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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검의 주인 - 세이리안 아카데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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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관 밖은 시끄러웠다. 많은 사람들이 북적대며 돌아다니고 있었고 그 가운데에도 상인들은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며 장사를 하고 있었다. 대부분 액세서리들을 구경하고 있는 여자들이 있는가 하면, 액세서리들을 보고 좋아하는 애인, 또는 여자친구를 위해 돈을 소비하는 얼굴이 울상이 되어 있는 남자들도 있었다. 나는 한가롭게  튀긴 닭다리를 뜯으며 시내를 구경하고 있었다. 구경하며 놀란 것이 하나 있다면 이 판타지 세계에도 과학이 조금 발전해 있단 것이었다. 물론, 전 세계보다는 훨씬 뒤떨어진 수준이기는 하지만. 시장의 한 구석에는 리틀 파이터(Little Fighter)라고 씌어진 깃발을 땅바닥에 꽂아놓고 원 모양의 선이 그어진 공간 안에서 싸우고 있는 검사들과 원 밖에서 환호성을 지르며 돈을 걸고 있는 사람들 있었다. 한 떡대가 검을 들고 자신의 상대를 죽어라 공격하고 공격받는 사람은 원 밖으로 밀려나가 탈락되고 또 다른 도전자가 떡대에게 덤비는 걸 봐서 이기는 사람은 계속 하고 계속 도전자들이 도전을 하는 형식의 경기였다. 그 게임에 흥미가 생긴 나는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내가 원 밖에서 구경을 하고 있자 한 노인이 내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자네도 저 라그에게 도전할 텐가?"

저 떡대 이름이 라그인가보지? 나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했다. 나는 귀찮아서 노인이 빨리 다른 곳으로 가기를 바랬지만 노인은 나에게 종이를 한 장 내밀며 말했다.

"이 종이에 자네 이름을 적게나 그리고 참가비 5 루크를 내게."

나는 군말 없이 종이에 내 이름을 적고 금화 다섯 개를 종이 위에 얹어 주었다. 노인은 심판석으로 가더니 음성증폭마법이 걸린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새로운 도전자가 나왔습니다. 케린카이지스군 올라와 주십시오."

벌써 더 떡대가 도전자를 해치웠나? 빨리도 했군. 나는 서 있던 원 밖에서 원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내가 올라가자 갑자기 사람들의 야유가 쏟아져 나왔다.

"꼬마야. 집에 가서 엄마 젖이나 더 빨고 와라!"

"여기는 꼬마놀이터가 아니야!"

사람들이 야유를 퍼붓자 내 앞에 있던 라그가 웃으며 내 짜증을 더욱 돋구었다.

"크큭.. 꼬마야 저 아저씨들 말대로 집에 가서 젖이나 더 오렴."

나는 아무 말 없이 목검을 앞으로 내밀었다. 내가 목검을 내밀자 라그는 황당한 얼굴을 지었다. 라그는 내가 자신에게 덤비는 것이 가상하게 보였는지 먼저 첫 타를 양보했다. 나는 라그의 앞으로 달려나가며 목검에 내 마나를 주입했다. 곧 우윳빛 날이 생성되었지만 내가 평소보다 마나를 약하게 주입했기 때문인지 색깔이 불투명하게 나왔다. 나는 라그의 앞에 도착하자 수직 베기를 했다. 라그는 건성으로 한쪽 팔로만 검을 들어 막았지만 내 목검에는 검기를 씌우고 있었으므로 라그의 검이 잘라졌다. 나는 검을 라그의 머리 앞에서 멈춰 세워 라그의 머리가 둘로 쪼개지는 것을 막았다. 갑작스레 라그의 검이 잘라진 것에 모든 관중들은 조용해졌고, 라그는 갑자기 긴장이 풀어져서인지 기절해 버렸다. 나는 기절한 라그의 면상을 똑바로 대고 비웃어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싱거운 녀석."

심판 할아버지가 먼저 정신을 차리고 마이크로 소식을 전해주었다.

