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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란드 전기-천공의 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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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테이나 산맥. 너무나도 험준하고 너무나도 험한 산이면서 수많은 괴물들이 살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또 다른 이름으로는 '죽음의 산맥'이라고 불려지고 있었다. 거기다가 비정상적으로 자란 나무들로 산맥은 언제나 어둠에 휩쌓여 있기가 일쑤였기에 사람들은 이 산맥에 들어가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들 있었다.

하지만 이런 산맥에도 엄연히 생물이 살고 있었으며 생기가 넘쳐 흐른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비록 '죽음의 산맥'이라고 불리어져도 이 산맥은 엄연히 생명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 생명력을 아낌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 아스테이나 산맥은 그 이름에 걸맞는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헉....! 헉.....!"

한 여자가 미친듯이 뛰고 있었다. 이미 옷이라든지 몸이라든지 어느 곳이나 성한 곳이 없이 헝클어졌으며 심지어 옷 군데군데 피가 묻어있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하지만 여자는 그런 상처를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는 듯이 계속해서 뛰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에 쫓기는 듯이 달리는 여자의 모습에서는 절박한 심정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이것만은......이것만큼은......."

그 상황에서도 여자는 품 속에 무언가를 꼭 안고서 놓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만약 그 무언가를 놓고서 달린다면 지금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있다는 사실을 그 여자도 알고 있을텐데 여자는 그것이 소중한 것이라도 되는 양 꼭 안고서 앞을 향해 달리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달림도 곧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여자가 달리는 곳은 험준하기로 수문이 난 아스테이나 산맥이었다. 즉, 그녀가 달리는 길이 꼭 그 앞까지 이어지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곧 여자는 눈 앞에 펼쳐진 절벽에 의해 달리는 것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안돼......이것.....만큼은......"
"정말인지 애를 먹게 하는 년이로군."

그녀가 눈 앞에 펼쳐진 절벽에 절망하고 있을 무렵 그녀의 뒤에서 한 남자가 소리도 없이 나타났다. 온 몸을 흑색의 옷으로 덮은 자였으며 얼굴조차도 흑두건으로 눈을 제외한 모든 부분을 가리고 있었다. 체형으로 그가 간신히 남자라는 사실만 알 수 있을 뿐 그 외에 모든 것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 이 술래잡기도 끝이겠지. 더 이상 도망칠 곳은 없다. 자, 순순히 가지고 있는 천공의 서를 내놓으실까?"

여자가 조용히 뒤를 돌아보았다. 여차하면 베겠다는 듯이 남자는 손에 끼고 있는 얼굴 높이까지 들고 있었다. 절망적인 상황. 뒤에는 절벽이 있었고 앞에는 가로막혔다. 어떻게 보더라도 여자한테 도망칠 곳이라곤 전혀 없어 보였다.

"왠만하면 죽이기가 싫은 외모로군. 만약에 천공의 서를 순순히 준다면 니 년의 목숨만은 살려주도록 하지."

매력적인 제안. 자신은 살아남을 수가 있다는 제안을 남자는 말하고 있었지만 여자의 얼굴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결의의 찬 얼굴로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도.....저도 자랑스런 루의 신관 중 한 명입니다.......죽으면 죽었지......당신들 따위한테 이 천공의 서를......넘겨줄 생각은 없습니다......."
".....그럼 결정된 것이군."

여자의 말을 듣자 더이상 들을 것도 없다는 듯이 남자가 여자 쪽으로 빠르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일반인은 눈을 크게 뜨고 자세히 봐도 제대로 보지 못할 속도였다. 쥐고 있던 카타나는 여자에게 향하고서 달려가던 남자를 조용히 바라보던 여자의 얼굴에는 죽음이 다가온다는 공포가 아닌 자그만한 미소가 떠오르고 있었다.

"빛의 신 루이시여, 부디 저의 영혼이 당신에게 도달하게 해주시옵소서."

