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신™-novel 1%의 희망-(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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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먹거리는 그녀를 보고 있는 레이얀은 매우 난처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는 레이얀의 심정을 알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지 세론은 겨우 눈물을 머금었다. 그리고 닦아내는 눈물. 얼마나 많은 시간을 기다렸는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레이얀은 알 것 같았다. 라크르가 해준 말이 떠올라서 더 이해가 빨랐는지 모른다. 소중한 사람을 잃었을 때의 슬픔이란 몸으로 표현할 수 없고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존재. 푸른 빛나는 그녀의 눈은 눈물에 적셔서 더욱 맑고 투명하였고 그의 외모는 레이얀 자신의 동생 실비아를 생각나게 할 만큼 아름다웠다.
“죄송합니다. 괜한 일로.. 사람을 잘못본 것도 모르고.. 실례가 많았습니다. 그럼....”
“아! 잠깐만요.”
레이얀을 등지고 돌아서서 뛰어가려는 세론을 레이얀은 기꺼이 불렀다. 뭔가 안타깝고 아쉬움이 그의 표정을 감싸 돌았다. 세론은 고개를 돌려 레이얀의 눈으로 시선을 돌렸다. 10년이란 공백으로 비어버린 마음은 누군가 채워주기 좋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세론은 그런 생각을 저버리기로 하였는지 조용히 부름에 응답하였다.
“초면에 이런 말씀드리기 곤란하지만 저와 같이 모험을 떠나주시면 안되겠습니까?”
모험을 떠난다는 말에 세론은 아무런 꺼림칙함 없이 거부하였다. 자신에게는 10년의 약속이 있었기에 아직은 마시넬 마을을 떠날 수 없다고 그렇게 말하고 싶은게 세론이었다. 하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고 다른 내용으로 변명하기 시작하였다.
“죄송합니다. 저에게는 해야만 하는 일이 있어서. 그럼...”
“아...네. 인연이 있다면 언젠가 다시 만나겠죠?”
“네.”
간단한 대답. 세론은 아무리 니트라스가 아니었더라도 닮았기에 그와 너무나도 닮았기에 그와 같이 있고 싶었다. 하지만 니트라스가 죽은 것은 아니었다. 아직 살아있기에 기다리는 것인지 모른다. 10년이란 세월은 그렇게 길지 않았기에 100년같이 지루하기 했지만 하루같이 짧은 시간이었다. 항상 울고. 그리워하면서 겨우 마음의 갈피를 잡고 안정을 되찾아 가는데 레이얀이라는 청년이 나타난 것이다. 그렇기에 세론은 더욱더 혼란스러웠고 정신이 혼미하였다. 하지만 10년동안 자신을 보호하는 것도 힘들었다. 라트린의 끊임없는 공격. 하지만 니트라스에게 받은 힘이 있었는지 번번히 막아내기는 하였다. 멀리 떠나가는 세론의 뒷모습을 레이얀은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후.. 실비아 못지않는 미모를 자랑하는 여자애구나.”
사람들은 북적댔지만 들을 수 있는 것은 자신뿐이었다. 혼자 중얼거림이 되어버린 혼잣말은 그대로 가슴 깊이 박혀버렸다. 자신의 동생이 보고 싶어졌는지 세론을 보고나서 약간 그리움을 짓더니 다시 라르크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여전히 북적대는 거리지만 레이얀 자신에게는 무겁고 쓸쓸한 외로움만이 찾아들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레이얀이 세론과 만난지 약간 시간이 흐르고 여관으로 향하던 중 보기에는 수상한 사람들이 지나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검정색으로 무장한 사람들이었다. 그들 주변에서 흐르는 강력한 살기와 그들의 실력. 전문 살인 업자라고 해도 어울릴 만한 기운을 풍겼다. 대략 두 명 정도였지만 레이얀 또한 검술을 익혔기 때문에 그들의 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어린 아이더라도 방해된다면 죽여 버릴 것 같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지나가는 길에는 사람들이 피해서 다른 길가로 붙어서 지나갈 정도로 음침하고 이상해 보이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레이얀은 그들의 실력을 대충 느꼈기에 피하지는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었고 곧 그들과 정면으로 서게 되었다.
“이봐. 좀 비켜주지 그래?”
“아저씨들이 비키셔야죠. 이 길은 광장에서 나가는 길로 알고 있는데요?”
그 말의 의미는 그들에게 곧 방해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갑자기 상승하는 살기. 그리고 그들의 실력. 레이얀도 검술을 익혔기 때문에 느낄 수 있었지만 갑자기 상승하는 그들의 실력은 더 이상 레이얀이 측정할 수 있을 정도가 넘어섰다. 날카로워진 눈이 레이얀을 쏘아보았고 곧 이 자리는 싸움터가 되어버렸다. 기습적으로 들어오는 칼. 이것은 분명 살인을 위한 칼이었다. 끝은 약간 휘었고 신축성이 강하면서 휘어지는 그런 칼이었다. 간신히 막고 뒤로 빠지는 레이얀은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헉..헉... 빠르다...”
