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꿈(translunary dream)-(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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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꿈(translunary dream)-5편.
엇갈리기 시작한 운명.
written by 검신
폭류하듯, 솟아 오르는 빛과 어둠의 섞이지 않은 혼합체. 그것은 하늘 저편으로 솟아 올라가 버렸다. 그렇게
사라지고 난 뒤에도 니트라스들은 멍하게 사라져 올라간 곳을 오랬동안 보고 있었다.하지만 달라지는 것은 전
혀 없었다. 몸 안에 흐르고 있는 기가 서로 맞지 않다는 것 밖에는 보여주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그냥 우연이겠지 했지만, 확실하게 알게 해주었다. 샤린은 어떤 변명도 필요없이, 어둠의 힘을 사용한다는 것
을. 그리고 니트라스는 빛의 힘을 사용하지는 않지만 빛의 속성이라는 것에 완전한 상극에 위치해 있는 것을
안 이 둘은 다시 서로를 바라보았다. 무언가 이 둘 관계에 넘어와서는 안되는 선을 그어논 것처럼 가까워 지
려고 하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벽이라도 놓인 듯이, 다가서면 부딪혀 거리가 다시 원래대로 되고, 가까워 지
기는 커녕 더 멀어지는 것이 현실이었다.
"도대체 무슨 계약을 했기에 이러는 거야?"
계약에 문제가 있을 거라고 판단한 니트라스는 샤린에게 소리쳤지만, 샤린은 다가갈 수 없는 것이 자신이 이
곳으로 오기 전에 맺은 계약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 고개를 들 수 없었고, 말할 수 없었다. 이렇게 거리를 두
며, 바라보기만 하기 위하여 그런 계약을 맺었던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 현실은 어떠한가... 이런 헛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마시넬 도시 안 어딘가에서 폭발이 일어난 것을 알아채고 사람들이 몰려왔다. 그 중
에는 샤린을 잡기 위한 기사들도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샤린이 어제 리엔과 같이 하룻밤 신세를 졌던
집의 안주인도 왔다는 것이다. 마을과는 인연이 없어보이던 사람이 온 것에 의아해하였지만, 곧 다른 곳으로
정신을 두었다. 하지만,
"니트라스! 무슨 일이야?"
세론이 하윤의 이 세상의 이름과 함께 안부를 묻자, 샤린은 강하게 뒤통수를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리엔
의 말대로라면, 분명 니트라스와 세론은 15년이라는 세월 전부터 있던 존재인데 지금 자신과 같이 있던 사람
이 진하윤이라면, 분명 니트라스라는 사람과 동일인물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세론 무슨 일이야. 이곳까지 나오면 어떻게 해."
"그렇지만 네 마나가 갑자기 폭발하는 것 같아서... 봐..."
불안한 표정을 짓던 세론이 갑자기 팔을 니트라스의 눈에 가까이 댔다. 그러자 보이는 건... 약간 흐릿해진
그녀의 팔. 그걸보고 놀란 니트라스는 자신의 왼소매를 걷고 얼른 보았다. 역시, 예상대로 그의 팔도 흐릿해
진 것이다. 영혼의 반이 나간 지금 부담이 큰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아무리 니트라스 덕에 나이를 먹어 죽
지 않는다지만, 그래도 살아있을 때의 고통과 아픔은 같이 나누게 되어있다. 그리고 샤린의 눈에는 똑똑히 보
이고 있었다. 니트라스와 세론이 같이 붙어있자, 한 몸이라도 된 듯이 두 명에게서 하나의 기가 흘러나오고
있다는 것을...
'이제 알겠습니까? 그는 이미 당신의 품을 벗어났습니다. 이젠 당신이...'
"시끄러!!"
다정한 모습을 보고 있던 샤린의 머릿속에 누군가 옆에 와서 귀에 대고 말하는 것처럼 머릿속에 울려퍼지는
말에 샤린은 반사적으로 거부하였다.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샤린을 니트라스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다가갔으
나,
"저리가!!!"
샤린의 말과 함께 니트라스 발 밑에서 어둠이 발을 휘감으며 올라왔다. 그리고는,
콰아앙!! 쿵!!!!
어둠은 그대로 강한 공격의지를 띠고 니트라스의 몸을 아래에서 위로 쳐올렸다. 그대로 몸은 공중으로 떠올랐
고, 공중에서 한바퀴 돈 니트라스는 뛰어난 반사신경을 지녔음에도 너무 짙은 어둠의 힘에 공격을 당한 지금
이라 정신을 차리지 못하였다. 그리고 그대로 땅으로 떨어져서 고꾸라지는 모습을 보면 샤린은 그를 향한 배
신감을 증오와 분노로 토해내었다.
"난! 너만 기다리면서, 너만을 위해서 1년 동안이나 기다려왔어. 네가 이 세상에 꼭 있어야 되는 거야? 원래
있던 세상으로 돌아가서 그곳에서 막으면 되는거 아니냐구!! 왜?! 그 옆에 그 여자때문인거야? 말좀 해봐!"
