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wn Angel Episode 2 - 18년 전 par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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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wn Angel Episode 2 - 18년 전 part 1
“오, 오빠... 이 그림은...”
“그래... 어쩌면 이 반지가 바로 우릴 이 곳으로 넘어오게 한 것일지도 몰라. 아니, 확실해.”
도대체 이 반지의 내력에는 어떠한 것들이 숨어 있을지... 한국을 기준으로 올해로 18년의 인생을 같이 살아온 이 반지의 내력을 알 수 있다면 어쩌면, 진실을 알 수 있을지도.
“휴식을 취하고 싶네... 여관이라도 좀 잡자.”
나는 침대에 몸을 눕히고는 손을 들어 반지를 들여다보았다. 분명 이 그림은 아까 전까지는 볼 수 없었다. 아니, 솔직히 이 반지를 제대로 바라본 적이 5개월, 즉, 이 곳으로 건너온 후로 한번도 없었다. 18년 동안, 있었으면서도 없는 것처럼 여겼던 반지다. 어쩌면 이 메트로시아 제국의 문장은 방금 변한 게 아니라 이곳으로 건너온 후 바로 생긴 것일지도... 아마 그럴 가능성이 더 많은 것 같다. 하... 머릿속이 복잡하다. 왜 이런 일에 우리가 끼어든 것인지... 그냥 넘어가려고 해도 그냥 넘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내가 발견되어졌을 때부터 끼워져 있었다는 반지였으니... 이 반지가 왜 내 손가락에 끼어있었을까? 하... 도대체 이 반지의 뒤편에는 무엇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그때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들어가도 돼?”
“... 응.”
‘철커덕’거리는 소리와 함께 미나가 안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나는 미나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 이미 내 머리는 이 반지로 인해 혼란을 일으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이 반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반지... 왜 메트로시아의 문장이 여기에... 그렇다면 이 반지가 만들어진 곳은 이 곳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그런 반지가 나에게 끼워져 있었다는 것은...
그러나 잡념들은 유미나라는 인물로 인해 가라앉아버렸다. 그녀가 나를 끌어안은 것이다.
“오빠 혼자 끙끙 앓지 마. 난 오빠가 무슨 생각을 하는 지 다 알아. 16년이나 같이 살아왔는걸. 오빠가 얼마나 혼란스러울지도. 그런데 따지고 보면... 오빠는 그런 생각을 가질 이유가 전혀 없어. 단지 우리는 한국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되는 거야. 머리 아픈 생각 하지 말자. 응?”
미나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려왔다. 나 때문에 마음이 격해지는 건 아닐지... 그래. 우리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된다. 이깟 반지가 무슨 대수냐? 뭣 하러 일부러 복잡한 일에 몰두하려고 하는 것인가. 그래. 반지가 이 나라의 문장과 같으면 뭐하나? 여기서 살 것도 아닌데...
“유미나.”
“응?”
나 때문에 이런 외지에 떨어졌는데도, 반지의 문장을 보았는데도 불평 한마디 하지 않는 미나가 정말 고마웠다. 어쩌면... 나 혼자 이런 곳에 떨어졌다면 굉장히 슬펐을지도. 이 난관을 견뎌내지 못했을지도.
“고맙다.”
“뭘...”
정말 고맙다. 미나야.
하지만 사실... 이 꺼림칙한 기분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어쩌면... 나는 이 반지에 대해 알아야 할 운명일지도... 그저 미나가 위험해지는 일은 없길 바랄 뿐이다.
그렇게 정신없었던 하루의 해는 저물어가고 있었다.
다음날 창문의 커튼 사이로 비쳐오는 햇볕의 따사로움으로 인해 잠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미나는 여전히 나를 껴안고 있었다. 나는 미나의 팔을 살짝 내리고는 침대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주고는 방을 나섰다. 전자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자 시간이 아침 6시 32분에서 33분으로 지나갔다. 조금 이르긴 하지만 언제까지고 그런 자세를 유지할 수는 없겠지? 그나저나... 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이라고 이렇게 같이 자도 되나 몰라?
하, 이런 장난스런 생각을 하는 것 보니 내 본래의 모습을 되찾은 것 같다. 이것도 모두 미나 덕분이겠지?
대충 씻고 제로의 방으로 향했던 나는 녀석의 방에서 새어나오는 우렁찬 대포소리가 그의 코 고는 소리라는 것을 뒤늦게야 알았다. 아직 잠을 자고 있다면 혼자서 식사를 하는 수밖에.(솔직히 저런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녀석을 깨우긴 싫다. 무섭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친 나는 카운터에는 식당에 갔다가 온다고 말을 하고는 여관을 나섰다.
