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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란드 전기-천공의 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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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의 말대로 불과 몇일 전에 천공의 신전은 그 기능을 회복했다고 한다. 그렇기에 300년 전에 맺었던 조약에 따라 천공의 서를 돌려주기 위한 여행을 떠났고 그 중에 한명으로 자신이 뽑혔다고 한다.

"기능이 회복된 천공의 신전은 델라국에 있다고 했습니다. 그렇기에 저희들은 에스테이나 산맥을 지날 수 밖에 없었고 만반의 준비를 갖춘 채 산맥 속으로 들어온 것입니다."
"흐음, 확실히 천공의 서를 보관하고 있는 루의 신전은 신성 마법의 근원지라고 불리는 라카엘. 무역의 중심지라 불리는 델라국까지 갈려면 이 산맥을 넘어야 겠지. "

잠시 머리 속으로 대륙의 모습을 그리며 그는 납득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닌게 아니라 지리적 요건으로 인해서 신성 마법의 근원지라 불리는 라카엘은 육로로 통하는 길이 전부 산맥으로 막혀있었다. 물론 이런 이유로 인마전쟁에서 라카엘에 있는 신전들이 무사했었던 이유이기도 하지만 지금 이렇게 다른 나라로 넘어갈려고 하면 유용하기보다는 오히려 귀찮은 방해물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해로로 통해서 가는 길이 있지만 워낙 빙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실질상 해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확실하면서도 빠른 시일 내에 라카엘에서 델라국으로 가는 것은 조금 힘이 들더라도 육로를 통하는 것이 정답이었다. 물론 두 길 모두가 넘어가는 과정이 힘들다는 것은 똑같기는 하지만 말이다.

"아무런 문제도 없이 무사히 임무를 마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렇기에 저희들에 발걸음도 비교적 가벼웠고 만약을 대비해 소수 정예로 교황께서 보내주신 빛의 기사들도 저희들과 같은 길을 걸었습니다. 모든 것이 다 잘될 거라고 저는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건 저만의 자그만한 착각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언뜻 그녀의 얼굴에는 슬픔이 담겨져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괴로운 것을 참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다시는 생각하고도 싶지 않다는 악몽을 떠올리는 듯 했다. 하지만 캄은 말리지 않았다. 애당초 자신은 이 일에 대한 진상을 알기 원했고 그녀는 그것에 동의하였다. 단순히 그런 이유 때문에 그는 리아를 말리지 않는 것이다. 곧 리아가 입을 열었지만 여전히 그녀의 표정은 괴로워 보였다.

".....정말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빛의 기사들이 쓰러진다고 보여진 순간 어느새 제 주위에는 고통에 가득찬 비명소리만이 들릴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저를 제외한 모두가 죽고 말았습니다. 순간 너무나도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누가 이 천공의 서를 노리고 있을지도 몰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천공의 서를 들고서 냅다 달렸습니다. 그러던 도중 천공의 서를 지키기 위해서 제 스스로 절벽에 떨어지고 성치 않은 몸으로 무작정 이곳까지 걸어온 것입니다."

비록 짧은 말이었지만 그 말 속에는 캄이 물어보았던 모든 질문의 답이 들어있었다. 그녀의 대답에 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마치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이었다. 그런 캄을 바라보며 에레나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무슨 생각에 잠겨있어?"
"그냥. 앞으로의 여정을 잠시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야."

순간 이 자리에 에레나만이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미 목표가 정해진 이상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가는 것이 캄이었다. 비록 그 길이 힘들고 어렵다 하더라도 자신이 믿고 있는 신념을 가지고 한번의 망설임도 없이 가는 것이 바로 캄이라는 사내이다. 지금까지 그래왔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그런 캄이 이미 정해진 여행을 다시 한번 생각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말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그 이유는 그녀가 캄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나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녀는 캄을 믿는다. 그렇기에 그는 캄의 거짓말을 눈 감아주는 것이다. 한참 생각에 잠겨있던 캄이 곧 고개를 들어 리아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뭐, 어째든 간에 여행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겠지. 리아라고 했던가? 말을 들어보니까 꽤나 못쓸 짓을 당했기는 하지만 그런 것을 생각할 여유는 없겠지? 너한테는 지금 이 천공의 서를 델라에 있는 신전에다가 전해야 한다는 사명이 남아있으니까."
".....그 일을 생각하면 괴롭기는 하지만 당신의 말이 맞습니다. 죽어간 분들에게 떳떳하게 고개를 들기 위해서 저는 반드시 책을 신전에다가 전해줄 의무가 있습니다."

