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craft소설]Stand By -2. 오늘 한 번 미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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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nd By -2. 오늘 한 번 미쳐보자!
다음날, 아머에 알람소리를 듣고 칼이 일어났다. 2시 30분. 아직 해가 뜨려면 한참이나 남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이 플랫폼에는 해라는 존재가 있지 않았으니... 오직 어둠만이 그를
환영해 줄 뿐이었다. 지금까지 불침번을 서고 있던 지미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 칼에게 다가
가서 말했다.
“햐... 시간 진짜 안가더라. 이럴 때 게임기라도 하나 있으면 좋으련만...”
“가서 잠이나 자라. 주제에 무슨 게임기... 배부른 소리다.”
우리들끼리 실없는 대화를 이어가자 마이클이 말했다.
“좀 닥쳐라. 힘들게 잠들었더니 왜 깨워.”
그들이 잠을 청한 시간은 12시였다. 맨 처음 불침번을 선 마린은 지미였고 그 다음 차례대
로 칼, 마이클이었다. 칼이 왜 제일 좋지 않은 시간인 2시 30분에서 5시가 걸렸느냐 하면?
가위바위보에서 진 걸 댈 수 있다. 원래 불침번이라는 것이 중간에 걸리는 것보다는 맨 처
음, 아니면 맨 끝 시간이 좋다. 왜냐? 가운데시간 즉 자다가 일어나서 다시 자는 것을 좋아
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차라리 좀 참고 있다가 푹 자거나 푹 자다가 계속 일어
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후... 참...”
칼은 한숨을 내 뱉은 후 하늘을 바라보았다.
‘저 별들 중에 지구가 있으려나?’
갑자기 지구라는 별이 그리워졌다. 처음엔 그토록 미워했으면서... 증오해놓고는... 그러나
눈물은 흐르지 않았다. 이미 그의 눈은 메말라 있었기 때문이다.
플랫폼에서 바라본 하늘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아니 하늘이 아니라 우주라고 표현하는 것
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구름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을 수도 없는 플랫폼. 인공적인 곳이
니 말이다. 차라리 행성으로 목적지가 정해졌으면 이런 끝이 보이지 않는 공허함은 느끼지
못했을지도... 그런 기분을 잊기 위해 칼은 일어나서 플래시를 이리 저리 밝혔다. 괜한 짓.
그러나 이렇게라도 하지 않는다면 우울해져서 도대체가 견딜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지미가
존경스러워질 지경이다. 아머에 달린 시계로 눈길을 옮겼다. 2시 37분... 시간마저 그를 도
와주지 않고 있다. 차라리 저그와 한판 붙으면서 시간이 빨리 가길 바라고 있다. 이기적인
생각... 가우스 라이플의 게이지는 불이 꺼져 있었다. 그딴 것 켜놓으면 플래쉬가 얼마 못
버틸 뿐 더러 공포심만을 더욱 자극하기 때문이다. 게이지. 이딴 것은 가우스 라이플에 달
아 놓지 않았어야 했다. 이것은 총알의 개수를 알리는 효과보다 ‘이 숫자가 0을 가리키는
순간 나는 죽을 것이다.’ 라는 잡념만을 가지게 할 뿐이기 때문이다.
“별 하나.. 별 둘.. 별 셋.. 별 넷..”
‘1초.. 2초.. 3초.. 4초.. 도저히 안 되겠군... 그래 먹자!’
칼은 팩을 열고는 그 안에 있는 오징어를 빼 올렸다. 왜냐하면 씹어 먹을 때 힘을 주기 때
문에 남아도는 긴장감도 함께 소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처음 맛본 오징어에 반한
기억이 칼에게서 솟아났다. 고추장이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쉬웠다.
[질겅질겅..]
“에휴... 이거 더럽게 안 찢어지네.. 익!!!”
그때였다. 무언가 기척을 감지한 칼은 플래시의 강도를 0으로 맞췄다.
“그르륵..”
아무래도 이번에도 히드라리스크인 듯했다. 칼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 마이클과 지미를 조용
히 깨웠다. 아까 한번 잠을 깬 상황이라 둘 다 그리 깊이 잠들진 않았다. 셋 다 머리 뚜껑
을 닫고는 음성통화로 대화를 진행했다. 지미가 말했다.
