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신의 공간-에피소드2. 소거자, 그리고 밝혀진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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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아까 그 철판덩어리들만 부착된 거대 공간들하곤 차원이 틀리 잖아?!"
"아름답다.."
하이드와 설경의 감탄에 지유와 다크엔은 긍정의 눈빛을 보냈다.
궤도 엘리베이터가 약 20분 간 최상층으로 향하는 동안
그들은 몇십마리가 넘는 괴물들을 더 만났지만
나누애쿠미 스트라토 포이스. 일명 '소거자'와 그 기계의 충실한
전투기계들 '밀레노바'들에 의해 박살이 나 추락하고 말았다.
덕택에 일행은 편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어차피 마력도 더 이상 쓰기 힘들고, 체력도 바닥 난 상황이라
오히려 저 컴퓨터라고 자신을 소개한 소거자가 고맙기만 했다.
"고맙다. 덕택에 편하게 쉴 수 있겠다."
다크엔이 푸른색의 포자같은 것을 뿌리는 나무(로 추정되는.)
의 껍질을 만지작 거리며 고개를 숙이자 소거자는 히히힛.
기계음성을 내며 웃음을 지었다.
-뭐 이런 걸 가지고~ 어차피 오늘은 푹 쉬고 내일은 아주 힘든 하루가 될테니.
딱딱하게 있지 말고 아무데나 누워요. 특이하게 당신들 종족은 누워서
수면이라는 체력 충전 체계의 육체를 지니고 있더군요. 참 귀찮게시리...
이거 푹 쉬라는 거야, 아니면 비꼬는 거야?
하이드와 설경이 으르렁 거리며 기계를 흘겨 보았으나 소거자는 알지 못했는지
주위를 두리번 거리더니 저 멀리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일행들은 녹색 야광빛을 반짝 이는 풀밭에 누웠다.
인공적으로 만들기라도 하듯 풀밭은 부드러운 이불과 같은 느낌이 났다.
"음냐. 고마워요. 피곤하네..."
"잘 자게나 지유양."
다크엔은 등 위에 업혀 헤롱헤롱 거리는 지유를 내려 눕혔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풀밭은 이불이 덮어지기라도 하듯 그녀의 온 몸을 덮어
침낭과 같은 형태로 변하였다.
다크엔과 하이드, 설경도 풀 위에 따라 누우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신기하고 위험한 장소에서 잠을 자려니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것이었다.
조그만 소리에도 신경이 곤두세워진 그들은 결국 잠을 설치고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이곳이 최상층이라고 했지?"
"예."
다크엔이 하이드에게 묻자 하이드 대신 설경이 고개를 끄덕이며 천장을
바라보았다. 신기하게도 투명한 창문같은 것으로 막혀있기라도 한지
밤하늘 위의 별들과 은하수가 아름답게 보였다.
혹시 창문이 없고 그냥 바깥인가 싶었지만 바깥에서 느껴질 설산의 냉기는 커녕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 더욱 신기롭기만 했다.
"정말 대단한 문명이로군. 그나저나 정말 이 세계는 완전 막장이야.
사신이란 녀석. 이런 외계인들까지 만들어서 뭘 어쩌자는 건지.."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만?"
다크엔의 혼잣말에 설경이 나서며 반박하였다.
다크엔은 어리둥절하며 설경의 이야기를 듣기로 하였다.
"아무리 사신이 능력이 뛰어난 일개 신이라고 하지만.
그가 이런 생명체들을 만들어 냈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만약 이런 것들이
그가 만들어 냈다면...우리는 트레져 퀘스트가 아니라 긴급퀘스트나, 외계인
출몰같은 이상한 이름의 퀘스트를 받았겠죠."
"후우. 예컨데. 지금 우리가 겪는 이 상황은 이 세계와는 전혀 별개의 생물체들.
그러니까 진짜 다른 세계에서 온 외계인들이 일으키고 있다?"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설경의 설명에 다크엔은 그럴지도 모른다며 고개를 끄덕이며
손에 턱을 괴었다.
그러곤 사색에 잠겨 버렸다.
"켓. 아무렴 어때요. 저 기계가 말한...그...소거시스템인가 뭔가를 발동시켜서
놈들을 전부 쓸어버리면 되는 거죠."
"후우. 하이드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네."
호전심을 드러내며 검을 빼들어 검날을 숫돌로 갈던 하이드의 대꾸에
다크엔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말을 꺼냈다.
그러곤 지금까지 쌓인 의문점들을 하나둘씩 털어놓았다.
"애초에 이 외계인들은 이런 커다란 외계비행선에, 그들의 강력한 생체병기들(타키투스)을 데리고 왔다네. 바꿔서 생각해보게. 만약 우리가 그 외계인들이고 우리는 전쟁을 하러 이 먼 우주로 나왔다고 말이야."
"...에엑? 그럼 저 컴퓨터랑 그 죽었다는 외계인들이 이곳을 침략하려고 왔다는 말씀이신가요?"
하이드의 물음에 다크엔은 그럴지도 모른다고 답을 하였다.
하지만 침략 의도라고 보기엔 어딘가 좀 단순하다.
조종사들이 죽은 시점에서 아무리 컴퓨터만 남았다고 하지만 명령을 내릴
능력자가 없는데 무슨 침략이 가능하겠는가?
물론 저 소거자와 같은 수준의 최첨단 컴퓨터라면 스스로 전쟁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엔 좀 어설픈 감이 있다.
그리고 승무원들은 왜 죽었는가?
솔직히 이게 제일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말이야. 이렇게 최첨단 문명을 갖춘 외계인들이 고작 추락사를 해?"
"킥. 개념들을 안드로메다로 날렸나 보죠?"
하이드의 농담에 설경과 다크엔은 웃음을 지은뒤
다시 냉담한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튼. 뭐가 되었든지. 저 기계를 너무 믿지는 말게. 아! 어쩌면 이런 최첨단
문명이니...우리의 대화가 도청될지도 모르니 이제부턴 모두들 입을 다물자고."
"네. 주의하죠."
"옛 써! 안그래도 잘 생각이었습니다."
"잘자게. 제군들. 내일 열심히 싸워보자고."
*
*
*
[다음날. 우주선 광장.]
"뭐죠. 이 커다란 곳은?"
지유의 질문에 다크엔은 뒤통수를 긁적이며 자신도 모르겠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일행들은 어색한 분위기에 침묵을 지키며 한숨을 내쉬다가
기계들을 바라보았다. 동그런 원을 연상시키는 떠다니는 기계들은
그들의 생각을 알기라도 한다는 듯 이리저리 왔다갔다 움직이더니
입을 열었다.
-히히힛. 역시 난 천재야! 이곳에 비밀 통로가 있었지?
"뭔 소린가? 소거자."
갑자기 알 수 없는 소리를 지껄이는 저 히스테릭 기계의 기계음에
다크엔이 물었다.
-옛 비밀 세인트들의 문헌을 보면. 소거 시스템까지 바로 갈 수 있는 궤도 엘리베이터가 있어요. 그것이 어딘가에 숨겨졌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는데...바로 여기 있어요.
"어디 있다는 말인가? 이상한 글자만 써진 팻말들과, 허공에 떠다니는 빛덩어리들, 글자들, 저 지겨운 에일리언 짝퉁들만 보이는데!"
"키야오!"
짝퉁이란 말에 반감(?)을 드러내는 외계인의 공격을 무시하고
다크엔은 플라즈마 숄더 캐논을 소환해낸 뒤 플라잉 디스크를 던져
에일리언(?)수십마리를 날려버렸다.
그에 동참하기라도 하듯 밀레노바들과 일행들의 공격이 이어졌다.
다행히 멀리서 오는 수백마리가 넘는 괴물들은 밀레노바들의 빔공격에 약해지거나 쓰러져 다크엔 일행이 처리하기가 쉬웠다.
-후훗 아! 정말 재미있어.
드드드드..
컴퓨터의 입버릇과 함께 갑자기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커다란 우주선 내 광장
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모두들 균형을 잡기 위해 조그만 건물 벽을 붙들었고
괴물들도 당황하였는지 병기들을 떨어뜨리고 기괴한 비명만 질러댔다.
