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ow Picture -Part -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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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OW PICTURE...
Part 6 아리스 신전 I .
"시간은 흘러간다.
아니, 흘러 가는 건 우리들일지도.
내 노래여, 내 노래를 들은 친구도
시간이 흐른 이제는
한줌 재와 그 이름만 남았구나.
이제는 그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도 없고
꽃을 든 소녀들도 노래하지 않는구나.
그렇다면 나 혼자만이라도 소리 높여 노래하겠노라.
아무리 구슬픈 가락으로 가득 찬
옛날 노래라 해도
그것은 신들의 대전의 산물인 우리들의 고향
이곳 저주 받은 에니시의 노래일지어다".
따뜻한 봄날. 어두운 밤하늘 밑에서 지상의 불빛과 함께 흘러나오는 음유시인의 목소리. 가느다란 미성은 이곳 광장을 머물러 다니며 듣고 다니던 사람들에게 하나씩 하나씩 그 목소리를 전해져 가고 있었다. 타키아(작은 하프모양의 조그맣한 현악기)의 울림은 음유시인의 목소리와 함께 흘러나왔다.
"아.. 너무 듣기 좋다. "
지상의 빛 가로등의 희미한 촛불 밑의 의자에 앉아서 눈을 살며시 감고 있는 소년과 소녀.
[삐이~꺽~]
시청 직원이 가로등의 촛불은 몇 개 더 집어 넣고 가로등의 입구를 닫자 그 주위는 더욱 더 환해졌었다.
"저기.. 케이."
앉아있던 소녀-베르단디는 옆에서 가만히 음유시인의 목소리에 취해있는 케이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눈을 감고 대답만을 하고 있는 케이를 보며 베르단디는 약간의 심술이 나긴 하였지만 다시 눈을 살며시 감았다.
"그대는 아는가.
후세에 창세기전이라 불리우는
영웅들의 처절한 전투를.
그리고 또 그대는 아는가.
역사에 전해지지 않은 두명의 영웅과 인간왕,
그 싸움을 ."
음유시인의 목소리는 저 편 푸른 언덕을 서서히 넘어가고 있었다. 도시의 모든 사람들은 가만히 음유시인의 목소리를 들었었고, 다만 움직이는 건 저녁, 지상의 빛을 밝히려는 시청 직원들 뿐. 타키아의 선율이 점점 더 높아지고 음유시인의 목소리는 점점 더 올라갔었다.
모든 사람들은 그 음유시인의 선율에 몸을 맡기었다. 어린 아이들도. 잠을 자던 노인들도. 일을 하던 아낙네들도. 호프에서 술을 마시며 하루의 피로를 풀고 있던 노동자들도.
"멀고 먼 대지의
깊숙한 땅 속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빛을 가리는
구름이 되도다.
그것은 바로 아이돈.
신의 권능과
인간의 욕망으로
살아있는 모든 것을
없애버리려 하느니.
하늘은 요동치고 땅은
갈라지고 사방에서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끊이지 않는구나.
하지만 보거라.
잿빛 하늘 아래
광활한 저 바다에서
끝없이 넘실대는
파도가 바위에
구멍을 뚫는듯이.
아주 단단한
바위조차 끊임없이 넘실대는
파도에 휘말려
모래처럼 부서지는듯이.
손에 돌멩이를 쥐고
활을 들고 검을 휘둘러라.
미약한 산들바람이라 해도
언젠가는 천상의 대풍이 되어
강철의 구름조차 산산히 찢어 갈기는
힘이 되도다.
손에 돌멩이를 쥐고
활을 들고
검을 휘둘러라.
지금도
희망의 요정은
얼어붙은 대징
붙잡혀 있도다.
희망의 요정은
싸우는 자의 목소리에
반응해 눈을 뜰 지어다.
어서 손에 돌멩이를 쥐어라"
"아. 너무 듣기가 좋았어. 안그래?"
하늘의 빛에 인도되어져 있는 푸른 언덕의 길을 올라가면서 베르단디는 가만히 케이를 쳐다보았다. 케이의 눈은 떠 있었지만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것은 아까전 음유시인의 음악소리라.
"응. 정말. 그 음유시인은 이 나라에서도 꽤 유명하다고 버킹엄씨한테 들었었어."
