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g '아앗! 이건 나만의 이야기' - 모두의 벚꽃놀이와 자전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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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씨 괜찮으세요?"
"괜찮아. 조금 까졌을 뿐이야."
툭툭.
흐응~스쿨드! 이번엔 질투가 좀 심하구나.. 나의 시선을 느낀
소녀는 쌤통이라는 듯 입을 가리고 웃으며 공원 너머로 사라져갔다.
"아아! 같이 가. 스쿨드."
"에이! 뛰다 다이면(다치면) 큰일."
그 뒤를 센다와 이반이 사이좋게(?) 따라 간다.
오늘도 나와 베르단디가 붙어 있는 것이 보기 싫었는지 집을 나올 때부터 기회를
옅보던 어린 여신은 이렇게 작은 복수를 실천에 옮기고
도망을 친다.
위잉.
"고마워."
"후훗 천만에요."
미약한 빛의 떨림이 베르단디의 손에서 생겨나더니
나의 청바지에 묻은 핏자국과 쓰라린 고통이 지우개로 지우듯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고마워 베르단디!
"자 빨리 가자고~! 렛츠 브레이크 타임!"
"호호홋. 벌써부터 베르단디의 음식이 기대가 되네요!"
라며 잿밥에만 관심두는 노출증 중증 환자들(울드&페이오스)은 재껴두고~
베르의 화사한 미소. 지금 흩날리는 벚꽃과 같은 미소를 보아라.
나도 모르게 절로 웃음이 튀어 나온다. 이렇게 그녀와 함께 하는
평화로운 나날이 계속 된다면 좋으련만...
우당탕 쿵쾅.
"뭐, 뭐야?"
...물론 될리가 없었다.
거대 고렘과의 싸움, 그리고 그곳에서 희생된 자.
이런 끔찍한 기억들이 여신들과 마족들을 덮쳐왔다. 그러나
여신들은 불과 단 하루만에 모든 것을 기억에서 지워버렸다.
안전조항인가 뭔가 하는 터무니 없는 조항 때문이었다.
케이는 끝끝내 반대를 했지만 유그드라실이 적들의 해킹으로부터
무사히 풀려난 순간. 여신들의 마족동료에 대한 기억은 하나둘씩 지워져갔다.
물론 죽은자에게만 한해서였다.
어떻게 보면 다행이지만....
과연 본인의 의지와 상관도 없이 기억이 지워진 여신들이 이사실을 알게 된다면?
케이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더욱 암울하였다.
특히 옌지니예르를 동료로 데리고 온 정보부 소속 마족들은 더욱 그러했다.
그러나 그렇게 드러누워 슬퍼할수는 없었다.
케이는 언젠가는 모든 것을 설명할 것이라고 마음속으로 다짐하여
암울했던 지난 전투에 대한 슬픔을 말끔히 털어버렸다.
때마침 벚꽃이 아름답게 피어나 짧은 생명을 털어놓는 계절이 돌아왔다.
케이일행은 근처 네코미 공원의 벚꽃숲을 찾았다.
"이상기후때문인가? 작년보다 벚꽃잎이 더 화사하네?! 누나! 시글!! 밤페이군!!! 센다군!!!! 여기 와서 샘플 좀 채취해줘!"
돋보기와 핀셋을 들고 기괴한 기계를 설치하는 스쿨드는 활기찬 목소리로
자신을 도울 조수들을 불렀다.
스쿨드는 엘니뇨와 라니뇨가 일본지역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시작되는
굉장히 긴 보고서를 만들 것이라나 뭐라나?
덕택에 한동안은 스쿨드의 방해를 덜 받을 것이라 생각한 케이이치.
물론 그것은 한낱 망상에 그쳤다.
"뭐야! 뭘 그렇게 멍하니 봐. 케이이치도 이 벚꽃 검사기 '스고이군'-Mk2 설치에
협조좀 해!"
"...아 응."
케이는 쓴웃음을 내뱉으며 기계다리를 붙잡고 이리저리 씨름을 하였다.
그러나 일반인 수준의 체력을 지닌 케이가 감당할 물건이 아니었다.
보다못한 묠니르가 자신이 들고온 커다란 배낭을 나무 밑에 두고 그를
도와주었다.
"돗자리는 이렇게!"
"다!(네!) 가스빠진 케이(케이씨)"
작년에는 여신들과 케이이치, 치히로와 자동차부 동료들이 함께 모였지만
이번에는 가족들끼리 오붓한 시간(라고 쓰고 베르단디와의 오븟한으로 읽는.)
을 보내기 위해 모인 케이 일행. 물론 그 가족이란 범주에
손님 3명이 더 추가되었다. 그들 머리 위로 기후이상 현상 때문에 전보다
더 화사하게 핀 벚꽃잎들이 케이 일행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툭.
"아 죄송."
"이봐. 뭘 그리 멍하게 보기만 해? 당신. 돗자리 깔아!"