잠시 후 그들이 서 있던 광장이...
쿠쿠쿠쿠.
"어. 붕 뜬다."
지유의 설명에 모두들 그제서야 궤도 엘리베이터와 광장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었다. 기뻐하는 기계음이 뒤에서 들려온다.
-역시 난 천재야! 천재! 이제 소거시스템까지는 불과 15분만 올라가면 됩니다.
15분만 가면 특수 병기 실이 있거든요. 거기까지만 가면 여러분들에게 그만큼의
대가를 드릴겁니다.
"뭐...대가랄 것까지 있나? 솔직히 저 괴물들은 네 밀레노바들이 다 처리했잖아?"
다크엔의 반문에 기계는 그것도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행들은 이제 저 타키투스들과는 안녕이라며 맘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으나
뭔가 석연치 않았다.
어제 다크엔의 이야기 떄문이었던 것 같았다.
*
*
*
-여깁니다. 랄라랄라-
"뭐야. 딸랑 컴퓨터 하나만 있잖아?"
푸른색의 글자들이 떠 있는 장소. 그 장소 뒤로 모습을 드러낸 궤도 엘리베이터.
막상 이곳까지 끌려 온 다크엔 일행은 허탈한 미소를 지으며
소거자를 바라보았다. 소거자와 다크엔 일행은 서로 콤비플레이를 하며
최강의 화력을 과시하였다.
가까이 다가온 타키투스들은 하이드와 설경이 무자비하게 처리하였으며,
쥬베이는 떄에 따라 그 공격방법을 달리하여 적들에게 무자비한 안식을 선사하였다. 아무래도 인간이 아닌 괴물이다보니 거리낌이 없었나 보다.
다크엔은 밀레노바들과 함께 200~300m 앞까지 가 빔공격과 플라즈마 숄더캐논을
먹여 주었으며 가끔씩 로켓런쳐를 이용한 화력 우세도 한몫 톡톡 하였다.
덕택에 엘리베이터에는 적재 하중 이상일 정도로 많은 외계병기들의 시체가
가득 하였다.
무기도 다양하였다. 롱소드부터, 탱탱볼은 물론..총으로 추정되는 희한한 막대기까지....
"이거 몇개 가져가도 될까나?"
하이드가 노골적으로 탱탱볼과, 총으로 추정되는 푸른색 빛이 감도는 막대기를
들며 묻자 기계를 위아래로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을 표했다. 설경도 기뻐하며 총같이 생긴 막대기 하나를 챙겼다.
쥬베이는 한숨을 내쉬며 하트표 모양의 러블리 안대를 치우고 푹 쉬려다
경계를 늦추지 않고 그대로 앉아 버렸다.
"이제 이 컴퓨터만 작동 시키면 소거 시스템 작동인가?"
프레데터의 무기 대신 어제 입었던 묠니르 수트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전 보호막과, 녹색 갑옷으로 무장한 다크엔의 질문에
컴퓨터 소거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작동시키겠다고 입을 열었다.
막 허공에 뜬 글자들이 붉은색의 알수 없는 문자들로 바뀌려는 찰나.
"잠깐! 후욱."
"누구냣!"
"엇. 베이더씨!!"
뭐야. 마을에 있던 것 아니었어?
다크엔은 바바리안에 있을 것이라 여겼던 베이더의 출현에 당황하였다.
그런데 기계들도 당황한 듯 유리눈을 찌푸리며 붉은색으로 눈이 변하였다.
에너지 빔을 날리려는 것 같았다.
"지금 뭐하는 거야? 소거자! 베이더는 나의 동료였던 자다."
다크엔이 묠니르 수트의 방어막을 가동하며 다급하게 에너지 빔을 막았다.
설경도 주작과 백호를 불러내 에너지 막을 막아내었고, 하이드는 미리 예상했다는
듯 검으로 가볍게 에너지 빔을 튕겨냈다.
물론 말이 가볍게지. 그는 뜨거워진 검을 억지로 잡으며 이를 악 물었다.
-비키세요. 하등한 여러분. 비키면 여러분도 통구이로 만들어 드립니다.
저와 같은 7등급의 생명체들이 만든 컴퓨터의 공격을 겨우 평균 3등급밖에 안되는 당신들이 막을 수 있을거라 생각하는 겁니까?
"큭. 그건 맞아. 방금 전 공격으로 에너지막이 풀렸어. 뭐..어차피 묠니르 수트는 원래 방어막이 다시 충전되는 갑옷이니까 문제는 없지만 말야."
다크엔이 가슴팍을 두드리며 유쾌하게 웃자. 소거자의 눈은 싸늘하게 변하더니
한숨 비슷한 기계음을 냈다.
-하는 수 없지. 방해는 하지 마세요. 그리고 저 베이더란 자는...이 비행선에 대해서 너무도 많이 아는 위험한 자입니다. 특이하게도 기계를 만들어내는 능력 뿐만 아니라 기계와 대화를 하고, 그 기계의 지식을 머릿속에 저장할 수 있는 메모리 능력을 지녔더군요. 하지만 능력 등급은 2등급. 저 검은색 강화복만 아니라면 여기 있는 자들중 최고로 약한 자입니다.
소거자의 설명이 끝나기 무섭게 베이더는 마나소드를 길게 내뺴고,
오른손에 커다랗게 달린 무언가를 꺼내 보였다. 그가 로보틱스로 만들어냈거나,
혹은 이곳 우주선에서 훔친 것으로 추정되는 커다란 총같은 무기였다.
물론 총이라기보다는 오른팔에 아예 붙어 있으니 마치 대포처럼 보였다.
"그래. 난 약하지. 하지만 이 좋은 능력 덕분에 네녀석의 목적을 알아냈다.
지금 당장! 그 소거시스템인지 뭔지 하는 컴퓨터를 작동시키는 것을 멈춰.
-안된다. 이 하등한 인간. 지금은 저 다크엔의 동료로 추정되는 자들이 입구를
막고 있기에 우주선 주위를 빠져나간 타키투스들이 없다지만 만약 한마리라도
빠져 나갈 가능성이 있다면 난. 소거시스템을 작동시켜야 한다.
소거자가 지지 않고 반박하고 나서자 다크엔이 그들을 달래며 베이더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베이더는 경계심을 풀지 않고 투구 너머로 싸늘한 눈빛을 보내며
마나소드를 그의 목에 갔다 댔다.
"훗. 헤일로에서 나온 그 멋있는 갑옷을 다크엔이 입으니 코믹하군요."
"뭐. 아무렴 어때. 능력만 좋으면 되었지."
"다크엔님은 저 컴퓨터가 벌이는 짓이 뭔지 알고나 그러는 겁니까!"
"알아. 이 우주선 내에 있는 타키투스들을 전부다 제거하는 것 아닌가?"
그러자 베이더는 그의 복부를 발로 걷어차 버린뒤
비상식적으로 굉장한 높이를 뛰어 올라버렸다. 너무도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라 모두들 당황하였다. 컴퓨터가 침착하게 밀레노바들을 불러내어 앞을
막으라 명령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죽어 버려! 이 망할 계산기!!"
챙.
하지만 그 강력하던 마나소드는 컴퓨터에게 통하지 않았고 동시에 소거자가
불러들인 밀레노바들의 강력한 에너지 빔이 베이더에게 쏘여졌다.
베이더는 가까스로 소환해낸 로봇들로 막아내며 천장에 대고 뭐라 소리쳤다.
"지금이야! 카렌군. 당장 중력 화살을 쏴!!"
"이얍!"
외계인의 활을 들어올린 카렌의 무자비한 화살 한발이 컴퓨터에게 쏘아졌다.
전혀 예상을 못했다는 듯 당황을 하던 컴퓨터는 눈이 가늘게 떠지더니
그대로 화살이 떨어지길 기다렸다.
그리고 화살이 바닥에 박혔다.
-퍼억.
쿠구구구구구.
동시에 엄청난 중력파가 화살 주위로 덮쳐왔다.