“이번엔 또 뭐냐?”
그때 건물 밖에서 히드라리스크 특유의 가래 끓는 소리가 들려왔다.
“크르르륵....”
“말 안 해도 알겠군... 마이클, 어쩔 거지? 넌 팀장이잖아?”
“일단 여기에서 기척을 숨기고 가만히 있어보자. 히드러가 한 마리란 보장도 없으니...”
“그래도 여기 숨길 잘했군... 설마 히드러가 여기로 올까?”
지금 이 건물은 플랫폼에 연결되어있는... 뭐랄까? 일종의 무기고라고나 할까? 마린들의 아
머들이 많이 널려있는 곳이기에 이곳을 택했다. 마린들은 히드라리스크가 어서 다른 곳으로
가길 빌었다. 지미가 말했다.
“하느님 아버지... 저 빌어먹을 히드라를 불쌍히 여기시어 저쪽 길로 인도하소서...”
“지랄하고 자빠졌네...”
그러나 하느님은 가혹하게도 지미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삐그덕...]
문을 여는 방법마저 알고 있는 히드라리스크였다. 모든 마린들은 연습해 두었던 자세들을
취했다. 마린 아머들이 진열되어 있는 곳에 한 줄로 서있기!
“씨발... 너무 붙었잖아... 뒤로 좀 땡겨!”
“미쳤냐? 여기서 움직이면 모두 사망이여!”
“입 닥쳐! 주둥아리만 살았나? 흐미...”
다행히 음성통화로 인하여 히드라리스크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히드라리스크는 마린 아머들
을 하나씩, 하나씩 살펴보았다.
“와... 씨바 저 근육 봐라... 야... 그런데 저렇게 살펴보다가 우리 차례가 되면 어쩌지?”
“얼굴, 아머 안으로 집어넣으면 되지...”
“아하, 그렇구나!”
“야! 칼! 네 쪽으로 온다!”
칼은 얼른 얼굴을 아머 안으로 집어넣었다.
‘으윽... 좀 가라... 저 말 많은 지미 쪽으로 가버려!’
얼마나 한 맺힌 것이 많았으면 같은 동료 쪽으로 가라는 말을 했을까... 그런데 히드라리스
크는 신기하게도 그러한 칼의 말을 들어주었다. 히드라리스크가 지미에게로 다가가는 것을
알 수 있었던 것은 지미의 음성통화 내용이었다.
“엄마야! 씨발 놈의 히드라!”
칼은 얼굴을 빼내어 히드라리스크 쪽을 바라보았다. 어두워서 가까이가 아니라면 잘 보이지
않지만 히드라리스크의 몸집은 거대했기 때문에 보일 수 있었다.
‘큭... 진짜로 저놈한테 가네? 히드라가 생각보다 착한 면이 있군...’
히드라는 지미의 아머를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길을 바꾸었다. 출구로.
“휴... 다행이군... 이거 정말 굉장한 방법이군... 이렇게 숨어있으면 아무에게도 들키지...”
[쉐엑]
히드라리스크는 진열대 제일 앞에 있던 마린아머를 그대로 2등분 시켰다. 아무래도 헛수고
였다는 것에 대한 분풀이였던 것으로 마린들은 생각되었다.
[삐그덕...]
한동안 멍하니 2등분 된 아머를 바라보던 마린들은 약 1분간 침묵을 유지했다. 1분 후 침
묵을 깬 사람은 지미였다.
“이것이 다 하느님이 날 아직 버리지 않았다는 증거였으니... 우하하하하!”
“후... 이걸로 수명이 1년은 줄었을 게다...”
“야, 그 히드라리스크 진짜 둔하지 않냐?”
“후... 나 진짜 무서워서 오줌 쌀 뻔 했지 않냐? 헤헤...”
“진짜 싼 건 아니고?”
“콱 그냥 라이플을 대갈통에 박아버릴...”