그동안 참았던 울분이 지금 풀리는 듯, 샤린은 눈물까지 흘려가며 계속해서 말을 했다. 이 모습을 보면서 사
람들은 웅성거렸고, 세론은 충격 먹은 표정을 지으며, 샤린을 응시하였다.
"무슨... 말이죠? 저...때문에 뭐가 어떻게... 되는 건데요?"
"흥! 아무런 상관도 없는 남이! 무슨 권리로 알려는 거지? 그렇게 알고 싶은가? 그렇다면 죽은 후에 알라고!
그리고, 진하윤! 집에서 기다리시는 어머님을 생각해. 그러고도 네가 이곳에 남을 수 있을 것 같아?"
샤린이 하는 말에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세론은 힘들게 힘들게 샤린에게 질문하였지만, 샤린은 매몰차게 경멸
하듯이 대하였다. 10년을... 10년을 니트라스만 바라보며 산 샤린으로서는 단 1년만에 세론이라는 여자에게
니트라스를 빼앗긴 것만 같아 질투가 났다. 그리고 그 여자가 너무나도 미웠고, 우스웠다. 지금 세상이 어떻
게 되어가는지도 모른채 이렇게 한가롭게 지내고 있다는 것이 너무 우스웠다.
"수연아... 넌 착각하고 있어. 어머니..? 그래 어머니께 돌아가야지. 하지만. 난 이곳에 남아야 하는 이유가
세론 말고도 있단 말이야. 말해줄까? 내가 지금 내 몫의 생명을 가지고 지금 살아가는 줄 알아? 이미 난 죽
었던 몸이라고! 그런데 날 위해 10년을 기다린 날 위해서 기도해준 그녀의 염원이 없었다면 난 이미 죽은 거
라고! 지금 왜 내 영혼의 반이 세론에게 있는 줄 알아? 그녀 때문에 내가 살았기 때문이다. 세론이... 세론이
내게 새로운 삶을 살게 해준 거라고. 죽은 목숨을 살려준 은인을 무시한 채, 그것도 나 때문에 깨어지는 균
형 속에서 살아가라고? 웃기지 마! 넌 단단히 착각하고 있어. 그래. 내가 사라지고 그곳에선 1년밖에 지나지
않았겠지만! 이곳에서는 15년이란 시간이 흘렀어. 그동안 내가 어떻게 지냈는지 알기나 해!? 그런 상황에서
너는 내 생명에 대해, 죽은 내 생명을 살릴 생각은 단 한번도 한 거냔 말이다! 지금 내가 내 모든 걸 걸고 내
영혼까지 다 주어서라도 지키고 싶은 사람은 단 한 사람이다. 세론. 그녀 뿐이다!"
처음에는 작았던 목소리는 조금씩 흥분되어가며 그 소리가 더 커져갔다. 그리고 니트라스가 하는 마지막 말.
'내가 내 모든 걸 걸고 내 영혼까지 다 주어서라도 지키고 싶은 사람은 단 한 사람이다. 세론. 그녀 뿐이다!'
라는 말에 세론은 눈이 커져 할 말을 잃었고, 샤린은 웃긴다는 듯이 니트라스를 노려보았다. 처음으로 하는
행동이었다. 자신이 그토록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사람이 이런 사람이었다는 사실에 너무 실망하고
경멸스러웠다. 그리고 벅차오르는 배신감에 눈물이 흘러나왔다.
"너희 둘다... 둘다... 웃기지 마. 너희가 무슨 구세주같이 말하는 데... ......놓을거야. 각오하고 있어!!"
중간에 뭐라고 하는지 너무 작아 엘프의 귀만큼이나 뛰어난 청각을 지닌 니트라스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소리로 말하는 바람에 듣지 못하였지만 분명 좋지 않는 일임에는 틀림없었다. 그리고 샤린은 어둠에 휩
쌓여 몸을 감추었다. 그녀가 남긴 것은 오직, 증오와 분노. 질투, 그리고 파괴와 절망뿐이었다. 정말 어둠.
그 자체만을 남겨주고 간 것이었다. 그리고 니트라스가 느낀 것.
"절대적인 어둠의 힘을 다스리는 자. 모든 어둠을 다스리는 자. 새로운 통치자가... 수...연!?"
그리고 한번 더 절망감에 빠지는 니트라스였다. 지금까지 잠잠하던 어둠의 폭풍이 몰려오려고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벌써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너무나 조용해진 이곳. 폭풍전야라도 된 듯한 고요하고 조
용한 느낌때문에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일단 돌아가자. 더 크게 벌어지지 않게."
넋을 잃은 채, 멍하게 샤린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고 있던 니트라스를 세론이 주위의 사람들을 인식하고 부축
였다. 분명 오래있어 좋을 게 못되었고, 빨리 자리를 뜨는 것이 신상에 좋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둘이서 지내던 오두막집으로 돌아온 니트라스와 세론은 침대에 걸터앉은 채, 시간만 허망하게 보내고 있었다.
