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란드 전기-천공의 궤-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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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왠지 모르게 알것 같으면서도 애매한 대답을 들은 탓인지 그녀의 대답은 왠지 모르게 힘이 들어가 있지 않았다.
"그건 그렇고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도착하겠네요. 캄과 다무도 지금쯤이면 도착했을려나?"
에레나가 힐끔 아래를 쳐다보며 그렇게 말했다. 제법 하늘 높이 날고 있기 때문에 정확하게는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대략적으로나마 보이기 때문에 지난 경험을 되살려 이제 서서히 내려갈 때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그거 참......다행이네요."
용케도 멀미는 하지 않았지만 멀미를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리아가 정말인지 하늘을 날기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웃음을 얼굴에 띄웠다. 물론 그 웃음도 새파랗게 질린 얼굴 때문에 애매모호하게 보였지만 말이다.
"제 손을 잡으세요. 곧 있으면 내려갈텐데 조금 어지러울 테니까요."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는 몰랐지만 그래도 지금 같은 상황에서 믿을 것은 경험자인 에레나와 카리나의 말을 듣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리아는 에레나의 말에 생각할 것도 없이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역시 이 산맥을 내려갈 때는 수리의 도움만큼 좋은 도움도 없는 것 같아요."
-삐익.
기분이 좋다는 듯한 울음 소리가 들렸다.
"수리.....라니요?"
리아의 질문에 에레나가 독수리의 등을 두드리며 입을 열었다.
"얘 이름이예요. 정식 이름은 수리 수리 마수리예요."
"......네?"
어딘가 많이 들어본 이름에 황당한 나머지 그런 얼빠진 소리를 내고 말았다. 수리 수리 마수리라니? 그녀가 생각하기에 그 이름은 분명-
"원래는 어린이 동화에서나 나오는 나쁜 마법사가 쓰는 주문인데 얘를 발견하고서 이름을 정할 때 캄이 이름 짓기가 귀찮다고 마침 근처에 있던 어린이 동화를 보고서 그렇게 이름을 정해버렸거든요."
"....하아....."
어떤 의미로 보자면 상당한 임팩트가 강렬히 느껴지는 이름이었다. 아니, 그것보다 이름을 그렇게 막 지어도 되는 건가하고 약간 의구심이 들기도 하는 여신관 리아였다.
"정말이지.....아무리 귀찮아도 이름을 그렇게 지어버리면 얘가 너무 불쌍하잖아."
-삐익? 삐.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듯 수리의 얼굴이 좌우로 흔들렸다. 수리의 대답에 에레나는 불쌍하다는 표정으로 조용히 수리의 등을 쓰담을 뿐이었다.
"너도 그렇게 그 이름을 마음에 들어하니까 캄이 그 이름으로 정해버렸잖니. 조금이라도 좋으니까 반항을 했었으면 좋았을걸."
"아빠와 마찬가지인 캄한테 얘가 어떻게 반항을 한다는 거예요? 모르긴 몰라도 수리가 캄한테 반항을 한다는 것은 아마 평생 일어나지 않을 일 일거예요."
-삐익.
고개를 끄덕이며 본인이 그 사실을 인정하였다. 본인의 인정에 딱히 할 말이 없는지 에레나는 그저 조용히 한숨만을 쉴 뿐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히익!"
리아는 갑자기 수평인 상태에서 아내로 내려가는 것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제 곧 있으면 목적지에 도착한다는 신호이기도 하며 리아에게 있어서는 지옥의 시작이라는 뜻도 담겨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녀가 뭘 어떻게 한다고 해서 지금의 무서움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었으므로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에레나의 팔을 꼭 잡고서 이 순간이 무사히 지나가기만을 자신이 믿는 신한테 빌고 또 비는 것이었다.
"좋은 날이네."
"정말 그렇네요."
물론 두 경험자는 여유만만하게 자신에게 편한 자세로 얼른 지상에 내려가기만을 기다릴 뿐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그 둘은 계속 수다를 떠는데 여념이 없었다. 밑으로 내려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조금씩 조금씩 위에 타고 있는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하기 위해 계단식 착륙을 하며 수리는 서서히 지상에 내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곧 쿠웅이라는 소리와 함께 세명은 모두 수리가 지상에 내려 앉았음을 알 수가 있었다. 리아는 드디어 살았다는 듯이 창백한 얼굴로 깊디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여어. 이제 도착이야? 기다리다 지치는 줄 알았다고."
언제 도착했는지 캄과 다무가 그 셋을 맞이하였다.
"이렇게 늦게 오는 줄 알았으면 조금은 느긋하게 오는 거였는데."
수리가 자신의 날개로 만들어 놓은 길을 통해 대지로 내려오는 여자들을 보며 캄이 말했다. 그의 그런 말에 리아는 또 다시 한번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도대체.....언제......."
분명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봐도 이건 불가능이었다. 하늘을 날아서 온 자신들보다 산맥을 뛰어서 온 다무와 캄이 더 빨리 도착을 하다니? 평지였다 하더라도 힘든 일인데 험준하기로 소문이 난 에스테이나 산맥을 캄과 다무는 날아서 온 세 여자들보다 빨리 도착했다는 것은 어떻게 생각을 해봐도 말이 안되는 소리였다. 맨 먼저 땅을 딛은 에레나가 캄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언제 도착한거야?"
