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신™-novel 1%의 희망-(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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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론이 있던 세상의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고 니트라스가 있던 세상 또한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10년이란 시간. 그 것은 아주 잠깐이었고, 약속의 날이 다가왔다.
“니트라스. 10년이란 시간이 무엇이요?”
“내가 이 드래곤 세상에 머문 시간이겠죠.”
“차원의 결계가 모두 복구되었는데 돌아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을 알고 싶다.”
니트라스는 말할 가치도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10년전의 아픔이 그의 얼굴에 서려 있었다.
-10년 전-
“헉.. 이제... 난 죽는 건가?”
“걱정 말아라. 당신을 살 수 있습니다. 지금 살아남은 우리 종족들의 힘으로는 힘들겠지만 여기는 드래곤들의 세상이란 것을 기억하십시오.”
위로라고 하기에는 너무 자부하는 드래곤. 생과 사의 문턱에 와 있는 니트라스의 얼굴은 점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갔다. 그의 얼굴은 무척이나 찌푸려져 있었다. 세론과의 약속이 지켜지지 못할 것에 대한 두려움. 자신에 대한 무능력함을 한탄함. 모든 증오, 분노 그리고 억울함은 그의 얼굴 가득 차 있었다. 사랑하는 여인을 두고 떠나온 것만 해도 억울할 것인데 약속도 지키지 못한다는 게 얼마나 분한 일인지 그는 알고 있을 것이다. 1000년 전에도 그랬듯이...... 정신이 점점 멀어져 혼미해져 갔다. 눈앞이 뿌옇게 흐려져만 가는데 들리는 소리... 폭음이었다. 그리고 울리는 다크엔젤족의 비명. 그가 정신을 잃기 전에 들은 마지막 소리였고 정신을 잃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보통 사람들은 이것을 죽음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니트라스. 그는 보통 사람이 아니란 것이다. 그리고 주위의 드래곤들. 그들이 도와주었기 때문이었을 수 있었다. 잠든 지 정확히 3년째 되는 날. 그는 깨어났다.
“니트라스. 일어났는가? 다행이군. 다행이 3년 동안 밖에 잠들지 않았어.”
“3년? 제가 그렇게 오랫동안 잠이 들었었나요?”
“오래라니? 죽은 사람을 살리는데 3년밖에 걸리지 않은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3년이라니.. 그리고 3년 밖에라니요? 그럼. 제가 3년동안 이렇게 잠들어 있었단 말입니까?”
“그렇다. 어째서 그렇게 놀라는 거지?”
“그만. 미안하다. 니트라스..”
이때 끼어드는 드래곤이 있었다. 바로 블랙 드래곤. 니트라스를 이 세상으로 불러 온 인도자였다. 니트라스는 그를 보자 참을 수 없을 만큼의 화를 내었다. 그렇지만 블랙 드래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 말을 다 듣고만 있었다. 혐오스러운 말. 욕들이 블랙드래곤을 공격하였다.
“너는 어째서 날 데려온 것인가. 어째서. 꼭 나야만 했는가?”
“미안하게 되었다. 그때는 정말 시급하여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자는 모두 죽고 이제 다른 세상으로 나서야 했는데 그게 너를 부른 가장 가까운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기억하는 자는 너뿐이었다. 다른 세상에서 넘어와 우리를 도와준 적이 있는 자도 너 혼자였고 말이다.”
조숙한 분위기에서 니트라스에게 사과하는 블랙 드래곤이었다. 어쩔 수없이 끌려온 이 세상에서 인간이라고는 니트라스 혼자뿐이었다. 그렇기에 더 화가 났을지 니트라스의 눈에서는 드디어 눈물이 흐르기 시작하였다. 모든 드래곤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흐르는 눈물은 의미가 깊은 눈물이었다. 뚝뚝 떨어지는 눈물은 그의 진심을 담고 있는 것이면서 자신을 한탄하고 자신의 능력에 대한 무능력함을 서러워하는 것이 눈물이기도 하였다.
-10년뒤로-
“그때를 생각하는 것만으로 나에게는 충분히 고문하는 거다.”
“다시 시작하면 되지 않을까? 이제 10년이 지나기까지 하루 남았다. 결계는 벌써 복구되어 차원 이동 역할을 하고 있다.”
블랙 드래곤은 검정색이 감도는 머리칼을 가진 소년을 달래기 시작했다. 지난 10년 동안 엄두도 내지 못했던 일을 이제는 이루고 싶었던 것 같았다. 검정색이 감도는 머리칼을 가진 소년은 눈에 항상 살기가 있었고 한 번의 실수로 바뀌어 버린 성격이 너무나 다른 인상을 주고 있었다.
“니트라스. 부탁이다. 제발 돌아가서 원래의 생활을 되찾아라.”
“넌 내가 여기에 있는 게 싫은 건가?”
블랙 드래곤은 그를 니트라스라고 불렀다. 그리고 설득하기 시작했지만 여의치 않고 니트라스는 그 제안에 반박하였다.
“후... 싫은 것은 아니다. 네가 여기에 남는다면 우리는 많은 이익을 볼 것이다. 하지만....”
“하지만?”
“우리만의 이익을 위해 우리의 은인을 배신할 짓은 수치라고 생각한다.”
“하.. 10년만에 하는 대화치곤 정말 설득적이군 그래?”
약간의 미소가 지어지는 니트라스의 얼굴을 본 블랙 드래곤은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10년동안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그냥 그저 시간만 보내왔다. 눈동자에는 초점이 없었고 항상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그가 약간이지만 미소를 지은 것이다. 10년동안 그 한이 조금이라도 풀렸다는 듯이 예고 없이 웃어 보이는 니트라스의 생각을 드래곤들로서 알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래 그렇다면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갈 생각은 있기는 한 것인가?”
