수 없지. 그럼 이걸 가져가게. 큰맘 먹고 소환하는 거니까 탄환 아껴써!! 오버드라이브 'M41A 펄스라이플' "
위잉.
낮은 진동과 함께 한정의 조금 굵직하고 무거워 보이는 소총이 하나 생성되었다.
영화 에일리언2에서 등장했던 우주해병대의 기본 중화기인
M41A 펄스라이플이었다. 탄창 하나당 200발이 들어가며 바로 밑에는
강력한 유탄을 연속으로 쏠 수 있는 유탄발사기가 장착되어 있었다.
총에는 생명체의 움직임 탐지기가 붙어 있어 타키투스들의 움직임을 알고
미리 대처하기에 편했다. 뿐만 아니라 광학 디스플레이 덕택에 자신이 사용한
총탄이 얼마인지 알 수도 있었다.
"총탄은 겨우 1000발 뿐이야. 그러니까 아껴써!"
"감사합니다. 다크엔씨."
"살아 남으면 나 대신에 네가 한턱 쏴. 이래뵈도 너...사장이잖아?"
"후후. 짠돌이시군요."
영화 속 악당이 입는 갑옷[다스베이더]차림의 베이더와
게임 속 주인공이 입는 갑옷[헤일로의 마스터치프]차림의 다크엔이
손을 맞잡자 어딘가 조금 이상한 구석이 있지만 그들은 그렇게 헤어졌다.
"조작이 완료되면 어떻게 해야 엔진을 부술 수 있는지 알려드리지요."
베이더는 다크엔에게서 받은 무전기를 들고 손을 흔들어 보였다.
잠시 후 베이더의 주위에 애로우 타워 Mk-3들이 소환되어 석궁을 갈기며
타키투스들을 격파하기 시작했다.
*
*
*
[엔진실 입구.]
"여긴가? 그런데 문은 아직이군."
태상의 중얼거림에 다크엔이 무전기를 들고 베이더에게 연락을 해보았다.
어찌 된 일인지 베이더는 응답이 없었다.
"젠장! 혹시 당한 것 아냐?"
-훗 당하긴요. 다크엔 형?"
갑자기 들려오는 숨소리와 베이더의 목소리에 다크엔과 쥬베이, 기타
여러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베이더는 '시간이 없어요! 서둘러요.'라는 다급한 메세지를 남긴 뒤
조용해졌다. 뭔가 불길했지만 그들은 별 것 아니려니 넘기며
주위만 살폈다.
그들도 감옥을 돌파하며 타키투스 여럿을 상대하였기 때문에 지친 표정이었지만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기 때문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치잉.
낮은 기계음과 함께 엔진실의 문이 열렸다.
시아가 검을 빼들고 먼저 나서 커다란 방을 둘러 보았다.
마치 4층짜리 대형마트에 온 것 같은 이 거대한 크기의 방은 이 우주선의 동력을
책임지는 엔진이 잠들어 있는 곳이었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거대한 톱니바퀴같은 것이 돌아가고 있었다.
-처음 들어서면 거대한 바퀴가 돌아가는게 보이죠? 그냥 보기엔 평범한 바퀴지만
그것은 실은 강력한 에너지 가동기에요. 원리는 잘 모르겠지만...아무래도
반물질같은 것을 사용하는 것 같아요."
"반물질? 그거 꽤나 위험한 것 아냐?"
마법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주워 들은 것이 많은 태상의 의문에
베이더가 그렇다며 무전음을 보냈다.
그런 뒤 한숨을 내쉬며 다크엔에게 다시 연락을 하였다.
-다크엔 형도 잘 알다시피. 반물질은 물질이 아니지만 물질이기도 하죠.
예컨데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비상식적인. 우주에만 있을 것이라는 아직까지는 실현 불가능의 물체입니다. 그렇기 떄문에 이 불완전한 물체를 향해 그나마
정상적인 물체를 건드리게 하면 됩니다. 예컨데..레일건이나, 플라즈마 수류탄같은 것을 던지면 되는 것이죠.
"알았어. 그럼 이거면 충분하겠군!"
다크엔의 중얼거림과 함께 거대한 대포 하나가 생성되었다.
조금 전 시아 일행을 구하기 위해 쓴 미티어 스트라이크란 강력한
레일건[이라 보기에는 너무 크지만]이었다.
이것을 소환하기 위해 다크엔이 힘을 거의 쓴 터라 이것의 작동은 태상과
시엘에게 맡기기로 하였다.
-잠깐. 지금 쏘지 말아요! 젠장!! 어떤 놈이 내가 통제를 하는 것을 간섭하는거지?
빌어먹을!! 그 빌어먹을 망할 계산기!!!!!
순간 무전음이 뚝 끉기며 허공에 수십개의 물체들과 그것들보다 조금 커다란
리더격 물체가 나타났다.
-아아~ 안녕?
"소거자!!"
하이드가 욕설을 내뱉으며 그것의 이름을 부르자
소거자라 불린 기계는 기쁘다는 듯 온몸을 살짝 흔들며
이리저리 두리번 거렸다. 아무래도 시아와 태상등 기타 다른 능력자들의
능력을 확인하는 것 같았다.
-어머나~아직도 이런 하등한 능력자들로 그런 방법을 쓰려고요?
그런데 이를 어쩌나? 예상보다 너무 빨리 오는 것은 싫은데...
"분명 우리를 방해하지 않는다 하지 않았나! 컴퓨터도 거짓말을 하는거냐!"
하이드의 고함에 모두들 무기를 빼들었고
밀레노바들도 언제 있을지 모를 전투를 대비해 눈에 빛을 머금었다.
그 강력한 에너지 빔일 것이다.
-이런 이런. 내가 언제 거짓말을? 그냥 어리석은 하등한 인간들이 어떻게 해보려는 것인지 확인하러 온 거에요. 베이더였던가? 그 근성하나는 끝내주는 검은 강화복. 그녀석이 건방지게 메인 컴퓨터에 접속해서 로보틱스인가 뭔가 하는 능력으로
이 발전기의 방어막을 끄려고 하길래 그것만 못하게 한거에요.
"예컨데 스스로 행하라?"
-그렇죠. 남이 일하는 영역을 침범하는 것은 아주 나쁜 일이에욧~!
그러니까 벌을 받아야 겠죠? 히히힛! 역시 나는 천재야!!
이제는 광기마저 느껴지는 기계음에 모두들 질렸다는 듯 허공을 바라보았다.
그치만 생채기도 입힐 수 없는 기계들을 상대로는 무력한 눈빛이었다.
개중에는 시아처럼 도발적인 눈빛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도 몇명 있었으나
그건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 발전소는 여러분이 직접 파괴하십시오. 에너지 보호막도, 심지어 내가
끌고 온 이 30기의 밀레노바들, 곧 들이닥칠 타키투스들도...
쾅.
말이 끝나기 무섭게 굳게 닫혔던 자동문들이 파괴되며 수천마리의 생명체들이
몰려나왔다.
그것들의 비명소리가 귀를 찔러댔다.
"제길. 베이더! 응답해. 보호막을 부수려면 어떻게 해야지?"
-크윽. 진동한번 심하네..엔진실 3층으로 가보면 제어 컴퓨터 4개가 있는데 그것을
동시에 개방시킨 다음 엔진을 감싼 호스들을 박살 내세요..그러면 풀립니다.
"괜찮아? 상태가 안좋아 보이는데..."
-그게...무언가 거대한 물체가 여기 들어 왔는데. 아무래도. 퀸인것 같아요.
"뭣?!"
-이만 끉을께요. 살아서 우주선 바깥에서 만납시다."