"5분 전에. 아, 진짜 이럴 줄 알았다면 느긋하게 오는 거였어. 괜히 내기 따위를 해가지고는....."
그는 연신 후회가 된다는 얼굴로 힐끔 다무를 쳐다보며 말했다. 무엇이 그렇게 분한지 다무는 온 몸으로 '젠장, 젠장젠장젠장젠장젠장.'이란 오오라를 연신 뿜어내고 있었다. 그런 그의 행동에 에레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저러는거야?"
"내기를 했거든. 먼저 이 산맥을 내려오는 사람한테 능력이 되는 한 소원 한가지를 들어주기로."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다무를 한번 쳐다보며 캄이 말을 이어나갔다.
"감히 스승한테 이길 생각을 하다니, 지 분수를 알아야지."
"하하....."
왠지 모르게 그림이 그려지는 것 같은 에레나와 카리나였다. 아마 필시 캄 쪽에서 먼저 내기를 하자고 제안을 하고서 완승을 한 것이겠지. 평소에 자주 봐왔던 풍경이기 때문에 자신들이 보지 못한 장면을 상상하기에는 그다지 큰 무리는 없었다. 그리고 언제나 카리나는 다무한테 다가가 그를 위로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너무 그렇게 낙심하지 마. 니가 약한 것이 아니라 스승님들이 워낙 괴물같아서 그러는 거니까."
"......하지만 이건 격이 너무 다르잖아......나도 빠르게 달린다고 자부하는 편인데 스승님은 빨리 달린다는 차원을 이미 벗어났었어....."
아까 전에 일을 떠올리는 것인지 다무가 한번 몸서리를 쳤다. 도저히 자신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자신의 스승인 캄을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이라는 것을 그는 깨달았다. 인간의 수준을 벗어났다. 이것이 다무가 자신의 스승인 캄한테 느끼는 감정이었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하면 애가 저렇게 풀이 죽는거야?"
평소 같으면 지금쯤 기운을 차리고 일어났을 터인데 이번에는 꽤나 오랫동안 낙심을 하고 있었기에 에레나가 캄에게 물어봤지만 캄은 자세히 모르겠다는 듯이 어깨를 한번 으쓱할 뿐이었다.
"그저 조금 진지하게 상대해줬을 뿐이야."
"......."
그의 말에 에레나는 그저 쓴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아무리 캄한테 조금이라고 하지만 다른 사람이 보았을 때는 그 조금이라는 차이가 엄청나게 느껴진다. 그것을 다무는 깨닫고서 풀이 죽어 있는 것이다. 에레나가 캄을 쿡쿡 찌르며 조그맣게 속삭였다.
"보고만 있지 말고 어떻게 해 봐. 애가 저렇게 풀이 죽어 있으면 여행을 즐길 수가 없잖아."
"......그걸 내가 왜 해야하는데?"
그의 얼굴에는 어느새 트레이드 마크인 귀찮다라는 표정이 드러나 있는지 오래였다.
"니가 저지른 잘못이잖아. 니가 수습하는 것이 당연하지."
"귀찮은데 그걸 왜 내가 해야 되는데?"
말은 그렇게 하지만 자신의 잘못이라고는 생각하고 있는지 그는 조용히 다무한테 다가갔다.
"어이, 바보 제자. 얼른 일어나라. 니가 그렇게 풀이 죽어 있으니까 여행을 시작하지 못하겠잖아?"
"......"
그가 말하는데도 불구하고 다무는 일어설려는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충격이 생각보다 큰 것 같아 보였다. 그런 그의 모습에 캄은 조용히 한숨을 쉬며 조용히 한 손을 들어올렸다.
"스, 스승님. 지금 상황에서 그런 것은 좀....."
어디서 많이 보아왔던 장면이 생각났기에 카리나가 조심스레 캄을 말려보았지만 캄은 듣지도 못했다는 듯이 천천히 손을 내리기 시작했다. 그가 내리고 있는 손의 목표물은 다무라는 것은 두말 할 필요도 없었다.
"저, 저기 스승-"
순간 왠지 모르게 이 자리에서 피의 축제가 일어날 것 같은 예감에 카리나가 캄을 말릴려고 했다. 하지만 곧 그녀는 자신의 예상이 틀렸음을 알 수가 있었다. 그는 그저 조용히 다무의 어깨에 자신의 손을 올려놓은 것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서 조용히 다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드물게도 진지함을 묻어나 있었다.
"뭐가 그렇게 풀이 죽었냐? 너하고 나의 차이를 느껴서 그렇게 풀이 죽었냐?"
"......."
말은 하지 않지만 분위기가 그렇다고 하고 있었다.
"격의 차이에 대한 절망감. 이건 어떻게 본다면 당연한 말이지. 저번에 너의 목표가 나라고 했지? 그렇다면 더더욱 당연한 말이다. 지금 너의 실력으로는 나를 따라잡을 수가 없어."
".......그렇.....습니까......"