그의 말에 리아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각오를 굳힌 얼굴이었다. 그녀에 얼굴에 캄은 마음에 든다는 듯이 휘파람을 불며 웃었다.

"그렇게 말해야 위대한 빛의 신 루를 섬기는 신관이지. 뭐, 니가 깨어나기 전에 이미 결정된 사항인데 우린 이 책을 천공의 신전에 전해주기로 했어."
"그.....그 말이 정말이십니까?"

그의 말에 리아의 얼굴에는 놀라움과 기쁨이 같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책으로 우리가 사용할 용도는 기껏해야 땔감 정도고 마침 여행을 시작할려는 찰나에 니가 들어온 거거든. 딱히 생각나는 목적지도 없고 그래서 겸사겸사 하는 거니까 너무 기뻐하지는 말라고."
"가......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리아의 말에 캄은 혀를 차며 '감사는 됐다니까.'라는 말을 중얼거리며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가기 직전 그는 에레나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잠시 밖에 나가 있을 테니까 걸어다닐 수 있을 정도로 몸이 회복되면 알려줘. 제한 시간은 1시간. 그 시간 내에 몸이 움직이지 못하면 마법을 써서라도 움직이게 만들어."
"여전히 참을성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니까."

에레나의 푸념을 들으며 그는 밖으로 나갔다. 방문을 나서고 거실쪽으로 걸어간 다음 출입문을 열고서 시원한 바람이 부는 밖으로 나왔다. 바깥의 날씨는 정말인지 여행을 간다면 기분이 절로 좋아질 정도로 상쾌했다. 나무들의 가지와 잎이 하늘을 뒤덮었기에 어두웠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깜깜한 어둠은 아니었다. 그저 하늘에 천을 덮은 듯이 약간의 어둠만이 내려앉았을 뿐이다. 그렇지만 군데군데 사이를 뚫고서 내리쬐는 태양은 그런 어둠마저 기분 좋게 만들었다.

"........"

하지만 그런 상쾌한 날씨에 비해 캄의 얼굴은 그다지 밝다고 볼 수가 없었다. 오히려 진지한 얼굴로 주위를 바라보며 경계를 하고 있었다. 얼마나 경계를 했을까. 캄이 어느 한쪽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나와."

그 한마디만 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 한마디에 마치 분위기가 바뀐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마치 얼어붙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호오, 나의 기척을 눈치채다니 제법 실력이 있는 남자인 것 같군."

그와 동시에 그가 쳐다보고 있던 쪽으로 한 남자가 나타났다. 몸 전체를 흑색의 옷으로 뒤덮고 있었으며 심지어는 얼굴도 눈을 제외한 모든 것을 두건으로 감싸고 있었다. 그가 남자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그의 체형과 그의 목소리였다.

"긴말은 하지 않겠다. 그쪽으로 여자가 한 명 들어왔지? 그 여자가 갖고 있는 책을 원한다."
".....책? 무슨 말을 하는건지 전혀 알아듣지 못하겠다만?"

남자의 말에 캄은 무슨 말이냐는 듯 부정을 하였다. 그의 말에 남자의 눈에 이채가 돌았다. 순간 캄은 살기를 느끼고서 자신이 있던 자리에서 한발짝 뒤로 물러났다. 그가 물러난 자리에는 어느샌가 자그만한 단검 한자루가 땅에 수직으로 박혀있었다.

"......이건 무슨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지?"

