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검의 주인 - 뜻밖의 재회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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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뜻밖이었다. 전 세계의 내 이름을 알고있을 줄이야.. 혹시 얼굴도 승준이하고 닮았는데.. 설마…? 하지만 그럴 리가 없었다. 분명히 승준은 내 앞에서 죽었고 내가 태웠는걸..
"너, 너 누구냐!"
"크하하핫!! 맞는가 보군. 얌마 아무리 그렇다고 친구를 못알아보냐?"
녀석의 호탕한 말에 나는 잠시 멍해져 있어야 했다. 친구를 못알아 보다니? 설마… 정말 승준인가?
"너.. 혹시 진짜 승준이냐?"
"이녀석! 이제야 알아보다니."
라고 말하며 내 등판을 시원하게 내리치는 녀석.. 솔직히 무지하게 아팠다. 나는 믿을수가 없었고 다시한번 물어보았다.
"너 정말 승준이야? …그럴 리가 없는데.. 그 녀석 내 앞에서 죽었단 말야! 너 짜가지! 앙? 솔직히 불어!!"
"……."
녀석은 내가 발악을 하자 할 말이 없는 듯 멍하니 있었다. 이내 얼굴이 심각해 지더니 내게 말했다.
"못믿겠지... 솔직히 처음에는 나도 놀랐으니 말야.. 따라와라. 설명해 주지."
그렇게 말하며 자칭 승준이는 몸을 돌렸다. 발걸음을 옮기려 했으나 그 뒤에 있던 여자가 말을 걸자 그 자리에 멈춰섰다.
"자칼씨? 혹시 아시는 분이세요?"
자칼이라.. 저 녀석 이름인가?
"응, 아주 잘 아는 녀석이지."
그때 마침 이나와 리나가 나타났다. 거기서부터 뛰어왔는지 숨이 턱까지 차 강아지처럼 헥헥 거렸다.
"허억.. 허억.. 치사하게 먼저 가다니. 오빠가 그러고도 남자야! 응?!"
"그럴 일이 있다. 잠자코 따라와."
이나는 화가 난 듯 쏘아 댔지만 내 굳은 얼굴을 본 탓인지 이내 조용해져서 나를 따라왔다. 내가 자칼이란 녀석의 뒤를 따라가던 중 리나가 물은 질문에 대답해야 했다.
"아는 사이에요? 주인님?"
"나는 모르는데 저 녀석은 나를 아는 척 하네? 따라오래서 가는 중이야."
"그렇군요.."
내가 녀석을 따라 걸은 거리만 해도 1시간이 조금 넘어갔다. 시장에서 벗어나자 타우즈 마을이 나왔다. 마을에서도 끝쪽에 있는 작은 오두막집이 하나 있었는데 그 마당에는 작은 화원이라고 생각될 만큼 많은 종류의 꽃들이 기생하고 있었다. 오두막집 안에 들어가자 밖에서 본 것보다는 조금 더 넓어 보였다. 아무래도 인테리어 기술의 한 종류라고 생각됐다. 우리는 테이블에 앉아서 서로를 쳐다보았다. 내 양옆에는 이나와 리나가, 자칼의 옆에는 아까 자칼의 옆에 있던 여자가 앉았다. 내가 자칼만 노려보고 있자 자칼은 입에 미소를 지으며 말을 시작했다.
"우선 하나 말해주지. 내 이름은 강승준. 알다시피 그쪽에서 네녀석 지키다 맞아 죽었지."
저 녀석의 한 마디에 우리 모두가 놀랐다. 나는 저 녀석이 승준이가 죽던 상황을 너무 잘 알고 있다는 것, 나머지 사람들은 저 녀석이 죽었다는 사실에 놀랐다. 녀석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참, 지금생각해도 너무 놀라워. 내가 죽고 난 뒤, 내 몸과 영혼이 따로 분리되더군. 네녀석은 내 시신을 잡고 울고 있을 때 나는 네녀석을 안타까운 눈으로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지. 곧 사신(死神)이 찾아오더군. 사신을 따라 가니까 저승세계가 나오더라니까. 참 그때 기분, 말로 표현할 수가 없지. 저승에는 간단한 절차가 있었어. 먼저 살고 싶은가 아니면 죽고 싶은가. 이 두 가지 중하나를 선택해야 했지. 나야 뭐 살고싶다를 택했고 말야. 그러자 내가 어디론가 이동하더군. 이동하고 난 뒤 주변을 살펴보자 주위는 나와 어떤 한 사내 빼고는 아무도 없더군. 그 녀석이 묻더군 왜 살고싶으냐고 말야. 나야 네놈 살리려다 죽은 게 너무 억울해서 못 죽겠다고 말하자 그 사내가 또 다시 물었어. 기억을 지우고 아기로 다시 태어나게 해줄까. 아니면 기억은 그대로 두고 죽기 전의 모습 그대로 살려줄 까라고 말야. 나는 후자를 택했어. 그리고 네녀석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다고 하니까 그 사내가 곳 그 청년은 다른 세계로 갈 것이니 그쪽으로 보내준다고 해놓고 바로 이쪽으로 보내주더군. 깨어나서 처음 본 사람이 이쪽 유리아 이고 나야 여기서 네놈 찾으려고 발버둥을 치다 오늘에서야 드디어 네놈을 만나게 된 거다 이놈아."