이 질문은 니트라스의 말문을 또 다시 막고야 말았다. 잠시 동안 흐르는 잠적, 고요 등은 블랙 드래곤에게는 불안감을 주었고 그에 대한 긴장이 가득하였다. 그렇지만 또 난데없이 지어지는 미소. 그것은 먼저 잠적을 깨뜨린 것은 니트라스가 지은 웃음이었다.
“휴.. 그렇겠군. 내가 너무 오랫동안 있었지?”
“아... 드디어 마음의 갈피를 잡은 건가?”
단지 오래 있었냐고 물어본 것으로 블랙 드래곤은 니트라스가 가는 건 줄로 이해하였다. 언제 쌓아두었는지 짐도 다 쌓여 있었다. 그렇게 보내는 드래곤들은 아쉬워하였다. 니트라스 또한 이미 지나버린 약속. 그렇지만 두 번째 약속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10년 안에는 돌아간다는 그 약속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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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안트 왕국은 6대 왕국 중 최강으로 뽑히는 왕국이다. 지금 현 왕은 가이안트 5세이고 그는 모든 사람이 존경하는 위인이었다. 그에게는 아들이 한명 딸이 한명으로 사이좋은 남매가 있었다. 두 남매는 성장하면서 각각 자신의 소질을 보였고 개성을 보여주면서 성장하였다. 아들의 이름은 레이얀 가이안트 현재 28세고, 딸의 이름은 실비아 가이안트 현재 24세로 레이얀은 검술 쪽에 뛰어난 소질을 보이고 외모가 수려하고 역사학에 우수한 실력을 보여 어느 나라에서도 부러워하는 인재였다. 그런 반면 실비아는 사교계에 유명하였고 외모가 아름다워 많은 남자들의 인기를 사로잡고 있다. 이 둘은 아주 많이 닮아서 같이 다니기라도 하면 남매란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눈에 띠었고 왕자와 공주라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실비아. 우리 모험이나 떠나보는 게 어떨까?”
“오라버니. 죄송하지만 전 안되겠네요. 모험이라면 오라버니 혼자 다녀오세요.”
“뭐야. 치. 같이 가주면 안되? 혼자가면 재미없잖아.”
“그럼 호위기사나 오라버니 친구들과 같이 가면 되지 않을까요?”
레이얀은 자신이 제시한 모험이야기가 쉽게 수락되지 않자 삐져서 실비아의 방에서 뛰쳐나갔다. 항상 모험에 관심이 많아 레이얀은 종종 모험이야기를 꺼내기도 한다. 그렇지만 직접 모험을 한 적이 없어서 바깥세상은 어떤지 궁금해 하였다. 그렇지만 바깥세상은 그가 원하는 것처럼 재미있고 즐거운 곳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죽음. 공포. 시기. 질투. 복수. 이들이 살고 있는 곳이 바로 나라 밖이니깐... 레이얀은 아무리 설득해도 실비아가 말을 듣지 않자 실비아를 설득하는 것은 그만두고 자신에게 호위기사를 붙혀 따라다니게 할 생각으로 모험준비를 하러 자신의 방에서 이것저것 짐을 챙기기 시작하였다.
“으휴.. 실비아도 같이 다니면 좋을 텐데.. 어쩔 수 없겠지. 모험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은 애니깐.”
똑똑! “레이얀 왕자님. 이제 떠나셔야 가장 가까운 나라. 마시넬 왕국에 도착합니다.”
“응. 알았어. 이제 다 되가.”
마시넬 왕국이라면 풍요로우면서 숲이 많아 엘프들이 많이 서식한다는 나라였다. 레이얀은 자신이 떠나는 여행 중 가장 가보고 싶은 나라 중 하나이기도 했다. 거기에다가 가이안트 왕국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곳이라서 왕래가 잦았고 그곳에서 곡식을 많이 사오기도 하여 서로 좋은 관계를 맺고 있었기에 첫 출발지점을 마시넬 왕국으로 해도 위험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 게 레이얀의 생각이었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레이얀은 황제 폐하가 계신 곳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즐거워서 발걸음 하나하나가 가벼웠고 빨리 모험을 시작하여 재미있는 일들을 겪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레이얀의 머리를 가득 매웠다. 레이얀은 황실의 문을 열고 황제 폐하가 계신 곳으로 다가가 고개를 숙여 인사를 올렸다.
“그간 별고 없으셨습니까?”
“오오.. 왕자. 무슨 일로 여기에 발걸음을 하였는고?”
“다름이 아니오라 이 대륙을 돌아다니고 경험을 쌓아 격식의 폭을 넓히고 싶사옵니다.”
“음... 여행을 떠나겠다는 것이더냐?”
“예. 그렇사옵니다.”
여행을 떠난다는 말에 황제 폐하는 약간 미간이 찌그러졌지만 곧 펴졌고 격식의 폭을 넓힌다는 말에 왕자가 자랑스러웠는지 황제 폐하는 쾌히 허락하였다.
“여행을 떠나도 좋다. 하지만 왕자는 가이안트 왕국의 황태자나 다름없다. 자신의 체통을 지켜라. 그리고 많은 경험을 쌓고 돌아오너라.”
“예. 알겠사옵니다.”
단단히 당부하는 황제 폐하는 자신의 아들이면서 이 나라의 황태자 자리를 가지고 있는 왕자가 자랑스러웠다. 모두 귀찮은 일은 마다하는데 레이얀은 그렇지 않고 직접 몸으로 겪고 배우고, 격식을 넓히고 싶어 하였다. 어려서부터 검술과 역사학에 뛰어난 재능을 보인 왕자였고 그로서 많은 환희를 받은 황제였다. 그렇게 레이얀 왕자의 모험은 시작되었다. 모험을 하기에 편한 복장을 입고 있었고 그렇게 눈에 띄지 않는 차림이라서 왕자라는 것은 쉽게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였다.