캄이 조용히 남자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아까 전과는 달랐다. 눈이 날카롭게 변하고 온 몸에서는 그의 투기가 나오고 있었다. 여차하면 남자를 공격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그런 캄의 태도에 남자는 긴장을 했는지 그의 눈에서는 약간의 경계가 있다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가볍게 던진 것이라곤 하지만 내 공격을 피해내다니. 제법이군."
"살기를 느낀다면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니지. 그나저나 니 놈, 어쌔신인가? 그 움직임을 보자니 상당한 실력을 갖고 있는 것 같군."

어쌔신. 어둠에 맹약을 맺은 자들로서 모든 암살자를 통칭하는 말이기도 하다. 움직임이 빠르며 암살자답게 정면에서 승부하는 것보다 상대방이 빈틈을 보였을 경우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 공격하는 자들이다. 하지만 그것이 캄에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지금 캄에게 중요한 것이 눈 앞에 있는 남자가 자신에게 적의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부터 너를 나의 적으로 인식하지. 덤빌려면 빨리 덤벼라. 이래뵈도 꽤나 스케줄이 밀려있어서 말이야."

몸을 숙여 앞에 있는 단검을 집고서 자세를 잡았다. 단검을 집는 순간 검 끝에 살기와 투기가 한데 어울려 져 있다는 것을 남자는 뚜렷하게 볼 수가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캄에게서 빈틈이 없어졌다. 그의 눈은 마치 독수리처럼 빛나고 있었으며 몸 전체에서는 단 한순간도 남자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기백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네 놈......."

남자가 캄에게서 느껴지는 기백에 눌리고 말았는지 섣불리 다가서지를 못했다. 어쌔신인 자신이 보더라도 전혀 틈이 보이지 않는 자세에 도대체 어디부터 공격을 해야할 지 그로서는 전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왜 그러지? 빨리 덤비라니까?"

캄에 재촉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움직일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얼만큼의 시간이 흘렀을까. 실제로는 그다지 시간이 지나지 않았지만 캄과 남자에게는 그 시간이 마치 몇년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서서 오직 상대방을 경계하는 그 시간이 너무나도 둘에게는 길게 느껴졌다.

".......쳇."

지금 이 상황에 캄은 혀를 차고 말았다. 아닌게 아니라 그저 가만히 서 있는 것 같은데도 남자에게서 틈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자신이 당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캄은 이 싸움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거기다가 어쌔신은 암살을 위해서 수많은 무기들을 사용하는 방법을 익히기 때문에 한가지 무기만을 사용하는 캄에게 있어서 어쌔신이란 귀찮은 존재들이었다. 실제로 그는 옛날에 어쌔신의 왕이라고 불리는 자하고 싸운 적이 있었다. 결과는 그의 승리였지만 상대 또한 만만치 않았기에 그는 싸움 후에 5달 동안 의료 기관에서 입원을 했을 정도이다.

지금 상대는 그때와 비교한다면 낮은 실력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무시할만한 실력도 아니기에 결과적으로 캄은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 경계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은 포기할 수 밖에 없겠군."

갑자기 남자가 자세를 풀었다. 순간 공격인가 싶어 자세를 더욱 견고히 했지만 남자가 아무 짓도 안한다는 것을 깨닫고서 캄도 조용히 올리고 있던 단검을 내렸다.

"하지만 너무 좋아하지는 마라. 그 책이 너희들한테 있다는 것은 다 알고 있으니까. 나중에 다시 찾아올 때는 성대한 환영을 기대하는 것이 좋을거다."
"아까부터 무슨 말을 하는 건지는 모르겠다만 갈거면 조용히 가라. 아까 전에 말했듯이 내가 이래뵈도 스케줄이 있는 몸이거든."

들고 있던 단검을 던졌다. 똑바로 남자에게 날아갔다. 남자는 자신에게 날아오는 단검을 두 손가락으로 가볍게 잡고서 자신의 품 속으로 단검을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조용히 몸을 돌려 어둠 속으로 녹아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이름을 묻지 않았군. 나는 코드네임으로 시마드라고 불리고 있지. 니 놈의 이름을 듣고 싶다."

