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신의 공간 - 에피소드 2. 달다이라 노예 해방퍼레이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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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자일 백작과 엘프들의 거래가 끝난 뒤 약 한달뒤 오늘도 변함없이 평범한 하루(실은 다크엔은 쫓기고, 시아는 뒤쫓는 추격전이 이어지고 있었지만.)가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달다이라를 거침없이 누비는 일행들을 기다리는 한 소녀가 있었다. 흑발에 귀여운 외모를 지닌 이 소녀는 이 세계의 여행자들과는 조금 많이 다른 복장이었다. 시엘 일행은 자신들은 모르지만, 자신들을 잘 안다는 이 혼자 나타난 낯선 소녀를 위협적인 상대로 파악하고 검을 빼들어 경계 태세를 갖추었다. 시아에게 도망다니는 생활을 즐기던 다크엔 언제 나타났는지 손을 들어 모두를 저지하였다.
“모두들 걱정하지 마세요. 지난번의 도적떼나, 여자 뱀파이어같은 존재는 아닙니다. 저 꼬마 숙녀는 당당한 가슴(?) 지닌 매우 평범한 소녀입...”
“그건 숙녀에게 실례에요! 다크엔씨!!”
흑발에 특이하게도 교복과 비슷한 여행복 차림에, 짧은 치마를 입은 소녀가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갈갈이 날뛰며 항의를 하였다. 소녀는 다크엔과 친한 사이라도 되는지 가까이 다가와 손을 건냈다.
악수를 하려는 것이었다. 다크엔이 알고 지내는 사람이란 소개를 들은 일행은 경계를 풀고 길을 걷기 시작했다. 오로지 시아만이 눈을 가늘게 뜨며 다크엔과 아는 사이라는 말에 실핏줄이 올라왔다. 그녀는 아직도 다크엔에게 빼앗긴 골드의 원한(?)을 잊지 못하는 듯 싶다.
“다크엔씨. 얘는 누구에요? 플레이어 같은데?”
“바로 맞췄다. 이 아이는..”
“아이가 아니에욧!”
시엘의 물음에 다크엔은 씨익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으며 그녀를 소개하려 했다.
그러나 소녀는 아이와, 꼬마라는 말에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드러내며 투덜거렸다.
이제 보니 소녀는 귀여운 노란색 곰돌이가 그려진 조그만 가방과, 덜덜거리며 열심히 굴러가는 자전거를 끌고 있었다.
“엇 자전거?”
“네. 빠빠(아빠)께서 사주신 자전거에요.”
“너 외국인이야? 빠빠라니?”
“네. 제 이름은 나노하나 지유. 일본인입니다.”
자신을 나노하나 지유라 소개한 소녀는 다크엔에게 한 것과 같이 시엘에게도 악수를 청했다. 시엘은 얼떨결에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그러다 그녀의 당당한(!) 가슴을 보고 경악한 얼굴을 하고 신음성을 토했다.
지유를 힐끔힐금 쳐다보던 카렌 또한 마찬가지였다.
‘오옷. 가슴이 굉장히 큰데?’
‘정말 자랑스러운(?)가슴이야.’
'일본인들은 원래 남쪽지역 사람들이잖아? 따뜻한(?)남쪽에서 살면 당연히..'
'가슴 발육이..후후훗!'
이렇게 남자들은 그녀의 가슴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말도 안돼는 헛소리를 내뱉으며 군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시아는 혀를 끌끌 차며 그런 시엘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사정없이 찔러 버렸고 시엘은 부들부들 떨며 허리를 감싸안았다.
“너, 너무하다 동생아! 가슴 구경도..커헉.”
“방금 그 말 저 소녀한테 다시 한번 해보시지? 이 변태 오라버니?!”
“으으...”
시엘은 아무 반박도 못하고 쓰러져버렸고 하이드와 태상이 쓰러진 그를 보고 혀를 끌끌 차며 대신 업고 길을 걸었다. 시아는 지유보다 먼저 나서 반갑다며 손을 내밀었다.
물론 태상을 비롯한 뭇 남성들을 향해 자신의 가슴은 그녀보다 더 크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일부러 과장되게 손을 세게 흔들었지만 지유는 모르는듯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잘 부탁해 지유군.”
“네. 애칭은 쥬베짱. 아빠께서 애정을 담아 저를 부를때 쓰는 말이에요.”
“호호홋 알았어 쥬베쨩.”
남자들은 두 여자들 사이에서 오고, 가는 건전한 대화는 귀에 들리지도 않는다는 듯 시선만 가슴쪽으로 향한 채 속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가슴 만세! 라고..
물론 실제로 그렇게 외치려던 시엘은 이번에는 조용히 꿇어! 라고 속삭이는 다크엔의 크리티컬 어택을 받고 다시 쓰러지고 말았다.
“그런데 지유양. 여기에는 무슨 일로?”
“아~! 이럴 때가 아닌데. 다크엔씨 큰일 났어요!”
“뭔데?”
“그, 그게...”
다크엔의 여관에서 퀘스트(주로 물건 운반/채집)를 하거나, 자신의 여관업을 도우는 식모로써 열심히 생활하던 소녀가 이 머나먼 달다이라까지 찾아왔다는 사실에 다크엔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었고, 역시 그의 예상대로 뭔가 심각한 일이 발생했나 보다.
지유는 갑자게 밝은 얼굴 대신 암울하게 얼굴이 변하여 고개를 숙이며 말을 꺼냈다.
“...인신매매단. 럭스텍이...”
“뭐?! 그 악명 높은 놈들이?”
“다크엔씨. 인신매매단이라면!”
다크엔이 경악하며 그들의 이름을 담자 이 세계의 검은 집단들에 소양이 있는 자들은 고개를 돌려 다크엔과 지유를 바라보았다. 이런 길거리에서 이름을 담기에는 너무도 위험한자들이었기 때문에 태상과 시엘, 지유일행들은 서둘러 그들의 숙소로 돌아가버렸다.
***
“그러니까. 우리가 떠나기 무섭게 바로 럭스텍 놈들이 나타났다?”
끄덕끄덕.
다크엔이 날카로운 눈을 뜨고 그녀를 추궁하자 지유는 고개만 끄덕이며 자초지종을 설명하였다. 럭스텍은 마치 다크엔이 떠나길 기다리기라도 한 듯 며칠 뒤 엘프마을을 급습하였다. 괴인들과, 강력한 마법결계, 그리고 자유상업지구라는 장점들을 믿고 하루를 평화롭게 보내던 엘프들은 이 공격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말았다.
“다른 엘프들은? 피카냐나, 베르군도 있었을텐데?”
“다행히 다들 경미한 상처만 입었어요. 그치만 럭스텍 사람들은 생전 처음 보는 희한한 무기들을 이끌고 왔어요. 피카냐씨와, 베르군도 열심히 분발했지만 결국 패하고 말았어요.”
“뭣?”
“!!!”
말도 안돼. 피카냐라면, 그리고 베르라면?
아타락시아의 4괴인들 중 하나가 아닌가. 그것도 2명이 떡하니 버티고 있고, 강력한 마법과 정령을 다룰 수 있는 엘프들이 인신매매단 하나에게 당하다니?
물론 럭스텍이란 인신매매단은 제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그리고 가장 위협적인 모험가들의 적이기도 하다. 그치만 누군가의 지원이 없이는 그런 막나가는 위험한 짓을 할 수가 없다.