밖으로 나오자 차가운 아침바람이 얼굴을 스쳐지나갔다. 이 곳의 좋은 점은 공기가 정말 맑다는 것이다. 서울과 이 곳의 공기는 천지차이라고 할 수 있었다. 크게 숨을 들이켜 폐 속에 가득 찬 공기를 숨이 막힐 때까지 참았다가 내뱉을 때는 속에 있던 나쁜 기운들이 빠져나감과 동시에 개운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서울에서는 이런 짓을 마음껏 하지 못하겠지? 어쩌면 이곳이 살기에는 백배 더 좋은 곳 같았다. 물론 문명의 혜택을 누릴 순 없지만.
그때 말이 “이랴!” 하는 소리와 땅을 박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차였다. 그 소리가 너무 커서 나도 모르게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나저나 내가 생애에 저런 구식 마차를 볼 수 있을 줄이야... 나무 바퀴에 쇠로 테를 두른 바퀴 4개가 달린 천장이 없는 L형의 마차는 앞에는 마부를, 뒤에는 두 명의 남녀를 태우고 이쪽으로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이봐! 거기 비켜!!”
마부는 길 한 복판에 서 있는 나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 내가 길을 내주자 마부는 내게 보냈던 시선을 거두고는 다시금 “이랴!”를 연신 외치며 말에게 채찍질을 가했다. 빠른 속도의 마차 덕택에 잘 보이지 않았지만 뒤에 타고 있는 여자 쪽은 레이스가 상당히 많이 달린 분홍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그 옆에 늙은 남자는 깔끔한 정장을 입고 있었다. 이런 장면을 처음 보는 내게도 한눈에 귀족 영애와 그녀를 따라다니는 시종이나 집사처럼 보였다. 그런데 분명 마차가 옆으로 지나갈 때 귀족 영애는 나를 향해 웃으며 고개를 숙였었지? 사과하는 건가? 귀족이 그렇게 간단히 고개를 숙이나? 아무래도 내가 생각하는 그런 귀족의 이미지와 이곳의 귀족의 모습은 좀 다른 듯했다. 어째 마부보다 귀족이 더 친절해?!
그나저나 뭐가 그리 급하다고 저렇게 속력을 내는지... 저러다가 사람이 치이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햐... 저 여자. 어딜 저렇게 급하게 가는 거지?”
“얼레? 제로. 언제 깼냐?”
“방금 깨고 너 데리고 식당에 가려니 카운터에서 네가 식당으로 갔다고 하더라. 그래서 뛰어왔지.”
“크리스는?”
“자기 방에서 아직 자고 있는 것 같던데? 노크를 해도 문을 안 열어주더라.”
미나가 지금 내 방에 있다는 말은 절대 할 수 없다.
“그건 그렇고 귀족 여자들은 다 예쁘다고 하더니 정말이네. 그나저나 이런 아침부터 무슨 일이지?”
“낸들 알겠냐? 어서 가자.”
“응”
식당은 제법 붐비고 있었다. 병원에서부터 느끼는 거지만 정말 이 곳 사람들은 부지런했다. 이런 이른 아침부터 저렇게 움직이는 모습이라니. 그렇지만 그러한 순수 감탄에서 순수한 경악으로 바뀌는데 걸린 시간은 그리 오래지 않았다. 거대한 검을 테이블에 세워 둔 인상이 험악하게 생긴 덩치 큰 남자들이 두 명이나 되는데도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자신의 할 일만 하는 것이었다. 대개 이럴 경우 사람들은 눈치를 보지 않나? 아니, 그 전에 저런 무기들을 함부로 소유하고 있는데 이 도시 관할의 병사들(경찰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은 도대체 뭘 하는 건지... 제로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테이블 하나를 잡고는 내게 손짓을 했다.
“그렇게 멍하게 서있지 말고 이쪽으로 와.”
외국영화에서나 보는 듯한 장면들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제는 웬만한 것으로는 놀라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조만간에는 저런 거대한 칼을 든 험상궂게 생긴 여자도 보겠군. 그때 식당 안으로 미나가 들어왔다.
“오빠! 나만 빼고 오기야?”
“너 자고 있었잖아.”
“깨웠어야지! 눈을 뜨면 오빠의 따뜻한 품속인 줄 알았던 내가 왜 혼자 자고 있는 거야! 읍!”
“쉿!!!”
나는 얼른 달려가 미나의 입을 막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밑 빠진 독이었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미나에게 한번 꽂히더니 모조리 나에게로 쏟아졌다. 나는 미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야! 그런 소리를 그렇게 큰 소리로 떠벌리면 사람들이 오해하잖아!”
“오빠는! 내가! 중요해?! 아니면! 사람들! 시선이! 중요해?!”
미나는 내 팔을 있는 힘껏 꼬집으면서 말했다.
“윽! 그거랑! 아야! 사람들 시선이랑은! 아앗! 그러니까 이 손 좀! 아야~!”
“나쁜 사람들이 방에 들어오면 어쩌라고!”
“문을 잠가뒀잖아! 아야아아아!”
“어쨌든!! 다음에도 혼자 놔두고 가면 이정도로 안 끝날 줄 알아!”
