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검의 주인 - 베가스 마을에서 생긴 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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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베가스 마을에서 생긴 일 (3)
나는 이나에게 자초지종을 듣고 원통해 했다. 내가 조금만 더 빨리 끝내고 왔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내가 늦어서 이렇게 된 것이다. 내가 늦어서.. 나 때문에.. 도대체 리나는 일어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가슴 한쪽 구석이 아려온다. 그리고 너무도 답답한 이 느낌.. 도대체 뭘까? 도대체 뭐가 나를 이렇게 괴롭히고 있는 걸까? 죄책감?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죄책감 따위는 절대 아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뭘까? 나를 답답하게 하고 점점 죄여오는 이 간절한 느낌..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아참!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나는 리나에게 치료를 해준다는 것을 깜빡 잊었다. 그것도 잊고 혼자서 궁시렁 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빌어먹을!! 나는 내 손을 펴서 리나의 얼굴 쪽으로 가져갔다.
"리커버리.."
내 손에서 새하얀 빛이 뿜어져 나왔다. 빛이 리나의 온 몸을 감쌌다. 리나의 얼굴에 점점 생기가 돌아오는 것이 보였다. 난 그제야 안심을 할 수 있었다. 고개를 돌리니 이나가 걱정 반, 호기심 반의 표정으로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게 마법이라는 거야?"
"응. 마법 한번도 못 봤어?"
내가 별 일 아니라는 투로 대답하자 이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을 표했다.
"응.. 이 마을에는 마법사 같은 사람 안 와. 한번도 마법 본적 없어. 그나저나 방금 쓴 마법은 뭐야?"
"리커버리라고 치료계열 마법의 한 종류야."
"그거면 언니 일어날 수 있는 거야?"
"물론, 좀 기다리면 일어나겠지."
그제야 이나의 얼굴에서 걱정하는 기색이 사라졌다. 리나의 얼굴에 생기가 완전히 돌았다. 리나의 몸 상태를 확인해보자 다친 곳은 모두 치료됐고 지금은 피로 때문에 잠이 들어 있었다. 밖이 웅성웅성 거리며 시끄러워졌다. 그 중에서 지크 아저씨가 집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몬스터들의 습격에서 다쳤는지 팔과 얼굴이 피로 젖어있었다. 팔은 베인 상처가 그대로 보였다. 조금만 더 파였으면 뼈까지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저씨가 내 앞으로 오더니 나에게 물으셨다.
"리나양은 괜찮나?"
"예. 잠이 든 것뿐입니다."
"그것 참 다행이군. 자네. 촌장 님께서 찾으시네. 함께 가지."
"아아. 아저씨 잠깐만요."
내가 막 나가려는 아저씨를 불러 세우자 아저씨는 나를 돌아봤다.
"리커버리∼"
내 손에서 새하얀 빛이 뿜어져 나와서 지크 아저씨의 팔을 감쌌다. 상처가 금세 아물기 시작하더니 상처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완쾌가 되었다. 아저씨는 신기한지 팔을 들어 보더니 이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으셨다.
"이거 뭔가?"
"마법입니다. 촌장 님이 부르셨다했죠? 빨리 가자고요."
나는 아저씨가 물어보기 전에 딱 잘라서 말을 끊었다. 다행히도 아저씨는 꼬치꼬치 묻지 않고 길을 안내해 주셨다. 나는 이나에게 리나를 부탁하고 아저씨를 따라 나섰다.
밖은 난장판이었다. 지크 아저씨의 집은 별거 아니었다. 다른 집들은 거의 다 부셔져 멀쩡한 곳이 없었다. 나와 아저씨는 인파를 헤치며 촌장 할아버지의 통나무집으로 향했다. 촌장 님의 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나마 탁자는 그대로 있어서 탁자에 앉아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참 대단한 젊은이구먼.. 그 많은 몬스터들을 사그리 쓸어버리다니.."
속으론 좋았지만 겸손이라는 것이 있기에 나는 괜스레 빼며 대답했다.
"별거 아니에요. 몬스터들이 다 무식해서 그런걸요."