무언가 있었다. 시엘 일행은 눈을 날카롭게 떴다.
“희한한 무기? 그게 뭔데??”
“그게 저...”
태상의 질문에 지유는 눈만 껌뻑이며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할지 모르는 듯 난감한 얼굴이 되었다. 시아가 태상을 진정시키며 걱정말라고 다그치며 다시 물었다.
“걱정 말아. 이 언니(?)가 그 못돼먹은 녀석들을 직접 혼내줄테니까 얼른 말해!”
“...커다란 깡통로봇들.”
“커다란 깡통...엑? 뭐?!”
시아의 질문에 지유는 조용히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답했다.
시아는 으음. 하며 고개를 끄덕이다 뭔가를 놓쳤다는 생각에 다시 지유의 답을 들었다.
지유의 대답은 오로지 커다란 깡통 로봇들 뿐이었다.
“그건 대체 뭐래?”
시아가 뒤를 돌아 하이드와 태상, 설경과 기타 동료들에게 물어보았으나 그들도 모르겠다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오로지 깡통로봇이란 단어가 터져 나오기 무섭게 다크엔이 경악한 얼굴을 하고 지유를 추궁하였다.
“깡통로봇이라고?”
“아.하. 네. 그렇게 생겼었어요.”
누군가와 싸우는 것이라면 히스테리적으로 싫어하던 지유도 그 이상한 물체와 한판 붙어봐서 알고 있었다. 두팔에 달린 위협적인 연발 석궁과, 강력한 마법들, 사계의 주박에도 걸리지 않던 그 무기들의 위력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거기다 조직적인 움직임.
덕택에 엘프마을은 3명의 엘프 소녀들과 2명의 엘프성인들을 인신매매단에게 납치당하고 말았다.
“심각한데?”
“그러게 말이야.”
하이드와 시엘이 서로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냈다. 그런 뒤 다크엔을 슬며시 쳐다보았다. 다크엔은 굉장히 화가 난 듯, 아니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자신이 마시기 위해 들고 있던 금속제 술잔을 잔뜩 구부린 다음 이를 빠드득 갈았다. 그 무시무시한 오오라에 놀란 취객 몇 명이 슬며시 자리를 떴다.
“진정하십시오. 다크엔. 지금은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할 때입니다. 분노는 정신을 죽입니다.”
“알았습니다.”
그가 화를 표출하려는 찰나 알카드가 나서 제지를 하였고 자신의 행동이 어리석었음을 깨달은 다크엔은 무뚝뚝한 답을 하며 자리에 도로 앉았다.
시아와 시엘은 물론, 알카드까지 모두 모여 이 상황을 해결할 좋은 방법들을 토론했지만 전혀 좋은 아이디어는 나오지 않고 있었다.
상황은 해결되기는 커녕 오히려 탁상공론화 되가고 있었다.
짤랑.
그때였다. 문이 활짝 열리며 한 아름다운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색 프록치 코트를 걸친 그 여성은 뒤에 검은색 갑옷으로 무장한 사람 둘을 대동하고 술집에 들어왔다. 활기찬 분위기의 술집이 이 검은색 물결의 사람들을 알아보자 조용해졌다. 여자는 그런 사람들을 무시한채 입을 벌렸다.
“혹시! 태상님이나, 다크엔님께서 여기에 계십니까? 저희는 블랙울프사에서 나왔습니다!”
“?!”
“엇 당신은?!”
시아 일행은 일제히 뒤를 돌아보았다. 여성은 전에 한번 본적이 있는 사람이었다.
자신들에게 하수도 소독 퀘스트를 맡겼고, 실례를 범했다며 어려운 말을 써가며 두루마리를 건네준 그 여자였다. 뒤의 남자들은 검은색에 붉은색 유리로 뒤덮인 헬멧에 가려져 얼굴을 알수 없었지만 회사 소속 용병들인 것 같았다. 그들의 어깨에는 멜빵에 묶여진 낯익은 무기가 들려 있었다.
“총?”
“SKS소총이로군.”
“그렇습니다.”
무기에 소양이 깊었던 오버로드 능력자 다크엔이 눈을 가늘게 뜨고 묻자 그녀는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이고 자신들이 여기 온 사항을 간단히 말하였다.
“긴급 퀘스트입니다. 필요인원은 2명, 회사 소속 무기와 병사들의 지원, 그리고 여러 가지 화력지원이 추가로...“
“우린 지금 바쁩니다. 우리는...”
다크엔이 딱 잘라 거절하고 돌아서려는 찰나 자신을 세라라고 소개한 여자는
“당신들과 관련된 일입니다.”
“!!”
“혹시?”
“그 혹시가 맞습니다.”
세라는 그렇게 말한 뒤 문을 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시간이 없습니다. 공원에서 이야기 하도록 하죠.”
***
“......”
“알카드씨는 짐작 가는 것 없어요? 그 럭스텍이란 곳에 대해서..”
“아니 없어. 그저 신흥 인신매매단인데..이름 그대로 사냥을 통해 잡은 이들을 팔아넘기는 자들이지. 아주 흉악한 놈들이지. 이정도만 알고 있어.”
시아의 질문에 알카드는 당연하다는 듯 답을 하였다.
시아는 한숨을 내쉬며 심드렁하게 벤치에 걸터앉아 이야기를 주고받는 세라와 다크엔을
보았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사태와 관련된 매우 중요한 열쇠가 그들의 대화속에 담겨 있는 듯 했다.
“무슨 일일까? 궁금하네..”
“그러게 말이다.”
하이드가 심드렁하게 중얼거리며 바닥에 드러눕자 시엘은 그를 힐끔 쳐다보곤 앞으로 다가가 두 사람의 대화를 좀 더 자세히 들으려 했다. 그러자 같이 동행해온 수상한 갑옷을 입은 자들이 다가와 그들을 제지하였다. 회사 기밀이라면서...
“우리는 다크엔의 동료에요.”
“맞아맞아.”
시아 일행도 알 권리(?)가 있다며 무턱대고 나서려 하자 병사들은 급하게 SKS라 들린 소총을 겨누며 그들을 제지하였다. 갑자기 위협적인 상황이 전개되자 태상과 설경이 달려와 그들을 진정시키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쳇. 뭘 하질 못하게 하네.”
“그러게. 후아암.”
“이 사람들아 조용히 햇! 아무것도 안 들리잖아!! 방금 돈이 뭐 어쩌구 했다고!"
퍼억~
시엘과 하이드의 계속되는 불평불만에 참다 못한 시아의 주먹이 두 남자의 복부를 향했고 그러자 두 남자는 재빨리 가드를 시전하였다. 그러나 그녀의 주먹은 복부를 향하나 싶더니 갚자기 위로 올라와 훅을 날렸다.
“으으..”
“아프다 동생아”
시엘이 얼얼한 볼을 문지르며 고통을 호소하였으나 시아는 흉신악살같은 미소를 드러내며 발을 들었다. 와그작. 시엘이 처절하게 밟히는 소리가 공원에 울려퍼졌다. 그리고 이렇게 외쳤다.
"오빠때문에 보수금이 얼마인지 자세히 못 들었잖아!"