속으로 아픔을 꾹꾹 눌러 담으며 울분을 삼켰다. 그런데 사람들의 시선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따가워졌다. 그 이유는...
“헤헤헤헤”
그새를 못 참고 팔짱을 끼고는 내 팔과 어깨에 자기 머리를 비비는 미나 덕분이었다. 그것은 솔로부대에 기름을 붓고 불을 지피는 격이었고 급기야 한 사람이 일어나도록 만들었다.
“이봐 아가씨. 이런 허약한 놈은 저기 다른데 버리고 우리랑 노는 게 어때?”
안 나오면 재미없는 3류 잡배였다. 그런데 어째 사람들이 저놈 편을 드는 것 같았다.
“이봐요, 아저씨. 이 사람은 내 오빠구요. 나는 아저씨 같은 사람한테는 취미 없어요.”
참으로 냉정하기 짝이 없는 여자였다. 물론 미나는 자신과 친분이 있는 사람에게는 이런 말을 사용한 적을 본 적이 없다. 이건 친분도 없으면서 친한 척 하는 경우라고나 할까? 그런데... 이런 아저씨를 건들면 위험하지 않을까?
“오호, 이 아가씨 생각보다 톡 쏘는 맛이 있는 걸? 너희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냐?”
어느새 이 녀석과 실내에 있는 모든 남자들은 한 편이 된 듯 했다. 이거, 아침부터 상당히 수상쩍다. 여기 왜이래? 경찰 없나? 이러다가 녀석들과 시비 붙겠어.
“그럼 아가씨. 이리와.”
그놈의 더러운 손이 미나에게 뻗치려하자 나는 그 손을 가로채었다. 그러자 녀석은 의외라는 듯한 얼굴로 내게 말을 걸었다.
“얼레? 요놈 봐라.”
녀석은 자세 그대로 왼손으로 주먹을 쥐고는 내 얼굴을 향해 날렸다. 얼굴만 살짝 피한 나는 한손은 그 녀석의 팔소매를 잡고 한손은 오른쪽 소매를 잡았다. 나는 주먹질 하는 녀석에게 매치기를 사용하는 중이었다. 반대쪽으로 신형이 넘어간 녀석은 곧이어 ‘쿵’하는 소리와 함께 땅에 박혔고 잡고 있던 팔로 몸을 뒤로 틀고는 중관절을 살포시(?) 꺾었다.
“끄엑!! 아이고! 이놈이 사람 죽이네!! 내 팔!!”
“놓더라도 시비를 걸지 않겠다고 한다면 놓아줄게요.”
“그렇게는... 아아아악!!!!!”
나는 힘을 조금 더 주었고, 그때서야 다짐을 받아낼 수 있었다. 그런데 내가 팔을 놓아주자마자 일어선 잡배는 발을 들어올렸다. 나는 그 발을 피하고 마찬가지로 발로 명치를 차려는데... 갑자기 몸을 움찔하더니 게거품을 물고는 쓰러지는 것이었다. 녀석이 쓰러진 곳의 뒤편에는 오른손에는 전자충격기를, 왼손으로는 V자를 그리고 있는 미나가 보였다. 녀석은 쓰러지고도 기절은 하지 못해 그 충격을 그대로 받고 있었다.
“어떠냐! 30만 볼트의 위력이! 오빠, 나 멋있었어?”
“그건 언제 준비했냐?”
“항상 들고 다니는 거야. 호신용이긴 하지만, 꼭 한번 사용해보고 싶었거든.”
원래 저런 건 20세 이상만 들고 다니는 것 아닌가? 그런데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얼굴이 희한하게 변하더니 그 중 한 명이 말했다.
“마, 마법사!”
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동요라도 하듯 “마법사”라는 말을 내뱉었다. 마법사라니? 그 게임에서 마법을 사용하는 그 마법사? 이 사람들 바보인가? 그때 순찰을 돌던 경비병이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이지?”
그러자 맨 처음 우리를 향해 ‘마법사’라고 불렀던 자가 입을 열었다.
“저, 저 남자와 계집이 가만히 있던 사람을... 마법으로!”
“그래! 저 녀석들이!”
“시치미 떼지 마! 우리가 언제 먼저 시작했어?!”
말도 안 된다. 시작은 저 녀석이 먼저 했는데 증인이 되어줘야 할 사람들이 하나같이 저런 말도 안돼는 소리를! 어쩌다보니 우리 편을 들어주는 사람은 제로뿐이었다. 하지만 여기에 있던 사람들은 족히 10여명이 넘어가는데... 그때였다.
“이 친구들은 잘못이 없소. 먼저 시작한 녀석은 여기 쓰러져있는 녀석이지.”
오옷. 아까부터 이쪽을 가만히 지켜만 보던 족히 2미터는 되어 보이는 검의 주인과 그 옆에 여자가 우리 편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저쪽 증인이 저렇게 더 많은데...”