에휴 뭐가 그리 불만인지? 잔뜩 화가 오른 얼굴을 한채 불편한 다리로 무릎을
툭툭 치는 마족. 안나라는 이름의 이 미모의 마족은 평소에도 성화가
심하지만 오늘은 유난히 심했다. 그녀가 이렇게 욕지기를 내뱉는 이유는...
"흥! 이렇게 좁은 나라에서 이뽄스키(일본인)들은 어떻게 좁은 장소를 차지하고,
좁은 돗자리를 깔고, 좁은(?)꽃들을 구경하는 거지? 동양의 신비라도 되는가?"
잔뜩 비아낭까지 섞은 그녀는 휠체어를 탕탕 두들기며 으르렁거렸다.
지나가다 그녀를 실수로 툭 건드린 행인들은 안나의 싸늘한 오렌지 색 눈빛에
움찔하여 저절로 사라졌다. 근처에 돗자리를 깔던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
"으악! 비좁아. 이런 곳은 싫다고. 그냥 집에서 휠체어도 안 끌고 집에서.
까푸스타나 먹으면서 쉬고 싶다고!!"
그렇게 말한 뒤 러시아어로 이반에게 불평불만을 털어놓는 안나의
모습을 보고 있자이 벌써 한숨이 나온다. 케이는 그렇게 생각하였다.
정말 이렇게 정신없고 머리아픈 가족들을 제대로 통솔(?)하지 못했다가는
끔찍한 대형사고라도 칠 것만 같았다.
"까삐딴(대장) 그냥 포기하시죠. 저 분홍색 물결 아름답지 않습니까?!"
"흐응~저런 벚꽃나무들보단 차라리 러시아의 타이가 지대[한대림]에 펼쳐진
커다란 소나무들을 구경하는게 400배는 더..."
자기들만의 판타지에 빠진 안나를 달래기 위해 케이가 나서려는 찰나.
그만의 메시아(구원자)이자 하나뿐인 여신이 이 세상에 현신하였다.
물론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그녀는 진짜로 여신이다. 현재의 시간을 주관하는..
"벚꽃은 1년중 이때만을 위해 기다려요. 이 때가 아니면 자신을 쳐다보지도
않는 매정한 사람들을 위해서."
안나와 케이는 삼라만상의 모든 이치를 깨닫고 계시는 여신님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바다색보다 더 맑은 눈동자를 빛내며 빙그레 미소 짓는
베르단디가 서 있었다. 그녀느 미소를 머금은채 설명을 계속 이었다.
"그러나 벚꽃나무들은 절대 슬퍼하지 않는답니다. 그들은 지금 현재 여기에
온 모든 사람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성장하니까요. 안나씨도 그런
벚꽃들을 위해 기뻐해주시는 것은 어떨까요?"
베르단디의 말이 끝나자 일순간 주위가 조용해졌다. 호들갑을 떨며
벚꽃잎 채취에 열중하던 스쿨드와 그녀의 친구들도, 미리 꺼내지 말라고 당부한
청주와 보드카를 이미 꺼내 목구멍 너머로 넘기던 울드와 페이오스.
심지어 버럭 성만 내고 있던 안나와 그녀를 달래던 이반까지.
지나가던 행인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사실은 뒤이어 일어난 일이었다.
"그렇군. 뭐 오늘 하루만 즐겨보는 것도 나쁘진 않지! 어차피. 뉴스에서도 전쟁
소식은 거기서 거기던데."
맨날 화만 내는데 바쁜 안나가 코웃음을 치며 흥미롭다는 듯 베르단디를
올려다 보았다. 그러나 입가에는 환한 미소가 그어져 있었다.
그제서야 안나도 꽤나 아름다운 마족이란 사실을 깨달은 케이는 자신도 모르게
안나를 빤히 바라 보았다.
물론 그녀에 대한 호감은 털끝만큼도 없었지만 말이다.
"에이! 케이. 거기서 무해. 빨랑 돗자리를 깔고 휠체어를 접어야 벚꽃 구경을 하던
말던 할 것 아냐?!"
아. 그, 그래...쳇! 난 머슴이냐? 아름다운 미소를 짓다가
갑자기 기관총 쏘아대듯 말을 내뱉는 안나를 보며 케이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그를 발로 툭툭 건들며 역정을 냈다. 그런 안나의 모습에
케이는 어처구니가 없었고 베르단디는 호호 웃는다.
"걱정마세요. 안나씨는 케이씨가 싫은게 아니라...단지 말로 표현하질 못하는
것 뿐이에요. 당신이 맘에 든다는 표현을 항상 저렇게 발로 살짝 건들죠."
"아, 하하. 그렇구나. 베르단디.."
베르단디. 저건 발로 살짝 건드는 수준이 아냐....
베르단디의 맑은 눈동자에는 그저 살짝 물을 적시듯 발로 건드는 모습으로
보일지 모르나 케이에게는 흉악한 여자가 그를 짓누르려는듯 압착기를
가져다 댄 그런 모습이었다.