참 긴 말이었다. 그 말을 듣자 저 녀석이 이제까지 한 말이 모두 사실로 믿어졌다. 녀석은 그 긴 대사를 내뱉고도 숨이 차지 않는지 멀쩡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흥분을 참지 못하고 테이블에서 벌떡 일어났다. 내가 갑자기 일어나자 당황했는지 말을 더듬었다.
"너, 너 갑자기.. 왜…"
녀석은 무슨 말을 하려고 한 모양이지만 말을 끝마칠 수 없었다. 내가 바로 녀석을 끌어안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동안 승준이에게 너무 미안해했고 고마워 했다. 솔직히 승준이가 아니었다면 나는 전에 자살해버렸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다시 이 녀석을 잃어버릴 순 없다. 예전엔 저 녀석이 나를 지켜줬을 지는 모르지만 이제는 내가 녀석을 지켜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은 말이 필요 없었다. 녀석도 멀뚱히 서 있다가 슬며시 나를 껴안았다. 서로 껴안고 있다가 주변 사람들이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안 우리는 무안한 표정으로 헛기침을 하며 떨어져 앉았다.
"어, 험험. 험허… 켁켁!"
참 어이없는 녀석이다. 얼마나 헛기침을 세게 했으면 숨을 잘못 들이마셔 기침까지 해댈까. 나는 한동안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말을 꺼냈다. 우리는 서로 통성명을 하지 않은 것이다. 나도 저놈도 서로의 이름을 모른다.
"야, 그건 그렇고. 서로 통성명이나 하자. 이쪽에서 사용하는 이름과 저쪽에서 사용하는 이름하고는 다를 것 아냐."
녀석도 내 말에 동의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소개를 시작했다.
"이쪽에서 제 이름은 '자카르타'. 제 나이는 저 녀석과 같은 20세정도? 20세로 쳐요 이쪽은 '유리아'. 나이는 18세고 저랑 그렇고 그런 관계죠. 아직 부부는 아니고 애인사이입니다. 곧 결혼할 생각을 하고 있어요. 유리아는 나를 애칭으로 자칼로 부르지요. 여러분도 그렇게 부르세요. 이제 그쪽 소개를 할 차례죠?"
유리아라는 여자는 자칼이 자신과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것을 밝히자 쑥스러웠는지 얼굴을 붉혔다가 애인사이라 하자 얼굴을 조금 풀었다. 하지만 붉힌 것은 그대로였다. 이번엔 내쪽에서 소개를 할 차례였다. 나는 나, 리나, 이나 순으로 소개를 시작했다.
"저는 이쪽에서 이름을 '케린카이지스' 라고 지었습니다. 이 이름 생각하느라고 자그마치 1시간이나 공들여 지은 이름이죠. 나이는 20세로 저 녀석과 같아요. 이쪽 이름은 '카리나스' 나이는 저와 같은 20세고요 저쪽 여자 애는 '루이스나' 나이는 17세로 이쪽에선 제일 어리군요. 이상 소개를 마칩니다. 잘 부탁 드려요."
내가 간단히 소개를 마치자 나머지는 자기들이 알아서 했다. 자기들끼리 악수를 나누며 소개를 했고 이내 친해져서 말까지 놓게 되었다. 자칼은 유리아에게 허브 차를 타오라고 한 뒤, 차가 나오자 우리는 수다 에 빠졌다. 이 수다 과정에서 어떻게 내가 이 세계로 왔는지 등등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이야기에서 알아낸 것은 이 영지의 주인인 피레인 영주의 아들이 유리아를 노린다는 것이었다. 아까 그 깡패들도 피레인 영주가 보낸 것이고 그래서 자칼과 유리아는 이 마을을 뜨려고 생각 중이었단다. 우리와 만났으니 우리와 함께 이 마을을 뜨기로 하면서 나는 혼자 생각했다. 피레인 영주의 집을 털어서 그 자금으로 우리 모두 학교나 가볼까.. 하는. 내 생각을 처음 자칼에게 들려줬을 때는 걱정했었지만 이내 내 실력을 놓고 이야기를 하자 자칼도 곧 수긍했다. 내 실력의 반의반의 반도 보여주지 않았지만 이 정도 보여준 실력정도면 보통 사람들보다는 강한 편이었기에 자칼도 동의한 것이었다. 우리는 내일로 거사의 날을 잡았다. 구성원은 나 혼자 영주네 저택에 침입해서 돈 털어 오고 자칼과 리나가 이 집을 지킨다는 계획을 짰다. 방들은 총 2개 손님 접대 방이 하나 있었는데 유리아와 자칼은 방중 하나를 잡고 자러 올라갔고 나머지 방은 이나가 차지해 버렸다. 나는 손님 접대 방으로 들어갈 때 리나가 따라오기에 이나랑 같이 자라고 했지만 끝까지 따라와서 같이 자기로 했다. 솔직히 혼자 자는 것보다는 리나랑 같이 자는 것이 훨씬 났다. 우선 따뜻하다. 내가 가만히 있어도 리나가 알아서 내 품으로 기어 들어온다. 그리고 나도 리나를 껴안고 자면 잠이 훨씬 잘 온다. 아.. 벌써 잠이 오는데? 하암... 졸... 리.... 군.......