그러자 남자는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어떤 조그마한 배지를 꺼내어 경비병에게 건네었다.
“이, 이건 파이어 호크(Fire Hawk)기사단의 배지! 이런, 실례했습니다. 이봐, 저기 쓰러진 녀석을 끌고 가. 그리고 거짓증언을 한 녀석들에게는 벌금 500 골드씩을 받는다.”
“예.”
그 다음에는 경비대장의 말을 따라 쓰러진 녀석은 끌려갔고 거짓증언을 했던 거짓말쟁이들도 끌려갔다. 그리고는 바람같이 사라졌다. 그러고 보니 남은 사람은 나와 미나와 제로, 그리고 우리를 도와줬던 남자와 여자뿐이었다.
“이거, 감사합니다. 뭐라 감사를 드려야할지... 너도 빨리 인사해!”
“아, 응. 감사합니다.”
“아니, 난 사실을 말한 것뿐이오. 그리고 또, 우리도 재미있는 구경을 했으니. 그 나이에 시전어도 구사하지 않고 마법을 사용하다니! 아무리 마법도구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예?!”
“그리고 그쪽 남자분도 대단하네요. 덩치의 차이도 굉장한데 상대에게 조금의 해도 가하지 않고 그렇게 간단히 제압해버리다니... 그런 기술이 이 세상에 있다는 게 신기할 지경입니다. 정말 좋은 구경 했어요.”
유도는 그렇다 치고... 마법이라니?! 이 사람들도 마법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우리 이럴 게 아니라 자리에라도 앉아서 이야기 합시다.”
그럽시다. 어쩌면 좋은 이야기도 들을 수 있을 것 같으니.
“제 이름은 짐, 그리고 이 녀석은 제 동생인 크리스, 그리고 이 친구는 제로라고 합니다. 참고로 저와 크리스는 다른 나라에서 왔습니다.”
“그런가? 어쩐지... 그건 그렇고 아무래도 내가 나이가 더 많은 것 같으니 말을 놓도록 하지. 나는 아까 봤듯이 파이어 호크 기사사단 소속의 알렉스 폰 가브로라고 하네. 그리고 이 녀석은 내 딸인 시아 폰 가브로.”
그러자 제로가 기겁을 했다.
“귀, 귀족이신가요?! 그리고 그쪽은 귀족의 영애!!”
“허허, 일단은 오등작(五等爵) 중에서 백작(伯爵) 작위를 받고 있다네.”
“백, 백작이라면 오등작 중에서도 세 번째 등급인!!!”
귀족? 귀족이 이런 허름한 복장?! 그나저나 이번에도 귀족이란 말이야? 내 지식으로 봐서는 옛날 영국 같은 경우 귀족은 아주 극소수라고 들었는데...
“귀족이 생각보다 많은가봐. 아침부터 2명이나 봤으니 말이야.”
“하하. 자네가 봤다던 그 여자도 내 딸일 것일세. 아마 우리를 찾는답시고 마차를 타고 달렸겠지. 그녀는 나중에 만나서 소개시키지.”
그게 무슨 소리지? 자기들을 찾아? 그럼 지금 집에는 연락도 안하고 이렇게 아침부터 돌아다니는 거? 도대체 무슨 일인 거야? 아니면 외박? 귀족도 외박하나? 괴상한 상상을 하던 중 미나가 팔을 잡아당겼다.
“오빠. 식사는 언제 해?”
“...바보야. 분위기는 좀 봐가면서 말해.”
우리 둘의 실없는 대화를 지켜보던 가브로 백작이 말했다.
“허허, 자매간에 사이가 참 좋은가보이. 이렇게 만난 것도 우연인데 우리 집에서 한 끼 대접을 하고 싶은데.”
그러자 또 제로는 기겁을 했다.
“예, 예?! 저희 같은 평민이...”
“사양할 것 없네. 좋은 구경을 한 답례라고 생각해주게나. 시아, 너도 괜찮겠지?”
“예. 저도 이분들을 좀 더 알고 싶은걸요.”
지금까지 언급이 없었지만 이 시아라는 여자애도 미인 선발대회 우승 후보감이었다. 외국인 특유의 금발 머리와 파란 눈을 가졌고 계란형 얼굴인 것에 얼굴이 뽀얀 것이 남자들이 침 좀 삼키겠다. 귀족들은 다 이렇게 예쁜 건가? 아까 그 마차 끌고 가던 여자도 제로 말로는 예쁘다고 하던데. 그나저나... 귀족이 평민에게 너무 친절한 것 같다.
그런데 장미와 같이 예쁘지만 가시가 있는 여자라고나 할까? 저 허리춤에 매달린 것은... 게임 상에서 볼 수 있는 그런 레이피어가 맞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아무래도 무서운 여자인 듯... 아무튼 그렇게 우리는 식당을 나와 백작의 집으로 향했다. 어째 아침부터 시끄러운 분위기로군.