"그래! 맘껏 놀아보자고 여기 청주, 보트가 대령이오!"
"올드 바보! 술 꺼내지마~~아아! 역시 베르단디 언니는 최고."
미녀 2명과 마찬가지로 역시 꽃을 보는 듯한 화사한 미소를 짓는
여신들. 뒤이어 베르단디에게 훌륭하다며 박수를 보내거나 건배하라며
맥주가 가득 든 술잔을 가져다 주는 취객들도 있었다. 어쩄든 베르단디란
존재로 인하여 사람들은 여느 때보다 더욱 즐거운 벚꽃놀이를 즐길 수 있었다.
"오오오! 저 갈색 머리 아가씨의 말씀이 지당하다고. 벚꽃은 이때가 최고지!"
"간빠이!(건배!)"
챙.
주위에서 이어지는 얼굴이 많이 붉어진 아저씨들의 칭찬에 베르단디는
얼굴에 홍조를 그린채 수줍은 듯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에 중년남자들은
하하 웃으며 케이의 등을 세게 두드린다.
"콜록!"
놀란 케이가 기침을 하자 남자들은 더욱 재미있다는 듯 세게 두드렸다.
"청년 복 받았구만. 저런 좋은 아가씨와 일찍 결혼을 하다니...운도 좋수!"
"결혼 안 했어요."
넥타이를 거꾸로 맨 안경 쓴 남자가 부러움이 가득한 칭찬을 내뱉기도 전에
싸늘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뾰루퉁해진 스쿨드가 두뺨을 부풀린채
케이를 칭찬하는 남자의 말을 끉어먹었다. 뒤이은 폭소.
"푸하하하~형씨! 아이고 배아파라. 자기 언니 뺏기기 싫다고 저렇게 죽자살자
버티는 아가씨도 다 있구만."
"........."
"부디 잘해 보게나."
읔. 왠지 잘해보라는 말 한마디가 갑자기 서글프게 와닿는 이유는 뭘까?
케이는 한숨을 내쉬며 베르단디와 스쿨드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스쿨드는 쌤통이라는 듯 입만 뻥긋하여 뭐라고 중얼거렸다.
분명 '바보~변태 케이.'라고 말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녀 옆에 덩달아 붙은 이반은 뜻도 모르면서 그녀를 따라 '바보~변태'를 중얼
거렸다.
"저 꼬맹이는 악마야."
"뭐! 울드 뭐라고 했어!!"
울드가 지나가면서 내뱉은 한마디에 스쿨드가 이를 갈며 울드에게 달려 들었다.
음. 왠지 스쿨드의 엉덩이에 달린 날카로운 꼬리가 나한테도 보이는
이유는 뭘까나? 케이는 속으로 쓰디 쓴 눈물을 삼키며 하루 빨리 베르단디와의
결혼을 위해 좀 더 달리기로 마음 먹었다. 결혼이여 내가 간다!!
한편 중년 남자는 들고 온 음식들 중 뭔가를 스쿨드에게 건내주었다.
"하하하. 곧 매형될 사람에게 그렇게 말 하면 안되요~네 언니를 꼭 행복하게
만들어 줄거다. 푸하하~"
"흥~케이이치는 바보 변태에요!"
끝끝내 자기가 할 것도 아니면서 베르단디와 케이는 결혼을 절대 안 할 거라며
수십번을 못 박은 그녀를 보며 중년 남자는 졌다는 듯 혀를 끌끌 차며
화제를 다른 쪽으로 돌렸다.
"이거...최근에 개장한 아이스크림 전문점에서 만든 아이스크림이란다.
잘은 모르겠지만 유지방 131에 뭔가 특별한 재료를 혼합한 퓨전 아이스크림..."
"고맙습니다!!"
설명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걸신 들린 괴물마냥 눈을 번뜩이며
안의 내용물을 40초만에 비워버린 스쿨드. 그녀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입술에 묻은 아이스크림을 핥아 꺠끗이 먹어보였다.
중년 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허허. 맛있게 먹다 잘 가게나. 아아~그러고 보니 우리 자리가
빌 것 같으니 잘 사용하게나."
"아 고맙습니다."
"허허허. 그럼 청년. 언젠가는 저 아가씨와 손을 꼬옥~잡아 보길 기대하겠네."
남자의 의미심장한 미소를 알아본 케이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붉혔다.
그러나 베르단디만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으쓱하며 남자에게 도리어
반문을 하였다.
"어? 저와 케이씨는 매일 이렇게 손을 꼬옥 잡고 다니는데요?"
"푸하하~..순진한 아가씨구만. 그럼 잘 놀다 가게."