“우리를 방해하면 모두 죽여 버린다.”
이 말은 레이얀으로서 공포감마저 들게 했다. 그렇지 않아도 잔뜩 긴장하였는데 그들의 말은 지금의 레이얀으로서 무엇보다 살기가 담겨있고 살인하겠다는 그러한 의미를 담고 있었다. 주변의 사람들은 모여들기 시작하였고 점점 이 곳은 구경터가 되어가고 있었다. 마을 광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라서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많았다. 집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고 거기에다가 지금 시각이면 모두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의 구경을 사기에는 아주 딱 좋은 시간, 장소였다. 그렇지만 그들에게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레이얀만을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허점을 노리고 있었다. 빠르게 끝내기를 좋아하는 살인 첨부업자들이 이렇게 시간을 끄는 것은 선공을 막아냈기 때문일 것이다. 대부분 피하지 못하고 당하는 게 일수였지만 레이얀은 그렇지 않고 막으면서 뒤로 빠지는 실력이 보통 내기는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제 슬슬 끝내도록 하지.”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다.”
빗겨지나가는 두 사람. 그리고 그어지는 검이 남긴 잔상이 그들을 가로질렀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착지하였고 뒤로 돌아보는 두 사람은 또다시 공격에 들어갔다. 레이얀은 횡으로 행동을 넓게 하였고, 검정 옷을 입은 사람 중 한명은 행동을 적게 하여 종으로 검을 그었다. 약간 들려온 둔탁한 소리. 그것은 검으로 베었을 때 나는 소리와 비슷했다. 레이얀의 복부에 퍼지는 선혈. 그것은 레이얀으로서 처음 맛보는 고통이었다. 그리고 검은 복장을 한 사람은 레이얀의 공격에 복면이 약간 잘려나갔다. 행동을 넓게 한 레이얀은 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행동 동작이 작았던 상대를 맞추었다는 것 자체가 그가 실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당한 것은 사실. 레이얀은 선혈이 나자 무릎이 꿇렸다.
“큭.. 젠장.....”
“그럼.. 잘 가시오. 이얏!!”
챙!!
어디선가 들어온 새하얀 검신을 가진 마나가 흐르는 검이 검은 복장을 한 사람의 검을 쳐내었다. 그리고 상대방 뒤로 날아가 꽂히는 검을 바라보면서 경악하는 검은 복장 일행들은 그 검을 든 사람에게 주목하였다.
“누... 누구냐!”
“이런... 사람을 함부로 살생하면 안되지.”
“이.. 이 자식이. 이 자식도 죽여 버려!”
뒤에서 구경을 하고 있던 같은 일행들은 갑자기 나타난 사람에게 공격을 해오려 했다. 공격해 오는 것을 그대로 지켜 보고 있는 그 사람은 전혀 겁을 먹지도 긴장하지도 않은 표정을 지었다. 살인을 주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그렇게 태연할 수 있는지 레이얀 말고도 주변에서 구경을 하던 사람들 또한 의아해 하였다. 그렇지만 그는 확실히 여유 있는 표정을 지었고, 들어오는 검들을 자신이 가지고 있던 검으로가 아닌 맨 손으로 막아내었다. 맨 손으로 검기가 담긴 검을 막기 위해서는 상당한 실력이 필요하였다. 그것을 본 사람들도 모두 하나같은 표정을 지었고 레이얀도 같은 표정을 지었을뿐더러 상대방도 놀라고 있었다.
“도..도대체 네 정체가 뭐냐”
“나? 음.. 알려줘야 하나...”
“이.. 이 자식이.. 우리를 가지고 놀고 있어..”
“좋아. 결정했어.”
“뭘 말이지?”
“너희들을 죽이기로.”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몸은 엄청난 스피드로 검을 거두어 앞에 서 있는 두 자를 그었고 방향을 바꾸어 나머지 한명도 베어버렸다. 이 스피드는 도저히 사람으로서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빠른 스피드였고, 한 번 한 번 그어지는 검을 다루는 실력 또한 뛰어나다는 것을 알게 하였다. 얼마나 빨랐으면 보통 사람들에게는 보이지도 않을 정도였지만 레이얀은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소드마스터가 되야만 가능하다는 속도가 방금 자신 앞에서 펼쳐졌기 때문이다.
“괜찮습니까?”
위선적으로 다가오는 말 한마디는 레이얀에게 어색함을 더욱 증진시킬 뿐이었다. 그렇지만 그의 얼굴을 똑바로 보게 된 레이얀, 그리고 그는 상당히 놀라고 있었다.
“어!. 어떻게 나하고 이렇게 닮을 수 있지?”
“그건 제가 할 말이군요.”
“어쨌든 감사합니다.”
“별 말씀을. 이런 녀석들이 원래는 없던 거로 기억이 되는데 요새 늘었나 봅니다.”
