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란드 전기-천공의 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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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무슨 말이죠?"
그의 말에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것은 리아였다. 그녀의 얼굴에는 그의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는 빛이 역력했다. 캄은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말 그대로야. 내가 생각하기로는 이 천공의 서 운반 작업에는 몇가지 이상한 점이 눈에 띄고 있어. 그것들을 종합해 본다면 나오는 결론은 단 한가지, 이번 리아가 맡은 임무에는 음모가 있다는 것이지. 조금 길어질 것 같지만 아무것도 모르고서 여행을 다니는 것보다는 나을테니 최대한 간추려서 말하지. 이의 있는 사람?"
없었다. 모두들 그의 생각을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에레나는 이제서야 아까 캄이 왜 그렇게 생각에 잠겼는지를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우선 내가 이 천공의 서 운반 작업에 음모가 있다고 생각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소문이지."
".....소문이라니, 무슨 소리세요 스승님?"
다무의 말에 캄이 가볍게 혀를 차며 말을 이어나갔다.
"너도 알다시피 우리는 3일에 한번씩 물이나 기타 여러가지 필수품을 사기 위해서 마을에 내려가지. 그 마을이 어느 나라에 속해 있는 마을인지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겠지?"
"라카엘이잖아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바로 다무가 대답하였다. 당연한 말이다. 에스테이나 산맥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나라라고 한다면 신성 왕국 라카엘 밖에 없다. 그렇기에 에스테이나 산맥에 사는 그들이 가는 마을이라고 해봤자 라카엘에 속한 마을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 아스테이나 산맥을 유일하게 넘을 수 있는 도로가 연결되어 있는 마을이기도 하지."
".....아, 그런 뜻이었구나."
그의 말에 에레나가 알아차렸다는 듯이 손바닥을 마주쳤다. 다무와 카리나가 에레나를 쳐다보았다. 그들의 얼굴에는 여전히 물음표만이 가득하였다. 그런 두 제자를 바라보며 캄은 진심 어린 한숨을 쉴 수 밖에 없었다.
"너희들 머리는 도대체 어느 수준이냐? 이 정도 말했으면 에레나처럼 알아차리는 것이 보통 아닌가?"
".....보통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캄의 욕설에 카리나가 입이 뚱해진 채로 불만을 토했다. 캄은 그녀의 말에 다시 한번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간단히 말할테니까 똑바로 들어라잉? 너희들도 알다시피 천공의 서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그 시대를 풍미하는 보물 중의 보물이지. 그런 보물이 300년만에 밖으로 나왔는데 아무런 소문이 없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아? 적어도 근거 없는 소문이라도 뜨는 것이 보통이겠지. 존재의 가치가 대단하면 대단할수록 소문은 많아지기 마련이야. 거기다가 리아의 말을 들어보면 라카엘의 정예군인 빛의 기사까지 동행을 했다고 하지. 그렇다면 어딘선가 빛의 기사에 관련된 소문이 한두개 정도는 떠야 정상이겠지. 그 무엇도 아닌 라카엘의 정예군인 빛의 기사야. 그런 좋은 재료가 있는데 요리를 하지 않으면 안되겠지."
"......"
"그럼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두가지야. 하나는 그 소문이 거짓이던가. 아니면 그 소문 자체를 생기지 않게 하던가."
"......"
"하지만 리아는 분명히 말했지. 천공의 신전은 복구가 되었고 자기는 이 천공의 서를 천공의 신전에 가져다 줘야하는 임무를 맡았다고. 그렇다면 적어도 거기에 관련된 소문이 있어야 하는데 우린 한번도 그런 소리를 들은 적이 없어. 오늘에서야 그 사실을 알 수가 있었지. 그럼 여기서 유추할 수 있는 것은 한가지. 이 천공의 서 운반 작업은 비밀리에 이루어 진거다."
캄의 말에 다무와 카리나에 입에서 동시에 탄성이 흘러나왔다. 막힘이 없고 무엇보다 유추하는 것 치고는 너무나도 정확하게 상황이 맞아 떨어진다는 점에서 감탄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에 비밀을 담보로 천공의 서를 신전까지 운반하는 것이라면 뭔가 하나가 맞지 않는 점이 있지. 그것은 바로 천공의 서를 운반하자마자 마치 대본에 짜여져 있었다는 것처럼 이 에스테니아 산맥에서 습격을 맞았다는 거지. 만약 이 천공의 서 운반 작업이 비밀이 아닌 공개적으로 이루어진 일이었다면 그러한 상황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겠지만 비밀로 이루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습격이 일어났다는 것은 어딘가 정보가 새고 있었다는 점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어. 그렇기에 이 모든 것을 종합하자면 나오는 결론은 한가지, 누군가가 이 천공의 서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우와......"