"케린카이지스 선수 승리. 라그의 50루크는 케린카이지스 선수에게 돌아가겠습니다."

"와아∼"

관중들은 심판의 마이크 소리에 정신이 들었는지 갑자기 환호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더 이상 도전자가 없기에 내가 딴 50루크를 챙기고 밖으로 나왔다. 한참 시내구경을 즐기다가 배가 고프기에 근처 식당에 들러 간단한 빵과 우유를 주문한 뒤 주머니에 넣고있던 금화들을 짤랑이며 눈을 감았다. 곧 잘라져 있는 빵과 우유 한 컵이 나오자 빵을 들어 한 입 베어먹고는 우유를 한 모금 들이키며 투명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밖을 구경했다. 밖은 소란스러웠는데 사람들이 동그란 원을 그리면서 둘러싸여 무슨 일인지 보이지가 않았다. 나는 별 일 아니겠지 하는 생각으로 천천히 식사를 계속했다. 식사비로 금화 한 개를 주인에게 던져주고는 밖으로 나왔을 때, 그때도 사람들은 해체하지 않고 계속 뭔가를 구경하고 있었다. 궁금해진 나는 사람들을 헤치고 구경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 플라이 마법으로 떠올라 무슨 일인지 구경을 했다. 많은 깡패들. 대략 스무 명쯤 되어 보이는 깡패들과 금발의 여자마법사, 붉은 머리의 여자검사, 그리고 금발의 얼굴에 주근깨가 끼어있는 여자를 보호하며 싸우고 있는 갈색머리의 기사. 나는 그들을 하나하나 훑어보며 가슴이 콩닥 콩닥거려야 했다. 나는 플라이 마법을 유지사면서 사람들을 위로 날아가 그들 앞에 내려섰다. 내가 갑작스레 나타나서인지 관중들과 갈색머리의 기사는 당황해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내려서서 하나한 훑어봤을 때, 붉은 머리의 여자검사 리나는 체력이 딸리는지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고 금발의 여자마법사 유리아는 마나를 모두 소진했는지 거의 탈진증세를 보이고 있었다. 내가 리나와 유리아에게 힐링을 걸어주자 리나는 체력이 회복됐는지 나에게 투정 왜 이렇게 늦게 왔냐고 투정을 부렸고, 유리아는 탈진증세에서 벗어나 한쪽 시원한 자리를 찾아 앉았다. 갑자기 방금 전까지만 죽기 살기로 싸우던 이들이 전투태세를 벗어 던지자 금발의 기사가 궁금하다는 투로 이나에게 물었다.

"저 남자 누구야? 그리고 갑자기 다들 왜 저래?"

"저 남자 이름은 케린카이지스라고 우리 일행인데 케린이라고 부르면 돼, 케린이 전부 다 알아서 해줄 건데 우리가 뭐하러 힘을 빼?"

이나가 시원하게 대답을 해 줬지만 기사는 내가 그리 못미더웠는지 이나와 리나를 뒤로 한 채, 내가 깡패들과 대치하고 있는 곳으로 걸어왔다. 나는 기사가 오면 내가 하는 싸움에 방해가 되므로 돌아가라고 했지만 하는 대답이…

"헤헷 나도 좀 껴주라고∼"

