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신의 공간-에피소드2. 타키투터스&타키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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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넓다.”
한편 바바리안 타운네트워크에 도착한 태상 일행은
자신들이 살던 수도 달다이라만큼 커다란 도시의 등장에 놀라워했다. 자신들의
예상을 깨는 도시 바바리안은 8층 이상의 거대 빌딩들과, 적의 침입을 막는
수m가 넘는 강력한 장벽들과 망루 등이 세워져
제국에 비해 더욱 철저한 준비와 강력한 힘을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굉장한 규모입니다. 중세, 근대가 배경인 이 대륙에 있는 도시들 중에는 거의 최고급이군요. 산악도시 같지 않아요. 좀 과장해서 서울 수도권 크기 만하군요.”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쓸어내리는 알카드의 발언에
모두 무언의 동의를 표했다.
그때였다.
“취익 누구냐”
“적이다! 적이다!”
“사락! 인간들이다!!”
그때 수풀이 흔들리더니 철그럭거리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한무리의 오크, 리자드맨들이 튀어 나왔다.
오크들은 은색의 풀플레이트 메일차림에 어린아이 하나는 간단히 집어 삼킬 크기의
방패와 캐논 프레셔를 들고 태상, 알카드, 베르, 시아, 시엘 남매는 당황하여 무기를
들으려 했다.
그러나 다행히 태상이 미리 나서 제지를 해준 덕택에 전투는 일어나지 않았다.
녹색 군복을 입은 리자드맨들이 가방에 연결된 호스가 장착된 무기를
들어 그들을 겨누었다. 화염방사기였다.
“우린...달다이라에서 온 여행자들이니다. 블랙 울프사 사장님과 만나기 위해..”
철컥.
태상이 대표로 나서 설명을 하려는 찰나 오크 하나가 갑옷
너머로 눈을 부릅 뜨며 케논 프레셔를 겨눴다.
“그르르. 거짓말 마라! 우린 네놈 제국군과 협상할 일 없어!”
“엘프를 무자비하게 학살한 놈들! 우리 동족을 노예로 써먹는 놈들!!”
길 안내는커녕 도리어 분노와 경멸을 드러내는 그들의 모습에
베르가 자신들은 제국군이 아니라 그저 여행자라며 강조를 했지만
그들은 눈에 보이는 것이 없었다. 도리어
베르를 걷어 차버렸다.
“이 오크놈들!! 확 어금니를 뽑아줄까보다!!”
시아가 화를 내며 검을 뽑는 것을 태상이 제지하며
막아 다시 한번 위험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크들은 여전히 태상 일행을 향한 의심을 풀지 않았다.
“엇. 취잌! 그때 그 마법사다.”
조금전부터 태상을 유심히 살피던 한 병사가 초록색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키며 놀라워 하자 오크들도 뒤늦게 놀라며 기뻐했다.
일행들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태상을 바라보았다.
태상이 언제부터 오크들과 1촌이라도 맺었던가?
“어엇! 진짜다 취잌!”
“우리동족의 전사 쥐스트를 구한 일행의 마법사다!”
뒤이어 탄성이 이어졌고, 오크와 리자드맨들은
태상 뿐만 아니라 지난번 노예 구출 작전에서 직접 동굴 안으로 뛰어든
여기사 시아를 알아보고 기뻐했다.
시아와 태상은 오크들이 너무 흥분하고 기쁜 나머지 악수를 건내거나,
꼬옥 안으며 이산가족 상봉 하듯 기뻐하는 것을 절대 마다하지 않았다.
리자드맨들도 그제서야 미소를 지으며 혀를 날름거렸다.
화염방사기와 캐논프레셔들의 총구가 하늘로 향한다.
“크헝. 이 마법사와 기사의 동료라면 신뢰 가능. 모두들 우리 바바리안에
온걸 환영한다.“
“사락! 환영!”
끼이익-
성위에서도 그들을 지켜보았는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절대로 꿈쩍도 안할 것만 같던 대형금속 재질의 문이 기이한 소리와
함께 열리기 시작했다.
일행들은 도시로 들어섰다.
제일 먼저 거대한 현대식 고층빌딩들과 태양열 발전기들이
눈에 들어왔다.
*
*
*
“저기요! 누구 없어요?!”
다크엔 일행은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
요즘 들어 삭신이 쑤시다 못해 열이 받은 카렌이었다.
한동안 자신의 활을 제대로 다룬 적 하나 없던 카렌은 몸이 쑤시다
못해 죽을 지경이었다.
그런 와중에 저런 신기한 비행물체 안으로 달랑 4명만 들어간다는데 기뻐할 리
만무했다.
그는 스나이퍼 특유의 감을 이용해 몰래 우주선 안으로 돌입했다.
문제는....
“길. 잃었다.”
과거 나노하나 지유양이 겪은 그런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그녀는 자신의 활에 화살을 메기며 침착하게 걸어갔다.
그러나 100만명은 기본으로 수용할 수 있는 이 거대한 우주선 통로는 걸어가면 걸어갈수록
정말 힘들었다. 대기상태도 바깥과는 다른지
조금 불쾌한 가스 냄새도 살짝 섞여 있었다.
다행히 죽거나 큰일날 정도는 아니었지만.
여하튼 불쾌했다.
짜그락. 짜그락.
'이건 아까 그 괴물들의 움직임?!‘
카렌은 급히 몸을 벽 너머로 숨기며 상황을 주시했다.
그의 예상대로 잠시 후 괴물들이 크르르 거리는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얼굴에 달라붙는 기괴한 소형 생명체들을 이끌고 가버렸다.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은 들었는지 카렌이 있던 곳을 잠깐 훑어보고는 사라져갔다.
다행히 눈치는 채지 못했다.
‘후유. 다행.’
“크와오!!”
“으앜!”
눈치를 못 찬척 한 괴물은 갑자기 천장에서 튀어나와 그를 놀랬다.
놀란 그는 동시에 활에 재워둔 화살을 꺼내 다급한 나머지 괴물의 눈을
찔렀다. 동시에 기괴한 소리를 내며 괴물이 위로 올라갔다.
이 틈을 놓치지 않고 그는 화살를 활에 재워 시위를 겨눴다.
“더러운 놈. 죽어!!”
퓨숭
-퍼퍽.
“키에에...”
“크르르?”
동시에 물러갔던 녀석들이 죽어가는 괴물의 비명을 듣고 달려오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며....
그것들 중 한 마리가 손을 치켜세우며 기괴한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동시에 화염이 이글거리는 공같은 것이 생겨났다.
괴물들이 일으킨 기이한 초능력에 카렌은 멍하니 서 있다가 그것의 정체를 깨닫고
경악하였다.
“파, 파이어볼!! 세상에 외계생명체가 파이어볼을..”
콰쾅.
동시에 카렌은 파이어볼의 충격에 의해 뒤로 수m를 날아갔다.
다행히 기사만큼은 아니지만 보통사람의 몇 배에 달하는 체력 덕택에 그는
안전하게 착지할 수 있었다.
그는 이를 갈며 삼지창 모양의 촉이 붙은 화살들을 꺼내 활에 재었다.
그리곤 침착하게 호흡을 가다듬으며 마력을 주입했다.
“이 놈들. 내가 지금까지 갈고 닦은 새로운 화살의 기술을 보여주마!! 드릴샷!(Drill Shot)”
위이잉.
퍼퍼퍽.
“키에에엑!”
화살은 직선으로 날아가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미꾸라미인양 헤엄치듯 움직인다.
그런 움직임이 화살의 원동력이 되어 적들에게 치명상을 입히는 것인데.
만약 화살이 거기에 강력한 회전운동과 날카로운 화살촉까지 입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그에 대한 결론은 방검복도 뚫을 수 있는 무서운 무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 점을 깨닫고 미친 듯이 수련한 결과 관통력과 파괴력을 특화시킨 무서운 기술인
드릴샷을 익히는데 성공했다.
다만 강력한 위력만 특화된 화살이라 정확한 사격이 요구되어진다.
“죽어라!”
위이잉.
퍼퍼퍼퍽.
이번엔 3마리를 연달아 꿰뚫어버린 화살을 보며 신이 난 카렌은 한발 더 쏘아 준 뒤
통로를 뛰어 내려 우주선 곳곳에 붙어 있는 연결호스를 잡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괴물들도 호스를 잡고 내려오려 했으나 먼저 내려간 그가 대상지정 화살을 쏘아
저 세상으로 보내버린 덕택에 그를 놓치고 말았다.