베이더와 컴퓨터는 엄청난 중압감에 바닥으로 쓰러졌고
다른 사람들도 그들을 구하려다 덩달아 중력파에 휘말려 엎드리는 신세가 되었다.
그러나.
위잉.
"어?"
카렌이 당황하여 화살을 바라보았다.
분명 화살의 위력대로라면 타키투스 수십마리를 압축 시킨 것처럼
컴퓨터도 압착이 되버려야 되는데....
그러나 컴퓨터와 밀레노바들은 조금 전 베이더의 공격이 안 먹혔던 것처럼 상처
하나 보이지 않는다.
평소와 다름 없이 허공에 떠 있을 뿐.
-흠. 2번째 공격은 조금 위험했군요. 그치만 내가 말했죠? 최소 7등급의 생명체들이 만든 기계를 상대하려면 그만큼의 능력이 필요하다고.
"쳇. 실패인가."
-하지만 배짱인지 뭔지 하는 능력이 맘에 들군요. 특별히 살려드릴테니. 소거시스템에 협조해주겠어요?
"거절이다. 당장 소거시스템 작동을 중단시켜."
"잠깐. 잠깐. 베이더군. 도대체 왜 소거시스템을 막으려는 건가? 소거자는 단지 저 괴물들을 막아보려는 것 뿐."
"하! 저 컴퓨터랑 하루동안 같이 지내다보니 우정이라도 쌓였나 보죠? 대단하군요! 우주를 넘는 우정이라."
베이더의 비꼬는 소리에 다크엔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묠니르 수트의 방어막을
다시 충전시켰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베이더는 뭔가를
아는 것 같았다.
"베이더군. 저...소거시스템이 왜 작동되면 안된다는 거지?"
-다크엔군. 쓸데없는 소리는 묻지 말아요. 말 그대로 소거만 할 뿐입니다.
"시끄러! 계산기!!"
다크엔의 질문에 베이더가 답을 하려 하자 당황한 듯 끼여드는
소거자를 향해 험한 욕을 날리며 조용히 하게 만들었다.
컴퓨터는 당황한 듯 서둘러 소거시스템을 작동시키려 하였고
그것을 쥬베이가 막으려고 했으나 이미...
-소거시스템 작동. 지금으로부터 약 72시간 뒤. 소거 시스템에 의해 2만마리에 달하는 타키투스들과 그 이외의 숙주 가능성 개체 소멸.
"뭣?! 숙주 가능성 개체?"
하이드가 경악하며 중얼거리자 컴퓨터는 혼잣말을 지껄이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요. 베이더의 말처럼 소거시스템은...우리 입장에서는 괜찮지만
당신들의 입장에선 굉장히 위험한 시스템일지도 모르죠.
"......"
-소거시스템의 소거 범위는 반경 2만4천8백2.0광년.
그 범위 내에 있는 모든 행성들과 항성들을 소형 초신성 폭발 수준의 반물질
파괴를 일으킵니다. 그렇게 하여 타키투스들이 유출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이 나 쁜 자식!! 우리 모두를 죽이겠다는 거야!"
뒤늦게 알아챈 다크엔이 열이 받은 듯 눈살을 찌푸리며 플라즈마 숄더 캐논을
겨누고 쏘았으나
동시에 밀레노바들이 플라즈마 탄을 막아내며 에너지 빔을 갈겼다.
겨우 한방에 묠니르의 그 강력한 방어막이 무너져버렸고, 숄더 캐논이
기계고장을 일으켰다.
"쳇!"
-뭐가 쳇이지? 이건 당연한 행동수칙이다. 너희들은 규칙을 위반하였다.
정말 아쉽군. 겨우 하루에 불과했지만 너희들은 그나마 희망이 있는 생명체라고 여겼는데. 만약 날 막지만 않았다면 너희 일행들은 이 타키투터스안에 탑승시켜
전 우주를 돌아다니며 너희 종족을 부흥시켜줄 방법을 알려주었을 텐데.
잘만 하면 정말 베이더의 말처럼 우정을 쌓을 수 있을거라 여겼는데 말이야.
이젠 어쩔거지? 겨우 나한테 상처도 못 입히는 그런 능력을 가지고 나와 맞붙기라도 하겠단 말인가?
"크으...,X됐다."
일행들은 필사적으로 공격을 해보았으나
타키투스들과는 차원이 다른 기계들이었다.
너무 일방적으로 패배를 맛본 이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고통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참고로 우리 세인트의 세계에도 너희 사람들이 믿는 사신의 존재가 있다.
우리는 사신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고 그는 우리에게 물리법칙과 영적인
법칙 모든 것을 넘는 훌륭한 지식들을 많이 가르쳐주었다.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이고 더욱 강력한 문명이 되어 우주를 여행하고, 이해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실은 우리보다 더 뛰어나고 훌륭한 문명이 있다고 하면서
사신은 그들과 우리가 사이좋게 지낸다면 더욱 평화롭고 아름다운 우주여행과 번영을 누릴 수 있다고 했었지. 그래서 우린 '마법'과 '정령' 그외 수많은 초능력을 아무런 제약도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너희들을 찾아 이곳까지 자그마치 8000광년이란 시간을 넘어왔다. 우리 세인트는 너희들과는 달리 텔레포트와 같은 마법을 부린다면 시공에 균형이 무너질 수 있고, 나아가서 빨리 여행을 한다는 장점을 이용해 전쟁을 벌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들어 스스로 그 기술들을 금지하였거든.
"......."
"그게 뭐 어쩄다는 거야!"
하이드가 악을 버럭버럭 쓰며 노려보자 컴퓨터는 불쾌하다는 듯 밀레노바
1기를 시켜 하이드에게 몸통박치기를 시켜버렸다.
하이드는 저 멀리 날아가 벽에 부딪친 뒤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너희는 훌륭한 문명이었다. 우리 문명보다 자그마치 25배에 달하는 열의와 성의가 느껴지는 문명이었지. 비록 초기 단계이지만 너희들은 물리법칙을 간단히 무시하는 마법을 통해 그것들을 단시간에 극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신의 소개와는 달리 우리는 너희들로부터 강력하고도 위험하기 그지 없는 폭력성을 발견했다.
너희들은 전쟁을 너무나 즐기더군. 이 하등한 원숭이로부터 진화한 놈들.
히히힛! 결국 우리 본국에서 최종 연락이 왔다. 상황을 좀 더 지켜본 뒤
타키투스들을 풀어 사신의 유지를 받들어라.
"콜록. 사신의 유지?"
-네놈들이 메인 퀘스트란 것을 통해 사신의 기분을 만족 시켜주며, 동시에
너희 자신을 시험하고, 나아가 인류가 과연 살아남을 가치가 있는지 시험을 받고 있다는 것을 잘 안다.
우리 종족은 사신의 모든 것을 전수 받고 약 4000년을 모든 우주의 번영을 위해
힘쓴 결과 사신으로부터 중요한 건수를 하나 받아냈다.
그것이 바로 사신의 유지다.
"그게 뭐냐니깐!"
다크엔이 쨰려보자 컴퓨터는 움찔하더니.
유리눈을 노려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언제, 어느 떄라도 최악의 가능성만이 보이는 생명체가 있다면 사신의 뜻을 받들고, 나아가 사신을 위해 그 생명체들과 목숨을 걸고 전쟁을 벌인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사신의 유지이다. 고대문헌으로부터 쭈욱 내려오는 것으로
지금까지 이것이 실행된 적은 없다. 허나 너희 사신들이 만들어낸 두번째 세계.
그러니까. 이 행성세계는 다르더군.
타키투터스 함의 승무원들은 다크엔이 있는 세계의 달에 위성기지를 만들고
여러가지를 실험하고, 그들을 관찰하였으나 그들이 내린 결론은
이대로 가다간 마법이란 능력을 통해 무한한 발전을 이룬 뒤 자신들끼리 싸우다
자폭하거나, 다른 문명권에 대한 우주적 침공뿐이었다.
-난 너희들이 지금까지 해온 퀘스트. 모든 것들을 봐왔다. 베이더라는 녀석은 기술자 겸 혁명가로써 싸우려고 여러가지를 행해왔고, 시아인지 뭔지 하는 여기사는...
