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V - A.K.T.2 - 하미안 요새를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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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미안 요새를 찾아
타닥- 타다닥-
붉은 불꽃이 타오르며 굵은 장작이 타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 붉은 불꽃은
암운이 깔린 어두운 숲을 일부분이나마 비추고 있었고 그 곁에는 두 명의 소년과
소녀가 있었다. 소년은 장작을 때며 모닥불을 밝히고 있었고 소녀는 그 곁에 잠들어
있었다. 모닥불 덕분에 추위를 떨지 않아도 됐지만 지금부터가 문제였다. 마을에서
도망친지 이제 막 하루가 지나가려던 참이다. 모닥불을 피우기가 무섭게 잠이 든
세이나. 대충 이해는 갔다. 오늘 낮에는 3마리의 오크를 만났다. 오크 파이터(Orc Fighter)
라고 불리는 오크 전사가 아니었기에 간신히 물리쳤었다. 하지만 그 뒤가 고역이었다.
이 오크들의 피는 엄청나게 냄새가 심했기 때문에 우린 강을 찾자 마자 바로
다이빙 했을 정도였다. 그리고 날이 저물어서야 노숙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나야
자주 해본 일이지만 세이나는 이런 장거리 여행은 처음이고(여행은 아닌가…) 게다가
오늘 만난 오크들 때문에 마나를 모두 소비했기에 금새 곯아떨여진 상태였다.
난 잠시 세이나를 지켜보다가 입을 열었다.
"잘도 자는군"
난 혹시 모를 동물들의 습격에 모닥불 곁에서 검을 쥔 채 있었다. 모닥불을 피웠지만
안심이 되지 않았고 잠도 오질 않았다. 오늘은 그렇게 무리를 했는데…….
난 장작을 불속에 넣었고 잠시 나의 검을 쳐다보았다. 내가 검술을 배우기 시작하고
1개월 후에 선물받은 롱소드… 하지만 신기한 건 이 롱소드는 여타 롱소드에 비해
상당히 가벼웠고 다른 롱소드에 비해 길이도 20Cm 정도 길어 2.2M에 달했다.
때문에 아직 힘이 부족한 나도 사용이 용의했다. 허리춤에서 칼을 뽑아보았다.
스르릉-
청아한 음과 함께 검집에서 검이 뽑혀 나왔고 은빛의 검신을 뽐내듯 어둠속에서 검은
빛을 발했다. 은빛의 검신을 감상하던 난 검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타오르는 모닥불을
보자 다시 마을의 일이 생각나 괜시리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제길……."
난 대충 눈물을 훔쳤고 내 곁에서 잠든 세이나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잔뜩 웅크리고
있었다. 난 살짝 미소를 짓고 내가 두르던 망토를 벗어주었다. 아버지는 이것의 이름이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적정 온도를 유지해주고 expertness(숙달) 정도까지의 면역이 되어
있다고 했다. 그녀에게 망토를 덮어주고 곁으로 흘러나온 금발 머리칼을 쓸어 올려 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미소를 바라보았다. 순간… 이 말괄량이도 이런 미소를 지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되었다.
"훗……."
절로 웃음이 나온다. 난 순간적으로 그녀에게 다가갈 뻔했다. 하지만 금세 자책하며
나무에 등을 기대었다. 붉은 장작불이 타오르는걸 끝으로 난 살며시 얕은 잠을 청했다.
레이가 잠을 청한지 얼마 되지 않아 어둠속에서 검은 후드를 두른 한 사내가 나타났다.
레이가 느끼지 못할 은밀한 움직임으로 세이나를 쳐다보던 그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운명의 여신 테헤라의 가호를 받은 자, 세이나. 지금 이 자리에서 죽어줘야겠다."
그리고 어둠속에서 잠시 빛이 빛났다고 느꼈을까… 세이나에게서 연한 연기가 감돌았고
은밀히 한 걸음씩 세이나를 향해 다가갔다. 은밀히 다가간 그는 세이나의 목을 향해 검을 그었다.
검은… 그었다. 하지만… 한 남자의 행동에 의해 검은 목 언저리에서 막혀있었다.
차앙-
금속이 맞닫는 소리가 들렸고 그 소리에 레이는 깜짝 놀라 깨어났다. 그리고 눈 앞의
사내를 급히 경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들 앞을 막아 서 있는 인물을 보고 또 한번
놀라야했다.
"에… 엔키아 형?"
놀랍게도 그는 엔키아 형이었다. 엔키아 형은 검술의 천재로 발탁되어 14살이 되어 우리 마을을
떠났었다. 당시에 나와 세이나는 8 살이었고 형은 그 당시 익스펀트 초급에 들어서 있었다.
우리와의 나이차이는 6살로 그 형은 이제 22살이 된 건가…머리카락도 파란색으로 변했네?
벌써 어른 다 되었군… 그나저나… 저자는 누구지?