"허허.. 우리는 그간 무식한 놈들에게 당한 건가? 허헛.. 장난이네. 그게 별거가 아니라니.. 그럼 큰일이 어디 있겠는가?"
할아버지는 내가 당황해 하는 표정을 한참 즐기시더니 이내 장난이야∼ 라고 말하며 나를 짜증나게 만들었다. 역시 싸이코 할아범이라니까..
내가 속으로 궁시렁을 대던 말던 촌장은 여의치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도 고맙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네.. 자네 덕에 이번 블러드 문은 무사히 지나갔어.."
고마운걸 아는 노인이군.. 그런데 단지 고맙다고 부른 건 아닐 테고..
"이 노인네의 부탁을 좀 들어주겠는가?"
역시.. 교활한 할아범이야.. 하지만 어쩌겠나.. 이 마음씨 착한 내가 노인공경을 하지 않을 수 없지..
"먼데요?"
"오리온 나무좀 숲에서 많이 베어다 주게.. 보다시피 집들이 몽땅 부셔져서 말이야.. 마을 사람들의 집들이.."
뭐 간단한 일이구먼.. 꼭 내가 할 필요까진 없지.. 나는 바람의 상급 정령과 빛의 정령을 불러냈다.
"실라이론, 윌 오 위프스 나와."
내 말이 끝나자 성숙한 아가씨의 모습을 하고 있는 실라이론과 귀여운 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는 윌 오 위프스가 내 앞에 소환되어 나타났다. 나는 오리온 나무의 파편을 주워서 정령 앞으로 가져갔다.
"숲에 가서 이렇게 생긴 나무 많이 베어와 마을사람들이 집을 지을 수 있을 만큼."
정령들은 내 명령을 받고 숲 쪽으로 날아갔다. 내가 하는 것을 보고 있던 촌장은 한마디했다.
"마법에, 검술에 이제는 정령까지 부리는 사람이라니.. 참 다양한 재능을 가졌군."
뭐 좀 알군.. 괜히 촌장 소리 듣는 거 아내였어..
"정령들이 나무를 이 곳에다가 베어 올 겁니다. 쓸 만치 베고 나면 제가 돌아가라고 했다고 말해 주세요."
촌장이 고개를 끄덕여주자 나는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바로 리나가 있는 집으로 달려갔다. 이나는 어디 갔는지 없고 리나만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이것을 콱! 부탁한다니 깐 도망가? 나중에 죽었어!!.. 하∼암.. 졸리 군.. 나는 리나가 누워있는 침대가 꽤 넓어 내가 누울 만큼 자리가 되자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참 별일도 다 있다. 몬스터들이 떼로 덤벼들다니 말야..
뭔가 내 허리에 뭔가가 감긴 듯 한 느낌이 나를 깨웠다. 정말 짜증나군! 피곤해 죽겠는데 말이야.. 하지만 벌써 잠은 깨버렸고 그렇다고 다시 자기도 싫었다. 눈을 뜨고 내 팔에 감긴 물체를 확인했을 때 그 물체는 리나의 팔 이였다. 거참.. 나를 수면용 봉제인형으로 아나.. 툭하면 껴안고 말이야.. 뭐 그래도 느낌은 좋지만.. 크큭..
"아으∼"
나는 두 팔을 화려한 동작으로 쫙 펴며 기지개를 폈다. 내 허리에 감겨있는 리나의 팔을 풀고는 일어나자 허리에 통증이 왔다. 어제 너무 무리를 했나? 이거 참.. 허리는 남자의 생명이라고 그러던데..
뚜두둑.
끄아∼ 허리를 반바퀴씩 좌, 우로 돌려주자 허리에서 뼈소리가 났다. 크윽.. 이러다가 허리디스크 걸리는 건 아닌지.. 내가 내 허리의 통증을 참고 있을 무렵 리나가 내 뼈소리에 깼는지 - 얼마나 컸으면.. - 두리번거리며 나를 찾았다.
"하아아.. 주인님. 깼나요?"
"…!?"