훌륭한 캄의 추리에 에레나를 제외한 모두가 탄성을 내질렀다. 힘든 일을 끝냈다는 듯 몸을 이리저리 풀던 캄이 리아를 바라보았다.
"뭐, 어디까지나 내 추리일 뿐이지. 진실은 리아가 알고 있을 뿐이다."
".......이미 진실을 전부 다 말하시고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그의 말에 리아가 조용히 웃었다. 캄의 추리를 인정한다는 뜻도 담겨져 있는 웃음이었다.
"네. 당신의 말대로입니다. 이 천공의 서 운반 작업은 비밀리에 이루어 졌습니다."
"역시 이유는 천공의 서 때문이겠군."
알겠다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아직도 자신을 보며 감탄을 하고 있는 중인 두 제자를 바라보며 힘있게 말하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우리들은 델라국에 있는 천공의 신전을 우리의 처음 목적지로 삼는다. 위험이 도사리겠고 자칫 잘못하다가는 다시는 돌아오지 못 할 길을 걸을 수도 있다. 그만큼 이번 여행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너희들한테 묻겠다."
"......네."
그의 말에 두 제자는 엄숙한 표정으로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캄이 다시 힘있게 말하였다. 어느새 그의 입가에는 자그만한 웃음이 걸려있었다.
"나를 믿고서 따라올 수 있겠냐?"
"그런 것은 이미 10년 전부터 정해놓은 사항 아닌가요?"
다무의 대답에 카리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들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캄의 웃음이 더욱 짙어졌다.
"좋아, 그럼 지금부터 10분을 준다. 각자 여행에 어울리는 복장과 여행 물품을 챙기고서 이 곳에 다시 돌아오도록. 1분씩 늦을 때마다 다무가 10대를 맞는다."
"에엑!? 어째서 제가 맞습니까!?"
캄의 불공평한 대우에 다무가 억울하다는 듯이 소리쳤다. 그의 소리에 캄은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이 그를 쳐다보았다.
"니가 제일 못 미덥거든."
"그렇다고 저만 맞는 것은 뭔가 불공평-"
"30초 지났다."
단호한 그의 말에 다무는 투덜투덜 거리면서 서둘러 카리나와 함께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방에 들어간 것을 보자 캄은 아까 캄의 말을 생각해 내고서 다른 옷을 입히기 위해 리아와 같이 이층으로 올라갈려는 하는 에레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아, 그건 됐어. 어차피 시간도 없고 그런 걸로 투닥거릴 마음도 없어. 무엇보다 리아한테 아직 말하지 않은 것이 있어서 말이야. 미안하지만 너도 방으로 올라가서 니가 생각하기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여행 물품들을 챙기는 것이 좋겠어. 참고로 최저한으로 싸야한다는 거 잊지마."
그의 말에 에레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리아를 놔두고서 자신 혼자 계단을 타고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캄은 조용히 리아에게 다가가서 입을 열었다.
"천공의 서는?"
"여기에 있습니다."
그녀가 조용히 품속에 넣고 있었던 천공의 서를 캄에게 보여주었다. 언뜻 보기에는 다른 책과 비교해서 별다른 특징이 없는 책이었지만 이런 책이 보물 중의 보물이라는 사실을 상기하자 캄의 얼굴에서는 약간 어이가 없다는 웃음이 번졌다. 그런 그의 웃음이 신경이 쓰였다는 듯 리아의 얼굴이 약간 날카롭게 변했지만 그다지 따질 생각이 없었는지 이내 원래 얼굴로 돌아왔다.
"괜찮다면 천공의 서를 이쪽에서 보관을 하고 싶다. 아까 말했듯이 이번 여행은 상당한 위험성을 안고 있어. 제자들한테는 불안한 마음이 들어갈까봐 말을 하지 않았지만 아까 이 일에 관련이 있는 듯 한 남자가 찾아왔었어."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녀의 모습이 눈에 띄도록 동요를 하고 있었다.
"상당한 실력을 가지고 있던 어쌔신이였어. 아까 전에는 운이 좋게도 그쪽에서 물러났다고 했지만 다음에 만났을 때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나도 잘 모르겠어. 솔직히 말하자면 다음번에 녀석을 만난다면 누굴 지키면서 싸울 자신은 없어. 나 하나 지키는 것도 벅차겠지."
"그렇......습니까."
"아아."
거짓이 아니다. 사실이다. 캄은 있는 사실 그대로를 리아한테 말하고 있다는 것을 그녀는 깨달을 수 있었다. 시마드라 불린 사내를 다음에 만났을 때 캄은 모두를 지키면서까지 그와 싸울 자신이 없다. 그것은 곧 그녀가 가지고 있는 천공의 서까지 지킬 자신이 없다는 뜻까지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제안한 것이다. 다른 것을 지키면서 싸울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그 지켜야 할 것을 자신의 쪽으로 끌어들인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뭐, 거절하고 싶으면 거절해도 돼. 이건 강요가 아니라 단순한 부탁일 뿐이니까."