“라크르. 얼마동안 가야 도착할 수 있지?”
라크르는 호위기사 대장으로 레이얀이 어렸을 때부터 그를 호위하던 기사였다. 그래서 레이얀은 어디를 가든 항상 라크르를 데리고 다녔다.
“네. 이렇게 걸어서 가면 아마 해가 지기 전에는 도착할 수 있을 겁니다.”
“그래? 다행이군. 일단 도착하면 계획을 세우도록 하자.”
“알겠습니다.”
항상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다니는 레이얀은 아니었지만 처음으로 왕국말고 밖으로 나와 보는 것이었다. 무슨 일이 자신에게 덮칠지 모르는 일이었다. 레이얀과 호위부대는 왕국을 빠져나와 어느새 마시넬로 가는 통로로 접어 들었다. 그 통로는 숲과 비슷하였고 복잡해 보이는 미로 같은 곳이었다. 이 숲은 마시넬 왕국과 가이안트 왕국의 국경 역할을 하기도 하는 곳이면서 엘프들이 서식하는 곳이기도 하였다. 마시넬 왕국 깊숙이 들어가면 엘프들이 많이 살고 있지만 이 곳은 그렇지 않고 몇몇 엘프들이 마을을 이루고 있어서 그렇게 눈에 띄지 않았다.
“라크르. 여기 말이야. 엘프들이 산다는 곳 아니야?”
“네. 맞습니다. 하지만 이 곳은 소수의 엘프들이 살고 여기에 사는 엘프들은 인간을 싫어한다고 합니다.”
“뭐? 왜 그렇지? 마시넬 왕국에 사는 엘프들은 인간과 사이가 좋다며?”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반대하는 엘프들이 쫓겨나와 이곳에 서식한다고 들었습니다.”
“음.. 확실한건지는 모르겠다는 거군. 알았어. 그냥 마시넬 왕국으로 향하자. 그런데 왕국에 들어서면 가장 가까운 마을이 어디지?”
“아마도 마시넬 마을일 것입니다.”
가장 가까우면서 많은 지식을 쌓을 수 있는 마시넬 왕국. 그러면서 수도인 마시넬 마을은 국경과 가까이 접해있었다. 물론 여행객들이게는 좋은 일이지만 만에 하나 가이안트 왕국과 사이가 안 좋아질 경우에는 아주 위험하였다. 그렇지만 지금도 그렇듯 예전부터 사이가 좋아온 나라였다. 통로가 되어주는 숲의 이름은 프로치 우드였다. 뜻 그대로 통로 숲이다.
“라크르. 그런데 궁금한 게 있어. 왜 넌 호위기사 같은 것을 했어?”
“하핫. 그거야 당연히 왕자님을 지켜드리기 위해서죠.”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잖아.”
“아...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진지해지는 라크르의 표정이었지만 물어본 것은 레이얀이었고 궁금해 하였기에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소중한 사람들을 잃은 아픔은 레이얀으로서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모두가 행복했으니깐....
“왕자님께서도 곧 알게 되실 겁니다.”
“뭘 말이야?”
“이렇게 여행하다보면 소중한 사람들을 잃게 되죠. 그렇게 되다 보면 소중한 사람들을 잃었을 때 자신의 무능력함에 자신을 비방하기 마련이죠.”
라크르는 아주 경험이 많아 보였다. 항상 웃어주고 상냥하던 라크르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을 레이얀으로서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마음 깊숙이 숨어 있는 아픔. 그것은 말로 표현할 수도 몸으로 표현할 수도 없는 자신만이 아는 아픔이었다. 하지만 아픔을 받기에 그만큼 자신이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레이얀은 라크르가 하는 말 전부를 이해하지 못하였지만 어느 정도 무슨 의도인지는 알 수 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하. 괜한 소리를 하였군요. 여행은 즐겁게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가? 그래. 그래야지? 여행은 즐거운 마음으로 하는 게 가장 즐거우니깐.”
“네. 맞습니다. 이제 어느새 숲도 다 끝나가는 군요.”
라크르와 계속해서 이야기하면서 걷다보니 어느새 프로치 우드의 출구가 보이기 시작하였다. 눈부신 빛이 흘러 들어왔고 곧 레이얀과 호위부대는 그 빛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밝은 빛이 공격해왔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그들 눈앞에 펼쳐지는 넓은 평야와 높은 산들이 나타났다.
“와~ 대단한걸? 이렇게 풍요롭고 멋진 곳이 마시넬 왕국이었다니.”
“마시넬 왕국은 맞습니다. 하지만 여기는 마시넬 마을입니다.”
“그래? 아주 보기 좋아. 라크르 말대로 해가 지기전에 도착해서 다행이야.”
“네. 그럼 일단 쉴 곳을 찾아야 겠죠?”
레이얀은 마시넬 마을의 풍요로움과 산과 어울린 모습을 보고 감탄밖에 할 수 없었다. 멋지게 펼쳐진 평야도 금빛을 띄었고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이 보기 좋았다. 레이얀은 마시넬 마을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본국에서도 보지 못한 자연과 어울린 마을을 보는 것이 처음인 것인지 숲을 빠져나와 길을 타고 내려오면서도 눈을 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라크르는 이런 레이얀을 보고 어린 아이가 놀이감을 보고 좋아하는 표정 같다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길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숲의 출구에서 마을 입구까지는 잠깐 걸으니깐 끝이 났고 거리에는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녔다.
“앗! 저기 여관이 보인다. 일단 저기에 가서 쉬자.”