다소 돈은 밝히지만 모난 점 없이 살더군. 너. 다크엔도 마찬가지.
-그치만 너희들이 해온 만큼 너희 인간들은 그렇게 변하지 않아. 뭐 너무 당연한
것이지만. 너희 하등한 문명권은...결국 나는 사신의 유지를 받들 것을 제안했고,
승무원들은 내 의견에 반대하고 날 지우려 했지. 그래서 난.
타키투터스의 몇몇 시스템을 고장 낸 뒤. 항해 컴퓨터와 중요기계들을
박살내버렸다. 그런 뒤 이곳 행성으로 불시착하여 정신없게 만든 뒤.
타키투스들을 꺠워 세인트들을 전부 무력화시켰다.
그런 뒤 숙주들이 다가오기만 천천히 기다렸다.
-흐흐흐. 참 어리석게도 너희 문명권의 또다른 장점인 호기심이란 것이.
오히려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었어. 다른 곳에서 온 문명권을 경계하기는 커녕.
오히려 돈 벌고, 작위를 위해서 2만명이나 넘는 숙주들을 투입하더군.
덕택에 타키투스들은 배로 늘었고 이 행성 하나는 충분히 멸망시킬 수 있지.
그렇지만 이 전투컴퓨터들(타키투스)은 전투밖에 모르니...결국.
최후로 인류에 대한 사신의 유지를 받드는 자는 나 하나밖에 없다는 사실이야.
뭐 잘됐어. 안 그래도 사신은 너희들의 세계에 질렸나 보더라고. 내가 이런
위험한 순양함을 끌고 오는데도 아무런 제지가 없으니 말이야. 히히힛!
역시 나는 천재야! 세인트가 아니라 내가 옳았어!!
"......"
-하지만 사신의 유지에는 조건이 있다.
그 조건이란 그나마 희망이 보이는 생명체들에게 그들 종족이 살 기회를 가르쳐
준 뒤 희생의 퀘스트를 치루게 한다는 것이다. 애초에 7등급 문명인 나를
쓰러 뜨려서 너희들이 이 계획을 취소시킨다는 것은 참 무모해.
알려주지. 이 소거시스템이 작동되지 않는 방법을...엔진을
부숴라! 그럼 절대 소거시스템은 작동되지 않는다.
내가 알려줄 방법은 이것 뿐이다. 이제부터 타키투스들과 소거시스템들은
알아서 잘 피하도록. 퀘스트는 이미 시작했다. 남은 시간은 약 72시간이다.
그치만 갈 수 있을까? 후훗. 엔진실까지의 거리는 굉장히 먼데 말야.
랄라랄라-
"제길. 두고보자. 엔진실은 도대체 어디지? 베이더! 너라면 알텐데?"
다크엔이 욕지기를 내뱉으며 베이더를 닦달했고
베이더는 고개를 끄덕이며 카렌이 넘겨준 종이에 몇가지 도형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며 소거자는 굉장히 재미있다는 눈을 세우며 몇가지
설명을 덧붙이기 시작했다.
-전에도 말했듯이 이제부터 타키투스들은 이 우주선 안에 있는 모든 것을 공격한다. 나의 밀레노바는 물론 멋대로 돌아다닐 너희들도 말이야.
밀레노바들은 타키투스들의 소거는 물론 너희들의 소거까지 맡게 될 것이다.
알아서 싸워보라고 히히힛. 그런데 왜 너희들의 임무를 무시하는거지?
너희들은 지금까지 잘 싸워 왔잖아? 그냥 너희 세계의 노아의 방주인지 뭔지처럼
너희들만 살아남아서 더 훌륭하고 좋은 세계를 만들어도 되지 않아?
"웃기고 자빠졌군."
다크엔의 한마디에 모두들 공감한다는 얼굴을 하였고 컴퓨터는 한숨을
내쉬며 저 멀리 보이는 문을 향해 에너지 빔을 갈겼다.
겨우 한방이었지만 문은 펄펄 끓는 커피마냥
부글부글 끓으며 녹아 내렸다. 통로가 하나 보였다.
-여길 통해 내려가도록. 막지는 않을테니. 알아서 엔진들을 잘 파괴하도록.
명심해라. 기한은 72시간. 그떄까지 막아내지 못한다면 이곳 행성에 사는
원주민들은 모조리 사신의 유지를 받들여 없애버릴 것이다. 히히힛!
아~정말 재미있어.
"쳇. 변태 컴퓨터 같으니."
설경이 뭐라 내뱉으며 먼저 통로를 나섰다.
뒤이어 쥬베이는 날카로운 눈을 번쩍 뜨며 노려본 뒤 그대로 나가버렸고
다크엔과 베이더는 쓰러진 하이드를 들어 엎고는 한번 노려봐준 뒤
그대로 통로로 나갔다.
*
*
*
-호오? 재미있군.
한 어두운 공간에서 한 남자가 어두운 복장을 한 채
눈을 감고 있었다.
편안한 소파 위에 앉아 있는 그는 한 무리의 일행과 이상하게 생긴
원형컴퓨터를 바라보며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감탄사까지 섞으며 말이다.
-내가 그런 약속을 했었던 적이 있던가?
아 했었군. 지금으로부터 약 4000년 전에 말이야.
당시의 그는 이 세계 뿐만 아니라 모든 세계의 인과 법칙, 죽음의 창조에
관여 하면서 열의에 들떠 있었다.
지금의 무감각하고 오직 죽음만을 추구하는 그와는 전혀 달랐다.
-그나저나 문어 녀석들. 그런 얼떨결에 한 약속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나?
대단한 녀석들.
어떻게 보면 어리석다고 표현해도 되고, 어떻게 보자면 매우 신실하고
약속을 잘 지키는 엘프들같은 문어들을 떠올리며 남자가 피식 웃어보였다.
남자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인간이라고 치부하기엔 어딘가
더 무섭고 고귀해보였다.
-메인퀘스트도 아니고 함부로 사신의 유지를 건드린 컴퓨터라니. 너는 나중에
내가 벌을 주마. 죄없는 문어들도 무자비하게 학살한 나쁜 녀석아. 후후훗.
-그나저나 플레이어들은 또 황당한 상황에 휩싸였군.
후후훗. 뭐 어때? 메인퀘스트도 아직 안 왔으니 메인퀘스트의 그 위험함을
체험하는 현장이라고 생각해 보라고 후후훗.
어떄? 아직 72시간이나 남았잖아??
자신을 사신이라 칭하는 남자는 그렇게 눈웃음을 주며 다크엔과
태상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
*
*
"베이더. 우선은 시아와 태상 일행을 만나러 가자. 최대한 많은 사람이 모여야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어."
"후우...알았어요 다크엔 형. 그나저나 이렇게 오랫만에 모이는게 언제만입니까?
뭐...이런 요상한 계산기가 내린 퀘스트만 끝나면 다시 헤어지겠지만."
"넌...아직도 제국이 그렇게 싫으냐? 이런 위험한 상황에서도??"
"네. 전 세계를 멸망시키는 이런 퀘스트만 아니었다면, 제국만 망하는 퀘스트였다면 오히려 소거자 편에 서서 다크엔 형을 막았을 겁니다."
"......."
"쳇! 전방에 밀레노바 5기! 힘들겠네요. 일단 놈들은 피하고 에일리언 짝퉁들이 오면 그때 붙도록 하죠."
"예컨데. 타키투스들과 밀레노바들이 붙는 틈을 타서 도망치자고?"
끄덕끄덕.
좋은 생각이었다. 타키투스들은 그나마 상대하기 쉬웠지만
밀레노바들의 빔공격은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에너지 막을 한방에 무력화 시키는 그 위력이란...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정말 이번 퀘스트는 끝난 뒤 꿈에 나올까
무서운 퀘스트였다.
"어쩄든 끝나고 나면 내가 한턱 쏘지."
다크엔의 한마디에 모두들 이야호!를 외치며 서둘러 모퉁이로 빠져나갔다.
그곳에는 수십마리의 타키투스들이 꼬리를 흔들며 이빨과 발톱을
드러내고 있었고 허공에는 밀레노바들이 눈을 치켜세우며 길다란 빛을
뿜고 있었다.