"맞아. 그러니 저렇게 노래를 잘 하는 것이겠지."
어두웠지만 별빛의 인도에 둘은 천천히 언덕을 올라 집 앞에 도착하였다. 아무도 없는 적막한 집. 하지만 그곳은 그 둘이 처음으로 만났던 곳이기도 하였다.
"내일도 아침부터 운동할 거지? "
" 응. 그리고 이제 돈도 많이 모았으니 슬슬 움직여도 되지 않을까?"
"흠 충분히 그래도 되지만. 괜찮겠어? 성기사 입단시험은 힘들다고 들었는데 "
케이는 베르단디의 걱정에 자신의 팔뚝을 올려 힘을 주었다. 용병들처럼 거대한 근육은 아니었지만 아직 10살의 어린 소년의 팔뚝치고는 조금. 정말 조금 굵은 편이었다. 하지만 나름대로의 운동을 해서인지 몸에는 군살이 전혀 없어보였었다.
"걱정말어. 내가 누군지? 바로 케이. 케이머크라이시스야."
케이의 강한 자신감에 베르단디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저번 겨울까지 케이와 함께 모아왔던 돈은 꽤 되었었다. 그러니깐 보통 일반 사람들이 한달에 약 10 (에카)를 사용한다면 케이와 베르단디가 모아온 돈은 정확히 149 . 일을 해서 번 것도 있고, 도시 사람들 덕분에 많이 모은 것도 있었지만. 식비-주위 어른들이 그들의 식사재료를 언제나 준비해 주셨었다.-가 들지가 않았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역시 졸린건 마찬가지. 나 먼저 잘게.. 닦는건 내일로 미루기로 하고 말이야.. 후아암~~~"
"그래. 오늘은 정말로 힘들었겠다. 하지만 내일은 꼭 닦아야 돼! . 그리고.. 케이. 이렇게 말이 나온거 내일 여행준비 하러 물건이나 사러 갈까?"
케이는 그 말에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던 몸을 멈추었다. 그리고 천천히 베르단디를 향해 고개만을 돌렸다. 베르단디는 웃고 있었다. 아까까지만 하더라도 눈에 피로감이 쌓여있었던 케이의 눈이 초롱초롱하게 변하고 있었다. 그리고 힘차게 흔들리는 케이의 머리.
" 응. 응. "
베르단디는 웃으면서 케이를 바라보았다. 막상 가자고 하면 좋아할 줄 알았지만 저렇게까지 좋아하다니. 아직 어린 아이는 어린아이였었다.
"그럼 이제 자야지. "
서서히 눈이 풀어지는 케이의 얼굴. 하지만 얼굴에서는 웃음이 가시지 않았었다.
"응. 그럼 잘자."
케이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비록 다른 아이들보다 체력이 많아도 오늘은 버킹엄씨 덕분에 그 무거운 사서관용 백과사전을 오전 오후 내내 옮겼기 때문이었다. 베르단디는 케이가 들어가는 것을 보고는 욕실을 향해 갔다. 그리고 들려오는건 물이 흘러내리는 소리 뿐 .
"하앗! 하앗! 하앗!"
여전히 아침은 케이의 외침과 함께 시작되었었다. 하지만 어느 때 보다도 힘차보였었다. 어제의 그 말 때문인지 케이가 휘두르는 목검은 그져 바람소리만을 가를 뿐이었다. 이미 저번 겨울에 버킹엄씨에게 받았던 초급 기사 수련법 은 마스터한 상태였다.
"케이! 이제 나갈 준비해야지!"
집안에서 들려오는 베르단디의 목소리에 케이는 움직임을 멈추고 집을 향해 뛰어들어갔다.
"빨리 가자 빨리"
"으 일단 먼저 닦아야지."
케이는 자신의 몸에서 나는 땀냄새를 한번 맡더니 그래도 좋은지 웃으면서 욕실로 향했다. 베르단디는 어제 쿼럴 아줌마께서 주셨던 빵을 식탁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그런 베르단디의 모습을 본다면 상당히 언벨런스하였다. 언제 입었는지 하늘색의 원피스에 흰색의 낮은 구두. 노란색의 털실로 짠 가디건은 음식 준비하는 것과는 안 맞아 보였었다. 그리고 현관에 준비되어있는 화이트리버트파나마(모자 종류- 영화에서 중세 여자들이 쓰고 나오는 원반모양의 모자). 나름대로 그녀도 여러가지를 준비하였던 것이었다.