“후. 이제 됐. 아얏!”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려는 찰나.
무언가에 걸려 쓰러지고 말았다. 다행히 안전벽이 있는 다리라 살았지.
만약 안전벽이 없었다면 수백m는 족히 되보이는 다리에서 떨어져 지금쯤 사신을 만나고 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발을 건 물체를 보고 툭 걷어찼다.
“뭐야 이건..허걱! 거대 문어?!”
카렌이 본 것은 제국군이 들어와 본 것과 똑같은 시체였다.
문어형에 눈은 하나, 옷을 입었다기보다는 붙였다는 느낌이 드는 우주선의 승무원으로
추정되는 자들의 시체였다. 죽은 지 2일이 지났는지 암모니아 같은 기괴한 냄새를
내어 카렌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뭐지 저건?”
그러다 문득 괴물이 들고 있는 물품에 호기심이 가 무심코 손을 댔다.
자주 빛을 희미하게 내뿜는 막대기 같은 것. 아니 자세히 보니 푸르스름한 에너지같은
것이 막대기에 달라붙어 있었다.
그것은 마치.
“단궁인가?!”
그는 자신도 모르게 그것에 손을 다시 한번 대보았다.
따뜻한 느낌이 손에 퍼져왔다. 그런 뒤 활의 활시위에 손을 대려는 찰나.
[잔느- 위험합니다. 강력한 자기장이 느껴지는 활시위입니다. 손을 대지 마시고 활의 본체만 잡으십시오!]
“알았어.”
그는 책의 설명에 따라 활의 본체를 잡고 활을 들어올렸다.
활은 마치 자신이 스나이퍼라는 것을 알아보기라도 하듯 살짝 구부러지며 활의 모양을 갖추었다.
카렌은 자신이 쓸 수 있는지 확인을 하려 했다.
[잔느- 잘은 모르겠지만. 그 활은 아주 특이한 힘을 머금고 있습니다. 마나와 마력, 지금까지 나온 여타 에너지와는 조금 다른 개념인데...아무래도 그 힘을 그대로 쏘아 보내는 활인 것 같습니다.]
“예컨대 활은 맞고. 지금 쓸 수는 있다?”
[잔느- 네. 다만 활시위의 경우 강력한 플라스마로 이루어져 있어 손에 완벽한 장갑을 갖추지 않고 쓴다면 손이 상할 수 있습니다.]
“거참. 최첨단 외계인들의 무기가 고작 활인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활 빼고 다른 무언가 달려 있는지 확인해보았지만 이상한
주머니를 제외하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잔느- 조심하십시오!! 수십마리의 움직임이 포착되었...]
“나도 알아! 제길!!”
좋아. 해보는 거다.
그녀는 자신이 원래 가지고 있던 활로는 어림없다고 생각했다.
거리는 굉장히 멀었고, 괴물들은 굉장히 빨리 착지할 수 있었다.
이런 상태로라면 제대로 활도 못 쓰고 죽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이상한 에너지를 쓴다는 활을 써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좋아 해보는 거다!”
끼기기기기-
그가 활을 천장으로 겨냥한 뒤 제일 앞에 선두로 다가오는 못생긴 녀석을
겨누었다. 그 녀석은 기사의 검을 들고 뽐내기라도 하는지 한손에 검을 들고
내려오며 씨익 웃고 있었다. 입에는 트롤마냥 침을 질질 흘리며.
그 구역질 나는 얼굴을 뚫어버리고 싶었다.
“자. 이제 제일 중요한 활시위를 잡아볼까?”
우우웅.
활시위를 잡자 뜨겁다 못해 매우 차가운 기운이 손에 퍼져온다.
카렌은 눈을 찌푸리며 활시위를 당기기 위해 힘을 주었다. 활에 붙은 플라스마의 기운이
그를 미친 듯이 아프게 만들었다. 화상이라도 입었는지 손에 피가 구워진 흔적이 생겼지만
내색하지 않고 이를 꽉 물었다.
“죽어!”
쿠콰아앙~~~우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
“키에에에에엑!!”
활에서 검은색의 그림자 화살같이 어두운 화살 모양의 무언가 튀어나가 괴물 근처에
박혔다.
괴물을 맞추는데 실패한 카렌은 동시에 활을 손에서 놓았다.
마치 누군가 칼로 손을 찌르기라도 하듯 손이 떨려오고 엄청 아팠다.
눈물이 배어나올 정도로.
“크윽. 화, 활을 당길 수가 없어!”
[잔느- 위험합니다. 피하십시오!]
책의 경고음이 들렸지만 너무 아파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어차피 자동문쪽은 이미 저 괴물들에게 막힌지 오래였고.
남은 것은 저 괴물들의 숙주가 되는 것 뿐.
이렇게 된 것 그냥 갈 수는 없다는 심보로 단검을 깨내 드는 찰나.
이상한 현상이 일어났다.
쿠쿠쿠쿠쿠.
“키엑?”
“뭐, 뭐야 지진?”
갑자기 자신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지진이라도 일어나는지 조금씩 선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카렌과 괴물들은 놀라 당황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다 카렌은 자신이 쏘아 올린 화살의 위력이라는 것을 깨닫고 경악했다.
“맙소사! 검은색의 무언가 생겨났다!”
[잔느- 중력이상현상입니다. 아무래도 저 활은 중력을 이용한 무기인 것 같습니다.
카렌님을 제외한 이 통로에 있는 수십마리의 괴물체들의 몸이 으스러지고 있습니다!]
중력 다운 버스터. 그러니까 순수한 중력 에너지가 생명체들을 압사시키는 강력한 힘.
그 힘의 위력이 카렌을 제외한 이 다리통로의 전 에일리언들에게 뿜어져 나왔다.
잠시후 에일리언들은 압축기로 눌러버리듯 완전히 쥐포가 되어 바닥으로 추락했다.
“하, 하하...”
카렌은 기뻐하며 외계문어의 시체를 한번 보고 난 뒤 씨익 웃었다.
짜식. 이런 선물을 남겨주다니.
[잔느- 더 많은 숫자가 몰려오기 전에 서둘러 가야 합니다!]
“오케이!”
카렌의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손은 여전히 통증으로 부들부들 떨렸지만.
*
*
*
“키에엑.”
“죽어!”
타탕.
다크엔이 기괴한 비명소리가 바로 앞에 들리기 무섭게 자신의 오버로드로 소환시킨
슈퍼샷건을 무자비하게 갈겼다.
원래대로라면 괴물은 배에 커다란 맨홀만한 구멍이 생기며 쓰러져야 정상이지만.
영화에서 나온 것보다 더 무식하게 강력한 철판이었다.
뒤로 쓰러지기만 할뿐 생채기 하나 남지 않았다.
“얍!”
뒤이어 쥬베이로 변한 지유의 검이 내리쳤다.
다행히 검파(검기의 일종)를 머금은 검은 어느 정도 위력을 발휘 하였지만.
여전히 괴물은 기세등등이었다.
거기다 한 마리라면 또 몰라도 수백마리가 넘는 놈들이 이 넓은 장소를 장악하고 있었다.
천장에도, 벽에도, 앞, 뒤 가릴 것 없이 전부다 에일리언영화를 찍는 듯 했다.
“하이드! 이쪽으로 오도록. 거긴 위험해.”
“크크크. 네.”
거기다 피를 뒤집어쓰고 조금씩 미쳐가는 혈전사 하이드를 진정시키는 것까지.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다크엔은 벌써 절반 이하로 줄어든 마력과 체력을 느끼며 한숨을 내쉬었다.
동시에 책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루이즈- 수천단위입니다!! 그것도 놈들은 기사들이나, 마법사들이 써먹던 무기들, 심지어 이 우주선 내에 있던 무기고까지 이용하는 것 같습니다!]
“뭣? 무기고?!”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에일리언들이 둥그런 물체들을 집어 던졌다.
수류탄인가?! 다크엔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물체를 피하기 위해 엎드렸다.
그러나 수류탄이 아니었다. 돌팔매질인가?
하지만 역시 안심할 수는 없었다. 둥그런 물체들은 바닥에 떨어짐과 동시에 다시 튀어오르더니 설경을 향해 튀어갔다.
“뭐, 뭐야 이건. 크악!”
“설경! 그 탱탱볼(?) 피해!”
그러나 통통 튀어다니는 볼들은 피하면 피할수록 마치 강아지가 주인을 쫓듯
미친 듯이 다크엔 일행을 쫓아왔다.