“네. 그렇게 하죠. 얘들아 가자.”
레이얀이 멀리 보이는 여관을 찾았고 라크르는 레이얀이 제안한 의견을 받아드리고 3명의 병사들과 같이 여관을 향했다. 여관에 들어서자 사람들이 레이얀 일행을 주목하였다. 여관에는 사람들이 많아서 충분히 시끄러웠기 때문이다.
“아주머니. 당분간 이 곳에 머물 생각입니다. 하루에 몇 골드나 되나요?”
“네. 하루에 1골드입니다.”
“그런가요? 그럼 여기....”
라크르는 주머니 같은 것을 꺼냈다. 무언가 많이 들어있는 것처럼 보이는 주머니는 여관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게 되었다. 분명 그 돈은 레이얀에겐 적은 돈이었다. 왕국에 돌아간다면 돈 방석에서 살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아.. 아니.. 이렇게 많은...”
“이곳에 조금 오래 머물 듯 하여 많이 들이는 겁니다. 그럼 비어있는 방이 어딘가요?”
“네. 손님. 지금 비어있는 방은 윗층 제일 창가쪽 입니다.”
“창가라. 좋은 걸요? 감사합니다.”
“네. 그럼 편히 묵고 가십시오.”
여관 주인은 조금 전에 받은 돈이 너무나 많은 돈이라서 아직도 현실인지 꿈인지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 돈은 직접 세어도 거의 20골드는 되는 돈이었다. 이 돈을 벌려면 여관에서는 두 달이 걸려야 평균 수입이 이정도 이다. 그런 돈을 한 순간 벌었으니 놀랄 만 하였다.
“라크르. 그렇게 많이 줘도 되는 거야?”
“상관없지 않습니까. 본국으로 돌아간다면 저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을 텐데요.”
“그래도 우리가 여기에 얼마나 머물거라고...”
“하하. 남을 베려하는 것도 모험을 하는 사람에게는 중요합니다. 인맥이 튼튼해야 위험한 상황에 빠졌을 때 도와주는 사람이 있거든요.”
기사 경험이 많은 라크르는 인맥을 중요시 하는 기사였다. 그러한 라크르를 보는 레이얀은 이해하지 못하였지만 무척 도움이 되는 말일 것 같아서 깊이 새겨들었다. 레이얀이 쓰게 될 방은 창가에 있어서 바깥이 멀리 보였고 햇빛이 잘 들어와서 밝은 곳이었다. 침대가 하나. 탁자 하나. 의자 두개. 그리고 몇몇 필수 사항들이 있었고 잘 꾸며진 이 방을 매우 만족하였다.
“라크르. 나 잠깐 밖을 돌아다니다가 올께.”
“그럼 저와 같이 가시는 게...”
“너는 그냥 쉬어. 날 보호하느라 힘들 것 아냐? 나 혼자서도 충분해.”
“네. 정 그러시다면...”
레이얀은 같이 따라가겠다는 라크르를 뿌리치고 여관을 나왔다. 레이얀은 새로운 곳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서 이곳저곳 돌아다니고 싶어 하였다. 마시넬 마을은 상점이 많았다. 가는 곳마다 과일을 팔았고 무기도 많이 팔았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이 팔고 있는 것은 농작물이었다. 풍요롭고 평야가 넓은 마시넬 마을은 농작물이 많아 여러 나라로 수출하고 있는 상태였다. 물론 가이안트 왕국도 마시넬 왕국에서 농작물을 사들여서 음식을 먹는다. 레이얀은 마을의 풍요로움에 휩쓸려 어디론가 여관과는 방향이 다른 쪽으로 구경을 하러 갔다. 그런데 그 곳에서 레이얀의 마음을 한 번에 사로잡는 여자가 나타났다. 푸른 머릿결. 그리고 하얀 피부에 푸른 눈동자. 마나를 쉽게 모으고 타고나게 보이는 그녀는 레이얀의 눈에서 떠나질 않았다. 계속하여 시선을 주었는지 그 여자도 누군가 계속해서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 그 곳을 향해 보았다. 그녀는 못 볼 것을 봤다는 듯 아주 놀라고 있었다. 레이얀은 당황스러워서 얼른 그녀에게 다가갔다.
“아. 죄송합니다. 그만 숙녀분께 정신이 팔려 계속하여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계속하여 놀란 얼굴을 하고는 그녀를 보는 레이얀은 의아해 하였지만 계속하여 먼저 사과했다. 그리고 겨우 입을 떼어 말을 하기 시작했다. 아주 작은 목소리로...
“니...니트라스..?”
“아.. 아닙니다. 저는 가이안트 .... 아니 그냥 모험가입니다. 이름은 레이얀 입니다. 숙녀분의 성함은 어떻게 되십니까?”
“니트라스 아니니?”
계속하여 묻는 이름이었다. 하지만 그는 분명 니트라스는 아니었다. 조금 닮았다 뿐이지 니트라스는 아니었다.
“전 그냥 모험가이고 이름은 레이얀입니다. 니트라스라는 분이 아니죠.”
레이얀에게서는 전혀 니트라스의 기운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을 안 그녀는 드디어 제대로 말을 하기 시작하였다.
“죄송합니다. 사람을 잘못 봤군요. 전 세론입니다.”
“아.. 그러십니까? 세론. 이름이 참 예쁘군요.”
“감사합니다....‘ 많이 닮았구나.. 니트라스... 도대체 언제 오는 거니? 이제 10년째 되는 날은 하루 남았다고...’”
세론은 속으로 니트라스를 찾았고 앞에 서 있는 레이얀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것을 모르는지 레이얀은 계속해서 세론에게 관심을 보였다. 그런 레이얀을 보면서 세론은 니트라스의 모습이 생각났는지 점점 눈시울이 붉어졌다.