그의 말에 더욱 자신을 잃고 풀이 죽고 말았지만 캄은 그것에 개의치 않고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너는 강해. 그건 내가 인정하지. 아마 너와 정면승부로 붙을 수 있는 무인은 이 세상에 그렇게 많지 않을 거다. 정말인지 대단한 놈이야, 너는. 신체 특성상 무인이 되는 것이 쉽지 않을텐데 그것을 극복하고서 결국에는 무인의 반열에 들었지. 그건 이 세상에서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
"하지만 그런 너라도 나와 비교를 한다면 한가지 부족한 것이 있지."
"부족....한 것이라니요?"
처음으로 그의 말에 관심을 보이고서 다무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캄은 조용히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지금 너한테 가장 필요한 것은 경험이겠지."
"....하아...."
뭔가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를 것 같은 대답에 다무의 얼굴이 갸우뚱거렸다.
"경험은 사람을 성장시키는데 단단히 한몫을 하지. 너도 잘 알겠지만 10년 전 너희들과 만나기 전까지 나와 에레나는 이 아스란드 대륙을 여행을 하는 여행자였다는 것을 너도 잘 알거다. 그 여행 도중에 나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보고 수많은 무인들과 싸워오면서 결국 경험이라고 하는 그 무엇보다 바꿀 수 없는 귀중한 힘을 가질 수가 있게 되었지. 하지만 너는 그 경험이란 힘이 없어. 그것이 바로 너와 나의 가장 큰 차이 중에 하나인 것이야."
"......."
"너는 앞으로 이 여행에서 수많은 경험을 가지게 될 거야. 그리고 그건 그 무엇보다 바꿀 수 없는 귀중한 힘이 되겠지. 그렇게 된다면 나중에는 너와 나의 격차가 조금은 줄어들 것이다."
"......그럴.....까요?"
조금은 얼굴에 희망을 가지고서 그렇게 물어보았다. 그의 말에 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아직 시간은 많아. 니가 강해지기에 시간은 충분히 남아있어. 지금부터 다시 그때처럼 노력을 한다면 너는 분명 나중에 가면 지금보다 한층 더 강해질 거다. 그건 내가 보증하지."
그러고서 어깨에 올려놓았던 손을 때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작부터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은 욕심이라고 부른다. 그러니까 그 욕심을 버려라. 욕심을 버리고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이번 여행에 나선다면 너는 니가 목표했던 것에 한발짝 나갈 수 있을거야."
그리고서 그는 조용히 미련이 없다는 듯 등을 돌려 에레나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어느새 그의 얼굴에는 진지함이 사라지고 평소 그가 짓던 표정인 귀찮다가 얼굴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으니까 더이상 나한테 뭐라고 하지마. 이이상은 내쪽에서 사절이야."
"알고 있어."
그의 투덜거림에 에레나는 조용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예의 보는 사람마저 포근한 기분이 들게 만드는 미소를 캄에게 보냈다.
"조금은 놀랐어. 너도 스승이라는 역활을 제대로 소화할 수가 있구나? 나는 니가 손을 올릴 때 때리는 줄로만 알고 있었거든. "
"카리나도 그렇게 착각을 하더니만.....도대체 너희들한테 나라는 존재는 어떻게 인식이 되어 있는거냐?"
자그맣게 한숨을 쉬며 그는 아까 전부터 계속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수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 덩치에 맞지 않게 이 독수리는 항상 자신들을 태워준 다음에는 언제나 캄의 칭찬을 받고 싶어한다. 그가 칭찬을 하기 전까지 그 독수리는 꼼짝않고 거기에 있는다. 그것을 잘 알고 있는 캄이기에 그는 조금은 귀찮아 하면서 수리한테 다가간 것이다.
"너도 수고했다. 당분간 볼 일은 없을 테니까 그동안 잘 지내. 만약에 잘 못지내면 나한테 죽는데이?"
-삐익!
걱정하지 말라는 듯 커다란 울음 소리를 내며 수리의 날개가 힘껏 펴졌다. 그리고 천천히 위로 올라가는 모습을 캄과 에레나는 끝까지 지켜보았다. 단 한순간도 지금의 모습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아, 잠시 물어볼 것이 있는데요."
이제는 많이 좋아진 듯 혈색이 거의 원래대로 돌아온 리아가 캄을 바라보며 물었다.
"뭔데?"
"두가지가 있는데요. 우선 맨 처음이 저 독수리 이름이 진짜로 수리 수리 마수리인가요?"
"근데?"
너무나도 손쉽게 인정을 하였기에 되려 할 말이 없어지는 리아였다. 그녀의 질문에 캄은 살짝 자신의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이름이 이상해서 물어보는 거라면 그다지 할 말은 없어. 뭐, 보나마나 에레나한테 다 들었을 테니까 내가 추가해 줄 말은 없겠지."
"....하아...."
너무나도 당당한 태도 때문이었을까. 그녀는 문득 자신이 뭘 물어볼려고 그런 질문을 한 것인지를 까먹었다. 그리고 더불어서 두번째 질문도 뭐였는지 잊어먹고 말았다.
"그래서? 그 다음 질문은?"
".....네?"
"그러니까. 다음 질문 말이야. 두가지 질문이 있다면서."