다음날 아침 내 허리를 끌어안고 자는 리나의 팔을 풀고 마당에 나가 공기를 들이마실 때, 마당 한 가운데에 앉아서 뭔가에 집중하고있는 유리아를 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다가가서 말을 걸어볼까 생각도 했지만 뭔가에 집중하고 있기에 방해하면 싫어할 것 같아서 그대로 기다렸다.
시간이 좀 지나자 그녀는 집중에서 풀려났다. 그녀가 갑자기 일어서자 좀 놀랐지만 이내 정신을 추스르고는 물었다.
"좋은 아침이네요. 그런데 뭐하고 계셨어요?"
그녀는 내가 마당에 있다는 것을 미처 몰랐는지 깜짝 놀라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목소리의 주인공이 나인걸 알고 내 질문에 대답해 주었다.
"메모라이즈(memorize) 중이었어요."
모르는 사람을 위해 설명하는데 메모라이즈란 원래 마법을 사용할 때는 주문을 외우고 사용해야 하지만 일찍이 메모라이즈를 해 놓으면 주문을 생략한 채 시동어만으로도 시전이 가능하다 한마디로 주문을 먼저 외워두는것이라고 생각하면 편할 것이다. 다른 마법사들은 거의 남는 시간에 메모라이즈를 할 테지만 나는 메모라이즈를 하지 않는다. 왜냐고? 나는 메모라이즈를 할 필요가 없다. 위린 아이시스란 또라이 영감탱이의 기억만 물려받은 것이므로 굳이 메모라이즈를 하지 않아도 위린 아이시스가 주문 없이 마법을 사용하듯이 나또한 주문 없이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참고로 7 클래스 이상은 메모라이즈를 할 필요가 없다. 이유는 모르지만 아마도 7 클래스 이상이 되면, 마나 배열 공식이 머릿속에 각인이 되어서 시동어만으로 마법이 시전 되는 것 같다. 솔직히 놀랐다. 유리아가 마법사였다니.
"호오. 마법사이셨어요? 그렇다면 실례지만 지금 몇 클래스…?"
"…아직 4 클래스 밖에 안돼요."
흐음.. 4 클래스라.. 17세의 나이치고는 상당히 높은 실력이다. 보통 7 클래스 이상을 대마법사라고 부르니까. 유리아의 서재에서 찾아본 건데 7 클래스 이상의 마법사는 거의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연히 세월이 흐르면서 8, 9 클래스의 마법들은 잊혀지게 되었고... 보통 6 클래스 정도의 마법사는 피부가 쭈그러진 늙은이들밖에 없다. 아무리 4 클래스와 6 클래스의 차이가 크더라고 하더라도 17세의 유리아가 4 클래스라면 대단한 것이다.
"나이에 비해 높은 실력이시네요?"
내가 칭찬을 해주자 얼굴을 붉히며 어쩔 줄 몰라하는 그녀. 리나와는 판이하게 다른 성격이다.
"아.. 별거 아니에요."
"별거가 아니긴요.. 그게 별거가 아니면 별거가 뭐겠습니까?"
"그, 그런가요? 호홋.."
"하하 하하."
이내 우리는 박장대소(拍掌大笑)를 터뜨렸다. 좋은 분위기이었지만 자칼이 나오면서 그 분위기가 깨지게 되었다.
"오호라.. 케린군. 남의 애인하고 아침부터 무슨 밀담이셨어…?"
상당히 장난조로 들린 말이지만 말에 뼈가 있는 듯 했다. 부정의 말을 하려 했지만 뒤이어 나온 리나 덕택에 그 말은 도로 내 입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주인님, 저를 버리시고 이미 정인 이 있는 여아를 탐내시다뇨.. 제발 소녀에게로 돌아와 주세요.. 흑흑.."
허억!! 잠시 리나가 한 말을 되새김질(?)하던 내 귀에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가 내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 주었 ……으면 좋겠지만 반대로 나를 지옥의 입구로 밀어 넣었다. 이나였다.
"역시.. 바람둥이셨어. 리나언니는 저런 남자가 뭐가 좋다고 따라다닌담? 나 같으면 일찍이 차버렸을텐데…."