겨우 그것 떄문이었냐? 시엘은 게거품을 물고 기절하며 돈 때문에 자신의 오빠를 뭉개버리는 저 파렴치한 동생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바닥에 쓰러졌다. 하이드가 어디서 가져왔는지 출처 불명의 나뭇가지를 가져와 그를 쿡쿡 찌른다.
“이것 참 다행이군.”
“시끄러운 사람이 죽었어(?) 참 다행이군.”
설경과 태상은 꼴 좋다는 듯 웃으며 시아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
“그러니까 럭스텍사가 대대적으로 납치한 인원들을 베이더가 만든 회사 '블랙울프'사가구출하는 작전을 펼친다?”
끄덕끄덕.
다크엔이 알았다는 듯 다시 한번 되묻자 세라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코트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그에게 보여주었다. 마법스크롤이었는데 영상이 저장된 것이었다.
“이것은 그 곳에 잠입한 저희 스파이가 마지막으로 보내온 홀로그램 통신 저장부분입니다.
이걸 보십시오.“
“......”
위잉.
낮은 휘파람같은 소리와 함께 자그마한 영상이 다크엔과 세라의 눈을 어지럽혔다.
푸른색 광학 영상에는 한 남자가 서 있었는데 귀족들이나 입는 고급스런 옷차림이었다.남자는 검은 그림자에 뒤덮인 곳을 가리켰다. 자세히 보니 그곳에는 날카로운 쇠창살들이 박혀 감옥이란 것을 짐작케 해주었다.
-사령관님. 여길 보십시오. 현재 이 안에는 오크 20명과, 엘프 200여명, 인간으로 추정되는 자들만 약 400여명이 한달에 한번씩 거래 되는 곳입니다. 이번 달 보름달이 뜨는 밤에도 거래가 한번씩 이루어지는 곳으로...이 곳에는...귀족들과 부호들이...
갑자기 영상이 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바뀌더니 장소가 뒤바뀌었다.
울창한 숲속 그리고 헉헉거리는 숨소리가 다크엔과 세라의 귀를 건드렸다.
영상에 불과했지만 너무나 실시간적인 영상에 그들은 더더욱 집중하였다.
-헉헉. 적들이 눈치채었...헉헉. 후아. 사령관님. 적들은 우리 블랙 울프사가 가지고 있는 로봇수트 울버린의 첫 번째 모델과 비슷한 것들을 가지고...헉헉. 앗! 놈들이!! 쏴버려!!
-타탕 타타탕.
영상 속에 드러난 귀족 차림새의 남자의 명령에 그의 옆에 붙어 있던 검은색의 갑옷에, 늑대가 그려진 병사 둘이 약속이라도 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총을 겨누었다.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한발씩 나가는 자동소총의 발사음이 계속 들려왔다. 이제 영상은 병사 두명과 정체불명의 거대한 물체와 싸우는 장면으로 바뀌어 있었다.
타탕 타타탕.
검은색 폼나게 생긴 갑옷을 입은 병사들(울프사소속의)이 소총을 쏘아댔지만 커다란 물체는 철그럭거리는 요란한 소음을 내며 탄환들을 튕기며 천천히 걸어나왔다. 그러더니 두 손에 장착된 커다란 기관포 같은 것을 겨누고 사정없이 갈기는 것이었다.
그것의 생김새는 지유가 언급한대로 커다란 깡통로봇을 연상시켰다.
-투타타타타
-으아악!
웅 철크락~
영상에 붉은색 액체가 촥 튀더니 울버린이라고 언급한 물체가 뒤뚱뒤뚱 걸으며 살아남은 스파이를 향해 쫓아왔다. 남자는 석궁을 사격하며 열심히 숲속으로 들어갔지만 커다란 괴물이 쏴대는 기관포에 벌집이 되어 쓰러졌다. 영상은 거기서 끝났다.
“이건 대체..”
다크엔이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려 세라를 바라보았다.
세라는 대답대신 다른 스크롤을 꺼내 또 다른 영상을 보여주었다.
그 영상에는 울버린이라고 불리웠던 조금 전의 성인남자 키보다 훨씬 큰 로봇이 나타났다.
“울버린 MK-1. 저희 사장님께서 군수공장에서 탄생시킨 로봇수트의 첫 번째 모델입니다. 순수 육상형 강화복으로 1인 모델입니다. 무기는 13mm발칸 기관포와, 석궁이며 움직이는 방식은 완전 기계작동식입니다. 부스터와 대형 화력무기를 장착할 수가 없어 약 3000여대만 양산된 채 생산이 종료된 것입니다.”
“!!!”
다크엔은 이런 어처구니없는 로봇을 탄생시킨 사장을 저주하며 눈을 날카롭게 떴다. 그가 어렸을 때 즐겨 했던 커맨드앤퀀커라는 게임 속에서 등장하는 조그만 소형로봇과 너무 흡사했다. 아니 그것을 본떠서 만들었는지 색까지 황토색에 가까운 로봇. 이것이 엘프마을을 공격했다는 사실에 다크엔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최근에 이것들중 10여대가 도난당한 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적들은 이것들의 데이터와, 본체들을 가져가서 자신들의 방식으로 개조하고, 설계한 것 같습니다. 영상에서 나온 것으로 확인된 사항으로는 13mm대신 20mm발칸으로 더욱 구경이 확대되어졌고, 파이어볼 마법까지 사용하는 것으로...“
“......”
“저들은 세계의 핍박받는 자들을 구하기 위해 우리가 만든 병기를 자기들 멋대로 사용하며 노예사냥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저들을 격멸하기 위해 오늘밤 전투준비중입니다. 4인승 글라이더 한기가 대기중입니다. 동료들 중 1명을 뽑아서 데려 오십시오. 장소는 저희 회사지부 앞입니다.”
세라는 그렇게 말한 뒤 갑옷 입은 병사들을 이끌고 조용히 물러가버렸다.
***
“뭐에욧! 왜 우리만 쏙 빼놓고 그리고 태상씨는 왜 데려가는거에욧!”
시아의 항의에 다크엔은 너털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데려가는게 아니라 빌려가는 거다. 푸훗.”
“그거나, 이거나..아니 이게 아니라! 당장 이리 안와욧!”
“잘 다녀오겠네 시아양. 다크엔씨의 설명을 들으니 적들은 굉장히 위험한 녀석들인 것 같네. 무모한 짓은 말고 숙소에서 푹 쉬도록 하게.”
태상은 빠이빠이 모드로 손을 흔들며 잽싸게 다크엔과 함께 골목으로 사라져갔다. 시아가 뒤늦게 그들을 잡으려 했으나 그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뒤였다.
“쳇. 골통로봇 잡다가 다치기만 해봐라. 내손으로 확 박살을..”
“시아양. 골통이 아니라 깡통.”
“시끄러워요 오라버니!”
시아는 분위기 파악 못하고 그녀를 지적하는 오빠를 조용히 잠재운 뒤 신경질적으로 옆에 붙어 있는 세라를 노려보았다. 시아의 시선을 느낀 블랙울프사 직원은 그녀를 살짝 훑어본 뒤 무시하고 어디론가 가버렸다. 검은 헬멧에, 검은색 방어복으로 무장한 병사들도 그녀를 무시하듯 바라보고 가버렸다.
“아으! 성질나!!”
시아는 자신들만 쏙 빼놓고 사라지는 그들을 보며 분노를 토했다.