맘씨 좋은 취객의 등장으로 음식도 얻고, 자리까지 넓어진 케이 일행은
옳다쿠나 기뻐하며 돗자리에 앉았다. 휠체어는 좀 더 넓어진 공터(?)한구석에
모셔 둔 뒤. 베르단디와 이반, 묠니르가(이반과 묠니르는 조수.)만든
도시락들을 꺼내 가운데에 놓았다. 그런 뒤 묠니르가 들고 온 정체 불명의
물건들이 들어 있는 배낭(위험물로 추정. 차마 열지는 못했다.)을 둔 뒤
묠니르를 불렀다. 마치 경호원이라도 되는 양 나무 쪽에 바싹 붙어 앉아
주위를 둘러보는 붉은 눈동자의 마족은 무뚝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묠니르. 이쪽으로 와서 함께 놀죠?"
그래도 같은 지구도우미실 동료라고. 그를 챙겨주는 페이오스.
그러나 묠니르는 그녀의 제안을 거절한채 조용히 앉아 있기만 했다.
"괜찮으니까 빨랑 이쪽으로 와요!"
"하하. 안 오면 내가 이 보드카랑 샤슬릭 다 먹는다."
"야 이 은발의 마녀(울드)야! 내것도 좀 남겨줘!!"
아이스크림을 또 먹으며 재촉하는 스쿨드와 벌써 술에 취해
혀꼬부라진 울드와 그녀에게 암바를 먹이며 필사적으로 음식을 지키는
안나까지. 그리고 말은 없지만 눈웃음을 주는 케이이치와 베르단디까지.
"..........."
상관없겠지? 휴가라고 해서...온 것이니까.
묠니르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어 보이며 가져온 가방에서 물건들을
꺼내놓기 시작했다.
뭔가 굉장히 위험한 물건들이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가방에서 나온 것은 굉장히 커다란 물건과 그것을 기계로 만들어줄 조립
부품들이었다.
"어. 가라오케(노래방기계)다!"
유달리 게임방과 오락실, 노래방을 자주 다니는 울드가 그것을 먼저
알아보더니 좋다고 묠니르에게 달려 들어 재빨리 마이크를 낚아챘다.
묠니르는 마이크를 낚아챈 그녀를 잠깐 멍하니 바라본 뒤 관심없다는 듯
가라오케 기계 조립에만 열중했다.
약 3분 뒤 가라오케가 설치되어졌다.
전기를 끌어오는 일은 공업계학생인 케이이치가 있었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우와! 이런 것은 언제 산거야?"
"일렉트라 넷(모르시는 분들은 전편들 참조.)에 들렸을 때 괜찮은 놈으로 하나
샀습니다. 성능으로 치자면 잘 기름 닦고 조여진 T-72수준이더군요. 굉장히 기동성도 있고 괜찮은 모델이었습니다."
"T-72? -_-"
아무래도 무기인 것 같군. 그냥 무시하자.
케이는 머리 아픈 일은 무시하기로 하고 마이크를 쥔 채 벌써 노래선곡을 이미
끝마친 울드와 스쿨드, 페이오스를 바라보았다.
"호호호~이렇게 아름다운 꽃잎이 살랑살랑 내려오는 곳은 우리 여신님들의
무대나 다름 없죠? 자자~모두 노래를 불러볼까요?"
"당연하쥐이! 오랫만에 몸 좀 풀겠군."
페이오스의 당연한 제안에 모두들 서둘러 노래방 책자를 미친 듯이 뒤지기
시작했다. 선곡 20곡을 끝내 놓고 또 부르겠다고?
케이는 기가 막히다는 듯 혀를 끌끌 찼다. 그러나 싫지는 않았다.
여신들의 노래는 이 세상 최고의 노래이니까.
그 노래를 들어본 자가 끼어들어 소란스럽게 만들리 없었다.
'물론 저 기세등등하신 여신님들께서 과연 순순히 내 차례를 양보할지도 의문이고...'
덕택에 케이의 노래는 대부분 후반부에 선곡이 되어졌다나 뭐라나?
울드는 팔을 한바퀴 돌리며 스트레칭을 한 뒤 마이크를 주먹으로 툭툭 건드린 뒤
또 한번 팔을 휘둘렀다. 왠지 그 모습이 꼭 운동하기 전 몸푸는 사람들이
아닌 거만한 야쿠자들을 보는 듯 해 폭소가 튀어 나왔다.
울드의 고삐 풀린 망아지같은 성격을 보건데 야쿠자란 직업은
그녀에게 너무도 잘 어울리는 직업이 될 것만 같았다.
"아아~마이크 테스트! 모두들~나르으을~따르라아아아-!!"
"우오오!"
"거기 지나가던 꼬맹이들. 치킨 배달 하러 오신 아줌씨! 이 울드님께서 직접 친히
노래를 불러주시겠다. 딴 생각 말고 노래를 잘 듣도록!"
"넵."
울드의 손에 들린 마이크가 철퇴처럼 보이는 것은 왜일까?
케이는 알 수 없는 중압감에 쫄면처럼 잔뜩 쫄아버린 채 울드를 올려다 보았다.
그녀는 심호흡을 한번 한 뒤 있는 힘껏 고함을 질렀다.