“니트라스. 10년이란 시간이 무엇이요?”
“내가 이 드래곤 세상에 머문 시간이겠죠.”
“차원의 결계가 모두 복구되었는데 돌아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을 알고 싶다.”
니트라스는 말할 가치도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10년전의 아픔이 그의 얼굴에 서려 있었다.
-10년 전-
“헉.. 이제... 난 죽는 건가?”
“걱정 말아라. 당신을 살 수 있습니다. 지금 살아남은 우리 종족들의 힘으로는 힘들겠지만 여기는 드래곤들의 세상이란 것을 기억하십시오.”
위로라고 하기에는 너무 자부하는 드래곤. 생과 사의 문턱에 와 있는 니트라스의 얼굴은 점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갔다. 그의 얼굴은 무척이나 찌푸려져 있었다. 세론과의 약속이 지켜지지 못할 것에 대한 두려움. 자신에 대한 무능력함을 한탄함. 모든 증오, 분노 그리고 억울함은 그의 얼굴 가득 차 있었다. 사랑하는 여인을 두고 떠나온 것만 해도 억울할 것인데 약속도 지키지 못한다는 게 얼마나 분한 일인지 그는 알고 있을 것이다. 1000년 전에도 그랬듯이...... 정신이 점점 멀어져 혼미해져 갔다. 눈앞이 뿌옇게 흐려져만 가는데 들리는 소리... 폭음이었다. 그리고 울리는 다크엔젤족의 비명. 그가 정신을 잃기 전에 들은 마지막 소리였고 정신을 잃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보통 사람들은 이것을 죽음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니트라스. 그는 보통 사람이 아니란 것이다. 그리고 주위의 드래곤들. 그들이 도와주었기 때문이었을 수 있었다. 잠든 지 정확히 3년째 되는 날. 그는 깨어났다.
“니트라스. 일어났는가? 다행이군. 다행이 3년 동안 밖에 잠들지 않았어.”
“3년? 제가 그렇게 오랫동안 잠이 들었었나요?”
“오래라니? 죽은 사람을 살리는데 3년밖에 걸리지 않은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3년이라니.. 그리고 3년 밖에라니요? 그럼. 제가 3년동안 이렇게 잠들어 있었단 말입니까?”
“그렇다. 어째서 그렇게 놀라는 거지?”
“그만. 미안하다. 니트라스..”
이때 끼어드는 드래곤이 있었다. 바로 블랙 드래곤. 니트라스를 이 세상으로 불러 온 인도자였다. 니트라스는 그를 보자 참을 수 없을 만큼의 화를 내었다. 그렇지만 블랙 드래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 말을 다 듣고만 있었다. 혐오스러운 말. 욕들이 블랙드래곤을 공격하였다.
“너는 어째서 날 데려온 것인가. 어째서. 꼭 나야만 했는가?”
“미안하게 되었다. 그때는 정말 시급하여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자는 모두 죽고 이제 다른 세상으로 나서야 했는데 그게 너를 부른 가장 가까운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기억하는 자는 너뿐이었다. 다른 세상에서 넘어와 우리를 도와준 적이 있는 자도 너 혼자였고 말이다.”
조숙한 분위기에서 니트라스에게 사과하는 블랙 드래곤이었다. 어쩔 수없이 끌려온 이 세상에서 인간이라고는 니트라스 혼자뿐이었다. 그렇기에 더 화가 났을지 니트라스의 눈에서는 드디어 눈물이 흐르기 시작하였다. 모든 드래곤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흐르는 눈물은 의미가 깊은 눈물이었다. 뚝뚝 떨어지는 눈물은 그의 진심을 담고 있는 것이면서 자신을 한탄하고 자신의 능력에 대한 무능력함을 서러워하는 것이 눈물이기도 하였다.
-10년뒤로-
“그때를 생각하는 것만으로 나에게는 충분히 고문하는 거다.”
“다시 시작하면 되지 않을까? 이제 10년이 지나기까지 하루 남았다. 결계는 벌써 복구되어 차원 이동 역할을 하고 있다.”
블랙 드래곤은 검정색이 감도는 머리칼을 가진 소년을 달래기 시작했다. 지난 10년 동안 엄두도 내지 못했던 일을 이제는 이루고 싶었던 것 같았다. 검정색이 감도는 머리칼을 가진 소년은 눈에 항상 살기가 있었고 한 번의 실수로 바뀌어 버린 성격이 너무나 다른 인상을 주고 있었다.
“니트라스. 부탁이다. 제발 돌아가서 원래의 생활을 되찾아라.”
“넌 내가 여기에 있는 게 싫은 건가?”
블랙 드래곤은 그를 니트라스라고 불렀다. 그리고 설득하기 시작했지만 여의치 않고 니트라스는 그 제안에 반박하였다.
“후... 싫은 것은 아니다. 네가 여기에 남는다면 우리는 많은 이익을 볼 것이다. 하지만....”
“하지만?”
“우리만의 이익을 위해 우리의 은인을 배신할 짓은 수치라고 생각한다.”
“하.. 10년만에 하는 대화치곤 정말 설득적이군 그래?”
약간의 미소가 지어지는 니트라스의 얼굴을 본 블랙 드래곤은 의아해 할 수밖에 없었다. 10년동안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그냥 그저 시간만 보내왔다. 눈동자에는 초점이 없었고 항상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그가 약간이지만 미소를 지은 것이다. 10년동안 그 한이 조금이라도 풀렸다는 듯이 예고 없이 웃어 보이는 니트라스의 생각을 드래곤들로서 알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래 그렇다면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갈 생각은 있기는 한 것인가?”