덕택에 다크엔은 미칠 것만 같았다. 아무래도 저 조그만 공같은 것들은 적을 쫓아오는
일종의 유도미사일 같은 무기 같았다.
다만 튀면서 생긴 관성을 이용한 물리법칙 무기.
예컨대 부딪치면 치명상을 입는 탱탱볼이었다.
“크윽.”
“괜찮나? 설경.”
쥬베이가 와서 그의 동태를 살피자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로부터 벗어난 뒤
검을 들었다. 동시에 주작을 소환해 탱탱볼에게 공격을 가했지만
탱탱볼은 그 공격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전부 다 맞아내며 다가왔다.
“제길! 오버드라이브. 묠니르 수트!”
설경에게 다가온 수십 개의 탱탱볼들이 설경을 향해 집중적으로 튀어올라오자
다크엔이 욕을 내뱉으며 있는 힘껏 묠니르수트를 소환해냈다.
조금 전까지 여행복차림이던 다크엔은 굉장히 멋있게 생긴 미래형 갑옷을
입고 엑스자로 팔을 교차시키며 설경 앞에 섰다.
X-BOX란 게임기 타이틀로 유명한 게임 ‘헤일로’라는 게임에서 나온 갑옷.
그의 예상대로 이 갑옷과 갑옷에 씌워진 방어막은 설경을 막아주었다.
대신에 다크엔 본인은 막아주질 못했다.
퍼퍽.
“으읔!”
그래도 강화복의 위력은 막강했다. 그의 목숨을 지켜주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뒤이어 날아오는 40개 가량의 탱탱볼.
그것과 위에서 침을 흘리는 에일리언들을 보며 욕지기를 내뱉었다.
“제길! 저런 짝퉁 에일리언들에게 당하다니..”
꼬리도 짧고! 괴물주제에 검과 마법을 다루는 저런 미친놈들에게
당할 수는!
“다크엔!”
“다크엔 형!”
쥬베이와 하이드가 그를 불렀지만 다크엔은 움직일 수 없었다.
그는 마지막 힘을 내어 오버드라이브를 외쳤다.
“오버 드라이브! 프레데터 자폭장치!”
좋아. 에일리언VS프레데터 때처럼 네놈들을 전부 지옥으로 끌고 가주마!!
다크엔은 그것을 소환해 괴물들이 몰린 곳으로 그것을 던져버렸다.
최소한 이 구역에 있는 놈들은 모조리 죽을 것이다.
그런 뒤 설경의 부축을 받아 탱탱볼들을 피하기 시작했다.
“키야오!”
에일리언들중 유난히 머리가 좀 더 크고, 쌍검을 든 녀석이 기괴한 소리를
지르자 몇몇 에일리언들이 자신이 던진 자폭장치를 집더니 그대로
다리를 뛰어 추락하는 것이 아닌가!?
“젠장! 자폭장치라는 것을 알아챈 건가!”
-퍼퍼펑.
동시에 어마어마한 화력이 담긴 폭탄이 수백미터 아래에서 폭발하였다.
아니 수백미터가 아니라 수천 미터는 족히 넘을 것이다. 그 높이의 아래에서 폭발.
다크엔은 절망한 표정을 하고 괴물들을 바라보았다.
부하 하나를 희생하여 수백마리가 목숨을 건진 것이 기뻤는지 외계인들은 목을 높혀
비웃음 같은 소리를 냈다.
유리창을 긁는 듯 한 목소리였다.
크크크르르르르르르르르르.
“이 빌어먹을 괴물들!!”
다크엔은 이제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레일건을 소환했다.
그래봤자 고작 10발.
이것을 다 쓰면 그는 마나가 고갈되는 것이다.
“다크엔씨! 빨리 움직여요!”
“빨리 이쪽으로 와라!”
그러나 묠니르 방호복의 헬멧을 그대로 벗어버린 다크엔은 먼저 가라며 독촉한 뒤
레일건을 들고 침착하게 겨냥했다.
괴물들이 미친개마냥 몰려들었다.
“씨X 네놈들을 전부 여기에 파묻어 주마!!”
“키야오!”
퍼펑. 퍼펑. 퍼펑. 퍼펑. 퍼펑. 퍼펑. 퍼펑. 퍼펑. 퍼펑. 퍼펑.
10발의 레일건.
그것을 다 쓰자. 자신의 몸에 입혀졌던 묠니르 방호복도, 총탄을 다 쓰고
바닥에 굴러다니던 무기들도 사라졌다.
마력이 다 사라진 것이다.
괴물들은 창이나, 칼등을 들고 다크엔에게 달려들었다.
동료들의 시체를 밟으며.
“젠장! 이 개새X! 그대로 혼자 영웅인척 하면 누가 좋아할 줄 알아!?”
설경이 참암검을 소환해 미친 듯이 휘둘렀고, 그에 찬동이라도 하듯 하이드가 괴물들과
똑같은 비명소리를 지르며 블러드문을 시전 했다.
수십 마리의 괴물들이 쓰러지거나 통로를 벗어나 다리 아래로 추락하였다.
쥬베이도 지금까지 차근차근 모아온 기력을 있는 힘껏 짜내어 검파를 마구 휘둘렀다.
갑자기 생겨난 검의 바람에 괴물들은 난도질 당하거나 풍압에 휘말려 수십미터를 날아올랐다.
“이젠 탈출구도 없습니다. 아래로 뛰어내리는 방법도 좋은 방법이지만. 자살로 좋은 방법일뿐.”
쥬베이가 그렇게 내뱉자 하이드가 광소를 내뱉으며 눈을 부릅 떴다.
이미 피에 오염되어 크크크. 기괴한 미소와 웃음소리를 내뱉으며
그녀의 의견에 동감한다.
다크엔은 이를 악 물고 죽은 에일리언의 창을 들고 휘둘렀다.
“개XX들아! 오버로드가 없어도 강하다는 걸 보여주마!!”
그러나 이미 4명만으로는 저 괴물들을 상대할리 만무했다.
한명씩 쓰러져 바닥에 피를 흘리기 시작했다.
그나마 직접전투능력이 가장 뛰어난 쥬베이만이 일본도를 지팡이 삼아 버티고 서 있었지만
등에 생긴 발톱에 의한 상처 때문에 피가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쿨럭. 끝이네.”
각성 모드가 끝난 하이드가 천장을 바라보았다.
보라색 벽과 괴물들이 주위에 몰리는 모습이 보였다.
“아아...떠나기 전에 먹었던 우유볶음 국수 먹고 싶어...”
설경의 중얼거림에 하이드가 동의를 표했다.
설경과 하이드는 끝까지 서 있으려는 쥬베이를 보다가 붉은색 하트표 안대를 보며
절망 어린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죽어가는 와중에도 괴물들을 웃겨 죽이려는가 보다.
다크엔이 블랙유머를 내뱉자 미련이 없어서일까?
무뚝뚝한 쥬베이의 얼굴에도 미소가 드리워졌다.
“커흑. 쥬베쨩. 이쪽으로 오게. 크으...어떻게든 네 시체만은 안전하게 할테니...”
다크엔의 말에 그녀는 이를 악 물며 카타나를 휘둘렀다.
그러나 그 유명했던 야규 쥬베이 미츠요시의 혼이 담긴 일본도도 괴물들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힘을 모두 소비한 쥬베이는 펄펄 끓는 불덩어리같은 몸이 되어 연기를 내뿜으며
쓰러졌다.
“이젠 끝이야..자 와라 빌어먹을 에일리언들!”
다크엔의 한마디가 선전포고로 들렸는지
괴물들이 침을 튀기며 달려들었다.
*
*
*
“음?”
“왜 그런가 시아양?”
태상의 질문에 시아는 불안한 마음을 드러내며.
이를 악 물었다. 하드스노우의 정상. 설산의 정상이자 칸자리아의 정상에 추락해 있는
정체불명의 비행선. 그것이 불안하였다.
“서두르죠. 빨리 저기로 가야할 것 같아요.”
“...알았네.”
돈얘기 하나 없이 진지한 그녀의 표정에 일행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블랙울프사의 설명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사장님께서는...병력을 전부 뒤로 빼라는 통신을 마지막으로 보낸 뒤....소식이 끉겼습니다.
아무래도 저 비행선에는 뭔가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제길!’
이 망할 자식아. 우리가 도착하기 전까지 살아 있지 않으면.