"...아, 그러니까...."
필사적으로 잊어버렸던 두번째 질문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아, 지금부터 어떻게 델라국에 갈 것인지를 물어볼려고 했는데요."
"글쎄? 솔직히 말하자면 아직 생각해 놓은 것은 없어. 근처에 마을이 있을 테니까 거기서 하룻밤을 묶으며 생각해 볼려고. 아무리 여행이라고는 하지만 5개월 동안 지루하게 걷는 것은 이쪽에서 사양이니까 최대한 델라국에 가는 시간을 좁혀볼 생각이야."
".....하아....."
이번에도 너무나도 당당한 대답에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뭐, 10년이나 지났으니 5개월이라는 기간을 단번에 좁힐 수 있는 교통수단이 생겼을지도 모르지. 어째든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이 근처에 있는 마을을 오늘 안에 찾는거야. 여행 첫날부터 쫄쫄 굶어가면서 노숙을 하고 싶은 마음은 없으니까."
그리고 그는 다무쪽을 바라보았다.
"기운은 차렸냐?"
"물론입니다. 제가 잠시 어떻게 되었나 봐요. 고작 그런 일에 풀이 죽어 있었다니 저답지 않은 행동이었어요."
그의 말에 다무는 완전히 기운을 차린 듯 평소와 마찬가지인 모습으로 대답하였다. 그런 그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다무 옆에 있던 카리나도 그런 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좋아. 지금부터 마을을 향해 걸어간다. 아마 근처에 마을이 있을 테니까 아무리 못해도 오늘 안에 발견할 수 있을거야. 모두들 준비됐지?"
모두가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단지 리아가 약간 생각할 것이 있다는 듯이 얼굴에 약간의 고민하는 흔적이 남아있는 것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가자."
해가 쨍쨍 위에서 내려비치던 어느 날, 그렇게 그들의 모험은 시작되었다.
"그래서. 결국 천공의 서는 회수를 하지 못했다는 거군."
".....죄송합니다. 어떤 벌이라도 달게 받겠습니다."
그렇게 눈 앞에 있는 남자에게 고하며 암살자 시마드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곧 자신한테 주어질 벌을 달게 받을 각오를 하였다. 어떻게 말한다 하더라도 자신은 임무를 실패하였다. 그 사실에는 아무것도 변하는 것이 없었기에 그는 모든 것을 각오하고서 남자 앞에 있는 것이었다.
"......."
"......."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시마드한테는 단 1분이라 할 지라도 그 시간이 영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아니, 됐다. 실수는 그 누구라도 하는 법이지. 아니, 너 같은 경우에는 실수라고 부르면 안되겠군.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책을 가져오지 못했으니까."
모든 각오를 하고 있던 시마드에게 그 말 한마디는 너무나도 달콤한 단비와도 같은 말이었다. 그러니까 저 말은 임무를 마치지 못하고 돌아온 자신을 용서하겠다는 말이니까.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자신을 용서하다니, 그로서는 그 말 한마디가 너무나도 달콤한 꿀과 같았다.
"우선 쉬어라. 일단 거기에 대한 방비책은 생각해두었으니까. 다음 명령이 있기 전까지 충분한 휴식을 취하도록."
"네.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뒷걸음질을 치며 곧 어둠 속으로 녹아들었다. 방 안에는 남자 한 명만이 홀로 의자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 약간의 침묵이 흘렀다. 얼마나 흘렀을까. 남자가 입을 열었다.
"사키아."
".....부르셨습니까?"
그의 부름에 한 여자가 어둠 속에서 갑작스럽게 나타났다. 평범한 옷차림이었지만 들고 있는 스태프가 그녀는 마법사라는 것을 가르켜주고 있었다.
"할 일이 생겼다."
"뭐든지 시켜만 주시기 바랍니다."
남자의 말에 사키아라고 불린 여성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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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C.O.W 프로젝트 동인지 회지를 위해서 연재하고 있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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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위의 말이요? 애당초 원래 그런 목적으로 소설을 연재하고 있는 중이다보니 저렇게 적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적어두었습니다. 문제가 된다면 리플 남겨주세요. 애당초 이 소설을 기획한 것은 1년이 넘었지만 연재를 시작한 것은 C.O.W 프로젝트 카페에 들어간 직후입니다. 나름 역사를 가지고 있다면 가지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겠죠. 게임 이스를 모티브로 삼고 있는 소설이니만큼 최대한 게임 RPG 풍에 가깝게 소설을 쓸려고 했지만 그만 포기. 전체적인 플롯을 잡아놓은 채 그냥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히 쓰고 있는 형편입니다. 현재 어떻게 하다보니 5부까지 이야기를 잡아놓은 상태이며 2부까지가 본편에 들어가며 3부부터는 후속 이야기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본편 이야기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이야기가 진행이 됩니다만 어느 정도 본편과 연관성이 있다는 것도 사실입니다.(어느 쪽이야!) 뭐, 그런고로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리면서 저는 다음편으로 여러분을 만나뵙도록 하겠습니다.
P.S 현 연재 분량을 따라잡을 때까지는 접속할 때마다 3편씩 올릴 생각입니다. 문제가 된다면 리플로 남겨주세요.