"뮤지익~스타트---!!"
"괜찮아. 조금 까졌을 뿐이야."
툭툭.
흐응~스쿨드! 이번엔 질투가 좀 심하구나.. 나의 시선을 느낀
소녀는 쌤통이라는 듯 입을 가리고 웃으며 공원 너머로 사라져갔다.
"아아! 같이 가. 스쿨드."
"에이! 뛰다 다이면(다치면) 큰일."
그 뒤를 센다와 이반이 사이좋게(?) 따라 간다.
오늘도 나와 베르단디가 붙어 있는 것이 보기 싫었는지 집을 나올 때부터 기회를
옅보던 어린 여신은 이렇게 작은 복수를 실천에 옮기고
도망을 친다.
위잉.
"고마워."
"후훗 천만에요."
미약한 빛의 떨림이 베르단디의 손에서 생겨나더니
나의 청바지에 묻은 핏자국과 쓰라린 고통이 지우개로 지우듯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고마워 베르단디!
"자 빨리 가자고~! 렛츠 브레이크 타임!"
"호호홋. 벌써부터 베르단디의 음식이 기대가 되네요!"
라며 잿밥에만 관심두는 노출증 중증 환자들(울드&페이오스)은 재껴두고~
베르의 화사한 미소. 지금 흩날리는 벚꽃과 같은 미소를 보아라.
나도 모르게 절로 웃음이 튀어 나온다. 이렇게 그녀와 함께 하는
평화로운 나날이 계속 된다면 좋으련만...
우당탕 쿵쾅.
"뭐, 뭐야?"
...물론 될리가 없었다.
거대 고렘과의 싸움, 그리고 그곳에서 희생된 자.
이런 끔찍한 기억들이 여신들과 마족들을 덮쳐왔다. 그러나
여신들은 불과 단 하루만에 모든 것을 기억에서 지워버렸다.
안전조항인가 뭔가 하는 터무니 없는 조항 때문이었다.
케이는 끝끝내 반대를 했지만 유그드라실이 적들의 해킹으로부터
무사히 풀려난 순간. 여신들의 마족동료에 대한 기억은 하나둘씩 지워져갔다.
물론 죽은자에게만 한해서였다.
어떻게 보면 다행이지만....
과연 본인의 의지와 상관도 없이 기억이 지워진 여신들이 이사실을 알게 된다면?
케이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더욱 암울하였다.
특히 옌지니예르를 동료로 데리고 온 정보부 소속 마족들은 더욱 그러했다.
그러나 그렇게 드러누워 슬퍼할수는 없었다.
케이는 언젠가는 모든 것을 설명할 것이라고 마음속으로 다짐하여
암울했던 지난 전투에 대한 슬픔을 말끔히 털어버렸다.
때마침 벚꽃이 아름답게 피어나 짧은 생명을 털어놓는 계절이 돌아왔다.
케이일행은 근처 네코미 공원의 벚꽃숲을 찾았다.
"이상기후때문인가? 작년보다 벚꽃잎이 더 화사하네?! 누나! 시글!! 밤페이군!!! 센다군!!!! 여기 와서 샘플 좀 채취해줘!"
돋보기와 핀셋을 들고 기괴한 기계를 설치하는 스쿨드는 활기찬 목소리로
자신을 도울 조수들을 불렀다.
스쿨드는 엘니뇨와 라니뇨가 일본지역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시작되는
굉장히 긴 보고서를 만들 것이라나 뭐라나?
덕택에 한동안은 스쿨드의 방해를 덜 받을 것이라 생각한 케이이치.
물론 그것은 한낱 망상에 그쳤다.
"뭐야! 뭘 그렇게 멍하니 봐. 케이이치도 이 벚꽃 검사기 '스고이군'-Mk2 설치에
협조좀 해!"
"...아 응."
케이는 쓴웃음을 내뱉으며 기계다리를 붙잡고 이리저리 씨름을 하였다.
그러나 일반인 수준의 체력을 지닌 케이가 감당할 물건이 아니었다.
보다못한 묠니르가 자신이 들고온 커다란 배낭을 나무 밑에 두고 그를
도와주었다.
"돗자리는 이렇게!"
"다!(네!) 가스빠진 케이(케이씨)"
작년에는 여신들과 케이이치, 치히로와 자동차부 동료들이 함께 모였지만
이번에는 가족들끼리 오붓한 시간(라고 쓰고 베르단디와의 오븟한으로 읽는.)
을 보내기 위해 모인 케이 일행. 물론 그 가족이란 범주에
손님 3명이 더 추가되었다. 그들 머리 위로 기후이상 현상 때문에 전보다
더 화사하게 핀 벚꽃잎들이 케이 일행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툭.
"아 죄송."
"이봐. 뭘 그리 멍하게 보기만 해? 당신. 돗자리 깔아!"