가만 안둔다. 시아는 껄렁껄렁한 다크엔의 미소를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
*
*
-랄라랄라~랄라랄라~~~
“음?”
괴물들에게 갈기갈기 뜯기는 것을 느끼고 싶지 않아 눈을 감은 다크엔의 귀에 특이한
흥얼거림이 들려왔다.
마치 사람이 흥얼거리는 콧노래를 기계음과 합성시키면 이런 음성이 나올까?
다크엔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떴다. 혹시 괴물들이 사람의 말을 하는 건가?
하긴. 무기도 사용하는데 에일리언들이 말 하는 게 뭐가 대수랴?
“엇. 저게 뭐죠.”
하이드의 질문에 설경과 다크엔은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수십 개의 빛덩어리들이 기다란 빛을 내뿜고 있었다. 그 빛은 에일리언들을 향하고
있었고 그 빛줄기들에 에일리언들은 찢는 종이마냥 갈기갈기 찢어져갔다.
“허걱. 뭐야 저건.”
“뭐지?”
빛덩어리들은 천장에서 천천히 내려오며 다크엔들쪽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자세히 보니 빛덩어리가 아니라 원형의 괴이한 물체들이었다.
눈으로 추정되는 유리막같은 것이 하나씩 달려 있었는데.
그것들의 눈에서 에너지빔이 튀어나와 에일리언들을 하나, 하나씩 죽이고 있었다.
검이나 창을 든 놈들은 즉사하였고, 마법이 가능한 놈들은 매직미사일을 날려보았으나
보이지 않는 막에 막히거나, 맞아도 생채기 하나 없었다.
-아~정말 재미있어.
그것들 중 유난히 큰 마치 벽장만한 크기의 커다란 원형물체에서 기계음이 들려왔다.
그것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허공에 떠 있을 뿐 별다른 공격을 하지 않았다.
무기고에서 탈취해온 탱탱볼을 집어 던지는 에일리언들이 있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탱탱볼들은 빔공격에 폭발하거나, 맞아도 상처 하나 없었다.
-히히힛! 나는 천재야!!
기계음은 그렇게 10분 동안 계속 들려왔다.
괴물들은 결국 다음을 기약하며 후퇴하였고 빛을 내뿜는 공같은 이상한 기계들의 공격도
거기서 끝났다.
조금 전부터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목소리를 내뱉던 공같은 것이 푸른 빛을 내뿜으며
다크엔에게 다가왔다.
-호오~당신이 이 생명체들의 리더인가? 정말 어리석은 짓을 하였구먼. 타키투터스 안에 들어오다니 말이야.
“타키..뭐?”
-타. 키. 투. 터. 스. 너희 종족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렇지 이 우주순양함의 이름이야. 조금 전 너희들을 공격한 놈들은 ‘타키투리스트 페이머 카무이 웨이폰’ 대충 적당히 붙여서 타키투스라고들 부르지.
“저 에일리언들이 타키투스라고?”
다크엔이 반문하자 기계는 하나밖에 없는 유리눈을 깜빡이며 히히힛.
웃음을 짓더니 고개를 끄덕이듯 몸체를 흔들었다.
하이드와 설경이 지유를 등에 업고 다크엔과 기괴한 물체에게 다가왔다.
물체는 ‘호오’라고 외친 뒤 그들을 한번씩 빤히 쳐다보았다.
-리더격 인물은 평행세계를 비롯해서 전도세계까지..온갖 세계의 무기들을 끌어 모을 수 있는 능력. 그치만...능력의 등급은 고작해야 5.5등급이로군. 한심해! 그런 능력으로는 절대로 타키투스들을 이길 수 없어!
“뭣?”
다크엔은 기가 막힌다는 듯 황당한 눈빛을 하고 기계를 바라보았다.
기계는 그를 무시한 뒤 하이드와 설경을 바라보며 몇 마디를 더 뱉었다.
-제법 독특한 발상의 공격방식이로군. 피를 이용한 혈의 각성자와, 검과 세계의 영적 존재를 통한 공격이라. 크크크. 그렇지만 정말 하등한 방식의 무기들이로군.
“쳇. 하등해서 미안하구만.”
“흥.”
그런 뒤 기계는 등에 업혀 곤히 잠든 지유를 보며 감상을 또 늘여놓았다.
-히히힛. 자신의 능력을 다른 사람에게 물려줘서 그것을 가지고 싸우는 능력자로군. 그리고 동시에 전도세계를 통해 강제로 넘어오게 된 소환물이로구만! 크크크 연구할 가치는 높지만 정말 하등한 공격방식이로군.
‘지유가..소환물이라고? 전도세계??’
다크엔은 어리둥절한 얼굴을 한 채 괴물체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저 기계는 굳이 설명할 마음이 없는 것 같았기에 입은 조용히 다물었다.
어차피 사신의 공간에 오게 되었다면 뭔가 사신과의 사정이 있을 것이다.
그 사정은 사신과 만나면 물어보고 알면 된다. 지금은 괴물들과, 이 기계들에 대한
문제가 더 급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찰나.
괴물체는 고개를 숙이듯 까딱까딱 움직이더니 말을 이었다.
-내 이름은 소거시스템 43789-나누애쿠미 스트라토 포이스. 대충 줄여서 소거자라고 불러줘! 이 함선의 메인컴퓨터중 하나야. 저 타키투스들의 동면, 무기화, 소거작전을 담당하는 컴퓨터지.
“컴퓨터?”
-그래. 그나저나 모두들 정말 한심할 정도의 등급 레벨이야. 그런 원시적인 무기와 능력으로는 절대로 타키투스들을 쓰러뜨릴 수 없어. 그나마 5.5등급이면 어느 정도 버틸 수는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전부다 3.5에서 4등급밖에 안되잖아. 그 등급으로는 직접전투에서 20분도 못 버텨.
“........”
태상과 설경은 할 말을 잃은 뒤 다크엔을 바라보았다.
다크엔이 등급으로 따지면 자신들보다 높을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자신들보다 더 강하고, 오히려 저런 외계컴퓨터에게까지 무시를 당할 정도라니...
그렇다면 저 컴퓨터는 얼마나 세다는 것일까?
그들은 소거자 주위에서 경계를 하듯 눈을 번쩍이는 또 다른 기계들을 보았다.
소거자가 그들의 그런 눈빛을 알았는지 다시 말을 이었다.
-저들은 나의 부하격 전투기계. ‘밀레노바’들이야. 나의 명령과 작전지시에 따라 타키투스들을 소거하는 것이지.
“잠깐. 소거한다고? 그렇다면 땅바닥에 쓰러져 있던 문어시체들, 그리고 타키투스, 또 너희들은 대체 무슨 관계이지?”
다크엔의 질문에 소거자는 히히히. 미친 듯 한 웃음을 짓더니
-굳이 표현하자면...그 문어라는 생명체를 닮은 이들은 이 타키투터스 함의 승무원들이야.
추락 때 메인시스템의 고장으로 인해 전부 다 죽어버렸지. 그들은 세인트라고 자신들을 칭하지. 나는 그들의 컴퓨터에 불과하고, 그리고 타키투스들은 그들이 만들어낸 6.5등급의 생체컴퓨터병기들이야.
“???”
-그러니까...타키투스들은 세인트인들이 만들어낸 전투병기라는 말이지.
“.......”
-타키투스들은 기본 전투능력도 그렇거니와 뛰어난 생존능력을 지니고 있어.
그리고 살육의 본능만을 지니고 있지만 재미있는 것은 무기와 전투에 대한 능력만큼은
완벽할 정도로 다루지. 전투 컴퓨터니까 그렇겠지만.
세인트들이라면 충분히 그들을 격퇴 가능하지만. 이곳 문명은 불과 기본 능력이 2.5등급이더군. 한마디로 이 우주선에서 타키투스들이 한 마리라도 나가는 순간. 이 문명은 멸망하는 거야.
“.......”
-원시적인 무기와 능력밖에 없지만. 한 생명체라도 아쉬운 판이니. 날 도와주지 않겠어?
원한다면 이곳 문명이 상상도 할 수 없는 최고의 무기도 넘겨줄테니까.
“..........”
-키히힛. 나는 천재야! 일단 오늘은 쉬고 내일 소거 작전을 개시하자고.
궤도 엘리베이터 작동! 이동지점은 최상층 승무원 숙소.
위잉.
끼리릭.
기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들이 서 있던 다리가 그대로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천장을 향해 날아 오르기 시작했다.
