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푸른 내일의 사진> Episod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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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안녕하세요~ ^^ 2년만인가 3년만인가 저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
아~ 그때 보이시던 분들도 몇 분 보이시고,,, (물론 그분들은 절 잘 모르시겠지만 ㅋㅋ)
그때까지만 해도 여신님 팬이었는데 ;;
에바 극장판 '서'가 개봉하면서 제 추억을 건드리더군요 -_ -;
그래서 여신님 팬사이트지만 에바 팬픽을 올려보겠습니다 ㅠㅋㅋ
이미 에바 사이트에는 다 올려놨었는데,
기대했던 반응을 주시질 않더군요 ㅠㅠ -_ -;;
하기야 이번에 제가 쓴 소설은
등장인물의 심리에 공감하지 못한다면
아예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상당히 많을 것으로 염려됩니다 -ㅅ-
하지만 제 글을 읽는 이 사이트의 독자 여러분께서는 다 공감하실 꺼라 믿고 ㅠㅠ
조언과 격려의 한마디도 부탁드립니다~!!
또 저 말고 소설 올리시는 다른 분들도 건필하세요~ ^^
또 amgkorea.net 내내 번창하기를 바랍니다~ ^^ 수고하세요!!
-작고 푸른 내일의 사진-
Episode .1
따스한 봄이 찾아왔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항상 그랬듯이 미적지근한 바람은 코끝에서 벚꽃 향기를 풍긴다. 곧 머리카락 사이로 포근하게 스며들었다. 바람결에 못 이기겠다는 듯이 춤추며 볼을 간질이는 머리카락, 그리고는 목을 한번 스윽 훑은 뒤 아무 말도 소리도 없이 주황빛 노을 저편으로 사라지고 마는 바람결. ‘나를 네가 가는 곳으로 데려가줄 순 없겠니?’
...하찮은 생각이다. 누군가가 기분이 나쁘냐고 물어온다면 나는 애써 대답을 피하고 싶었다. 바람이 속삭이는 넓은 하늘로의 유혹소리를 듣지 못했다 하더라도 뭐 딱히 달라지지는 않았겠지, 그런 한가한 생각을 난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무엇이 찾아온대도 기분이 달라질 것 같지는 않았다. 교실 뒤편 벽에 뒤통수를 기대었다. 의자의 두 뒷다리에 의지해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유지한 채로 밖을 내다보았다.
늘 보던 풍경이다. 그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꽤나 가슴이 답답해져 온다. 그도 그럴 것이 내 눈이 바라다보고 있는 이 창문 건너편에는 100미터도 더 되어 보이는 길쭉한 건물이 휑하니 서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쪽도 같은 길이의 건물덩어리기는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유리창도 굉장히 큰 까닭에 정오 때쯤이 되면 창문에 반사되어 번쩍이는 햇살 때문에 때로는 커튼을 치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을 때도 생기기 마련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지금은 봄이라서 그런 눈부심이 좀 덜했다. 두 건물 사이가 꽤나 넓은 까닭인지 그 사이를 벚나무 네 그루가 나란히 채워 주었는데, 마침 한창 풍성히 꽃을 피우고 지울 때라 바람에 날리는 그 수많은 꽃잎들이 반사되는 빛을 어느 정도 막아주고 있었던 것이다. 빛을 받아 보석처럼 반짝거리는 잎들은 사실 보기가 꽤나 괜찮았다. 이 학교만의 명물이라고나 할까, 그런 맛이 있었다.
그 나무들의 아랫목에는 기다란 나무 벤치가 둘러싼 채로 몇 개씩 놓여 있었다. 보이지 않는 곳까지 어림짐작으로 세어 보니 나무 한 그루에 벤치가 다섯 개, 합해서 20개는 되어 보였다. 그 벤치들 사이를 뛰어다니다가 넘어져 다리를 부러뜨린 기억, 그런 자잘한 추억이 갑작스레 떠올라 잠시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신지, 네 옆쪽 창문을 닫으렴, 꽃가루가 날리잖니.”