칼은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전자시계는 6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씁... 잠 다 잤네... 마이클, 아직 1시간 반 남았어. 조금 있다가 나가서 불침번 서. 지금
바로 나가면 히드라가 눈치 챌 테니...”
그러자 지미가 비꼬는 듯이 말했다.
“꼭 자기가 팀장인 것처럼 말하네?”
“닥치고 잠이나 자.”
다행히 그 후에 일어난 일은 없었다. 이제 모레면 드랍쉽이 돌아온다. 그때까지 행방을 알
아야 할 텐데... 알지 못한다면 그들은 다시 이 플랫폼을 돌아다녀야 할 터이니 말이다.
“흠... 어디로 가지?”
이들은 지금 사거리에서 걸음을 멈춘 상태이다. 이럴 때마다 지미가 한 행동은?
“어느 곳을 갈까요? 하느님께 물어봅시다...”
“야이, 썩을 놈아. 네가 하나님께 매일 물어본 탓에 마인들만 수두룩하게 만났잖아!!”
“저글링을 안 만난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해라!!”
칼은 생각했다.
‘저 새끼의 두뇌는 초급을 뛰어넘어 울트라리스크의 두뇌를 합성한 걸 거야...’
울트라리스크는 적과 아군밖에 구별하지 못하는 두뇌를 자랑하고 있다.
“다시 한다. 어느 곳을 갈까요? 하느님께 물어봅시다! 할렐루야!”
항상 같은 골목... 세 갈래로 나누어진 길에서 지미의 행동을 반복하면 항상 가운뎃길이 선
택되었다. 당연한 결과인가?
“하느님은 우리를 저쪽 길로 인도하셨도다. 나를 따르라.”
어차피 어느 한 쪽 길로는 가야하기 때문에 나머지 둘은 그의 선택을 따랐다.
“아, 예~!”
이번 선택으로 인한 길도 아까와 마찬가지로 지뢰밭이었다. 온 만신에 마인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아직도 마인이 왜 자신들을 공격하는지 알 수 없었다.
지미가 또 쓸데없는 말을 꺼내었다.
“저 마인 손으로 잡아볼까?”
“그렇게 하면 내가 양지 바른 곳에 묻어주지.”
한참을 갔을까? 그들의 눈에 보인 것은... 다름 아닌 크립이었다.
“야... 이거 꼭 더 가야하는 거냐? 행방은 이걸로 설명하면...”
“쉿! 조용... 뭔가가 오고 있어. 저기로 빠지자!”
조용히 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집중하는 데는 조용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
들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은...
“인페스티드!!!”
“인페스티드 테란!!!”
“인페스티드 테란!!!”
거의 동시에 나온 말이었다. 마이클은 생각했다.
“군대들은 모두 인페스티드화 된 것인가?! 인페스티드라면 이때까지 시체가 없었던 것들이
설명이 될테니 말이야.”
“야, 그렇다 하더라도... 알과 제임스처럼 죽은 사람들이 몇 있어야 할 것 아냐?”
“무리해서 전부 잡아들인 건 아닐까?”
“저것들 성질에? 반항하면 모두 죽여 버릴걸?”
도대체 이 뭐가 더 부족한 것인가... 뭔가 있는 것은 확실한데 말이다.
지미가 말했다.
“그런데 저 녀석은 어떻게 할까? 쏴 죽일까?”
“아니, 내버려둬. 우릴 알아채진 못한 것 같으니...”
“그래도 나중에 폭발하면 어쩌려구?”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자. 내일 가보자.”
칼이 물었다.
“어디로?”
“당연 크립이 발생한 곳으로 가야겠지.”
칼은 마이클에게서 나온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저것이 드디어 미쳤구나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어떻게 크립의 발생지로 가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인가? 죽으려고 작정한 것
이 아니라면 절대 불가능한 상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야이 싸가지야, 여기 있는 마린들 다 죽일 생각이냐? 크립을 따라가면 분명 저그 건물 몇
몇 개는 있다고 생각해야해. 그게 만약 해처리나 성큰이면 어쩌려고 그러냐!! 해처리면 괴물
들이 우글거릴 것이 당연하고, 성큰이면 똥침 맞을 각오해야 해!“
“누가 오늘 간대?”