통신이 끉겼고 다크엔이 소거자를 바라보며 이를 갈자
소거자는 눈웃음을 지으며 시아 일행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안녕~? 나는 소거자. 베이더라는 녀석이 건방지게 굴길레 밀레노바
몇 기를 이용해서 퀸을 그곳으로 몰았지. 퀸은 베이더가 자신이 알을 낳는 것을
방해하는 존재라 여기고 공격을 하고 있는 거야. 히히힛!
"망할 자식. 반드시 박살을 내서 깡통쓰레기로 분리수거 해주겠다!"
“아주 밟아주마!”
설경과 베르의 한마디가 나오기 무섭게 밀레노바들의 강력한 빔공격이
그들이 있던 곳을 향했다.
소거자는 그들을 무섭게 노려본 뒤 다크엔을 향해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기계음성을 내뱉었다.
-밀레노바들. 이 한심한 능력자들도 소거시켜버리세요. 매우 위험한 병원균인자들로 확인되었습니다. 타키투스들과 함께 남김없이 쓸어버리세요.
지이잉.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강력한 빔들과 타키투스들의 공격이 이어졌다.
*
*
*
시아/타크엔 일행VS타키투스VS소거자. 삼파전이 엔진실에서 이어지는 한편
제어실은 난리가 나고 있었다.
괴물들의 엄마가 나타나 애로우 타워는 건드리지도 않고 죄없는(?)
베이더만 건드리고 있었다.
“크아오!!”
듣기 거북한 괴물의 비명소리에 베이더는
짜증이 났는지 눈으로 추정되는 곳을 향해 마나소드를 그대로 내리친 다음
상처를 낸 부분에 M41-a 라이플의 유탄을 그대로 갈겨버렸다.
30여발의 유탄은 머리에 치명상을 입혔지만
알과 숙주들을 잃어버린 어미의 분노는 그만큼 무서웠다.
“크르르!”
“입닥쳐. 이 괴물새꺄! 이거나 먹고 떨어져.”
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탕.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1000발을 가리키고 있던 디스플레이 화면은
순식간에 500발을 넘겨 300발을 향하고 있었다.
분명 맞고는 있지만 영화 에일리언에서 나온 퀸(Queen)보다는 더욱
맷집이 좋았는지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았다.
그 거대한 손을 괴물이 휘두르자 베이더는
총을 내팽개치며 저 멀리 벽에 부딪쳤다.
“크악.”
“크아오!”
파파파팡.
설치 해둔 함정 석궁장치들과 화염방사기들이 매섭게 퀸을 때렸지만
어림도 없었다.
퀸은 그것들을 여러 개의 팔들로 박살 낸 뒤 무언가 중얼거리듯 비명소리를
질렀다.
맙소사! 이젠 질리겠군.
“마법이잖아! 그것도 하필이면 고위급 마법!!”
“키악.”
괴물은 즐겁다는 듯 소리를 지른 뒤 거대한 불덩이를 이곳에 던졌다.
태상이 소환해낸 파이어볼보다 더욱 커다랗고 숫자가 많았던
파이어볼들이 바닥에 떨어지자 파이어볼이 아니라
헬파이어를 맞은 듯 온통 불구덩이로 변해 있었다.
멀리서 보면 꼭 유성이 떨어진 것 같기도 하다.
“크르르.”
의기양양한 비명이 끝남과 동시에
가뜩이나 검은 갑옷에 검댕이 묻어 완전히 시꺼메진 베이더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젠 아무런 말도 없이 마나소드와
언제 소환해냈는지 거대한 케논 프레셔, 등에는 SKS 돌격 소총이 매어져 있었다.
“시X. 넌 쿠하텍보다도 더 머저리 삼돌이야.
너같은 녀석은 반드시 사냥해주마. 바바리안 남자로써!“
“키와오!”
*
*
*
-히히힛. 그런 무기로 절 상대하시겠다? 레일건같은 5등급 무기면 된다고 생각했나 보죠?
다크엔?
“쳇!”
커다란 레일케논에서 강력한 탄환이 쏘아져 나가 소거자를 때렸지만
소거자는 뒤로 물러나기만 할뿐 기괴한 웃음소리를 내며 그를 조롱하였다.
이어 시아의 크리티컬 히트가 작렬했지만 소거자는 불쾌하다는 듯 눈을
찌푸린채 시아를 바라보았다.
-이야기 하는 중인 것 안 보여요? 건방지게.
“흥. 난 원래 이런 여자라서 말이야. 너같이 수다만 떠는 밥맛없는 컴퓨터가 있다면
그 자리에서 발로 밟아버리고 싶거든?
-이익? 이게 정말!
동시에 밀레노바들이 시아를 집중 공격하였고 시아는
검을 든 자 답게 뛰어난 육체능력을 발휘해 요리조리 잘 피했고 덕택에
시아를 먹잇감으로 인식한 타키투스들이 모조리 희생양이 되었다.
그런 뒤 시아의 또 다른 기술 무장해제가 이어졌다.
-퍼퍽.
이건 효과가 있었는지 밀레노바 몇기들이 잠깐 동안 전투불능이 된 채
눈만 껌뻑이며 허공에 둥둥 떠 있기만 했다.
그러나 그다지 잘 먹히는 기술은 아니었다.
물론 뒤이어 때를 잘 노린 하이드와 쥬베이의 검이 그렇게 상태 이상이
생긴 기계들을 때려눕히는데 성공하여 강력한 광선이 그들에게
날아오는 일은 없었다.
“모두들 저 컴퓨터를 작동시켜!”
다크엔이 외치자 지금이라고 깨달은 태상과
시엘등이 4대의 컴퓨터들을 막 다루기 시작했다.
그들의 등을 노린 타키투스들의 공격이 이어졌지만 아스타롯사와 카렌의
지원공격 덕택에 큰 무리는 없었다.
마침내 컴퓨터 4대가 무사히 작동되어졌고
안 보이는 방어막이 풀렸다.
이제 엔진만 때려 부수면.
-호오. 제법인데?
“시끄러. 이제 마지막이다! 잘가라.”
퍼펑.
강력한 탄환이 초음속으로 날아가며 엔진을 박살내버렸고
동시에 엔진이 정지를 하였는지 모든 엔진실의 빛이 조금 약해졌다.
동시에 소거자의 기계음이 들려왔다.
그것은 비웃음이었다.
-히히힛! 드디어 성공이다. 드디어 내가 바라던 대로 되었어.
“뭣?”
-히히힛. 역시 나는 천재야! 이제 반물질 엔진이 공격을 당했으니 반물질이
제어를 할 수 없겠지? 그렇다는 얘기는 거대한 폭발이 일어난다는 것이고
너희 인간들은 물론 너희를 숙주로 삼는 타키투스들도 죽는다는 것이다.
“.......”
-말하자면 희생의 퀘스트는 너희가 성공했지만. 어차피 성공해도
이 강력한 폭발 때문에 너희는 물론 이 행성 위의 생명체들도 살아남을 수 없어!
“뭐얏! 네놈이 날 속였어?!”
-히히힛. 난 기회만 준다고 했지. 살려준다고는 안 했어. 그리고 누가 그렇게 엔진실을
파괴하라고 했더니 정말로 파괴를 해? 영화 속에서 그런 것도 안 봤어?
엔진을 파괴했더니. 펑~
소거자의 비웃음에 다크엔이 이를 갈며 어깨에 매달린 숄더캐논을 겨누었다.
어차피 전부다 죽는 것이라면 저 빌어먹을 컴퓨터부터 저승길 동무로 삼아주겠노라며
그러나 헛된 일일 뿐이었다. 당연하다는 듯 푸른색 빛덩어리들은
방어막에 막혀 버렸다.
-헛된 일이야. 이젠 편하게 해줄게. 너희들도, 타키투스들도, 모두들.
