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꿈(translunary dream)-(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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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꿈(translunary dream)-3편
-엇갈리기 시작한 운명-
written by 검신™
진하윤. 분명 하윤이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조금 전에 만났던 여자와 같이...
믿기 힘들었지만, 아니라고 그렇게 인정하고 싶었다. 자신이 그렇게 찾았던 사람이 1년 전에
모습을 감추고, 그 뒤로 계속 모습 한 번, 연락 한 번이라도 한 적이 없는 그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에 힘이 빠져 움직일 수가 없는 듯 하였다.
'니트라스와 함께...'
라는 문구를 보고서야, 그나마 안심이 되는 샤린이었지만 분명 그도 이곳으로 오면서 이름을
바꾸었을 거라는 생각에 다시 한 번 충격에 휩쌓였고, 이런 샤린의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이자
리엔은 걱정하기 시작하였다.
"괜찮으세요? 어디 몸이 안좋은 건...?"
방에 들어서자마자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뭔가 못볼 것을 봤다는 사람처럼 꼼짝도 하지 않고,
멍하게 서 있는 샤린을 보고 있자니 리엔도 마음 한 구석에 걱정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없는 일을 하러 수도에 가는 길이었기 때문에...
"아, 괜찮아요. 저 그림 좀 감상하느라..."
샤린은 그림 속 남자가 하윤이 제발 아니길 바라면서 리엔에게 가르켰다. 가르키는 쪽을 바라본
리엔은 샤린과 같이 뭔가 못 볼 것을 봤다는 듯이 몸이 경직되어 버렸다.
"어.. 어떻게..."
"왜 그러세요? 저 그림이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뭔가 알 수 있는 사실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리엔에게 질문공세를 했지만, 리엔은 말을
하지 않을 생각인 것 같았다.
"저기.. 저 그림 속에 남자. 니트라스라는 사람이 누군지 설명해줄 수 있어요?"
은글슬쩍 말을 꺼내보기는 하였지만, 리엔은 말을 해주고 싶은 심정이 아니었다. 마시넬 왕국에
사는 사람이라면 다 알 것이다. 그의 이름을... 니트라스. 이 넉자가 말해주고 있는 것이 무엇
인지... 약간의 침묵을 통해 진정이 된 리엔은 그래도 말해주는 편이 나을 것이란 생각에 입을
열었다.
"니트라스를 모르는 걸 보면... 확실히 샤린씨는 이 주변 왕국 사람이 아니군요. 설명해 드릴게
요."
의외로 설명을 해주겠다는 리엔의 행동에 거부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던 샤린은 다행이라는 생각
과 함께 그의 설명을 듣기 위해 침대에 서로 걸터앉았다.
"아직도 잊기 힘들지만... 15년 전. 그가 처음으로 모습을 들어내었어요. 마법학교를 같이 다녔는
데... 정말 인기가 많았죠. 처음에는 그냥 소질이 있는 정로구나했는데, 갈 수록 그의 마력은
강해졌죠. 처음 들어왔을 때, 2서클이던 그가... 시험을 통해서 바로 5서클로 승진할 수 있었
으니까요. 그리고 그와 함께 다니던 한 여자애가 있었어요. 니트라스. 그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그녀가 정말 촉망받는 우수한 학생이었죠. 5서클로 남자애들로부터 인기가 많았구요. 그런데
문제가 있었어요. 라트린이라는 귀족가의 자손이 있는데, 니트라스에게 많은 시비를 걸었죠.
어느 날인가부터 모습을 감추었지만, 니트라스 역시 수학여행 가느 날 사라졌어요. 그 뒤로
무슨 일이 있는지 도무지 모르겠지만 그로부터 10년 뒤. 다시 니트라스가 나타났고, 그때 관직에
있던 라트린과의 전쟁이 일어났죠. 그리고 전쟁이 끝나고 나서는 모습을 완전히 감춘 줄 알았는
데..."
대충 이야기를 간추린 것이라 이해가 조금 힘들었던 샤린이었지만... 처음에 자신이 생각하던
사람. 진하윤과 니트라스라는 사람은 단지 모습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괜한 걱정을
한 것 같은 자신에 대해 약간 웃음이 나왔지만... 1년 전에 행방불명이 된 그가 여기서 15년 동
안이나 살 수가 있는 일인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왠지 모르게 리엔의 상태는 심각했다.
"그런데 같이 학교를 다녔었나요?"
"네. 당시 저도 니트라스를 좋아했었으니까요."