왠지 모르게 알것 같으면서도 애매한 대답을 들은 탓인지 그녀의 대답은 왠지 모르게 힘이 들어가 있지 않았다.
"그건 그렇고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도착하겠네요. 캄과 다무도 지금쯤이면 도착했을려나?"
에레나가 힐끔 아래를 쳐다보며 그렇게 말했다. 제법 하늘 높이 날고 있기 때문에 정확하게는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대략적으로나마 보이기 때문에 지난 경험을 되살려 이제 서서히 내려갈 때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그거 참......다행이네요."
용케도 멀미는 하지 않았지만 멀미를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리아가 정말인지 하늘을 날기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웃음을 얼굴에 띄웠다. 물론 그 웃음도 새파랗게 질린 얼굴 때문에 애매모호하게 보였지만 말이다.
"제 손을 잡으세요. 곧 있으면 내려갈텐데 조금 어지러울 테니까요."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는 몰랐지만 그래도 지금 같은 상황에서 믿을 것은 경험자인 에레나와 카리나의 말을 듣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리아는 에레나의 말에 생각할 것도 없이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역시 이 산맥을 내려갈 때는 수리의 도움만큼 좋은 도움도 없는 것 같아요."
-삐익.
기분이 좋다는 듯한 울음 소리가 들렸다.
"수리.....라니요?"
리아의 질문에 에레나가 독수리의 등을 두드리며 입을 열었다.
"얘 이름이예요. 정식 이름은 수리 수리 마수리예요."
"......네?"
어딘가 많이 들어본 이름에 황당한 나머지 그런 얼빠진 소리를 내고 말았다. 수리 수리 마수리라니? 그녀가 생각하기에 그 이름은 분명-
"원래는 어린이 동화에서나 나오는 나쁜 마법사가 쓰는 주문인데 얘를 발견하고서 이름을 정할 때 캄이 이름 짓기가 귀찮다고 마침 근처에 있던 어린이 동화를 보고서 그렇게 이름을 정해버렸거든요."
"....하아....."
어떤 의미로 보자면 상당한 임팩트가 강렬히 느껴지는 이름이었다. 아니, 그것보다 이름을 그렇게 막 지어도 되는 건가하고 약간 의구심이 들기도 하는 여신관 리아였다.
"정말이지.....아무리 귀찮아도 이름을 그렇게 지어버리면 얘가 너무 불쌍하잖아."
-삐익? 삐.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듯 수리의 얼굴이 좌우로 흔들렸다. 수리의 대답에 에레나는 불쌍하다는 표정으로 조용히 수리의 등을 쓰담을 뿐이었다.
"너도 그렇게 그 이름을 마음에 들어하니까 캄이 그 이름으로 정해버렸잖니. 조금이라도 좋으니까 반항을 했었으면 좋았을걸."
"아빠와 마찬가지인 캄한테 얘가 어떻게 반항을 한다는 거예요? 모르긴 몰라도 수리가 캄한테 반항을 한다는 것은 아마 평생 일어나지 않을 일 일거예요."
-삐익.
고개를 끄덕이며 본인이 그 사실을 인정하였다. 본인의 인정에 딱히 할 말이 없는지 에레나는 그저 조용히 한숨만을 쉴 뿐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히익!"
리아는 갑자기 수평인 상태에서 아내로 내려가는 것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제 곧 있으면 목적지에 도착한다는 신호이기도 하며 리아에게 있어서는 지옥의 시작이라는 뜻도 담겨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녀가 뭘 어떻게 한다고 해서 지금의 무서움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었으므로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에레나의 팔을 꼭 잡고서 이 순간이 무사히 지나가기만을 자신이 믿는 신한테 빌고 또 비는 것이었다.
"좋은 날이네."
"정말 그렇네요."
물론 두 경험자는 여유만만하게 자신에게 편한 자세로 얼른 지상에 내려가기만을 기다릴 뿐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그 둘은 계속 수다를 떠는데 여념이 없었다. 밑으로 내려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조금씩 조금씩 위에 타고 있는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하기 위해 계단식 착륙을 하며 수리는 서서히 지상에 내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곧 쿠웅이라는 소리와 함께 세명은 모두 수리가 지상에 내려 앉았음을 알 수가 있었다. 리아는 드디어 살았다는 듯이 창백한 얼굴로 깊디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여어. 이제 도착이야? 기다리다 지치는 줄 알았다고."
언제 도착했는지 캄과 다무가 그 셋을 맞이하였다.
"이렇게 늦게 오는 줄 알았으면 조금은 느긋하게 오는 거였는데."
수리가 자신의 날개로 만들어 놓은 길을 통해 대지로 내려오는 여자들을 보며 캄이 말했다. 그의 그런 말에 리아는 또 다시 한번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도대체.....언제......."
분명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봐도 이건 불가능이었다. 하늘을 날아서 온 자신들보다 산맥을 뛰어서 온 다무와 캄이 더 빨리 도착을 하다니? 평지였다 하더라도 힘든 일인데 험준하기로 소문이 난 에스테이나 산맥을 캄과 다무는 날아서 온 세 여자들보다 빨리 도착했다는 것은 어떻게 생각을 해봐도 말이 안되는 소리였다. 맨 먼저 땅을 딛은 에레나가 캄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언제 도착한거야?"