“오늘이나, 내일이나 똑같은 건 마찬가지라고!”
“그럼 오늘 갈까?”
“더 이상 말을 말자... 하지만! 나는 사양하겠어. 이건 미친 짓이야. 죽으러 가는 거나 마찬
가지야.”
“나도 안가! 아니, 못가! 절대로 못가! 절대로 못 죽어. 내 나이 올해 22이야. 이런 꽃다운
나이에...”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다는 칼과 지미에게 마이클이 정색을 내고는 말했다.
“어차피 우린 마린이야. 이대로 임무만 완수한다면 우리가 훈장이라도 달 수 있을 것 같아?
도박 한번 해 보자는 얘기야. 어차피 안전하게 임무를 완수한다면 우린 다음 임무를 또 완
수하러 갈 것이 분명하고 거기서 죽을 거야. 그럴 바에야 차라리 이곳에서 대박 한번 터뜨
리고 가슴에 훈장 하나 달면 그게 더 좋은 것 아니겠어? 난 갈 거다. 커맨드센터 안에 들어
가서 폭파 장치 한번 딱! 누르면 되는 거야. 죽으면? 죽는 거지! 하지만 성공하면 이 빌어먹
을 짓은 두 번 다시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둬라. 지구로 돌아가는 길이 열리는 거야!”
그의 말에 칼과 지미는 입을 쩍 벌렸다. 저런 상상을 그 어떤 마린이 할 수 있겠는가? 그러
나 그의 말에 둘 다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사나이 아닌가! 한번 죽지 두
번 죽으랴? 차라리 이렇게 하루살이목숨으로 생을 이어가는 것 보다는 로또복권 한번 당첨
되서 떵떵거리며 사는 것이 더 좋은 것 아니냐? 그것은 말로 그대로 이어졌다.
“씨발. 그래, 가자! 사나이 아니냐! 다리 사이에 하나 더 붙이고 태어났으면 붙인 값을 해야
지?!”
“그래. 폭파 장치, 한 번만 누르자!”
“가자! GO! GO! GO!"<마린의 GO! GO! GO!는 Fighting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함>
다음날, 아머에 알람소리를 듣고 칼이 일어났다. 2시 30분. 아직 해가 뜨려면 한참이나 남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이 플랫폼에는 해라는 존재가 있지 않았으니... 오직 어둠만이 그를
환영해 줄 뿐이었다. 지금까지 불침번을 서고 있던 지미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 칼에게 다가
가서 말했다.
“햐... 시간 진짜 안가더라. 이럴 때 게임기라도 하나 있으면 좋으련만...”
“가서 잠이나 자라. 주제에 무슨 게임기... 배부른 소리다.”
우리들끼리 실없는 대화를 이어가자 마이클이 말했다.
“좀 닥쳐라. 힘들게 잠들었더니 왜 깨워.”
그들이 잠을 청한 시간은 12시였다. 맨 처음 불침번을 선 마린은 지미였고 그 다음 차례대
로 칼, 마이클이었다. 칼이 왜 제일 좋지 않은 시간인 2시 30분에서 5시가 걸렸느냐 하면?
가위바위보에서 진 걸 댈 수 있다. 원래 불침번이라는 것이 중간에 걸리는 것보다는 맨 처
음, 아니면 맨 끝 시간이 좋다. 왜냐? 가운데시간 즉 자다가 일어나서 다시 자는 것을 좋아
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차라리 좀 참고 있다가 푹 자거나 푹 자다가 계속 일어
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후... 참...”
칼은 한숨을 내 뱉은 후 하늘을 바라보았다.
‘저 별들 중에 지구가 있으려나?’
갑자기 지구라는 별이 그리워졌다. 처음엔 그토록 미워했으면서... 증오해놓고는... 그러나
눈물은 흐르지 않았다. 이미 그의 눈은 메말라 있었기 때문이다.
플랫폼에서 바라본 하늘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아니 하늘이 아니라 우주라고 표현하는 것
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구름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을 수도 없는 플랫폼. 인공적인 곳이
니 말이다. 차라리 행성으로 목적지가 정해졌으면 이런 끝이 보이지 않는 공허함은 느끼지
못했을지도... 그런 기분을 잊기 위해 칼은 일어나서 플래시를 이리 저리 밝혔다. 괜한 짓.