-히히힛. 랄라랄라~~랄라랄라~~~
한편 바바리안 타운네트워크에 도착한 태상 일행은
자신들이 살던 수도 달다이라만큼 커다란 도시의 등장에 놀라워했다. 자신들의
예상을 깨는 도시 바바리안은 8층 이상의 거대 빌딩들과, 적의 침입을 막는
수m가 넘는 강력한 장벽들과 망루 등이 세워져
제국에 비해 더욱 철저한 준비와 강력한 힘을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굉장한 규모입니다. 중세, 근대가 배경인 이 대륙에 있는 도시들 중에는 거의 최고급이군요. 산악도시 같지 않아요. 좀 과장해서 서울 수도권 크기 만하군요.”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쓸어내리는 알카드의 발언에
모두 무언의 동의를 표했다.
그때였다.
“취익 누구냐”
“적이다! 적이다!”
“사락! 인간들이다!!”
그때 수풀이 흔들리더니 철그럭거리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한무리의 오크, 리자드맨들이 튀어 나왔다.
오크들은 은색의 풀플레이트 메일차림에 어린아이 하나는 간단히 집어 삼킬 크기의
방패와 캐논 프레셔를 들고 태상, 알카드, 베르, 시아, 시엘 남매는 당황하여 무기를
들으려 했다.
그러나 다행히 태상이 미리 나서 제지를 해준 덕택에 전투는 일어나지 않았다.
녹색 군복을 입은 리자드맨들이 가방에 연결된 호스가 장착된 무기를
들어 그들을 겨누었다. 화염방사기였다.
“우린...달다이라에서 온 여행자들이니다. 블랙 울프사 사장님과 만나기 위해..”
철컥.
태상이 대표로 나서 설명을 하려는 찰나 오크 하나가 갑옷
너머로 눈을 부릅 뜨며 케논 프레셔를 겨눴다.
“그르르. 거짓말 마라! 우린 네놈 제국군과 협상할 일 없어!”
“엘프를 무자비하게 학살한 놈들! 우리 동족을 노예로 써먹는 놈들!!”
길 안내는커녕 도리어 분노와 경멸을 드러내는 그들의 모습에
베르가 자신들은 제국군이 아니라 그저 여행자라며 강조를 했지만
그들은 눈에 보이는 것이 없었다. 도리어
베르를 걷어 차버렸다.
“이 오크놈들!! 확 어금니를 뽑아줄까보다!!”
시아가 화를 내며 검을 뽑는 것을 태상이 제지하며
막아 다시 한번 위험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크들은 여전히 태상 일행을 향한 의심을 풀지 않았다.
“엇. 취잌! 그때 그 마법사다.”
조금전부터 태상을 유심히 살피던 한 병사가 초록색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키며 놀라워 하자 오크들도 뒤늦게 놀라며 기뻐했다.
일행들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태상을 바라보았다.
태상이 언제부터 오크들과 1촌이라도 맺었던가?
“어엇! 진짜다 취잌!”
“우리동족의 전사 쥐스트를 구한 일행의 마법사다!”
뒤이어 탄성이 이어졌고, 오크와 리자드맨들은
태상 뿐만 아니라 지난번 노예 구출 작전에서 직접 동굴 안으로 뛰어든
여기사 시아를 알아보고 기뻐했다.
시아와 태상은 오크들이 너무 흥분하고 기쁜 나머지 악수를 건내거나,
꼬옥 안으며 이산가족 상봉 하듯 기뻐하는 것을 절대 마다하지 않았다.
리자드맨들도 그제서야 미소를 지으며 혀를 날름거렸다.
화염방사기와 캐논프레셔들의 총구가 하늘로 향한다.
“크헝. 이 마법사와 기사의 동료라면 신뢰 가능. 모두들 우리 바바리안에
온걸 환영한다.“
“사락! 환영!”
끼이익-
성위에서도 그들을 지켜보았는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절대로 꿈쩍도 안할 것만 같던 대형금속 재질의 문이 기이한 소리와
함께 열리기 시작했다.
일행들은 도시로 들어섰다.
제일 먼저 거대한 현대식 고층빌딩들과 태양열 발전기들이
눈에 들어왔다.
*
*
*
“저기요! 누구 없어요?!”
다크엔 일행은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
요즘 들어 삭신이 쑤시다 못해 열이 받은 카렌이었다.
한동안 자신의 활을 제대로 다룬 적 하나 없던 카렌은 몸이 쑤시다
못해 죽을 지경이었다.
그런 와중에 저런 신기한 비행물체 안으로 달랑 4명만 들어간다는데 기뻐할 리
만무했다.
그는 스나이퍼 특유의 감을 이용해 몰래 우주선 안으로 돌입했다.
문제는....
“길. 잃었다.”
과거 나노하나 지유양이 겪은 그런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그녀는 자신의 활에 화살을 메기며 침착하게 걸어갔다.
그러나 100만명은 기본으로 수용할 수 있는 이 거대한 우주선 통로는 걸어가면 걸어갈수록
정말 힘들었다. 대기상태도 바깥과는 다른지
조금 불쾌한 가스 냄새도 살짝 섞여 있었다.
다행히 죽거나 큰일날 정도는 아니었지만.
여하튼 불쾌했다.
짜그락. 짜그락.
'이건 아까 그 괴물들의 움직임?!‘
카렌은 급히 몸을 벽 너머로 숨기며 상황을 주시했다.
그의 예상대로 잠시 후 괴물들이 크르르 거리는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얼굴에 달라붙는 기괴한 소형 생명체들을 이끌고 가버렸다.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은 들었는지 카렌이 있던 곳을 잠깐 훑어보고는 사라져갔다.
다행히 눈치는 채지 못했다.
‘후유. 다행.’
“크와오!!”
“으앜!”
눈치를 못 찬척 한 괴물은 갑자기 천장에서 튀어나와 그를 놀랬다.
놀란 그는 동시에 활에 재워둔 화살을 꺼내 다급한 나머지 괴물의 눈을
찔렀다. 동시에 기괴한 소리를 내며 괴물이 위로 올라갔다.
이 틈을 놓치지 않고 그는 화살를 활에 재워 시위를 겨눴다.
“더러운 놈. 죽어!!”
퓨숭
-퍼퍽.
“키에에...”
“크르르?”
동시에 물러갔던 녀석들이 죽어가는 괴물의 비명을 듣고 달려오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며....
그것들 중 한 마리가 손을 치켜세우며 기괴한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동시에 화염이 이글거리는 공같은 것이 생겨났다.
괴물들이 일으킨 기이한 초능력에 카렌은 멍하니 서 있다가 그것의 정체를 깨닫고
경악하였다.
“파, 파이어볼!! 세상에 외계생명체가 파이어볼을..”
콰쾅.
동시에 카렌은 파이어볼의 충격에 의해 뒤로 수m를 날아갔다.
다행히 기사만큼은 아니지만 보통사람의 몇 배에 달하는 체력 덕택에 그는
안전하게 착지할 수 있었다.
그는 이를 갈며 삼지창 모양의 촉이 붙은 화살들을 꺼내 활에 재었다.
그리곤 침착하게 호흡을 가다듬으며 마력을 주입했다.
“이 놈들. 내가 지금까지 갈고 닦은 새로운 화살의 기술을 보여주마!! 드릴샷!(Drill Shot)”
위이잉.
퍼퍼퍽.
“키에에엑!”
화살은 직선으로 날아가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미꾸라미인양 헤엄치듯 움직인다.
그런 움직임이 화살의 원동력이 되어 적들에게 치명상을 입히는 것인데.
만약 화살이 거기에 강력한 회전운동과 날카로운 화살촉까지 입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그에 대한 결론은 방검복도 뚫을 수 있는 무서운 무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 점을 깨닫고 미친 듯이 수련한 결과 관통력과 파괴력을 특화시킨 무서운 기술인
드릴샷을 익히는데 성공했다.
다만 강력한 위력만 특화된 화살이라 정확한 사격이 요구되어진다.
“죽어라!”
위이잉.
퍼퍼퍼퍽.
이번엔 3마리를 연달아 꿰뚫어버린 화살을 보며 신이 난 카렌은 한발 더 쏘아 준 뒤
통로를 뛰어 내려 우주선 곳곳에 붙어 있는 연결호스를 잡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괴물들도 호스를 잡고 내려오려 했으나 먼저 내려간 그가 대상지정 화살을 쏘아
저 세상으로 보내버린 덕택에 그를 놓치고 말았다.