"5분 전에. 아, 진짜 이럴 줄 알았다면 느긋하게 오는 거였어. 괜히 내기 따위를 해가지고는....."
그는 연신 후회가 된다는 얼굴로 힐끔 다무를 쳐다보며 말했다. 무엇이 그렇게 분한지 다무는 온 몸으로 '젠장, 젠장젠장젠장젠장젠장.'이란 오오라를 연신 뿜어내고 있었다. 그런 그의 행동에 에레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저러는거야?"
"내기를 했거든. 먼저 이 산맥을 내려오는 사람한테 능력이 되는 한 소원 한가지를 들어주기로."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다무를 한번 쳐다보며 캄이 말을 이어나갔다.
"감히 스승한테 이길 생각을 하다니, 지 분수를 알아야지."
"하하....."
왠지 모르게 그림이 그려지는 것 같은 에레나와 카리나였다. 아마 필시 캄 쪽에서 먼저 내기를 하자고 제안을 하고서 완승을 한 것이겠지. 평소에 자주 봐왔던 풍경이기 때문에 자신들이 보지 못한 장면을 상상하기에는 그다지 큰 무리는 없었다. 그리고 언제나 카리나는 다무한테 다가가 그를 위로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너무 그렇게 낙심하지 마. 니가 약한 것이 아니라 스승님들이 워낙 괴물같아서 그러는 거니까."
"......하지만 이건 격이 너무 다르잖아......나도 빠르게 달린다고 자부하는 편인데 스승님은 빨리 달린다는 차원을 이미 벗어났었어....."
아까 전에 일을 떠올리는 것인지 다무가 한번 몸서리를 쳤다. 도저히 자신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자신의 스승인 캄을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이라는 것을 그는 깨달았다. 인간의 수준을 벗어났다. 이것이 다무가 자신의 스승인 캄한테 느끼는 감정이었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하면 애가 저렇게 풀이 죽는거야?"
평소 같으면 지금쯤 기운을 차리고 일어났을 터인데 이번에는 꽤나 오랫동안 낙심을 하고 있었기에 에레나가 캄에게 물어봤지만 캄은 자세히 모르겠다는 듯이 어깨를 한번 으쓱할 뿐이었다.
"그저 조금 진지하게 상대해줬을 뿐이야."
"......."
그의 말에 에레나는 그저 쓴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아무리 캄한테 조금이라고 하지만 다른 사람이 보았을 때는 그 조금이라는 차이가 엄청나게 느껴진다. 그것을 다무는 깨닫고서 풀이 죽어 있는 것이다. 에레나가 캄을 쿡쿡 찌르며 조그맣게 속삭였다.
"보고만 있지 말고 어떻게 해 봐. 애가 저렇게 풀이 죽어 있으면 여행을 즐길 수가 없잖아."
"......그걸 내가 왜 해야하는데?"
그의 얼굴에는 어느새 트레이드 마크인 귀찮다라는 표정이 드러나 있는지 오래였다.
"니가 저지른 잘못이잖아. 니가 수습하는 것이 당연하지."
"귀찮은데 그걸 왜 내가 해야 되는데?"
말은 그렇게 하지만 자신의 잘못이라고는 생각하고 있는지 그는 조용히 다무한테 다가갔다.
"어이, 바보 제자. 얼른 일어나라. 니가 그렇게 풀이 죽어 있으니까 여행을 시작하지 못하겠잖아?"
"......"
그가 말하는데도 불구하고 다무는 일어설려는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충격이 생각보다 큰 것 같아 보였다. 그런 그의 모습에 캄은 조용히 한숨을 쉬며 조용히 한 손을 들어올렸다.
"스, 스승님. 지금 상황에서 그런 것은 좀....."
어디서 많이 보아왔던 장면이 생각났기에 카리나가 조심스레 캄을 말려보았지만 캄은 듣지도 못했다는 듯이 천천히 손을 내리기 시작했다. 그가 내리고 있는 손의 목표물은 다무라는 것은 두말 할 필요도 없었다.
"저, 저기 스승-"
순간 왠지 모르게 이 자리에서 피의 축제가 일어날 것 같은 예감에 카리나가 캄을 말릴려고 했다. 하지만 곧 그녀는 자신의 예상이 틀렸음을 알 수가 있었다. 그는 그저 조용히 다무의 어깨에 자신의 손을 올려놓은 것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서 조용히 다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드물게도 진지함을 묻어나 있었다.
"뭐가 그렇게 풀이 죽었냐? 너하고 나의 차이를 느껴서 그렇게 풀이 죽었냐?"
"......."
말은 하지 않지만 분위기가 그렇다고 하고 있었다.
"격의 차이에 대한 절망감. 이건 어떻게 본다면 당연한 말이지. 저번에 너의 목표가 나라고 했지? 그렇다면 더더욱 당연한 말이다. 지금 너의 실력으로는 나를 따라잡을 수가 없어."
".......그렇.....습니까......"