이 질문은 니트라스의 말문을 또 다시 막고야 말았다. 잠시 동안 흐르는 잠적, 고요 등은 블랙 드래곤에게는 불안감을 주었고 그에 대한 긴장이 가득하였다. 그렇지만 또 난데없이 지어지는 미소. 그것은 먼저 잠적을 깨뜨린 것은 니트라스가 지은 웃음이었다.
“휴.. 그렇겠군. 내가 너무 오랫동안 있었지?”
“아... 드디어 마음의 갈피를 잡은 건가?”
단지 오래 있었냐고 물어본 것으로 블랙 드래곤은 니트라스가 가는 건 줄로 이해하였다. 언제 쌓아두었는지 짐도 다 쌓여 있었다. 그렇게 보내는 드래곤들은 아쉬워하였다. 니트라스 또한 이미 지나버린 약속. 그렇지만 두 번째 약속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10년 안에는 돌아간다는 그 약속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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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안트 왕국은 6대 왕국 중 최강으로 뽑히는 왕국이다. 지금 현 왕은 가이안트 5세이고 그는 모든 사람이 존경하는 위인이었다. 그에게는 아들이 한명 딸이 한명으로 사이좋은 남매가 있었다. 두 남매는 성장하면서 각각 자신의 소질을 보였고 개성을 보여주면서 성장하였다. 아들의 이름은 레이얀 가이안트 현재 28세고, 딸의 이름은 실비아 가이안트 현재 24세로 레이얀은 검술 쪽에 뛰어난 소질을 보이고 외모가 수려하고 역사학에 우수한 실력을 보여 어느 나라에서도 부러워하는 인재였다. 그런 반면 실비아는 사교계에 유명하였고 외모가 아름다워 많은 남자들의 인기를 사로잡고 있다. 이 둘은 아주 많이 닮아서 같이 다니기라도 하면 남매란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눈에 띠었고 왕자와 공주라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실비아. 우리 모험이나 떠나보는 게 어떨까?”
“오라버니. 죄송하지만 전 안되겠네요. 모험이라면 오라버니 혼자 다녀오세요.”
“뭐야. 치. 같이 가주면 안되? 혼자가면 재미없잖아.”
“그럼 호위기사나 오라버니 친구들과 같이 가면 되지 않을까요?”
레이얀은 자신이 제시한 모험이야기가 쉽게 수락되지 않자 삐져서 실비아의 방에서 뛰쳐나갔다. 항상 모험에 관심이 많아 레이얀은 종종 모험이야기를 꺼내기도 한다. 그렇지만 직접 모험을 한 적이 없어서 바깥세상은 어떤지 궁금해 하였다. 그렇지만 바깥세상은 그가 원하는 것처럼 재미있고 즐거운 곳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죽음. 공포. 시기. 질투. 복수. 이들이 살고 있는 곳이 바로 나라 밖이니깐... 레이얀은 아무리 설득해도 실비아가 말을 듣지 않자 실비아를 설득하는 것은 그만두고 자신에게 호위기사를 붙혀 따라다니게 할 생각으로 모험준비를 하러 자신의 방에서 이것저것 짐을 챙기기 시작하였다.
“으휴.. 실비아도 같이 다니면 좋을 텐데.. 어쩔 수 없겠지. 모험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은 애니깐.”
똑똑! “레이얀 왕자님. 이제 떠나셔야 가장 가까운 나라. 마시넬 왕국에 도착합니다.”
“응. 알았어. 이제 다 되가.”
마시넬 왕국이라면 풍요로우면서 숲이 많아 엘프들이 많이 서식한다는 나라였다. 레이얀은 자신이 떠나는 여행 중 가장 가보고 싶은 나라 중 하나이기도 했다. 거기에다가 가이안트 왕국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곳이라서 왕래가 잦았고 그곳에서 곡식을 많이 사오기도 하여 서로 좋은 관계를 맺고 있었기에 첫 출발지점을 마시넬 왕국으로 해도 위험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 게 레이얀의 생각이었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레이얀은 황제 폐하가 계신 곳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즐거워서 발걸음 하나하나가 가벼웠고 빨리 모험을 시작하여 재미있는 일들을 겪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레이얀의 머리를 가득 매웠다. 레이얀은 황실의 문을 열고 황제 폐하가 계신 곳으로 다가가 고개를 숙여 인사를 올렸다.
“그간 별고 없으셨습니까?”
“오오.. 왕자. 무슨 일로 여기에 발걸음을 하였는고?”
“다름이 아니오라 이 대륙을 돌아다니고 경험을 쌓아 격식의 폭을 넓히고 싶사옵니다.”
“음... 여행을 떠나겠다는 것이더냐?”
“예. 그렇사옵니다.”
여행을 떠난다는 말에 황제 폐하는 약간 미간이 찌그러졌지만 곧 펴졌고 격식의 폭을 넓힌다는 말에 왕자가 자랑스러웠는지 황제 폐하는 쾌히 허락하였다.
“여행을 떠나도 좋다. 하지만 왕자는 가이안트 왕국의 황태자나 다름없다. 자신의 체통을 지켜라. 그리고 많은 경험을 쌓고 돌아오너라.”
“예. 알겠사옵니다.”
단단히 당부하는 황제 폐하는 자신의 아들이면서 이 나라의 황태자 자리를 가지고 있는 왕자가 자랑스러웠다. 모두 귀찮은 일은 마다하는데 레이얀은 그렇지 않고 직접 몸으로 겪고 배우고, 격식을 넓히고 싶어 하였다. 어려서부터 검술과 역사학에 뛰어난 재능을 보인 왕자였고 그로서 많은 환희를 받은 황제였다. 그렇게 레이얀 왕자의 모험은 시작되었다. 모험을 하기에 편한 복장을 입고 있었고 그렇게 눈에 띄지 않는 차림이라서 왕자라는 것은 쉽게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였다.