“……”
수학 선생은 봄의 꽃가루가 날리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다시 창밖을 내다보았다. 물론 창밖에 뭔가 날릴만한 것은 떠다니지 않았다. 마치 없던 알레르기가 돋아나기라도 할까 겁이 나서 못살겠다는 듯한 인상을 선생은 풍기고 있었다. 그 풍긴다는 인상이 좀 고약해서, 나는 정장차림의 어떤 여자를 떠올렸는데, 그녀는 마치 오늘도 상사님께 커피를 뽑아드려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히스테리증을 앓고 있는 듯 했다. 봄바람이란 어떤 사람에게는 그런 정도의 의미로밖에 다가오지 않는 하찮은 것이었다.
굳이 대들면서까지 벚꽃향기를 맡고 싶은 생각은 없었기에 곧 창문을 닫았다. ‘턱’ 하니 닫힌 창문 너머의 풍경은 볼품없었다. 촉감을 느끼지도, 코로 향기를 맡지도, 바람이 스치는 소리를 듣지도 못하는, 단지 바라볼 수만 있을 분인 그런 풍경은 밋밋하고 싱거웠다.
‘재미 없어,,,’
갑자기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고픈 심정이 드는 것은 왜일까. 포즈가 별로 멋있지 않아도 상관없는 일이었다. 어차피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동이 아니니까. 단지 떨어질 때의 그 잠시만의 자유라도 만끽할 수 있다면 하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새삼스럽게 ’왜‘ 라니...’
물론 본인은 그 이유를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었다. 당장 살아가야 할 이유조차 그리 와 닿지 않는 지금으로서는 자신의 순수한 욕구까지 희생하며 이 딱딱한 의자에 눌러 앉아있을 필요는 없는 것이었다. 지금 내가 여기 있어야 할 이유는 없었다. 단지 일탈행동을 하는 게 썩 내키지 않을 뿐이었다. 그래, 어쩌면 그럴만한 배짱이 부족한 탓이겠지, 하는 생각이 들자, 이내 마음은 푹 가라앉아 버렸다.
지금 나에게는 반 친구들이란 모두 밀려도 밀리지 않을 것 같은 각각의 커다란 돌덩어리로 비춰질 뿐이었다. 용케도 그 무거운 것을 떠받들고 있는 의자. 충분히 그럴 만 했다. 그들은 나에게 있어서 단지 하라는 대로 할 뿐인, 이 사회의 꼭두각시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어쩌면 그리도 세상과 타협하는 법을 빨리 배우게 된 것일까. 그래, 사람마다 행복의 형태는 각기 다르니까, 다 이해해야 할 대상이겠지, 그렇게 여기며 용케 버티고 버텨왔다. 하지만 순간 참을 수 없는 역겨움이 날 괴롭히기 시작했다.
책상에 엎드린 몸뚱이, 책에 기댄 가슴, 왼쪽으로 누운 고개, 오른손은 나의 배를, 왼손은 나의 얼굴을... '제길...'
창문은 닫혀 있었지만 햇살이 꽤나 따스했다. 이제 곧 보충수업도 끝날 시간이라 그런지 햇살은 붉은 빛을 띠고 있었다. 창문 사이사이로 들어오는 노을빛의 아름다운 모습은 우리의 마음을 차분히 적셔주기에 충분했다. 아니, 어쩌면 여전히 나 자신에게만 머무는 감정에 불과할지도 몰랐다.. 며칠 남지 않은 시험을 대비하느라 모두 분주한 모습이었다. 그 아이들에게도 이 햇살이 다가갈 수 있다면 떨고 있는 마음을 포근히 감싸줄 수 있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그건 오만일지도 모른다. 나 혼자 잘났다는 심보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 상관없었다. 그게 나에게는 순수한 의미로, 날 지켜주는 고마운 방패역할을 해내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루의 수업을 마치는 종이 울리고 있다. 이미 보충수업은 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나는 담임선생에게 내 초췌한 얼굴을 보여주고는 외출증을 얻어내기로 마음먹었다. 언제까지 이런 생활의 반복일까, 나는 조바심이 났다. 아무 상관도 없다며 날 달래고는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누군가가 끝내 주었으면 싶기도 했다. 결국 내 스스로는 어떻게 할 수 없다는 생각에까지 이르자 또 침울한 느낌이 엄습해온다.