이 말은 분명 언젠가 이 곳에 살았다는 뜻으로 이해가 되기 마련이었다. 그렇지만 그 말을 하는 것과 동시에 점점 멀어지는 그를 향해 레이얀은 소리치면서 뛰어갔다. 무언가 찾으려고 놓치지 않으려는 그러한 불굴의 투지가 발생한 것일까? 그에게서는 전혀 살기같은 것이 느껴지지 않았고 그냥 평범한 사람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는데 이런 실력을 본 레이얀으로서는 그의 이름이 궁금하였고 친해지고 싶었을 것이다.
“저기! 잠깐만요! 실례지만 성함좀....”
“뭐.. 알려드리죠.”
그러더니 그는 레이얀의 귀에 대고 소곤거렸다. 잠깐의 짧은 한마디. 갑자기 레이얀의 얼굴이 질려져버렸다. 무엇을 말했길래 이렇게 질려 있는 것일까? 레이얀은 그의 이름을 듣자 갑자기 소름이 끼칠 정도로.. 이미 소름이 끼쳐서 몸을 떨었다.
“휴.. 그냥 잊어주십시오. 그렇게 좋은 이름도 아니니깐 말입니다.”
도저히 레이얀의 입은 떨어지지 않았다. 못 들을 말을 들었는지 손은 부들부들 떨었고 눈은 초점이 사라진지 오래되었다. 이름만으로도 오한이 서릴 만큼 강한 사람은 현재는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그런 사람들은 이미 죽음의 길로 빠져들어 죽음을 향해 걸을 테니... 하지만 그런 사람이 자신 앞에 있다는 것을 느낀 레이얀으로서는 오한이 일어나는 것이 당연한 일 일지도 몰랐다. 그걸 충분히 느낀 그도 위로의 한마디를 해주었고 그 말을 듣고서야 겨우 눈에 초점이 돌아왔다.
“네...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나중에 인연이 있다면 다시...”
“다시 만나는 것은 좋지 않을 것입니다. 훗.. 그럼...”
짧게 끊어버린 그의 말. 레이얀은 그가 몸이 사라져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의 몸은 무슨 마법이라도 쓴 것처럼 갑자기 나타나서 도움을 주고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도무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레이얀은 이제 그만하고 여관으로 돌아가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간을 많이 지체하였다. 물론 그 사이에 사람들도 많은 감탄과 호기심에 몰려있다가 결국은 해체되어서 각자의 길로 향하였다. 그리고 레이얀 앞에 쓰러져 있는 세 명의 복면을 한 사람들. 죽은 사람을 처음으로 접해보는 레이얀으로서는 죽은 사람들마저 자신에게는 공포감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 공포감은 선혈이 흐른 복부 쪽에서는 전혀 고통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더 크고 넓이가 넓었다. 격이 다르다고나 할까? 그렇게 정신을 점점 되찾은 레이얀은 라크르가 있는 자신이 머물 여관으로 향하였다.
레이얀과 헤어져 집으로 향하던 세론은 갑자기 보고 싶어지는 니트라스의 얼굴이 떠올라 거리인데도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그리고 굳게 다짐하는 그녀.
‘울면 안돼. 사람들이 보고 있잖아. 그래. 내일까지. 내일가지 버텨내자. 약속한 장소. 그 곳으로 반드시 돌아와 줘.’
니트라스와 이별한지 10년이 흘러갔다. 이제 남은 시간은 단 하루. 그것도 아니었다. 이제는 몇 시간 남았을 것이다. 수학여행을 떠나서 도착한 곳. 수학여행지. 그리고 기다리겠다고 약속을 다짐한 나무. 세론에게는 잠시 동안의 시간동안 빠른 기억들이 스쳐지나갔다. 니트라스와 헤어지고 시간의 흐름이 틀리다고 믿고 있던 세론은 자신이 있는 세상의 시간으로 측정하고는 돌아오지 않는 니트라스에게 배신감을 느꼈었다. 그렇지만 때 마침 나타나는 블랙 드래곤. 세론의 얼굴은 희망과 웃음이 가득하였지만 왠지 모를 불안감도 가지고 있었다.
“인간 소녀여. 미안하게 되었다. 차원의 공간이 다시 복구가 되어서 동일하게 시간이 흐르게 되었다.”
“그렇다면 니트라스도 돌아올 수 있겠네요? 그런데.. 니트라스는....”
“미안하다.. 지금 죽음의 잠이라는 것에 빠져서....”
“주...죽음의 잠? 그렇다면 죽었단 건가요? 어떻게.... 니트라스가.. 그렇게 강하던 애가...”
“예상치 못한 전투에... 기습을 당하여서... 방어할 틈이 없었다..”
오랜만에 찾아온 블랙 드래곤에게서는 온통 좋지 않은 소식밖에 듣지 못했던 세론은 그만 충격에 휩싸였고 니트라스의 죽음... 그녀로서 밎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블랙 드래곤의 말로 드래곤들의 세상에서는 살릴 수 있지만 그게 몇 년이 지날지 모르기에 힘들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살아날 수 있다면 그것이 좋은 세론은 현실을 받아 드릴 수 있었다. 억울함에 죽어간 니트라스보다는.. 오랜만에 기억하는 니트라스의 모습이었다. 세론은 그렇게 니트라스가 보고 싶었으면서도 지금까지 한번도 기억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니트라스.. 어디있는 거니? 곧... 약속한 날이잖아....”