…… 허어.. 할말이 없다. 저렇게 나를 몰아세우는데 내가 무슨 말을 하리요. 내가 입을 쩌∼억 벌리고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서있자 갑자기 자칼이 먼저 웃기 시작하자 웃음을 참고있던 모두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쿠쿠쿡.. 쿠쿡."
비록 최대한 웃음을 참고 있다고 하지만 자꾸 입 사이로 빠져나오는 웃음소리는 당사자 자신도 어찌할 수가 없었다. 내가 웃고있는 이들을 멍청히 보고있었을 때 내 머릿속을 지배한 한 단어가 있었으니 그 단어는... 바로 '당·했·다' 였다.
"그만좀 웃어!!"
내가 발악을 하며 소리를 질렀지만 되돌아오는 건 참는데 실패한 웃음소리였다. 모두 신나게 웃고 아침을 먹고 나자 시간은 어느덧 7시가 되어있었다. 유리아가 말하길 피레인 영주는 매우 게을러서 아침 늦게 일어난다고 한다. 그러니 지금쯤 개시해도 상관없겠지.. 나는 동굴에서 가져온 망토를 두르고 '겔럭시온' - 리나가 나왔기 때문에 자아가 없는 검. '겔럭시온' 이라 지은 이름, 이름짓는데 시간 많이 걸렸다. -을 허리에 맨 후 마당으로 나왔다. 마당에는 모두가 모여 있었는데 각각의 말을 했다.
"살아만 오라고!"
"수고하세요."
"돈 많이 털어 와!"
"다치면.. 와서 보자고요."
격려의 말인지 협박의 말인지 분간이 잘 가지는 않았지만 나는 초조한 마음을 추스르고 긴장을 한 채 유리아가 미리 일러준 좌표로 텔레포트 했다. 내가 텔레포트 마법을 시전 할 때 유리아의 모습이 참 볼만했지만.
텔레포트 마법으로 도착한 곳은 한 저택의 큰 방이었다. 그곳에는 막 옷을 갈아입으려고 옷을 벗고 있던 시녀가 갑자기 나타난 나를 보고 그대로 굳었다. 나는 그 덕에 그 시녀의 몸매를 잘 감상할 수 있었다. 그것도 All Live로.. 한참 감상하고 있을 때 시녀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꺄악∼!!"
시녀가 비명을 지르자 나는 순간 시녀의 입을 막고는 홀드 퍼슨 마법을 걸어버렸다. 시녀가 내 마법을 맞고 몸이 굳자 겁을 먹었는지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나는 더 감상하고 싶었지만 최대한 일을 마치고 귀환하고 싶었으므로 아쉬운 마음으로 침대에 있던 침대보로 시녀의 몸을 덮어주곤 귀에 살며시 속삭였다.
"조용히 해. 더 비명 지르면 그때는 재미없다. 알겠으면 눈을 한번 깜빡여."
시녀는 바로 눈을 한번 깜빡였고 나는 마법을 풀어주었다. 나는 시녀가 옷을 다 갈아입을 때까지 잘 감상한 후 창피해서 얼굴이 빨개져 있는 시녀에게 말했다.
"피레인 영주의 방으로 안내를 해줘."
겁에 질려있는 시녀는 군말하지 않고 안내를 했다. 나는 영주의 방문 앞에 다가서자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시녀를 돌려보낸 후, 그 방에 발걸음을 내딛었다.
"흐음.. 하아.. 영주님.. 거기까지.. 하앙... 하앗!"
"크큭.. 뭘 빼느냐? 이리 오너라 내가 사랑해주마."
영주는 젊은 시녀 하나를 벗겨놓고 누워 레슬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아침부터. 나는 계속 보고 있기가 뭐 했으므로 기척을 내며 헛기침을 했다.
"허, 커엄!"
그러자 계속 그 짓거리(...;;)를 하고 있던 영주는 흠칫 놀라서 외쳤다.
"누, 누구냐!"
"몰라도 돼 이 돼지야. 아침부터 그 모양이냐?"
영주는 경비병을 부르려 했지만 내가 겔럭시온을 빼들자 곧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나는 침대에서 내려와 벌벌 떨고 있는 돼지와 침대 위에서 침대보로 최대한 몸을 가린 채 떨고 있는 시녀에게 다가갔다.
"흠.. 너는 가봐. 나가서 허튼 소리 하면... 확 밤에 덮쳐버릴줄 알어!"
시녀는 벌벌 떨며 침대보로 몸을 가린 채 방을 뛰쳐나갔다. 그러자 방안에 남은 건 우리 둘 뿐이었다. 나는 장난으로 영주에게 겔럭시온은 휘두르는 동작을 취했다. 그러자 녀석은 얼굴이 삽시간에 사색이 되더니 비명을 질렀다.
"경비병!! 바, 밖에 누구 없느냐!! 어서 와서 이 괴한의 목을 쳐…."