좋아했었다는 말에 갑자기 침울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자신 역시 좋아하는 사람을 찾아서 이곳
까지 온 것이 아닌가... 그 점에 대해서 정말 공감이 가는 여자였고, 리엔은 자신이 좋아했던 사
람이 이곳에 살고 있다는 사실에 처음에는 놀랐지만, 지금은 결혼한 상태였다. 그에 대해 언급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들은 모르고 있는 사실이 있었다. 니트라스와 세론. 그 둘의 시간은
멈춘 채 흐르지 않는 다는 것이다. 즉, 18살 때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리고 결혼한 것이 아니었다.
결혼은 하지 못하게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단지 동거만 할 뿐...
날이 밝고 샤린과 리엔은 리엔이 알고 있는 사실대로 세론이라는 여자분에게 인사를 드리고 집을
나섰다. 그 집을 떠나면서도 리엔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지만, 단지 그가 아직 살고 있다는 것
에 대해 안심하고 있었다. 나중에 다시 찾아와도 되냐는 말과 함께 집을 나서긴 했지만 아무래도
마음에 많이 걸리는 모양이다.
"리엔. 힘내요. 나중에 다시 만나게 될 수 있으니까요. 맺어지지 못하더라도 바라볼 수 있다면
그걸로 된 거에요."
샤린은 그런 리엔의 모습이 너무 처량하고 보기 힘들었는지 위로하기 위한 말을 건내었다. 솔직히
말하면 자신이 이런 말을 해서는 안될 처지지만 말이다. 자신은 바라보는 것도 힘들어서 그를 직
접 만나러까지 왔으니 이런 말 할 자격은 없었지만, 위로는 해주고 싶었다. 샤린의 말에 리엔은
조금 힘을 얻었고, 목적지를 향해 걷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위로를 받은 리엔의 표정은 여전히 별
로 좋지 않았다. 이유는 샤린의 일때문이었다.
'이국의 옷을 하고 있는자.
곧 멸망을 의미하나니... '
라는 예언서를 왕궁 내의 현자가 공헌한 일이 있었기에 비록 미안한 일이지만 샤린을 수도로 압송
한다고 하는 말이 더 어울릴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샤린은 다만 좋아할 뿐이니, 그것에 대해 리
엔은 고개를 들지 못하는 것일 뿐. 하지만 수도로 향하던 중 리엔조차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들이 가는 길이 조금씩 수도에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꼭 길이라도
잃은 것처럼, 같은 장소를 왔다갔다 반복하면서 헤매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떤 넓은 공터로 나오게
된 샤린과 리엔은 공터의 중앙에 올라섰다. 그러자 그 주위로 빛이 발하면서 마법진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하늘을 수놓는 검은 구름. 샤린은 멀리 수도쪽을 보니 그 쪽은 검은 구름
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이것은 곧 누군가 조작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힘을
얻었다고 해서 다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대체 무슨 일이죠?"
"글세요. 누군가 우릴 노리는 것만은 확실하네요."
샤린의 말에 괜히 양심이 찔리는 리엔이었지만, 자신은 이렇게까지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분명 예언의 서에 따라 수도로 압송하는 것일 뿐, 누가 이국에서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는지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우왕좌왕하던 중, 갑자기 하늘에서는 우뢰가 치기
시작하였다. 그것도 샤린을 노리면서, 처음에는 우연이겠다 싶었지만 그게 아니었다. 계속해서 샤
린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우뢰는 조금씩 더 거세지기 시작하였다.
"무, 무슨 일이야. 왜 날 공격하는 거지!"
우뢰가 왜 자신을 공격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샤린은 계속 되내이기만 할 뿐, 방법을 못
찾고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치던 우뢰는 조금 멈추더니, 검은 구름 위에서 무언가 내려오기 시
작하였다.
"저.. 저건.. 마족.."
넋을 잃고 검은 구름을 향하여 말을 더듬는 리엔은 그것들을 마족이라고 하였다. 순간적으로 떠
오르는 샤린의 기억. 그것은 분명 이 세계로 오기 전에 들었던 내용이었다.
'모든 마족의 왕!'
왜 자신이 그런 자리에 올라야하는지는 몰랐지만, 지금 리엔이 위험하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대충 추리한 샤린의 생각이지만, 아마도 저 마족들은 새로운 왕에 대해 반항하는 자들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힘을 테스트하기 위하여 내려온 것일 수도 있었다. 그리고 곧 샤린과 리엔 주
위로 둘러쌓으며 내려앉는 마족들.
"그대가 우리의 새로운 왕인가. 정말 형편없는 녀석이군. 하찮은 인간따위가 어째서 우리의 새로
운 왕이 될 수 있단 말인가."
반항 마족들의 대장으로 보이는 마족이 앞으로 나서서 말을 꺼내었다. 그 말을 듣고 화가 치미는
샤린은 인상을 썼지만, 그런 반응이 어째 보기 좋다면서 웃는 마족들이었다.
'그대의 힘은 진정 강한 어둠의 힘. 그대의 힘을 어리석은 마족들에게 보여주십시오.'