"레이, 세이나. 둘다 괜찮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난 허리의 롱 소드를 뽑아들고 세이나의 앞에 다가섰다.
그리고 검은 후드를 둘른 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성한 일에 방해를 걸다니……."
"넌 방금 '그녀'의 빛을 받은 자를 죽이려 했다."
"그게 무슨 상관이냐. 우리에겐 '그녀'는 눈엣가시일 뿐이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던 그는 어둠이 조금씩 걷히는걸 느꼈는지 우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오늘은 이만하고 물러가지."
그 말을 끝으로 그는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엔키아 형은 한숨을 내쉬며 검을 허리춤에 꽂아 넣었고
우리를 바라보며 씨익 하고 웃음 지어 보였다.
"둘 다 괜찮아?"
"아, 응. 그나저나 형. 오랜만이야."
"응. '어둡고 암후한 기운을 지닌 자'의 기운과 '성스러운 빛의 기운'이 느껴지기에
와봤지면 역시……."
그리고 엔키아 형은 다시 한숨을 내쉬며 아까 검은 후드를 두른 자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았다.
뭔가가 짚이는 데가 있는 난 형에게 말했다.
"형. 방금 그 사람… 알아요?"
형은 날 쳐다보더니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조금은… 알고 있지. 하지만 알아서 결코 좋지 못한 존재."
"알고 있어서 결코 좋지 못한 존재?"
"그렇게만 알고 있어."
엔키아 형은 그렇게 말하더니 대충 굵어 보이는 나무에 기대었다. 그리고 우리를 향해 말했다.
"좀 자둬. 특히 레이 넌 잠도 못 잤을 테니 좀 자둬."
"하지만……."
"자 둬."
"네… 형. 그럼 부탁할게요."
그리고 난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러고보니… 세이나는 그 난리통에서도 깨지 않았군.
마법이라도… 쓴… 걸까?
눈을 뜨자 어디서 잡아왔는지 모를 멧돼지를 통째로 굽고 있는 엔키아 형의 모습이 맨 처음 보였다.
향신료도 썼는지 달콤한 유혹이 코를 찔렀고 세이나도 브엉한 표정을 지으며 깨어났다. 몇 번
눈을 깜빡이던 그녀는 정신이 들지 않던지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다 그제야 제대로 된 지 눈 앞의
멧돼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눈앞의 사람을 바라보았다.
"에… 엔키아 오빠……."
"응? 아, 세이나 일어났구나."
"오빠, 정말 오빠에요! 오랜만이에요! 정확히 8년 만이에요!"
세이나는 그녀의 미모에 견주는 부드러운 미소를 보냈고 엔키아 형 역시 살짝 웃는 걸로 답했다.
그나저나… 저 멧돼지 통구이 맛있겠는데…….
"레이. 그 침 좀 닦아."
뭐? 이런 씁… 난 재빨리 입가를 손으로 문질렀다. 하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 말인즉…
세이나 너 이 녀석!!
"꺄하하!! 속았다! 속았어!!"
"세!이!나!"
"꺄하하하하하하!!"
한 바탕 소동 끝에 결국은 세이나는 웃다 지쳐 나에게 패배를 시인했고 난 비록 이기긴 했다만
오히려 진 듯한 기분이 난 듯하다… 그런데… 대체 뭘 이겼다는 거지?
"너희들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구나. 그래, 너희들은 무슨 일이야? 이런 먼 곳까지 오고 말이야."
"아……."
세이나의 표정이 급속도로 어두워졌고 엔키아 형 역시 뭔가 잘못 짚었나 하는 표정이 되어갔다.
그리고 우리는 마을에서 있었던 일부터 현재까지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했고 엔키아 형 역시
침울한 표정으로 변했다.
"그래… 마을이……."
그리고 우리를 쳐다보며 엔키아 형이 말했다.
"그래도 너희라도 무사해서 다행이다."
엔키아 형은 다시 미소지어보였고 나와 세이나도 침울한 표정에서 미소를 지어보였다. 지금 이
상황에서 침울해 봐야 좋은건 하나도 없다.
"그래, 침공 소식을 알려야겠구나. 좋아! 내가 같이 가 주도록 하지."
그러자 세이나가 눈빛을 빛내며 말했다. 웃… 저건… 후광효과?! 아니면 반짝이는 눈빛공격!?
"정말?"
"물론이지!"
그리고 엔키아 형은 슬며시 멧돼지 쪽으로 시선을 돌리더니 눈을 빛낸채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럼… 일단은 먹고 보자!!"
그리곤 한손엔 나이프를, 한 손엔 포크를 들고 멧돼지를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 30여분만에 멧돼지는
그 형체를 알아볼수 없을 정도의 떡이 되었고 우리들은 부른 배를 두드리고 있었다.
"아함, 잘~ 먹었다."
"후훗, 오랜만에 배부르게 먹었다."
"자, 그럼. 출발해 볼까?"
엔키아 형을 앞으로 우리들은 하미안 요새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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