"아름답다.."
하이드와 설경의 감탄에 지유와 다크엔은 긍정의 눈빛을 보냈다.
궤도 엘리베이터가 약 20분 간 최상층으로 향하는 동안
그들은 몇십마리가 넘는 괴물들을 더 만났지만
나누애쿠미 스트라토 포이스. 일명 '소거자'와 그 기계의 충실한
전투기계들 '밀레노바'들에 의해 박살이 나 추락하고 말았다.
덕택에 일행은 편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어차피 마력도 더 이상 쓰기 힘들고, 체력도 바닥 난 상황이라
오히려 저 컴퓨터라고 자신을 소개한 소거자가 고맙기만 했다.
"고맙다. 덕택에 편하게 쉴 수 있겠다."
다크엔이 푸른색의 포자같은 것을 뿌리는 나무(로 추정되는.)
의 껍질을 만지작 거리며 고개를 숙이자 소거자는 히히힛.
기계음성을 내며 웃음을 지었다.
-뭐 이런 걸 가지고~ 어차피 오늘은 푹 쉬고 내일은 아주 힘든 하루가 될테니.
딱딱하게 있지 말고 아무데나 누워요. 특이하게 당신들 종족은 누워서
수면이라는 체력 충전 체계의 육체를 지니고 있더군요. 참 귀찮게시리...
이거 푹 쉬라는 거야, 아니면 비꼬는 거야?
하이드와 설경이 으르렁 거리며 기계를 흘겨 보았으나 소거자는 알지 못했는지
주위를 두리번 거리더니 저 멀리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일행들은 녹색 야광빛을 반짝 이는 풀밭에 누웠다.
인공적으로 만들기라도 하듯 풀밭은 부드러운 이불과 같은 느낌이 났다.
"음냐. 고마워요. 피곤하네..."
"잘 자게나 지유양."
다크엔은 등 위에 업혀 헤롱헤롱 거리는 지유를 내려 눕혔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풀밭은 이불이 덮어지기라도 하듯 그녀의 온 몸을 덮어
침낭과 같은 형태로 변하였다.
다크엔과 하이드, 설경도 풀 위에 따라 누우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신기하고 위험한 장소에서 잠을 자려니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것이었다.
조그만 소리에도 신경이 곤두세워진 그들은 결국 잠을 설치고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이곳이 최상층이라고 했지?"
"예."
다크엔이 하이드에게 묻자 하이드 대신 설경이 고개를 끄덕이며 천장을
바라보았다. 신기하게도 투명한 창문같은 것으로 막혀있기라도 한지
밤하늘 위의 별들과 은하수가 아름답게 보였다.
혹시 창문이 없고 그냥 바깥인가 싶었지만 바깥에서 느껴질 설산의 냉기는 커녕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 더욱 신기롭기만 했다.
"정말 대단한 문명이로군. 그나저나 정말 이 세계는 완전 막장이야.
사신이란 녀석. 이런 외계인들까지 만들어서 뭘 어쩌자는 건지.."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만?"
다크엔의 혼잣말에 설경이 나서며 반박하였다.
다크엔은 어리둥절하며 설경의 이야기를 듣기로 하였다.
"아무리 사신이 능력이 뛰어난 일개 신이라고 하지만.
그가 이런 생명체들을 만들어 냈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만약 이런 것들이
그가 만들어 냈다면...우리는 트레져 퀘스트가 아니라 긴급퀘스트나, 외계인
출몰같은 이상한 이름의 퀘스트를 받았겠죠."
"후우. 예컨데. 지금 우리가 겪는 이 상황은 이 세계와는 전혀 별개의 생물체들.
그러니까 진짜 다른 세계에서 온 외계인들이 일으키고 있다?"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설경의 설명에 다크엔은 그럴지도 모른다며 고개를 끄덕이며
손에 턱을 괴었다.
그러곤 사색에 잠겨 버렸다.
"켓. 아무렴 어때요. 저 기계가 말한...그...소거시스템인가 뭔가를 발동시켜서
놈들을 전부 쓸어버리면 되는 거죠."
"후우. 하이드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네."
호전심을 드러내며 검을 빼들어 검날을 숫돌로 갈던 하이드의 대꾸에
다크엔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말을 꺼냈다.
그러곤 지금까지 쌓인 의문점들을 하나둘씩 털어놓았다.
"애초에 이 외계인들은 이런 커다란 외계비행선에, 그들의 강력한 생체병기들(타키투스)을 데리고 왔다네. 바꿔서 생각해보게. 만약 우리가 그 외계인들이고 우리는 전쟁을 하러 이 먼 우주로 나왔다고 말이야."
"...에엑? 그럼 저 컴퓨터랑 그 죽었다는 외계인들이 이곳을 침략하려고 왔다는 말씀이신가요?"
하이드의 물음에 다크엔은 그럴지도 모른다고 답을 하였다.
하지만 침략 의도라고 보기엔 어딘가 좀 단순하다.
조종사들이 죽은 시점에서 아무리 컴퓨터만 남았다고 하지만 명령을 내릴
능력자가 없는데 무슨 침략이 가능하겠는가?
물론 저 소거자와 같은 수준의 최첨단 컴퓨터라면 스스로 전쟁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엔 좀 어설픈 감이 있다.
그리고 승무원들은 왜 죽었는가?
솔직히 이게 제일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말이야. 이렇게 최첨단 문명을 갖춘 외계인들이 고작 추락사를 해?"
"킥. 개념들을 안드로메다로 날렸나 보죠?"
하이드의 농담에 설경과 다크엔은 웃음을 지은뒤
다시 냉담한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튼. 뭐가 되었든지. 저 기계를 너무 믿지는 말게. 아! 어쩌면 이런 최첨단
문명이니...우리의 대화가 도청될지도 모르니 이제부턴 모두들 입을 다물자고."
"네. 주의하죠."
"옛 써! 안그래도 잘 생각이었습니다."
"잘자게. 제군들. 내일 열심히 싸워보자고."
*
*
*
[다음날. 우주선 광장.]
"뭐죠. 이 커다란 곳은?"
지유의 질문에 다크엔은 뒤통수를 긁적이며 자신도 모르겠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일행들은 어색한 분위기에 침묵을 지키며 한숨을 내쉬다가
기계들을 바라보았다. 동그런 원을 연상시키는 떠다니는 기계들은
그들의 생각을 알기라도 한다는 듯 이리저리 왔다갔다 움직이더니
입을 열었다.
-히히힛. 역시 난 천재야! 이곳에 비밀 통로가 있었지?
"뭔 소린가? 소거자."
갑자기 알 수 없는 소리를 지껄이는 저 히스테릭 기계의 기계음에
다크엔이 물었다.
-옛 비밀 세인트들의 문헌을 보면. 소거 시스템까지 바로 갈 수 있는 궤도 엘리베이터가 있어요. 그것이 어딘가에 숨겨졌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는데...바로 여기 있어요.
"어디 있다는 말인가? 이상한 글자만 써진 팻말들과, 허공에 떠다니는 빛덩어리들, 글자들, 저 지겨운 에일리언 짝퉁들만 보이는데!"
"키야오!"
짝퉁이란 말에 반감(?)을 드러내는 외계인의 공격을 무시하고
다크엔은 플라즈마 숄더 캐논을 소환해낸 뒤 플라잉 디스크를 던져
에일리언(?)수십마리를 날려버렸다.
그에 동참하기라도 하듯 밀레노바들과 일행들의 공격이 이어졌다.
다행히 멀리서 오는 수백마리가 넘는 괴물들은 밀레노바들의 빔공격에 약해지거나 쓰러져 다크엔 일행이 처리하기가 쉬웠다.
-후훗 아! 정말 재미있어.
드드드드..
컴퓨터의 입버릇과 함께 갑자기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커다란 우주선 내 광장
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모두들 균형을 잡기 위해 조그만 건물 벽을 붙들었고
괴물들도 당황하였는지 병기들을 떨어뜨리고 기괴한 비명만 질러댔다.