“어이 시아양. 이번 일은 굉장히 위험하다잖아. 럭스텍은 안 그래도 비공식적으로 강력한 길드중 하나라고. 그런 곳과 싸우면 정말 큰일 난다고. 뭐..다크엔이야 괴인인데다 그들과 독자적으로 싸울 능력이 있고..적들의 무기가 마법에 굉장히 취약하다고 하니 당연히 태상씨가. 그러니 우리는 그들 걱정이나 하면서 따뜻한 곳에서 술이나 한잔..”
“그게 아니라...”
“엥? 그럼 뭣 때문에 그렇게 화를...”
하이드가 어리둥절하여 시아를 툭툭 건드리며 물었다.
평소의 시아와는 다르게 다크엔을 돕겠다며 발 벗고 나서질 않나, 그런 깡통로봇들은 하이드와 시엘오빠, 자신이 맡을 테니 당신 같은 바보(?)는 그냥 쉬라며 적극적으로 나섰던 그녀였다. 평소에는 남자들을 들들 볶고 돈이라고 하면 눈이 금화로 변신하는 그녀였지만 노예들을 해방시킨다는 소리에 머리가 빡 돌았다고 생각했는데...하긴 하이드와 시엘도 노예라는 소리에 분노하고 그들을 박살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시아는 그게 아니라고 말한다. 이게 무슨...혹시!
“혹시 시아양.”
“네?”
“그...이 긴급 퀘스트에 대한 뭔가...특별한 설명이라도 들었는가?”
설경의 질문에 시아가 갑자기 음흉한 미소를 짓더니 흐흐흐.
신음성 웃음을 흘렸다.
그녀의 눈이 초롱초롱하게 빛나는가 싶더니 뭔가로 물들고 있었다.
그녀의 이런 무시무시한 모습에 모두들 슬금슬금 뒤로 꽁무리를 내뺐다.
“로봇수트니, 뭐니, 노예라는 등 다 들었어요. 그런데...”
“그런데??”
“보수금 :36000골드, 추가보수금/지금아이템 : 1000골드/로봇수트2벌, 자유 복지증. 흐흐흐. 이것들만 있으면....이런 돈벌이에 나만 빼놓고 가겠다는 것이냐아아아!!!! 기다려욧!! 같이 가잔 말이에욧!!!”
‘그런 거였냐?’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태연히 고개를 끄덕이며 금화로 바뀌는 그녀의 눈을 보며 일행들은 할말을 잃고 말았다. 시아는 반드시 돈 벌고 말겠다며 참여하지도 못한 퀘스트를 하러 가겠노라며 블랙울프사로 혼자 가버렸다. 아까부터 자꾸 돈 얘길 꺼냈을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데...모두들 어이없다는 듯 돈 앞에 주체를 못하고 제멋대로 달려가는 시아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시엘군. 자네 동생은..”
“아아. 나도 알고 있어. 돈이라면 그저 사족을 못 쓰지.”
오죽하면 각성스킬 이름이 ‘돈독’이겠는가?
다른 것 다 필요 없다. 돈만 있으면 된다. 이건가?
모두들 한숨을 내쉬며 다시 술집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시아가 빠져 허전하긴 했지만. 싸울 장소는 생각보다 멀리 있었고공항 또한 비밀리에 감춰져 있고 그녀 혼자서 성인남성 두명의 달리기 속도를 따라잡기는 좀 힘들었다. 돈독이 발휘된다면 또 모를까? 싸울 장소는 도시 외곽에서 자그마치 10km나 떨어진 곳이라고 했던가? 시아도 결국 포기하고 돌아올 것이다.
“저기...”
“응? 왜 그래 알카드군?”
알카드가 뭔가 말을 꺼내길 망설이자 시엘이 그에게 먼저 무슨 일인가 하고 물었다. 그의 표정이 마치 뭐 마려운 강아지같아 피식 웃었지만 심상치 않았기에 그를 추궁하였다.
알카드는 한숨을 내쉬며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대답했다.
“모두들 시아양만 빠져나간줄 알고 있는데...지금 보아하니 또 한명 더 빠져 나갔네요.”
“엥?”
다들 모르겠다는 얼굴이 되어 주위만 두리번거리며 인원수를 체크하였다.
어디 보다~시엘 있고, 하이드도 있고, 카렌도 있고 알카드도 있고, 설경 있고, 태상 갔고, 시아는 돈독 올라 가버렸고, 아스타롯사는 제끼고...어라? 다 있는데? 무슨 귀신 폭탄 실험하는 소리야?
“에휴. 아직도 모르겠어요?”
“흠. 알카드 군 말을 들으니 뭔가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설경도 난감하다는 듯 뭔가를 잊은 것 같다며 머리를 감싸고 끙끙 앓는 소리를 하였다.
그러다 문득 떠오르는 사실에 모두들 뒤늦게 경악하고 말았다. 맙소사! 모두들 쌀쌀한 추운 날씨에 길거리에 나와 있는 주인 없는 자전거와 곰인형 배낭을 보며 뒤늦게 깨달았다.
“자전거!!” -알카드
“자전거 주인이 없다~!” -설경
“그 꼬맹이 소녀!” -카렌
“거유만세(?)소녀!!” -시엘
“가슴이 없어(?)” -남성일동
어쩌지 이를 어째?! 가슴만 외치던 가슴마니아(?)남자들은
난감하다는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에엣! 모르겠다. 그냥 술집으로...들어가지 말고 쫓아!! 빨랑 가서 시아랑, 그 꼬맹이도 잡아!!”
“그냥 가는 김에 10km를 전력으로 질주해서 쳐부숴버리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은데요?”
“에엣! 몰라 그냥 가자!”
결국 남성들도 돈을 향해(?) 마라톤을 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추운 달밤에....
***
-여기는 정찰용 글라이더 22호. 비행은 순조롭습니다. 약 5분 뒤 로봇수트 ‘울버린’MK1에 탑승한 태상과 다크엔을 투하합니다.
‘투, 투하?’
엘프 파일럿이 통신용 마법기계에 대고 뭐라고 중얼거리는 것을 들은 다크엔과 태상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난감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히 말하면 서로의 얼굴이 아닌 서로의 얼굴이 옆쪽 모니터에 뜬 것이었다. 그들은 울버린 전투로봇에 탑승한 채 투하되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글라이더가 착륙하기에는 장소가 너무 외딴, 그리고 울창한 숲속이었고, 적들에게 발각될 염려가 있어 공중에서 투하하는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 두 사람은 착륙하기 위해 생전 처음 타보는 로봇수트란 무기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었다.
“허허. 괜찮은가? 다크엔과 태상군.”
“하하. 뭐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정말 SF영화속에서나 볼법한 로봇무기에 이렇게 타게 되다니. 꿈만 같네요.”
“조금 긴장도 됩니다. 팔을 움직이려면 이 이상한 조이스틱같은 것 두 개를 움직이면 된다니.”
“허허. 이 모델은 지금은 구식이지만 아직도 우리 군대에서 써먹는 최강의 무기중 하나라네.”
드워프 출신 부조종사 써르라는 영감이 너털웃음을 하며 그들에게 설명하였다. 울버린은 각진 형태의 전형적인 군용로봇으로, 두 개의 다리와, 두 팔을 지니고 있다. 다만 팔의 용도는 기관포가 달려 있어 화력투사용이자 1톤을 들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어 화물 운송도 할 수 있다. 약한 철벽 따위는 이것의 몸통박치기로 부술 수도 있었다.