그 말을 끝으로 여자는 뒤에 절벽을 향해 망설임없이 뛰어내렸다. 타인에 의해서 맞는 죽음보다 자신에 의해서 맞는 죽음을 선택한 것이었다. 순간 여자의 행동에 남자는 당황하면서 여자를 끌어당길려고 했지만 아쉽게도 여자의 옷에 손가락이 스치면서 결국 여자는 절벽 아래로 떨어져 버리고 말았다.

"젠장! 저 빌어먹을 년이!"

여자를 놓친 것에 분해하면서 남자는 욕지거리를 해대었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었다. 여자는 절벽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으며 남자는 자신의 임무를 달성하지 못했다. 같이 뛰어내리기에는 절벽이 너무 높았기 때문에 남자는 그저 하염없이 절벽 아래를 바라볼 뿐이었다.

"......어차피 임무는 반 정도 완수한 것이나 마찬가지. 책이 달아날 염려도 없으니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밑으로 내려가는 수 밖에 없겠군."

그 말을 끝으로 남자는 등을 돌려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는 길을 찾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곧 방금 두 사람이 있었던 장소는 다시 한번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적막감에 휩쌓이고 있었다.





에스테이나 산맥. 험준하면서도 수많은 괴물들이 서식하는 무서운 산맥이라고 불려지지만 그곳에는 엄연한 생명력이 있었다. 그리고 그 수많은 생명력 중에 하나가 에스테이나 산맥 중간 쯤에 위치한 한 오두막 집에서 자그만한 소동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래서. 결국 여행을 떠나겠다는 거냐?"

캄은 자신의 눈 앞에서 무릎을 꿇고서 간청을 하고 있는 자신의 제자 두 명을 보며 연신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오늘 아침부터 갑자기 시작된 모험을 하고 싶다는 칭얼거림 때문이다. 그는 한숨을 다시 한번 내리쉬며 단호하게 결의의 찬 눈빛을 하고 있는 두 제자에게 말했다.

"뭐, 여행을 떠나는 것은 너희들 마음이다만 그렇다고 해서 왜 거기에 나와 에레나까지 끌어들이는 거지?"

문제는 이것이었다. 둘이서만 간다면 그는 갖다오라고 하면서 흔쾌히 제자들에 요구를 응해줬을 것이지만 이 제자들은 자기들의 모험에 캄과 그와 같이 살고 있는 동거인 에레나를 끌어들이고 있었다. 그의 말에 제자 중에서 캄한테 검을 배운 다무라는 남자가 눈을 반짝이며 입을 열었다.

"저희들은 여행 초짜니까요!"
"누구는 여행 초짜 시절이 없는 줄 아냐? 다 경험이 중요한 거다."
"가이드가 한명 정도는 있어야지만 편하게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저희들은 생각합니다!"
"어따 대고 스승한테 가이드래? 니들이 아직 덜 맞았구나? 오늘 한번 비오는 날에 먼지가 난다는 말이 뭔지를 다시 한번 깨우쳐줄까?"

일 없다라는 표정을 지으며 그는 명백하게 여행을 갈려면 니들 둘이서 가라라는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유일한 특징이라 할 수가 있는 허리까지 오는 길다란 백발을 이리저리 손가락으로 만지면서 계속 자신을 부담스럽게 보는 제자들의 눈길을 무시하였다.

"하지만 스승님. 그래도 사제간의 정을 봐서라도 조금이나마 도와주신다면 정말로 감사하겠습니다."

다무 옆에 있는 카리나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여자가 조용히 고개를 숙이며 부탁을 해보았지만 캄의 태도에는 전혀 변함이 없었다. 이미 그의 몸 전체에서는 그딴 귀찮은 짓을 내가 왜 하냐라는 분위기도 나오고 있는 참이었다.

"내가 여행을 할 때는 아무것도 없이 정말 빈 손으로 시작했다."
"그거야 스승님이 엄청나게 강하시니까 가능한 것이잖아요!"
"맨 손으로 초거대 호랑이를 잡는 녀석이 할 말은 아니라고 본다만?"

캄의 태도는 확고했다. 한번 고집을 피우는 것은 어떤 한이 있더라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두 제자는 지난 경험으로 통해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 둘도 자신의 사부와 만만치 않을 정도의 고집을 갖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한번 정한 이상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밀고 나가는 점은 제자나 스승이나 둘 다 똑같은 것이다.