‘이런 기분... 정말 싫어’
그래, 바로 지금 이 기분이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은 무력감 때문에 꼬이고 뒤섞여버린 것일 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 느낌이 그리 싫은 것은 또 아니었다. 나는 이 기분과 타협하는 법을 예전부터 익혀 왔기 때문에, 무력한 느낌을 즐길 수 있었다. 그것이 내가 내 감정에 맞서 저항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몸부림에 지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꽤나 괜찮은 느낌, 가슴이 짜릿하게 아려오는 이 느낌은 언제나 낯익은 인상을 주었기 때문에 그것으로 만족했다.
이미 학교를 나선 나는 내가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미리 문자를 보내 놓았다.
‘아스카, 나 지금 공원 앞이야. 나와 줄 수 있어? 오늘 하루만,,, 부탁해.’
아직 공원 입구에 다가서려면 십몇 분 남짓 더 걸어야 했다. 아스카도 공원에 나오려면 몇 분 걸어야 할 것이다. 되도록 빨리 내 감정을 추스르고 싶었기에 별 수 없었다. 나와 주지 않는다 해도 어쩔 수 없었다. 이미 몇 번 도와준 적이 있었고, 더 이상 어린애 응석 받아주는 것도 지겨울 법도 했다. 하지만 아직 날 조금이라도 생각 해 주는 것일까,
‘병신 ㅋㅋㅋ 기다려 ㅋㅋㅋ 입구에서’
이런 답장이 도착했다. 이것으로 난 조금 숨을 틔울 수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냥 신세지는 것으로 끝을 맺을까. 나중에 아스카를 도와줄 일이 있을 때 나는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
공원 입구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아직 5분가량은 더 걸어야 했다. 차의 헤드라이터가 가끔씩 내 눈을 부시게 했다. 지나가는 차도를 감싸고 높은 빌딩들이 즐비하게 서 있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눈부신 간판이 요란했다. 퇴근시간이라서 그럴까, 차도 북적이고, 오가는 사람들도 정신이 없었다. 저녁시간이 이제 막 지났을 텐데, 벌써부터 술을 마시고 구역질을 해 대는 대학생들이 보였다. 즐거워 보였다, 단지 그 순간 괴롭더라도 괜찮냐며 등을 토닥거려 줄 친구가 옆에 있었다.
또 잠시 눈을 돌려보니 자전거를 타고 도로를 떼로 지나가는 꼬마들이 보였다. 물론 혼자가 아니다. 자전거 없는 녀석은 막 쫓아가며 태워 달라 울상이고, 뒤따라오는 또 한 녀석은 자전거를 타고 있었는데, 친구의 그 울상인 모습이 재미있는지 배꼽을 잡고 웃고 있었다. 그래, 지금 울상을 지어도 한 대 치고받고는 곧 화해하겠지, 그리고는 꼬지 하나씩 사들고는 웃으며 집으로 향하겠지, 그들은 즐거워 보였다.
또 잠시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보니 그곳엔 이웃 중학교와 운동장이 있었다. 방금 봤던 꼬맹이 정도 되는 나이를 먹은 놈 두 명과 그들의 아버지로 보이는 사람이 공을 차고 있었다. 아버지는 공을 주워 오느라 정신없었다. 내가 그 학교의 입구를 지나갈 즈음, 아버지가 학교 입구를 지나 차도로 향하는 공을 주워오느라 허겁지겁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내 앞으로 뛰어와 공을 낚아채고서는, 나와 약간 옷소매가 스친 것이 미안했는지 헉헉거리는 숨을 고르며 내게 사과했다.