마법과 기계공학을 통해 만들어낸 이 로봇은 크기와 측면만 보면 영락없이 5~6m짜리 초대형 냉장고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의 달리기보다 더 빠른 속도로 걸을 수 있는 다리와 강력한 기관포, 실시간으로 적들을 볼 수 있는 감지센서와, 3개의 모니터들, 파이어볼따위는 충분히 막아내는 막강한 장갑판은 울버린을 정말 최강의 무기 중 하나라고 인정하게 할 만 했다.
“어쨌든 그곳에는 우리 동족들도 많이 잡혀가 있다네. 부탁하네.”
탁탁
써르가 기계 동체를 두들기며 넌지시 말을 내뱉자 태상과 다크엔은 꿀먹은 벙어리마냥 조용해졌다. 노예라는 단어는 지구에서 살아온 그들에겐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는 단어였다. 인간이 인간을 다스리고 싶다는 어리석은 욕망으로 인해 탄생한 제도 계급제도, 동시에 그 제도로 인해 나타난 가장 비참한 계급 노예.
“제가 알기론 제국은 계급제도는 지니고 있지만 노예제도는 인정을 안 하는 것으로 아는데? 그런데 왜 이리 버젓이 인신매매단이 나돌아 다니는 것일까요?”
“뭐. 인간이 다 그런 생물이지 뭐...돈만 벌고 싶다면야 뭘 하지 않겠어? 그리고 생각해봐. 노예를 이용해서 돈도 벌고, 아름다운 노예를 자기 장난감으로 삼고 싶고, 자기 하고 싶은 것도 다 하고 싶은데...그런 마음이 있고, 돈이 넉넉하다면 당연히 사겠지. 특히 귀족놈들.”
“......”
태상이 알 수 없다는 듯 다크엔에게 마법 통신기로 질문을 하자 그의 목소리가 통신기에 들려왔다. 단순하지만 정확한 답에 그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제국은 분명히 노예매매를 금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귀족들은 그런 것은 철저히 무시하고 인신매매단이 불법으로 운영하는 기관에 가서 자기가문 소속 노예를 산다. 달다이라 경비대나, 자경대가 그들을 급습한다고 한들 귀족들에게 벌을 줄 수는 없다. 인신매매단을 처벌해본들 그들은 막대한 벌금을 내고 밖으로 나와 다시 납치를 통한 인신매매를 한다. 귀족들 또한 약간의 벌금만 내고 풀려나 다시 노예를 구입한다. 결국 이것이 돈이 된다는 것을 잘 아는 이 나쁜 놈들로 인해 모순의 고리는 그대로 이어진다.
“돈만 있으면 다 된다는 생각이라..아무리 돈이 좋다지만 이런 소리를 들으면 시아양이 굉장히 슬퍼하겠군요.”
“뭐 그러겠지. 그나저나 5분 되지 않았나?”
“아직 2분 정도..엇!”
“뭐야? 우왓!!!”
태상과 다크엔은 울버린 조종석 안에 탑재된 시계를 바라보며 시간을 확인하던 중 경악하였다. 화물칸(무기물자)의 그 좁은 짐칸 안에서 무언가 튀어나온 것이다. 갑자기 튀어나온 그것에 놀란 태상이 조이스틱을 흔들었다. 조이스틱이 움직임과 동시에 울버린의 두 팔도 덩달이 움직이며 짐칸에서 튀어나온 어떤 인형을 쫓아내려 했다.
“이 이건 대체..헉!”
“왜, 왜 그래요? 다크엔씨. 헉!!”
“푸하. 죽을 뻔했네. 하필이면 왜 짐칸 안에 양털이 깔려 있는거야?!”
“시, 시아!”
“시아가 여기에 대체 왜!?”
설마. 공항(블랙울프사 소속 운동장)까지 쫓아와서 글라이더에 몰래 탄거야?! 그것도
저 화장실보다 더 비좁은 장소에?! 금방이라도 숨을 텁텁 막을것 같은 양모를 덮고! 타크엔과 태상은 어이없음 모드로 변한채 모니터 너머로 바라보았다.
“다크엔씨! 태상씨! 정말 너무하시네요? 36000골드를 당신들만 꿀꺽 먹겠다는 거에욧!”
“어이 어이. 시아양. 우린 놀러온게 아냐. 잡혀간 엘프들과, 다른 사람들을 구하러...”
“그건 저도 알아욧!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라. 의뢰금이라고요. 의. 뢰. 금.!”
‘이봐. 그건 아니라고 보는데?’
그리고 또 하나의 인형이 있었다.
“조용하지 못하군.”
“헉! 나노하나군. 아니 야규 쥬베이인가?”
“그렇다.”
“??”
“??”
검은 무명복 차림에 검 한 자루를 허리에 비스듬하게 차고 있는 여자였다.
그녀는 안대를 착용하고 있었는데...안대의 모양새는 괴상하다 못해 어딘가 좀 웃겼다.
하트표 안대를 착용한 그 모습은 마치 어릿광대 같았지만 그녀의 무뚝뚝하고 진지한 자세에 웃음은 튀어나오지 않았다.
태상과 시아는 이 여자가 나노하나군이란 사실에 어리둥절해했다.
-다음편은....흐흠. 내가 계속 쓰거나 다크엔젤님으로 결정!!!
[너무 긴 장편이 되었군요.
참고로 이번 퀘스트는 게임 시간으로 자그마치 11일에 걸쳐서 진행됩니다. 블랙울프사 소속의 용병들(이라고 쓰고 군인이라 읽는)의 지원도 어느정도 있겠군요.]
조금 난감하게도 마법과 과학으로 탄생시킨 로봇 등장입니다.
저 짜리몽땅(?)냉장고(??)로봇은 잠깐 등장한 적 있던 로봇수트의 초기형입니다.
능력치나 방어력은 후기형보다 더 나았지만 부스터를 탑재할 수 없었고, 기본무기로는 고작해야 기관포 뿐이라...
결국 3000대만 만들고 종료된 블랙울프사가 만든 최악의 안습작입니다.
[문제는 이 안습작만도 오버테크놀러지라 -_-]
전투용 컴퓨터는 주로 마법으로 만들어진 컴퓨터이며 그것에 쓰이는 모니터나, 센서, 외관과 관절등은 전부 공학기술을 응용한 형태입니다.
소설에서 잠깐 소개한 대로 저 로봇의 초기 모델은 제가 어렸을 때 즐겨했던
커맨드&퀀커 타이베리안썬에서 나왔던 GDI 소속 소형로봇 울버린이 모델입니다.
나중에 이미지 한번 보여드리죠[퍼억]
네기님이 안계셔서 다크엔님과 상의 끝에 얼떨결에 노예해방 퀘스트로 넘어간
시아, 다크엔, 태상, 지유군의 한바탕 소동을 재미있게 잘 읽어주세요. ^^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모두들 걱정하지 마세요. 지난번의 도적떼나, 여자 뱀파이어같은 존재는 아닙니다. 저 꼬마 숙녀는 당당한 가슴(?) 지닌 매우 평범한 소녀입...”
“그건 숙녀에게 실례에요! 다크엔씨!!”
흑발에 특이하게도 교복과 비슷한 여행복 차림에, 짧은 치마를 입은 소녀가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갈갈이 날뛰며 항의를 하였다. 소녀는 다크엔과 친한 사이라도 되는지 가까이 다가와 손을 건냈다.