갑자기 리나의 입에서 튀어나온 존댓말.. 그리고 '주인님'이라는 말은 나를 멍청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설마 리나가 머리를 다쳤나? 내 생각은 내 입을 통해 그대로 나왔다.
"에.. 리나? 혹시.. 어제 머리를 다치지 않았니?"
"……."
"아니면.. 어제 혹시 깜짝 놀랄만한 일이 있었나?"
"… 바보주인님."
커억!! 바보라니!! 이래봬도 2등을 달렸던 몸이라고!! 내가 속으로 궁시렁 대든지 말든지 리나는 자신의 말을 이어나갔다.
"하긴.. 놀랄 만도 하겠지요? 설명해 드릴게요. 이리 앉아봐요."
나는 묵묵히 리나의 말대로 침대에 앉았다. 내 옆에 앉아있는 리나의 입에서 말이 흘러나왔다.
"흠.. 저는 에고소드지요. 하지만 저는 에고소드이기 전에 사랑을 받고싶었던 인간 소녀였답니다. 당시 저는 한 인간 남자를 사랑했었어요. 그 남자도 저를 사랑해 주었죠.. 그렇게.. 결혼식을 올리고 첫날밤이 되었죠. "
두근.. 두근.. 밀려오는 흥분감. 떨려오는 긴장감. 누구나 첫날 밤 서로를 맞대고 있으면 이런 느낌을 받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침대 위에서 서로를 마주보고 있었다. 밖은 너무도 고요했다. 지금 내 귀에는 서로의 숨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나는 어려서부터 부모님을 일찍 여의었다. 혼자 어렵게 살아가면서 주위 친구들에게 '부모도 없는 호로 자식'.. 이라고 많이 놀림을 받았었다. '사랑' 이란 감정에 목말라 있었을 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 진정한 사랑을 찾아 결혼을 하고 첫날밤이 왔다. 에리온(내 결혼상대)이 내 가슴 쪽에 있는 옷섶을 하나하나 풀기 시작했다. 너무도 긴장이 되었다. 그때였다.
와장창창!!
창문들이 깨지며 복면을 한 검은 옷의 도적 떼들이 쳐들어왔다. 도적들은 우리 둘만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침대 위에 있는 우리를 향해 걸어왔다. 두 도적이 내 팔을 잡고 침대에서 끌어내었다. 나는 비명을 질렀다.
"꺄악∼"
몸부림을 쳤지만 내 힘으로는 도적들의 힘을 이길 수 없었다. 도적들이 에리온도 잡으려 하자 에리온은 몸부림을 치며 반항했다. 하지만 한 도적이 단검을 들어 에리온의 목으로 갖다대자 에리온의 얼굴은 삽시간에 새파랗게 질리더니 몸부림을 멈췄다. 그리고 무서웠는지 말을 더듬었다.
"제발.. 살, 살려주세요. 대, 대신. 저 여자, 세리나(당시 내 이름)를.. 제발.. 살려주세요.."
뜻밖이었다. 그 에리온의 발언은 내게 큰 충격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배신감이 밀려왔다. 참을 수 없었다. 드디어 진정한 사랑을 찾아서 행복하게 살아가나 했었는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도적의 손이 내 가슴 쪽으로 왔다. 그것을 포착한 나는 도적의 손을 강하게 쳐내며 나를 잡고있는 나머지 하나의 급소를 발로 쳤다.
"커억!"
내 몸이 자유롭게 되자 나는 가까이 있던 에리온에게 다가갔다. 나는 눈물을 흘리며 에리온의 목을 겨누고 있던 도적의 칼을 대신 그어주었다. 에리온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죽었다. 그때 내 눈에는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에리온을 간단히 죽인 뒤, 나도 혀를 깨물었다. 그때 내 눈에는 남편과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 내가 보였었다.
"으음.."
나는 일어났다. 분명히 혀를 깨물었었는데.. 죽은 것치고는 너무 멀쩡하잖아? 이런 의구심들이 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을 때, 한 사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오.. 이제야 일어났군."
키가 크고 마치 조각상처럼 완벽한 얼굴을 가지고 있는 사내가 내 앞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그의 손에는 길이 1미터 30센치 정도의 길이와 5센치 정도의 폭의 검이 들려있었다.
