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닝 루젼 실버 스토리 - chapter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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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죽인다고 했나?"
그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웃음을 흘렸다. 확실히 웃을만한 일이었다. 아까 전만 해도 자신에게 죽도록 얻어맞아서 죽을 정도로 기절했던 놈이 이젠 자신을 죽인다니…… 너무 웃긴 이야기가 아닌가? 라그아티아는 배를 잡고 웃어대기 시작했다. 물론 그 주변의 마족 놈들도……. 카멜론에 얻어먹기만 하는 주제에……
"그럼……."
꾸욱-
난 검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은 내 앞의 저 건방진 마왕 놈을 두 조각 내어 바닥에 떨구는 일이었다. 그의 마나 주입과 동시에 일루전 블레이드에선 푸른빛이 더욱 빛났다.
까드득-
"당연히… 적셔 줘야지……."
"……."
그는 나의 말이 장난이 아니다라고 생각했는지 조금씩 표정이 진지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멍청한 가고일 들과 데몬 들은 여전히 듣기 싫은 소리로 웃어댔다.
"라그아티아님. 당신께서 나설 필요도 없으십니다. 저희가 처리하겠습니다."
그리고 그의 주변에 날아다니던 가고일들과 데몬들이 일 순간에 나에게 접근해왔다. 아까완 전혀 다른 스피드였다. 하지만 나에겐 상대가 될 수 없었다.
"덤벼!!"
일루전 블레이드는 스파크를 튀었고 한 순간에 10개의 하얀 섬광이 되어 데몬과 가고일들을 덮쳤다. 한순간이었다. 한 순간에 10마리의 가고일과 데몬들이 고깃덩이가 되어 바닥을 뒹구는 일은 한순간이었다. 마계에서도 중·고위급의 가고일들과 데몬들은 고깃덩이로 찢겨 피와 함께 범벅을 이루었다. 그리고 그 너머로 스파크를 튀기는 하얀 백색 광선검. 일루전 블레이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소드 블레이드! 네 녀석이 소드 마스터라도 된단 말이냐?! 말도 안 돼!! 기사의 천국이라는 페트론에서도 소드 마스터는 단 4명 뿐이야!!"
소드 마스터… 소드 마스터란 우선 검사의 기질을 뛰어넘어야 했다. 검사란 상급 검사의 축에만 들더라도 웬만한 기사의 이름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소드 리누젼. 한 나라의 실권자의 자리를 쥐고 있는 자들의 검술자들로서 이 소드 리누젼은 초급, 중급, 상급, 최상급으로 나뉜다. 초급은 대부분 20대 초·중반에 이룬다. 이 주축에 든 자들은 어딜 가서도 실력으로 잘 먹고 잘 산다. 중·상급의 축은 국왕의 친위대로 주축을 이룬다. 그리고 최상급의 경지. 이 최상급의 상태는 소드 마스터의 준비단계라 할 수 있다. 소드 마스터. 검성의 경지로서 기사의 천국이라는 페트론 에서도 단 4명만이 탄생한 최강의 전사들이 바로 이 소드 마스터였다. 소드 마스터 1명으론 작은 왕국 하나 부수는 건 일도 아니었다. 마나가 뒷받침해주는 그들의 강력한 소드 블레이드는 드래곤 스케일, 즉 용의 비늘마저도 뚫는다. 게다가 그들의 움직임은 굉장히 빠른 속도다. 소드 마스터에 대적할 수 있는 자는 똑같은 소드 마스터. 아니면 8클래스 이상의 고위급의 마법사들이었다. 그러나 8클래스 이상의 마법사는 마법의 세계라는 세이론에서도 단 2명만이 존재한다. 마계의 마왕이라지만 8 클래스 마스터와 소드 리누젼 최상급인 자신에게서도 상당히 껄끄러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소드 마스터와 소드 리누젼 최상급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우선 소드 리누젼은 소드 마스터의 준비 단계라 할 수 있다. 아직 불확실하게 다져진 마나와 불확실한 마나의 운용. 즉 검기라는 이 기술을 자주 사용하긴 무리였다. 하지만 소드 마스터는 다르다. 무엇보다 검기 마저 뚫을 수 없는 용의 비늘을 소드 블레이드라는 검강으로 뚫어버린다. 게다가 확실하게 유지되는 마나의 움직임. 즉 자연스러운 마나의 운용이 소드 마스터의 가장 큰 장점이었다. 게다가 움직임에서도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편이다. 이러니 라그아티아·이그리트가 꺼리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소드 마스터이건 뭐건 그런 건 상관없어. 넌 내 손에 죽는다."
라그아티아와 그의 주변에 있던 두 마리의 데몬은 조금씩 표정이 불안감으로 바뀌어갔고 반대로 엘프들의 표정은 조금씩 밝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유지하기가 힘들었다. 난 아직 완벽한 소드 마스터의 길을 걷지 못했다. 즉 마나운용이 원활하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소드 블레이드의 유지가 조금씩 힘겨워지기 시작했다.