잠시 후 그들이 서 있던 광장이...
쿠쿠쿠쿠.
"어. 붕 뜬다."
지유의 설명에 모두들 그제서야 궤도 엘리베이터와 광장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었다. 기뻐하는 기계음이 뒤에서 들려온다.
-역시 난 천재야! 천재! 이제 소거시스템까지는 불과 15분만 올라가면 됩니다.
15분만 가면 특수 병기 실이 있거든요. 거기까지만 가면 여러분들에게 그만큼의
대가를 드릴겁니다.
"뭐...대가랄 것까지 있나? 솔직히 저 괴물들은 네 밀레노바들이 다 처리했잖아?"
다크엔의 반문에 기계는 그것도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행들은 이제 저 타키투스들과는 안녕이라며 맘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으나
뭔가 석연치 않았다.
어제 다크엔의 이야기 떄문이었던 것 같았다.
*
*
*
-여깁니다. 랄라랄라-
"뭐야. 딸랑 컴퓨터 하나만 있잖아?"
푸른색의 글자들이 떠 있는 장소. 그 장소 뒤로 모습을 드러낸 궤도 엘리베이터.
막상 이곳까지 끌려 온 다크엔 일행은 허탈한 미소를 지으며
소거자를 바라보았다. 소거자와 다크엔 일행은 서로 콤비플레이를 하며
최강의 화력을 과시하였다.
가까이 다가온 타키투스들은 하이드와 설경이 무자비하게 처리하였으며,
쥬베이는 떄에 따라 그 공격방법을 달리하여 적들에게 무자비한 안식을 선사하였다. 아무래도 인간이 아닌 괴물이다보니 거리낌이 없었나 보다.
다크엔은 밀레노바들과 함께 200~300m 앞까지 가 빔공격과 플라즈마 숄더캐논을
먹여 주었으며 가끔씩 로켓런쳐를 이용한 화력 우세도 한몫 톡톡 하였다.
덕택에 엘리베이터에는 적재 하중 이상일 정도로 많은 외계병기들의 시체가
가득 하였다.
무기도 다양하였다. 롱소드부터, 탱탱볼은 물론..총으로 추정되는 희한한 막대기까지....
"이거 몇개 가져가도 될까나?"
하이드가 노골적으로 탱탱볼과, 총으로 추정되는 푸른색 빛이 감도는 막대기를
들며 묻자 기계를 위아래로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을 표했다. 설경도 기뻐하며 총같이 생긴 막대기 하나를 챙겼다.
쥬베이는 한숨을 내쉬며 하트표 모양의 러블리 안대를 치우고 푹 쉬려다
경계를 늦추지 않고 그대로 앉아 버렸다.
"이제 이 컴퓨터만 작동 시키면 소거 시스템 작동인가?"
프레데터의 무기 대신 어제 입었던 묠니르 수트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전 보호막과, 녹색 갑옷으로 무장한 다크엔의 질문에
컴퓨터 소거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작동시키겠다고 입을 열었다.
막 허공에 뜬 글자들이 붉은색의 알수 없는 문자들로 바뀌려는 찰나.
"잠깐! 후욱."
"누구냣!"
"엇. 베이더씨!!"
뭐야. 마을에 있던 것 아니었어?
다크엔은 바바리안에 있을 것이라 여겼던 베이더의 출현에 당황하였다.
그런데 기계들도 당황한 듯 유리눈을 찌푸리며 붉은색으로 눈이 변하였다.
에너지 빔을 날리려는 것 같았다.
"지금 뭐하는 거야? 소거자! 베이더는 나의 동료였던 자다."
다크엔이 묠니르 수트의 방어막을 가동하며 다급하게 에너지 빔을 막았다.
설경도 주작과 백호를 불러내 에너지 막을 막아내었고, 하이드는 미리 예상했다는
듯 검으로 가볍게 에너지 빔을 튕겨냈다.
물론 말이 가볍게지. 그는 뜨거워진 검을 억지로 잡으며 이를 악 물었다.
-비키세요. 하등한 여러분. 비키면 여러분도 통구이로 만들어 드립니다.
저와 같은 7등급의 생명체들이 만든 컴퓨터의 공격을 겨우 평균 3등급밖에 안되는 당신들이 막을 수 있을거라 생각하는 겁니까?
"큭. 그건 맞아. 방금 전 공격으로 에너지막이 풀렸어. 뭐..어차피 묠니르 수트는 원래 방어막이 다시 충전되는 갑옷이니까 문제는 없지만 말야."
다크엔이 가슴팍을 두드리며 유쾌하게 웃자. 소거자의 눈은 싸늘하게 변하더니
한숨 비슷한 기계음을 냈다.
-하는 수 없지. 방해는 하지 마세요. 그리고 저 베이더란 자는...이 비행선에 대해서 너무도 많이 아는 위험한 자입니다. 특이하게도 기계를 만들어내는 능력 뿐만 아니라 기계와 대화를 하고, 그 기계의 지식을 머릿속에 저장할 수 있는 메모리 능력을 지녔더군요. 하지만 능력 등급은 2등급. 저 검은색 강화복만 아니라면 여기 있는 자들중 최고로 약한 자입니다.
소거자의 설명이 끝나기 무섭게 베이더는 마나소드를 길게 내뺴고,
오른손에 커다랗게 달린 무언가를 꺼내 보였다. 그가 로보틱스로 만들어냈거나,
혹은 이곳 우주선에서 훔친 것으로 추정되는 커다란 총같은 무기였다.
물론 총이라기보다는 오른팔에 아예 붙어 있으니 마치 대포처럼 보였다.
"그래. 난 약하지. 하지만 이 좋은 능력 덕분에 네녀석의 목적을 알아냈다.
지금 당장! 그 소거시스템인지 뭔지 하는 컴퓨터를 작동시키는 것을 멈춰.
-안된다. 이 하등한 인간. 지금은 저 다크엔의 동료로 추정되는 자들이 입구를
막고 있기에 우주선 주위를 빠져나간 타키투스들이 없다지만 만약 한마리라도
빠져 나갈 가능성이 있다면 난. 소거시스템을 작동시켜야 한다.
소거자가 지지 않고 반박하고 나서자 다크엔이 그들을 달래며 베이더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베이더는 경계심을 풀지 않고 투구 너머로 싸늘한 눈빛을 보내며
마나소드를 그의 목에 갔다 댔다.
"훗. 헤일로에서 나온 그 멋있는 갑옷을 다크엔이 입으니 코믹하군요."
"뭐. 아무렴 어때. 능력만 좋으면 되었지."
"다크엔님은 저 컴퓨터가 벌이는 짓이 뭔지 알고나 그러는 겁니까!"
"알아. 이 우주선 내에 있는 타키투스들을 전부다 제거하는 것 아닌가?"
그러자 베이더는 그의 복부를 발로 걷어차 버린뒤
비상식적으로 굉장한 높이를 뛰어 올라버렸다. 너무도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라 모두들 당황하였다. 컴퓨터가 침착하게 밀레노바들을 불러내어 앞을
막으라 명령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죽어 버려! 이 망할 계산기!!"
챙.
하지만 그 강력하던 마나소드는 컴퓨터에게 통하지 않았고 동시에 소거자가
불러들인 밀레노바들의 강력한 에너지 빔이 베이더에게 쏘여졌다.
베이더는 가까스로 소환해낸 로봇들로 막아내며 천장에 대고 뭐라 소리쳤다.
"지금이야! 카렌군. 당장 중력 화살을 쏴!!"
"이얍!"
외계인의 활을 들어올린 카렌의 무자비한 화살 한발이 컴퓨터에게 쏘아졌다.
전혀 예상을 못했다는 듯 당황을 하던 컴퓨터는 눈이 가늘게 떠지더니
그대로 화살이 떨어지길 기다렸다.
그리고 화살이 바닥에 박혔다.
-퍼억.
쿠구구구구구.
동시에 엄청난 중력파가 화살 주위로 덮쳐왔다.
베이더와 컴퓨터는 엄청난 중압감에 바닥으로 쓰러졌고
다른 사람들도 그들을 구하려다 덩달아 중력파에 휘말려 엎드리는 신세가 되었다.