"나는 창조신. 어제 갑자기 강렬한 기운이 뻗쳐 나오는 곳이 있기에 한번 봐봤지. 그곳엔 쓰러져 있는 네가 있더군. 살고 싶다는 욕망이 얼마나 거셌으면 이곳에 있는 나에게까지 그 기운이 느껴졌을까 하는 호기심에 너를 데려왔다. 나는 창조신이지만 한번 죽은 영혼을 되살릴 순 없다. 그러기에 나는 너를 에고소드(Egosword)로 만들려 한다. 너는 진정한 사랑을 찾기를 원하던데.. 네가 에고소드인 상태에서 너를 진정으로 사랑해 주는 사람을 만났을 때 네가 이 검의 속박에서 풀려나 다시 인간으로 살리고자 한다. 이의 있나?"
나는 창조신이라는 작자의 파격적인 제안에 너무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곧 진정한 사랑을 받고 싶었던 나는 그 제안에 흔쾌히 승낙했다.
"좋아요. 나를 에고소드라는 검으로 만들어 주세요."
그 말과 함께 내 몸은 빛으로 빛이 났다. 그리고 빛과 함께 내 몸은 검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마치 검이 나를 흡수하는 것 같았다.
검 속으로 들어간지 얼마나 됐는지 모른다. 나는 한 중년의 손에 의해 깨어났다. 내가 인간의 모습으로 실체화하자마자 나를 덮치려 했다. 나는 검으로 그 중년의 목을 따고는 다시 잠들었다. 몇 번 더 깨어나긴 했지만 모두 나를 진정으로 사랑해 주진 않았다. 하나의 도구로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모든 기대를 포기하고 있을 때 나는 다시 깨어났다. 그때는 현대 과학 문명이 발달한 과학의 시대였다. 그 주인에게서는 진정한 사랑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창조신의 약속대로 나는 검의 속박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 이렇게 된 거예요."
"... 허.. 참.. 이런 믿어지지 않는 일이.."
내가 리나의 말을 다 듣고 생각나는 단어는 없었다. 너무 믿어지지가 않았다. 산 사람이 검 속으로 들어가다니.. 내가 속으로 생각하고 있을 때 리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감사 드려요. 저를 진정으로 사랑해 주신 것."
리나가 아파 누워있을 때 가슴이 조여오고.. 아려오고.. 그런 느낌이 사랑이었나? 내가 '사랑' 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을 무렵 리나의 장난기 있는 말이 들려왔다. 조용한 이야기였지만 내 귓가에 천둥소리처럼 강타를 했다.
"헤헤.. 그럼 심각 모드 끝∼"
"… 네 이야기들을 때는 다소곳이 점잖다만.."
"주인님이 그 세월을 살아보시라고요.. 성격의 변화는 기본이죠."
리나의 말이 끝난 것 같아 더 잘 마음도 없고 해서 마을로 나갔다. 마을 사람들이 밤을 샜는지 지금까지 나와서 일을 하고 있었다. 집들이 거의다 완성되가자 빨리 했네.. 라고 생각했지만! 마을 사람들이 내가 어제 불러놓은 실라이론을 나무 자르는데 부려먹고 있었다. 이런 괘씸한!! 내가 속으로 괘씸해하고 있을 때 촌장이 나에게 오더니 말을 걸었다.
"이번 블러드 문이 무사히 지나간 것을 기념하기 위해 축제를 연다네. 이 마을에서는 처음 여는 축제지."
나는 촌장의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듣자 놀라 되물었다.
"축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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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뭐가 안맞는거 같아..
나는 이나에게 자초지종을 듣고 원통해 했다. 내가 조금만 더 빨리 끝내고 왔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내가 늦어서 이렇게 된 것이다. 내가 늦어서.. 나 때문에.. 도대체 리나는 일어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가슴 한쪽 구석이 아려온다. 그리고 너무도 답답한 이 느낌.. 도대체 뭘까? 도대체 뭐가 나를 이렇게 괴롭히고 있는 걸까? 죄책감?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죄책감 따위는 절대 아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뭘까? 나를 답답하게 하고 점점 죄여오는 이 간절한 느낌..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아참!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나는 리나에게 치료를 해준다는 것을 깜빡 잊었다. 그것도 잊고 혼자서 궁시렁 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빌어먹을!! 나는 내 손을 펴서 리나의 얼굴 쪽으로 가져갔다.