'저 자식. 아직 불안정해.'
라그아티아는 그걸 눈치챘는지 조금씩 시간을 끄는 것 같았다. 속전속결(速戰速決)!! 난 그에게 빠르게 다가갔다. 그리고 나의 소드 블레이드와 그의 검 프리그럼 이쥴레이션이 내는 검기가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면서 힘을 겨루기 시작했다. 그러나 검기와 소드 블레이드의 차이는 엄청났다. 그의 검 프리그럼 이쥴레이션의 검날에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끝내는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검날이 산산조각이 났다. 그의 얼굴은 당혹감과 놀라움이 교차했고 난 그대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그대로 그의 왼팔을 잘라버렸다.
"으아아아악-!!"
그가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기분나쁜 초록색의 피가 폭포처럼 흘러내리는 잘린 왼팔을 잡고 비명을 질러댔다. 그대로 그의 복부에 일루전 블레이드를 박아넣었고 뽑아 냈다. 그의 복부에서도 초록색의 피가 폭포처럼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으으…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라그아티아는 철저한 계산이 있었다. 마나는 자신이 더 많으며 운용도 뛰어나므로 소드 블레이드에 대적할 수 있었을 거라는 건 애초에 실수였다. 게다가 불안정하다는데 훨씬 확신감을 두었다. 하지만 소드 블레이드는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 검이 이계 최강의 검인 일루전 블레이드라면…….
"이제 죽어라!!"
난 그대로 그의 목을 베기 위해 검을 횡으로 휘둘렀다. 하지만 그에 앞서 내 검을 멈추게 하는 말들이 내 귓가에 울렸다.
"멈 춰!!"
조금 어리숙한 말투지만 분명 높은 톤이다. 난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온통 찢겨 차마 옷이라 부르기 힘든 옷을 입고 있는 셀린과 아직 회복기인 실비아의 목에 두 데몬의 손들이 가있었다. 이런! 방심했다!!
"제… 제이님……."
"거기서 더 그었다간 이 년들의 목이 날아갈줄알아."
셀린의 입에서 안타까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들의 말은 장난이 아니었다. 조금만 갖다대자 초록색의 기운이 그들의 손에 감돌더니 셀린과 실비아의 목에서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순간 그녀는 흠칫했고 난 라그아니아의 목에서 검을 뗐고 그들도 손을 약간 뗐다. 그와 동시에 라그아티아의 입에서 목소리가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너 까짓 녀석이… 너 까짓 녀석이…… 너 까짓 녀석이!!"
순간 묵직한 힘과 함께 복부에 통증을 느끼며 허리가 굽어졌다. 입으로는 '크억' 하며 비명을 문 채로… 그리고 그에 이어 충격이 전신에서 느껴졌다. 생각 같아선 당장 목을 베어버리고 싶었지만 여기서 그의 목을 베었다간 셀린과 실비아의 목 마저 날아가 버린다. 제길! 충격을 못 이기던 난 검을 놓쳤고 동굴 벽에 처박혔다. 자리에서 일어서려 다리를 들어 올리고 손으로 땅을 짚었지만 목을 통해 끈적한 액체가 올라왔다. 그리고 난 비음과 함께 그 끈적한 액체들을 토해냈다.
"쿨럭-!!"
"제, 제이님!!"
난 그녀의 비명을 들었고 난 손 위로 떨어지는 붉고 끈적한 액체들을 바라보았고 입 주위에 묻은 피들을 손으로 훔쳐냈다. 올라오려는 그 액체들은 억지로 삼켰다. 쓰라리는 맛이었다.
"저런. 피가 쏟아져 나오시나? 그래도 내 복부에 생기게 한 상처와 팔의 상처정도의 값은 치러야지. 니 죽음으로 말이다."
언제 붙였는지 그의 팔과 복부는 정상적으로 돌아와 있었다. 하지만 그가 숨을 헐떡이는걸 보아 급조된 마법을 사용한 것을 금새 난 눈치챘다. 하지만 난 아무 행동도 할수 없었다. 그가 쓰는 마법을 몸으로 막아내야 했고 충격들을 뼛속 깊숙이 까지 느껴봐야 했다. 눈을 떠보았을 때 난 데몬들 가까이 왔다는 걸 느꼈다. 순간 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들을 수 없이 정리했다. 그리고 난 그것을 실행에 옮겼다. 빠른 속도고 스톰 브링거를 뽑아냈고 그대로 그 두 마리의 데몬들의 목을 날렸다. 목이 없는 파란 육체만이 대지 위를 적셨고 곧 붉은 피는 대지를 적시기 시작했다. 난 실비아를 받아냈다. 그녀의 몸은 따스한 온기가 가득했고 그녀의 얼굴엔 조금씩 평온의 기운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난 그녀를 벽에 기대어 눕혔고 몇몇 엘프들이 달려와 그녀의 상태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 때 셀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음의 청초한 목소리.