계속 소리를 지르자 나는 아차! 하고 겔럭시온을 영주의 목에 슬며시 가져다 대었다. 순간 말이 끊기긴 했지만 밖의 경비병들은 이미 모두 몰려온 상태였다.
"누구냐!!"
"…… 제길!!"
"너, 너 누구냐!"
"크하하핫!! 맞는가 보군. 얌마 아무리 그렇다고 친구를 못알아보냐?"
녀석의 호탕한 말에 나는 잠시 멍해져 있어야 했다. 친구를 못알아 보다니? 설마… 정말 승준인가?
"너.. 혹시 진짜 승준이냐?"
"이녀석! 이제야 알아보다니."
라고 말하며 내 등판을 시원하게 내리치는 녀석.. 솔직히 무지하게 아팠다. 나는 믿을수가 없었고 다시한번 물어보았다.
"너 정말 승준이야? …그럴 리가 없는데.. 그 녀석 내 앞에서 죽었단 말야! 너 짜가지! 앙? 솔직히 불어!!"
"……."
녀석은 내가 발악을 하자 할 말이 없는 듯 멍하니 있었다. 이내 얼굴이 심각해 지더니 내게 말했다.
"못믿겠지... 솔직히 처음에는 나도 놀랐으니 말야.. 따라와라. 설명해 주지."
그렇게 말하며 자칭 승준이는 몸을 돌렸다. 발걸음을 옮기려 했으나 그 뒤에 있던 여자가 말을 걸자 그 자리에 멈춰섰다.
"자칼씨? 혹시 아시는 분이세요?"
자칼이라.. 저 녀석 이름인가?
"응, 아주 잘 아는 녀석이지."
그때 마침 이나와 리나가 나타났다. 거기서부터 뛰어왔는지 숨이 턱까지 차 강아지처럼 헥헥 거렸다.
"허억.. 허억.. 치사하게 먼저 가다니. 오빠가 그러고도 남자야! 응?!"
"그럴 일이 있다. 잠자코 따라와."
이나는 화가 난 듯 쏘아 댔지만 내 굳은 얼굴을 본 탓인지 이내 조용해져서 나를 따라왔다. 내가 자칼이란 녀석의 뒤를 따라가던 중 리나가 물은 질문에 대답해야 했다.
"아는 사이에요? 주인님?"
"나는 모르는데 저 녀석은 나를 아는 척 하네? 따라오래서 가는 중이야."
"그렇군요.."
내가 녀석을 따라 걸은 거리만 해도 1시간이 조금 넘어갔다. 시장에서 벗어나자 타우즈 마을이 나왔다. 마을에서도 끝쪽에 있는 작은 오두막집이 하나 있었는데 그 마당에는 작은 화원이라고 생각될 만큼 많은 종류의 꽃들이 기생하고 있었다. 오두막집 안에 들어가자 밖에서 본 것보다는 조금 더 넓어 보였다. 아무래도 인테리어 기술의 한 종류라고 생각됐다. 우리는 테이블에 앉아서 서로를 쳐다보았다. 내 양옆에는 이나와 리나가, 자칼의 옆에는 아까 자칼의 옆에 있던 여자가 앉았다. 내가 자칼만 노려보고 있자 자칼은 입에 미소를 지으며 말을 시작했다.
"우선 하나 말해주지. 내 이름은 강승준. 알다시피 그쪽에서 네녀석 지키다 맞아 죽었지."
저 녀석의 한 마디에 우리 모두가 놀랐다. 나는 저 녀석이 승준이가 죽던 상황을 너무 잘 알고 있다는 것, 나머지 사람들은 저 녀석이 죽었다는 사실에 놀랐다. 녀석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참, 지금생각해도 너무 놀라워. 내가 죽고 난 뒤, 내 몸과 영혼이 따로 분리되더군. 네녀석은 내 시신을 잡고 울고 있을 때 나는 네녀석을 안타까운 눈으로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지. 곧 사신(死神)이 찾아오더군. 사신을 따라 가니까 저승세계가 나오더라니까. 참 그때 기분, 말로 표현할 수가 없지. 저승에는 간단한 절차가 있었어. 먼저 살고 싶은가 아니면 죽고 싶은가. 이 두 가지 중하나를 선택해야 했지. 나야 뭐 살고싶다를 택했고 말야. 그러자 내가 어디론가 이동하더군. 이동하고 난 뒤 주변을 살펴보자 주위는 나와 어떤 한 사내 빼고는 아무도 없더군. 그 녀석이 묻더군 왜 살고싶으냐고 말야. 나야 네놈 살리려다 죽은 게 너무 억울해서 못 죽겠다고 말하자 그 사내가 또 다시 물었어. 기억을 지우고 아기로 다시 태어나게 해줄까. 아니면 기억은 그대로 두고 죽기 전의 모습 그대로 살려줄 까라고 말야. 나는 후자를 택했어. 그리고 네녀석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다고 하니까 그 사내가 곳 그 청년은 다른 세계로 갈 것이니 그쪽으로 보내준다고 해놓고 바로 이쪽으로 보내주더군. 깨어나서 처음 본 사람이 이쪽 유리아 이고 나야 여기서 네놈 찾으려고 발버둥을 치다 오늘에서야 드디어 네놈을 만나게 된 거다 이놈아."