란다.. 나는 녀석의 어이없는 말투에 피식 웃어주고는 목검을 들고 깡패들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 내가 혼자서 자기들에게 달려오자 깡패들은 내가 우습게 보였는지 건성으로 방어를 했지만 나는 그런 그들을 무참히 목검으로 패주고 다시 달려가기 시작했다. 내가 녀석들 몇 명을 쓰러뜨리고 달려오자 녀석들은 긴장을 한 채 검을 들고 방어를 하기 시작했지만 지들이 방어를 하면 어찔껴? 나는 달리던 것을 멈추고 녀석들을 지켜보았다. 자기들은 방어를 한다고 했지만 모두 빈틈 투성이다. 나는 다시 달려가며 녀석들의 빈틈을 하나하나 찾아서 목검으로 한 대씩 패드렸다. 어쩌다가 가끔 방어를 하는 녀석들이 있었다. 그 녀석들은 내 공격을 방어한 상으로 더 패주었다. 내가 제대로 상대한 녀석들은 모두 길거리에 널브러져  있었지만 건성으로 패준 처음 놈들이 일어나서 내게 뛰어오는 중이었다. 한 녀석이 점프해서 내게 도약력을 이용한 수직 베기를 시도했지만 나는 그런 녀석의 검을 날려버리고는 점프해서 발로 녀석의 복부를 걷어찼다.-보통 사람이라면 손이 떨려서 충격을 받았겠지만 나는 손에 굳은살이 배겨서 그다지 충격을 받지 않는다- 뒤를 이어 많은 녀석들이 덤비긴 했지만 아까 갈색머리의 녀석이 내 옆으로 다가와서 내가 처리하다가 실수한 녀석들을 대신 처리해 주었다. 완전 '먹자'가 따로 없었다. 녀석들을 모두 처리한 나는 여자들이 쉬고 있는 음지에 가서 여자들을 데리고 여관으로 향했다. 물론, 갈색머리의 기사녀석도 도와주었기에 같이 여관으로 향했다.



"우걱우걱 내 이름은‥ 냠냠‥ 가리웨드 엘리샤크‥ 꿀꺽 야."

참 황당하다. 실제로 도와준 건 쥐뿔도 없으면서 자기도 도와줬다고 당당하게 저 닭다리를 뜯고 있는 모습을 보라! 얼마나 얼굴에 깐 철판이 두껍기에 내 이런 시선을 꿋꿋이 받아내며 혼자서 벌써 닭다리만 7개째다. 황당하기도 하지만 또 어떻게 보면 재미있는 녀석이다. 이런 녀석이라면 친구해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나는 손을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나는 케린카이지스라 한다. 헤어질 것이라도 잘 부탁한다."

하지만 녀석은 내가 손을 뻗고 있던 말던 가만히 보고있는게 아닌가! 사람 무안하게 가만히 보고있는 건 뭐냐? 하지만 녀석의 생각은 달랐다. 내가 쓴웃음을 지으며 손을 도로 가져가자 녀석은 주먹을 쥐어 내 앞으로 뻗었다. 나는 그제야 이해가 가서 나 또한 주먹을 쥐어 녀석의 주먹에 맞부딪쳤다. 녀석도 한번 주먹을 부딪쳤고, 우리는 서로 손을 악수하듯이 맞잡으며 검지를 서로를 향해 뻗었다. 나는 왠지 마음에 맞는 친구를 사귄 것 같아 매우 기분이 좋아졌다.

"크핫핫핫"

"크하하핫"

내가 먼저 웃자 녀석도 나를 따라 웃었다. 주변 사람들은 우리를 정신병자 보는 듯한 눈길로 쳐다보고, 리나와 이나는 밥먹는데 밥맛 떨어진다는 듯한 눈초리로 쳐다봤지만, 나는 그런 것 신경쓸 새가 없었다.

"내 애칭은 케린이야. 너도 케린이라고 불러."

"좋아, 나도 애칭은 있지. 내 친구들은 나를 보고 가드라고 불러 너도 그렇게 불러."

가드. 이 녀석 자세히 보면 얼굴 꽤나 잘생겼다. 미남형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보면 호감이 가는 얼굴이다. 말을 들어보니 자기는 18세라고 한다. 자기는 수도에 있는 세이리안 아카데미에 다닌다고 한다. 세이리안 아카데미가 이 나라의 대표라나? 각 나라에 아카데미가 하나씩 있는데 이 이레스 제국에 있는 아카데미가 바로 세이리안 아카데미이다. 내가 왜 하필 이름이 '세이리안' 이냐고 묻자 세이리안 이벨로크라는 사람이 아카데미를 세운 초대 교장이란다. 내가 세이리안에 대해서 묻자 녀석은 이렇게 말했다.