"에레나 스승님, 보시지만 마시고 어떻게 좀 해주세요!"

다무는 캄의 옆에서 난처하다는 웃음을 짓고 있는 한 여성을 바라보며 외쳤다. 적갈색 머리카락이 넘치는 생명력을 전해주는 것 같은 여성이었다. 어느 곳을 보더라도 건강미가 넘쳐나는 것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미인인 여성은 캄과 같이 동거를 하는 동시에 카리나한테 신성 마법을 다무한테는 무술의 기본기를 가르쳐준 그들의 또 다른 스승이었다.

"나한테 부탁을 해보아도....."

그녀의 얼굴에는 도와줄 수 없다는 안타까움으로 가득하였다. 애당초 이 집에 최고 권위자는 캄이었고 에레나 또한 캄의 결정에 군말없이 따라야 하는 처지이다. 그녀가 어떻게 하든 간에 캄이 마음을 움직여줄 리가 만무하다. 캄은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괜한 사람 끌어들이지 말고 가고 싶으면 니들끼리 가라잉? 니들 실력이면 어디가서도 꿀리지 않을만한 실력이니까 나와 에레나가 같이 가지 않더라도 충분히 모험을 즐길 수 있을 거다."
"싫습니다! 저희는 어떻게 해서든지 간에 스승님들과 같이 모험을 떠나겠습니다!"

서로 물러설 수 없다는 기백이 부딪쳤다. 더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캄의 눈에서는 약간에 짜증에 빛이 나타났고 다무와 카리나는 그런 사부의 눈빛을 보고서도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단호한 눈빛으로 캄의 눈빛에 맞서고 있었다. 참고로 이 집안에서 가장 냉철하게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에레나는 그저 어떻게 할 수가 없이 우왕좌왕 할 뿐이었다. 잠시간의 침묵이 흐른 후-

"니들이 드디어 죽고 싶어 환장한 모양이구나?"

드디어 캄의 입에서 욕지거리가 나오고 말았다. 이미 한계점에 이르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이상 자극을 했다가는 앞으로의 일은 안봐도 비디오라는 사실을 셋 모두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기에 아무리 고집이 고래심줄 같은 두 제자라 할 지라도 몸을 움찔 떨 수 밖에 없었다.

"오랜만에 나무 몽둥이로 집이 흔들릴 정도로 때려주리? 이번에는 사양하지 않고 풀스윙으로 정성을 들여서 때려볼까?"

여차하면 에레나한테 몽둥이를 갖고 오라고 시킬 기세이다. 이쯤되자 두 제자는 심각한 고민에 휩쌓일 수 밖에 없었다. 조금은 불안한 마음을 안고서 여행길에 오를 것인지 아니면 전치 3주를 맞이할 것인지. 특히 캄에게 중점적으로 가르침을 받았던 다무라서 저 말에 얼마나 큰 공포가 도사리고 있는지 머리와 몸 그리고 마음이 삼신일체를 이루어서 철저하게 깨닫고 있었다. 그리고 비록 가르침을 받지 않았지만 옆에서 지켜본 것이 있기 때문에 카리나도 다무와 마찬가지로 무서움에 몸을 떨었다.

"저기......캄. 그러지 말고 조금이라도 도와주는 것이 어떨까?"

순간 제자들의 눈에는 에레나의 모습에서 광명이 보였을 것이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에레나는 타이밍 좋게 제자들을 때릴려는 캄을 제지하면서 조심스레 부탁을 해보았다. 아무리 집 안의 최고 권위자가 캄이라지만 에레나한테도 어느 정도 발언권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기에 캄은 화를 풀고서 에레나의 말에 잠시 생각을 하는가 싶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애당초 세상은 자기가 직접 겪으면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 이 세상의 진실이야. 남의 도움을 받는 것은 아직 자기 앞가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어린 아이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나는 저 녀석들을 그렇게 나약하게 키우지 않았어."
"하지만 저 둘은 세상에 나가면 니가 말한 어린 아이들과 마찬가지라고. 그럼 도움을 받는 것이 낫지 않을까?"