점점 사람들이 줄어드는 곳. 그녀의 집으로 가는 길목에서 혼자 중얼거리면서 길을 따라 집으로 향했다. 초원 위에 지어진 아담한 집 한 채. 그게 니트라스와 세론에게는 아주 짧지만 기분 좋은 추억을 남겨준 곳이었다. 처음 만난 장소이면서 새로운 출발을 다짐 하였던 곳이기도 한 세론의 집은 세론과 니트라스이 추억이 잔뜩 남긴 곳이다. 10년동안 그 동안 그렇게 보고 싶었으면서 한 번도 떠올리지 않은 얼굴이기도 한 니트라스의 얼굴은 하루를 앞두고 떠오르는 이유에 세론의 눈은 물로 적셔있었다. 니트라스의 방문에 서서 노크도 해보았다. 그렇지만 돌오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도 항상 반겨주던 니트라스의 모습. 환하게 웃어주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도 해주던 니트라스의 모습은 지금은 없고 비어있는 침대. 아무도 없는 방 안. 쓸쓸함만이 흐르는 공기. 그것은 결국 세론의 눈물이 바닥으로 떨어지게 된 이유가 되었다.
“니트라스... 흑흑... 빨리 돌아와....”
니트라스가 쓰던 방바닥에 주저 앉아 흐느끼는 세론의 모습은 너무나도 애처로웠고 니트라스에 대한 물건 하나 하나가 그녀를 울렸다. 그리움이 그토록 컸는데 10년이란 시간을 어떻게 버텨왔는지 감정이 매마르기라도 하였는지 의심하였던 세론이었다. 그런데 그 감정 응어리가 한 순간에 녹아내리고 말았다. 녹아서 진하게 된 액체는 그대로 가슴 속에서 순환하였고 온 몸으로 감정이 싹트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렇게 울던 세론도 어느새 지쳐서 바닥에 누워 버리고 말았고 곤히 잠들었다. 잠들자마자 나타나는 검은 그림자. 그것은 아까 전에 레이얀을 도와주었던 사람이었다.
“후.. 세론.. 이런 데에서 자면 어떻하니?”
세론이라는 이름을 알고 있고 그녀를 따뜻하게 대하는 그. 그는 세론을 조용히 팔로 들어 세론의 방으로 갔다. 그러면서 자신의 팔에 누워있는 세론의 얼굴을 보았다. 예전에... 10년 전에 헤어질 때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더욱 미를 갖춘 얼굴과 길어버린 푸른 머리. 그리고 더욱 여성스러워진 세론의 모습은 더욱 매혹적으로 느껴졌다. 그러면서 그는 점점 얼굴이 붉어졌다.
“읏차. 휴... 옷을 갈아 입혀야 하는데....”
그는 중얼거리더니 갑자기 흥분하기 시작하였다. 세론의 옷을 갈아 입혀야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하는 모습은 세론이 생각하는 니트라스의 모습과 정말 같았다. 항상 자신 앞에서 얼굴을 붉히고 자신밖에 모르는 니트라스가 갑자기 사라져서 돌아오지 않으니깐 그 만큼 슬펐던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겠다. 직접 갈아입히는 수밖에...”
그 때 갑자기 올라오는 세론의 손. 그리고 중얼거리는 소리. 너무 작아서 그는 듣지 못하였지만 갑자기 끌어안는 세론의 팔에 끌려 침대로 눕혀져 버렸다.
“아앗!..”
그의 얼굴에는 황당함이 가득했지만 기쁨 또한 서려있었다. 그리고 약간 붉어진 얼굴. 그것은 정말 세론이 원하던 니트라스의 얼굴이었다. 이 때 잠깐 잠이 깨었는지 눈을 뜬 세론. 세론이 눈을 뜨자 보이는 것은 니트라스와 너무 닮고 자신이 원하던 니트라스의 모습을 하고 있는 한 남자였다. 자신 앞에서는 부끄러워서 얼굴을 붉히는 남자. 그게 니트라스였기 때문이었다.
“!! 니... 니트라스......”
갑자기 깨어난 세론 때문에 너무 놀란 그였다. 그리고 니트라스라고 불렀다. 그렇지만 답해오는 말은 전혀 틀린 말이었다. 꼭 그가 니트라스가 된 것처럼. 그는 당황해하면서 얼른 자신의 모습을 감추려고 주문을 외웠다.
“세상이 모든 휴식을 취하는 시간. 그 시간 속에서 편히 쉬어라! 슬립...”
잠의 주문. 슬립. 그 마법은 세론을 둘러쌓았고 어느새 온 그 빛은 세론의 이마로 보여 스며들었다. 그리고는 스르르 닫히는 눈으로 보이는 니트라스와 닮은 얼굴.. 하지만 세론은 분명 느꼈다. 그것이 니트라스라고.. 그리고 잡으려는 외침...
“니..니트라스.. 어째서...”