“후. 이제 됐. 아얏!”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려는 찰나.
무언가에 걸려 쓰러지고 말았다. 다행히 안전벽이 있는 다리라 살았지.
만약 안전벽이 없었다면 수백m는 족히 되보이는 다리에서 떨어져 지금쯤 사신을 만나고 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발을 건 물체를 보고 툭 걷어찼다.
“뭐야 이건..허걱! 거대 문어?!”
카렌이 본 것은 제국군이 들어와 본 것과 똑같은 시체였다.
문어형에 눈은 하나, 옷을 입었다기보다는 붙였다는 느낌이 드는 우주선의 승무원으로
추정되는 자들의 시체였다. 죽은 지 2일이 지났는지 암모니아 같은 기괴한 냄새를
내어 카렌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뭐지 저건?”
그러다 문득 괴물이 들고 있는 물품에 호기심이 가 무심코 손을 댔다.
자주 빛을 희미하게 내뿜는 막대기 같은 것. 아니 자세히 보니 푸르스름한 에너지같은
것이 막대기에 달라붙어 있었다.
그것은 마치.
“단궁인가?!”
그는 자신도 모르게 그것에 손을 다시 한번 대보았다.
따뜻한 느낌이 손에 퍼져왔다. 그런 뒤 활의 활시위에 손을 대려는 찰나.
[잔느- 위험합니다. 강력한 자기장이 느껴지는 활시위입니다. 손을 대지 마시고 활의 본체만 잡으십시오!]
“알았어.”
그는 책의 설명에 따라 활의 본체를 잡고 활을 들어올렸다.
활은 마치 자신이 스나이퍼라는 것을 알아보기라도 하듯 살짝 구부러지며 활의 모양을 갖추었다.
카렌은 자신이 쓸 수 있는지 확인을 하려 했다.
[잔느- 잘은 모르겠지만. 그 활은 아주 특이한 힘을 머금고 있습니다. 마나와 마력, 지금까지 나온 여타 에너지와는 조금 다른 개념인데...아무래도 그 힘을 그대로 쏘아 보내는 활인 것 같습니다.]
“예컨대 활은 맞고. 지금 쓸 수는 있다?”
[잔느- 네. 다만 활시위의 경우 강력한 플라스마로 이루어져 있어 손에 완벽한 장갑을 갖추지 않고 쓴다면 손이 상할 수 있습니다.]
“거참. 최첨단 외계인들의 무기가 고작 활인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활 빼고 다른 무언가 달려 있는지 확인해보았지만 이상한
주머니를 제외하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잔느- 조심하십시오!! 수십마리의 움직임이 포착되었...]
“나도 알아! 제길!!”
좋아. 해보는 거다.
그녀는 자신이 원래 가지고 있던 활로는 어림없다고 생각했다.
거리는 굉장히 멀었고, 괴물들은 굉장히 빨리 착지할 수 있었다.
이런 상태로라면 제대로 활도 못 쓰고 죽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이상한 에너지를 쓴다는 활을 써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좋아 해보는 거다!”
끼기기기기-
그가 활을 천장으로 겨냥한 뒤 제일 앞에 선두로 다가오는 못생긴 녀석을
겨누었다. 그 녀석은 기사의 검을 들고 뽐내기라도 하는지 한손에 검을 들고
내려오며 씨익 웃고 있었다. 입에는 트롤마냥 침을 질질 흘리며.
그 구역질 나는 얼굴을 뚫어버리고 싶었다.
“자. 이제 제일 중요한 활시위를 잡아볼까?”
우우웅.
활시위를 잡자 뜨겁다 못해 매우 차가운 기운이 손에 퍼져온다.
카렌은 눈을 찌푸리며 활시위를 당기기 위해 힘을 주었다. 활에 붙은 플라스마의 기운이
그를 미친 듯이 아프게 만들었다. 화상이라도 입었는지 손에 피가 구워진 흔적이 생겼지만
내색하지 않고 이를 꽉 물었다.
“죽어!”
쿠콰아앙~~~우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
“키에에에에엑!!”
활에서 검은색의 그림자 화살같이 어두운 화살 모양의 무언가 튀어나가 괴물 근처에
박혔다.
괴물을 맞추는데 실패한 카렌은 동시에 활을 손에서 놓았다.
마치 누군가 칼로 손을 찌르기라도 하듯 손이 떨려오고 엄청 아팠다.
눈물이 배어나올 정도로.
“크윽. 화, 활을 당길 수가 없어!”
[잔느- 위험합니다. 피하십시오!]
책의 경고음이 들렸지만 너무 아파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어차피 자동문쪽은 이미 저 괴물들에게 막힌지 오래였고.
남은 것은 저 괴물들의 숙주가 되는 것 뿐.
이렇게 된 것 그냥 갈 수는 없다는 심보로 단검을 깨내 드는 찰나.
이상한 현상이 일어났다.
쿠쿠쿠쿠쿠.
“키엑?”
“뭐, 뭐야 지진?”
갑자기 자신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지진이라도 일어나는지 조금씩 선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카렌과 괴물들은 놀라 당황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다 카렌은 자신이 쏘아 올린 화살의 위력이라는 것을 깨닫고 경악했다.
“맙소사! 검은색의 무언가 생겨났다!”
[잔느- 중력이상현상입니다. 아무래도 저 활은 중력을 이용한 무기인 것 같습니다.
카렌님을 제외한 이 통로에 있는 수십마리의 괴물체들의 몸이 으스러지고 있습니다!]
중력 다운 버스터. 그러니까 순수한 중력 에너지가 생명체들을 압사시키는 강력한 힘.
그 힘의 위력이 카렌을 제외한 이 다리통로의 전 에일리언들에게 뿜어져 나왔다.
잠시후 에일리언들은 압축기로 눌러버리듯 완전히 쥐포가 되어 바닥으로 추락했다.
“하, 하하...”
카렌은 기뻐하며 외계문어의 시체를 한번 보고 난 뒤 씨익 웃었다.
짜식. 이런 선물을 남겨주다니.
[잔느- 더 많은 숫자가 몰려오기 전에 서둘러 가야 합니다!]
“오케이!”
카렌의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손은 여전히 통증으로 부들부들 떨렸지만.
*
*
*
“키에엑.”
“죽어!”
타탕.
다크엔이 기괴한 비명소리가 바로 앞에 들리기 무섭게 자신의 오버로드로 소환시킨
슈퍼샷건을 무자비하게 갈겼다.
원래대로라면 괴물은 배에 커다란 맨홀만한 구멍이 생기며 쓰러져야 정상이지만.
영화에서 나온 것보다 더 무식하게 강력한 철판이었다.
뒤로 쓰러지기만 할뿐 생채기 하나 남지 않았다.
“얍!”
뒤이어 쥬베이로 변한 지유의 검이 내리쳤다.
다행히 검파(검기의 일종)를 머금은 검은 어느 정도 위력을 발휘 하였지만.
여전히 괴물은 기세등등이었다.
거기다 한 마리라면 또 몰라도 수백마리가 넘는 놈들이 이 넓은 장소를 장악하고 있었다.
천장에도, 벽에도, 앞, 뒤 가릴 것 없이 전부다 에일리언영화를 찍는 듯 했다.
“하이드! 이쪽으로 오도록. 거긴 위험해.”
“크크크. 네.”
거기다 피를 뒤집어쓰고 조금씩 미쳐가는 혈전사 하이드를 진정시키는 것까지.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다크엔은 벌써 절반 이하로 줄어든 마력과 체력을 느끼며 한숨을 내쉬었다.
동시에 책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루이즈- 수천단위입니다!! 그것도 놈들은 기사들이나, 마법사들이 써먹던 무기들, 심지어 이 우주선 내에 있던 무기고까지 이용하는 것 같습니다!]
“뭣? 무기고?!”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에일리언들이 둥그런 물체들을 집어 던졌다.
수류탄인가?! 다크엔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물체를 피하기 위해 엎드렸다.
그러나 수류탄이 아니었다. 돌팔매질인가?
하지만 역시 안심할 수는 없었다. 둥그런 물체들은 바닥에 떨어짐과 동시에 다시 튀어오르더니 설경을 향해 튀어갔다.
“뭐, 뭐야 이건. 크악!”
“설경! 그 탱탱볼(?) 피해!”
그러나 통통 튀어다니는 볼들은 피하면 피할수록 마치 강아지가 주인을 쫓듯
미친 듯이 다크엔 일행을 쫓아왔다.