에레나의 말에 캄은 흠이라는 소리와 함께 이번에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런 스승의 모습을 보는 두명의 제자에 눈에서는 일말의 기대감이 떠올랐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1초가 마치 1년처럼 느껴지는 기이한 시간의 흐름을 두 제자가 한껏 느끼는 동안 드디어 캄이 고개를 들었다. 고개를 든 그의 얼굴에서는 정말인지 귀찮다는 표정이 들어있었다.

"뭐, 잠시 세상구경 시켜준다는 셈치고 같이 가주지."

그 말에 두 제자는 속으로 만세삼창을 부르고 샴페인 뚜껑을 따는 등 축제 분위기가 형성이 되었다는 것은 안 봐도 비디오였다.

"대신 부려먹는 것은 평소보다 세배로 늘릴 테니까 그렇게 알도록."

그 말에 두 제자의 표정이 지옥 밑바닥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처럼 변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에레나의 표정에도 가엾다는 측은한 표정이 얼굴에 한껏 나왔다.

"그럼 지금 당장 준비해볼까?"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집은 강하지만 일단 한번 마음 먹은 일에는 신속하면서도 어떤 일이 있더라도 완수하는 그의 성격은 이 집안 사람들에게 깊은 신뢰를 주기에는 충분하다고 볼 수가 있었다. 그의 말에 에레나 또 한 고개를 끄덕이며 준비를 하기 위한 발걸음을 옮길려던 순간-

덜컹.

갑자기 문이 열렸다. 바람이 심하게 부는 것도 아닌데 문이 열리는 것에 일동 모두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캄을 제외한 모두가 숨을 삼키고 말았다. 그곳에는 한 눈에 보기에도 심각한 상처를 입은 것 같은 여자가 한 명 서 있었기 때문이다.

"....도......도와......도와주......"

간간히 입을 열어 무언가를 말했지만 워낙 상처가 심하고 기력이 없는 탓인지 여자의 말은 알아듣기가 매우 힘들었다. 신관복을 입고 있는 것 같지만 군데군데 피가 순백에 신관복에 묻어서 오히려 그녀의 상처가 더욱 심하게 보일 뿐이었다.

".....지.....켜......야......."
"에레나. 신성마법 중에서 가장 효과를 좋은 것으로 부탁해. 다무와 카리나는 어서 이 여자가 쉴만한 공간을 마련해."

일동 중에서 유일하게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캄이 재빨리 굳어있는 다른 이들을 깨우며 지시를 내렸다. 그의 말에 에레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고대어를 외우기 시작했고 다무와 카리나는 서둘러 일층에 있는 자신들의 방으로 향하였다. 캄은 서둘러 쓰러질려고 하는 여자를 부축하였다.

"심하군. 마치 절벽에 떨어진 것 같은-응?"

순간 여자의 품에서 무언가가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언뜻 보기에 그것은 책 같아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책보다는 여자의 상태가 중요했기에 캄은 여자를 안고서 조심스레 제자들의 방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마침 주문이 전부 다 끝냈는지 에레나의 양 손에서는 밝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신성마법은 주문이 발동되었을 때가 가장 큰 효과를 낸다는 것을 알고 있는 캄은 발걸음을 빨리하여 제자들의 방에 들어갔다. 그리고 거기에 있는 침대 두개 중에 가장 정돈이 잘 되어있는 침대 쪽으로 여자를 눕혔다.

"그럼 부탁할께."

캄의 말에 에레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여자쪽으로 다가갔다. 캄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밖으로 나갔고 두 제자는 여자가 걱정이 되는지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조용히 그 자리를 지켰다.

"....이거 새 옷으로 갈아입어야 하나?"

여자의 피로 더러워진 자신의 옷을 보며 캄은 아까 여자가 서있던 곳으로 가고 있었다. 아까 여자 품에서 떨어진 책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렇게 심하게 다친 상태에서도 가지고 있던 것을 본다면 여자한테 꽤나 중요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나중에 여자가 깨어났을 때 찾을 것을 대비해서 미리 주워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 그는 생각했다.