"죄, 죄송합니다. 제이님."
그녀의 떨리는 목소리와 그녀의 눈에선 눈물이 흘러내렸다. 난 지금 대답할 기운조차 없다. 난 애써 몸을 일으켰다. 얼마나 맞았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저 녀석을 이길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내가 힘을 전수 받았다고 하지만 이 일루전 블레이드의 힘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일루전 블레이드에게 2차 봉인을 해제하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난 아직 2차 봉인을 하기엔 몸에 부담이 컸다. 결국… 이 상태로 이길 수밖에 없단 말인가…?
"정말… 절망뿐이군……."
난 애꿎은 검을 치켜세웠다. 그리고 검기를 주입하기 시작했다. 푸른빛을 내며 스톰 브링거는 환하게 빛났고 라그아티아의 얼굴엔 미소가 번졌다.
"최후의 발악이라도 해 보겠다는 건가?"
그는 비웃음과 함께 웃음을 흘렸지만 그의 얼굴엔 날 찢어 죽이겠다는 포괄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미 그는 자신이 승리했다고 확신을 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 상태가 가장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니 피를 대지에 적시려고 한단다."
지금 한 말은 장난이 아니다. 난 그를 죽이기로 마음을 먹었다. 지금 그는 풀어져있다. 이미 자신이 이겼다는 확신이라는 풀어진 마음… 하지만 그 방심의 때가 가장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그는 웃음을 흘렸고 난 쓰디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번쩍 하는 빛과 함께 폭음이 감쌌다. 라그아티아는 자신이 자랑하는 헬 파이어를 3번 사용했다. 그리고 제이는 자신의 남아 있는 힘을 모두 모아 그의 목을 향했다. 그리고 빛이 사라지자 제이의 몸이 동굴바닥에 처박혔다. 그는 희미한 숨을 유지한 채로 피를 쏟아내고 있었다. 셀린은 황급히 그에게 달려가 소리쳤다.
"괜찮아요? 제이! 제이! 이슈리타씨!!"
셀린의 말에 제이는 뭔가 웅얼웅얼 거리 더니 다시 많은 양의 피를 토해냈다.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과다 출혈로 사망한다. 그리고 셀린은 결심했다. 자신의 생의 일부를 희생하여 그를 살리기로. 1 클래스의 기사회생(起死回生)의 마법 서크리 이스였다. 이 서크리 이스라는 마법은 살려야 할 대상이 많을수록… 그의 상태에 따라 어쩔 때는 자신의 목숨을 걸어야 할 때도 있다. 보통 인간들은 마나를 운용하지만 엘프의 마법 술은 인간들에 비해서 떨어지며 대신 정령 술이 그것을 대신한다. 게다가 제이는 심각한 내상을 당한 상태였다. 7 클래스의 플레임 스트라이크만 하더라도 2번을 당했고 수없이 불 마법에 그의 내장을 비롯한 오장육부(五臟六腑)는 이미 타 들어 갈대로 타 들어갔다. 인간이라면 아마 고위급의 회복마법으로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마법이 뛰어나지 않은 엘프에겐 한가지 밖에 없다. 바로 인간으로서 가장 민감한 부위인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는 것이었다. 혈도(식도)를 통해 인간의 처음 내장기관인 위로 향하는 입이라는 부위는 내상치료엔 가장 좋은 부분인 것이다. 그녀는 나의 머리를 조금씩 들어올렸다. 순간 몸을 찢는 듯한 고통이 내 몸을 엄습해왔고 난 고통을 내 질렀다.
"으으윽- 크으… 으으윽……."
하지만 내 비명은 끝을 듣지 못했다. 따듯하고 촉촉한 것이 내 입술을 감싸면서 내 입으로부터 내지르는 말들을 막았다. 내 입을 통해서 따듯한 뭔가가 지나갔고 고통도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내 입술을 감싸는 것이 조금씩 비틀어졌고 조금 후엔 고통이 완전히 사그러들었고 입으로 전해지는 따듯한 온기도 조금씩 줄어갔다. 그리고 난 눈을 조금 떴다. 눈을 감은 셀린의 얼굴이 아주 가까이… 아주 가까이서 보였고 난 그녀의 무릎에 눕혀 있는 상태였다. 순간 난 얼굴이 붉어졌고 그녀에게서 황급히 떨어졌다. 심한 싸움을 치른 사람치고는 상당히 황당한 행동이었다.
"세… 세세세세세세 셀린!! 지금 뭐한 겁니까?"
그러자 그녀는 웃음을 잃지 않고 대답했다.
"키스를 한 거죠."
"그러니까 그 키스라는 걸 왜 하는 겁니까? 내가 당신이랑 사귀는 사이도 아니고!"
난 황당하고 당황한 이 사태에 두 손으로 내 입을 쓱쓱 문질렀다. 제기랄!! 아무에게도 키스따윈 받지 않으려고 했단 말야!