"리커버리.."
내 손에서 새하얀 빛이 뿜어져 나왔다. 빛이 리나의 온 몸을 감쌌다. 리나의 얼굴에 점점 생기가 돌아오는 것이 보였다. 난 그제야 안심을 할 수 있었다. 고개를 돌리니 이나가 걱정 반, 호기심 반의 표정으로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게 마법이라는 거야?"
"응. 마법 한번도 못 봤어?"
내가 별 일 아니라는 투로 대답하자 이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을 표했다.
"응.. 이 마을에는 마법사 같은 사람 안 와. 한번도 마법 본적 없어. 그나저나 방금 쓴 마법은 뭐야?"
"리커버리라고 치료계열 마법의 한 종류야."
"그거면 언니 일어날 수 있는 거야?"
"물론, 좀 기다리면 일어나겠지."
그제야 이나의 얼굴에서 걱정하는 기색이 사라졌다. 리나의 얼굴에 생기가 완전히 돌았다. 리나의 몸 상태를 확인해보자 다친 곳은 모두 치료됐고 지금은 피로 때문에 잠이 들어 있었다. 밖이 웅성웅성 거리며 시끄러워졌다. 그 중에서 지크 아저씨가 집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몬스터들의 습격에서 다쳤는지 팔과 얼굴이 피로 젖어있었다. 팔은 베인 상처가 그대로 보였다. 조금만 더 파였으면 뼈까지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저씨가 내 앞으로 오더니 나에게 물으셨다.
"리나양은 괜찮나?"
"예. 잠이 든 것뿐입니다."
"그것 참 다행이군. 자네. 촌장 님께서 찾으시네. 함께 가지."
"아아. 아저씨 잠깐만요."
내가 막 나가려는 아저씨를 불러 세우자 아저씨는 나를 돌아봤다.
"리커버리∼"
내 손에서 새하얀 빛이 뿜어져 나와서 지크 아저씨의 팔을 감쌌다. 상처가 금세 아물기 시작하더니 상처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완쾌가 되었다. 아저씨는 신기한지 팔을 들어 보더니 이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으셨다.
"이거 뭔가?"
"마법입니다. 촌장 님이 부르셨다했죠? 빨리 가자고요."
나는 아저씨가 물어보기 전에 딱 잘라서 말을 끊었다. 다행히도 아저씨는 꼬치꼬치 묻지 않고 길을 안내해 주셨다. 나는 이나에게 리나를 부탁하고 아저씨를 따라 나섰다.
밖은 난장판이었다. 지크 아저씨의 집은 별거 아니었다. 다른 집들은 거의 다 부셔져 멀쩡한 곳이 없었다. 나와 아저씨는 인파를 헤치며 촌장 할아버지의 통나무집으로 향했다. 촌장 님의 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나마 탁자는 그대로 있어서 탁자에 앉아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참 대단한 젊은이구먼.. 그 많은 몬스터들을 사그리 쓸어버리다니.."
속으론 좋았지만 겸손이라는 것이 있기에 나는 괜스레 빼며 대답했다.
"별거 아니에요. 몬스터들이 다 무식해서 그런걸요."
"허허.. 우리는 그간 무식한 놈들에게 당한 건가? 허헛.. 장난이네. 그게 별거가 아니라니.. 그럼 큰일이 어디 있겠는가?"
할아버지는 내가 당황해 하는 표정을 한참 즐기시더니 이내 장난이야∼ 라고 말하며 나를 짜증나게 만들었다. 역시 싸이코 할아범이라니까..
내가 속으로 궁시렁을 대던 말던 촌장은 여의치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도 고맙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네.. 자네 덕에 이번 블러드 문은 무사히 지나갔어.."