그러나 이렇게라도 하지 않는다면 우울해져서 도대체가 견딜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지미가
존경스러워질 지경이다. 아머에 달린 시계로 눈길을 옮겼다. 2시 37분... 시간마저 그를 도
와주지 않고 있다. 차라리 저그와 한판 붙으면서 시간이 빨리 가길 바라고 있다. 이기적인
생각... 가우스 라이플의 게이지는 불이 꺼져 있었다. 그딴 것 켜놓으면 플래쉬가 얼마 못
버틸 뿐 더러 공포심만을 더욱 자극하기 때문이다. 게이지. 이딴 것은 가우스 라이플에 달
아 놓지 않았어야 했다. 이것은 총알의 개수를 알리는 효과보다 ‘이 숫자가 0을 가리키는
순간 나는 죽을 것이다.’ 라는 잡념만을 가지게 할 뿐이기 때문이다.
“별 하나.. 별 둘.. 별 셋.. 별 넷..”
‘1초.. 2초.. 3초.. 4초.. 도저히 안 되겠군... 그래 먹자!’
칼은 팩을 열고는 그 안에 있는 오징어를 빼 올렸다. 왜냐하면 씹어 먹을 때 힘을 주기 때
문에 남아도는 긴장감도 함께 소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처음 맛본 오징어에 반한
기억이 칼에게서 솟아났다. 고추장이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쉬웠다.
[질겅질겅..]
“에휴... 이거 더럽게 안 찢어지네.. 익!!!”
그때였다. 무언가 기척을 감지한 칼은 플래시의 강도를 0으로 맞췄다.
“그르륵..”
아무래도 이번에도 히드라리스크인 듯했다. 칼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 마이클과 지미를 조용
히 깨웠다. 아까 한번 잠을 깬 상황이라 둘 다 그리 깊이 잠들진 않았다. 셋 다 머리 뚜껑
을 닫고는 음성통화로 대화를 진행했다. 지미가 말했다.
“이번엔 또 뭐냐?”
그때 건물 밖에서 히드라리스크 특유의 가래 끓는 소리가 들려왔다.
“크르르륵....”
“말 안 해도 알겠군... 마이클, 어쩔 거지? 넌 팀장이잖아?”
“일단 여기에서 기척을 숨기고 가만히 있어보자. 히드러가 한 마리란 보장도 없으니...”
“그래도 여기 숨길 잘했군... 설마 히드러가 여기로 올까?”
지금 이 건물은 플랫폼에 연결되어있는... 뭐랄까? 일종의 무기고라고나 할까? 마린들의 아
머들이 많이 널려있는 곳이기에 이곳을 택했다. 마린들은 히드라리스크가 어서 다른 곳으로
가길 빌었다. 지미가 말했다.
“하느님 아버지... 저 빌어먹을 히드라를 불쌍히 여기시어 저쪽 길로 인도하소서...”
“지랄하고 자빠졌네...”
그러나 하느님은 가혹하게도 지미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삐그덕...]
문을 여는 방법마저 알고 있는 히드라리스크였다. 모든 마린들은 연습해 두었던 자세들을
취했다. 마린 아머들이 진열되어 있는 곳에 한 줄로 서있기!
“씨발... 너무 붙었잖아... 뒤로 좀 땡겨!”
“미쳤냐? 여기서 움직이면 모두 사망이여!”
“입 닥쳐! 주둥아리만 살았나? 흐미...”
다행히 음성통화로 인하여 히드라리스크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히드라리스크는 마린 아머들
을 하나씩, 하나씩 살펴보았다.
“와... 씨바 저 근육 봐라... 야... 그런데 저렇게 살펴보다가 우리 차례가 되면 어쩌지?”
“얼굴, 아머 안으로 집어넣으면 되지...”
“아하, 그렇구나!”
“야! 칼! 네 쪽으로 온다!”
칼은 얼른 얼굴을 아머 안으로 집어넣었다.