참 긴 말이었다. 그 말을 듣자 저 녀석이 이제까지 한 말이 모두 사실로 믿어졌다. 녀석은 그 긴 대사를 내뱉고도 숨이 차지 않는지 멀쩡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흥분을 참지 못하고 테이블에서 벌떡 일어났다. 내가 갑자기 일어나자 당황했는지 말을 더듬었다.
"너, 너 갑자기.. 왜…"
녀석은 무슨 말을 하려고 한 모양이지만 말을 끝마칠 수 없었다. 내가 바로 녀석을 끌어안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동안 승준이에게 너무 미안해했고 고마워 했다. 솔직히 승준이가 아니었다면 나는 전에 자살해버렸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다시 이 녀석을 잃어버릴 순 없다. 예전엔 저 녀석이 나를 지켜줬을 지는 모르지만 이제는 내가 녀석을 지켜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은 말이 필요 없었다. 녀석도 멀뚱히 서 있다가 슬며시 나를 껴안았다. 서로 껴안고 있다가 주변 사람들이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안 우리는 무안한 표정으로 헛기침을 하며 떨어져 앉았다.
"어, 험험. 험허… 켁켁!"
참 어이없는 녀석이다. 얼마나 헛기침을 세게 했으면 숨을 잘못 들이마셔 기침까지 해댈까. 나는 한동안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말을 꺼냈다. 우리는 서로 통성명을 하지 않은 것이다. 나도 저놈도 서로의 이름을 모른다.
"야, 그건 그렇고. 서로 통성명이나 하자. 이쪽에서 사용하는 이름과 저쪽에서 사용하는 이름하고는 다를 것 아냐."
녀석도 내 말에 동의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소개를 시작했다.
"이쪽에서 제 이름은 '자카르타'. 제 나이는 저 녀석과 같은 20세정도? 20세로 쳐요 이쪽은 '유리아'. 나이는 18세고 저랑 그렇고 그런 관계죠. 아직 부부는 아니고 애인사이입니다. 곧 결혼할 생각을 하고 있어요. 유리아는 나를 애칭으로 자칼로 부르지요. 여러분도 그렇게 부르세요. 이제 그쪽 소개를 할 차례죠?"
유리아라는 여자는 자칼이 자신과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것을 밝히자 쑥스러웠는지 얼굴을 붉혔다가 애인사이라 하자 얼굴을 조금 풀었다. 하지만 붉힌 것은 그대로였다. 이번엔 내쪽에서 소개를 할 차례였다. 나는 나, 리나, 이나 순으로 소개를 시작했다.
"저는 이쪽에서 이름을 '케린카이지스' 라고 지었습니다. 이 이름 생각하느라고 자그마치 1시간이나 공들여 지은 이름이죠. 나이는 20세로 저 녀석과 같아요. 이쪽 이름은 '카리나스' 나이는 저와 같은 20세고요 저쪽 여자 애는 '루이스나' 나이는 17세로 이쪽에선 제일 어리군요. 이상 소개를 마칩니다. 잘 부탁 드려요."
내가 간단히 소개를 마치자 나머지는 자기들이 알아서 했다. 자기들끼리 악수를 나누며 소개를 했고 이내 친해져서 말까지 놓게 되었다. 자칼은 유리아에게 허브 차를 타오라고 한 뒤, 차가 나오자 우리는 수다 에 빠졌다. 이 수다 과정에서 어떻게 내가 이 세계로 왔는지 등등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이야기에서 알아낸 것은 이 영지의 주인인 피레인 영주의 아들이 유리아를 노린다는 것이었다. 아까 그 깡패들도 피레인 영주가 보낸 것이고 그래서 자칼과 유리아는 이 마을을 뜨려고 생각 중이었단다. 우리와 만났으니 우리와 함께 이 마을을 뜨기로 하면서 나는 혼자 생각했다. 피레인 영주의 집을 털어서 그 자금으로 우리 모두 학교나 가볼까.. 하는. 내 생각을 처음 자칼에게 들려줬을 때는 걱정했었지만 이내 내 실력을 놓고 이야기를 하자 자칼도 곧 수긍했다. 내 실력의 반의반의 반도 보여주지 않았지만 이 정도 보여준 실력정도면 보통 사람들보다는 강한 편이었기에 자칼도 동의한 것이었다. 우리는 내일로 거사의 날을 잡았다. 구성원은 나 혼자 영주네 저택에 침입해서 돈 털어 오고 자칼과 리나가 이 집을 지킨다는 계획을 짰다. 방들은 총 2개 손님 접대 방이 하나 있었는데 유리아와 자칼은 방중 하나를 잡고 자러 올라갔고 나머지 방은 이나가 차지해 버렸다. 나는 손님 접대 방으로 들어갈 때 리나가 따라오기에 이나랑 같이 자라고 했지만 끝까지 따라와서 같이 자기로 했다. 솔직히 혼자 자는 것보다는 리나랑 같이 자는 것이 훨씬 났다. 우선 따뜻하다. 내가 가만히 있어도 리나가 알아서 내 품으로 기어 들어온다. 그리고 나도 리나를 껴안고 자면 잠이 훨씬 잘 온다. 아.. 벌써 잠이 오는데? 하암... 졸... 리.... 군.......