“어이, 거 미안합니다. 하도 급해서.”
“아 네... 괜찮아요.”
아이들의 아버지는 그런 말씀을 남기고는 공을 든 채로 다시 운동장으로 걸어갔다.
수많은 모습들이 눈에 비치고 있었다. 그들은 유쾌했지만, 하지만 그런 감정 따위는 그들 안에서 머물 뿐이었다. 수많은 그림자가 나를 지나쳤지만 조금도 그런 감정 따위 내게 스며들지 않았다.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익숙한 느낌, 언제나 같은 곳에서 머물렀던 내 감정이었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었다. 아스카가 곧 오는데 조금이라도 늦는다면 날 만나주지 않을 것이 너무나도 분명했다. 그래서 곧 뛰기 시작했다. 아직 조금은 여유가 있는 듯 했지만, 꼭 그것 때문만이 아닌 것 같기도 했다. 나는 지금 이 소란스러운 거리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이었다. 아무도 오지 않는 한적한 공원 입구로 내 걸음이 빨라졌다.
...........
“여, 바보 신지, 여기야!”
신지는 목소리가 나는 쪽으로 바라다보았다. 어차피 그 주변으로는 휑하니 서 있는 사람이란 단 한명 뿐이었기에 단번에 아스카를 알아볼 수 있었다.
“와줬구나...”
“뭐야, 이미 와있었다면서? 왜 이제 오는 거야? 어디 갔다 온 거야? 자꾸 등신 티낼래 짜샤?”
“뭐 그럴 수도 있지…… 히히.”
신지는 멋쩍게 웃어 보였다. 이내 아스카의 주먹으로 배를 한 대 헌납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는 신지였다. 그 둘은 곧 분위기 좋은 벤치를 골라 앉았다. 아스카는 이럴 줄 알았다며 미리 사온 커다란 팝콘을 한 봉지 신지에게 건넸다.
“뜯어”
이런 거 사올 필요 없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러면 괜히 아스카의 성의를 무시하는 것 같아 신지는 목으로 넘어오는 말을 다시 삼켜버렸다.
“웬일이야? 요즘같이 바쁠 때에 날 다 부르고? 또 무슨 일 있었어?”
“아니, 별 거 아니야.”
“응? 무슨 소리야?”
“몰라, 그냥 기분이 꿀꿀해서……. 나도 왜 이런 지는 잘 모르겠는데, 요즘 들어 기분이 그렇게 꿀꿀하네.”
“등신, 넌 스스로 병신이 되라고 주문을 외우면서 사는 것 같애. 큭큭”
“그럴 지도 몰라.”
“뭐? 아아~ 신지 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너 정말 바보 아냐?”
아스카는 재미없다는 듯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신지를 쳐다보았다.
초봄이라 그런지 이제 막 저녁 무렵이 되었을 텐데도 이상하게 하늘이 깜깜했다. 신지는 그렇게 다가오는 밤을 느끼고 있었다. 가로등은 아직 켜지지 않았다. 어쩌면 요즘은 아예 전기가 들어오지 않을 지도 모른다. 울창해진 나무와 숲이 거리의 현란한 빛들을 막아 주었다. 벤치는 산책로 중간 즈음에 자리 잡고 있었다. 구불구불하게 반대편 끝까지 뻗어 있는 산책로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진 곳이었다. 몹시 음침한 분위기 속에 무언가가 우짖는 소리가 간혹 들려오곤 했다.
하지만 신지의 곁엔 아스카가 있었다. 살은 맞대지 않았지만 분명 온기가 전해져 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따금씩 귀뚜라미 우는 소리가 들려오곤 했다.