계속해서 그를 니트라스라고 부르는 세론은 무척 안쓰러워 보였다. 세론은 느꼈기에 그렇게 불렀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내일이면 만나니깐.. 기다려. 내일은 네 앞에 정정당당하게 나설 테니깐.”
조용히 한마디 남기고 그녀의 얼굴로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는 살며시 그의 입술을 그녀의 이마에 맞추었다. 그리고 흘렀던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고 그는 조용히 사라졌다.
“죄송합니다. 괜한 일로.. 사람을 잘못본 것도 모르고.. 실례가 많았습니다. 그럼....”
“아! 잠깐만요.”
레이얀을 등지고 돌아서서 뛰어가려는 세론을 레이얀은 기꺼이 불렀다. 뭔가 안타깝고 아쉬움이 그의 표정을 감싸 돌았다. 세론은 고개를 돌려 레이얀의 눈으로 시선을 돌렸다. 10년이란 공백으로 비어버린 마음은 누군가 채워주기 좋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세론은 그런 생각을 저버리기로 하였는지 조용히 부름에 응답하였다.
“초면에 이런 말씀드리기 곤란하지만 저와 같이 모험을 떠나주시면 안되겠습니까?”
모험을 떠난다는 말에 세론은 아무런 꺼림칙함 없이 거부하였다. 자신에게는 10년의 약속이 있었기에 아직은 마시넬 마을을 떠날 수 없다고 그렇게 말하고 싶은게 세론이었다. 하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고 다른 내용으로 변명하기 시작하였다.
“죄송합니다. 저에게는 해야만 하는 일이 있어서. 그럼...”
“아...네. 인연이 있다면 언젠가 다시 만나겠죠?”
“네.”
간단한 대답. 세론은 아무리 니트라스가 아니었더라도 닮았기에 그와 너무나도 닮았기에 그와 같이 있고 싶었다. 하지만 니트라스가 죽은 것은 아니었다. 아직 살아있기에 기다리는 것인지 모른다. 10년이란 세월은 그렇게 길지 않았기에 100년같이 지루하기 했지만 하루같이 짧은 시간이었다. 항상 울고. 그리워하면서 겨우 마음의 갈피를 잡고 안정을 되찾아 가는데 레이얀이라는 청년이 나타난 것이다. 그렇기에 세론은 더욱더 혼란스러웠고 정신이 혼미하였다. 하지만 10년동안 자신을 보호하는 것도 힘들었다. 라트린의 끊임없는 공격. 하지만 니트라스에게 받은 힘이 있었는지 번번히 막아내기는 하였다. 멀리 떠나가는 세론의 뒷모습을 레이얀은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후.. 실비아 못지않는 미모를 자랑하는 여자애구나.”
사람들은 북적댔지만 들을 수 있는 것은 자신뿐이었다. 혼자 중얼거림이 되어버린 혼잣말은 그대로 가슴 깊이 박혀버렸다. 자신의 동생이 보고 싶어졌는지 세론을 보고나서 약간 그리움을 짓더니 다시 라르크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여전히 북적대는 거리지만 레이얀 자신에게는 무겁고 쓸쓸한 외로움만이 찾아들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레이얀이 세론과 만난지 약간 시간이 흐르고 여관으로 향하던 중 보기에는 수상한 사람들이 지나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검정색으로 무장한 사람들이었다. 그들 주변에서 흐르는 강력한 살기와 그들의 실력. 전문 살인 업자라고 해도 어울릴 만한 기운을 풍겼다. 대략 두 명 정도였지만 레이얀 또한 검술을 익혔기 때문에 그들의 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어린 아이더라도 방해된다면 죽여 버릴 것 같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지나가는 길에는 사람들이 피해서 다른 길가로 붙어서 지나갈 정도로 음침하고 이상해 보이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레이얀은 그들의 실력을 대충 느꼈기에 피하지는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었고 곧 그들과 정면으로 서게 되었다.
“이봐. 좀 비켜주지 그래?”
“아저씨들이 비키셔야죠. 이 길은 광장에서 나가는 길로 알고 있는데요?”
그 말의 의미는 그들에게 곧 방해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갑자기 상승하는 살기. 그리고 그들의 실력. 레이얀도 검술을 익혔기 때문에 느낄 수 있었지만 갑자기 상승하는 그들의 실력은 더 이상 레이얀이 측정할 수 있을 정도가 넘어섰다. 날카로워진 눈이 레이얀을 쏘아보았고 곧 이 자리는 싸움터가 되어버렸다. 기습적으로 들어오는 칼. 이것은 분명 살인을 위한 칼이었다. 끝은 약간 휘었고 신축성이 강하면서 휘어지는 그런 칼이었다. 간신히 막고 뒤로 빠지는 레이얀은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헉..헉... 빠르다...”
“우리를 방해하면 모두 죽여 버린다.”