[달칵!]
"후아~~ 차가워".
케이는 아까 들어갔을때와는 다른 옷차람으로 밖으로 나왔다. 흰색의 와이셔츠에 파란색 바지. 그리고 갈색의 가죽조끼. 머리는 뒤로 쳤었다.
"일단 먹고 나가야지. 밖에 나가서 사먹을 수는 없잖아?"
"응."
케이와 베르단디는 각자의 의자에 앉았다.
"잘 먹겠습니다"!
라는 소리와 동시에 둘의 손은 빠르게 움직였었다. 서서히 줄어드는 빵과 우유. 동시에 둘의 손에 있던 포크가 접시에 놓였다.
"잘 먹었습니다!"
둘은 접시를 싱크대에 갖다놓은 다음 현관으로 향했다. 케이는 여전히 기분이 좋은지 얼굴에서는 미소가 가시지를 않았다. 그리고 미리 준비해 두었던 가방을 어깨에 매었다. 베르단디는 화이트리버트파나마를 머리에 쓰고는 밖으로 나왔다. 오늘도 맑은 봄날의 기운이 그 둘을 맞이하였었다. 푸른 잔디위에 나있는 조그맣한 길. 둘은 그 길을 따라서 마을로 향했다.
"일단 살것부터 정해놨어. 간단한 호신용 무구랑 식료품과 의약품. 그리고 먼지를 막기 위해서 망토가 필요해. 마지막으로 비록 가깝긴 하지만 지도가 필요할 것 같아. "
베르단디의 말에 케이는 놀랐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자신은 그져 기분이 좋아라 해서 아무런 생각이 없었지만 베르단디는 여행을 어떻게 갈 것인지를 하나하나 생각해 놓았다는 것.
"언제 그런걸 다 생각했어?"
"다 이 몸이 잘나신 덕분 아니겠어? "
코웃음을 지며 베르단디는 케이를 쳐다보았다. 케이는 졌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그래도 얼굴에서 미소를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게 둘은 도시를 향해 서서히 서서히 내려갔다.
"어서오세요 오! 베르단디 아니냐. 그리고 옆에 있는 잘생긴 총각은 케이고."
도시에서 조그맣한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카리엘씨네 가게에 들은 베르단디와 케이는 카리엘씨에게 인사를 하였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간단한 식료품을 사려고요".
" 오.. 그래? 무엇이 필요하니?"
" 아디오스 에 갈려고 하거든요. 케이가 이제 자기도 성기사 입단 시험을 본다고 해서요. 그래서 간단한 식료품이 필요하거든요."
카리엘씨는 놀란 눈으로 조그맣한 소년을 바라보았다. 아직 10살 밖에는 어린 소년이 성기사단 입단 시험을 본다고 한다는 것에서 놀랐고, 그 아이가 이렇게 훌륭하게 자랐다는 것에도 놀라웠었다. 하지만 그건 기쁨이었다. 마치 자신의 아이가 훌륭하게 큰 것 같은. 카리엘씨는 케이를 향해 인자한 미소를 보내주었다. 그리고는 진열장으로 가서는 최고급 육포와 스프가루를 주었다.
"자. 이걸 가지고 가렴. 너희가 조금 더 크면 조금 괜찮은 재료를 팔겠지만 아직 어리니 많이 들 수는 없지 않겠니? 그러니 일단 이 육포와 스프가루를 가지고 가렴 알겠지? "
케이는 자신의 가방에 식료품을 집어넣었다.
"아주머니 얼마 드리면 되지요?"
카리엘씨는 베르단디의 물음에 손을 흔들었다.
"아니다. 이건 내가 주는 특별 서비스란다. 지금까지 내 가게에서 일을 잘 해주었잖니? 그 답례라고 생각하고 가져가렴. "
베르단디는 카리엘씨의 말이 조금은 돈이 굳었다는 생각과 함께 감사한 마음을 가졌다.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베르단디와 케이는 그렇게 인사를 하고 카리엘씨의 가게에서 나왔다. 그리고 대장간 척 씨의 가게를 향해 갔다. 대장간 앞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지만 그만큼 사람들이 분주하게 오가는 곳이었다. 척 씨는 이 주변에서 꽤 유명한 대장장이로 주위 영주들까지도 척씨에게 물건을 맡길 정도이니 말이다.