악수를 하려는 것이었다. 다크엔이 알고 지내는 사람이란 소개를 들은 일행은 경계를 풀고 길을 걷기 시작했다. 오로지 시아만이 눈을 가늘게 뜨며 다크엔과 아는 사이라는 말에 실핏줄이 올라왔다. 그녀는 아직도 다크엔에게 빼앗긴 골드의 원한(?)을 잊지 못하는 듯 싶다.
“다크엔씨. 얘는 누구에요? 플레이어 같은데?”
“바로 맞췄다. 이 아이는..”
“아이가 아니에욧!”
시엘의 물음에 다크엔은 씨익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으며 그녀를 소개하려 했다.
그러나 소녀는 아이와, 꼬마라는 말에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드러내며 투덜거렸다.
이제 보니 소녀는 귀여운 노란색 곰돌이가 그려진 조그만 가방과, 덜덜거리며 열심히 굴러가는 자전거를 끌고 있었다.
“엇 자전거?”
“네. 빠빠(아빠)께서 사주신 자전거에요.”
“너 외국인이야? 빠빠라니?”
“네. 제 이름은 나노하나 지유. 일본인입니다.”
자신을 나노하나 지유라 소개한 소녀는 다크엔에게 한 것과 같이 시엘에게도 악수를 청했다. 시엘은 얼떨결에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그러다 그녀의 당당한(!) 가슴을 보고 경악한 얼굴을 하고 신음성을 토했다.
지유를 힐끔힐금 쳐다보던 카렌 또한 마찬가지였다.
‘오옷. 가슴이 굉장히 큰데?’
‘정말 자랑스러운(?)가슴이야.’
'일본인들은 원래 남쪽지역 사람들이잖아? 따뜻한(?)남쪽에서 살면 당연히..'
'가슴 발육이..후후훗!'
이렇게 남자들은 그녀의 가슴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말도 안돼는 헛소리를 내뱉으며 군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시아는 혀를 끌끌 차며 그런 시엘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사정없이 찔러 버렸고 시엘은 부들부들 떨며 허리를 감싸안았다.
“너, 너무하다 동생아! 가슴 구경도..커헉.”
“방금 그 말 저 소녀한테 다시 한번 해보시지? 이 변태 오라버니?!”
“으으...”
시엘은 아무 반박도 못하고 쓰러져버렸고 하이드와 태상이 쓰러진 그를 보고 혀를 끌끌 차며 대신 업고 길을 걸었다. 시아는 지유보다 먼저 나서 반갑다며 손을 내밀었다.
물론 태상을 비롯한 뭇 남성들을 향해 자신의 가슴은 그녀보다 더 크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일부러 과장되게 손을 세게 흔들었지만 지유는 모르는듯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잘 부탁해 지유군.”
“네. 애칭은 쥬베짱. 아빠께서 애정을 담아 저를 부를때 쓰는 말이에요.”
“호호홋 알았어 쥬베쨩.”
남자들은 두 여자들 사이에서 오고, 가는 건전한 대화는 귀에 들리지도 않는다는 듯 시선만 가슴쪽으로 향한 채 속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가슴 만세! 라고..
물론 실제로 그렇게 외치려던 시엘은 이번에는 조용히 꿇어! 라고 속삭이는 다크엔의 크리티컬 어택을 받고 다시 쓰러지고 말았다.
“그런데 지유양. 여기에는 무슨 일로?”
“아~! 이럴 때가 아닌데. 다크엔씨 큰일 났어요!”
“뭔데?”
“그, 그게...”
다크엔의 여관에서 퀘스트(주로 물건 운반/채집)를 하거나, 자신의 여관업을 도우는 식모로써 열심히 생활하던 소녀가 이 머나먼 달다이라까지 찾아왔다는 사실에 다크엔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었고, 역시 그의 예상대로 뭔가 심각한 일이 발생했나 보다.
지유는 갑자게 밝은 얼굴 대신 암울하게 얼굴이 변하여 고개를 숙이며 말을 꺼냈다.
“...인신매매단. 럭스텍이...”
“뭐?! 그 악명 높은 놈들이?”
“다크엔씨. 인신매매단이라면!”
다크엔이 경악하며 그들의 이름을 담자 이 세계의 검은 집단들에 소양이 있는 자들은 고개를 돌려 다크엔과 지유를 바라보았다. 이런 길거리에서 이름을 담기에는 너무도 위험한자들이었기 때문에 태상과 시엘, 지유일행들은 서둘러 그들의 숙소로 돌아가버렸다.
***
“그러니까. 우리가 떠나기 무섭게 바로 럭스텍 놈들이 나타났다?”
끄덕끄덕.
다크엔이 날카로운 눈을 뜨고 그녀를 추궁하자 지유는 고개만 끄덕이며 자초지종을 설명하였다. 럭스텍은 마치 다크엔이 떠나길 기다리기라도 한 듯 며칠 뒤 엘프마을을 급습하였다. 괴인들과, 강력한 마법결계, 그리고 자유상업지구라는 장점들을 믿고 하루를 평화롭게 보내던 엘프들은 이 공격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말았다.
“다른 엘프들은? 피카냐나, 베르군도 있었을텐데?”
“다행히 다들 경미한 상처만 입었어요. 그치만 럭스텍 사람들은 생전 처음 보는 희한한 무기들을 이끌고 왔어요. 피카냐씨와, 베르군도 열심히 분발했지만 결국 패하고 말았어요.”
“뭣?”
“!!!”
말도 안돼. 피카냐라면, 그리고 베르라면?
아타락시아의 4괴인들 중 하나가 아닌가. 그것도 2명이 떡하니 버티고 있고, 강력한 마법과 정령을 다룰 수 있는 엘프들이 인신매매단 하나에게 당하다니?
물론 럭스텍이란 인신매매단은 제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그리고 가장 위협적인 모험가들의 적이기도 하다. 그치만 누군가의 지원이 없이는 그런 막나가는 위험한 짓을 할 수가 없다.
무언가 있었다. 시엘 일행은 눈을 날카롭게 떴다.
“희한한 무기? 그게 뭔데??”
“그게 저...”
태상의 질문에 지유는 눈만 껌뻑이며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할지 모르는 듯 난감한 얼굴이 되었다. 시아가 태상을 진정시키며 걱정말라고 다그치며 다시 물었다.
“걱정 말아. 이 언니(?)가 그 못돼먹은 녀석들을 직접 혼내줄테니까 얼른 말해!”
“...커다란 깡통로봇들.”
“커다란 깡통...엑? 뭐?!”
시아의 질문에 지유는 조용히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답했다.
시아는 으음. 하며 고개를 끄덕이다 뭔가를 놓쳤다는 생각에 다시 지유의 답을 들었다.
지유의 대답은 오로지 커다란 깡통 로봇들 뿐이었다.
“그건 대체 뭐래?”
시아가 뒤를 돌아 하이드와 태상, 설경과 기타 동료들에게 물어보았으나 그들도 모르겠다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오로지 깡통로봇이란 단어가 터져 나오기 무섭게 다크엔이 경악한 얼굴을 하고 지유를 추궁하였다.
“깡통로봇이라고?”
“아.하. 네. 그렇게 생겼었어요.”