"그렇군요."
캄의 말에 그녀가 웃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내 대답을 결정했는지 눈을 뜨며 확고한 눈으로 캄을 바라보았다.
"거절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이건 저의 임무입니다. 남한테 자신의 임무를 맡길 정도로 저는 책임감이 없는 여자가 아니예요."
".....그러냐."
확고했다. 그녀의 대답은 너무나도 확고한 나머지 파고들어갈 틈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책임을 진다. 그 말에 얼마나 큰 무게가 있는 것인지 그녀를 알고서 하는 말일까라고 캄은 잠시 그런 생각을 가져보았지만 이내 상관하지 않겠다는 듯 몸을 돌려 자신이 아까 전에 앉고 있었던 의자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뭐, 당사자가 그렇게 한다니까 내가 뭐라고 할 권리는 없지. 이제 곧 델라국에 가게 될테니까 그때까지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는 것이 좋을거야. 조금 정신이 없는 여행이 될테니까 말이야."
마지막에 그가 짓는 웃음은 왠지 모르게 무언가 장난을 꾸미고 있는 아이의 그것과 매우 흡사하였기에 리아는 왠지 모를 오한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 후로 시간은 조용히 흘러갔다. 캄과 리아를 제외한 모두는 아직까지도 여행 준비를 하는 것에 여념이 없었으며 리아는 조용히 자신이 믿고 있는 빛의 신 루를 향해 기도를 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그리고 그들의 리더인 캄은 조용히 자리에 앉아 앞으로 행해질 여행을 하기 전 잠시나마 이곳에 남아있는 평화를 마음껏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스승님! 준비 다 했습니다!"
다무와 카리나가 방을 나오며 캄 앞에 섰다. 그들의 등에는 각각 배낭이 매여져 있었고 옷도 갈아입혀져 있었다. 둘 다 멋보다는 실용성을 중시한 옷을 입고 있었다. 한 눈에 보기에도 활동하기가 무척이나 편할 것 같은 그들의 모습은 제법 어울린다고 볼 수가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캄의 얼굴에서는 깊디 깊은 제자들의 무지함에 대한 짜증만이 있을 뿐이었다.
"너희들, 무슨 피크닉을 가냐? 왜 그렇게 짐이 커? 방에 있는 거 다 가져왔니?"
문제라면 그들의 옷이 아닌 배낭에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그들의 키에 절반에 가까운 커다란 배낭이 그들 등에 매여져 있었으며 그 배낭은 뭘 그렇게 집어넣었는지 터질 것 같아 보였다. 여행을 하는데 이렇게 많은 짐은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캄이기에 그는 조용히 두 제자의 배낭을 가르켰다. 문득 옆을 바라보니 리아도 그 배낭에 모습에 약간 놀란 듯 하였다.
"역시.....조금 지나쳤나요?"
"자각은 하고 있으니까 다행이네. 너희들은 그냥 몸만 오는 것이 나을 것 같으니 그 배낭 방에 놔두고 와."
두통이 일어나는지 그는 한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문지르며 두 제자에게 그렇게 말했다. 자신들이 생각하기에도 꽤나 많이 챙겨왔다고 생각했는지 다무와 카리나는 캄의 말에 아무런 군말도 없이 배낭을 매고서 자신들의 방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캄. 그냥 돈하고 몇가지 아티팩트만 가져가면 되겠지?"
2층에서 에레나가 그렇게 물어보았다. 그녀의 질문에 캄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곧 2층까지 들리도록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정밀 지도도 가져오는 거 잊지마."
"응. 1분 뒤에 내려올께. 조금만 기다려줘."
그녀의 대답을 들은 후 다시 평화를 즐길려고 하는 참에 어느새 다무와 카리나가 자신의 앞에 서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번에는 캄의 말대로 아무것도 없이 그저 자신의 무기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 너희들은 그냥 그렇게 가는 것이 제일 낫겠다. 이제 곧 에레나도 내려올 테니까 잠시 동안 여행에 대한 설레임이나 죽이고 있어."
"근데 여기서 델라국까지는 몇일 거리인가요?"
다무가 그렇게 물어왔다. 이번 여행이 처음인만큼 그로서는 여행에 대한 환상이 남아있었고 여러가지로 궁금한 점이 많았기에 우선적으로 생각나는 질문을 캄에게 물어보았다. 그런 그의 마음을 눈치챘는지 캄은 드물게도 다무의 질문에 답변을 하기 시작했다.