‘으윽... 좀 가라... 저 말 많은 지미 쪽으로 가버려!’
얼마나 한 맺힌 것이 많았으면 같은 동료 쪽으로 가라는 말을 했을까... 그런데 히드라리스
크는 신기하게도 그러한 칼의 말을 들어주었다. 히드라리스크가 지미에게로 다가가는 것을
알 수 있었던 것은 지미의 음성통화 내용이었다.
“엄마야! 씨발 놈의 히드라!”
칼은 얼굴을 빼내어 히드라리스크 쪽을 바라보았다. 어두워서 가까이가 아니라면 잘 보이지
않지만 히드라리스크의 몸집은 거대했기 때문에 보일 수 있었다.
‘큭... 진짜로 저놈한테 가네? 히드라가 생각보다 착한 면이 있군...’
히드라는 지미의 아머를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길을 바꾸었다. 출구로.
“휴... 다행이군... 이거 정말 굉장한 방법이군... 이렇게 숨어있으면 아무에게도 들키지...”
[쉐엑]
히드라리스크는 진열대 제일 앞에 있던 마린아머를 그대로 2등분 시켰다. 아무래도 헛수고
였다는 것에 대한 분풀이였던 것으로 마린들은 생각되었다.
[삐그덕...]
한동안 멍하니 2등분 된 아머를 바라보던 마린들은 약 1분간 침묵을 유지했다. 1분 후 침
묵을 깬 사람은 지미였다.
“이것이 다 하느님이 날 아직 버리지 않았다는 증거였으니... 우하하하하!”
“후... 이걸로 수명이 1년은 줄었을 게다...”
“야, 그 히드라리스크 진짜 둔하지 않냐?”
“후... 나 진짜 무서워서 오줌 쌀 뻔 했지 않냐? 헤헤...”
“진짜 싼 건 아니고?”
“콱 그냥 라이플을 대갈통에 박아버릴...”
칼은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전자시계는 6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씁... 잠 다 잤네... 마이클, 아직 1시간 반 남았어. 조금 있다가 나가서 불침번 서. 지금
바로 나가면 히드라가 눈치 챌 테니...”
그러자 지미가 비꼬는 듯이 말했다.
“꼭 자기가 팀장인 것처럼 말하네?”
“닥치고 잠이나 자.”
다행히 그 후에 일어난 일은 없었다. 이제 모레면 드랍쉽이 돌아온다. 그때까지 행방을 알
아야 할 텐데... 알지 못한다면 그들은 다시 이 플랫폼을 돌아다녀야 할 터이니 말이다.
“흠... 어디로 가지?”
이들은 지금 사거리에서 걸음을 멈춘 상태이다. 이럴 때마다 지미가 한 행동은?
“어느 곳을 갈까요? 하느님께 물어봅시다...”
“야이, 썩을 놈아. 네가 하나님께 매일 물어본 탓에 마인들만 수두룩하게 만났잖아!!”
“저글링을 안 만난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해라!!”
칼은 생각했다.
‘저 새끼의 두뇌는 초급을 뛰어넘어 울트라리스크의 두뇌를 합성한 걸 거야...’
울트라리스크는 적과 아군밖에 구별하지 못하는 두뇌를 자랑하고 있다.
“다시 한다. 어느 곳을 갈까요? 하느님께 물어봅시다! 할렐루야!”
항상 같은 골목... 세 갈래로 나누어진 길에서 지미의 행동을 반복하면 항상 가운뎃길이 선
택되었다. 당연한 결과인가?
“하느님은 우리를 저쪽 길로 인도하셨도다. 나를 따르라.”
어차피 어느 한 쪽 길로는 가야하기 때문에 나머지 둘은 그의 선택을 따랐다.
“아, 예~!”
이번 선택으로 인한 길도 아까와 마찬가지로 지뢰밭이었다. 온 만신에 마인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아직도 마인이 왜 자신들을 공격하는지 알 수 없었다.
지미가 또 쓸데없는 말을 꺼내었다.
“저 마인 손으로 잡아볼까?”
“그렇게 하면 내가 양지 바른 곳에 묻어주지.”