아~ 그때 보이시던 분들도 몇 분 보이시고,,, (물론 그분들은 절 잘 모르시겠지만 ㅋㅋ)
그때까지만 해도 여신님 팬이었는데 ;;
에바 극장판 '서'가 개봉하면서 제 추억을 건드리더군요 -_ -;
그래서 여신님 팬사이트지만 에바 팬픽을 올려보겠습니다 ㅠㅋㅋ
이미 에바 사이트에는 다 올려놨었는데,
기대했던 반응을 주시질 않더군요 ㅠㅠ -_ -;;
하기야 이번에 제가 쓴 소설은
등장인물의 심리에 공감하지 못한다면
아예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상당히 많을 것으로 염려됩니다 -ㅅ-
하지만 제 글을 읽는 이 사이트의 독자 여러분께서는 다 공감하실 꺼라 믿고 ㅠㅠ
조언과 격려의 한마디도 부탁드립니다~!!
또 저 말고 소설 올리시는 다른 분들도 건필하세요~ ^^
또 amgkorea.net 내내 번창하기를 바랍니다~ ^^ 수고하세요!!
-작고 푸른 내일의 사진-
Episode .1
따스한 봄이 찾아왔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항상 그랬듯이 미적지근한 바람은 코끝에서 벚꽃 향기를 풍긴다. 곧 머리카락 사이로 포근하게 스며들었다. 바람결에 못 이기겠다는 듯이 춤추며 볼을 간질이는 머리카락, 그리고는 목을 한번 스윽 훑은 뒤 아무 말도 소리도 없이 주황빛 노을 저편으로 사라지고 마는 바람결. ‘나를 네가 가는 곳으로 데려가줄 순 없겠니?’
...하찮은 생각이다. 누군가가 기분이 나쁘냐고 물어온다면 나는 애써 대답을 피하고 싶었다. 바람이 속삭이는 넓은 하늘로의 유혹소리를 듣지 못했다 하더라도 뭐 딱히 달라지지는 않았겠지, 그런 한가한 생각을 난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무엇이 찾아온대도 기분이 달라질 것 같지는 않았다. 교실 뒤편 벽에 뒤통수를 기대었다. 의자의 두 뒷다리에 의지해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유지한 채로 밖을 내다보았다.
늘 보던 풍경이다. 그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꽤나 가슴이 답답해져 온다. 그도 그럴 것이 내 눈이 바라다보고 있는 이 창문 건너편에는 100미터도 더 되어 보이는 길쭉한 건물이 휑하니 서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쪽도 같은 길이의 건물덩어리기는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유리창도 굉장히 큰 까닭에 정오 때쯤이 되면 창문에 반사되어 번쩍이는 햇살 때문에 때로는 커튼을 치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을 때도 생기기 마련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지금은 봄이라서 그런 눈부심이 좀 덜했다. 두 건물 사이가 꽤나 넓은 까닭인지 그 사이를 벚나무 네 그루가 나란히 채워 주었는데, 마침 한창 풍성히 꽃을 피우고 지울 때라 바람에 날리는 그 수많은 꽃잎들이 반사되는 빛을 어느 정도 막아주고 있었던 것이다. 빛을 받아 보석처럼 반짝거리는 잎들은 사실 보기가 꽤나 괜찮았다. 이 학교만의 명물이라고나 할까, 그런 맛이 있었다.
그 나무들의 아랫목에는 기다란 나무 벤치가 둘러싼 채로 몇 개씩 놓여 있었다. 보이지 않는 곳까지 어림짐작으로 세어 보니 나무 한 그루에 벤치가 다섯 개, 합해서 20개는 되어 보였다. 그 벤치들 사이를 뛰어다니다가 넘어져 다리를 부러뜨린 기억, 그런 자잘한 추억이 갑작스레 떠올라 잠시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신지, 네 옆쪽 창문을 닫으렴, 꽃가루가 날리잖니.”