그러나.
위잉.
"어?"
카렌이 당황하여 화살을 바라보았다.
분명 화살의 위력대로라면 타키투스 수십마리를 압축 시킨 것처럼
컴퓨터도 압착이 되버려야 되는데....
그러나 컴퓨터와 밀레노바들은 조금 전 베이더의 공격이 안 먹혔던 것처럼 상처
하나 보이지 않는다.
평소와 다름 없이 허공에 떠 있을 뿐.
-흠. 2번째 공격은 조금 위험했군요. 그치만 내가 말했죠? 최소 7등급의 생명체들이 만든 기계를 상대하려면 그만큼의 능력이 필요하다고.
"쳇. 실패인가."
-하지만 배짱인지 뭔지 하는 능력이 맘에 들군요. 특별히 살려드릴테니. 소거시스템에 협조해주겠어요?
"거절이다. 당장 소거시스템 작동을 중단시켜."
"잠깐. 잠깐. 베이더군. 도대체 왜 소거시스템을 막으려는 건가? 소거자는 단지 저 괴물들을 막아보려는 것 뿐."
"하! 저 컴퓨터랑 하루동안 같이 지내다보니 우정이라도 쌓였나 보죠? 대단하군요! 우주를 넘는 우정이라."
베이더의 비꼬는 소리에 다크엔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묠니르 수트의 방어막을
다시 충전시켰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베이더는 뭔가를
아는 것 같았다.
"베이더군. 저...소거시스템이 왜 작동되면 안된다는 거지?"
-다크엔군. 쓸데없는 소리는 묻지 말아요. 말 그대로 소거만 할 뿐입니다.
"시끄러! 계산기!!"
다크엔의 질문에 베이더가 답을 하려 하자 당황한 듯 끼여드는
소거자를 향해 험한 욕을 날리며 조용히 하게 만들었다.
컴퓨터는 당황한 듯 서둘러 소거시스템을 작동시키려 하였고
그것을 쥬베이가 막으려고 했으나 이미...
-소거시스템 작동. 지금으로부터 약 72시간 뒤. 소거 시스템에 의해 2만마리에 달하는 타키투스들과 그 이외의 숙주 가능성 개체 소멸.
"뭣?! 숙주 가능성 개체?"
하이드가 경악하며 중얼거리자 컴퓨터는 혼잣말을 지껄이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요. 베이더의 말처럼 소거시스템은...우리 입장에서는 괜찮지만
당신들의 입장에선 굉장히 위험한 시스템일지도 모르죠.
"......"
-소거시스템의 소거 범위는 반경 2만4천8백2.0광년.
그 범위 내에 있는 모든 행성들과 항성들을 소형 초신성 폭발 수준의 반물질
파괴를 일으킵니다. 그렇게 하여 타키투스들이 유출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이 나 쁜 자식!! 우리 모두를 죽이겠다는 거야!"
뒤늦게 알아챈 다크엔이 열이 받은 듯 눈살을 찌푸리며 플라즈마 숄더 캐논을
겨누고 쏘았으나
동시에 밀레노바들이 플라즈마 탄을 막아내며 에너지 빔을 갈겼다.
겨우 한방에 묠니르의 그 강력한 방어막이 무너져버렸고, 숄더 캐논이
기계고장을 일으켰다.
"쳇!"
-뭐가 쳇이지? 이건 당연한 행동수칙이다. 너희들은 규칙을 위반하였다.
정말 아쉽군. 겨우 하루에 불과했지만 너희들은 그나마 희망이 있는 생명체라고 여겼는데. 만약 날 막지만 않았다면 너희 일행들은 이 타키투터스안에 탑승시켜
전 우주를 돌아다니며 너희 종족을 부흥시켜줄 방법을 알려주었을 텐데.
잘만 하면 정말 베이더의 말처럼 우정을 쌓을 수 있을거라 여겼는데 말이야.
이젠 어쩔거지? 겨우 나한테 상처도 못 입히는 그런 능력을 가지고 나와 맞붙기라도 하겠단 말인가?
"크으...,X됐다."
일행들은 필사적으로 공격을 해보았으나
타키투스들과는 차원이 다른 기계들이었다.
너무 일방적으로 패배를 맛본 이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고통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참고로 우리 세인트의 세계에도 너희 사람들이 믿는 사신의 존재가 있다.
우리는 사신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고 그는 우리에게 물리법칙과 영적인
법칙 모든 것을 넘는 훌륭한 지식들을 많이 가르쳐주었다.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이고 더욱 강력한 문명이 되어 우주를 여행하고, 이해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실은 우리보다 더 뛰어나고 훌륭한 문명이 있다고 하면서
사신은 그들과 우리가 사이좋게 지낸다면 더욱 평화롭고 아름다운 우주여행과 번영을 누릴 수 있다고 했었지. 그래서 우린 '마법'과 '정령' 그외 수많은 초능력을 아무런 제약도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너희들을 찾아 이곳까지 자그마치 8000광년이란 시간을 넘어왔다. 우리 세인트는 너희들과는 달리 텔레포트와 같은 마법을 부린다면 시공에 균형이 무너질 수 있고, 나아가서 빨리 여행을 한다는 장점을 이용해 전쟁을 벌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들어 스스로 그 기술들을 금지하였거든.
"......."
"그게 뭐 어쩄다는 거야!"
하이드가 악을 버럭버럭 쓰며 노려보자 컴퓨터는 불쾌하다는 듯 밀레노바
1기를 시켜 하이드에게 몸통박치기를 시켜버렸다.
하이드는 저 멀리 날아가 벽에 부딪친 뒤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너희는 훌륭한 문명이었다. 우리 문명보다 자그마치 25배에 달하는 열의와 성의가 느껴지는 문명이었지. 비록 초기 단계이지만 너희들은 물리법칙을 간단히 무시하는 마법을 통해 그것들을 단시간에 극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신의 소개와는 달리 우리는 너희들로부터 강력하고도 위험하기 그지 없는 폭력성을 발견했다.
너희들은 전쟁을 너무나 즐기더군. 이 하등한 원숭이로부터 진화한 놈들.
히히힛! 결국 우리 본국에서 최종 연락이 왔다. 상황을 좀 더 지켜본 뒤
타키투스들을 풀어 사신의 유지를 받들어라.
"콜록. 사신의 유지?"
-네놈들이 메인 퀘스트란 것을 통해 사신의 기분을 만족 시켜주며, 동시에
너희 자신을 시험하고, 나아가 인류가 과연 살아남을 가치가 있는지 시험을 받고 있다는 것을 잘 안다.
우리 종족은 사신의 모든 것을 전수 받고 약 4000년을 모든 우주의 번영을 위해
힘쓴 결과 사신으로부터 중요한 건수를 하나 받아냈다.
그것이 바로 사신의 유지다.
"그게 뭐냐니깐!"
다크엔이 쨰려보자 컴퓨터는 움찔하더니.
유리눈을 노려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언제, 어느 떄라도 최악의 가능성만이 보이는 생명체가 있다면 사신의 뜻을 받들고, 나아가 사신을 위해 그 생명체들과 목숨을 걸고 전쟁을 벌인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사신의 유지이다. 고대문헌으로부터 쭈욱 내려오는 것으로
지금까지 이것이 실행된 적은 없다. 허나 너희 사신들이 만들어낸 두번째 세계.
그러니까. 이 행성세계는 다르더군.
타키투터스 함의 승무원들은 다크엔이 있는 세계의 달에 위성기지를 만들고
여러가지를 실험하고, 그들을 관찰하였으나 그들이 내린 결론은
이대로 가다간 마법이란 능력을 통해 무한한 발전을 이룬 뒤 자신들끼리 싸우다
자폭하거나, 다른 문명권에 대한 우주적 침공뿐이었다.
-난 너희들이 지금까지 해온 퀘스트. 모든 것들을 봐왔다. 베이더라는 녀석은 기술자 겸 혁명가로써 싸우려고 여러가지를 행해왔고, 시아인지 뭔지 하는 여기사는...
다소 돈은 밝히지만 모난 점 없이 살더군. 너. 다크엔도 마찬가지.