거기에선 어떤 일이 일어날지... 이왕이면 좋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좀 기네요;;;
“오, 오빠... 이 그림은...”
“그래... 어쩌면 이 반지가 바로 우릴 이 곳으로 넘어오게 한 것일지도 몰라. 아니, 확실해.”
도대체 이 반지의 내력에는 어떠한 것들이 숨어 있을지... 한국을 기준으로 올해로 18년의 인생을 같이 살아온 이 반지의 내력을 알 수 있다면 어쩌면, 진실을 알 수 있을지도.
“휴식을 취하고 싶네... 여관이라도 좀 잡자.”
나는 침대에 몸을 눕히고는 손을 들어 반지를 들여다보았다. 분명 이 그림은 아까 전까지는 볼 수 없었다. 아니, 솔직히 이 반지를 제대로 바라본 적이 5개월, 즉, 이 곳으로 건너온 후로 한번도 없었다. 18년 동안, 있었으면서도 없는 것처럼 여겼던 반지다. 어쩌면 이 메트로시아 제국의 문장은 방금 변한 게 아니라 이곳으로 건너온 후 바로 생긴 것일지도... 아마 그럴 가능성이 더 많은 것 같다. 하... 머릿속이 복잡하다. 왜 이런 일에 우리가 끼어든 것인지... 그냥 넘어가려고 해도 그냥 넘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내가 발견되어졌을 때부터 끼워져 있었다는 반지였으니... 이 반지가 왜 내 손가락에 끼어있었을까? 하... 도대체 이 반지의 뒤편에는 무엇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그때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들어가도 돼?”
“... 응.”
‘철커덕’거리는 소리와 함께 미나가 안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나는 미나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 이미 내 머리는 이 반지로 인해 혼란을 일으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이 반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반지... 왜 메트로시아의 문장이 여기에... 그렇다면 이 반지가 만들어진 곳은 이 곳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그런 반지가 나에게 끼워져 있었다는 것은...
그러나 잡념들은 유미나라는 인물로 인해 가라앉아버렸다. 그녀가 나를 끌어안은 것이다.
“오빠 혼자 끙끙 앓지 마. 난 오빠가 무슨 생각을 하는 지 다 알아. 16년이나 같이 살아왔는걸. 오빠가 얼마나 혼란스러울지도. 그런데 따지고 보면... 오빠는 그런 생각을 가질 이유가 전혀 없어. 단지 우리는 한국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되는 거야. 머리 아픈 생각 하지 말자. 응?”
미나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려왔다. 나 때문에 마음이 격해지는 건 아닐지... 그래. 우리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된다. 이깟 반지가 무슨 대수냐? 뭣 하러 일부러 복잡한 일에 몰두하려고 하는 것인가. 그래. 반지가 이 나라의 문장과 같으면 뭐하나? 여기서 살 것도 아닌데...
“유미나.”
“응?”
나 때문에 이런 외지에 떨어졌는데도, 반지의 문장을 보았는데도 불평 한마디 하지 않는 미나가 정말 고마웠다. 어쩌면... 나 혼자 이런 곳에 떨어졌다면 굉장히 슬펐을지도. 이 난관을 견뎌내지 못했을지도.
“고맙다.”
“뭘...”
정말 고맙다. 미나야.
하지만 사실... 이 꺼림칙한 기분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어쩌면... 나는 이 반지에 대해 알아야 할 운명일지도... 그저 미나가 위험해지는 일은 없길 바랄 뿐이다.
그렇게 정신없었던 하루의 해는 저물어가고 있었다.
다음날 창문의 커튼 사이로 비쳐오는 햇볕의 따사로움으로 인해 잠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미나는 여전히 나를 껴안고 있었다. 나는 미나의 팔을 살짝 내리고는 침대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주고는 방을 나섰다. 전자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자 시간이 아침 6시 32분에서 33분으로 지나갔다. 조금 이르긴 하지만 언제까지고 그런 자세를 유지할 수는 없겠지? 그나저나... 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이라고 이렇게 같이 자도 되나 몰라?
하, 이런 장난스런 생각을 하는 것 보니 내 본래의 모습을 되찾은 것 같다. 이것도 모두 미나 덕분이겠지?
대충 씻고 제로의 방으로 향했던 나는 녀석의 방에서 새어나오는 우렁찬 대포소리가 그의 코 고는 소리라는 것을 뒤늦게야 알았다. 아직 잠을 자고 있다면 혼자서 식사를 하는 수밖에.(솔직히 저런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녀석을 깨우긴 싫다. 무섭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친 나는 카운터에는 식당에 갔다가 온다고 말을 하고는 여관을 나섰다.