덕택에 다크엔은 미칠 것만 같았다. 아무래도 저 조그만 공같은 것들은 적을 쫓아오는
일종의 유도미사일 같은 무기 같았다.
다만 튀면서 생긴 관성을 이용한 물리법칙 무기.
예컨대 부딪치면 치명상을 입는 탱탱볼이었다.
“크윽.”
“괜찮나? 설경.”
쥬베이가 와서 그의 동태를 살피자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로부터 벗어난 뒤
검을 들었다. 동시에 주작을 소환해 탱탱볼에게 공격을 가했지만
탱탱볼은 그 공격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전부 다 맞아내며 다가왔다.
“제길! 오버드라이브. 묠니르 수트!”
설경에게 다가온 수십 개의 탱탱볼들이 설경을 향해 집중적으로 튀어올라오자
다크엔이 욕을 내뱉으며 있는 힘껏 묠니르수트를 소환해냈다.
조금 전까지 여행복차림이던 다크엔은 굉장히 멋있게 생긴 미래형 갑옷을
입고 엑스자로 팔을 교차시키며 설경 앞에 섰다.
X-BOX란 게임기 타이틀로 유명한 게임 ‘헤일로’라는 게임에서 나온 갑옷.
그의 예상대로 이 갑옷과 갑옷에 씌워진 방어막은 설경을 막아주었다.
대신에 다크엔 본인은 막아주질 못했다.
퍼퍽.
“으읔!”
그래도 강화복의 위력은 막강했다. 그의 목숨을 지켜주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뒤이어 날아오는 40개 가량의 탱탱볼.
그것과 위에서 침을 흘리는 에일리언들을 보며 욕지기를 내뱉었다.
“제길! 저런 짝퉁 에일리언들에게 당하다니..”
꼬리도 짧고! 괴물주제에 검과 마법을 다루는 저런 미친놈들에게
당할 수는!
“다크엔!”
“다크엔 형!”
쥬베이와 하이드가 그를 불렀지만 다크엔은 움직일 수 없었다.
그는 마지막 힘을 내어 오버드라이브를 외쳤다.
“오버 드라이브! 프레데터 자폭장치!”
좋아. 에일리언VS프레데터 때처럼 네놈들을 전부 지옥으로 끌고 가주마!!
다크엔은 그것을 소환해 괴물들이 몰린 곳으로 그것을 던져버렸다.
최소한 이 구역에 있는 놈들은 모조리 죽을 것이다.
그런 뒤 설경의 부축을 받아 탱탱볼들을 피하기 시작했다.
“키야오!”
에일리언들중 유난히 머리가 좀 더 크고, 쌍검을 든 녀석이 기괴한 소리를
지르자 몇몇 에일리언들이 자신이 던진 자폭장치를 집더니 그대로
다리를 뛰어 추락하는 것이 아닌가!?
“젠장! 자폭장치라는 것을 알아챈 건가!”
-퍼퍼펑.
동시에 어마어마한 화력이 담긴 폭탄이 수백미터 아래에서 폭발하였다.
아니 수백미터가 아니라 수천 미터는 족히 넘을 것이다. 그 높이의 아래에서 폭발.
다크엔은 절망한 표정을 하고 괴물들을 바라보았다.
부하 하나를 희생하여 수백마리가 목숨을 건진 것이 기뻤는지 외계인들은 목을 높혀
비웃음 같은 소리를 냈다.
유리창을 긁는 듯 한 목소리였다.
크크크르르르르르르르르르.
“이 빌어먹을 괴물들!!”
다크엔은 이제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레일건을 소환했다.
그래봤자 고작 10발.
이것을 다 쓰면 그는 마나가 고갈되는 것이다.
“다크엔씨! 빨리 움직여요!”
“빨리 이쪽으로 와라!”
그러나 묠니르 방호복의 헬멧을 그대로 벗어버린 다크엔은 먼저 가라며 독촉한 뒤
레일건을 들고 침착하게 겨냥했다.
괴물들이 미친개마냥 몰려들었다.
“씨X 네놈들을 전부 여기에 파묻어 주마!!”
“키야오!”
퍼펑. 퍼펑. 퍼펑. 퍼펑. 퍼펑. 퍼펑. 퍼펑. 퍼펑. 퍼펑. 퍼펑.
10발의 레일건.
그것을 다 쓰자. 자신의 몸에 입혀졌던 묠니르 방호복도, 총탄을 다 쓰고
바닥에 굴러다니던 무기들도 사라졌다.
마력이 다 사라진 것이다.
괴물들은 창이나, 칼등을 들고 다크엔에게 달려들었다.
동료들의 시체를 밟으며.
“젠장! 이 개새X! 그대로 혼자 영웅인척 하면 누가 좋아할 줄 알아!?”
설경이 참암검을 소환해 미친 듯이 휘둘렀고, 그에 찬동이라도 하듯 하이드가 괴물들과
똑같은 비명소리를 지르며 블러드문을 시전 했다.
수십 마리의 괴물들이 쓰러지거나 통로를 벗어나 다리 아래로 추락하였다.
쥬베이도 지금까지 차근차근 모아온 기력을 있는 힘껏 짜내어 검파를 마구 휘둘렀다.
갑자기 생겨난 검의 바람에 괴물들은 난도질 당하거나 풍압에 휘말려 수십미터를 날아올랐다.
“이젠 탈출구도 없습니다. 아래로 뛰어내리는 방법도 좋은 방법이지만. 자살로 좋은 방법일뿐.”
쥬베이가 그렇게 내뱉자 하이드가 광소를 내뱉으며 눈을 부릅 떴다.
이미 피에 오염되어 크크크. 기괴한 미소와 웃음소리를 내뱉으며
그녀의 의견에 동감한다.
다크엔은 이를 악 물고 죽은 에일리언의 창을 들고 휘둘렀다.
“개XX들아! 오버로드가 없어도 강하다는 걸 보여주마!!”
그러나 이미 4명만으로는 저 괴물들을 상대할리 만무했다.
한명씩 쓰러져 바닥에 피를 흘리기 시작했다.
그나마 직접전투능력이 가장 뛰어난 쥬베이만이 일본도를 지팡이 삼아 버티고 서 있었지만
등에 생긴 발톱에 의한 상처 때문에 피가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쿨럭. 끝이네.”
각성 모드가 끝난 하이드가 천장을 바라보았다.
보라색 벽과 괴물들이 주위에 몰리는 모습이 보였다.
“아아...떠나기 전에 먹었던 우유볶음 국수 먹고 싶어...”
설경의 중얼거림에 하이드가 동의를 표했다.
설경과 하이드는 끝까지 서 있으려는 쥬베이를 보다가 붉은색 하트표 안대를 보며
절망 어린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죽어가는 와중에도 괴물들을 웃겨 죽이려는가 보다.
다크엔이 블랙유머를 내뱉자 미련이 없어서일까?
무뚝뚝한 쥬베이의 얼굴에도 미소가 드리워졌다.
“커흑. 쥬베쨩. 이쪽으로 오게. 크으...어떻게든 네 시체만은 안전하게 할테니...”
다크엔의 말에 그녀는 이를 악 물며 카타나를 휘둘렀다.
그러나 그 유명했던 야규 쥬베이 미츠요시의 혼이 담긴 일본도도 괴물들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힘을 모두 소비한 쥬베이는 펄펄 끓는 불덩어리같은 몸이 되어 연기를 내뿜으며
쓰러졌다.
“이젠 끝이야..자 와라 빌어먹을 에일리언들!”
다크엔의 한마디가 선전포고로 들렸는지
괴물들이 침을 튀기며 달려들었다.
*
*
*
“음?”
“왜 그런가 시아양?”
태상의 질문에 시아는 불안한 마음을 드러내며.
이를 악 물었다. 하드스노우의 정상. 설산의 정상이자 칸자리아의 정상에 추락해 있는
정체불명의 비행선. 그것이 불안하였다.
“서두르죠. 빨리 저기로 가야할 것 같아요.”
“...알았네.”
돈얘기 하나 없이 진지한 그녀의 표정에 일행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블랙울프사의 설명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사장님께서는...병력을 전부 뒤로 빼라는 통신을 마지막으로 보낸 뒤....소식이 끉겼습니다.
아무래도 저 비행선에는 뭔가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제길!’
이 망할 자식아. 우리가 도착하기 전까지 살아 있지 않으면.