"그건……."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당황해했고 그 대답은 대신 다른곳에서 들렸다.
"제이를 살리기 위해 서지."
이 낯이 익고 고운 목소리는…… 실비아! 실비아, 그녀는 온화한 표정으로 나와 셀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 들었고 다 봤어. 너랑 셀린이랑 키스하는 거랑 그 이유랑. 그 이유는 제이 널 살리기 위해서."
비록 온화한 표정을 짓고 있다고는 했지만 그녀의 연 푸른색의 눈빛은 흔들리고 있었다. 아주 가늘게…
"……."
인정하기 싫지만 날 살리기 위해서였다니… 그럼 좀 봐줄까?
"자신의 생명력을 써가면서……."
"……!!"
순간 난 놀라움에 휩사였다. 생명을 버리면서 상대방을 살리는 기술은 1가지 밖에 없다. 서크리 파이스. 1 클래스의 저위급 마법이지만 시전 자는 강한 정신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일명 자살형태의 마법이었다. 그걸 시전 했다니… 엘프가 마법이 약해서 입을 통해 그 마법을 사용한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사실일 줄이야……. 어쨌거나 자신의 생명력을 써버렸다는 셀린에게서 난 미안한 마음을 들었고 난 화내려는 마음은 안녕∼ 하고 날아간지가 옛날이었다.
"셀린. 미안해요. 설마하니 당신의 생명을 깎아가면서 까지 날 살리게 만들다니."
"아뇨. 오히려 구해주신 저희가 감사해야지요. 그런데……."
그렇다. 문제가 있다. 바로 엣세스 숲이 완전히 초전 박살났다는 것이다. 숲을 재건하는데는 꽤 많은 힘이 들것으로 보였다. 불의 마왕이 왔으니 나무가 타는건 기본이고 반경 100M 이내에서 제대로 성한 풀과 나무 보기가 힘들었다. 아아… 이젠 어쩐다?
"제이 님은 이제 어쩌실 거죠?"
"글쎄요.. 일단 실비아를 집으로 돌려보내고 저야 떠돌이 생활을……."
그래. 내 실력이면 어디서 굶어죽을 일은 없겠지. 설마 소드 마스터가 어디서 굶어 죽을려구?
[실력 없는 것들은 굶어 죽어.]
푸하악! 혼자서 상상하는데 멋대로 내 생각을 읽는 이 재수없는 녀석은……. 루전이다! 이름도 괴팍하고 성격마저 괴팍한 이 루전이라는 이 정신체는 대체 어떻게 생겨먹은건지 참 궁금해진다. - 아… 그러고 보니 검이 루전이지……. -
[뭐야? 성격 괴팍하고 생격먹은건 참겠는데 이름이 괴팍해?! 누군 이름 그렇게 짓고 싶어서 지은줄 아나?]
그럼 뭐야?
투다닥- 타다닥- (웬 효과음?) 나와 루전이 열심히 신경전을 벌이는 소리다. 투닥- 퍼벅 팍! 빠직! 한참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데 셀린이 얼굴을 붉히면서 나에게 다가왔다. 윽… 불안 불안 불안…….
"저… 그 떠돌이 생활에 저도 끼워주시면 안 되요?"
"예?"
난 눈이 동그랗게 커져서 셀린을 쳐다보았다. 으음…… 전혀 물러날 기세를 보이지 않는군…. 이 일을 어쩐다……. 나 혼자서 좀 재미있게 살아보려 했더니만 참, 방해꾼이 끼어드는구만 그래.
[저 엘프가 너 좋아하는 것 같은데? 너 땡 잡았구나]
푸학-! 뭐, 뭐야?! 셀린이 날 좋아한다고? 웃기지 마라, 이 루전아. 설마하니 엘프 최.강.의.(?) 미모를 지닌 그녀가 나에게 반할 것 같냐?
[그럼 저 표정은 뭐냐? 그리고 아까 보니까 키스씬도 하던 것 같던데?]
윽… 그, 그건…….
난 조금 불안해져서 셀린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얼굴은 귀밑까지 빨갛게 물들어있었고 두 손은 가지런히 모아 꼼지락거리고 있는…… 분명 날 좋아한…… 우왁! 내가 무슨 생각을! 저런 것 가지고 좋아한다고 판정할 순 없잖아!
[살판났군!]
시끄러!
초조해져 가는 그녀의 표정과 함께 여러 엘프들은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것도 그럴 수밖에… 내가 이 루전이랑 이야기하고 있어서 그렇지 실제에선 표정이 마구마구 바뀌는 아주 혼자서 쌩쑈를 떠는 짓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으… 쪽 팔려. 그리고 난 결정을 내렸다.
"결정했습니다."
조금씩 긴장되어 가는 그녀의 표정은 가히 미모의 신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내 입에서 말이 튀어나왔다. 난 집으로 갈 필요가 없다. 내 부모님은 모두 이 세계를 떠나셨고… 혼자 가기도 좀 적적하네. 그리고 난입을 떼었다.