에휴 뭐가 그리 불만인지? 잔뜩 화가 오른 얼굴을 한채 불편한 다리로 무릎을
툭툭 치는 마족. 안나라는 이름의 이 미모의 마족은 평소에도 성화가
심하지만 오늘은 유난히 심했다. 그녀가 이렇게 욕지기를 내뱉는 이유는...
"흥! 이렇게 좁은 나라에서 이뽄스키(일본인)들은 어떻게 좁은 장소를 차지하고,
좁은 돗자리를 깔고, 좁은(?)꽃들을 구경하는 거지? 동양의 신비라도 되는가?"
잔뜩 비아낭까지 섞은 그녀는 휠체어를 탕탕 두들기며 으르렁거렸다.
지나가다 그녀를 실수로 툭 건드린 행인들은 안나의 싸늘한 오렌지 색 눈빛에
움찔하여 저절로 사라졌다. 근처에 돗자리를 깔던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
"으악! 비좁아. 이런 곳은 싫다고. 그냥 집에서 휠체어도 안 끌고 집에서.
까푸스타나 먹으면서 쉬고 싶다고!!"
그렇게 말한 뒤 러시아어로 이반에게 불평불만을 털어놓는 안나의
모습을 보고 있자이 벌써 한숨이 나온다. 케이는 그렇게 생각하였다.
정말 이렇게 정신없고 머리아픈 가족들을 제대로 통솔(?)하지 못했다가는
끔찍한 대형사고라도 칠 것만 같았다.
"까삐딴(대장) 그냥 포기하시죠. 저 분홍색 물결 아름답지 않습니까?!"
"흐응~저런 벚꽃나무들보단 차라리 러시아의 타이가 지대[한대림]에 펼쳐진
커다란 소나무들을 구경하는게 400배는 더..."
자기들만의 판타지에 빠진 안나를 달래기 위해 케이가 나서려는 찰나.
그만의 메시아(구원자)이자 하나뿐인 여신이 이 세상에 현신하였다.
물론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그녀는 진짜로 여신이다. 현재의 시간을 주관하는..
"벚꽃은 1년중 이때만을 위해 기다려요. 이 때가 아니면 자신을 쳐다보지도
않는 매정한 사람들을 위해서."
안나와 케이는 삼라만상의 모든 이치를 깨닫고 계시는 여신님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바다색보다 더 맑은 눈동자를 빛내며 빙그레 미소 짓는
베르단디가 서 있었다. 그녀느 미소를 머금은채 설명을 계속 이었다.
"그러나 벚꽃나무들은 절대 슬퍼하지 않는답니다. 그들은 지금 현재 여기에
온 모든 사람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성장하니까요. 안나씨도 그런
벚꽃들을 위해 기뻐해주시는 것은 어떨까요?"
베르단디의 말이 끝나자 일순간 주위가 조용해졌다. 호들갑을 떨며
벚꽃잎 채취에 열중하던 스쿨드와 그녀의 친구들도, 미리 꺼내지 말라고 당부한
청주와 보드카를 이미 꺼내 목구멍 너머로 넘기던 울드와 페이오스.
심지어 버럭 성만 내고 있던 안나와 그녀를 달래던 이반까지.
지나가던 행인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사실은 뒤이어 일어난 일이었다.
"그렇군. 뭐 오늘 하루만 즐겨보는 것도 나쁘진 않지! 어차피. 뉴스에서도 전쟁
소식은 거기서 거기던데."
맨날 화만 내는데 바쁜 안나가 코웃음을 치며 흥미롭다는 듯 베르단디를
올려다 보았다. 그러나 입가에는 환한 미소가 그어져 있었다.
그제서야 안나도 꽤나 아름다운 마족이란 사실을 깨달은 케이는 자신도 모르게
안나를 빤히 바라 보았다.
물론 그녀에 대한 호감은 털끝만큼도 없었지만 말이다.
"에이! 케이. 거기서 무해. 빨랑 돗자리를 깔고 휠체어를 접어야 벚꽃 구경을 하던
말던 할 것 아냐?!"
아. 그, 그래...쳇! 난 머슴이냐? 아름다운 미소를 짓다가
갑자기 기관총 쏘아대듯 말을 내뱉는 안나를 보며 케이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그를 발로 툭툭 건들며 역정을 냈다. 그런 안나의 모습에
케이는 어처구니가 없었고 베르단디는 호호 웃는다.
"걱정마세요. 안나씨는 케이씨가 싫은게 아니라...단지 말로 표현하질 못하는
것 뿐이에요. 당신이 맘에 든다는 표현을 항상 저렇게 발로 살짝 건들죠."
"아, 하하. 그렇구나. 베르단디.."
베르단디. 저건 발로 살짝 건드는 수준이 아냐....
베르단디의 맑은 눈동자에는 그저 살짝 물을 적시듯 발로 건드는 모습으로
보일지 모르나 케이에게는 흉악한 여자가 그를 짓누르려는듯 압착기를
가져다 댄 그런 모습이었다.