가만 안둔다. 시아는 껄렁껄렁한 다크엔의 미소를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
*
*
-랄라랄라~랄라랄라~~~
“음?”
괴물들에게 갈기갈기 뜯기는 것을 느끼고 싶지 않아 눈을 감은 다크엔의 귀에 특이한
흥얼거림이 들려왔다.
마치 사람이 흥얼거리는 콧노래를 기계음과 합성시키면 이런 음성이 나올까?
다크엔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떴다. 혹시 괴물들이 사람의 말을 하는 건가?
하긴. 무기도 사용하는데 에일리언들이 말 하는 게 뭐가 대수랴?
“엇. 저게 뭐죠.”
하이드의 질문에 설경과 다크엔은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수십 개의 빛덩어리들이 기다란 빛을 내뿜고 있었다. 그 빛은 에일리언들을 향하고
있었고 그 빛줄기들에 에일리언들은 찢는 종이마냥 갈기갈기 찢어져갔다.
“허걱. 뭐야 저건.”
“뭐지?”
빛덩어리들은 천장에서 천천히 내려오며 다크엔들쪽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자세히 보니 빛덩어리가 아니라 원형의 괴이한 물체들이었다.
눈으로 추정되는 유리막같은 것이 하나씩 달려 있었는데.
그것들의 눈에서 에너지빔이 튀어나와 에일리언들을 하나, 하나씩 죽이고 있었다.
검이나 창을 든 놈들은 즉사하였고, 마법이 가능한 놈들은 매직미사일을 날려보았으나
보이지 않는 막에 막히거나, 맞아도 생채기 하나 없었다.
-아~정말 재미있어.
그것들 중 유난히 큰 마치 벽장만한 크기의 커다란 원형물체에서 기계음이 들려왔다.
그것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허공에 떠 있을 뿐 별다른 공격을 하지 않았다.
무기고에서 탈취해온 탱탱볼을 집어 던지는 에일리언들이 있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탱탱볼들은 빔공격에 폭발하거나, 맞아도 상처 하나 없었다.
-히히힛! 나는 천재야!!
기계음은 그렇게 10분 동안 계속 들려왔다.
괴물들은 결국 다음을 기약하며 후퇴하였고 빛을 내뿜는 공같은 이상한 기계들의 공격도
거기서 끝났다.
조금 전부터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목소리를 내뱉던 공같은 것이 푸른 빛을 내뿜으며
다크엔에게 다가왔다.
-호오~당신이 이 생명체들의 리더인가? 정말 어리석은 짓을 하였구먼. 타키투터스 안에 들어오다니 말이야.
“타키..뭐?”
-타. 키. 투. 터. 스. 너희 종족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렇지 이 우주순양함의 이름이야. 조금 전 너희들을 공격한 놈들은 ‘타키투리스트 페이머 카무이 웨이폰’ 대충 적당히 붙여서 타키투스라고들 부르지.
“저 에일리언들이 타키투스라고?”
다크엔이 반문하자 기계는 하나밖에 없는 유리눈을 깜빡이며 히히힛.
웃음을 짓더니 고개를 끄덕이듯 몸체를 흔들었다.
하이드와 설경이 지유를 등에 업고 다크엔과 기괴한 물체에게 다가왔다.
물체는 ‘호오’라고 외친 뒤 그들을 한번씩 빤히 쳐다보았다.
-리더격 인물은 평행세계를 비롯해서 전도세계까지..온갖 세계의 무기들을 끌어 모을 수 있는 능력. 그치만...능력의 등급은 고작해야 5.5등급이로군. 한심해! 그런 능력으로는 절대로 타키투스들을 이길 수 없어!
“뭣?”
다크엔은 기가 막힌다는 듯 황당한 눈빛을 하고 기계를 바라보았다.
기계는 그를 무시한 뒤 하이드와 설경을 바라보며 몇 마디를 더 뱉었다.
-제법 독특한 발상의 공격방식이로군. 피를 이용한 혈의 각성자와, 검과 세계의 영적 존재를 통한 공격이라. 크크크. 그렇지만 정말 하등한 방식의 무기들이로군.
“쳇. 하등해서 미안하구만.”
“흥.”
그런 뒤 기계는 등에 업혀 곤히 잠든 지유를 보며 감상을 또 늘여놓았다.
-히히힛. 자신의 능력을 다른 사람에게 물려줘서 그것을 가지고 싸우는 능력자로군. 그리고 동시에 전도세계를 통해 강제로 넘어오게 된 소환물이로구만! 크크크 연구할 가치는 높지만 정말 하등한 공격방식이로군.
‘지유가..소환물이라고? 전도세계??’
다크엔은 어리둥절한 얼굴을 한 채 괴물체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저 기계는 굳이 설명할 마음이 없는 것 같았기에 입은 조용히 다물었다.
어차피 사신의 공간에 오게 되었다면 뭔가 사신과의 사정이 있을 것이다.
그 사정은 사신과 만나면 물어보고 알면 된다. 지금은 괴물들과, 이 기계들에 대한
문제가 더 급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찰나.
괴물체는 고개를 숙이듯 까딱까딱 움직이더니 말을 이었다.
-내 이름은 소거시스템 43789-나누애쿠미 스트라토 포이스. 대충 줄여서 소거자라고 불러줘! 이 함선의 메인컴퓨터중 하나야. 저 타키투스들의 동면, 무기화, 소거작전을 담당하는 컴퓨터지.
“컴퓨터?”
-그래. 그나저나 모두들 정말 한심할 정도의 등급 레벨이야. 그런 원시적인 무기와 능력으로는 절대로 타키투스들을 쓰러뜨릴 수 없어. 그나마 5.5등급이면 어느 정도 버틸 수는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전부다 3.5에서 4등급밖에 안되잖아. 그 등급으로는 직접전투에서 20분도 못 버텨.
“........”
태상과 설경은 할 말을 잃은 뒤 다크엔을 바라보았다.
다크엔이 등급으로 따지면 자신들보다 높을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자신들보다 더 강하고, 오히려 저런 외계컴퓨터에게까지 무시를 당할 정도라니...
그렇다면 저 컴퓨터는 얼마나 세다는 것일까?
그들은 소거자 주위에서 경계를 하듯 눈을 번쩍이는 또 다른 기계들을 보았다.
소거자가 그들의 그런 눈빛을 알았는지 다시 말을 이었다.
-저들은 나의 부하격 전투기계. ‘밀레노바’들이야. 나의 명령과 작전지시에 따라 타키투스들을 소거하는 것이지.
“잠깐. 소거한다고? 그렇다면 땅바닥에 쓰러져 있던 문어시체들, 그리고 타키투스, 또 너희들은 대체 무슨 관계이지?”
다크엔의 질문에 소거자는 히히히. 미친 듯 한 웃음을 짓더니
-굳이 표현하자면...그 문어라는 생명체를 닮은 이들은 이 타키투터스 함의 승무원들이야.
추락 때 메인시스템의 고장으로 인해 전부 다 죽어버렸지. 그들은 세인트라고 자신들을 칭하지. 나는 그들의 컴퓨터에 불과하고, 그리고 타키투스들은 그들이 만들어낸 6.5등급의 생체컴퓨터병기들이야.
“???”
-그러니까...타키투스들은 세인트인들이 만들어낸 전투병기라는 말이지.
“.......”
-타키투스들은 기본 전투능력도 그렇거니와 뛰어난 생존능력을 지니고 있어.
그리고 살육의 본능만을 지니고 있지만 재미있는 것은 무기와 전투에 대한 능력만큼은
완벽할 정도로 다루지. 전투 컴퓨터니까 그렇겠지만.
세인트들이라면 충분히 그들을 격퇴 가능하지만. 이곳 문명은 불과 기본 능력이 2.5등급이더군. 한마디로 이 우주선에서 타키투스들이 한 마리라도 나가는 순간. 이 문명은 멸망하는 거야.
“.......”
-원시적인 무기와 능력밖에 없지만. 한 생명체라도 아쉬운 판이니. 날 도와주지 않겠어?
원한다면 이곳 문명이 상상도 할 수 없는 최고의 무기도 넘겨줄테니까.
“..........”
-키히힛. 나는 천재야! 일단 오늘은 쉬고 내일 소거 작전을 개시하자고.
궤도 엘리베이터 작동! 이동지점은 최상층 승무원 숙소.
위잉.
끼리릭.
기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들이 서 있던 다리가 그대로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천장을 향해 날아 오르기 시작했다.
-히히힛. 랄라랄라~~랄라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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