"글쎄다. 한 5개월 정도는 걸리지 않을까? 거리가 거리인만큼 그 정도 시간은 걸리겠지. 아, 참고로 이 5개월은 아무런 무사고도 없이 델라국에 도착할 때에 시간이다. 다른 여러가지 악천후가 겹쳐진다면 그것보다 더 오래 걸릴 수도 있어."
"에엑? 그렇게 오래 걸려요?"
"너는 여행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거냐? 여행이란 자고로 더러워지기 일쑤고 하기 힘든 일인데다가 위험하기까지 해서 정말 왠만한 각오가 없이는 하지 못하는 일이다. 참고로 말하자면 여행으로 죽은 사람들이 있다는 소문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그의 말에 다무의 표정이 조금이나마 창백하게 변했다. 아무리 초거대 호랑이를 맨손으로 상대하는 그라지만 죽는다는 소리가 약간 섬짓하게 들려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런 그의 반응이 재밌다는 듯 그가 보기에 따라 섬짓할 수도 있는 웃음을 지으며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조심하는 것이 좋을걸? 자칫 잘못된 길로 갔다가 영영 못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너무 애들 겁주지 마."
모든 준비를 끝마쳤다는 듯 에레나가 2층에서 내려왔다. 옷도 제자들과 마찬가지로 활동성을 중시한 옷을 입고 있었고 등에는 한손으로도 충분히 들 수 있을만한 자그만한 배낭을 매고 있었다.
"이제부터 즐거운 여행이라고 기운을 내게 해주지는 못할 망정 그렇게 애들한테 무서운 얘기만 하면 어떡해?"
그녀로서는 드물게도 조금은 화가 났다는 듯이 불만스러운 얼굴로 캄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런 표정도 그녀가 지으면 귀엽게만 보일 뿐이었다. 캄은 그런 그녀의 얼굴을 보며 피식하고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있는 사실 그대로를 말해줬을 뿐이라고. 솔직히 우리들도 몇번 죽을 뻔 했던 적이 있었잖아?"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너무 그렇게 애들한테 겁주는 것은 안돼."
에레나는 1층으로 내려온 뒤 아직까지도 무섭다는 듯 안색이 창백해져 있는 다무와 카리나한테 다가갔다. 그리고 조용히 뒤에서 그들을 껴안았다.
"걱정마. 나하고 캄이 곁에 있으니까 아무것도 무서워할 필요는 없어. 너희들도 알다시피 캄은 누구를 버릴 성격이 아니니까."
"....그렇겠죠?"
그녀의 말에 다무와 카리나는 자신도 모르게 조금은 불안했던 마음이 가라앉히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카리나가 뒤를 돌아보니 에레나는 보는 사람마저 포근한 기분이 들게 할 듯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흥, 제 앞가림 챙길 줄 아는 녀석들한테 뭔 보살핌이 필요하다고. 이 녀석들한테는 보살핌보다는 오히려 세상의 무서움을 가르켜 줄 필요가 있다고."
"캄."
그녀로서는 정말 드물게도 캄을 향해 그만 하라는 말이 담긴 눈을 보냈다. 그녀의 눈에 캄은 어깨를 한번 으쓱할 뿐이었다.
"그럼 서서히 나가볼까? 더이상 시간을 지체하다가는 걔네들한테 태워달라고 부탁을 할 수 없을 테니까."
"태워....달라니요?"
캄의 말에 리아는 이해를 하지 못한 듯 그에게 되물었다. 그녀의 질문에 캄은 그저 짓궃은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직접 보는 것이 더 나을거야. 준비는 다 됐지?"
캄의 말에 두 제자와 에레나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였다.
"그럼 가자."
캄이 맨 먼저 밖을 나갔고 그 다음을 에레나가 그 뒤를 허둥지둥 거리며 리아가 이어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두 제자가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여전히 비정상적으로 자란 나무들이 장관을 이루는 모습들이 눈에 보일 뿐이었다.
"우와......."
그런 장관에 리아는 순수하게 감탄을 하였다. 대자연이 만들어낸 광경. 그런 광경은 그 어느 인간이라 할 지라도 쉽게 만들어내지 못하는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았다. 그 한 폭의 그림에 리아는 순수하게 감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곳으로 들어올 때 본 적이 있다지만 여전히 감탄 밖에 나오지 않는 곳이네요."
"그래? 겨우 이 정도에 놀라면 조금 곤란한데."
그의 말에 무슨 말이냐는 듯 그를 바라볼려고 고개를 돌리는 찰나-
삐익!