밖으로 나오자 차가운 아침바람이 얼굴을 스쳐지나갔다. 이 곳의 좋은 점은 공기가 정말 맑다는 것이다. 서울과 이 곳의 공기는 천지차이라고 할 수 있었다. 크게 숨을 들이켜 폐 속에 가득 찬 공기를 숨이 막힐 때까지 참았다가 내뱉을 때는 속에 있던 나쁜 기운들이 빠져나감과 동시에 개운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서울에서는 이런 짓을 마음껏 하지 못하겠지? 어쩌면 이곳이 살기에는 백배 더 좋은 곳 같았다. 물론 문명의 혜택을 누릴 순 없지만.
그때 말이 “이랴!” 하는 소리와 땅을 박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차였다. 그 소리가 너무 커서 나도 모르게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나저나 내가 생애에 저런 구식 마차를 볼 수 있을 줄이야... 나무 바퀴에 쇠로 테를 두른 바퀴 4개가 달린 천장이 없는 L형의 마차는 앞에는 마부를, 뒤에는 두 명의 남녀를 태우고 이쪽으로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이봐! 거기 비켜!!”
마부는 길 한 복판에 서 있는 나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 내가 길을 내주자 마부는 내게 보냈던 시선을 거두고는 다시금 “이랴!”를 연신 외치며 말에게 채찍질을 가했다. 빠른 속도의 마차 덕택에 잘 보이지 않았지만 뒤에 타고 있는 여자 쪽은 레이스가 상당히 많이 달린 분홍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그 옆에 늙은 남자는 깔끔한 정장을 입고 있었다. 이런 장면을 처음 보는 내게도 한눈에 귀족 영애와 그녀를 따라다니는 시종이나 집사처럼 보였다. 그런데 분명 마차가 옆으로 지나갈 때 귀족 영애는 나를 향해 웃으며 고개를 숙였었지? 사과하는 건가? 귀족이 그렇게 간단히 고개를 숙이나? 아무래도 내가 생각하는 그런 귀족의 이미지와 이곳의 귀족의 모습은 좀 다른 듯했다. 어째 마부보다 귀족이 더 친절해?!
그나저나 뭐가 그리 급하다고 저렇게 속력을 내는지... 저러다가 사람이 치이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햐... 저 여자. 어딜 저렇게 급하게 가는 거지?”
“얼레? 제로. 언제 깼냐?”
“방금 깨고 너 데리고 식당에 가려니 카운터에서 네가 식당으로 갔다고 하더라. 그래서 뛰어왔지.”
“크리스는?”
“자기 방에서 아직 자고 있는 것 같던데? 노크를 해도 문을 안 열어주더라.”
미나가 지금 내 방에 있다는 말은 절대 할 수 없다.
“그건 그렇고 귀족 여자들은 다 예쁘다고 하더니 정말이네. 그나저나 이런 아침부터 무슨 일이지?”
“낸들 알겠냐? 어서 가자.”
“응”
식당은 제법 붐비고 있었다. 병원에서부터 느끼는 거지만 정말 이 곳 사람들은 부지런했다. 이런 이른 아침부터 저렇게 움직이는 모습이라니. 그렇지만 그러한 순수 감탄에서 순수한 경악으로 바뀌는데 걸린 시간은 그리 오래지 않았다. 거대한 검을 테이블에 세워 둔 인상이 험악하게 생긴 덩치 큰 남자들이 두 명이나 되는데도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자신의 할 일만 하는 것이었다. 대개 이럴 경우 사람들은 눈치를 보지 않나? 아니, 그 전에 저런 무기들을 함부로 소유하고 있는데 이 도시 관할의 병사들(경찰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은 도대체 뭘 하는 건지... 제로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테이블 하나를 잡고는 내게 손짓을 했다.
“그렇게 멍하게 서있지 말고 이쪽으로 와.”
외국영화에서나 보는 듯한 장면들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제는 웬만한 것으로는 놀라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조만간에는 저런 거대한 칼을 든 험상궂게 생긴 여자도 보겠군. 그때 식당 안으로 미나가 들어왔다.
“오빠! 나만 빼고 오기야?”
“너 자고 있었잖아.”
“깨웠어야지! 눈을 뜨면 오빠의 따뜻한 품속인 줄 알았던 내가 왜 혼자 자고 있는 거야! 읍!”
“쉿!!!”
나는 얼른 달려가 미나의 입을 막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밑 빠진 독이었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미나에게 한번 꽂히더니 모조리 나에게로 쏟아졌다. 나는 미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야! 그런 소리를 그렇게 큰 소리로 떠벌리면 사람들이 오해하잖아!”
“오빠는! 내가! 중요해?! 아니면! 사람들! 시선이! 중요해?!”
미나는 내 팔을 있는 힘껏 꼬집으면서 말했다.
“윽! 그거랑! 아야! 사람들 시선이랑은! 아앗! 그러니까 이 손 좀! 아야~!”
“나쁜 사람들이 방에 들어오면 어쩌라고!”
“문을 잠가뒀잖아! 아야아아아!”
“어쨌든!! 다음에도 혼자 놔두고 가면 이정도로 안 끝날 줄 알아!”