-글쎄.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소거자의 말을 되받아치는 젊은 남자의 목소리
다크엔 일행은 모두 고개를 돌려 보았다.
괴물들과 마찬가지로 온통 검은색 일색으로 통일된 로브를
두른 남자의 등장에 괴물들은 위협적인 소리를 내며 경계하였지만
함부로 다가오지는 못했다. 도리어 그 남자가 걸어가자
그 남자로부터 도망이라도 치듯 부들부들 떨며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어, 어떻게 이럴 수가? 다, 당신은?
소거자가 당황한 기계음을 내뱉자 남자는 로브로 가려져 얼굴은 알 수 없지만
뚜렷이 확인 할 수 있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소거자에게 말했다.
-후후훗. 희생의 퀘스트라? 좋기는 한데 말이야. 일개 컴퓨터에게 그런
주제넘은 권한을 준적은 없는데?
-아니야! 난 천재야!! 너 같은 겨우 죽음만 관장한다는 신이 없어도 희생의 퀘스트는 충분해! 난 분명히 옳아. 이 행성의 주민들은 모조리 죽어 마땅해! 내가 옳아!
-글쎄. 후후훗. 그건 플레이어들이 알아서 정할 일이다. 너같은 다른 세계에서 온
하찮은 기계가 관장할 일이 아니야.
‘사신인가?’
모두들 신과 컴퓨터의 되지도 않는 말싸움을 멍하니 바라볼 뿐 쉽사리 나서지 않았다.
소거자는 분노에 몸을 부들부들 떨며 눈짓을 하였고
그 기계의 충실한 부하기계들이 강력한 빛을 뿜어냈다.
그러나 그 빛은 사신에게 아무런 상처도 입히지 않았다.
-네녀석으로 인해 본 퀘스트가 더 이상 진행이 안 돼. 시공이 너무 꼬여버렸어.
거기다 죽은 이들도 많지. 자~이걸 어떻게 갚아야 할까?
-아, 안돼. 오지마! 나, 나한테 다가오면..네녀석의 프로그램을 영원히 다운시켜버리겠어!
소거자가 말도 안 돼는 위협을 하며 뒤로 물러났다.
사신은 한숨을 내쉬더니 손가락을 까딱하였고 그러자
소거자는 자석에 끌어 오른 철조각마냥 사신에게 날아가 그의 손 위에
올라갔다. 마치 암울한 옷차림의 청년이 럭비공을 들고 있는 것 같아 조금 우숩다.
-아, 안돼. 난 천재야! 내가 분명히 옳았어.
-아니 넌 옳지 않았어. 오히려 좀 더 두고보자며 너를 지워버리려 했던
승무원들이 옳았지. 세인트들에겐 네가 한 일을 이미 보고했다.
-마, 말도 안 돼. 광속 통신으로는 그들에게 보고를 한다 해도
800년이 걸릴 텐데!
-훗. 자연의 이치는 참 오묘하단다. 때로는 빛의 파장들 중에는
너희나, 이곳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보다 더 빠른 빛의 파장들도 있단다.
물론 세인트들은 그것을 사용하지 못하겠지만 나같은 존재라면 가능하겠지?
자. 이제 어떤 벌을 내려줄까? 시스템을 지워줄까? 아니면 영원히 어둠으로 소멸시켜줄까?
-아, 안돼!!!
소거자 주위에 커다란 암흑의 구름같은 것이 몰려오더니 소거자를 빨아들이듯
움직였고 동시에 소거자의 기계음과 함께
소거자는 어둠에 동화되어 사라져 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괴물들도 부들부들 떨며 사신으로부터 더욱 멀어져갔다.
본능적으로 위험을 알아챈 것이다.
-후아암. 이로써 벌 받을 녀석도 처리했군. 어서 가보도록.
베이더는 벌써 탈출 준비를 하던데? 너희들도 해야 되지 않던가?
아~폭발이라면 걱정 말도록. 내가 조금 금제를 가해두었으니까.
사신이 부드러운 미소를 담아 다크엔과 태상에게 말했고
태상과 다크엔은 멍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속으로 온몸을 떨었다.
불과 메시지나, 가끔씩 전언으로만 보았던 그를 직접, 그것도 두눈으로 마주치자
지금까지 느껴왔던 공포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다른 플레이어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럼 난 이만 가볼까?
“잠깐!”
서겅.
누군가 겁도 없이 그에게 검을 들이밀었다.
사신은 짐작이라도 했다는 듯 미소를 드리웠다.
여자는 조금 당황했는지 손에 들린 검을 부들부들 떨며 그를
노려보았다.
붉은색 하트표 안대가 더욱 빛을 발하는 것 같았다.
“왜 내가 여기 있지? 아니. 왜 지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지?
난 저들처럼, 플레이어들처럼 책을 가지고 있지만 존재감이 없다.
왜 그런 거지? 왜 내가 여기에 있는 것이냐?!“
-그건 네가 더 잘 알고 있을 텐데? 후후훗.
나한테 축복 받지 못했다고 서운해 하지 말고...열심히 여행이나
잘 해보도록. 그러면 언젠가는 모든 것을 알게 될 테니...
“.......”
쥬베이는 그를 향해 그대로 검으로 베어버릴까도 싶었지만
저런 강력한 자에게 검을 휘둘렀다간 도리어 자신이 크게 다칠 위기였다.
다행히 사신은 아무런 감정도 없는지 자동문을 통해 사라져버렸다.
“다크엔씨.”
“.....가자.”
시아가 그를 부르자 다크엔은 말없이 그녀의 어깨를 살짝 토닥여 준뒤
이를 갈며 사신이 사라져 간 자동문을 열었다.
*
*
*
[모든 사건이 끝나고...]
-후유. 이제 나와 보도록.
-나, 나한테 원하는 것이 무엇...인거죠? 난 단지 컴퓨터에 불과한.
거기다 우주선도 완전히 폭발하였고, 소거시스템은 실패로 돌아갔어요.
나에겐 더 이상 존재할 임무도 없는데..
-글쎄? 별 것 아냐. 네녀석이 그동안 치룬 피의 대가를 톡톡히 갚으란 것뿐이지.
단 나한테 갚도록 해.
-................
-네녀석을, 컴퓨터에 불과한 너를 살려준 이유는 나의 본퀘스트를 위해서야.
물론 타키투스같은 위험한 생명체들은 절대로 용납할 수는 없지만
본퀘스트에 등장하는 미노타우르스나, 오크같은 생명체들은 네가 더욱 강하게
개조시켜줄 수는 있겠지? 설마 7등급의 생명체들이 만들어낸 컴퓨터인데
그것 하나 못한다고 할 수는 없겠지?
-가능...합니다. 사신.
-그럼 됐어. 너는 이제부터 소거자가 아니다. 플레이어들에게 본퀘스트에 대한
모든 것을 처리하고 그것을 분산해서 나누어 보내는. 쉽게 말해서
퀘스트에서 몇가지 복잡한 것들을 처리하는 안내자다. 알겠나?
-아, 알겠습니다. 히히힛.
-그럼 이제 꺼져.
-히히힛.
*
*
*
-어때? 그 우주선에서 얻은 성과는 얼마나 돼?
“후욱. 그다지 많지는 않습니다. 비행 능력이나, 동력원 정도?”
어둠 속에 편한 소파 위에 앉아 검은 갑옷을 입은 남자에게 중얼거리던 로브 차림의 남성.
검은 갑옷 차림의 플레이어가 부복하고 나서며 그에게 고맙다고 말을 내뱉자
로브 차림의 남성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하얀 이를 드러냈다.
-그에 대한 대가는?
“당신이 원한대로. 후욱.”
-후훗. 그 정도 각오가 되어 있으면 충분해. 그나저나 퀸과 마주쳤을 때는 정말
아슬아슬하게 버티더군. 내가 안 왔으면 어쩔 뻔했어?