“라크르. 얼마동안 가야 도착할 수 있지?”
라크르는 호위기사 대장으로 레이얀이 어렸을 때부터 그를 호위하던 기사였다. 그래서 레이얀은 어디를 가든 항상 라크르를 데리고 다녔다.
“네. 이렇게 걸어서 가면 아마 해가 지기 전에는 도착할 수 있을 겁니다.”
“그래? 다행이군. 일단 도착하면 계획을 세우도록 하자.”
“알겠습니다.”
항상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다니는 레이얀은 아니었지만 처음으로 왕국말고 밖으로 나와 보는 것이었다. 무슨 일이 자신에게 덮칠지 모르는 일이었다. 레이얀과 호위부대는 왕국을 빠져나와 어느새 마시넬로 가는 통로로 접어 들었다. 그 통로는 숲과 비슷하였고 복잡해 보이는 미로 같은 곳이었다. 이 숲은 마시넬 왕국과 가이안트 왕국의 국경 역할을 하기도 하는 곳이면서 엘프들이 서식하는 곳이기도 하였다. 마시넬 왕국 깊숙이 들어가면 엘프들이 많이 살고 있지만 이 곳은 그렇지 않고 몇몇 엘프들이 마을을 이루고 있어서 그렇게 눈에 띄지 않았다.
“라크르. 여기 말이야. 엘프들이 산다는 곳 아니야?”
“네. 맞습니다. 하지만 이 곳은 소수의 엘프들이 살고 여기에 사는 엘프들은 인간을 싫어한다고 합니다.”
“뭐? 왜 그렇지? 마시넬 왕국에 사는 엘프들은 인간과 사이가 좋다며?”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반대하는 엘프들이 쫓겨나와 이곳에 서식한다고 들었습니다.”
“음.. 확실한건지는 모르겠다는 거군. 알았어. 그냥 마시넬 왕국으로 향하자. 그런데 왕국에 들어서면 가장 가까운 마을이 어디지?”
“아마도 마시넬 마을일 것입니다.”
가장 가까우면서 많은 지식을 쌓을 수 있는 마시넬 왕국. 그러면서 수도인 마시넬 마을은 국경과 가까이 접해있었다. 물론 여행객들이게는 좋은 일이지만 만에 하나 가이안트 왕국과 사이가 안 좋아질 경우에는 아주 위험하였다. 그렇지만 지금도 그렇듯 예전부터 사이가 좋아온 나라였다. 통로가 되어주는 숲의 이름은 프로치 우드였다. 뜻 그대로 통로 숲이다.
“라크르. 그런데 궁금한 게 있어. 왜 넌 호위기사 같은 것을 했어?”
“하핫. 그거야 당연히 왕자님을 지켜드리기 위해서죠.”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잖아.”
“아...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진지해지는 라크르의 표정이었지만 물어본 것은 레이얀이었고 궁금해 하였기에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소중한 사람들을 잃은 아픔은 레이얀으로서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모두가 행복했으니깐....
“왕자님께서도 곧 알게 되실 겁니다.”
“뭘 말이야?”
“이렇게 여행하다보면 소중한 사람들을 잃게 되죠. 그렇게 되다 보면 소중한 사람들을 잃었을 때 자신의 무능력함에 자신을 비방하기 마련이죠.”
라크르는 아주 경험이 많아 보였다. 항상 웃어주고 상냥하던 라크르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을 레이얀으로서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마음 깊숙이 숨어 있는 아픔. 그것은 말로 표현할 수도 몸으로 표현할 수도 없는 자신만이 아는 아픔이었다. 하지만 아픔을 받기에 그만큼 자신이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레이얀은 라크르가 하는 말 전부를 이해하지 못하였지만 어느 정도 무슨 의도인지는 알 수 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하. 괜한 소리를 하였군요. 여행은 즐겁게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가? 그래. 그래야지? 여행은 즐거운 마음으로 하는 게 가장 즐거우니깐.”
“네. 맞습니다. 이제 어느새 숲도 다 끝나가는 군요.”
라크르와 계속해서 이야기하면서 걷다보니 어느새 프로치 우드의 출구가 보이기 시작하였다. 눈부신 빛이 흘러 들어왔고 곧 레이얀과 호위부대는 그 빛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밝은 빛이 공격해왔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그들 눈앞에 펼쳐지는 넓은 평야와 높은 산들이 나타났다.
“와~ 대단한걸? 이렇게 풍요롭고 멋진 곳이 마시넬 왕국이었다니.”
“마시넬 왕국은 맞습니다. 하지만 여기는 마시넬 마을입니다.”
“그래? 아주 보기 좋아. 라크르 말대로 해가 지기전에 도착해서 다행이야.”
“네. 그럼 일단 쉴 곳을 찾아야 겠죠?”
레이얀은 마시넬 마을의 풍요로움과 산과 어울린 모습을 보고 감탄밖에 할 수 없었다. 멋지게 펼쳐진 평야도 금빛을 띄었고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이 보기 좋았다. 레이얀은 마시넬 마을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본국에서도 보지 못한 자연과 어울린 마을을 보는 것이 처음인 것인지 숲을 빠져나와 길을 타고 내려오면서도 눈을 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라크르는 이런 레이얀을 보고 어린 아이가 놀이감을 보고 좋아하는 표정 같다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길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숲의 출구에서 마을 입구까지는 잠깐 걸으니깐 끝이 났고 거리에는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녔다.
“앗! 저기 여관이 보인다. 일단 저기에 가서 쉬자.”
“네. 그렇게 하죠. 얘들아 가자.”