속으로 아픔을 꾹꾹 눌러 담으며 울분을 삼켰다. 그런데 사람들의 시선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따가워졌다. 그 이유는...
“헤헤헤헤”
그새를 못 참고 팔짱을 끼고는 내 팔과 어깨에 자기 머리를 비비는 미나 덕분이었다. 그것은 솔로부대에 기름을 붓고 불을 지피는 격이었고 급기야 한 사람이 일어나도록 만들었다.
“이봐 아가씨. 이런 허약한 놈은 저기 다른데 버리고 우리랑 노는 게 어때?”
안 나오면 재미없는 3류 잡배였다. 그런데 어째 사람들이 저놈 편을 드는 것 같았다.
“이봐요, 아저씨. 이 사람은 내 오빠구요. 나는 아저씨 같은 사람한테는 취미 없어요.”
참으로 냉정하기 짝이 없는 여자였다. 물론 미나는 자신과 친분이 있는 사람에게는 이런 말을 사용한 적을 본 적이 없다. 이건 친분도 없으면서 친한 척 하는 경우라고나 할까? 그런데... 이런 아저씨를 건들면 위험하지 않을까?
“오호, 이 아가씨 생각보다 톡 쏘는 맛이 있는 걸? 너희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냐?”
어느새 이 녀석과 실내에 있는 모든 남자들은 한 편이 된 듯 했다. 이거, 아침부터 상당히 수상쩍다. 여기 왜이래? 경찰 없나? 이러다가 녀석들과 시비 붙겠어.
“그럼 아가씨. 이리와.”
그놈의 더러운 손이 미나에게 뻗치려하자 나는 그 손을 가로채었다. 그러자 녀석은 의외라는 듯한 얼굴로 내게 말을 걸었다.
“얼레? 요놈 봐라.”
녀석은 자세 그대로 왼손으로 주먹을 쥐고는 내 얼굴을 향해 날렸다. 얼굴만 살짝 피한 나는 한손은 그 녀석의 팔소매를 잡고 한손은 오른쪽 소매를 잡았다. 나는 주먹질 하는 녀석에게 매치기를 사용하는 중이었다. 반대쪽으로 신형이 넘어간 녀석은 곧이어 ‘쿵’하는 소리와 함께 땅에 박혔고 잡고 있던 팔로 몸을 뒤로 틀고는 중관절을 살포시(?) 꺾었다.
“끄엑!! 아이고! 이놈이 사람 죽이네!! 내 팔!!”
“놓더라도 시비를 걸지 않겠다고 한다면 놓아줄게요.”
“그렇게는... 아아아악!!!!!”
나는 힘을 조금 더 주었고, 그때서야 다짐을 받아낼 수 있었다. 그런데 내가 팔을 놓아주자마자 일어선 잡배는 발을 들어올렸다. 나는 그 발을 피하고 마찬가지로 발로 명치를 차려는데... 갑자기 몸을 움찔하더니 게거품을 물고는 쓰러지는 것이었다. 녀석이 쓰러진 곳의 뒤편에는 오른손에는 전자충격기를, 왼손으로는 V자를 그리고 있는 미나가 보였다. 녀석은 쓰러지고도 기절은 하지 못해 그 충격을 그대로 받고 있었다.
“어떠냐! 30만 볼트의 위력이! 오빠, 나 멋있었어?”
“그건 언제 준비했냐?”
“항상 들고 다니는 거야. 호신용이긴 하지만, 꼭 한번 사용해보고 싶었거든.”
원래 저런 건 20세 이상만 들고 다니는 것 아닌가? 그런데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얼굴이 희한하게 변하더니 그 중 한 명이 말했다.
“마, 마법사!”
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동요라도 하듯 “마법사”라는 말을 내뱉었다. 마법사라니? 그 게임에서 마법을 사용하는 그 마법사? 이 사람들 바보인가? 그때 순찰을 돌던 경비병이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이지?”
그러자 맨 처음 우리를 향해 ‘마법사’라고 불렀던 자가 입을 열었다.
“저, 저 남자와 계집이 가만히 있던 사람을... 마법으로!”
“그래! 저 녀석들이!”
“시치미 떼지 마! 우리가 언제 먼저 시작했어?!”
말도 안 된다. 시작은 저 녀석이 먼저 했는데 증인이 되어줘야 할 사람들이 하나같이 저런 말도 안돼는 소리를! 어쩌다보니 우리 편을 들어주는 사람은 제로뿐이었다. 하지만 여기에 있던 사람들은 족히 10여명이 넘어가는데... 그때였다.
“이 친구들은 잘못이 없소. 먼저 시작한 녀석은 여기 쓰러져있는 녀석이지.”
오옷. 아까부터 이쪽을 가만히 지켜만 보던 족히 2미터는 되어 보이는 검의 주인과 그 옆에 여자가 우리 편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저쪽 증인이 저렇게 더 많은데...”
그러자 남자는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어떤 조그마한 배지를 꺼내어 경비병에게 건네었다.