고마운걸 아는 노인이군.. 그런데 단지 고맙다고 부른 건 아닐 테고..
"이 노인네의 부탁을 좀 들어주겠는가?"
역시.. 교활한 할아범이야.. 하지만 어쩌겠나.. 이 마음씨 착한 내가 노인공경을 하지 않을 수 없지..
"먼데요?"
"오리온 나무좀 숲에서 많이 베어다 주게.. 보다시피 집들이 몽땅 부셔져서 말이야.. 마을 사람들의 집들이.."
뭐 간단한 일이구먼.. 꼭 내가 할 필요까진 없지.. 나는 바람의 상급 정령과 빛의 정령을 불러냈다.
"실라이론, 윌 오 위프스 나와."
내 말이 끝나자 성숙한 아가씨의 모습을 하고 있는 실라이론과 귀여운 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는 윌 오 위프스가 내 앞에 소환되어 나타났다. 나는 오리온 나무의 파편을 주워서 정령 앞으로 가져갔다.
"숲에 가서 이렇게 생긴 나무 많이 베어와 마을사람들이 집을 지을 수 있을 만큼."
정령들은 내 명령을 받고 숲 쪽으로 날아갔다. 내가 하는 것을 보고 있던 촌장은 한마디했다.
"마법에, 검술에 이제는 정령까지 부리는 사람이라니.. 참 다양한 재능을 가졌군."
뭐 좀 알군.. 괜히 촌장 소리 듣는 거 아내였어..
"정령들이 나무를 이 곳에다가 베어 올 겁니다. 쓸 만치 베고 나면 제가 돌아가라고 했다고 말해 주세요."
촌장이 고개를 끄덕여주자 나는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바로 리나가 있는 집으로 달려갔다. 이나는 어디 갔는지 없고 리나만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이것을 콱! 부탁한다니 깐 도망가? 나중에 죽었어!!.. 하∼암.. 졸리 군.. 나는 리나가 누워있는 침대가 꽤 넓어 내가 누울 만큼 자리가 되자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참 별일도 다 있다. 몬스터들이 떼로 덤벼들다니 말야..
뭔가 내 허리에 뭔가가 감긴 듯 한 느낌이 나를 깨웠다. 정말 짜증나군! 피곤해 죽겠는데 말이야.. 하지만 벌써 잠은 깨버렸고 그렇다고 다시 자기도 싫었다. 눈을 뜨고 내 팔에 감긴 물체를 확인했을 때 그 물체는 리나의 팔 이였다. 거참.. 나를 수면용 봉제인형으로 아나.. 툭하면 껴안고 말이야.. 뭐 그래도 느낌은 좋지만.. 크큭..
"아으∼"
나는 두 팔을 화려한 동작으로 쫙 펴며 기지개를 폈다. 내 허리에 감겨있는 리나의 팔을 풀고는 일어나자 허리에 통증이 왔다. 어제 너무 무리를 했나? 이거 참.. 허리는 남자의 생명이라고 그러던데..
뚜두둑.
끄아∼ 허리를 반바퀴씩 좌, 우로 돌려주자 허리에서 뼈소리가 났다. 크윽.. 이러다가 허리디스크 걸리는 건 아닌지.. 내가 내 허리의 통증을 참고 있을 무렵 리나가 내 뼈소리에 깼는지 - 얼마나 컸으면.. - 두리번거리며 나를 찾았다.
"하아아.. 주인님. 깼나요?"
"…!?"
갑자기 리나의 입에서 튀어나온 존댓말.. 그리고 '주인님'이라는 말은 나를 멍청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설마 리나가 머리를 다쳤나? 내 생각은 내 입을 통해 그대로 나왔다.
"에.. 리나? 혹시.. 어제 머리를 다치지 않았니?"
"……."
"아니면.. 어제 혹시 깜짝 놀랄만한 일이 있었나?"
"… 바보주인님."
커억!! 바보라니!! 이래봬도 2등을 달렸던 몸이라고!! 내가 속으로 궁시렁 대든지 말든지 리나는 자신의 말을 이어나갔다.