그의 말에 더욱 자신을 잃고 풀이 죽고 말았지만 캄은 그것에 개의치 않고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너는 강해. 그건 내가 인정하지. 아마 너와 정면승부로 붙을 수 있는 무인은 이 세상에 그렇게 많지 않을 거다. 정말인지 대단한 놈이야, 너는. 신체 특성상 무인이 되는 것이 쉽지 않을텐데 그것을 극복하고서 결국에는 무인의 반열에 들었지. 그건 이 세상에서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
"하지만 그런 너라도 나와 비교를 한다면 한가지 부족한 것이 있지."
"부족....한 것이라니요?"
처음으로 그의 말에 관심을 보이고서 다무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캄은 조용히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지금 너한테 가장 필요한 것은 경험이겠지."
"....하아...."
뭔가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를 것 같은 대답에 다무의 얼굴이 갸우뚱거렸다.
"경험은 사람을 성장시키는데 단단히 한몫을 하지. 너도 잘 알겠지만 10년 전 너희들과 만나기 전까지 나와 에레나는 이 아스란드 대륙을 여행을 하는 여행자였다는 것을 너도 잘 알거다. 그 여행 도중에 나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보고 수많은 무인들과 싸워오면서 결국 경험이라고 하는 그 무엇보다 바꿀 수 없는 귀중한 힘을 가질 수가 있게 되었지. 하지만 너는 그 경험이란 힘이 없어. 그것이 바로 너와 나의 가장 큰 차이 중에 하나인 것이야."
"......."
"너는 앞으로 이 여행에서 수많은 경험을 가지게 될 거야. 그리고 그건 그 무엇보다 바꿀 수 없는 귀중한 힘이 되겠지. 그렇게 된다면 나중에는 너와 나의 격차가 조금은 줄어들 것이다."
"......그럴.....까요?"
조금은 얼굴에 희망을 가지고서 그렇게 물어보았다. 그의 말에 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아직 시간은 많아. 니가 강해지기에 시간은 충분히 남아있어. 지금부터 다시 그때처럼 노력을 한다면 너는 분명 나중에 가면 지금보다 한층 더 강해질 거다. 그건 내가 보증하지."
그러고서 어깨에 올려놓았던 손을 때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작부터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은 욕심이라고 부른다. 그러니까 그 욕심을 버려라. 욕심을 버리고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이번 여행에 나선다면 너는 니가 목표했던 것에 한발짝 나갈 수 있을거야."
그리고서 그는 조용히 미련이 없다는 듯 등을 돌려 에레나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어느새 그의 얼굴에는 진지함이 사라지고 평소 그가 짓던 표정인 귀찮다가 얼굴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으니까 더이상 나한테 뭐라고 하지마. 이이상은 내쪽에서 사절이야."
"알고 있어."
그의 투덜거림에 에레나는 조용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예의 보는 사람마저 포근한 기분이 들게 만드는 미소를 캄에게 보냈다.
"조금은 놀랐어. 너도 스승이라는 역활을 제대로 소화할 수가 있구나? 나는 니가 손을 올릴 때 때리는 줄로만 알고 있었거든. "
"카리나도 그렇게 착각을 하더니만.....도대체 너희들한테 나라는 존재는 어떻게 인식이 되어 있는거냐?"
자그맣게 한숨을 쉬며 그는 아까 전부터 계속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수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 덩치에 맞지 않게 이 독수리는 항상 자신들을 태워준 다음에는 언제나 캄의 칭찬을 받고 싶어한다. 그가 칭찬을 하기 전까지 그 독수리는 꼼짝않고 거기에 있는다. 그것을 잘 알고 있는 캄이기에 그는 조금은 귀찮아 하면서 수리한테 다가간 것이다.
"너도 수고했다. 당분간 볼 일은 없을 테니까 그동안 잘 지내. 만약에 잘 못지내면 나한테 죽는데이?"
-삐익!
걱정하지 말라는 듯 커다란 울음 소리를 내며 수리의 날개가 힘껏 펴졌다. 그리고 천천히 위로 올라가는 모습을 캄과 에레나는 끝까지 지켜보았다. 단 한순간도 지금의 모습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아, 잠시 물어볼 것이 있는데요."
이제는 많이 좋아진 듯 혈색이 거의 원래대로 돌아온 리아가 캄을 바라보며 물었다.
"뭔데?"
"두가지가 있는데요. 우선 맨 처음이 저 독수리 이름이 진짜로 수리 수리 마수리인가요?"
"근데?"
너무나도 손쉽게 인정을 하였기에 되려 할 말이 없어지는 리아였다. 그녀의 질문에 캄은 살짝 자신의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이름이 이상해서 물어보는 거라면 그다지 할 말은 없어. 뭐, 보나마나 에레나한테 다 들었을 테니까 내가 추가해 줄 말은 없겠지."
"....하아...."
너무나도 당당한 태도 때문이었을까. 그녀는 문득 자신이 뭘 물어볼려고 그런 질문을 한 것인지를 까먹었다. 그리고 더불어서 두번째 질문도 뭐였는지 잊어먹고 말았다.
"그래서? 그 다음 질문은?"
".....네?"
"그러니까. 다음 질문 말이야. 두가지 질문이 있다면서."