“당신이 안 와도 무사히 도망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훗. 그건 그렇겠지? 이세계의 기술들을 독점한 기분이 어때?
“아주...”
훌륭합니다.
이것만 있으면 제국도 단번에 무력화 시킬 수 있겠죠?
외계인 사태로 잠깐 중단되었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을 다짐하며
갑옷을 입은 남자는 미소를 지었다. 가면에 가려져 잘 알지는 못하지만 말이다.
베이더와 다크엔에 이어 우주선 안으로 들어온
시아의 한마디에 모두들 동감한다며 자신들의 병장기를 휘둘렀다.
시아는 타키투스의 발톱을 검으로 받아낸 뒤 힘을 실은 검을
그대로 타키투스에게 찔러 넣었다.
그녀의 스킬 ‘치명타’를 맞은 타키투스는 그대로 날아가 벽에 부딪쳤다.
그러나 끈질긴 생명력 덕분에 다시 일어나 일행들에게 달려 들었다.
“크리스탈 스피어!!”
“케엑!”
“크루.”
뒤이어 태상이 생성해낸 아름다운 빛깔을 자랑하는 길다란 창에
타키투스 여럿이 닭꼬치처럼 찍혀 벽에 박혔다.
여전히 손, 발을 움직이며 그 끈질긴 생명력을 과시했지만
다행히 빠져나오지는 못했다.
“Holyshit! Mother Fucker!!"
"Go to the Hell!! Fucking Asshole!"
“케엑.”
“크르르르!”
시엘의 성스러운 욕설에 타키투스들은 머리를 감싸며 괴로워 하다가
머리가 터져 버렸다. 다행히 즉사로 끝났기 때문에
일행들을 끝까지 괴롭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숫자가 많았기 때문에 별로 도움이 되지는 않는 상황이다.
보라색, 자주색 벽은 검은색의 괴물들로 뒤덮여 검은색 벽으로 바뀐지 오래였기
때문이다.
“이것 때문에 들어오지 말라고 했던 거로군. 베이더녀석.”
“그러게 말이에요. 으앜!!”
아스타롯사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잡은 외계 생명체를 어둠의 손톱으로
포를 떠준 뒤 욕을 내뱉었다.
“저질스러워!”
더욱 심한 욕이 튀어 나올줄 알았던 일행들은 그녀의 설명에
웃음을 터뜨렸다. 괴물들의 끔찍한 소리에도 불구하고
그녀와 다른 사람들의 웃음소리는 저 멀리까지 퍼졌다.
이미 모두들 살기를 포기했기 때문일까?
그들의 웃음소리는 더욱 멀리 울려 퍼져 섬뜩하기까지 했다.
“하하하하핫! 미친 자식들!! 가을의 싸늘함을 맛보게 해주마.”
“키엑.”
베르의 분노 가득한 목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어디선가 시베리아의 북풍같은 바람이 느껴졌다.
우주선 안에 있는 시아 일행에게는 그저 싸늘한 가을바람에 불과했지만
괴물들에겐 그보다 더 끔찍한 그 속에 칼날이 숨겨진
싸늘한 낙엽바람이었다.
괴물 수백 마리의 검은 몸에 조금씩 상처가 나기 시작하더니
날카로운 섬유 날에 썰린 것처럼 수천 토막이 되어 땅바닥에
쓰러졌다.
“헉헉. 꽤나 피곤하군요. 시아양. 뒤를 부탁드려요. 이 입구 하나 막기도
힘들군요.“
베르의 피곤함이 깃든 제안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힘찬 함성을 발동시켜 다른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힘을 나눠주었다.
베르는 조금 힘이 나는지 벽에 기대어 체력을 채우기 시작했고
다른 사람들도 시아에 의지하여 조금씩 힘을 보태거나
입구의 상태를 확인했다.
다행히 문은 굳건히 닫혀 있었고 저 빌어먹을 괴물들은
절대 밖으로 나와 사람들을 헤치지 않을 것이다.
“키킥. 동생아. 우리 이러다 여기서 정말 죽겠구나.”
-퍼억.
“시끄러워욧 오라버니. 저것들한테 죽기 전에 나한테
죽고 싶어 환장했나요?“
“하하하. 그럴지도 모르지. 동생아. 크으. 아까 저 괴물들이
날 때린 것보다 더 아프구나. 동생아!“
시엘이 복부를 쓰다듬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죽기 직전이라 공포심같은 것을 없애려는 것인지
그의 입에서 약간의 떨림이 담긴 유머가 많이
튀어나왔다.
시엘이 신의 방패를 모두에게 덮어 씌워주며
이렇게 말했다.
“하하하. 여러분. 신의 방패 더 필요 하신분?
어머나~괴물분들은 필요 없으시니 괜찮을테고. 이젠 필요해도 안 써줄
겁니다.“
그다지 재미있는 농담은 아니군.
시아는 농담도 아닌데 미소를 지으며 그의 설명에
맞장구를 쳐주었다.
못난이로 보여도 오빠는 오빠였던 모양이다.
“자. 괴물들 와라! 썰어주마.”
시아의 외침과 함께. 괴물들은 적대감을 드러내며
미친 초글링들 마냥 달려들었다.
모두들 그렇게 멋있게 인생을 끝내려 했다.
허나 사신은 그들의 죽음을 허락하지 않는가 보다.
“이거나 먹고 꺼져버려! 미티어 스트라이크 캐논!”
-퍼퍼퍼퍼퍼퍼퍼펑.
젊은 남성의 외침 소리와 함께
사람키 40명은 합쳐야 될법한 어마어마한 길이의 거대한
막대기가 하나 시아 일행 앞에 생성되더니 그대로
물체 하나를 쏘아 버렸다.
그 물체는 엄청나게 빠른 공같은 것을 쏘아 보냈고
동시에 그 공에 얻어맞은 외계생명체들은 몸이 산산조각 나거나
박살 나 피를 벽에 흩뿌렸다.
운좋게 공을 맞지 않았다 치더라도 음속을 돌파하는 어마어마한 속도가
만들어낸 충격파를 얻어맞고 날아가거나 그대로 몸이 파괴되어 버렸다.
순식간에 1000여마리가 넘는 타키투스들이 피떡이 되어
바닥을 먹음직하게 장식했다.
“후우. 다행이다. 그 사람이 왔네.”
“다크엔 씨! 왜 이리 늦었어요!! 정말 하마터면 트레져 퀘스트 보수비도
구경 못 하고 죽을 뻔했다고요.“
“동생아. 죽을 뻔 했다가 살아났으면 다행이지 또 뭘..쿨럭!”
변함 없는 시아 일행의 들려오는 목소리에 다크엔과 베이더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설경과 하이드, 쥬베이도 기쁜 듯 얼굴이 밝게 변해 있었다.
*
*
*
하지만 재회의 기쁨도 잠시...
푸른색 에너지 입자들이 그들을 향해 쏘아졌다.
허공에는 빛을 머금은 물체들이 유리눈을 번뜩이며
다크엔 일행을 노려보고 있었다.
"꺄악. 저건 또 뭐야?!"
이젠 괴물이라면 검부터 빼들고 질색할것만 같은 여기사의
비명소리에 모두들 하늘을 바라보았다.
8기는 되보이는 소거자의 부하기계들이 둥둥 떠 있었다.
다행히 아무도 그 치명적인 에너지빔에 맞지 않았다.
몇몇 끈질기게 살아 남아 있던 타키투스들이 대신 바리케이트가 되어준
것이었다.
"태상, 알카드군. 설명할 시간 없네. 빨리 탈출하세! 카렌군!! 중력화살인지
뭔지를 날려서 저 녀석들 발을 좀 묶어주게."
