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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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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임에도 불구하고 느낄수 있는 우중충한 먹구름은 습도에 의한 불쾌지수만을 높여주고 있다. 노란 나트륨등이 한적한 길가를 드문 드문 비추고 있지만 그 사이 드러나는 사각지대는 발을 듸딜때마다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듯한 기분만을 쥐워 주는 듯 하다. 아무도 걷지 않는 길. 길가로 늘어선 집들의 담벼락과 불법 주차된 자동차는 골목의 입지를 갈수록 줄여 가 갈수록 줄어드는 준혁 자신의 입장을 상징하는 듯 했다.

고교때 빛얻어 비싼 고액과외까지 해주신 부모님의 눈총을 견딜수 없어 일단 싸구려 하숙집을 구하고 아르바이트와 공부를 병행하는 입장이었지만, 몇푼 안되는 아르바이트는 너무 힘들었고 공부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그것이 준혁이라는 스물 한살짜리의 모든 것이었고, 벌써 6월, 목구멍 끝까지 차오른 것은 좌절인가 실망인지 알수 없을지경이다.

등짐같이 큰 가방을 짓눌리듯 멘 준혁은 그저 걸었다. 그가 사는 하숙집은 상당히 교통이 불편한 외곽쪽 이었고, 그런만큼 값이 쌌기에 더 불평할수도 없다. 몽환적이라기 보다는 그로테스크한 가로등의 숲이 천천히 그를 지나쳐 뒤로 멀어지고, 점점 그를 압박하던 담과 주택의 아우성이 점차 들리지 않게 되었을때, 이미 도시라고 할수 없는 외곽. 시대에 걸맞지 않는 불꺼진 백열등이 대문에 걸려있는 낡은 한옥하나가 그를 맞이하고 있다.

바로 그가 살고 있는 하숙집이다. 개발 제한 구역이라 어떻게 개발한다는 것이 불가능 하여 전 주인은 이 집에 흥미를 잃었다. 뭐 조금 보수 하려고만 해도 공무원들이 문제를 삼는 것이다. 게다가 주인은 상당히 돈이 많은 유한 계층이라 집 하나에 그렇게 연연할 필요가 없고, 만일 이 그린벨트가 풀린다면 당연히 땅값이 뛰어 상당한 돈이 될것이기에 그는 아직까지 이 집을 팔지 않고, 그저 조금 놀려두는 의미로 '재개발이 되면 언제든 나간다'란 조건 아래 윤준혁을 하숙시키고 있었다. 하숙이란 말을 쓰기도 좀 그런것이, 이 집을 쓰는 사람은 윤준혁 하나뿐이고, 주인은 가끔 가다가 코빼기만 한번 보일 뿐인 것이다. 그것도 수금은 계좌 이체로 해결하기에- 그저 바람쐬러 오는것 뿐이다.

삐걱-

낡은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그는 안으로 들어갔다. 훔쳐갈것도 하나 없는 집안이라서, 그는 그의 물건이 들어있는 안방채만 자물쇠로 잠그어 놓고 있다. 그는 자물쇠를 따고 안방에 그의 가방을 던져놓고 대청에 드러누웠다. 피곤했다. 언제나 생각하는 것이지만 그저 무미건조한 하루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외로웠고, 답답하고, 하루 하루가 불안한- 마치 목적이란것이 존재하지 않는 듯한 나날들이 계속된다.

"젠장..."

마루에 누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검은 하늘을 바라보던 준혁이 나지막히 내뱉었다. 대입이란 것은 목표였지만 그 부동성을 상실한지 오래되었다. 지나치게 막막하기에. 한때는 이런 상황에도 무언가 돌파구가 있을줄 알았다. 그래도 소시민으로나마 살수 있을것 같았다. 아버지 처럼 평범한 여자 만나서 평범하게 가정을 이루고 사는것. 하지만 삼수생에게는 그런 것도 까마득하게 멀리 보였다. 최악인 것이다. 스포츠 머리의 삼수생이라는것은.

편하게 말을 틀수 있는 여자도 없고. 친구놈들은 모두 사회인으로서 실실거리고 있고, 부모님은 가급적 그의 덜떨어진 아들에 대해 신경쓰지 않으려 하신다. 잘나가는 명문고에 다니는 동생과 여동생이 있기에. 동생들에게도 그는 그다지 자랑스럽지 못할 것이다. 아무것도 아니니까.

"...죽어버릴까."

잠시 입술을 잘근 잘근 씹은 그는 요근래 계속되고 있던 어두운 상상을 구체화 시켰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다. 솔직히 말해 무척이나 살고 싶다는 욕구가 복바쳐 올랐지만 암담함은 그 요구를 짓누르고 있었고, 이 근처엔 쓰다 버린 농약통이 상당히 많이 목격되고 있었다.

아냐. 준혁은 자리서 몸을 당겨 일으켜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다. 그리곤 주머니를 뒤져 십원짜리들을 늘어놓아 보았다. 마당 한켠에는 깨진 거울과 함께 안방 전화기를 치운 주인이 가져다 놓은 낡은 공중전화기가 있었다. 낡아 빠진 주제에 수신자 부담 전화번호를 누르면 무시하는 성능을 지늬고 있어 동전을 넣어야 하는 것이다. 느릿한 걸음으로 거기 다가간 그는 수화기를 들어 집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신호음이 몇차례나 가고있지만, 아무도 받고 있지 않다. 집에 아무도 없는 건가? 라 생각했지만, 그럴리는 없다. 끈기 있게 기다린 끝에, 수화기가 들어올려졌다.

"아, 여보세요-"

덜커덕. 수화기가 내려졌다. 듣고 있었다. 듣고 있었는데도 무시당했다. 뼈저린 절망감에 준혁은 전화기를 떨어뜨렸다. 줄로 연결된 그것이 낙하하여 출렁되는 동안 그는 믿지 못하고 다시한번 전화 번호를 눌러대었다.

"아니야... 아닐거야... 아냐..."
 
초조함과 불안감에 몇번이고 전화번호를 실수하던 그는 마침내 신호음이 가는것을 느낄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받지 않는다. 윤준혁은, 마침내 가족들에게마져 쓸모없는 삼수생의 낙인을 받았다. 목구멍에 넘쳐나던 절망감은, 육두문자와 함께 눈물로 화하여 그를 허물어지게 만들었다. 제멋대로 풀이 자란 맨 땅에 드러 누운 그에게로, 마침 비가 한방울 두방울씩 떨어진다. 아직껏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전화기를 붙잡은 그의 귀에는 그저 신호음만이 위태롭게 갈 뿐이다. 위태롭게, 위태롭게...

"-네, 구원 여신사무소입니다. 용건은 그곳에 가서 듣겠습니다."

당황한 그는 순간적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깨진 거울의 한 면으로, 누군가 나타나고 있었다. 갈색의 긴 생머리, 다이아 몬드 형의 조그만 문신, 신비한 외모의 아름다운 소녀가.

"안녕하세요? 준혁씨. 저는 여신 베르단디라고 합니다"

비는, 본격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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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군님의 댓글

사도군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문득 써버렸군요. 뒤를 과연 이을수 있을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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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우님의 댓글

박현우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으음...웬지..재미있는..스토리가..될듯한...이야기군요...잘써줘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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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군님의 댓글

사도군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 예. 기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계속 써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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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사랑님의 댓글

여신사랑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계속 써보시죠!! 님 이름이 혹시 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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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님의 댓글

스케치™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끝내주네요... 어서 담편을 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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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얀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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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할 말이 없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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