누군가와 싸우는 것이라면 히스테리적으로 싫어하던 지유도 그 이상한 물체와 한판 붙어봐서 알고 있었다. 두팔에 달린 위협적인 연발 석궁과, 강력한 마법들, 사계의 주박에도 걸리지 않던 그 무기들의 위력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거기다 조직적인 움직임.
덕택에 엘프마을은 3명의 엘프 소녀들과 2명의 엘프성인들을 인신매매단에게 납치당하고 말았다.
“심각한데?”
“그러게 말이야.”
하이드와 시엘이 서로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냈다. 그런 뒤 다크엔을 슬며시 쳐다보았다. 다크엔은 굉장히 화가 난 듯, 아니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자신이 마시기 위해 들고 있던 금속제 술잔을 잔뜩 구부린 다음 이를 빠드득 갈았다. 그 무시무시한 오오라에 놀란 취객 몇 명이 슬며시 자리를 떴다.
“진정하십시오. 다크엔. 지금은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할 때입니다. 분노는 정신을 죽입니다.”
“알았습니다.”
그가 화를 표출하려는 찰나 알카드가 나서 제지를 하였고 자신의 행동이 어리석었음을 깨달은 다크엔은 무뚝뚝한 답을 하며 자리에 도로 앉았다.
시아와 시엘은 물론, 알카드까지 모두 모여 이 상황을 해결할 좋은 방법들을 토론했지만 전혀 좋은 아이디어는 나오지 않고 있었다.
상황은 해결되기는 커녕 오히려 탁상공론화 되가고 있었다.
짤랑.
그때였다. 문이 활짝 열리며 한 아름다운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색 프록치 코트를 걸친 그 여성은 뒤에 검은색 갑옷으로 무장한 사람 둘을 대동하고 술집에 들어왔다. 활기찬 분위기의 술집이 이 검은색 물결의 사람들을 알아보자 조용해졌다. 여자는 그런 사람들을 무시한채 입을 벌렸다.
“혹시! 태상님이나, 다크엔님께서 여기에 계십니까? 저희는 블랙울프사에서 나왔습니다!”
“?!”
“엇 당신은?!”
시아 일행은 일제히 뒤를 돌아보았다. 여성은 전에 한번 본적이 있는 사람이었다.
자신들에게 하수도 소독 퀘스트를 맡겼고, 실례를 범했다며 어려운 말을 써가며 두루마리를 건네준 그 여자였다. 뒤의 남자들은 검은색에 붉은색 유리로 뒤덮인 헬멧에 가려져 얼굴을 알수 없었지만 회사 소속 용병들인 것 같았다. 그들의 어깨에는 멜빵에 묶여진 낯익은 무기가 들려 있었다.
“총?”
“SKS소총이로군.”
“그렇습니다.”
무기에 소양이 깊었던 오버로드 능력자 다크엔이 눈을 가늘게 뜨고 묻자 그녀는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이고 자신들이 여기 온 사항을 간단히 말하였다.
“긴급 퀘스트입니다. 필요인원은 2명, 회사 소속 무기와 병사들의 지원, 그리고 여러 가지 화력지원이 추가로...“
“우린 지금 바쁩니다. 우리는...”
다크엔이 딱 잘라 거절하고 돌아서려는 찰나 자신을 세라라고 소개한 여자는
“당신들과 관련된 일입니다.”
“!!”
“혹시?”
“그 혹시가 맞습니다.”
세라는 그렇게 말한 뒤 문을 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시간이 없습니다. 공원에서 이야기 하도록 하죠.”
***
“......”
“알카드씨는 짐작 가는 것 없어요? 그 럭스텍이란 곳에 대해서..”
“아니 없어. 그저 신흥 인신매매단인데..이름 그대로 사냥을 통해 잡은 이들을 팔아넘기는 자들이지. 아주 흉악한 놈들이지. 이정도만 알고 있어.”
시아의 질문에 알카드는 당연하다는 듯 답을 하였다.
시아는 한숨을 내쉬며 심드렁하게 벤치에 걸터앉아 이야기를 주고받는 세라와 다크엔을
보았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사태와 관련된 매우 중요한 열쇠가 그들의 대화속에 담겨 있는 듯 했다.
“무슨 일일까? 궁금하네..”
“그러게 말이다.”
하이드가 심드렁하게 중얼거리며 바닥에 드러눕자 시엘은 그를 힐끔 쳐다보곤 앞으로 다가가 두 사람의 대화를 좀 더 자세히 들으려 했다. 그러자 같이 동행해온 수상한 갑옷을 입은 자들이 다가와 그들을 제지하였다. 회사 기밀이라면서...
“우리는 다크엔의 동료에요.”
“맞아맞아.”
시아 일행도 알 권리(?)가 있다며 무턱대고 나서려 하자 병사들은 급하게 SKS라 들린 소총을 겨누며 그들을 제지하였다. 갑자기 위협적인 상황이 전개되자 태상과 설경이 달려와 그들을 진정시키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쳇. 뭘 하질 못하게 하네.”
“그러게. 후아암.”
“이 사람들아 조용히 햇! 아무것도 안 들리잖아!! 방금 돈이 뭐 어쩌구 했다고!"
퍼억~
시엘과 하이드의 계속되는 불평불만에 참다 못한 시아의 주먹이 두 남자의 복부를 향했고 그러자 두 남자는 재빨리 가드를 시전하였다. 그러나 그녀의 주먹은 복부를 향하나 싶더니 갚자기 위로 올라와 훅을 날렸다.
“으으..”
“아프다 동생아”
시엘이 얼얼한 볼을 문지르며 고통을 호소하였으나 시아는 흉신악살같은 미소를 드러내며 발을 들었다. 와그작. 시엘이 처절하게 밟히는 소리가 공원에 울려퍼졌다. 그리고 이렇게 외쳤다.
"오빠때문에 보수금이 얼마인지 자세히 못 들었잖아!"
겨우 그것 떄문이었냐? 시엘은 게거품을 물고 기절하며 돈 때문에 자신의 오빠를 뭉개버리는 저 파렴치한 동생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바닥에 쓰러졌다. 하이드가 어디서 가져왔는지 출처 불명의 나뭇가지를 가져와 그를 쿡쿡 찌른다.
“이것 참 다행이군.”
“시끄러운 사람이 죽었어(?) 참 다행이군.”
설경과 태상은 꼴 좋다는 듯 웃으며 시아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
“그러니까 럭스텍사가 대대적으로 납치한 인원들을 베이더가 만든 회사 '블랙울프'사가구출하는 작전을 펼친다?”
끄덕끄덕.
다크엔이 알았다는 듯 다시 한번 되묻자 세라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코트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그에게 보여주었다. 마법스크롤이었는데 영상이 저장된 것이었다.
“이것은 그 곳에 잠입한 저희 스파이가 마지막으로 보내온 홀로그램 통신 저장부분입니다.
이걸 보십시오.“
“......”
위잉.
낮은 휘파람같은 소리와 함께 자그마한 영상이 다크엔과 세라의 눈을 어지럽혔다.
푸른색 광학 영상에는 한 남자가 서 있었는데 귀족들이나 입는 고급스런 옷차림이었다.남자는 검은 그림자에 뒤덮인 곳을 가리켰다. 자세히 보니 그곳에는 날카로운 쇠창살들이 박혀 감옥이란 것을 짐작케 해주었다.