"옛써~"
쉬익.
파아아아아앙.
카렌의 대답과 함께 푸른 빛을 머금은 화살이 적들 근처로 날아갔다.
그와 비례하여 그의 손은 온통 피와 화상자국으로 물들어갔다.
정말로 뛰어난 장갑이라도 하나 구하지 않는다면 그의 손은 영영 써먹지
못할 것이다.
"괜찮나? 카렌군."
다크엔과 베이더가 걱정하며 그를 부축하자 그는 끄떡없다며
피를 털어내고 이마에 맺힌 땀방울들을 쓸어내렸다.
그의 이마에 붉은 피가 묻어 있었다.
다행히 중력파의 영향인지 기계들은 유리눈을 깜빡이며
바닥에 추락하였으나 일시적이었다.
"젠장! 저 타키투스들보다 귀찮은 자식들."
"다크엔씨. 저 괴상한 것들은 또 뭐에요? 무슨 SF영화라도 찍는거에요?!"
"태상군. 설명할 시간 없네. 지금 당장 이곳을 빠져 나가세."
"무슨 소리입니까! 이곳 입구가 뚫리면 저 괴물들이 튀어나가서 인명살상을
할건데...혹시 영화 에일리언VS프레데터2도 못 본겁니까? 그렇게 광팬이면서!!"
"알고 있지만 걱정할 것 없어. 저 기계들이 있으니까. 베이더! 거기서 알짱거리지
말고 서둘러!!"
"후우. 네."
다크엔은 기계들과 베이더를 가리킨 뒤 자동문으로 향했다.
자동문이 내려가며 일행들이 들어가는 사이
다시 몸을 일으킨 소거자의 전투기계 '밀레노바'들은 밀려오는 검은색 외계병기
들을 향해 에너지 빔을 쏘아댔다.
"아직까지는 우리보단 타키투스가 먼저라는 건가?"
하이드의 중얼거림에 입구에서만 서성였던 시아 일행은
꿀먹은 벙어리인양 눈을 빛내며 다크엔 일행에게 설명을 요구했고
그가 입을 열기 전에 베이더가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모두
설명해주었다.
자신이 여기에 들어온 이후부터, 다크엔 일행을 만나기까지...
"그나저나. 호오프~나의 군대는 이 근처에 진을 치고 있지는 않겠죠?"
"모조리 철수 했대요. 제국군과 제국연합군만 남았다는군요."
"큿. 그 개XX들. 모조리 숙주로 감염되버리면 좋겠군."
"......."
제국에 대한 강한 불만을 토해낸 베이더는 거친 숨소리를 내쉬며
엔진실이 어디 있는지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소거자와 특수병기실에 있을 때 간단히 그렸던 우주선의 도면을 보여주며
어떻게 행동할지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곳에 그려진 왼쪽 실은 일반 병기창고입니다. 그 오른쪽 실은...후우. 감옥인데[아무래도.]"
갑자기 베이더가 감옥에서 말꼬리를 흐리자 태상이 답답하다는 듯 그곳을
가리키며 무슨 문제가 있냐고 물었다.
감옥실에서 이어지는 통로를 지나면 그들이 그토록 파괴하길 원하는
엔진실이 있었다.
감옥실 바로 위에는 그 엔진실로 통하는 입구를 여는 통제실이 있었다.
"현재 감옥실은 불행히도 타키투스들의 둥지가 있습니다."
"베이더군. 그 말은..."
다크엔도 말꼬리를 흐리자 시아 일행은 도통 모르겠다는
얼굴로 두사람을 째려보았다.
시엘과 하이드가 경악한 얼굴로 서로를 마주 보기만 했다.
"퀸인겁니까?"
"맞습니다. 아무래도 타키투스들의 여왕이 거기에 있을겁니다. 수많은
알들을 보았습니다. 숙주로 잡힌 이들 또한 많이 보았고..."
"........"
"현재 그 통제실을 열려면 감옥을 지나 사다리[궤도 엘리베이터 고장]를 타고
가야 하는데...그 동안에 습격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거기다 제어실은 불행히도
1인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메카닉 리딩. 저의 능력으로 확실히 확인해 두었습니다."
"후우...감옥을 통과해서 엔진실로 가는 것도 위험한데. 알덩어리들이 수백개가
놓여 있는 그 곳을 통과해서 제어실로 가야 한다? 그것도 위험하군."
"그렇기 때문에 제가 하려 하는 겁니다."
시엘의 한숨 섞인 말에 누군가 손을 들어 올렸다.
알카드였다.
"알카드군? 자네가 가겠다고??"
"훗. 제가 가는 겁니다. 오빠가 아니라..."
어느 순간 알카드는 알카드가 아닌 그의 여동생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녀는 그녀의 두 손에 끼워진 건틀릿을 매만지며
호전심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자 쥬베이가 그녀를 제지하였다.
"적들의 본진을 돌파하는 것은 너로선 무리다.
소거자의 설명대로라면 너나, 나는 겨우 3등급 수준의 능력자다.
그런 약한 힘으로는 절대로 적들을 상대할 수 없어.
그리고 너는 무엇보다 기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기계치 아니었던가?"
"크읔."
아스타롯사가 정곡을 찔렸다는 듯 가슴을 쥐어 짜자 쥬베이는
한숨을 내쉬며 카타나의 날을 번뜩 세우더니 한 사람을 가리켰다.
검은색 갑옷을 입은 남자였다.
한때 그녀에게 여러가지를 가르쳤던 스승이자, 이웃집 아저씨같은
동료 베이더였다.
"당신이 가십시오. 어차피 당신이 가려고 했던 것 아닙니까?"
여전히 하트표 안대때문에 폭소스럽지만 눈빛만은 매서운 그녀의 선언에
베이더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자동문을 열었다.
그러자 또 다른 녹색 갑옷으로 무장한 남자가 가로 막았다.
베이더와는 대조적인 게임속 갑옷을 입은 다크엔이었다.
"어이 이봐. 그런 위험한 곳을 혼자 가겠다고? 우린 그저 돌파만 하면 되지만 자네는 그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동안 무방비 상태가 될텐데?"
"제 능력. 로보틱스로 만든 소환기계들로 녀석들의 시선을 끌겁니다."
"그게 말이 쉬워? 좋아. 보초에일리언들은 그렇다 치고. 퀸이랑 페이스 허거[영화 에일리언에서 알을 몸속에 넣기 위해 얼굴에 붙는 거미같은 녀석들.]들은 어떻게
상대할텐데?"
"페이스 허거는 문제 없습니다. 퀸이 변수이긴 하지만...어떻게든 할겁니다."
"....정말 해낼 자신이 있나?"
솔직히 이런 위험한 임무에는 묠니르 방어복과 에일리언의 천적 프레데터 무기
세트로 무장한 다크엔이 훨씬 나았다.
그러나 기계를 소환할 줄은 알아도 무기를 제외한 산업기계들은 불행히도
그에겐 잼병이었다. 맘같아서는 자신이 직접 가고 싶지만...
가봤자 오히려 엉뚱한 버튼을 눌러서 동료들을 곤욕에 빠뜨릴성 싶어 포기하였다.
"네 그렇습니다."
"후우. 하는 수 없지. 그럼 이걸 가져가게. 큰맘 먹고 소환하는 거니까 탄환 아껴써!! 오버드라이브 'M41A 펄스라이플' "
위잉.
낮은 진동과 함께 한정의 조금 굵직하고 무거워 보이는 소총이 하나 생성되었다.
영화 에일리언2에서 등장했던 우주해병대의 기본 중화기인
M41A 펄스라이플이었다. 탄창 하나당 200발이 들어가며 바로 밑에는
강력한 유탄을 연속으로 쏠 수 있는 유탄발사기가 장착되어 있었다.