"그래! 맘껏 놀아보자고 여기 청주, 보트가 대령이오!"
"올드 바보! 술 꺼내지마~~아아! 역시 베르단디 언니는 최고."
미녀 2명과 마찬가지로 역시 꽃을 보는 듯한 화사한 미소를 짓는
여신들. 뒤이어 베르단디에게 훌륭하다며 박수를 보내거나 건배하라며
맥주가 가득 든 술잔을 가져다 주는 취객들도 있었다. 어쩄든 베르단디란
존재로 인하여 사람들은 여느 때보다 더욱 즐거운 벚꽃놀이를 즐길 수 있었다.
"오오오! 저 갈색 머리 아가씨의 말씀이 지당하다고. 벚꽃은 이때가 최고지!"
"간빠이!(건배!)"
챙.
주위에서 이어지는 얼굴이 많이 붉어진 아저씨들의 칭찬에 베르단디는
얼굴에 홍조를 그린채 수줍은 듯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에 중년남자들은
하하 웃으며 케이의 등을 세게 두드린다.
"콜록!"
놀란 케이가 기침을 하자 남자들은 더욱 재미있다는 듯 세게 두드렸다.
"청년 복 받았구만. 저런 좋은 아가씨와 일찍 결혼을 하다니...운도 좋수!"
"결혼 안 했어요."
넥타이를 거꾸로 맨 안경 쓴 남자가 부러움이 가득한 칭찬을 내뱉기도 전에
싸늘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뾰루퉁해진 스쿨드가 두뺨을 부풀린채
케이를 칭찬하는 남자의 말을 끉어먹었다. 뒤이은 폭소.
"푸하하하~형씨! 아이고 배아파라. 자기 언니 뺏기기 싫다고 저렇게 죽자살자
버티는 아가씨도 다 있구만."
"........."
"부디 잘해 보게나."
읔. 왠지 잘해보라는 말 한마디가 갑자기 서글프게 와닿는 이유는 뭘까?
케이는 한숨을 내쉬며 베르단디와 스쿨드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스쿨드는 쌤통이라는 듯 입만 뻥긋하여 뭐라고 중얼거렸다.
분명 '바보~변태 케이.'라고 말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녀 옆에 덩달아 붙은 이반은 뜻도 모르면서 그녀를 따라 '바보~변태'를 중얼
거렸다.
"저 꼬맹이는 악마야."
"뭐! 울드 뭐라고 했어!!"
울드가 지나가면서 내뱉은 한마디에 스쿨드가 이를 갈며 울드에게 달려 들었다.
음. 왠지 스쿨드의 엉덩이에 달린 날카로운 꼬리가 나한테도 보이는
이유는 뭘까나? 케이는 속으로 쓰디 쓴 눈물을 삼키며 하루 빨리 베르단디와의
결혼을 위해 좀 더 달리기로 마음 먹었다. 결혼이여 내가 간다!!
한편 중년 남자는 들고 온 음식들 중 뭔가를 스쿨드에게 건내주었다.
"하하하. 곧 매형될 사람에게 그렇게 말 하면 안되요~네 언니를 꼭 행복하게
만들어 줄거다. 푸하하~"
"흥~케이이치는 바보 변태에요!"
끝끝내 자기가 할 것도 아니면서 베르단디와 케이는 결혼을 절대 안 할 거라며
수십번을 못 박은 그녀를 보며 중년 남자는 졌다는 듯 혀를 끌끌 차며
화제를 다른 쪽으로 돌렸다.
"이거...최근에 개장한 아이스크림 전문점에서 만든 아이스크림이란다.
잘은 모르겠지만 유지방 131에 뭔가 특별한 재료를 혼합한 퓨전 아이스크림..."
"고맙습니다!!"
설명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걸신 들린 괴물마냥 눈을 번뜩이며
안의 내용물을 40초만에 비워버린 스쿨드. 그녀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입술에 묻은 아이스크림을 핥아 꺠끗이 먹어보였다.
중년 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허허. 맛있게 먹다 잘 가게나. 아아~그러고 보니 우리 자리가
빌 것 같으니 잘 사용하게나."
"아 고맙습니다."
"허허허. 그럼 청년. 언젠가는 저 아가씨와 손을 꼬옥~잡아 보길 기대하겠네."
남자의 의미심장한 미소를 알아본 케이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붉혔다.
그러나 베르단디만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으쓱하며 남자에게 도리어
반문을 하였다.
"어? 저와 케이씨는 매일 이렇게 손을 꼬옥 잡고 다니는데요?"
"푸하하~..순진한 아가씨구만. 그럼 잘 놀다 가게."