"세이리안 아카데미에는 우선 모든 클래스, 그러니까 마법과 검술을 가르쳐. 하지만 동아리가 각각 있는데 마법부와 검법부로 나뉘지. 아카데미에는 총 3개 학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거의 능력제라고 보면 돼. 학기 중간마다 진급시험을 치러서 통과된 학생만 진급이 되지. 탈락된 학생들은 통과할 때까지 진급을 못해. 진급시험 전에는 아카데미에서 무투회를 열지. 무투회는 마법부와 검법부에서 우승한 학생끼리 대결을 해서이긴 사람에게는 상금이 수여돼 자그마치 100루크나 준다니까. 아참! 해마다 이레스 제국에서 무투회를 여는데 아카데미에서 무투회가 열리는 것은 이 때문이지. 아카데미에서 결승전까지 올라온 마법부와 검법부 학생. 총 4명은 무투회에 참가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돼. 왕국 무투회에서 16강 안에만 진출하면 진급시험을 치르지 않아도 학년이 올라가. 마지막으로 3학년의 수료과정을 거친 마법사나 검사는 각각 왕궁 마법사나 기사로 뽑혀가. 이 정도야."

흠.. 우리는 세이리안 아카데미로 가야겠군. 애초에 수도로 목적지를 잡은 것은 이나 때문이니, 가드 녀석은 검법부 1학년이라니까 같이 지내도 괜찮겠군. 좋았어!
가드 녀석은 아카데미에서 땡땡이를 쳐서 몰래 아카데미를 나온 것이라 빨리 가봐야 한다며 우리와 식사 후, 바로 출발했다. 녀석은 갈 때 아쉬워 하긴 했으나 나는 그렇지 않았다. 나도 내일이면 그 아카데미에 들어갈 건데 뭐. 점심을 먹은 후, 우리는 이번에는 따로따로 흩어지지 않고 모여서 쇼핑을 시작했다. 우선적으로 나와 리나는 이 판타지 세계의 옷이 없었으므로 지금 나와 리나가 입고있는 옷은 하나뿐이었다. 그동안 빨래를 하지 않았기에 냄새까지 났다. 옷가게에 들른 우리는 옷을 고르기 시작했다. 나는 반팔 소매의 하얀 면T, 체크무늬의 남방 몇 벌과 검정 색의 긴 바지를 몇 벌 샀다. 보통 평민들이 입는 옷은 저쪽 세계의 패션과 비슷했다. 귀족들이 왕궁에서나 입는 옷을 보자 완전 쫄 바지 쫄 티가 없었다. 그나마 다른 옷 장식 같은 조끼를 걸쳐놓으니 조금이라도 나았지만 나갔으면 저런 옷 절대 안 입는다. 이것저것들을 사자 날이 어두워져갔다. 유리아와 자칼이 먼저 여관으로 간다기에 나도 같이 가고 싶었지만, 리나는 결코 날 놓아주지 않았다. 다른 거 살 것이 남았다나? 자칼과 유리아를 먼저 보낸 후, 나와 리나는 구석에 있는 잡화점에 들어갔다. 리나왈.

"주인님은 너무 강해요. 이런 대도시에는 고위 마법사나 소드마스터들이 많이 있다고요. 고로 주인님 마나를 좀 봉인해야해요. 제가 알기로는 봉마석(封魔石) 즉 마력을 봉인하는 돌을 이용할 수 있어요. 그러므로 지금 봉마석을 구해서 주인님 마나를 좀 봉인해야해요."

어이가 없었다. 내 마나를 봉인해야한다니.. 나는 어렵게 모은 - 일주일쯤? - 마나를 그리 쉽게 봉인하기는 싫기에 반박을 해보았으나 씨도 안 먹히는 소리였다.

"내 마나를 봉인시키면 위급한 상황에는 어떻하라고?"

"주인님은 검술이 있잖아요. 그리고 봉마석은 위급할 때 봉마석을 깨뜨리면 주인님의 마나는 도로 주인님의 몸으로 돌아와요. 고로 봉마석은 항시 가지고 있어야 해요."