“이, 이건 파이어 호크(Fire Hawk)기사단의 배지! 이런, 실례했습니다. 이봐, 저기 쓰러진 녀석을 끌고 가. 그리고 거짓증언을 한 녀석들에게는 벌금 500 골드씩을 받는다.”
“예.”
그 다음에는 경비대장의 말을 따라 쓰러진 녀석은 끌려갔고 거짓증언을 했던 거짓말쟁이들도 끌려갔다. 그리고는 바람같이 사라졌다. 그러고 보니 남은 사람은 나와 미나와 제로, 그리고 우리를 도와줬던 남자와 여자뿐이었다.
“이거, 감사합니다. 뭐라 감사를 드려야할지... 너도 빨리 인사해!”
“아, 응. 감사합니다.”
“아니, 난 사실을 말한 것뿐이오. 그리고 또, 우리도 재미있는 구경을 했으니. 그 나이에 시전어도 구사하지 않고 마법을 사용하다니! 아무리 마법도구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예?!”
“그리고 그쪽 남자분도 대단하네요. 덩치의 차이도 굉장한데 상대에게 조금의 해도 가하지 않고 그렇게 간단히 제압해버리다니... 그런 기술이 이 세상에 있다는 게 신기할 지경입니다. 정말 좋은 구경 했어요.”
유도는 그렇다 치고... 마법이라니?! 이 사람들도 마법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우리 이럴 게 아니라 자리에라도 앉아서 이야기 합시다.”
그럽시다. 어쩌면 좋은 이야기도 들을 수 있을 것 같으니.
“제 이름은 짐, 그리고 이 녀석은 제 동생인 크리스, 그리고 이 친구는 제로라고 합니다. 참고로 저와 크리스는 다른 나라에서 왔습니다.”
“그런가? 어쩐지... 그건 그렇고 아무래도 내가 나이가 더 많은 것 같으니 말을 놓도록 하지. 나는 아까 봤듯이 파이어 호크 기사사단 소속의 알렉스 폰 가브로라고 하네. 그리고 이 녀석은 내 딸인 시아 폰 가브로.”
그러자 제로가 기겁을 했다.
“귀, 귀족이신가요?! 그리고 그쪽은 귀족의 영애!!”
“허허, 일단은 오등작(五等爵) 중에서 백작(伯爵) 작위를 받고 있다네.”
“백, 백작이라면 오등작 중에서도 세 번째 등급인!!!”
귀족? 귀족이 이런 허름한 복장?! 그나저나 이번에도 귀족이란 말이야? 내 지식으로 봐서는 옛날 영국 같은 경우 귀족은 아주 극소수라고 들었는데...
“귀족이 생각보다 많은가봐. 아침부터 2명이나 봤으니 말이야.”
“하하. 자네가 봤다던 그 여자도 내 딸일 것일세. 아마 우리를 찾는답시고 마차를 타고 달렸겠지. 그녀는 나중에 만나서 소개시키지.”
그게 무슨 소리지? 자기들을 찾아? 그럼 지금 집에는 연락도 안하고 이렇게 아침부터 돌아다니는 거? 도대체 무슨 일인 거야? 아니면 외박? 귀족도 외박하나? 괴상한 상상을 하던 중 미나가 팔을 잡아당겼다.
“오빠. 식사는 언제 해?”
“...바보야. 분위기는 좀 봐가면서 말해.”
우리 둘의 실없는 대화를 지켜보던 가브로 백작이 말했다.
“허허, 자매간에 사이가 참 좋은가보이. 이렇게 만난 것도 우연인데 우리 집에서 한 끼 대접을 하고 싶은데.”
그러자 또 제로는 기겁을 했다.
“예, 예?! 저희 같은 평민이...”
“사양할 것 없네. 좋은 구경을 한 답례라고 생각해주게나. 시아, 너도 괜찮겠지?”
“예. 저도 이분들을 좀 더 알고 싶은걸요.”
지금까지 언급이 없었지만 이 시아라는 여자애도 미인 선발대회 우승 후보감이었다. 외국인 특유의 금발 머리와 파란 눈을 가졌고 계란형 얼굴인 것에 얼굴이 뽀얀 것이 남자들이 침 좀 삼키겠다. 귀족들은 다 이렇게 예쁜 건가? 아까 그 마차 끌고 가던 여자도 제로 말로는 예쁘다고 하던데. 그나저나... 귀족이 평민에게 너무 친절한 것 같다.
그런데 장미와 같이 예쁘지만 가시가 있는 여자라고나 할까? 저 허리춤에 매달린 것은... 게임 상에서 볼 수 있는 그런 레이피어가 맞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아무래도 무서운 여자인 듯... 아무튼 그렇게 우리는 식당을 나와 백작의 집으로 향했다. 어째 아침부터 시끄러운 분위기로군.
거기에선 어떤 일이 일어날지... 이왕이면 좋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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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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