샤린이 마지막으로 경고하고 간 말을 듣지 못해서인지 더욱 불안하였다. 어둠의 새로운 지배자가 그녀였고,
곧 움직임이 있을 것이다. 마족전체를 적으로 돌린 셈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방법이 나오지 않았
다. 이렇게 기운 없어하는 니트라스를 보며, 세론은 등을 토닥여주며 기운내라며 위로해주었다. 그런 세론을
보며 애써 웃어보이는 니트라스가 안쓰럽기만 한 세론은 결국을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어떻게 하면 좋아..? 난... 난 너에게 정말 도움이 안되는 걸까?"
"무슨 소리야... 네가 아니었다면 난 이미 죽은 거라구... 넌 날 살렸어. 그때, 느낄 수 있었다구. 용마전쟁
때, 난 분명 죽었지만... 너의 염원이... 그리고 너의 영혼이 나에게 힘을 주는 것을... 그러니깐 두번 다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하지마."
사실이 그러하였기에 니트라스는 조금의 거짓없이 사실 그대로를 이야기 해주었다. 하지만 세론은 느끼지 못
하였다. 그때, 자신이 그렇게 큰 일을 했는지. 그리고 그것보단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고 귀로 직접 들은 말
들이 더 앞서고 있었다. 샤린의 무서울 정도로... 아니 오금이 저릴 정도로 오싹하고, 공포스러운 경고에 할
말을 잃었고, 더 이상 힘을 내 기력조차 잃어버린 듯 하였다.
"세론. 이만 쉬자. 뭐 어때? 지금 생각해도 복잡하기만 할 거야. 쉬도록 하자."
처음 기운이 없던 것은 니트라스였지만, 그를 위로하려다 더욱 상태가 심해진 세론 덕에 니트라스는 그녀를
달래느라 기운을 조금 낼 수 있었다. 마냥 절망만 하고 있으면, 안되는 일이었다. 실력도 안되면서 절망이란
말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세론과의 따로 헤어져 각자 방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해도, 한번 계량
한 집의 구조였기에 바로 벽에 뚫어놓은 구멍으로 대화가 가능하였다. 얼굴을 볼 수 있을 정도의 여분이었기
에 더욱 편리하였고 말이다. 그렇게 그 둘은 서로 얼굴을 보며, 잠의 세계로 빠져들어갔다.
"으아~앙~"
샤린은 어떻게 했는지 몰라도 자신만이 있을 수 있는 공간으로 와 계속해서 울음을 터뜨렸다. 쉬지도 않고,
계속해서... 그렇게 몇 일이 지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시간의 판단력이 다 할 쯤에야 눈물샘이 말랐는지
더 이상 눈물이 흐르지 않았고, 조금 진정할 수 있게 되었다. 몇 일을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어오른 샤린은
그야 말로 보기 흉할 정도로 얼굴이 망가져 있었다.
'이제 진정이 조금 되셨습니까?'
"도대체 넌 누구야? 누군데 자꾸 날 이렇게 괴롭히는 거냐구?!"
'제 소개를 하겠습니다. 마계의 루시퍼라고 합니다.'
루시퍼라고 소개한 마족은 계속해서 머릿속으로만 대화를 하였다. 그렇기에 조금 모습을 보고 싶은 샤린이었
지만 전에 보았던 마족들의 모습을 생각하고서는 얼른 집어치우기로 하였다.
"좋아. 그럼 내가 이제 어떻게 하면 되는데?"
'전 4명의 부하 덕분에 다시 부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힘을 완전히 얻은 것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께서 제게 힘을 주십사 하고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뭐? 웃기지마. 당신 부하를 부리면 될 것 아냐?"
'역시 안되는 것입니까? 선왕과 똑같으시군요. 그렇다면, 필요하신 것이 있다면 부르십시오. 당신께서는 따로
필요한 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샤린은 이 말에 정신이 번뜩이는 것 같았다. 마계인이라면 그것도 조금 높은 직위에 있는 것 같이 느껴지니
무언가 부탁하기로 결심하였다. 전에 만났던 마족들은 분명 강하였다. 하지만 그들의 직위는 중급에 미치지
못하였고, 그것을 자신은 약간 힘들게 이겨냈다. 아무리 자신과 마력장의 혼합을 이룬 니트라스라도, 마족 중
직위가 그렇다할 정도로 높은 자가 상대한다면 분명 힘들 것에 분명하였다.
"부탁할 일이 있어. 일단 말할 테니 듣고 판단해. .............."
'흠... 그정도라면. 쉬운 일이죠. 그럼.'
무엇을 말했는지 모르지만 작게 말하였기에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 부탁을 들어준다는 루시퍼의
얼굴에 왠지 보이지는 않지만 미소같은 것이 피어올랐고, 샤린의 얼굴에도 갑자기 웃음이 생겨났다. 비록 이
부탁이 잘못된 것이라 할지라도, 그를 다시 자신의 손에 넣고 싶었다. 자신의 품에 간직하고 싶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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