쳇.. 나는 어쩔 수 없이 근처 잡화점에 가서 봉마석을 찾았다. 잡화점에 들어가자 기분 나쁜 인상의 삐쩍마른 노인네가 나왔는데 내가 봉마석 있냐고 물으니까 귀를 파면서 안 들리는 척 하더니 리나가 묻자 바로 대답하는 것이었다.

"봉마석이라.. 그것이 오래 전 거라서 요즘엔 얼마 없어... 거의 골동품 비슷하게 생각하면 되지. 다행히 우리 가게에는 봉마석이 좀 있으니 기다려 보구려.."

노인네는 이 말을 끝으로 창고로 보이는 거미줄이 쳐진 문짝을 열고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 노인이 발을 걸을 때마다 먼지는 풀풀 날리고 나무 밑짝이 삐그덕 거리는 소리가 나를 매우 기분 나쁘게 만들었다. 하지만 리나가 무섭다며 나한테 달라붙자 그 기분 나쁜 감정은 행복한 감정으로 바뀌어갔다. 노인이 들어간 곳에서 무언가를 찾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는데 곧 노인이 나왔을 때는 팔에는 검정 색의 돌 한웅큼이 들려 있었다. 노인은 봉마석을 모조리 나에게 넘기더니 가격을 제시했다.

"18루크 9로젠."

"에엑? 왜 그렇게 비싸요? 좀 깎아줘요!"

"내가 아까 골동품 비슷하게 취급한다 했지 않는가. 골동품치고는 싼 걸세."

아까 골동품 취급한다할때부터 다른데 알아봐야 했어.. 제기랄! 아, 리나가 깎아달라고 하면 깎아주려나? 하는 생각에 리나에게 니가한번 해봐 라는 눈길을 주었고, 내 눈길을 받은 리나는 바로 작업에 착수했다.

"할아버지 좀 깎아주시면 안되나요?"

그 말에 조금 생각하는 척 하는 할아버지. 진짜 기분 나쁘다. 내가 말할 땐 철저히 씹거나 대강대강 하면서 리나가 말하면 지나치게 친절이다. 이윽고 그 노인네의 입에서 말이 떨어졌다.

"음.. 그리 부탁하니.. 그리 많이는 못 깎아 주고 13 루크만 내게"

…… 내가 이럴 줄 알았어. 그리고 뭐? 그리 많이는 못깎아줘? 많이 안깎은게 거의 6루크나 깎아주셨어? 나는 그 짜증나는 할아버지를 뒤로 한 채, 리나와 팔짱을 끼고 여관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내참, 문 밖을 나설 때 그 할아버지 왈,

"다음에 또 오게."

미친. 내가 거기 또 가느니 차라리 드래곤과 맞짱을 뜨겠다. 대충 오면서 근처 가계 시계를 보니 10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우리는 근처 벤치에 앉아 봉마석을 늘어놓은 채, 내 마나를 봉마석에 주입하기 시작했다. 봉마석은 총 3개였는데 하나가 내 발바닥 크기만 했다. 차례로 봉마석에 내 마나를 주입하자 처음 내가 가지고 있던 마나의 절반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나는 지금 내 클래스가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6 클래스의 파이어 블라스트를 시전해 보았다. 하지만 결과는 영 아니올시다 였다. 한 단계 낮추어 5 클래스의 플레어를 시전하자, 파이어 볼보다 몇 배는 더 큰 불의 구가 내 손에 둥둥 떠서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나는 허탈한 한숨을 내쉬며 플레어를 흩어버렸다. 9 클래스의 대마법사께서 졸지에 5 클래스의 마법사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이번에는 목검을 빼내어 내 마나를 주입시켜 보았다. 일단은 검기가 형성은 되었다. 하지만 검기의 크기도 원래 내 검기의 크기보다 훨씬 작았고, 검기를 내 마음대로 조종할 수가 없었다. 검 쪽에서도 그랜드 소드마스터께서 졸지에 소드 익스퍼트(검기를 사용하나 자유자재로 사용하지 못하는 실력)로 전락해 버렸다. 겨우 내 발바닥 만한 봉마석 3개가 내 마나를 절반 정도나 봉인시켜버릴 줄은 몰랐다. 리나의 말을 들어보니 위급할 때는 봉마석을 깨버리면 마나는 내 몸속으로 다시 돌아온단다. 그래서 봉마석을 항상 내 몸에 가지고 있으란다. 하지만 지금 내 실력으로도 충분히 강한 상태니 봉마석을 깨버릴 필요가 거의 없을 거란다. 나는 봉마석에 내 마나를 다 주입시켰으므로 여관으로 가고 싶어서 의자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리나가 내 손을 잡더니 다시 나를 의자에 앉혔다. 나는 의아한 얼굴로 리나에게 물었다.