총에는 생명체의 움직임 탐지기가 붙어 있어 타키투스들의 움직임을 알고
미리 대처하기에 편했다. 뿐만 아니라 광학 디스플레이 덕택에 자신이 사용한
총탄이 얼마인지 알 수도 있었다.
"총탄은 겨우 1000발 뿐이야. 그러니까 아껴써!"
"감사합니다. 다크엔씨."
"살아 남으면 나 대신에 네가 한턱 쏴. 이래뵈도 너...사장이잖아?"
"후후. 짠돌이시군요."
영화 속 악당이 입는 갑옷[다스베이더]차림의 베이더와
게임 속 주인공이 입는 갑옷[헤일로의 마스터치프]차림의 다크엔이
손을 맞잡자 어딘가 조금 이상한 구석이 있지만 그들은 그렇게 헤어졌다.
"조작이 완료되면 어떻게 해야 엔진을 부술 수 있는지 알려드리지요."
베이더는 다크엔에게서 받은 무전기를 들고 손을 흔들어 보였다.
잠시 후 베이더의 주위에 애로우 타워 Mk-3들이 소환되어 석궁을 갈기며
타키투스들을 격파하기 시작했다.
*
*
*
[엔진실 입구.]
"여긴가? 그런데 문은 아직이군."
태상의 중얼거림에 다크엔이 무전기를 들고 베이더에게 연락을 해보았다.
어찌 된 일인지 베이더는 응답이 없었다.
"젠장! 혹시 당한 것 아냐?"
-훗 당하긴요. 다크엔 형?"
갑자기 들려오는 숨소리와 베이더의 목소리에 다크엔과 쥬베이, 기타
여러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베이더는 '시간이 없어요! 서둘러요.'라는 다급한 메세지를 남긴 뒤
조용해졌다. 뭔가 불길했지만 그들은 별 것 아니려니 넘기며
주위만 살폈다.
그들도 감옥을 돌파하며 타키투스 여럿을 상대하였기 때문에 지친 표정이었지만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기 때문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치잉.
낮은 기계음과 함께 엔진실의 문이 열렸다.
시아가 검을 빼들고 먼저 나서 커다란 방을 둘러 보았다.
마치 4층짜리 대형마트에 온 것 같은 이 거대한 크기의 방은 이 우주선의 동력을
책임지는 엔진이 잠들어 있는 곳이었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거대한 톱니바퀴같은 것이 돌아가고 있었다.
-처음 들어서면 거대한 바퀴가 돌아가는게 보이죠? 그냥 보기엔 평범한 바퀴지만
그것은 실은 강력한 에너지 가동기에요. 원리는 잘 모르겠지만...아무래도
반물질같은 것을 사용하는 것 같아요."
"반물질? 그거 꽤나 위험한 것 아냐?"
마법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주워 들은 것이 많은 태상의 의문에
베이더가 그렇다며 무전음을 보냈다.
그런 뒤 한숨을 내쉬며 다크엔에게 다시 연락을 하였다.
-다크엔 형도 잘 알다시피. 반물질은 물질이 아니지만 물질이기도 하죠.
예컨데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비상식적인. 우주에만 있을 것이라는 아직까지는 실현 불가능의 물체입니다. 그렇기 떄문에 이 불완전한 물체를 향해 그나마
정상적인 물체를 건드리게 하면 됩니다. 예컨데..레일건이나, 플라즈마 수류탄같은 것을 던지면 되는 것이죠.
"알았어. 그럼 이거면 충분하겠군!"
다크엔의 중얼거림과 함께 거대한 대포 하나가 생성되었다.
조금 전 시아 일행을 구하기 위해 쓴 미티어 스트라이크란 강력한
레일건[이라 보기에는 너무 크지만]이었다.
이것을 소환하기 위해 다크엔이 힘을 거의 쓴 터라 이것의 작동은 태상과
시엘에게 맡기기로 하였다.
-잠깐. 지금 쏘지 말아요! 젠장!! 어떤 놈이 내가 통제를 하는 것을 간섭하는거지?
빌어먹을!! 그 빌어먹을 망할 계산기!!!!!
순간 무전음이 뚝 끉기며 허공에 수십개의 물체들과 그것들보다 조금 커다란
리더격 물체가 나타났다.
-아아~ 안녕?
"소거자!!"
하이드가 욕설을 내뱉으며 그것의 이름을 부르자
소거자라 불린 기계는 기쁘다는 듯 온몸을 살짝 흔들며
이리저리 두리번 거렸다. 아무래도 시아와 태상등 기타 다른 능력자들의
능력을 확인하는 것 같았다.
-어머나~아직도 이런 하등한 능력자들로 그런 방법을 쓰려고요?
그런데 이를 어쩌나? 예상보다 너무 빨리 오는 것은 싫은데...
"분명 우리를 방해하지 않는다 하지 않았나! 컴퓨터도 거짓말을 하는거냐!"
하이드의 고함에 모두들 무기를 빼들었고
밀레노바들도 언제 있을지 모를 전투를 대비해 눈에 빛을 머금었다.
그 강력한 에너지 빔일 것이다.
-이런 이런. 내가 언제 거짓말을? 그냥 어리석은 하등한 인간들이 어떻게 해보려는 것인지 확인하러 온 거에요. 베이더였던가? 그 근성하나는 끝내주는 검은 강화복. 그녀석이 건방지게 메인 컴퓨터에 접속해서 로보틱스인가 뭔가 하는 능력으로
이 발전기의 방어막을 끄려고 하길래 그것만 못하게 한거에요.
"예컨데 스스로 행하라?"
-그렇죠. 남이 일하는 영역을 침범하는 것은 아주 나쁜 일이에욧~!
그러니까 벌을 받아야 겠죠? 히히힛! 역시 나는 천재야!!
이제는 광기마저 느껴지는 기계음에 모두들 질렸다는 듯 허공을 바라보았다.
그치만 생채기도 입힐 수 없는 기계들을 상대로는 무력한 눈빛이었다.
개중에는 시아처럼 도발적인 눈빛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도 몇명 있었으나
그건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 발전소는 여러분이 직접 파괴하십시오. 에너지 보호막도, 심지어 내가
끌고 온 이 30기의 밀레노바들, 곧 들이닥칠 타키투스들도...
쾅.
말이 끝나기 무섭게 굳게 닫혔던 자동문들이 파괴되며 수천마리의 생명체들이
몰려나왔다.
그것들의 비명소리가 귀를 찔러댔다.
"제길. 베이더! 응답해. 보호막을 부수려면 어떻게 해야지?"
-크윽. 진동한번 심하네..엔진실 3층으로 가보면 제어 컴퓨터 4개가 있는데 그것을
동시에 개방시킨 다음 엔진을 감싼 호스들을 박살 내세요..그러면 풀립니다.
"괜찮아? 상태가 안좋아 보이는데..."
-그게...무언가 거대한 물체가 여기 들어 왔는데. 아무래도. 퀸인것 같아요.
"뭣?!"
-이만 끉을께요. 살아서 우주선 바깥에서 만납시다."
통신이 끉겼고 다크엔이 소거자를 바라보며 이를 갈자
소거자는 눈웃음을 지으며 시아 일행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안녕~? 나는 소거자. 베이더라는 녀석이 건방지게 굴길레 밀레노바
몇 기를 이용해서 퀸을 그곳으로 몰았지. 퀸은 베이더가 자신이 알을 낳는 것을
방해하는 존재라 여기고 공격을 하고 있는 거야. 히히힛!
"망할 자식. 반드시 박살을 내서 깡통쓰레기로 분리수거 해주겠다!"
“아주 밟아주마!”