이 말은 레이얀으로서 공포감마저 들게 했다. 그렇지 않아도 잔뜩 긴장하였는데 그들의 말은 지금의 레이얀으로서 무엇보다 살기가 담겨있고 살인하겠다는 그러한 의미를 담고 있었다. 주변의 사람들은 모여들기 시작하였고 점점 이 곳은 구경터가 되어가고 있었다. 마을 광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라서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많았다. 집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고 거기에다가 지금 시각이면 모두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의 구경을 사기에는 아주 딱 좋은 시간, 장소였다. 그렇지만 그들에게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레이얀만을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허점을 노리고 있었다. 빠르게 끝내기를 좋아하는 살인 첨부업자들이 이렇게 시간을 끄는 것은 선공을 막아냈기 때문일 것이다. 대부분 피하지 못하고 당하는 게 일수였지만 레이얀은 그렇지 않고 막으면서 뒤로 빠지는 실력이 보통 내기는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제 슬슬 끝내도록 하지.”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다.”
빗겨지나가는 두 사람. 그리고 그어지는 검이 남긴 잔상이 그들을 가로질렀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착지하였고 뒤로 돌아보는 두 사람은 또다시 공격에 들어갔다. 레이얀은 횡으로 행동을 넓게 하였고, 검정 옷을 입은 사람 중 한명은 행동을 적게 하여 종으로 검을 그었다. 약간 들려온 둔탁한 소리. 그것은 검으로 베었을 때 나는 소리와 비슷했다. 레이얀의 복부에 퍼지는 선혈. 그것은 레이얀으로서 처음 맛보는 고통이었다. 그리고 검은 복장을 한 사람은 레이얀의 공격에 복면이 약간 잘려나갔다. 행동을 넓게 한 레이얀은 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행동 동작이 작았던 상대를 맞추었다는 것 자체가 그가 실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당한 것은 사실. 레이얀은 선혈이 나자 무릎이 꿇렸다.
“큭.. 젠장.....”
“그럼.. 잘 가시오. 이얏!!”
챙!!
어디선가 들어온 새하얀 검신을 가진 마나가 흐르는 검이 검은 복장을 한 사람의 검을 쳐내었다. 그리고 상대방 뒤로 날아가 꽂히는 검을 바라보면서 경악하는 검은 복장 일행들은 그 검을 든 사람에게 주목하였다.
“누... 누구냐!”
“이런... 사람을 함부로 살생하면 안되지.”
“이.. 이 자식이. 이 자식도 죽여 버려!”
뒤에서 구경을 하고 있던 같은 일행들은 갑자기 나타난 사람에게 공격을 해오려 했다. 공격해 오는 것을 그대로 지켜 보고 있는 그 사람은 전혀 겁을 먹지도 긴장하지도 않은 표정을 지었다. 살인을 주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그렇게 태연할 수 있는지 레이얀 말고도 주변에서 구경을 하던 사람들 또한 의아해 하였다. 그렇지만 그는 확실히 여유 있는 표정을 지었고, 들어오는 검들을 자신이 가지고 있던 검으로가 아닌 맨 손으로 막아내었다. 맨 손으로 검기가 담긴 검을 막기 위해서는 상당한 실력이 필요하였다. 그것을 본 사람들도 모두 하나같은 표정을 지었고 레이얀도 같은 표정을 지었을뿐더러 상대방도 놀라고 있었다.
“도..도대체 네 정체가 뭐냐”
“나? 음.. 알려줘야 하나...”
“이.. 이 자식이.. 우리를 가지고 놀고 있어..”
“좋아. 결정했어.”
“뭘 말이지?”
“너희들을 죽이기로.”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몸은 엄청난 스피드로 검을 거두어 앞에 서 있는 두 자를 그었고 방향을 바꾸어 나머지 한명도 베어버렸다. 이 스피드는 도저히 사람으로서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빠른 스피드였고, 한 번 한 번 그어지는 검을 다루는 실력 또한 뛰어나다는 것을 알게 하였다. 얼마나 빨랐으면 보통 사람들에게는 보이지도 않을 정도였지만 레이얀은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소드마스터가 되야만 가능하다는 속도가 방금 자신 앞에서 펼쳐졌기 때문이다.
“괜찮습니까?”
위선적으로 다가오는 말 한마디는 레이얀에게 어색함을 더욱 증진시킬 뿐이었다. 그렇지만 그의 얼굴을 똑바로 보게 된 레이얀, 그리고 그는 상당히 놀라고 있었다.
“어!. 어떻게 나하고 이렇게 닮을 수 있지?”
“그건 제가 할 말이군요.”
“어쨌든 감사합니다.”
“별 말씀을. 이런 녀석들이 원래는 없던 거로 기억이 되는데 요새 늘었나 봅니다.”
이 말은 분명 언젠가 이 곳에 살았다는 뜻으로 이해가 되기 마련이었다. 그렇지만 그 말을 하는 것과 동시에 점점 멀어지는 그를 향해 레이얀은 소리치면서 뛰어갔다. 무언가 찾으려고 놓치지 않으려는 그러한 불굴의 투지가 발생한 것일까? 그에게서는 전혀 살기같은 것이 느껴지지 않았고 그냥 평범한 사람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는데 이런 실력을 본 레이얀으로서는 그의 이름이 궁금하였고 친해지고 싶었을 것이다.
“저기! 잠깐만요! 실례지만 성함좀....”