사라지기 바로 직전 시마드라고 이름을 밝힌 남자가 그렇게 물어보자 캄은 자신의 백발을 긇적이며 입을 열었다.

"캄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또 보지."

그 말을 끝으로 시마드는 완전히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그리고 다시 숲은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어둡기는 하지만 간간히 빛치는 햇살이 무척이나 따사롭게 느껴지는 그런 상쾌한 분위기로 숲은 돌아가 있었다. 조용히 그 분위기를 느끼고 있던 캄이 조용히 고개를 돌려 뒤쪽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거기 있는 거 다 아니까 나와도 돼."

갑작스런 캄의 말에 그의 뒷쪽에 있었던 오두막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 문 너머에는 에레나가 서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미안한 감정이 들어있었다.

"저기.....그러니까......"
"됐어. 널 탓할려는 게 아니니까 너무 그렇게 미안해 하지마."

그가 뒤로 돌아 에레나한테 다가갔다. 어느새 그의 얼굴은 평소와 마찬가지인 에레나가 보아왔던 표정으로 돌아와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아직 방 안에 있어. 여기 있는 사람은 나 하나뿐이야."

그녀의 말에 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엄지 손가락으로 자신의 뒤쪽을 가르키며 말했다.

"날씨도 좋은데 잠시 바람이나 쐬는 것이 어떨까? 당분간 돌아오지도 못할 테니까 떠나기 전까지 이곳의 분위기를 실컷 즐기는 것도 그다지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정말인지. 아까 전에 그렇게 살벌한 분위기를 조성해 놓고서는....."

그의 말에 에레나는 조용히 웃으며 밖으로 걸어나왔다. 그녀의 옆을 캄이 조용히 따랐다. 자신들 앞에 펼쳐진 대자연. 그 대자연의 위용에 캄과 에레나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감상만 할 뿐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한참 앞에 펼쳐진 대자연을 보고 있던 캄이 입을 열었다.

"이번 여행, 조금 힘들어 지겠어."
"후훗, 천하의 캄께서 그런 나약한 소리를 하다니 조금 의외인걸?"

에레나가 웃었다. 너무나도 매력적이면서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미소였다. 보는 사람마저 마음을 포근하게 할 것 같은 미소. 그 미소를 바라보며 캄 자신도 자신 모르게 얼굴에서 웃음이 피어난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나는 뭐 나약한 소리 하면 안되나? 나도 가끔씩은 이렇게 나약한 소리를 해보고 싶다고."
"다무와 카리나가 그 소리를 듣는다면 기절하도록 놀랄 걸? 우리 스승님은 저렇게 나약한 소리를 하실 분이 아니야!라고 하면서 말이지."

주먹을 불끈 쥐면서 가볍게 소리를 치는 그녀의 모습은 천진난만한 어린 아이같은 모습이었다.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가 마치 이 세상에 전 때묻지가 않은 갓난 아기를 연상시키게 만든다. 그 사실에 캄은 조용히 웃으며 그녀의 적갈색 머리 위에 자신의 손을 얹었다.

"너 여전히 연기라고는 쥐약인 거 스스로도 알고 있지? 그만큼 살았으면 조금이라도 나아져야 하는 것이 보통 아닌가?"
"돼.....됐네요! 어차피 스스로 알고 있으니까!"

그의 말에 그녀는 자그만 소리로 반박 아닌 반박을 해보았지만 그마저도 캄에게는 귀여워 보일 뿐이었다. 그녀의 행동에 그는 다시 한번 웃었다.

"뭐, 그런 점이 너만의 매력이긴 하지만."
"우우......."

그의 갑작스런 말에 에레나의 얼굴은 새빨개졌다. 하지만 캄은 그런 그녀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는 듯 그녀의 머리에 얹었던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쓰담은 다음 말을 이어나갔다.