그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웃음을 흘렸다. 확실히 웃을만한 일이었다. 아까 전만 해도 자신에게 죽도록 얻어맞아서 죽을 정도로 기절했던 놈이 이젠 자신을 죽인다니…… 너무 웃긴 이야기가 아닌가? 라그아티아는 배를 잡고 웃어대기 시작했다. 물론 그 주변의 마족 놈들도……. 카멜론에 얻어먹기만 하는 주제에……
"그럼……."
꾸욱-
난 검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은 내 앞의 저 건방진 마왕 놈을 두 조각 내어 바닥에 떨구는 일이었다. 그의 마나 주입과 동시에 일루전 블레이드에선 푸른빛이 더욱 빛났다.
까드득-
"당연히… 적셔 줘야지……."
"……."
그는 나의 말이 장난이 아니다라고 생각했는지 조금씩 표정이 진지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멍청한 가고일 들과 데몬 들은 여전히 듣기 싫은 소리로 웃어댔다.
"라그아티아님. 당신께서 나설 필요도 없으십니다. 저희가 처리하겠습니다."
그리고 그의 주변에 날아다니던 가고일들과 데몬들이 일 순간에 나에게 접근해왔다. 아까완 전혀 다른 스피드였다. 하지만 나에겐 상대가 될 수 없었다.
"덤벼!!"
일루전 블레이드는 스파크를 튀었고 한 순간에 10개의 하얀 섬광이 되어 데몬과 가고일들을 덮쳤다. 한순간이었다. 한 순간에 10마리의 가고일과 데몬들이 고깃덩이가 되어 바닥을 뒹구는 일은 한순간이었다. 마계에서도 중·고위급의 가고일들과 데몬들은 고깃덩이로 찢겨 피와 함께 범벅을 이루었다. 그리고 그 너머로 스파크를 튀기는 하얀 백색 광선검. 일루전 블레이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소드 블레이드! 네 녀석이 소드 마스터라도 된단 말이냐?! 말도 안 돼!! 기사의 천국이라는 페트론에서도 소드 마스터는 단 4명 뿐이야!!"
소드 마스터… 소드 마스터란 우선 검사의 기질을 뛰어넘어야 했다. 검사란 상급 검사의 축에만 들더라도 웬만한 기사의 이름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소드 리누젼. 한 나라의 실권자의 자리를 쥐고 있는 자들의 검술자들로서 이 소드 리누젼은 초급, 중급, 상급, 최상급으로 나뉜다. 초급은 대부분 20대 초·중반에 이룬다. 이 주축에 든 자들은 어딜 가서도 실력으로 잘 먹고 잘 산다. 중·상급의 축은 국왕의 친위대로 주축을 이룬다. 그리고 최상급의 경지. 이 최상급의 상태는 소드 마스터의 준비단계라 할 수 있다. 소드 마스터. 검성의 경지로서 기사의 천국이라는 페트론 에서도 단 4명만이 탄생한 최강의 전사들이 바로 이 소드 마스터였다. 소드 마스터 1명으론 작은 왕국 하나 부수는 건 일도 아니었다. 마나가 뒷받침해주는 그들의 강력한 소드 블레이드는 드래곤 스케일, 즉 용의 비늘마저도 뚫는다. 게다가 그들의 움직임은 굉장히 빠른 속도다. 소드 마스터에 대적할 수 있는 자는 똑같은 소드 마스터. 아니면 8클래스 이상의 고위급의 마법사들이었다. 그러나 8클래스 이상의 마법사는 마법의 세계라는 세이론에서도 단 2명만이 존재한다. 마계의 마왕이라지만 8 클래스 마스터와 소드 리누젼 최상급인 자신에게서도 상당히 껄끄러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소드 마스터와 소드 리누젼 최상급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우선 소드 리누젼은 소드 마스터의 준비 단계라 할 수 있다. 아직 불확실하게 다져진 마나와 불확실한 마나의 운용. 즉 검기라는 이 기술을 자주 사용하긴 무리였다. 하지만 소드 마스터는 다르다. 무엇보다 검기 마저 뚫을 수 없는 용의 비늘을 소드 블레이드라는 검강으로 뚫어버린다. 게다가 확실하게 유지되는 마나의 움직임. 즉 자연스러운 마나의 운용이 소드 마스터의 가장 큰 장점이었다. 게다가 움직임에서도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편이다. 이러니 라그아티아·이그리트가 꺼리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소드 마스터이건 뭐건 그런 건 상관없어. 넌 내 손에 죽는다."
라그아티아와 그의 주변에 있던 두 마리의 데몬은 조금씩 표정이 불안감으로 바뀌어갔고 반대로 엘프들의 표정은 조금씩 밝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유지하기가 힘들었다. 난 아직 완벽한 소드 마스터의 길을 걷지 못했다. 즉 마나운용이 원활하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소드 블레이드의 유지가 조금씩 힘겨워지기 시작했다.