"왜 그래?"

"헤에. 주인님 아까 아침에 제 소원 하나 들어주신다고 하셨죠?"

허억!! 기억력도 좋은 계집. 설마 때리진 않겠지? 그럼, 도대체 뭘 하려고…? 분명히 쉬운 것은 아닐 것 같은데.. 내가 내게 떨어질 리나의 말을 상상하며 고민하고 있을 때, 리나의 목소리가 내 귓가에서 맴돌았다.

"제 소원은 간단해요. 일단 눈을 감아 주시고, 제가 뭘 하든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는 다는 거예요. 아셨죠?"

으음.. 도대체 뭘 하려고 눈까지 감으라 해? 싫다고 하면... 화내겠지? 쳇, 소원 하나 들어주기로 했으니까. 나는 이리 저리 생각 끝에 승낙을 했다.

"쳇, 소원 들어주기로 했으니까. 약속은 약속이지. 맘대로 해."

나는 리나가 하란 대로 눈을 감았다. 한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에 뭐하나..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그때였다. 내 꾹 다문 입술에 뭔가 따듯한 것이 포개어졌다. 순간 내 머릿속이 백짓장처럼 하얗게 아무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내 꾹 다문 입술 사이로 뭔가가 들어왔다. 나는 그제야 정신이 파딱들어 리나에게서 급히 떨어지려고 했지만 리나는 내가 이런 반응을 보일 줄 예상했다는 듯이 내 몸을 팔로 감싸서 깍지까지 껴놓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강제로 힘을 써서 리나와 떨어지려고 했지만 그때 내 머릿속에 뭔가가 떠올랐다. 그 뭔가란.. '제가 뭘 하든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는 다는 것' 이라는 리나의 조건이었다. 분명히 내가 강제로 떨어지면 리나는 나를 약속도 안 지키는 거짓말쟁이로 볼 것이 분명했다. 그러면 나는 그런 상태의 리나를 달래야 하고... 그런 건 정말 싫다. 또 결정적으로 내가 리나와의 키스를 거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눈앞에 이런 미인이 적극적으로 나오는데.. 내가 살아서 리나 같은 미녀와 키스를 얼마나 할 것인가? 나는 결코 좋으면 좋았지 싫을 것은 없다. 쩝 내 First이기는 하지만.. 생각이 정리된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내 입술 사이로 들어와 있는 리나의 혀가 내 치아를 휘젓고 다녔다. 처음에는 리나의 혀를 내 혀로 밀어내려고도 시도했었지만, 순간적인 리나의 괴력(?) 때문에 서로의 혀가 엉켜버렸던 것이다. 위험수위, 즉 숨이 차자 리나는 드디어 내 입술에서 그녀의 입술을 떼어냈다. 아.. 그런데 이 아쉬움은 또 뭐지? 내가 눈을 뜨자 보이는 건 싱글벙글 웃고있는 리나의 얼굴이었다. 내 시선은 리나의 붉은 입술로 갔는데, 그 입술을 보면 아까의 그 상황이 내 머릿속에 그려졌다. 리나는 웃으며 내 얼굴을 바라보고 있고, 나는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숙이고 있고.. 이런 분위기를 이기지 못한 나는 결국 먼저 여관 쪽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었다.

"머, 먼저 간다."

"앗! 주인님, 같이 가요!!"