"잘 모르겠지만 왠지 모르게 천공의 서 운반 작업에는 음모가 있는 것 같아. 그러니까 준비 철저히 하는 것이 좋을거야.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다무와 카리나한테는 졸업선물로 줄려고 했던 그것을 주고 너도 니 파트너를 꺼내는 것이 좋아."
".....알았어."

그의 말에 에레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느낀 것이다 시마드라고 밝힌 남자의 실력을. 그만한 실력의 어쌔신이 준비를 철저하게 해 놓은 채 다시 자신들에게 찾아온다면 어중간한 준비로서는 절대로 그를 이기지 못한다는 것을. 아마 그를 아무런 준비도 없어도 대등하게 상대할 수 있는 자는 자신들 중에 캄이 유일할 것이라는 것을 그녀는 알 수가 있었다.

"10년만의 여행이다. 비록 가이드라고 하는 귀찮은 명목이 붙어있지만 이왕 시작하는 거 준비 철저히 하고 기분 내키는 대로 가자고. 아, 참고로 여전히 리더는 나다?"
"니가 말 안해도 이미 그렇고 그런 지위가 형성되었습니다."

캄의 말에 에레나가 무슨 소리냐는 웃음을 내비쳤다. 그녀의 말에 그는 잠시 생각을 하는가 싶더니 이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맞는 말이네. 인정."
"아, 저깄다. 스승님!"

뒤에서 다무의 소리가 들렸다. 그의 소리에 캄과 에레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리아 신관님께서 이제 몸을 움직이실 수 있다고 해요!"
"타이밍 죽이네. 마침 떠나고 싶어서 근질근질 하던 참이었는데."

그가 오두막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에레나도 그런 그를 조용히 바라보다 이내 뒤를 따라갔다.

"우선 떠나기 전에 몇가지 알려줄 사항도 있어. 아, 그 전에 그 여신관한테 옷 한 벌 입혀줘. 그런 피투성이 옷으로 여행 떠났다가는 여러모로 곤란해 지니까. 집합은 거실로. 모이기 전에 졸업선물 주는 거 잊지 말고."
"네. 알아 모시겠습니다."

많은 부탁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싫은 내색 없이 그의 말에 긍정을 토했다. 그녀의 대답에 그는 지금까지 보여준 그 어떤 웃음보다 환하면서도 밝은 웃음을 보이며 입을 열었다.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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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무:캄에게는 검술을 에레나에게는 격투술을 배운 그들의 제자 중 한명이다. 격투술보다는 검술에 조예가 더 깊다. 원래 무인으로서 자질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적합한 체형이 아니었지만 수많은 노력 끝에 간신히 무인에 반열에 들게 된다. 그렇기 때문인지 자신의 실력에 대한 프라이드가 굉장히 높은 편이다.

평소 캄에게 엄청난 스파르타식 검술을 배워왔기 때문인지 체력이나 맷집에 관해서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높다고 할 수 있다. 험준하기로 소문난 에스테이나 산맥을 하루 왠 종일 뛰어다녀도 전혀 지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며 왠만한 캄의 발길질이나 주먹질에도 웃으면서 맞을 수 있을 정도. 캄도 그의 그런 체력과 맷집을 인정해주고 있다.

그의 목표는 자신의 스승인 캄이지만 정작 본인은 이 사실에 대해서 콧방귀만 뀔 뿐이다.  캄 왈 그딴 생각할 시간이 있으면 내 수업 시간에 어떻게 하면 수업을 덜 받을까라는 그 생각부터 뿌리 뽑아라. 평소 캄에게 노예처럼 부려져와서 그런지는 몰라도 빨래와 청소에 관해서만큼은 프로라고 해도 좋을 정도에 실력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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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라도 빨리 연재 갯수를 따라잡기 위해서 또 올립니다. 거기다가 인물 소개를 위해서 한편이 더 올라갑니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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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경님의 댓글

임원경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와.......................6분만에 한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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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급센스님의 댓글

스타급센스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대단하십니다. 소설은 더욱더 재미있는데 중요한것은 6분만에 한편을 올렸다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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