"...아, 그러니까...."
필사적으로 잊어버렸던 두번째 질문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아, 지금부터 어떻게 델라국에 갈 것인지를 물어볼려고 했는데요."
"글쎄? 솔직히 말하자면 아직 생각해 놓은 것은 없어. 근처에 마을이 있을 테니까 거기서 하룻밤을 묶으며 생각해 볼려고. 아무리 여행이라고는 하지만 5개월 동안 지루하게 걷는 것은 이쪽에서 사양이니까 최대한 델라국에 가는 시간을 좁혀볼 생각이야."
".....하아....."
이번에도 너무나도 당당한 대답에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뭐, 10년이나 지났으니 5개월이라는 기간을 단번에 좁힐 수 있는 교통수단이 생겼을지도 모르지. 어째든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이 근처에 있는 마을을 오늘 안에 찾는거야. 여행 첫날부터 쫄쫄 굶어가면서 노숙을 하고 싶은 마음은 없으니까."
그리고 그는 다무쪽을 바라보았다.
"기운은 차렸냐?"
"물론입니다. 제가 잠시 어떻게 되었나 봐요. 고작 그런 일에 풀이 죽어 있었다니 저답지 않은 행동이었어요."
그의 말에 다무는 완전히 기운을 차린 듯 평소와 마찬가지인 모습으로 대답하였다. 그런 그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다무 옆에 있던 카리나도 그런 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좋아. 지금부터 마을을 향해 걸어간다. 아마 근처에 마을이 있을 테니까 아무리 못해도 오늘 안에 발견할 수 있을거야. 모두들 준비됐지?"
모두가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단지 리아가 약간 생각할 것이 있다는 듯이 얼굴에 약간의 고민하는 흔적이 남아있는 것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가자."
해가 쨍쨍 위에서 내려비치던 어느 날, 그렇게 그들의 모험은 시작되었다.
"그래서. 결국 천공의 서는 회수를 하지 못했다는 거군."
".....죄송합니다. 어떤 벌이라도 달게 받겠습니다."
그렇게 눈 앞에 있는 남자에게 고하며 암살자 시마드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곧 자신한테 주어질 벌을 달게 받을 각오를 하였다. 어떻게 말한다 하더라도 자신은 임무를 실패하였다. 그 사실에는 아무것도 변하는 것이 없었기에 그는 모든 것을 각오하고서 남자 앞에 있는 것이었다.
"......."
"......."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시마드한테는 단 1분이라 할 지라도 그 시간이 영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아니, 됐다. 실수는 그 누구라도 하는 법이지. 아니, 너 같은 경우에는 실수라고 부르면 안되겠군.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책을 가져오지 못했으니까."
모든 각오를 하고 있던 시마드에게 그 말 한마디는 너무나도 달콤한 단비와도 같은 말이었다. 그러니까 저 말은 임무를 마치지 못하고 돌아온 자신을 용서하겠다는 말이니까.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자신을 용서하다니, 그로서는 그 말 한마디가 너무나도 달콤한 꿀과 같았다.
"우선 쉬어라. 일단 거기에 대한 방비책은 생각해두었으니까. 다음 명령이 있기 전까지 충분한 휴식을 취하도록."
"네.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뒷걸음질을 치며 곧 어둠 속으로 녹아들었다. 방 안에는 남자 한 명만이 홀로 의자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 약간의 침묵이 흘렀다. 얼마나 흘렀을까. 남자가 입을 열었다.
"사키아."
".....부르셨습니까?"
그의 부름에 한 여자가 어둠 속에서 갑작스럽게 나타났다. 평범한 옷차림이었지만 들고 있는 스태프가 그녀는 마법사라는 것을 가르켜주고 있었다.
"할 일이 생겼다."
"뭐든지 시켜만 주시기 바랍니다."
남자의 말에 사키아라고 불린 여성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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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C.O.W 프로젝트 동인지 회지를 위해서 연재하고 있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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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위의 말이요? 애당초 원래 그런 목적으로 소설을 연재하고 있는 중이다보니 저렇게 적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적어두었습니다. 문제가 된다면 리플 남겨주세요. 애당초 이 소설을 기획한 것은 1년이 넘었지만 연재를 시작한 것은 C.O.W 프로젝트 카페에 들어간 직후입니다. 나름 역사를 가지고 있다면 가지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겠죠. 게임 이스를 모티브로 삼고 있는 소설이니만큼 최대한 게임 RPG 풍에 가깝게 소설을 쓸려고 했지만 그만 포기. 전체적인 플롯을 잡아놓은 채 그냥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히 쓰고 있는 형편입니다. 현재 어떻게 하다보니 5부까지 이야기를 잡아놓은 상태이며 2부까지가 본편에 들어가며 3부부터는 후속 이야기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본편 이야기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이야기가 진행이 됩니다만 어느 정도 본편과 연관성이 있다는 것도 사실입니다.(어느 쪽이야!) 뭐, 그런고로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리면서 저는 다음편으로 여러분을 만나뵙도록 하겠습니다.
P.S 현 연재 분량을 따라잡을 때까지는 접속할 때마다 3편씩 올릴 생각입니다. 문제가 된다면 리플로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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