시끄럽고도 찢어지는 듯 한 소리가 숲 안을 가득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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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C.O.W 프로젝트 동인지 회지를 위해서 연재되고 있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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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하신 사항이나 이상한 점이 있다면 리플로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그의 말에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것은 리아였다. 그녀의 얼굴에는 그의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는 빛이 역력했다. 캄은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말 그대로야. 내가 생각하기로는 이 천공의 서 운반 작업에는 몇가지 이상한 점이 눈에 띄고 있어. 그것들을 종합해 본다면 나오는 결론은 단 한가지, 이번 리아가 맡은 임무에는 음모가 있다는 것이지. 조금 길어질 것 같지만 아무것도 모르고서 여행을 다니는 것보다는 나을테니 최대한 간추려서 말하지. 이의 있는 사람?"
없었다. 모두들 그의 생각을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에레나는 이제서야 아까 캄이 왜 그렇게 생각에 잠겼는지를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우선 내가 이 천공의 서 운반 작업에 음모가 있다고 생각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소문이지."
".....소문이라니, 무슨 소리세요 스승님?"
다무의 말에 캄이 가볍게 혀를 차며 말을 이어나갔다.
"너도 알다시피 우리는 3일에 한번씩 물이나 기타 여러가지 필수품을 사기 위해서 마을에 내려가지. 그 마을이 어느 나라에 속해 있는 마을인지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겠지?"
"라카엘이잖아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바로 다무가 대답하였다. 당연한 말이다. 에스테이나 산맥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나라라고 한다면 신성 왕국 라카엘 밖에 없다. 그렇기에 에스테이나 산맥에 사는 그들이 가는 마을이라고 해봤자 라카엘에 속한 마을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 아스테이나 산맥을 유일하게 넘을 수 있는 도로가 연결되어 있는 마을이기도 하지."
".....아, 그런 뜻이었구나."
그의 말에 에레나가 알아차렸다는 듯이 손바닥을 마주쳤다. 다무와 카리나가 에레나를 쳐다보았다. 그들의 얼굴에는 여전히 물음표만이 가득하였다. 그런 두 제자를 바라보며 캄은 진심 어린 한숨을 쉴 수 밖에 없었다.
"너희들 머리는 도대체 어느 수준이냐? 이 정도 말했으면 에레나처럼 알아차리는 것이 보통 아닌가?"
".....보통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캄의 욕설에 카리나가 입이 뚱해진 채로 불만을 토했다. 캄은 그녀의 말에 다시 한번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간단히 말할테니까 똑바로 들어라잉? 너희들도 알다시피 천공의 서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그 시대를 풍미하는 보물 중의 보물이지. 그런 보물이 300년만에 밖으로 나왔는데 아무런 소문이 없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아? 적어도 근거 없는 소문이라도 뜨는 것이 보통이겠지. 존재의 가치가 대단하면 대단할수록 소문은 많아지기 마련이야. 거기다가 리아의 말을 들어보면 라카엘의 정예군인 빛의 기사까지 동행을 했다고 하지. 그렇다면 어딘선가 빛의 기사에 관련된 소문이 한두개 정도는 떠야 정상이겠지. 그 무엇도 아닌 라카엘의 정예군인 빛의 기사야. 그런 좋은 재료가 있는데 요리를 하지 않으면 안되겠지."
"......"
"그럼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두가지야. 하나는 그 소문이 거짓이던가. 아니면 그 소문 자체를 생기지 않게 하던가."
"......"
"하지만 리아는 분명히 말했지. 천공의 신전은 복구가 되었고 자기는 이 천공의 서를 천공의 신전에 가져다 줘야하는 임무를 맡았다고. 그렇다면 적어도 거기에 관련된 소문이 있어야 하는데 우린 한번도 그런 소리를 들은 적이 없어. 오늘에서야 그 사실을 알 수가 있었지. 그럼 여기서 유추할 수 있는 것은 한가지. 이 천공의 서 운반 작업은 비밀리에 이루어 진거다."
캄의 말에 다무와 카리나에 입에서 동시에 탄성이 흘러나왔다. 막힘이 없고 무엇보다 유추하는 것 치고는 너무나도 정확하게 상황이 맞아 떨어진다는 점에서 감탄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에 비밀을 담보로 천공의 서를 신전까지 운반하는 것이라면 뭔가 하나가 맞지 않는 점이 있지. 그것은 바로 천공의 서를 운반하자마자 마치 대본에 짜여져 있었다는 것처럼 이 에스테니아 산맥에서 습격을 맞았다는 거지. 만약 이 천공의 서 운반 작업이 비밀이 아닌 공개적으로 이루어진 일이었다면 그러한 상황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겠지만 비밀로 이루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습격이 일어났다는 것은 어딘가 정보가 새고 있었다는 점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어. 그렇기에 이 모든 것을 종합하자면 나오는 결론은 한가지, 누군가가 이 천공의 서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우와......"