다음날 아침 내 허리를 끌어안고 자는 리나의 팔을 풀고 마당에 나가 공기를 들이마실 때, 마당 한 가운데에 앉아서 뭔가에 집중하고있는 유리아를 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다가가서 말을 걸어볼까 생각도 했지만 뭔가에 집중하고 있기에 방해하면 싫어할 것 같아서 그대로 기다렸다.
시간이 좀 지나자 그녀는 집중에서 풀려났다. 그녀가 갑자기 일어서자 좀 놀랐지만 이내 정신을 추스르고는 물었다.
"좋은 아침이네요. 그런데 뭐하고 계셨어요?"
그녀는 내가 마당에 있다는 것을 미처 몰랐는지 깜짝 놀라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목소리의 주인공이 나인걸 알고 내 질문에 대답해 주었다.
"메모라이즈(memorize) 중이었어요."
모르는 사람을 위해 설명하는데 메모라이즈란 원래 마법을 사용할 때는 주문을 외우고 사용해야 하지만 일찍이 메모라이즈를 해 놓으면 주문을 생략한 채 시동어만으로도 시전이 가능하다 한마디로 주문을 먼저 외워두는것이라고 생각하면 편할 것이다. 다른 마법사들은 거의 남는 시간에 메모라이즈를 할 테지만 나는 메모라이즈를 하지 않는다. 왜냐고? 나는 메모라이즈를 할 필요가 없다. 위린 아이시스란 또라이 영감탱이의 기억만 물려받은 것이므로 굳이 메모라이즈를 하지 않아도 위린 아이시스가 주문 없이 마법을 사용하듯이 나또한 주문 없이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참고로 7 클래스 이상은 메모라이즈를 할 필요가 없다. 이유는 모르지만 아마도 7 클래스 이상이 되면, 마나 배열 공식이 머릿속에 각인이 되어서 시동어만으로 마법이 시전 되는 것 같다. 솔직히 놀랐다. 유리아가 마법사였다니.
"호오. 마법사이셨어요? 그렇다면 실례지만 지금 몇 클래스…?"
"…아직 4 클래스 밖에 안돼요."
흐음.. 4 클래스라.. 17세의 나이치고는 상당히 높은 실력이다. 보통 7 클래스 이상을 대마법사라고 부르니까. 유리아의 서재에서 찾아본 건데 7 클래스 이상의 마법사는 거의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연히 세월이 흐르면서 8, 9 클래스의 마법들은 잊혀지게 되었고... 보통 6 클래스 정도의 마법사는 피부가 쭈그러진 늙은이들밖에 없다. 아무리 4 클래스와 6 클래스의 차이가 크더라고 하더라도 17세의 유리아가 4 클래스라면 대단한 것이다.
"나이에 비해 높은 실력이시네요?"
내가 칭찬을 해주자 얼굴을 붉히며 어쩔 줄 몰라하는 그녀. 리나와는 판이하게 다른 성격이다.
"아.. 별거 아니에요."
"별거가 아니긴요.. 그게 별거가 아니면 별거가 뭐겠습니까?"
"그, 그런가요? 호홋.."
"하하 하하."
이내 우리는 박장대소(拍掌大笑)를 터뜨렸다. 좋은 분위기이었지만 자칼이 나오면서 그 분위기가 깨지게 되었다.
"오호라.. 케린군. 남의 애인하고 아침부터 무슨 밀담이셨어…?"
상당히 장난조로 들린 말이지만 말에 뼈가 있는 듯 했다. 부정의 말을 하려 했지만 뒤이어 나온 리나 덕택에 그 말은 도로 내 입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주인님, 저를 버리시고 이미 정인 이 있는 여아를 탐내시다뇨.. 제발 소녀에게로 돌아와 주세요.. 흑흑.."
허억!! 잠시 리나가 한 말을 되새김질(?)하던 내 귀에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가 내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 주었 ……으면 좋겠지만 반대로 나를 지옥의 입구로 밀어 넣었다. 이나였다.
"역시.. 바람둥이셨어. 리나언니는 저런 남자가 뭐가 좋다고 따라다닌담? 나 같으면 일찍이 차버렸을텐데…."
…… 허어.. 할말이 없다. 저렇게 나를 몰아세우는데 내가 무슨 말을 하리요. 내가 입을 쩌∼억 벌리고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서있자 갑자기 자칼이 먼저 웃기 시작하자 웃음을 참고있던 모두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쿠쿠쿡.. 쿠쿡."