'저 자식. 아직 불안정해.'
라그아티아는 그걸 눈치챘는지 조금씩 시간을 끄는 것 같았다. 속전속결(速戰速決)!! 난 그에게 빠르게 다가갔다. 그리고 나의 소드 블레이드와 그의 검 프리그럼 이쥴레이션이 내는 검기가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면서 힘을 겨루기 시작했다. 그러나 검기와 소드 블레이드의 차이는 엄청났다. 그의 검 프리그럼 이쥴레이션의 검날에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끝내는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검날이 산산조각이 났다. 그의 얼굴은 당혹감과 놀라움이 교차했고 난 그대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그대로 그의 왼팔을 잘라버렸다.
"으아아아악-!!"
그가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기분나쁜 초록색의 피가 폭포처럼 흘러내리는 잘린 왼팔을 잡고 비명을 질러댔다. 그대로 그의 복부에 일루전 블레이드를 박아넣었고 뽑아 냈다. 그의 복부에서도 초록색의 피가 폭포처럼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으으…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라그아티아는 철저한 계산이 있었다. 마나는 자신이 더 많으며 운용도 뛰어나므로 소드 블레이드에 대적할 수 있었을 거라는 건 애초에 실수였다. 게다가 불안정하다는데 훨씬 확신감을 두었다. 하지만 소드 블레이드는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 검이 이계 최강의 검인 일루전 블레이드라면…….
"이제 죽어라!!"
난 그대로 그의 목을 베기 위해 검을 횡으로 휘둘렀다. 하지만 그에 앞서 내 검을 멈추게 하는 말들이 내 귓가에 울렸다.
"멈 춰!!"
조금 어리숙한 말투지만 분명 높은 톤이다. 난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온통 찢겨 차마 옷이라 부르기 힘든 옷을 입고 있는 셀린과 아직 회복기인 실비아의 목에 두 데몬의 손들이 가있었다. 이런! 방심했다!!
"제… 제이님……."
"거기서 더 그었다간 이 년들의 목이 날아갈줄알아."
셀린의 입에서 안타까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들의 말은 장난이 아니었다. 조금만 갖다대자 초록색의 기운이 그들의 손에 감돌더니 셀린과 실비아의 목에서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순간 그녀는 흠칫했고 난 라그아니아의 목에서 검을 뗐고 그들도 손을 약간 뗐다. 그와 동시에 라그아티아의 입에서 목소리가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너 까짓 녀석이… 너 까짓 녀석이…… 너 까짓 녀석이!!"
순간 묵직한 힘과 함께 복부에 통증을 느끼며 허리가 굽어졌다. 입으로는 '크억' 하며 비명을 문 채로… 그리고 그에 이어 충격이 전신에서 느껴졌다. 생각 같아선 당장 목을 베어버리고 싶었지만 여기서 그의 목을 베었다간 셀린과 실비아의 목 마저 날아가 버린다. 제길! 충격을 못 이기던 난 검을 놓쳤고 동굴 벽에 처박혔다. 자리에서 일어서려 다리를 들어 올리고 손으로 땅을 짚었지만 목을 통해 끈적한 액체가 올라왔다. 그리고 난 비음과 함께 그 끈적한 액체들을 토해냈다.
"쿨럭-!!"
"제, 제이님!!"
난 그녀의 비명을 들었고 난 손 위로 떨어지는 붉고 끈적한 액체들을 바라보았고 입 주위에 묻은 피들을 손으로 훔쳐냈다. 올라오려는 그 액체들은 억지로 삼켰다. 쓰라리는 맛이었다.
"저런. 피가 쏟아져 나오시나? 그래도 내 복부에 생기게 한 상처와 팔의 상처정도의 값은 치러야지. 니 죽음으로 말이다."
언제 붙였는지 그의 팔과 복부는 정상적으로 돌아와 있었다. 하지만 그가 숨을 헐떡이는걸 보아 급조된 마법을 사용한 것을 금새 난 눈치챘다. 하지만 난 아무 행동도 할수 없었다. 그가 쓰는 마법을 몸으로 막아내야 했고 충격들을 뼛속 깊숙이 까지 느껴봐야 했다. 눈을 떠보았을 때 난 데몬들 가까이 왔다는 걸 느꼈다. 순간 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들을 수 없이 정리했다. 그리고 난 그것을 실행에 옮겼다. 빠른 속도고 스톰 브링거를 뽑아냈고 그대로 그 두 마리의 데몬들의 목을 날렸다. 목이 없는 파란 육체만이 대지 위를 적셨고 곧 붉은 피는 대지를 적시기 시작했다. 난 실비아를 받아냈다. 그녀의 몸은 따스한 온기가 가득했고 그녀의 얼굴엔 조금씩 평온의 기운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난 그녀를 벽에 기대어 눕혔고 몇몇 엘프들이 달려와 그녀의 상태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 때 셀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음의 청초한 목소리.