“……”
수학 선생은 봄의 꽃가루가 날리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다시 창밖을 내다보았다. 물론 창밖에 뭔가 날릴만한 것은 떠다니지 않았다. 마치 없던 알레르기가 돋아나기라도 할까 겁이 나서 못살겠다는 듯한 인상을 선생은 풍기고 있었다. 그 풍긴다는 인상이 좀 고약해서, 나는 정장차림의 어떤 여자를 떠올렸는데, 그녀는 마치 오늘도 상사님께 커피를 뽑아드려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히스테리증을 앓고 있는 듯 했다. 봄바람이란 어떤 사람에게는 그런 정도의 의미로밖에 다가오지 않는 하찮은 것이었다.
굳이 대들면서까지 벚꽃향기를 맡고 싶은 생각은 없었기에 곧 창문을 닫았다. ‘턱’ 하니 닫힌 창문 너머의 풍경은 볼품없었다. 촉감을 느끼지도, 코로 향기를 맡지도, 바람이 스치는 소리를 듣지도 못하는, 단지 바라볼 수만 있을 분인 그런 풍경은 밋밋하고 싱거웠다.
‘재미 없어,,,’
갑자기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고픈 심정이 드는 것은 왜일까. 포즈가 별로 멋있지 않아도 상관없는 일이었다. 어차피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동이 아니니까. 단지 떨어질 때의 그 잠시만의 자유라도 만끽할 수 있다면 하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새삼스럽게 ’왜‘ 라니...’
물론 본인은 그 이유를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었다. 당장 살아가야 할 이유조차 그리 와 닿지 않는 지금으로서는 자신의 순수한 욕구까지 희생하며 이 딱딱한 의자에 눌러 앉아있을 필요는 없는 것이었다. 지금 내가 여기 있어야 할 이유는 없었다. 단지 일탈행동을 하는 게 썩 내키지 않을 뿐이었다. 그래, 어쩌면 그럴만한 배짱이 부족한 탓이겠지, 하는 생각이 들자, 이내 마음은 푹 가라앉아 버렸다.
지금 나에게는 반 친구들이란 모두 밀려도 밀리지 않을 것 같은 각각의 커다란 돌덩어리로 비춰질 뿐이었다. 용케도 그 무거운 것을 떠받들고 있는 의자. 충분히 그럴 만 했다. 그들은 나에게 있어서 단지 하라는 대로 할 뿐인, 이 사회의 꼭두각시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어쩌면 그리도 세상과 타협하는 법을 빨리 배우게 된 것일까. 그래, 사람마다 행복의 형태는 각기 다르니까, 다 이해해야 할 대상이겠지, 그렇게 여기며 용케 버티고 버텨왔다. 하지만 순간 참을 수 없는 역겨움이 날 괴롭히기 시작했다.
책상에 엎드린 몸뚱이, 책에 기댄 가슴, 왼쪽으로 누운 고개, 오른손은 나의 배를, 왼손은 나의 얼굴을... '제길...'
창문은 닫혀 있었지만 햇살이 꽤나 따스했다. 이제 곧 보충수업도 끝날 시간이라 그런지 햇살은 붉은 빛을 띠고 있었다. 창문 사이사이로 들어오는 노을빛의 아름다운 모습은 우리의 마음을 차분히 적셔주기에 충분했다. 아니, 어쩌면 여전히 나 자신에게만 머무는 감정에 불과할지도 몰랐다.. 며칠 남지 않은 시험을 대비하느라 모두 분주한 모습이었다. 그 아이들에게도 이 햇살이 다가갈 수 있다면 떨고 있는 마음을 포근히 감싸줄 수 있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그건 오만일지도 모른다. 나 혼자 잘났다는 심보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 상관없었다. 그게 나에게는 순수한 의미로, 날 지켜주는 고마운 방패역할을 해내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루의 수업을 마치는 종이 울리고 있다. 이미 보충수업은 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나는 담임선생에게 내 초췌한 얼굴을 보여주고는 외출증을 얻어내기로 마음먹었다. 언제까지 이런 생활의 반복일까, 나는 조바심이 났다. 아무 상관도 없다며 날 달래고는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누군가가 끝내 주었으면 싶기도 했다. 결국 내 스스로는 어떻게 할 수 없다는 생각에까지 이르자 또 침울한 느낌이 엄습해온다.