훌륭한 캄의 추리에 에레나를 제외한 모두가 탄성을 내질렀다. 힘든 일을 끝냈다는 듯 몸을 이리저리 풀던 캄이 리아를 바라보았다.
"뭐, 어디까지나 내 추리일 뿐이지. 진실은 리아가 알고 있을 뿐이다."
".......이미 진실을 전부 다 말하시고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그의 말에 리아가 조용히 웃었다. 캄의 추리를 인정한다는 뜻도 담겨져 있는 웃음이었다.
"네. 당신의 말대로입니다. 이 천공의 서 운반 작업은 비밀리에 이루어 졌습니다."
"역시 이유는 천공의 서 때문이겠군."
알겠다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아직도 자신을 보며 감탄을 하고 있는 중인 두 제자를 바라보며 힘있게 말하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우리들은 델라국에 있는 천공의 신전을 우리의 처음 목적지로 삼는다. 위험이 도사리겠고 자칫 잘못하다가는 다시는 돌아오지 못 할 길을 걸을 수도 있다. 그만큼 이번 여행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너희들한테 묻겠다."
"......네."
그의 말에 두 제자는 엄숙한 표정으로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캄이 다시 힘있게 말하였다. 어느새 그의 입가에는 자그만한 웃음이 걸려있었다.
"나를 믿고서 따라올 수 있겠냐?"
"그런 것은 이미 10년 전부터 정해놓은 사항 아닌가요?"
다무의 대답에 카리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들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캄의 웃음이 더욱 짙어졌다.
"좋아, 그럼 지금부터 10분을 준다. 각자 여행에 어울리는 복장과 여행 물품을 챙기고서 이 곳에 다시 돌아오도록. 1분씩 늦을 때마다 다무가 10대를 맞는다."
"에엑!? 어째서 제가 맞습니까!?"
캄의 불공평한 대우에 다무가 억울하다는 듯이 소리쳤다. 그의 소리에 캄은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이 그를 쳐다보았다.
"니가 제일 못 미덥거든."
"그렇다고 저만 맞는 것은 뭔가 불공평-"
"30초 지났다."
단호한 그의 말에 다무는 투덜투덜 거리면서 서둘러 카리나와 함께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방에 들어간 것을 보자 캄은 아까 캄의 말을 생각해 내고서 다른 옷을 입히기 위해 리아와 같이 이층으로 올라갈려는 하는 에레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아, 그건 됐어. 어차피 시간도 없고 그런 걸로 투닥거릴 마음도 없어. 무엇보다 리아한테 아직 말하지 않은 것이 있어서 말이야. 미안하지만 너도 방으로 올라가서 니가 생각하기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여행 물품들을 챙기는 것이 좋겠어. 참고로 최저한으로 싸야한다는 거 잊지마."
그의 말에 에레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리아를 놔두고서 자신 혼자 계단을 타고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캄은 조용히 리아에게 다가가서 입을 열었다.
"천공의 서는?"
"여기에 있습니다."
그녀가 조용히 품속에 넣고 있었던 천공의 서를 캄에게 보여주었다. 언뜻 보기에는 다른 책과 비교해서 별다른 특징이 없는 책이었지만 이런 책이 보물 중의 보물이라는 사실을 상기하자 캄의 얼굴에서는 약간 어이가 없다는 웃음이 번졌다. 그런 그의 웃음이 신경이 쓰였다는 듯 리아의 얼굴이 약간 날카롭게 변했지만 그다지 따질 생각이 없었는지 이내 원래 얼굴로 돌아왔다.
"괜찮다면 천공의 서를 이쪽에서 보관을 하고 싶다. 아까 말했듯이 이번 여행은 상당한 위험성을 안고 있어. 제자들한테는 불안한 마음이 들어갈까봐 말을 하지 않았지만 아까 이 일에 관련이 있는 듯 한 남자가 찾아왔었어."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녀의 모습이 눈에 띄도록 동요를 하고 있었다.
"상당한 실력을 가지고 있던 어쌔신이였어. 아까 전에는 운이 좋게도 그쪽에서 물러났다고 했지만 다음에 만났을 때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나도 잘 모르겠어. 솔직히 말하자면 다음번에 녀석을 만난다면 누굴 지키면서 싸울 자신은 없어. 나 하나 지키는 것도 벅차겠지."
"그렇......습니까."
"아아."
거짓이 아니다. 사실이다. 캄은 있는 사실 그대로를 리아한테 말하고 있다는 것을 그녀는 깨달을 수 있었다. 시마드라 불린 사내를 다음에 만났을 때 캄은 모두를 지키면서까지 그와 싸울 자신이 없다. 그것은 곧 그녀가 가지고 있는 천공의 서까지 지킬 자신이 없다는 뜻까지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제안한 것이다. 다른 것을 지키면서 싸울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그 지켜야 할 것을 자신의 쪽으로 끌어들인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뭐, 거절하고 싶으면 거절해도 돼. 이건 강요가 아니라 단순한 부탁일 뿐이니까."