"죄, 죄송합니다. 제이님."
그녀의 떨리는 목소리와 그녀의 눈에선 눈물이 흘러내렸다. 난 지금 대답할 기운조차 없다. 난 애써 몸을 일으켰다. 얼마나 맞았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저 녀석을 이길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내가 힘을 전수 받았다고 하지만 이 일루전 블레이드의 힘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일루전 블레이드에게 2차 봉인을 해제하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난 아직 2차 봉인을 하기엔 몸에 부담이 컸다. 결국… 이 상태로 이길 수밖에 없단 말인가…?
"정말… 절망뿐이군……."
난 애꿎은 검을 치켜세웠다. 그리고 검기를 주입하기 시작했다. 푸른빛을 내며 스톰 브링거는 환하게 빛났고 라그아티아의 얼굴엔 미소가 번졌다.
"최후의 발악이라도 해 보겠다는 건가?"
그는 비웃음과 함께 웃음을 흘렸지만 그의 얼굴엔 날 찢어 죽이겠다는 포괄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미 그는 자신이 승리했다고 확신을 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 상태가 가장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니 피를 대지에 적시려고 한단다."
지금 한 말은 장난이 아니다. 난 그를 죽이기로 마음을 먹었다. 지금 그는 풀어져있다. 이미 자신이 이겼다는 확신이라는 풀어진 마음… 하지만 그 방심의 때가 가장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그는 웃음을 흘렸고 난 쓰디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번쩍 하는 빛과 함께 폭음이 감쌌다. 라그아티아는 자신이 자랑하는 헬 파이어를 3번 사용했다. 그리고 제이는 자신의 남아 있는 힘을 모두 모아 그의 목을 향했다. 그리고 빛이 사라지자 제이의 몸이 동굴바닥에 처박혔다. 그는 희미한 숨을 유지한 채로 피를 쏟아내고 있었다. 셀린은 황급히 그에게 달려가 소리쳤다.
"괜찮아요? 제이! 제이! 이슈리타씨!!"
셀린의 말에 제이는 뭔가 웅얼웅얼 거리 더니 다시 많은 양의 피를 토해냈다.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과다 출혈로 사망한다. 그리고 셀린은 결심했다. 자신의 생의 일부를 희생하여 그를 살리기로. 1 클래스의 기사회생(起死回生)의 마법 서크리 이스였다. 이 서크리 이스라는 마법은 살려야 할 대상이 많을수록… 그의 상태에 따라 어쩔 때는 자신의 목숨을 걸어야 할 때도 있다. 보통 인간들은 마나를 운용하지만 엘프의 마법 술은 인간들에 비해서 떨어지며 대신 정령 술이 그것을 대신한다. 게다가 제이는 심각한 내상을 당한 상태였다. 7 클래스의 플레임 스트라이크만 하더라도 2번을 당했고 수없이 불 마법에 그의 내장을 비롯한 오장육부(五臟六腑)는 이미 타 들어 갈대로 타 들어갔다. 인간이라면 아마 고위급의 회복마법으로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마법이 뛰어나지 않은 엘프에겐 한가지 밖에 없다. 바로 인간으로서 가장 민감한 부위인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는 것이었다. 혈도(식도)를 통해 인간의 처음 내장기관인 위로 향하는 입이라는 부위는 내상치료엔 가장 좋은 부분인 것이다. 그녀는 나의 머리를 조금씩 들어올렸다. 순간 몸을 찢는 듯한 고통이 내 몸을 엄습해왔고 난 고통을 내 질렀다.
"으으윽- 크으… 으으윽……."
하지만 내 비명은 끝을 듣지 못했다. 따듯하고 촉촉한 것이 내 입술을 감싸면서 내 입으로부터 내지르는 말들을 막았다. 내 입을 통해서 따듯한 뭔가가 지나갔고 고통도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내 입술을 감싸는 것이 조금씩 비틀어졌고 조금 후엔 고통이 완전히 사그러들었고 입으로 전해지는 따듯한 온기도 조금씩 줄어갔다. 그리고 난 눈을 조금 떴다. 눈을 감은 셀린의 얼굴이 아주 가까이… 아주 가까이서 보였고 난 그녀의 무릎에 눕혀 있는 상태였다. 순간 난 얼굴이 붉어졌고 그녀에게서 황급히 떨어졌다. 심한 싸움을 치른 사람치고는 상당히 황당한 행동이었다.
"세… 세세세세세세 셀린!! 지금 뭐한 겁니까?"
그러자 그녀는 웃음을 잃지 않고 대답했다.
"키스를 한 거죠."
"그러니까 그 키스라는 걸 왜 하는 겁니까? 내가 당신이랑 사귀는 사이도 아니고!"
난 황당하고 당황한 이 사태에 두 손으로 내 입을 쓱쓱 문질렀다. 제기랄!! 아무에게도 키스따윈 받지 않으려고 했단 말야!
"그건……."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당황해했고 그 대답은 대신 다른곳에서 들렸다.