"....저깄군."

문 앞에 조용히 떨어져있는 책 한권을 보면서 그는 책을 향해 한걸음씩 내딛었다. 이윽고 몸을 숙이면 잡힐 곳까지 오자 그는 조용히 책을 바라보았다. 천으로 감싸져 있기는 하지만 천 사이로 군데군데 보이는 것이 영락없는 책이었다. 천에도 피가 묻어있는 것을 본다면 그녀가 얼마나 이 책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 수가 있었다. 아마 상처를 입을 때도 이 책을 놓지 않았을 것이다.

몸을 숙여 책을 잡았다. 그리고 둘러져 있는 천을 풀어내었다. 언뜻 보기에는 시중에서 사는 책과 그다지 달라보이지 않는 책이었다. 다만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겉표지에 써져있는 책의 제목이 대륙에서 쓰는 공용어가 아니라는 것이 다른 점이었다.

".....이건."

책의 겉표지를 보더니 캄의 표정이 일순 심각해졌다. 그리고는 서둘러서 책을 펼쳐 안의 내용까지 살펴보았다. 안의 내용 또한 공용어로 적혀 있지 않았지만 읽을 수 있다는 듯이 그의 눈이 바쁘게 움직였다. 곧 책을 덮었다. 그의 얼굴에는 아까 전과 같은 귀찮음보다는 심각한 표정만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어떻게 이 책이......"

그는 여자가 있는 제자들의 방으로 얼굴을 돌리며 조용히 책을 쥐고 있던 손에 힘을 주었다. 이미 그의 얼굴은 심각함과 동시에 알 수가 없다는 혼란스러움도 자리를 잡았지만 그 사실을 누구도 알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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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본 편의 주인공. 매사에 귀찮아 하며 자신의 일이 아닌 이상 움직이지 않을려고 하는 전형적인 귀차니즘 환자이지만 일단 자신의 일에 관해서만큼은 프로라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완벽하면서도 투철한 능력을 발휘한다. 검에 상당한 조예가 있지만 검보다는 오히려 권이 강하다고 볼 수가 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권을 쓰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눈치이다.

물질욕이나 독점욕이 지나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없기에 언제나 가난하게 살지만 본인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 듯 하다. 그에게 있어서 돈이란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정도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제자를 키우고 있지만 그의 입장에서는 제자가 아닌 노예라고 하는 편이 나을 정도로 제자를 부려먹는다. 본인 왈, 인생에 있어서 노예 한 두명이 있지 않으면 살기가 불편하다.

여러가지에 의미로 괴짜라는 말이 가장 어울리는 남자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워할 수도 없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백발의 머리가 그의 유일한 특징이라 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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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천천히나마 연재를 진행하고 있는 아스란드 전기입니다. 현재 3부까지 플롯이 만들어져 있는 초장편 판타지 소설이 될 것 같습니다.
현재 1부는 8개의 이야기로 구성을 하고 있으며 본편이 6개이며 나머지 2개는 외전으로 이야기를 꾸며나갈 생각입니다.
1부라도 제대로 끝냈으면 하는 바람이 있군요.......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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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애님의 댓글

류애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우오.. 이것은!!!

읽어봐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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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애님의 댓글

류애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재밌습니다. 충분히 매력적이에요~!!

제 취향이 아닌면이 있는 게 조금은 아쉽기도 하지만, 오랫만에 창작 판타지를 보게 되니 너무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기분을 좋게 해주셔서 감사.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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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애님의 댓글

류애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러고보니 1년만의 활동 재개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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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더경님의 댓글

베이더경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건필! 호오~8개의 이야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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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ka님의 댓글

pika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랜만의 글이군요 ㅇㅇ;

요상하게 요근래 환타지 쪽 글이 적게 올라온단 말이죠 ㅇㅇ;

물론 팬픽은 제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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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급센스님의 댓글

스타급센스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제야 판타지를 읽고 있는 저입니다. 와우... 연애물 저는 아직도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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