‘이런 기분... 정말 싫어’
그래, 바로 지금 이 기분이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은 무력감 때문에 꼬이고 뒤섞여버린 것일 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 느낌이 그리 싫은 것은 또 아니었다. 나는 이 기분과 타협하는 법을 예전부터 익혀 왔기 때문에, 무력한 느낌을 즐길 수 있었다. 그것이 내가 내 감정에 맞서 저항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몸부림에 지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꽤나 괜찮은 느낌, 가슴이 짜릿하게 아려오는 이 느낌은 언제나 낯익은 인상을 주었기 때문에 그것으로 만족했다.
이미 학교를 나선 나는 내가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미리 문자를 보내 놓았다.
‘아스카, 나 지금 공원 앞이야. 나와 줄 수 있어? 오늘 하루만,,, 부탁해.’
아직 공원 입구에 다가서려면 십몇 분 남짓 더 걸어야 했다. 아스카도 공원에 나오려면 몇 분 걸어야 할 것이다. 되도록 빨리 내 감정을 추스르고 싶었기에 별 수 없었다. 나와 주지 않는다 해도 어쩔 수 없었다. 이미 몇 번 도와준 적이 있었고, 더 이상 어린애 응석 받아주는 것도 지겨울 법도 했다. 하지만 아직 날 조금이라도 생각 해 주는 것일까,
‘병신 ㅋㅋㅋ 기다려 ㅋㅋㅋ 입구에서’
이런 답장이 도착했다. 이것으로 난 조금 숨을 틔울 수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냥 신세지는 것으로 끝을 맺을까. 나중에 아스카를 도와줄 일이 있을 때 나는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
공원 입구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아직 5분가량은 더 걸어야 했다. 차의 헤드라이터가 가끔씩 내 눈을 부시게 했다. 지나가는 차도를 감싸고 높은 빌딩들이 즐비하게 서 있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눈부신 간판이 요란했다. 퇴근시간이라서 그럴까, 차도 북적이고, 오가는 사람들도 정신이 없었다. 저녁시간이 이제 막 지났을 텐데, 벌써부터 술을 마시고 구역질을 해 대는 대학생들이 보였다. 즐거워 보였다, 단지 그 순간 괴롭더라도 괜찮냐며 등을 토닥거려 줄 친구가 옆에 있었다.
또 잠시 눈을 돌려보니 자전거를 타고 도로를 떼로 지나가는 꼬마들이 보였다. 물론 혼자가 아니다. 자전거 없는 녀석은 막 쫓아가며 태워 달라 울상이고, 뒤따라오는 또 한 녀석은 자전거를 타고 있었는데, 친구의 그 울상인 모습이 재미있는지 배꼽을 잡고 웃고 있었다. 그래, 지금 울상을 지어도 한 대 치고받고는 곧 화해하겠지, 그리고는 꼬지 하나씩 사들고는 웃으며 집으로 향하겠지, 그들은 즐거워 보였다.
또 잠시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보니 그곳엔 이웃 중학교와 운동장이 있었다. 방금 봤던 꼬맹이 정도 되는 나이를 먹은 놈 두 명과 그들의 아버지로 보이는 사람이 공을 차고 있었다. 아버지는 공을 주워 오느라 정신없었다. 내가 그 학교의 입구를 지나갈 즈음, 아버지가 학교 입구를 지나 차도로 향하는 공을 주워오느라 허겁지겁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내 앞으로 뛰어와 공을 낚아채고서는, 나와 약간 옷소매가 스친 것이 미안했는지 헉헉거리는 숨을 고르며 내게 사과했다.