"제이를 살리기 위해 서지."
이 낯이 익고 고운 목소리는…… 실비아! 실비아, 그녀는 온화한 표정으로 나와 셀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 들었고 다 봤어. 너랑 셀린이랑 키스하는 거랑 그 이유랑. 그 이유는 제이 널 살리기 위해서."
비록 온화한 표정을 짓고 있다고는 했지만 그녀의 연 푸른색의 눈빛은 흔들리고 있었다. 아주 가늘게…
"……."
인정하기 싫지만 날 살리기 위해서였다니… 그럼 좀 봐줄까?
"자신의 생명력을 써가면서……."
"……!!"
순간 난 놀라움에 휩사였다. 생명을 버리면서 상대방을 살리는 기술은 1가지 밖에 없다. 서크리 파이스. 1 클래스의 저위급 마법이지만 시전 자는 강한 정신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일명 자살형태의 마법이었다. 그걸 시전 했다니… 엘프가 마법이 약해서 입을 통해 그 마법을 사용한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사실일 줄이야……. 어쨌거나 자신의 생명력을 써버렸다는 셀린에게서 난 미안한 마음을 들었고 난 화내려는 마음은 안녕∼ 하고 날아간지가 옛날이었다.
"셀린. 미안해요. 설마하니 당신의 생명을 깎아가면서 까지 날 살리게 만들다니."
"아뇨. 오히려 구해주신 저희가 감사해야지요. 그런데……."
그렇다. 문제가 있다. 바로 엣세스 숲이 완전히 초전 박살났다는 것이다. 숲을 재건하는데는 꽤 많은 힘이 들것으로 보였다. 불의 마왕이 왔으니 나무가 타는건 기본이고 반경 100M 이내에서 제대로 성한 풀과 나무 보기가 힘들었다. 아아… 이젠 어쩐다?
"제이 님은 이제 어쩌실 거죠?"
"글쎄요.. 일단 실비아를 집으로 돌려보내고 저야 떠돌이 생활을……."
그래. 내 실력이면 어디서 굶어죽을 일은 없겠지. 설마 소드 마스터가 어디서 굶어 죽을려구?
[실력 없는 것들은 굶어 죽어.]
푸하악! 혼자서 상상하는데 멋대로 내 생각을 읽는 이 재수없는 녀석은……. 루전이다! 이름도 괴팍하고 성격마저 괴팍한 이 루전이라는 이 정신체는 대체 어떻게 생겨먹은건지 참 궁금해진다. - 아… 그러고 보니 검이 루전이지……. -
[뭐야? 성격 괴팍하고 생격먹은건 참겠는데 이름이 괴팍해?! 누군 이름 그렇게 짓고 싶어서 지은줄 아나?]
그럼 뭐야?
투다닥- 타다닥- (웬 효과음?) 나와 루전이 열심히 신경전을 벌이는 소리다. 투닥- 퍼벅 팍! 빠직! 한참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데 셀린이 얼굴을 붉히면서 나에게 다가왔다. 윽… 불안 불안 불안…….
"저… 그 떠돌이 생활에 저도 끼워주시면 안 되요?"
"예?"
난 눈이 동그랗게 커져서 셀린을 쳐다보았다. 으음…… 전혀 물러날 기세를 보이지 않는군…. 이 일을 어쩐다……. 나 혼자서 좀 재미있게 살아보려 했더니만 참, 방해꾼이 끼어드는구만 그래.
[저 엘프가 너 좋아하는 것 같은데? 너 땡 잡았구나]
푸학-! 뭐, 뭐야?! 셀린이 날 좋아한다고? 웃기지 마라, 이 루전아. 설마하니 엘프 최.강.의.(?) 미모를 지닌 그녀가 나에게 반할 것 같냐?
[그럼 저 표정은 뭐냐? 그리고 아까 보니까 키스씬도 하던 것 같던데?]
윽… 그, 그건…….
난 조금 불안해져서 셀린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얼굴은 귀밑까지 빨갛게 물들어있었고 두 손은 가지런히 모아 꼼지락거리고 있는…… 분명 날 좋아한…… 우왁! 내가 무슨 생각을! 저런 것 가지고 좋아한다고 판정할 순 없잖아!
[살판났군!]
시끄러!
초조해져 가는 그녀의 표정과 함께 여러 엘프들은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것도 그럴 수밖에… 내가 이 루전이랑 이야기하고 있어서 그렇지 실제에선 표정이 마구마구 바뀌는 아주 혼자서 쌩쑈를 떠는 짓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으… 쪽 팔려. 그리고 난 결정을 내렸다.
"결정했습니다."
조금씩 긴장되어 가는 그녀의 표정은 가히 미모의 신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내 입에서 말이 튀어나왔다. 난 집으로 갈 필요가 없다. 내 부모님은 모두 이 세계를 떠나셨고… 혼자 가기도 좀 적적하네. 그리고 난입을 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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