설경과 베르의 한마디가 나오기 무섭게 밀레노바들의 강력한 빔공격이
그들이 있던 곳을 향했다.
소거자는 그들을 무섭게 노려본 뒤 다크엔을 향해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기계음성을 내뱉었다.
-밀레노바들. 이 한심한 능력자들도 소거시켜버리세요. 매우 위험한 병원균인자들로 확인되었습니다. 타키투스들과 함께 남김없이 쓸어버리세요.
지이잉.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강력한 빔들과 타키투스들의 공격이 이어졌다.
*
*
*
시아/타크엔 일행VS타키투스VS소거자. 삼파전이 엔진실에서 이어지는 한편
제어실은 난리가 나고 있었다.
괴물들의 엄마가 나타나 애로우 타워는 건드리지도 않고 죄없는(?)
베이더만 건드리고 있었다.
“크아오!!”
듣기 거북한 괴물의 비명소리에 베이더는
짜증이 났는지 눈으로 추정되는 곳을 향해 마나소드를 그대로 내리친 다음
상처를 낸 부분에 M41-a 라이플의 유탄을 그대로 갈겨버렸다.
30여발의 유탄은 머리에 치명상을 입혔지만
알과 숙주들을 잃어버린 어미의 분노는 그만큼 무서웠다.
“크르르!”
“입닥쳐. 이 괴물새꺄! 이거나 먹고 떨어져.”
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탕.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1000발을 가리키고 있던 디스플레이 화면은
순식간에 500발을 넘겨 300발을 향하고 있었다.
분명 맞고는 있지만 영화 에일리언에서 나온 퀸(Queen)보다는 더욱
맷집이 좋았는지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았다.
그 거대한 손을 괴물이 휘두르자 베이더는
총을 내팽개치며 저 멀리 벽에 부딪쳤다.
“크악.”
“크아오!”
파파파팡.
설치 해둔 함정 석궁장치들과 화염방사기들이 매섭게 퀸을 때렸지만
어림도 없었다.
퀸은 그것들을 여러 개의 팔들로 박살 낸 뒤 무언가 중얼거리듯 비명소리를
질렀다.
맙소사! 이젠 질리겠군.
“마법이잖아! 그것도 하필이면 고위급 마법!!”
“키악.”
괴물은 즐겁다는 듯 소리를 지른 뒤 거대한 불덩이를 이곳에 던졌다.
태상이 소환해낸 파이어볼보다 더욱 커다랗고 숫자가 많았던
파이어볼들이 바닥에 떨어지자 파이어볼이 아니라
헬파이어를 맞은 듯 온통 불구덩이로 변해 있었다.
멀리서 보면 꼭 유성이 떨어진 것 같기도 하다.
“크르르.”
의기양양한 비명이 끝남과 동시에
가뜩이나 검은 갑옷에 검댕이 묻어 완전히 시꺼메진 베이더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젠 아무런 말도 없이 마나소드와
언제 소환해냈는지 거대한 케논 프레셔, 등에는 SKS 돌격 소총이 매어져 있었다.
“시X. 넌 쿠하텍보다도 더 머저리 삼돌이야.
너같은 녀석은 반드시 사냥해주마. 바바리안 남자로써!“
“키와오!”
*
*
*
-히히힛. 그런 무기로 절 상대하시겠다? 레일건같은 5등급 무기면 된다고 생각했나 보죠?
다크엔?
“쳇!”
커다란 레일케논에서 강력한 탄환이 쏘아져 나가 소거자를 때렸지만
소거자는 뒤로 물러나기만 할뿐 기괴한 웃음소리를 내며 그를 조롱하였다.
이어 시아의 크리티컬 히트가 작렬했지만 소거자는 불쾌하다는 듯 눈을
찌푸린채 시아를 바라보았다.
-이야기 하는 중인 것 안 보여요? 건방지게.
“흥. 난 원래 이런 여자라서 말이야. 너같이 수다만 떠는 밥맛없는 컴퓨터가 있다면
그 자리에서 발로 밟아버리고 싶거든?
-이익? 이게 정말!
동시에 밀레노바들이 시아를 집중 공격하였고 시아는
검을 든 자 답게 뛰어난 육체능력을 발휘해 요리조리 잘 피했고 덕택에
시아를 먹잇감으로 인식한 타키투스들이 모조리 희생양이 되었다.
그런 뒤 시아의 또 다른 기술 무장해제가 이어졌다.
-퍼퍽.
이건 효과가 있었는지 밀레노바 몇기들이 잠깐 동안 전투불능이 된 채
눈만 껌뻑이며 허공에 둥둥 떠 있기만 했다.
그러나 그다지 잘 먹히는 기술은 아니었다.
물론 뒤이어 때를 잘 노린 하이드와 쥬베이의 검이 그렇게 상태 이상이
생긴 기계들을 때려눕히는데 성공하여 강력한 광선이 그들에게
날아오는 일은 없었다.
“모두들 저 컴퓨터를 작동시켜!”
다크엔이 외치자 지금이라고 깨달은 태상과
시엘등이 4대의 컴퓨터들을 막 다루기 시작했다.
그들의 등을 노린 타키투스들의 공격이 이어졌지만 아스타롯사와 카렌의
지원공격 덕택에 큰 무리는 없었다.
마침내 컴퓨터 4대가 무사히 작동되어졌고
안 보이는 방어막이 풀렸다.
이제 엔진만 때려 부수면.
-호오. 제법인데?
“시끄러. 이제 마지막이다! 잘가라.”
퍼펑.
강력한 탄환이 초음속으로 날아가며 엔진을 박살내버렸고
동시에 엔진이 정지를 하였는지 모든 엔진실의 빛이 조금 약해졌다.
동시에 소거자의 기계음이 들려왔다.
그것은 비웃음이었다.
-히히힛! 드디어 성공이다. 드디어 내가 바라던 대로 되었어.
“뭣?”
-히히힛. 역시 나는 천재야! 이제 반물질 엔진이 공격을 당했으니 반물질이
제어를 할 수 없겠지? 그렇다는 얘기는 거대한 폭발이 일어난다는 것이고
너희 인간들은 물론 너희를 숙주로 삼는 타키투스들도 죽는다는 것이다.
“.......”
-말하자면 희생의 퀘스트는 너희가 성공했지만. 어차피 성공해도
이 강력한 폭발 때문에 너희는 물론 이 행성 위의 생명체들도 살아남을 수 없어!
“뭐얏! 네놈이 날 속였어?!”
-히히힛. 난 기회만 준다고 했지. 살려준다고는 안 했어. 그리고 누가 그렇게 엔진실을
파괴하라고 했더니 정말로 파괴를 해? 영화 속에서 그런 것도 안 봤어?
엔진을 파괴했더니. 펑~
소거자의 비웃음에 다크엔이 이를 갈며 어깨에 매달린 숄더캐논을 겨누었다.
어차피 전부다 죽는 것이라면 저 빌어먹을 컴퓨터부터 저승길 동무로 삼아주겠노라며
그러나 헛된 일일 뿐이었다. 당연하다는 듯 푸른색 빛덩어리들은
방어막에 막혀 버렸다.
-헛된 일이야. 이젠 편하게 해줄게. 너희들도, 타키투스들도, 모두들.
-글쎄.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소거자의 말을 되받아치는 젊은 남자의 목소리
다크엔 일행은 모두 고개를 돌려 보았다.
괴물들과 마찬가지로 온통 검은색 일색으로 통일된 로브를
두른 남자의 등장에 괴물들은 위협적인 소리를 내며 경계하였지만
함부로 다가오지는 못했다. 도리어 그 남자가 걸어가자
그 남자로부터 도망이라도 치듯 부들부들 떨며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어, 어떻게 이럴 수가? 다, 당신은?