"그렇군요."
캄의 말에 그녀가 웃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내 대답을 결정했는지 눈을 뜨며 확고한 눈으로 캄을 바라보았다.
"거절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이건 저의 임무입니다. 남한테 자신의 임무를 맡길 정도로 저는 책임감이 없는 여자가 아니예요."
".....그러냐."
확고했다. 그녀의 대답은 너무나도 확고한 나머지 파고들어갈 틈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책임을 진다. 그 말에 얼마나 큰 무게가 있는 것인지 그녀를 알고서 하는 말일까라고 캄은 잠시 그런 생각을 가져보았지만 이내 상관하지 않겠다는 듯 몸을 돌려 자신이 아까 전에 앉고 있었던 의자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뭐, 당사자가 그렇게 한다니까 내가 뭐라고 할 권리는 없지. 이제 곧 델라국에 가게 될테니까 그때까지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는 것이 좋을거야. 조금 정신이 없는 여행이 될테니까 말이야."
마지막에 그가 짓는 웃음은 왠지 모르게 무언가 장난을 꾸미고 있는 아이의 그것과 매우 흡사하였기에 리아는 왠지 모를 오한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 후로 시간은 조용히 흘러갔다. 캄과 리아를 제외한 모두는 아직까지도 여행 준비를 하는 것에 여념이 없었으며 리아는 조용히 자신이 믿고 있는 빛의 신 루를 향해 기도를 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그리고 그들의 리더인 캄은 조용히 자리에 앉아 앞으로 행해질 여행을 하기 전 잠시나마 이곳에 남아있는 평화를 마음껏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스승님! 준비 다 했습니다!"
다무와 카리나가 방을 나오며 캄 앞에 섰다. 그들의 등에는 각각 배낭이 매여져 있었고 옷도 갈아입혀져 있었다. 둘 다 멋보다는 실용성을 중시한 옷을 입고 있었다. 한 눈에 보기에도 활동하기가 무척이나 편할 것 같은 그들의 모습은 제법 어울린다고 볼 수가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캄의 얼굴에서는 깊디 깊은 제자들의 무지함에 대한 짜증만이 있을 뿐이었다.
"너희들, 무슨 피크닉을 가냐? 왜 그렇게 짐이 커? 방에 있는 거 다 가져왔니?"
문제라면 그들의 옷이 아닌 배낭에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그들의 키에 절반에 가까운 커다란 배낭이 그들 등에 매여져 있었으며 그 배낭은 뭘 그렇게 집어넣었는지 터질 것 같아 보였다. 여행을 하는데 이렇게 많은 짐은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캄이기에 그는 조용히 두 제자의 배낭을 가르켰다. 문득 옆을 바라보니 리아도 그 배낭에 모습에 약간 놀란 듯 하였다.
"역시.....조금 지나쳤나요?"
"자각은 하고 있으니까 다행이네. 너희들은 그냥 몸만 오는 것이 나을 것 같으니 그 배낭 방에 놔두고 와."
두통이 일어나는지 그는 한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문지르며 두 제자에게 그렇게 말했다. 자신들이 생각하기에도 꽤나 많이 챙겨왔다고 생각했는지 다무와 카리나는 캄의 말에 아무런 군말도 없이 배낭을 매고서 자신들의 방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캄. 그냥 돈하고 몇가지 아티팩트만 가져가면 되겠지?"
2층에서 에레나가 그렇게 물어보았다. 그녀의 질문에 캄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곧 2층까지 들리도록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정밀 지도도 가져오는 거 잊지마."
"응. 1분 뒤에 내려올께. 조금만 기다려줘."
그녀의 대답을 들은 후 다시 평화를 즐길려고 하는 참에 어느새 다무와 카리나가 자신의 앞에 서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번에는 캄의 말대로 아무것도 없이 그저 자신의 무기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 너희들은 그냥 그렇게 가는 것이 제일 낫겠다. 이제 곧 에레나도 내려올 테니까 잠시 동안 여행에 대한 설레임이나 죽이고 있어."
"근데 여기서 델라국까지는 몇일 거리인가요?"
다무가 그렇게 물어왔다. 이번 여행이 처음인만큼 그로서는 여행에 대한 환상이 남아있었고 여러가지로 궁금한 점이 많았기에 우선적으로 생각나는 질문을 캄에게 물어보았다. 그런 그의 마음을 눈치챘는지 캄은 드물게도 다무의 질문에 답변을 하기 시작했다.