"하긴.. 놀랄 만도 하겠지요? 설명해 드릴게요. 이리 앉아봐요."
나는 묵묵히 리나의 말대로 침대에 앉았다. 내 옆에 앉아있는 리나의 입에서 말이 흘러나왔다.
"흠.. 저는 에고소드지요. 하지만 저는 에고소드이기 전에 사랑을 받고싶었던 인간 소녀였답니다. 당시 저는 한 인간 남자를 사랑했었어요. 그 남자도 저를 사랑해 주었죠.. 그렇게.. 결혼식을 올리고 첫날밤이 되었죠. "
두근.. 두근.. 밀려오는 흥분감. 떨려오는 긴장감. 누구나 첫날 밤 서로를 맞대고 있으면 이런 느낌을 받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침대 위에서 서로를 마주보고 있었다. 밖은 너무도 고요했다. 지금 내 귀에는 서로의 숨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나는 어려서부터 부모님을 일찍 여의었다. 혼자 어렵게 살아가면서 주위 친구들에게 '부모도 없는 호로 자식'.. 이라고 많이 놀림을 받았었다. '사랑' 이란 감정에 목말라 있었을 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 진정한 사랑을 찾아 결혼을 하고 첫날밤이 왔다. 에리온(내 결혼상대)이 내 가슴 쪽에 있는 옷섶을 하나하나 풀기 시작했다. 너무도 긴장이 되었다. 그때였다.
와장창창!!
창문들이 깨지며 복면을 한 검은 옷의 도적 떼들이 쳐들어왔다. 도적들은 우리 둘만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침대 위에 있는 우리를 향해 걸어왔다. 두 도적이 내 팔을 잡고 침대에서 끌어내었다. 나는 비명을 질렀다.
"꺄악∼"
몸부림을 쳤지만 내 힘으로는 도적들의 힘을 이길 수 없었다. 도적들이 에리온도 잡으려 하자 에리온은 몸부림을 치며 반항했다. 하지만 한 도적이 단검을 들어 에리온의 목으로 갖다대자 에리온의 얼굴은 삽시간에 새파랗게 질리더니 몸부림을 멈췄다. 그리고 무서웠는지 말을 더듬었다.
"제발.. 살, 살려주세요. 대, 대신. 저 여자, 세리나(당시 내 이름)를.. 제발.. 살려주세요.."
뜻밖이었다. 그 에리온의 발언은 내게 큰 충격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배신감이 밀려왔다. 참을 수 없었다. 드디어 진정한 사랑을 찾아서 행복하게 살아가나 했었는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도적의 손이 내 가슴 쪽으로 왔다. 그것을 포착한 나는 도적의 손을 강하게 쳐내며 나를 잡고있는 나머지 하나의 급소를 발로 쳤다.
"커억!"
내 몸이 자유롭게 되자 나는 가까이 있던 에리온에게 다가갔다. 나는 눈물을 흘리며 에리온의 목을 겨누고 있던 도적의 칼을 대신 그어주었다. 에리온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죽었다. 그때 내 눈에는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에리온을 간단히 죽인 뒤, 나도 혀를 깨물었다. 그때 내 눈에는 남편과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 내가 보였었다.
"으음.."
나는 일어났다. 분명히 혀를 깨물었었는데.. 죽은 것치고는 너무 멀쩡하잖아? 이런 의구심들이 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을 때, 한 사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오.. 이제야 일어났군."
키가 크고 마치 조각상처럼 완벽한 얼굴을 가지고 있는 사내가 내 앞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그의 손에는 길이 1미터 30센치 정도의 길이와 5센치 정도의 폭의 검이 들려있었다.
"나는 창조신. 어제 갑자기 강렬한 기운이 뻗쳐 나오는 곳이 있기에 한번 봐봤지. 그곳엔 쓰러져 있는 네가 있더군. 살고 싶다는 욕망이 얼마나 거셌으면 이곳에 있는 나에게까지 그 기운이 느껴졌을까 하는 호기심에 너를 데려왔다. 나는 창조신이지만 한번 죽은 영혼을 되살릴 순 없다. 그러기에 나는 너를 에고소드(Egosword)로 만들려 한다. 너는 진정한 사랑을 찾기를 원하던데.. 네가 에고소드인 상태에서 너를 진정으로 사랑해 주는 사람을 만났을 때 네가 이 검의 속박에서 풀려나 다시 인간으로 살리고자 한다. 이의 있나?"