레이얀이 멀리 보이는 여관을 찾았고 라크르는 레이얀이 제안한 의견을 받아드리고 3명의 병사들과 같이 여관을 향했다. 여관에 들어서자 사람들이 레이얀 일행을 주목하였다. 여관에는 사람들이 많아서 충분히 시끄러웠기 때문이다.
“아주머니. 당분간 이 곳에 머물 생각입니다. 하루에 몇 골드나 되나요?”
“네. 하루에 1골드입니다.”
“그런가요? 그럼 여기....”
라크르는 주머니 같은 것을 꺼냈다. 무언가 많이 들어있는 것처럼 보이는 주머니는 여관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게 되었다. 분명 그 돈은 레이얀에겐 적은 돈이었다. 왕국에 돌아간다면 돈 방석에서 살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아.. 아니.. 이렇게 많은...”
“이곳에 조금 오래 머물 듯 하여 많이 들이는 겁니다. 그럼 비어있는 방이 어딘가요?”
“네. 손님. 지금 비어있는 방은 윗층 제일 창가쪽 입니다.”
“창가라. 좋은 걸요? 감사합니다.”
“네. 그럼 편히 묵고 가십시오.”
여관 주인은 조금 전에 받은 돈이 너무나 많은 돈이라서 아직도 현실인지 꿈인지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 돈은 직접 세어도 거의 20골드는 되는 돈이었다. 이 돈을 벌려면 여관에서는 두 달이 걸려야 평균 수입이 이정도 이다. 그런 돈을 한 순간 벌었으니 놀랄 만 하였다.
“라크르. 그렇게 많이 줘도 되는 거야?”
“상관없지 않습니까. 본국으로 돌아간다면 저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을 텐데요.”
“그래도 우리가 여기에 얼마나 머물거라고...”
“하하. 남을 베려하는 것도 모험을 하는 사람에게는 중요합니다. 인맥이 튼튼해야 위험한 상황에 빠졌을 때 도와주는 사람이 있거든요.”
기사 경험이 많은 라크르는 인맥을 중요시 하는 기사였다. 그러한 라크르를 보는 레이얀은 이해하지 못하였지만 무척 도움이 되는 말일 것 같아서 깊이 새겨들었다. 레이얀이 쓰게 될 방은 창가에 있어서 바깥이 멀리 보였고 햇빛이 잘 들어와서 밝은 곳이었다. 침대가 하나. 탁자 하나. 의자 두개. 그리고 몇몇 필수 사항들이 있었고 잘 꾸며진 이 방을 매우 만족하였다.
“라크르. 나 잠깐 밖을 돌아다니다가 올께.”
“그럼 저와 같이 가시는 게...”
“너는 그냥 쉬어. 날 보호하느라 힘들 것 아냐? 나 혼자서도 충분해.”
“네. 정 그러시다면...”
레이얀은 같이 따라가겠다는 라크르를 뿌리치고 여관을 나왔다. 레이얀은 새로운 곳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서 이곳저곳 돌아다니고 싶어 하였다. 마시넬 마을은 상점이 많았다. 가는 곳마다 과일을 팔았고 무기도 많이 팔았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이 팔고 있는 것은 농작물이었다. 풍요롭고 평야가 넓은 마시넬 마을은 농작물이 많아 여러 나라로 수출하고 있는 상태였다. 물론 가이안트 왕국도 마시넬 왕국에서 농작물을 사들여서 음식을 먹는다. 레이얀은 마을의 풍요로움에 휩쓸려 어디론가 여관과는 방향이 다른 쪽으로 구경을 하러 갔다. 그런데 그 곳에서 레이얀의 마음을 한 번에 사로잡는 여자가 나타났다. 푸른 머릿결. 그리고 하얀 피부에 푸른 눈동자. 마나를 쉽게 모으고 타고나게 보이는 그녀는 레이얀의 눈에서 떠나질 않았다. 계속하여 시선을 주었는지 그 여자도 누군가 계속해서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 그 곳을 향해 보았다. 그녀는 못 볼 것을 봤다는 듯 아주 놀라고 있었다. 레이얀은 당황스러워서 얼른 그녀에게 다가갔다.
“아. 죄송합니다. 그만 숙녀분께 정신이 팔려 계속하여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계속하여 놀란 얼굴을 하고는 그녀를 보는 레이얀은 의아해 하였지만 계속하여 먼저 사과했다. 그리고 겨우 입을 떼어 말을 하기 시작했다. 아주 작은 목소리로...
“니...니트라스..?”
“아.. 아닙니다. 저는 가이안트 .... 아니 그냥 모험가입니다. 이름은 레이얀 입니다. 숙녀분의 성함은 어떻게 되십니까?”
“니트라스 아니니?”
계속하여 묻는 이름이었다. 하지만 그는 분명 니트라스는 아니었다. 조금 닮았다 뿐이지 니트라스는 아니었다.
“전 그냥 모험가이고 이름은 레이얀입니다. 니트라스라는 분이 아니죠.”
레이얀에게서는 전혀 니트라스의 기운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을 안 그녀는 드디어 제대로 말을 하기 시작하였다.
“죄송합니다. 사람을 잘못 봤군요. 전 세론입니다.”
“아.. 그러십니까? 세론. 이름이 참 예쁘군요.”
“감사합니다....‘ 많이 닮았구나.. 니트라스... 도대체 언제 오는 거니? 이제 10년째 되는 날은 하루 남았다고...’”
세론은 속으로 니트라스를 찾았고 앞에 서 있는 레이얀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것을 모르는지 레이얀은 계속해서 세론에게 관심을 보였다. 그런 레이얀을 보면서 세론은 니트라스의 모습이 생각났는지 점점 눈시울이 붉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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