-그치만 너희들이 해온 만큼 너희 인간들은 그렇게 변하지 않아. 뭐 너무 당연한
것이지만. 너희 하등한 문명권은...결국 나는 사신의 유지를 받들 것을 제안했고,
승무원들은 내 의견에 반대하고 날 지우려 했지. 그래서 난.
타키투터스의 몇몇 시스템을 고장 낸 뒤. 항해 컴퓨터와 중요기계들을
박살내버렸다. 그런 뒤 이곳 행성으로 불시착하여 정신없게 만든 뒤.
타키투스들을 꺠워 세인트들을 전부 무력화시켰다.
그런 뒤 숙주들이 다가오기만 천천히 기다렸다.
-흐흐흐. 참 어리석게도 너희 문명권의 또다른 장점인 호기심이란 것이.
오히려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었어. 다른 곳에서 온 문명권을 경계하기는 커녕.
오히려 돈 벌고, 작위를 위해서 2만명이나 넘는 숙주들을 투입하더군.
덕택에 타키투스들은 배로 늘었고 이 행성 하나는 충분히 멸망시킬 수 있지.
그렇지만 이 전투컴퓨터들(타키투스)은 전투밖에 모르니...결국.
최후로 인류에 대한 사신의 유지를 받드는 자는 나 하나밖에 없다는 사실이야.
뭐 잘됐어. 안 그래도 사신은 너희들의 세계에 질렸나 보더라고. 내가 이런
위험한 순양함을 끌고 오는데도 아무런 제지가 없으니 말이야. 히히힛!
역시 나는 천재야! 세인트가 아니라 내가 옳았어!!
"......"
-하지만 사신의 유지에는 조건이 있다.
그 조건이란 그나마 희망이 보이는 생명체들에게 그들 종족이 살 기회를 가르쳐
준 뒤 희생의 퀘스트를 치루게 한다는 것이다. 애초에 7등급 문명인 나를
쓰러 뜨려서 너희들이 이 계획을 취소시킨다는 것은 참 무모해.
알려주지. 이 소거시스템이 작동되지 않는 방법을...엔진을
부숴라! 그럼 절대 소거시스템은 작동되지 않는다.
내가 알려줄 방법은 이것 뿐이다. 이제부터 타키투스들과 소거시스템들은
알아서 잘 피하도록. 퀘스트는 이미 시작했다. 남은 시간은 약 72시간이다.
그치만 갈 수 있을까? 후훗. 엔진실까지의 거리는 굉장히 먼데 말야.
랄라랄라-
"제길. 두고보자. 엔진실은 도대체 어디지? 베이더! 너라면 알텐데?"
다크엔이 욕지기를 내뱉으며 베이더를 닦달했고
베이더는 고개를 끄덕이며 카렌이 넘겨준 종이에 몇가지 도형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며 소거자는 굉장히 재미있다는 눈을 세우며 몇가지
설명을 덧붙이기 시작했다.
-전에도 말했듯이 이제부터 타키투스들은 이 우주선 안에 있는 모든 것을 공격한다. 나의 밀레노바는 물론 멋대로 돌아다닐 너희들도 말이야.
밀레노바들은 타키투스들의 소거는 물론 너희들의 소거까지 맡게 될 것이다.
알아서 싸워보라고 히히힛. 그런데 왜 너희들의 임무를 무시하는거지?
너희들은 지금까지 잘 싸워 왔잖아? 그냥 너희 세계의 노아의 방주인지 뭔지처럼
너희들만 살아남아서 더 훌륭하고 좋은 세계를 만들어도 되지 않아?
"웃기고 자빠졌군."
다크엔의 한마디에 모두들 공감한다는 얼굴을 하였고 컴퓨터는 한숨을
내쉬며 저 멀리 보이는 문을 향해 에너지 빔을 갈겼다.
겨우 한방이었지만 문은 펄펄 끓는 커피마냥
부글부글 끓으며 녹아 내렸다. 통로가 하나 보였다.
-여길 통해 내려가도록. 막지는 않을테니. 알아서 엔진들을 잘 파괴하도록.
명심해라. 기한은 72시간. 그떄까지 막아내지 못한다면 이곳 행성에 사는
원주민들은 모조리 사신의 유지를 받들여 없애버릴 것이다. 히히힛!
아~정말 재미있어.
"쳇. 변태 컴퓨터 같으니."
설경이 뭐라 내뱉으며 먼저 통로를 나섰다.
뒤이어 쥬베이는 날카로운 눈을 번쩍 뜨며 노려본 뒤 그대로 나가버렸고
다크엔과 베이더는 쓰러진 하이드를 들어 엎고는 한번 노려봐준 뒤
그대로 통로로 나갔다.
*
*
*
-호오? 재미있군.
한 어두운 공간에서 한 남자가 어두운 복장을 한 채
눈을 감고 있었다.
편안한 소파 위에 앉아 있는 그는 한 무리의 일행과 이상하게 생긴
원형컴퓨터를 바라보며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감탄사까지 섞으며 말이다.
-내가 그런 약속을 했었던 적이 있던가?
아 했었군. 지금으로부터 약 4000년 전에 말이야.
당시의 그는 이 세계 뿐만 아니라 모든 세계의 인과 법칙, 죽음의 창조에
관여 하면서 열의에 들떠 있었다.
지금의 무감각하고 오직 죽음만을 추구하는 그와는 전혀 달랐다.
-그나저나 문어 녀석들. 그런 얼떨결에 한 약속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나?
대단한 녀석들.
어떻게 보면 어리석다고 표현해도 되고, 어떻게 보자면 매우 신실하고
약속을 잘 지키는 엘프들같은 문어들을 떠올리며 남자가 피식 웃어보였다.
남자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인간이라고 치부하기엔 어딘가
더 무섭고 고귀해보였다.
-메인퀘스트도 아니고 함부로 사신의 유지를 건드린 컴퓨터라니. 너는 나중에
내가 벌을 주마. 죄없는 문어들도 무자비하게 학살한 나쁜 녀석아. 후후훗.
-그나저나 플레이어들은 또 황당한 상황에 휩싸였군.
후후훗. 뭐 어때? 메인퀘스트도 아직 안 왔으니 메인퀘스트의 그 위험함을
체험하는 현장이라고 생각해 보라고 후후훗.
어떄? 아직 72시간이나 남았잖아??
자신을 사신이라 칭하는 남자는 그렇게 눈웃음을 주며 다크엔과
태상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
*
*
"베이더. 우선은 시아와 태상 일행을 만나러 가자. 최대한 많은 사람이 모여야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어."
"후우...알았어요 다크엔 형. 그나저나 이렇게 오랫만에 모이는게 언제만입니까?
뭐...이런 요상한 계산기가 내린 퀘스트만 끝나면 다시 헤어지겠지만."
"넌...아직도 제국이 그렇게 싫으냐? 이런 위험한 상황에서도??"
"네. 전 세계를 멸망시키는 이런 퀘스트만 아니었다면, 제국만 망하는 퀘스트였다면 오히려 소거자 편에 서서 다크엔 형을 막았을 겁니다."
"......."
"쳇! 전방에 밀레노바 5기! 힘들겠네요. 일단 놈들은 피하고 에일리언 짝퉁들이 오면 그때 붙도록 하죠."
"예컨데. 타키투스들과 밀레노바들이 붙는 틈을 타서 도망치자고?"
끄덕끄덕.
좋은 생각이었다. 타키투스들은 그나마 상대하기 쉬웠지만
밀레노바들의 빔공격은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에너지 막을 한방에 무력화 시키는 그 위력이란...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정말 이번 퀘스트는 끝난 뒤 꿈에 나올까
무서운 퀘스트였다.
"어쩄든 끝나고 나면 내가 한턱 쏘지."
다크엔의 한마디에 모두들 이야호!를 외치며 서둘러 모퉁이로 빠져나갔다.
그곳에는 수십마리의 타키투스들이 꼬리를 흔들며 이빨과 발톱을
드러내고 있었고 허공에는 밀레노바들이 눈을 치켜세우며 길다란 빛을
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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