나는 창조신이라는 작자의 파격적인 제안에 너무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곧 진정한 사랑을 받고 싶었던 나는 그 제안에 흔쾌히 승낙했다.
"좋아요. 나를 에고소드라는 검으로 만들어 주세요."
그 말과 함께 내 몸은 빛으로 빛이 났다. 그리고 빛과 함께 내 몸은 검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마치 검이 나를 흡수하는 것 같았다.
검 속으로 들어간지 얼마나 됐는지 모른다. 나는 한 중년의 손에 의해 깨어났다. 내가 인간의 모습으로 실체화하자마자 나를 덮치려 했다. 나는 검으로 그 중년의 목을 따고는 다시 잠들었다. 몇 번 더 깨어나긴 했지만 모두 나를 진정으로 사랑해 주진 않았다. 하나의 도구로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모든 기대를 포기하고 있을 때 나는 다시 깨어났다. 그때는 현대 과학 문명이 발달한 과학의 시대였다. 그 주인에게서는 진정한 사랑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창조신의 약속대로 나는 검의 속박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 이렇게 된 거예요."
"... 허.. 참.. 이런 믿어지지 않는 일이.."
내가 리나의 말을 다 듣고 생각나는 단어는 없었다. 너무 믿어지지가 않았다. 산 사람이 검 속으로 들어가다니.. 내가 속으로 생각하고 있을 때 리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감사 드려요. 저를 진정으로 사랑해 주신 것."
리나가 아파 누워있을 때 가슴이 조여오고.. 아려오고.. 그런 느낌이 사랑이었나? 내가 '사랑' 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을 무렵 리나의 장난기 있는 말이 들려왔다. 조용한 이야기였지만 내 귓가에 천둥소리처럼 강타를 했다.
"헤헤.. 그럼 심각 모드 끝∼"
"… 네 이야기들을 때는 다소곳이 점잖다만.."
"주인님이 그 세월을 살아보시라고요.. 성격의 변화는 기본이죠."
리나의 말이 끝난 것 같아 더 잘 마음도 없고 해서 마을로 나갔다. 마을 사람들이 밤을 샜는지 지금까지 나와서 일을 하고 있었다. 집들이 거의다 완성되가자 빨리 했네.. 라고 생각했지만! 마을 사람들이 내가 어제 불러놓은 실라이론을 나무 자르는데 부려먹고 있었다. 이런 괘씸한!! 내가 속으로 괘씸해하고 있을 때 촌장이 나에게 오더니 말을 걸었다.
"이번 블러드 문이 무사히 지나간 것을 기념하기 위해 축제를 연다네. 이 마을에서는 처음 여는 축제지."
나는 촌장의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듣자 놀라 되물었다.
"축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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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뭐가 안맞는거 같아..
댓글목록

「必」べすと님의 댓글
「必」べすと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브어… 죽제라니… 스토리가 재미있게 돌아가는 군요. 간단히 요약하자면…
' 검을 잡고 대회에서 이긴 주인공은 자신의 집 가보가 에고소드란 걸 알게되고 더이상 현실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여 죽으려하지만 에고소드에게 한대 맞고나서 판타지 세계로 오게 된다. 거기서 이상한 싸이코 영감쟁이가 쓴 마법서를 하나 얻게되고, 9서클의 마력과 그랜드 소드마스터가 되서 몬스터를 싸그리 잡고 축제를 벌이게 된다. '
하하, 참 간단한 요약이죠? [ 더 간단히 만들어 봐. / 알았어. ]
' 주인공은 대회에서 이기고 판타지 세계로 건너와 9클래스의 마력과 그랜드 소드마스터가 된다, 그리고 몬스터를 싸그리 잡고 축제를 벌인다. '
브어어… 2줄… [ 하하, 괴물. / 아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