소거자가 당황한 기계음을 내뱉자 남자는 로브로 가려져 얼굴은 알 수 없지만
뚜렷이 확인 할 수 있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소거자에게 말했다.
-후후훗. 희생의 퀘스트라? 좋기는 한데 말이야. 일개 컴퓨터에게 그런
주제넘은 권한을 준적은 없는데?
-아니야! 난 천재야!! 너 같은 겨우 죽음만 관장한다는 신이 없어도 희생의 퀘스트는 충분해! 난 분명히 옳아. 이 행성의 주민들은 모조리 죽어 마땅해! 내가 옳아!
-글쎄. 후후훗. 그건 플레이어들이 알아서 정할 일이다. 너같은 다른 세계에서 온
하찮은 기계가 관장할 일이 아니야.
‘사신인가?’
모두들 신과 컴퓨터의 되지도 않는 말싸움을 멍하니 바라볼 뿐 쉽사리 나서지 않았다.
소거자는 분노에 몸을 부들부들 떨며 눈짓을 하였고
그 기계의 충실한 부하기계들이 강력한 빛을 뿜어냈다.
그러나 그 빛은 사신에게 아무런 상처도 입히지 않았다.
-네녀석으로 인해 본 퀘스트가 더 이상 진행이 안 돼. 시공이 너무 꼬여버렸어.
거기다 죽은 이들도 많지. 자~이걸 어떻게 갚아야 할까?
-아, 안돼. 오지마! 나, 나한테 다가오면..네녀석의 프로그램을 영원히 다운시켜버리겠어!
소거자가 말도 안 돼는 위협을 하며 뒤로 물러났다.
사신은 한숨을 내쉬더니 손가락을 까딱하였고 그러자
소거자는 자석에 끌어 오른 철조각마냥 사신에게 날아가 그의 손 위에
올라갔다. 마치 암울한 옷차림의 청년이 럭비공을 들고 있는 것 같아 조금 우숩다.
-아, 안돼. 난 천재야! 내가 분명히 옳았어.
-아니 넌 옳지 않았어. 오히려 좀 더 두고보자며 너를 지워버리려 했던
승무원들이 옳았지. 세인트들에겐 네가 한 일을 이미 보고했다.
-마, 말도 안 돼. 광속 통신으로는 그들에게 보고를 한다 해도
800년이 걸릴 텐데!
-훗. 자연의 이치는 참 오묘하단다. 때로는 빛의 파장들 중에는
너희나, 이곳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보다 더 빠른 빛의 파장들도 있단다.
물론 세인트들은 그것을 사용하지 못하겠지만 나같은 존재라면 가능하겠지?
자. 이제 어떤 벌을 내려줄까? 시스템을 지워줄까? 아니면 영원히 어둠으로 소멸시켜줄까?
-아, 안돼!!!
소거자 주위에 커다란 암흑의 구름같은 것이 몰려오더니 소거자를 빨아들이듯
움직였고 동시에 소거자의 기계음과 함께
소거자는 어둠에 동화되어 사라져 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괴물들도 부들부들 떨며 사신으로부터 더욱 멀어져갔다.
본능적으로 위험을 알아챈 것이다.
-후아암. 이로써 벌 받을 녀석도 처리했군. 어서 가보도록.
베이더는 벌써 탈출 준비를 하던데? 너희들도 해야 되지 않던가?
아~폭발이라면 걱정 말도록. 내가 조금 금제를 가해두었으니까.
사신이 부드러운 미소를 담아 다크엔과 태상에게 말했고
태상과 다크엔은 멍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속으로 온몸을 떨었다.
불과 메시지나, 가끔씩 전언으로만 보았던 그를 직접, 그것도 두눈으로 마주치자
지금까지 느껴왔던 공포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다른 플레이어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럼 난 이만 가볼까?
“잠깐!”
서겅.
누군가 겁도 없이 그에게 검을 들이밀었다.
사신은 짐작이라도 했다는 듯 미소를 드리웠다.
여자는 조금 당황했는지 손에 들린 검을 부들부들 떨며 그를
노려보았다.
붉은색 하트표 안대가 더욱 빛을 발하는 것 같았다.
“왜 내가 여기 있지? 아니. 왜 지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지?
난 저들처럼, 플레이어들처럼 책을 가지고 있지만 존재감이 없다.
왜 그런 거지? 왜 내가 여기에 있는 것이냐?!“
-그건 네가 더 잘 알고 있을 텐데? 후후훗.
나한테 축복 받지 못했다고 서운해 하지 말고...열심히 여행이나
잘 해보도록. 그러면 언젠가는 모든 것을 알게 될 테니...
“.......”
쥬베이는 그를 향해 그대로 검으로 베어버릴까도 싶었지만
저런 강력한 자에게 검을 휘둘렀다간 도리어 자신이 크게 다칠 위기였다.
다행히 사신은 아무런 감정도 없는지 자동문을 통해 사라져버렸다.
“다크엔씨.”
“.....가자.”
시아가 그를 부르자 다크엔은 말없이 그녀의 어깨를 살짝 토닥여 준뒤
이를 갈며 사신이 사라져 간 자동문을 열었다.
*
*
*
[모든 사건이 끝나고...]
-후유. 이제 나와 보도록.
-나, 나한테 원하는 것이 무엇...인거죠? 난 단지 컴퓨터에 불과한.
거기다 우주선도 완전히 폭발하였고, 소거시스템은 실패로 돌아갔어요.
나에겐 더 이상 존재할 임무도 없는데..
-글쎄? 별 것 아냐. 네녀석이 그동안 치룬 피의 대가를 톡톡히 갚으란 것뿐이지.
단 나한테 갚도록 해.
-................
-네녀석을, 컴퓨터에 불과한 너를 살려준 이유는 나의 본퀘스트를 위해서야.
물론 타키투스같은 위험한 생명체들은 절대로 용납할 수는 없지만
본퀘스트에 등장하는 미노타우르스나, 오크같은 생명체들은 네가 더욱 강하게
개조시켜줄 수는 있겠지? 설마 7등급의 생명체들이 만들어낸 컴퓨터인데
그것 하나 못한다고 할 수는 없겠지?
-가능...합니다. 사신.
-그럼 됐어. 너는 이제부터 소거자가 아니다. 플레이어들에게 본퀘스트에 대한
모든 것을 처리하고 그것을 분산해서 나누어 보내는. 쉽게 말해서
퀘스트에서 몇가지 복잡한 것들을 처리하는 안내자다. 알겠나?
-아, 알겠습니다. 히히힛.
-그럼 이제 꺼져.
-히히힛.
*
*
*
-어때? 그 우주선에서 얻은 성과는 얼마나 돼?
“후욱. 그다지 많지는 않습니다. 비행 능력이나, 동력원 정도?”
어둠 속에 편한 소파 위에 앉아 검은 갑옷을 입은 남자에게 중얼거리던 로브 차림의 남성.
검은 갑옷 차림의 플레이어가 부복하고 나서며 그에게 고맙다고 말을 내뱉자
로브 차림의 남성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하얀 이를 드러냈다.
-그에 대한 대가는?
“당신이 원한대로. 후욱.”
-후훗. 그 정도 각오가 되어 있으면 충분해. 그나저나 퀸과 마주쳤을 때는 정말
아슬아슬하게 버티더군. 내가 안 왔으면 어쩔 뻔했어?
“당신이 안 와도 무사히 도망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훗. 그건 그렇겠지? 이세계의 기술들을 독점한 기분이 어때?
“아주...”
훌륭합니다.
이것만 있으면 제국도 단번에 무력화 시킬 수 있겠죠?
외계인 사태로 잠깐 중단되었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을 다짐하며
갑옷을 입은 남자는 미소를 지었다. 가면에 가려져 잘 알지는 못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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