한참 그렇게 마족들이 웃고 있을 때, 샤린의 머리 속에서 울리는 소리였다. 자신에게 무슨 힘이
있길래 그렇게 대단한 일을 하라고 하는건지 알 수 없다며 반항하였지만.
'진정으로 믿는 다면. 곧 이룰 수 있을 겁니다. 그댄 진정한 어둠의 왕입니다."
하는 수 없이 운에 맡기기로 한 샤린은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하였다. 갑자기 강한 마력
이 자신들이 쳐놓은 마법진 중앙으로 모이자 놀란 표정을 지으며 바라본 마족들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샤린의 주위로 감싸고 있는 엄청난 양의 어둠의 마력은 그들을 압도할 정도로 강력하
였다. 샤린은 단지 눈을 감고, 어둠의 힘에 정신을 집중하고 있을 뿐이었지만 그들의 입장에서는
달랐다.
"수상하다! 어서 마력을 다 모으기 전에 공격해라!"
대장으로 보이는 악마의 말이 끝나자 제각기 그들의 특기 마법들을 샤린을 향해 퍼부었지만, 이상
하게 그 마법들은 샤린의 몸에 가까이 가지 전, 무언가에 부딪히며 소멸하고 말았다. 이상한 현
상에 계속하여 경악하는 악마도 있었고, 그 힘에 눌려 도망가는 악마도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조
금 흐르자, 샤린은 눈을 떴고, 그와 동시에 샤린의 주위에 어둠의 마력장이 형성되었다. 그리고
마력풍이 일어나면서 주위에 흐르는 바람의 압력을 더욱 강하게 하여 주위에서 자신을 공격하던 마
족들을 뒤로 밀쳐내었다.
"이럴수가... 단지 마력장을 친 걸로 이정도라니! 믿을 수 없어. 하지만 그정도는 우리도 할 수
있다고!"
그 말과 함께 대장인 악마는 곧 자신도 마력을 끌어모으기 시작하였다. 진짜 악마와 어둠의 힘을
받고 태어나 왕이란 자리에 오를 자격이 있는 샤린. 서로 다른 종족끼리의 같은 어둠의 힘을 두고
대결하는 현상은 웃음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황혼에 가려진 어둠 속의 왕. 그대의 힘을 빌려 나 그대에게 맹세한다. 모든 것을 삼켜버릴 위
대한 힘으로 내 앞을 가로 막은 저자에게 심판의 불꽃을!'
그 악마의 주문이 끝남과 동시에 검은 구름에서 검은 불덩이가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크하핫. 이건 다크 메테오다. 한 번 막을 수 있다면 해보라고. 인간 주제에 이런 큰 마법을 감
당하기야..."
"나. 모든 어둠의 왕. 나의 힘을 빌려 만들어낸 작은 균열이여. 그대들의 원천. 그대들의 어머니
가 명하노라. 나의 명에 따라 그대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라!"
샤린의 말과 함께 그를 덮으려던 검은 불꽃들은 조금씩 사그라 들면서 사라져버렸다. 한참을 비웃
으며 말하던 악마는 이젠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는지 그냥 멍하게 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것이 모든 어둠의 왕이라는 증거다. 아직도 덤빌 의양이 있는가?"
의외로 샤린은 어둠의 왕이라는 칭호에 맞지 않게 마음이 너무 여렸다. 그래서인지 자신에게 덤벼
든 악마들조차 함부로 죽이지 못하였고, 살 수 있는 기회를 한 번 주기로 하였다.
"이이…어쩔수 없다. 총공격이다!!"
대장 악마가 그렇게 소리를 쳤지만 이상하게 그를 따르던 악마들은 그의 명령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겁을 잔뜩 먹은 표정으로 뒷걸음하고 있었고, 꼼짝도 못하고 그대로 서서 멍하게 있는
악마들도 있었다.
"네 명령을 따르려고 하지 않나보군. 마지막으로 주는 기회다. 사라져라."
조금 전에는 운이 좋아 마법을 사라지게 할 수 있었지만 다시 한번 그런 반마법을 쓸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심리를 이용하여 물러나게 할 생각이었으나, 대장 악마는
끝까지 공격하라는 말을 반복하다가 결국에는 부하들이 도망가면서 균형이 깨어지고 말았다.
혼자 남은 대장악마는 패배를 감수하며 폭발할 것 같은 감정을 억누르고 그들의 차원인 마계로
돌아갔다. 그들이 돌아가자마자 샤린은 기다렸다는 듯이 긴장이 풀리면서 땅에 풀썩 앉아 안도의
한숨을 크게 내 쉬었다. 오늘따라 그녀에게는 정신이 없는 하루였지만 주위의 자연이 조금은 평
안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공기의 흐름에 따라 흐르는 자연의 숨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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