맘씨 좋은 취객의 등장으로 음식도 얻고, 자리까지 넓어진 케이 일행은
옳다쿠나 기뻐하며 돗자리에 앉았다. 휠체어는 좀 더 넓어진 공터(?)한구석에
모셔 둔 뒤. 베르단디와 이반, 묠니르가(이반과 묠니르는 조수.)만든
도시락들을 꺼내 가운데에 놓았다. 그런 뒤 묠니르가 들고 온 정체 불명의
물건들이 들어 있는 배낭(위험물로 추정. 차마 열지는 못했다.)을 둔 뒤
묠니르를 불렀다. 마치 경호원이라도 되는 양 나무 쪽에 바싹 붙어 앉아
주위를 둘러보는 붉은 눈동자의 마족은 무뚝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묠니르. 이쪽으로 와서 함께 놀죠?"
그래도 같은 지구도우미실 동료라고. 그를 챙겨주는 페이오스.
그러나 묠니르는 그녀의 제안을 거절한채 조용히 앉아 있기만 했다.
"괜찮으니까 빨랑 이쪽으로 와요!"
"하하. 안 오면 내가 이 보드카랑 샤슬릭 다 먹는다."
"야 이 은발의 마녀(울드)야! 내것도 좀 남겨줘!!"
아이스크림을 또 먹으며 재촉하는 스쿨드와 벌써 술에 취해
혀꼬부라진 울드와 그녀에게 암바를 먹이며 필사적으로 음식을 지키는
안나까지. 그리고 말은 없지만 눈웃음을 주는 케이이치와 베르단디까지.
"..........."
상관없겠지? 휴가라고 해서...온 것이니까.
묠니르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어 보이며 가져온 가방에서 물건들을
꺼내놓기 시작했다.
뭔가 굉장히 위험한 물건들이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가방에서 나온 것은 굉장히 커다란 물건과 그것을 기계로 만들어줄 조립
부품들이었다.
"어. 가라오케(노래방기계)다!"
유달리 게임방과 오락실, 노래방을 자주 다니는 울드가 그것을 먼저
알아보더니 좋다고 묠니르에게 달려 들어 재빨리 마이크를 낚아챘다.
묠니르는 마이크를 낚아챈 그녀를 잠깐 멍하니 바라본 뒤 관심없다는 듯
가라오케 기계 조립에만 열중했다.
약 3분 뒤 가라오케가 설치되어졌다.
전기를 끌어오는 일은 공업계학생인 케이이치가 있었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우와! 이런 것은 언제 산거야?"
"일렉트라 넷(모르시는 분들은 전편들 참조.)에 들렸을 때 괜찮은 놈으로 하나
샀습니다. 성능으로 치자면 잘 기름 닦고 조여진 T-72수준이더군요. 굉장히 기동성도 있고 괜찮은 모델이었습니다."
"T-72? -_-"
아무래도 무기인 것 같군. 그냥 무시하자.
케이는 머리 아픈 일은 무시하기로 하고 마이크를 쥔 채 벌써 노래선곡을 이미
끝마친 울드와 스쿨드, 페이오스를 바라보았다.
"호호호~이렇게 아름다운 꽃잎이 살랑살랑 내려오는 곳은 우리 여신님들의
무대나 다름 없죠? 자자~모두 노래를 불러볼까요?"
"당연하쥐이! 오랫만에 몸 좀 풀겠군."
페이오스의 당연한 제안에 모두들 서둘러 노래방 책자를 미친 듯이 뒤지기
시작했다. 선곡 20곡을 끝내 놓고 또 부르겠다고?
케이는 기가 막히다는 듯 혀를 끌끌 찼다. 그러나 싫지는 않았다.
여신들의 노래는 이 세상 최고의 노래이니까.
그 노래를 들어본 자가 끼어들어 소란스럽게 만들리 없었다.
'물론 저 기세등등하신 여신님들께서 과연 순순히 내 차례를 양보할지도 의문이고...'
덕택에 케이의 노래는 대부분 후반부에 선곡이 되어졌다나 뭐라나?
울드는 팔을 한바퀴 돌리며 스트레칭을 한 뒤 마이크를 주먹으로 툭툭 건드린 뒤
또 한번 팔을 휘둘렀다. 왠지 그 모습이 꼭 운동하기 전 몸푸는 사람들이
아닌 거만한 야쿠자들을 보는 듯 해 폭소가 튀어 나왔다.
울드의 고삐 풀린 망아지같은 성격을 보건데 야쿠자란 직업은
그녀에게 너무도 잘 어울리는 직업이 될 것만 같았다.
"아아~마이크 테스트! 모두들~나르으을~따르라아아아-!!"
"우오오!"
"거기 지나가던 꼬맹이들. 치킨 배달 하러 오신 아줌씨! 이 울드님께서 직접 친히
노래를 불러주시겠다. 딴 생각 말고 노래를 잘 듣도록!"
"넵."
울드의 손에 들린 마이크가 철퇴처럼 보이는 것은 왜일까?
케이는 알 수 없는 중압감에 쫄면처럼 잔뜩 쫄아버린 채 울드를 올려다 보았다.
그녀는 심호흡을 한번 한 뒤 있는 힘껏 고함을 질렀다.
"뮤지익~스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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