“뭐.. 알려드리죠.”
그러더니 그는 레이얀의 귀에 대고 소곤거렸다. 잠깐의 짧은 한마디. 갑자기 레이얀의 얼굴이 질려져버렸다. 무엇을 말했길래 이렇게 질려 있는 것일까? 레이얀은 그의 이름을 듣자 갑자기 소름이 끼칠 정도로.. 이미 소름이 끼쳐서 몸을 떨었다.
“휴.. 그냥 잊어주십시오. 그렇게 좋은 이름도 아니니깐 말입니다.”
도저히 레이얀의 입은 떨어지지 않았다. 못 들을 말을 들었는지 손은 부들부들 떨었고 눈은 초점이 사라진지 오래되었다. 이름만으로도 오한이 서릴 만큼 강한 사람은 현재는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그런 사람들은 이미 죽음의 길로 빠져들어 죽음을 향해 걸을 테니... 하지만 그런 사람이 자신 앞에 있다는 것을 느낀 레이얀으로서는 오한이 일어나는 것이 당연한 일 일지도 몰랐다. 그걸 충분히 느낀 그도 위로의 한마디를 해주었고 그 말을 듣고서야 겨우 눈에 초점이 돌아왔다.
“네...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나중에 인연이 있다면 다시...”
“다시 만나는 것은 좋지 않을 것입니다. 훗.. 그럼...”
짧게 끊어버린 그의 말. 레이얀은 그가 몸이 사라져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의 몸은 무슨 마법이라도 쓴 것처럼 갑자기 나타나서 도움을 주고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도무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레이얀은 이제 그만하고 여관으로 돌아가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간을 많이 지체하였다. 물론 그 사이에 사람들도 많은 감탄과 호기심에 몰려있다가 결국은 해체되어서 각자의 길로 향하였다. 그리고 레이얀 앞에 쓰러져 있는 세 명의 복면을 한 사람들. 죽은 사람을 처음으로 접해보는 레이얀으로서는 죽은 사람들마저 자신에게는 공포감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 공포감은 선혈이 흐른 복부 쪽에서는 전혀 고통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더 크고 넓이가 넓었다. 격이 다르다고나 할까? 그렇게 정신을 점점 되찾은 레이얀은 라크르가 있는 자신이 머물 여관으로 향하였다.
레이얀과 헤어져 집으로 향하던 세론은 갑자기 보고 싶어지는 니트라스의 얼굴이 떠올라 거리인데도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그리고 굳게 다짐하는 그녀.
‘울면 안돼. 사람들이 보고 있잖아. 그래. 내일까지. 내일가지 버텨내자. 약속한 장소. 그 곳으로 반드시 돌아와 줘.’
니트라스와 이별한지 10년이 흘러갔다. 이제 남은 시간은 단 하루. 그것도 아니었다. 이제는 몇 시간 남았을 것이다. 수학여행을 떠나서 도착한 곳. 수학여행지. 그리고 기다리겠다고 약속을 다짐한 나무. 세론에게는 잠시 동안의 시간동안 빠른 기억들이 스쳐지나갔다. 니트라스와 헤어지고 시간의 흐름이 틀리다고 믿고 있던 세론은 자신이 있는 세상의 시간으로 측정하고는 돌아오지 않는 니트라스에게 배신감을 느꼈었다. 그렇지만 때 마침 나타나는 블랙 드래곤. 세론의 얼굴은 희망과 웃음이 가득하였지만 왠지 모를 불안감도 가지고 있었다.
“인간 소녀여. 미안하게 되었다. 차원의 공간이 다시 복구가 되어서 동일하게 시간이 흐르게 되었다.”
“그렇다면 니트라스도 돌아올 수 있겠네요? 그런데.. 니트라스는....”
“미안하다.. 지금 죽음의 잠이라는 것에 빠져서....”
“주...죽음의 잠? 그렇다면 죽었단 건가요? 어떻게.... 니트라스가.. 그렇게 강하던 애가...”
“예상치 못한 전투에... 기습을 당하여서... 방어할 틈이 없었다..”
오랜만에 찾아온 블랙 드래곤에게서는 온통 좋지 않은 소식밖에 듣지 못했던 세론은 그만 충격에 휩싸였고 니트라스의 죽음... 그녀로서 밎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블랙 드래곤의 말로 드래곤들의 세상에서는 살릴 수 있지만 그게 몇 년이 지날지 모르기에 힘들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살아날 수 있다면 그것이 좋은 세론은 현실을 받아 드릴 수 있었다. 억울함에 죽어간 니트라스보다는.. 오랜만에 기억하는 니트라스의 모습이었다. 세론은 그렇게 니트라스가 보고 싶었으면서도 지금까지 한번도 기억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니트라스.. 어디있는 거니? 곧... 약속한 날이잖아....”