한참을 갔을까? 그들의 눈에 보인 것은... 다름 아닌 크립이었다.
“야... 이거 꼭 더 가야하는 거냐? 행방은 이걸로 설명하면...”
“쉿! 조용... 뭔가가 오고 있어. 저기로 빠지자!”
조용히 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집중하는 데는 조용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
들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은...
“인페스티드!!!”
“인페스티드 테란!!!”
“인페스티드 테란!!!”
거의 동시에 나온 말이었다. 마이클은 생각했다.
“군대들은 모두 인페스티드화 된 것인가?! 인페스티드라면 이때까지 시체가 없었던 것들이
설명이 될테니 말이야.”
“야, 그렇다 하더라도... 알과 제임스처럼 죽은 사람들이 몇 있어야 할 것 아냐?”
“무리해서 전부 잡아들인 건 아닐까?”
“저것들 성질에? 반항하면 모두 죽여 버릴걸?”
도대체 이 뭐가 더 부족한 것인가... 뭔가 있는 것은 확실한데 말이다.
지미가 말했다.
“그런데 저 녀석은 어떻게 할까? 쏴 죽일까?”
“아니, 내버려둬. 우릴 알아채진 못한 것 같으니...”
“그래도 나중에 폭발하면 어쩌려구?”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자. 내일 가보자.”
칼이 물었다.
“어디로?”
“당연 크립이 발생한 곳으로 가야겠지.”
칼은 마이클에게서 나온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저것이 드디어 미쳤구나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어떻게 크립의 발생지로 가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인가? 죽으려고 작정한 것
이 아니라면 절대 불가능한 상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야이 싸가지야, 여기 있는 마린들 다 죽일 생각이냐? 크립을 따라가면 분명 저그 건물 몇
몇 개는 있다고 생각해야해. 그게 만약 해처리나 성큰이면 어쩌려고 그러냐!! 해처리면 괴물
들이 우글거릴 것이 당연하고, 성큰이면 똥침 맞을 각오해야 해!“
“누가 오늘 간대?”
“오늘이나, 내일이나 똑같은 건 마찬가지라고!”
“그럼 오늘 갈까?”
“더 이상 말을 말자... 하지만! 나는 사양하겠어. 이건 미친 짓이야. 죽으러 가는 거나 마찬
가지야.”
“나도 안가! 아니, 못가! 절대로 못가! 절대로 못 죽어. 내 나이 올해 22이야. 이런 꽃다운
나이에...”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다는 칼과 지미에게 마이클이 정색을 내고는 말했다.
“어차피 우린 마린이야. 이대로 임무만 완수한다면 우리가 훈장이라도 달 수 있을 것 같아?
도박 한번 해 보자는 얘기야. 어차피 안전하게 임무를 완수한다면 우린 다음 임무를 또 완
수하러 갈 것이 분명하고 거기서 죽을 거야. 그럴 바에야 차라리 이곳에서 대박 한번 터뜨
리고 가슴에 훈장 하나 달면 그게 더 좋은 것 아니겠어? 난 갈 거다. 커맨드센터 안에 들어
가서 폭파 장치 한번 딱! 누르면 되는 거야. 죽으면? 죽는 거지! 하지만 성공하면 이 빌어먹
을 짓은 두 번 다시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둬라. 지구로 돌아가는 길이 열리는 거야!”
그의 말에 칼과 지미는 입을 쩍 벌렸다. 저런 상상을 그 어떤 마린이 할 수 있겠는가? 그러
나 그의 말에 둘 다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사나이 아닌가! 한번 죽지 두
번 죽으랴? 차라리 이렇게 하루살이목숨으로 생을 이어가는 것 보다는 로또복권 한번 당첨
되서 떵떵거리며 사는 것이 더 좋은 것 아니냐? 그것은 말로 그대로 이어졌다.
“씨발. 그래, 가자! 사나이 아니냐! 다리 사이에 하나 더 붙이고 태어났으면 붙인 값을 해야
지?!”
“그래. 폭파 장치, 한 번만 누르자!”
“가자! GO! GO! GO!"<마린의 GO! GO! GO!는 Fighting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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