나와 리나가 여관에 도착했을 때, 여관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잠시 어딘가 갔나보지 하는 생각으로 여관 아래층에 있는 식당으로 내려갔다. 식당에 내려갔을 때, 나와 리나는 치사하게 자기들끼리 식사를 하고있는 이나, 자칼, 유리아를 볼 수 있었다. 그것도 자칼과 유리아는 분위기를 팍팍 내면서 식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자칼과 유리아를 이나는 눈꼴시어 밥을 못 먹겠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나와 리나는 비어있는 의자를 빼서 앉은 후, 간단한 고기를 주문시킨 후, 요리가 나올 때까지 잠자코 기다렸다. 아무도 말을 하지 않고 열심히 식사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말을 내뱉은 건 나였다.

"나는 수도에 있는 '세이리안 아카데미'란 곳에 편입을 할 예정이야. 거기서 까지 서로 존대하고 있을 필요는 없으니까 먼저 말 놓도록 하는 게 어떨까?"

"좋은 생각이네요."

유리아가 동의 한 다음 아무도 일절 말이 없자 나는 동의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그럼 모두 동의한 거지? 우린 내일 수도에 가서 세이리안 아카데미에 편입을 할거니깐 그렇게 알고 있으라고."

그 말을 끝으로 모두가 식사를 시작했다. 곧 내가 시킨 고기가 나오자 나와 리나는 같이 그 고기를 뜯었다. 식사가 끝나자 모두가 자러 여관방으로 올라가려고 했지만, 자칼혼자 앉아서 나를 불러 세웠다. 이유를 묻자 같이 술이나 한잔하자고 했다. 나는 호기심도 발동하고 저쪽 세계에서도 술을 먹어본 적이 없었기에 흔쾌히 승낙을 했다. 자칼이 술 몇 병과 안주를 주문하고 내가 의자에 다시 앉자 다른 여자들도 도로 의자에 앉았다. 금방 안주와 술이 나오자 자칼이 자신의 술병과 내 술병에 술을 가득 담았다. 여자들은 술을 먹지 않고 자칼이 시킨 안주만 먹을 뿐이었다. 자칼은 술 한잔을 원샷하고 또 채워 원샷 한다. 나도 질수없다는술 한잔을 들이키자 좀 독한 기운이 올라와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이다. 술이 이렇게 독한데 아저씨들이나 저놈은 왜 저리 술을 잘 먹을까? 저 놈은 아예 술병 채로 들고 입에다 퍼 마시는 중이다. 나는 내 주량이 궁금해졌다. 저놈은 병째로 들고 마셔도 별 탈이 없는데 나는 얼마나 될까? 나는 호기심이 생기자 술을 한잔 더 들이켜 마셨다. 음.. 정신이 좀 몽롱해 지는 것 같다. 아직 정신을 잃지는 않았으니, 내 주량은 두잔 이상이다. -작은 잔으로- 흠.. 속이 뜨겁군. 저 놈은 속이 뜨겁거나 그런 건 없나보다. 아주 술꾼이다. 나는 괴로움을 참으며 한 잔 더 들이켰다. 아.. 왜 천장이 돌지?

"야! 케린, 정신차려."

저놈은 내 뺨을 왜 때려? 확 싸대기를 무한대로 갈겨줄까보다. 내 정신이 좀 헤롱헤롱해 진 것 같다.

"헤헤, 얌마, 괜차노."

"이놈, 혀까지 꼬였네."

정확한 것은 그 세잔 이후로 내 기억이 끊겼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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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그나마 컴퓨터가 좀 되는 군요.. 어제같은 경우는 인터넷 익스플로러 창 하나도 못 띄었답니다.ㅜㅜ 들어가기만 하면 다운먹어서리..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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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사랑님의 댓글

여신사랑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거 딈워커에서 봤는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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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가족】님의 댓글

여신【가족】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무래도 여기는 연참을 못하니까 드림워커가 더 빠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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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라이트님의 댓글

문라이트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헤 ㅡㅡ ㅋ 재밋네요. 다음편도 기대 ㅎ0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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