“어이, 거 미안합니다. 하도 급해서.”
“아 네... 괜찮아요.”
아이들의 아버지는 그런 말씀을 남기고는 공을 든 채로 다시 운동장으로 걸어갔다.
수많은 모습들이 눈에 비치고 있었다. 그들은 유쾌했지만, 하지만 그런 감정 따위는 그들 안에서 머물 뿐이었다. 수많은 그림자가 나를 지나쳤지만 조금도 그런 감정 따위 내게 스며들지 않았다.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익숙한 느낌, 언제나 같은 곳에서 머물렀던 내 감정이었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었다. 아스카가 곧 오는데 조금이라도 늦는다면 날 만나주지 않을 것이 너무나도 분명했다. 그래서 곧 뛰기 시작했다. 아직 조금은 여유가 있는 듯 했지만, 꼭 그것 때문만이 아닌 것 같기도 했다. 나는 지금 이 소란스러운 거리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이었다. 아무도 오지 않는 한적한 공원 입구로 내 걸음이 빨라졌다.
...........
“여, 바보 신지, 여기야!”
신지는 목소리가 나는 쪽으로 바라다보았다. 어차피 그 주변으로는 휑하니 서 있는 사람이란 단 한명 뿐이었기에 단번에 아스카를 알아볼 수 있었다.
“와줬구나...”
“뭐야, 이미 와있었다면서? 왜 이제 오는 거야? 어디 갔다 온 거야? 자꾸 등신 티낼래 짜샤?”
“뭐 그럴 수도 있지…… 히히.”
신지는 멋쩍게 웃어 보였다. 이내 아스카의 주먹으로 배를 한 대 헌납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는 신지였다. 그 둘은 곧 분위기 좋은 벤치를 골라 앉았다. 아스카는 이럴 줄 알았다며 미리 사온 커다란 팝콘을 한 봉지 신지에게 건넸다.
“뜯어”
이런 거 사올 필요 없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러면 괜히 아스카의 성의를 무시하는 것 같아 신지는 목으로 넘어오는 말을 다시 삼켜버렸다.
“웬일이야? 요즘같이 바쁠 때에 날 다 부르고? 또 무슨 일 있었어?”
“아니, 별 거 아니야.”
“응? 무슨 소리야?”
“몰라, 그냥 기분이 꿀꿀해서……. 나도 왜 이런 지는 잘 모르겠는데, 요즘 들어 기분이 그렇게 꿀꿀하네.”
“등신, 넌 스스로 병신이 되라고 주문을 외우면서 사는 것 같애. 큭큭”
“그럴 지도 몰라.”
“뭐? 아아~ 신지 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너 정말 바보 아냐?”
아스카는 재미없다는 듯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신지를 쳐다보았다.
초봄이라 그런지 이제 막 저녁 무렵이 되었을 텐데도 이상하게 하늘이 깜깜했다. 신지는 그렇게 다가오는 밤을 느끼고 있었다. 가로등은 아직 켜지지 않았다. 어쩌면 요즘은 아예 전기가 들어오지 않을 지도 모른다. 울창해진 나무와 숲이 거리의 현란한 빛들을 막아 주었다. 벤치는 산책로 중간 즈음에 자리 잡고 있었다. 구불구불하게 반대편 끝까지 뻗어 있는 산책로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진 곳이었다. 몹시 음침한 분위기 속에 무언가가 우짖는 소리가 간혹 들려오곤 했다.
하지만 신지의 곁엔 아스카가 있었다. 살은 맞대지 않았지만 분명 온기가 전해져 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따금씩 귀뚜라미 우는 소리가 들려오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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