[탕! 탕!]
쇠를 두들기는 소리가 울리는 대장간 안으로 케이와 베르단디가 들어섰다. 그들의 눈에는 작업장에서 잠시 쉬고 있는 척씨가 보였다. 척씨도 그런 그 둘을 보았는지 아는 척을 해 주었다.
"어서오세요. 아름다운 레이디".
척씨의 아부성 발언에 베르단디는 웃음으로 답하였다.
"그래 무엇을 드릴까요? "
" 아저씨. 이번에 저희가 아디오스 로 가려고 하거든요. 케이가 성기사단 입단 시험을 치른다고 해서요".
"오. 벌써 이 쬐그만 꼬맹이가? 놀랄 일이구나. 그래서 여기에 무기를 맞추러 온 것이니? "
베르단디와 케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척씨는 얼굴에 난 까칠한 수염을 만지작 만지작 하였다. 그러더니 곧 작업실로 들어갔다. 잠시후 그의 손에 들린 것은 작지만 정교하게 만들어진 폴턴.
"자. 이걸로 하는게 어떻겠냐? 사실 이건 이 아저씨의 아들에게 만들어 주었던건데 그놈이 글쎄 이걸 싫어하고 망치를 좋아하는구나. 그러니 이걸 니가 받거라".
척씨는 무릎을 구부리고 허리를 숙이고는 케이의 등에 칼집을 차주었다. 어린 케이가 차기에는 조금은 커 보였지만 손잡이가 손에 닿았기에 케이는 그렇게 불편함을 느끼지는 않았다.
"고맙습니다. 척 아저씨."
"허허.. 뭘 그렇게까지.. 그래 성기사단이 되면 뭘 하려고 그러냐?"
" 헤에. 그건 아직까지 생각은 안해봤어요. 하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살겠죠".
케이의 대답이 영 시원치 않았는지 척씨의 얼굴이 조금 어두워졌었다. 하지만 이내 다시 웃음을 보이면서
" 하긴 아직 어린 네가 성기사가 되겠다는 것이 대단하구나. 그래 열심히 노력하렴. 그리고 성기사단이 되면 이 검은 선물로 주마. 하지만 떨어지면 검값은 내야 하는 거야. 알겠지?"
케이는 척씨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도시 사람들이 자신을 도와주고 있었다. 아직 어리긴 해도 이 친절이 무엇인지는 알 나이였었다.
"네! 하지만 검값을 드릴 일은 없을 거에요."
척씨는 케이의 당당한 대답에 케이의 머리를 토닥거려주었다.
"그래.. 그려러무나.. 이제 가봐야 하지 않겠니?"
베르단디와 케이는 대장간 출구를 향해 나아갔다. 척씨는 그런 그 둘을 배웅해 주었다.
"그래. 이제 가 보거라. 몸 조심하고 비록 아디오스가 이곳에서 가깝다고는 하지만 어린 너희들로는 걱정이 되는구나."
" 네. 그럼.."
베르단디와 케이는 척씨에게 인사를 하고는 망토를 사기 위해 옷가게를 들렀다. 그곳에서 케이와 베르단디는 여행자용 망토를 구입하였다. 하지만 이내 베르단디는 자신이 입고 있는 옷과 망토가 어울리지 않자 조금 비싸더라도 여성용 망토를 사 입었다. 그리고 서점으로 가 지도를 구해왔다.
"흐아~ 일단은 다 준비다 된 건가?"
케이의 말에 베르단디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 둘은 어느덧 도시의 외곽성문에 도착하였었다. 이제 이 곳을 나가면 그들이 살던 곳과를 처음으로 떨어지게 되는 것이었다. 케이의 몸은 차츰 떨려오기 시작하였다. 막상 즐거워 보이던 첫 여행이 이렇게 긴장감을 주었었다. 하지만 이내 자신의 손에서 오는 따스한 온기. 베르단디가 케이의 손을 잡고는 그를 성문 밖으로 이끌어 주었다.
"이제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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