점점 사람들이 줄어드는 곳. 그녀의 집으로 가는 길목에서 혼자 중얼거리면서 길을 따라 집으로 향했다. 초원 위에 지어진 아담한 집 한 채. 그게 니트라스와 세론에게는 아주 짧지만 기분 좋은 추억을 남겨준 곳이었다. 처음 만난 장소이면서 새로운 출발을 다짐 하였던 곳이기도 한 세론의 집은 세론과 니트라스이 추억이 잔뜩 남긴 곳이다. 10년동안 그 동안 그렇게 보고 싶었으면서 한 번도 떠올리지 않은 얼굴이기도 한 니트라스의 얼굴은 하루를 앞두고 떠오르는 이유에 세론의 눈은 물로 적셔있었다. 니트라스의 방문에 서서 노크도 해보았다. 그렇지만 돌오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도 항상 반겨주던 니트라스의 모습. 환하게 웃어주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도 해주던 니트라스의 모습은 지금은 없고 비어있는 침대. 아무도 없는 방 안. 쓸쓸함만이 흐르는 공기. 그것은 결국 세론의 눈물이 바닥으로 떨어지게 된 이유가 되었다.
“니트라스... 흑흑... 빨리 돌아와....”
니트라스가 쓰던 방바닥에 주저 앉아 흐느끼는 세론의 모습은 너무나도 애처로웠고 니트라스에 대한 물건 하나 하나가 그녀를 울렸다. 그리움이 그토록 컸는데 10년이란 시간을 어떻게 버텨왔는지 감정이 매마르기라도 하였는지 의심하였던 세론이었다. 그런데 그 감정 응어리가 한 순간에 녹아내리고 말았다. 녹아서 진하게 된 액체는 그대로 가슴 속에서 순환하였고 온 몸으로 감정이 싹트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렇게 울던 세론도 어느새 지쳐서 바닥에 누워 버리고 말았고 곤히 잠들었다. 잠들자마자 나타나는 검은 그림자. 그것은 아까 전에 레이얀을 도와주었던 사람이었다.
“후.. 세론.. 이런 데에서 자면 어떻하니?”
세론이라는 이름을 알고 있고 그녀를 따뜻하게 대하는 그. 그는 세론을 조용히 팔로 들어 세론의 방으로 갔다. 그러면서 자신의 팔에 누워있는 세론의 얼굴을 보았다. 예전에... 10년 전에 헤어질 때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더욱 미를 갖춘 얼굴과 길어버린 푸른 머리. 그리고 더욱 여성스러워진 세론의 모습은 더욱 매혹적으로 느껴졌다. 그러면서 그는 점점 얼굴이 붉어졌다.
“읏차. 휴... 옷을 갈아 입혀야 하는데....”
그는 중얼거리더니 갑자기 흥분하기 시작하였다. 세론의 옷을 갈아 입혀야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하는 모습은 세론이 생각하는 니트라스의 모습과 정말 같았다. 항상 자신 앞에서 얼굴을 붉히고 자신밖에 모르는 니트라스가 갑자기 사라져서 돌아오지 않으니깐 그 만큼 슬펐던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겠다. 직접 갈아입히는 수밖에...”
그 때 갑자기 올라오는 세론의 손. 그리고 중얼거리는 소리. 너무 작아서 그는 듣지 못하였지만 갑자기 끌어안는 세론의 팔에 끌려 침대로 눕혀져 버렸다.
“아앗!..”
그의 얼굴에는 황당함이 가득했지만 기쁨 또한 서려있었다. 그리고 약간 붉어진 얼굴. 그것은 정말 세론이 원하던 니트라스의 얼굴이었다. 이 때 잠깐 잠이 깨었는지 눈을 뜬 세론. 세론이 눈을 뜨자 보이는 것은 니트라스와 너무 닮고 자신이 원하던 니트라스의 모습을 하고 있는 한 남자였다. 자신 앞에서는 부끄러워서 얼굴을 붉히는 남자. 그게 니트라스였기 때문이었다.
“!! 니... 니트라스......”
갑자기 깨어난 세론 때문에 너무 놀란 그였다. 그리고 니트라스라고 불렀다. 그렇지만 답해오는 말은 전혀 틀린 말이었다. 꼭 그가 니트라스가 된 것처럼. 그는 당황해하면서 얼른 자신의 모습을 감추려고 주문을 외웠다.
“세상이 모든 휴식을 취하는 시간. 그 시간 속에서 편히 쉬어라! 슬립...”
잠의 주문. 슬립. 그 마법은 세론을 둘러쌓았고 어느새 온 그 빛은 세론의 이마로 보여 스며들었다. 그리고는 스르르 닫히는 눈으로 보이는 니트라스와 닮은 얼굴.. 하지만 세론은 분명 느꼈다. 그것이 니트라스라고.. 그리고 잡으려는 외침...
“니..니트라스.. 어째서...”
계속해서 그를 니트라스라고 부르는 세론은 무척 안쓰러워 보였다. 세론은 느꼈기에 그렇게 불렀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내일이면 만나니깐.. 기다려. 내일은 네 앞에 정정당당하게 나설 테니깐.”
조용히 한마디 남기고 그녀의 얼굴로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는 살며시 그의 입술을 그녀의 이마에 맞추었다. 그리고 흘렀던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고 그는 조용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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