"글쎄다. 한 5개월 정도는 걸리지 않을까? 거리가 거리인만큼 그 정도 시간은 걸리겠지. 아, 참고로 이 5개월은 아무런 무사고도 없이 델라국에 도착할 때에 시간이다. 다른 여러가지 악천후가 겹쳐진다면 그것보다 더 오래 걸릴 수도 있어."
"에엑? 그렇게 오래 걸려요?"
"너는 여행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거냐? 여행이란 자고로 더러워지기 일쑤고 하기 힘든 일인데다가 위험하기까지 해서 정말 왠만한 각오가 없이는 하지 못하는 일이다. 참고로 말하자면 여행으로 죽은 사람들이 있다는 소문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그의 말에 다무의 표정이 조금이나마 창백하게 변했다. 아무리 초거대 호랑이를 맨손으로 상대하는 그라지만 죽는다는 소리가 약간 섬짓하게 들려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런 그의 반응이 재밌다는 듯 그가 보기에 따라 섬짓할 수도 있는 웃음을 지으며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조심하는 것이 좋을걸? 자칫 잘못된 길로 갔다가 영영 못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너무 애들 겁주지 마."
모든 준비를 끝마쳤다는 듯 에레나가 2층에서 내려왔다. 옷도 제자들과 마찬가지로 활동성을 중시한 옷을 입고 있었고 등에는 한손으로도 충분히 들 수 있을만한 자그만한 배낭을 매고 있었다.
"이제부터 즐거운 여행이라고 기운을 내게 해주지는 못할 망정 그렇게 애들한테 무서운 얘기만 하면 어떡해?"
그녀로서는 드물게도 조금은 화가 났다는 듯이 불만스러운 얼굴로 캄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런 표정도 그녀가 지으면 귀엽게만 보일 뿐이었다. 캄은 그런 그녀의 얼굴을 보며 피식하고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있는 사실 그대로를 말해줬을 뿐이라고. 솔직히 우리들도 몇번 죽을 뻔 했던 적이 있었잖아?"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너무 그렇게 애들한테 겁주는 것은 안돼."
에레나는 1층으로 내려온 뒤 아직까지도 무섭다는 듯 안색이 창백해져 있는 다무와 카리나한테 다가갔다. 그리고 조용히 뒤에서 그들을 껴안았다.
"걱정마. 나하고 캄이 곁에 있으니까 아무것도 무서워할 필요는 없어. 너희들도 알다시피 캄은 누구를 버릴 성격이 아니니까."
"....그렇겠죠?"
그녀의 말에 다무와 카리나는 자신도 모르게 조금은 불안했던 마음이 가라앉히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카리나가 뒤를 돌아보니 에레나는 보는 사람마저 포근한 기분이 들게 할 듯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흥, 제 앞가림 챙길 줄 아는 녀석들한테 뭔 보살핌이 필요하다고. 이 녀석들한테는 보살핌보다는 오히려 세상의 무서움을 가르켜 줄 필요가 있다고."
"캄."
그녀로서는 정말 드물게도 캄을 향해 그만 하라는 말이 담긴 눈을 보냈다. 그녀의 눈에 캄은 어깨를 한번 으쓱할 뿐이었다.
"그럼 서서히 나가볼까? 더이상 시간을 지체하다가는 걔네들한테 태워달라고 부탁을 할 수 없을 테니까."
"태워....달라니요?"
캄의 말에 리아는 이해를 하지 못한 듯 그에게 되물었다. 그녀의 질문에 캄은 그저 짓궃은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직접 보는 것이 더 나을거야. 준비는 다 됐지?"
캄의 말에 두 제자와 에레나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였다.
"그럼 가자."
캄이 맨 먼저 밖을 나갔고 그 다음을 에레나가 그 뒤를 허둥지둥 거리며 리아가 이어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두 제자가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여전히 비정상적으로 자란 나무들이 장관을 이루는 모습들이 눈에 보일 뿐이었다.
"우와......."
그런 장관에 리아는 순수하게 감탄을 하였다. 대자연이 만들어낸 광경. 그런 광경은 그 어느 인간이라 할 지라도 쉽게 만들어내지 못하는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았다. 그 한 폭의 그림에 리아는 순수하게 감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곳으로 들어올 때 본 적이 있다지만 여전히 감탄 밖에 나오지 않는 곳이네요."
"그래? 겨우 이 정도에 놀라면 조금 곤란한데."
그의 말에 무슨 말이냐는 듯 그를 바라볼려고 고개를 돌리는 찰나-
삐익!
시끄럽고도 찢어지는 듯 한 소리가 숲 안을 가득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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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C.O.W 프로젝트 동인지 회지를 위해서 연재되고 있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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