비록 최대한 웃음을 참고 있다고 하지만 자꾸 입 사이로 빠져나오는 웃음소리는 당사자 자신도 어찌할 수가 없었다. 내가 웃고있는 이들을 멍청히 보고있었을 때 내 머릿속을 지배한 한 단어가 있었으니 그 단어는... 바로 '당·했·다' 였다.
"그만좀 웃어!!"
내가 발악을 하며 소리를 질렀지만 되돌아오는 건 참는데 실패한 웃음소리였다. 모두 신나게 웃고 아침을 먹고 나자 시간은 어느덧 7시가 되어있었다. 유리아가 말하길 피레인 영주는 매우 게을러서 아침 늦게 일어난다고 한다. 그러니 지금쯤 개시해도 상관없겠지.. 나는 동굴에서 가져온 망토를 두르고 '겔럭시온' - 리나가 나왔기 때문에 자아가 없는 검. '겔럭시온' 이라 지은 이름, 이름짓는데 시간 많이 걸렸다. -을 허리에 맨 후 마당으로 나왔다. 마당에는 모두가 모여 있었는데 각각의 말을 했다.
"살아만 오라고!"
"수고하세요."
"돈 많이 털어 와!"
"다치면.. 와서 보자고요."
격려의 말인지 협박의 말인지 분간이 잘 가지는 않았지만 나는 초조한 마음을 추스르고 긴장을 한 채 유리아가 미리 일러준 좌표로 텔레포트 했다. 내가 텔레포트 마법을 시전 할 때 유리아의 모습이 참 볼만했지만.
텔레포트 마법으로 도착한 곳은 한 저택의 큰 방이었다. 그곳에는 막 옷을 갈아입으려고 옷을 벗고 있던 시녀가 갑자기 나타난 나를 보고 그대로 굳었다. 나는 그 덕에 그 시녀의 몸매를 잘 감상할 수 있었다. 그것도 All Live로.. 한참 감상하고 있을 때 시녀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꺄악∼!!"
시녀가 비명을 지르자 나는 순간 시녀의 입을 막고는 홀드 퍼슨 마법을 걸어버렸다. 시녀가 내 마법을 맞고 몸이 굳자 겁을 먹었는지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나는 더 감상하고 싶었지만 최대한 일을 마치고 귀환하고 싶었으므로 아쉬운 마음으로 침대에 있던 침대보로 시녀의 몸을 덮어주곤 귀에 살며시 속삭였다.
"조용히 해. 더 비명 지르면 그때는 재미없다. 알겠으면 눈을 한번 깜빡여."
시녀는 바로 눈을 한번 깜빡였고 나는 마법을 풀어주었다. 나는 시녀가 옷을 다 갈아입을 때까지 잘 감상한 후 창피해서 얼굴이 빨개져 있는 시녀에게 말했다.
"피레인 영주의 방으로 안내를 해줘."
겁에 질려있는 시녀는 군말하지 않고 안내를 했다. 나는 영주의 방문 앞에 다가서자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시녀를 돌려보낸 후, 그 방에 발걸음을 내딛었다.
"흐음.. 하아.. 영주님.. 거기까지.. 하앙... 하앗!"
"크큭.. 뭘 빼느냐? 이리 오너라 내가 사랑해주마."
영주는 젊은 시녀 하나를 벗겨놓고 누워 레슬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아침부터. 나는 계속 보고 있기가 뭐 했으므로 기척을 내며 헛기침을 했다.
"허, 커엄!"
그러자 계속 그 짓거리(...;;)를 하고 있던 영주는 흠칫 놀라서 외쳤다.
"누, 누구냐!"
"몰라도 돼 이 돼지야. 아침부터 그 모양이냐?"
영주는 경비병을 부르려 했지만 내가 겔럭시온을 빼들자 곧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나는 침대에서 내려와 벌벌 떨고 있는 돼지와 침대 위에서 침대보로 최대한 몸을 가린 채 떨고 있는 시녀에게 다가갔다.
"흠.. 너는 가봐. 나가서 허튼 소리 하면... 확 밤에 덮쳐버릴줄 알어!"
시녀는 벌벌 떨며 침대보로 몸을 가린 채 방을 뛰쳐나갔다. 그러자 방안에 남은 건 우리 둘 뿐이었다. 나는 장난으로 영주에게 겔럭시온은 휘두르는 동작을 취했다. 그러자 녀석은 얼굴이 삽시간에 사색이 되더니 비명을 질렀다.
"경비병!! 바, 밖에 누구 없느냐!! 어서 와서 이 괴한의 목을 쳐…."
계속 소리를 지르자 나는 아차! 하고 겔럭시온을 영주의 목에 슬며시 가져다 대었다. 순간 말이 끊기긴 했지만 밖의 경비병들은 이미 모두 몰려온 상태였다.
"누구냐!!"
"…… 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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