-사령관님. 여길 보십시오. 현재 이 안에는 오크 20명과, 엘프 200여명, 인간으로 추정되는 자들만 약 400여명이 한달에 한번씩 거래 되는 곳입니다. 이번 달 보름달이 뜨는 밤에도 거래가 한번씩 이루어지는 곳으로...이 곳에는...귀족들과 부호들이...
갑자기 영상이 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바뀌더니 장소가 뒤바뀌었다.
울창한 숲속 그리고 헉헉거리는 숨소리가 다크엔과 세라의 귀를 건드렸다.
영상에 불과했지만 너무나 실시간적인 영상에 그들은 더더욱 집중하였다.
-헉헉. 적들이 눈치채었...헉헉. 후아. 사령관님. 적들은 우리 블랙 울프사가 가지고 있는 로봇수트 울버린의 첫 번째 모델과 비슷한 것들을 가지고...헉헉. 앗! 놈들이!! 쏴버려!!
-타탕 타타탕.
영상 속에 드러난 귀족 차림새의 남자의 명령에 그의 옆에 붙어 있던 검은색의 갑옷에, 늑대가 그려진 병사 둘이 약속이라도 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총을 겨누었다.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한발씩 나가는 자동소총의 발사음이 계속 들려왔다. 이제 영상은 병사 두명과 정체불명의 거대한 물체와 싸우는 장면으로 바뀌어 있었다.
타탕 타타탕.
검은색 폼나게 생긴 갑옷을 입은 병사들(울프사소속의)이 소총을 쏘아댔지만 커다란 물체는 철그럭거리는 요란한 소음을 내며 탄환들을 튕기며 천천히 걸어나왔다. 그러더니 두 손에 장착된 커다란 기관포 같은 것을 겨누고 사정없이 갈기는 것이었다.
그것의 생김새는 지유가 언급한대로 커다란 깡통로봇을 연상시켰다.
-투타타타타
-으아악!
웅 철크락~
영상에 붉은색 액체가 촥 튀더니 울버린이라고 언급한 물체가 뒤뚱뒤뚱 걸으며 살아남은 스파이를 향해 쫓아왔다. 남자는 석궁을 사격하며 열심히 숲속으로 들어갔지만 커다란 괴물이 쏴대는 기관포에 벌집이 되어 쓰러졌다. 영상은 거기서 끝났다.
“이건 대체..”
다크엔이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려 세라를 바라보았다.
세라는 대답대신 다른 스크롤을 꺼내 또 다른 영상을 보여주었다.
그 영상에는 울버린이라고 불리웠던 조금 전의 성인남자 키보다 훨씬 큰 로봇이 나타났다.
“울버린 MK-1. 저희 사장님께서 군수공장에서 탄생시킨 로봇수트의 첫 번째 모델입니다. 순수 육상형 강화복으로 1인 모델입니다. 무기는 13mm발칸 기관포와, 석궁이며 움직이는 방식은 완전 기계작동식입니다. 부스터와 대형 화력무기를 장착할 수가 없어 약 3000여대만 양산된 채 생산이 종료된 것입니다.”
“!!!”
다크엔은 이런 어처구니없는 로봇을 탄생시킨 사장을 저주하며 눈을 날카롭게 떴다. 그가 어렸을 때 즐겨 했던 커맨드앤퀀커라는 게임 속에서 등장하는 조그만 소형로봇과 너무 흡사했다. 아니 그것을 본떠서 만들었는지 색까지 황토색에 가까운 로봇. 이것이 엘프마을을 공격했다는 사실에 다크엔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최근에 이것들중 10여대가 도난당한 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적들은 이것들의 데이터와, 본체들을 가져가서 자신들의 방식으로 개조하고, 설계한 것 같습니다. 영상에서 나온 것으로 확인된 사항으로는 13mm대신 20mm발칸으로 더욱 구경이 확대되어졌고, 파이어볼 마법까지 사용하는 것으로...“
“......”
“저들은 세계의 핍박받는 자들을 구하기 위해 우리가 만든 병기를 자기들 멋대로 사용하며 노예사냥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저들을 격멸하기 위해 오늘밤 전투준비중입니다. 4인승 글라이더 한기가 대기중입니다. 동료들 중 1명을 뽑아서 데려 오십시오. 장소는 저희 회사지부 앞입니다.”
세라는 그렇게 말한 뒤 갑옷 입은 병사들을 이끌고 조용히 물러가버렸다.
***
“뭐에욧! 왜 우리만 쏙 빼놓고 그리고 태상씨는 왜 데려가는거에욧!”
시아의 항의에 다크엔은 너털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데려가는게 아니라 빌려가는 거다. 푸훗.”
“그거나, 이거나..아니 이게 아니라! 당장 이리 안와욧!”
“잘 다녀오겠네 시아양. 다크엔씨의 설명을 들으니 적들은 굉장히 위험한 녀석들인 것 같네. 무모한 짓은 말고 숙소에서 푹 쉬도록 하게.”
태상은 빠이빠이 모드로 손을 흔들며 잽싸게 다크엔과 함께 골목으로 사라져갔다. 시아가 뒤늦게 그들을 잡으려 했으나 그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뒤였다.
“쳇. 골통로봇 잡다가 다치기만 해봐라. 내손으로 확 박살을..”
“시아양. 골통이 아니라 깡통.”
“시끄러워요 오라버니!”
시아는 분위기 파악 못하고 그녀를 지적하는 오빠를 조용히 잠재운 뒤 신경질적으로 옆에 붙어 있는 세라를 노려보았다. 시아의 시선을 느낀 블랙울프사 직원은 그녀를 살짝 훑어본 뒤 무시하고 어디론가 가버렸다. 검은 헬멧에, 검은색 방어복으로 무장한 병사들도 그녀를 무시하듯 바라보고 가버렸다.
“아으! 성질나!!”
시아는 자신들만 쏙 빼놓고 사라지는 그들을 보며 분노를 토했다.
“어이 시아양. 이번 일은 굉장히 위험하다잖아. 럭스텍은 안 그래도 비공식적으로 강력한 길드중 하나라고. 그런 곳과 싸우면 정말 큰일 난다고. 뭐..다크엔이야 괴인인데다 그들과 독자적으로 싸울 능력이 있고..적들의 무기가 마법에 굉장히 취약하다고 하니 당연히 태상씨가. 그러니 우리는 그들 걱정이나 하면서 따뜻한 곳에서 술이나 한잔..”
“그게 아니라...”
“엥? 그럼 뭣 때문에 그렇게 화를...”
하이드가 어리둥절하여 시아를 툭툭 건드리며 물었다.
평소의 시아와는 다르게 다크엔을 돕겠다며 발 벗고 나서질 않나, 그런 깡통로봇들은 하이드와 시엘오빠, 자신이 맡을 테니 당신 같은 바보(?)는 그냥 쉬라며 적극적으로 나섰던 그녀였다. 평소에는 남자들을 들들 볶고 돈이라고 하면 눈이 금화로 변신하는 그녀였지만 노예들을 해방시킨다는 소리에 머리가 빡 돌았다고 생각했는데...하긴 하이드와 시엘도 노예라는 소리에 분노하고 그들을 박살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시아는 그게 아니라고 말한다. 이게 무슨...혹시!
“혹시 시아양.”
“네?”
“그...이 긴급 퀘스트에 대한 뭔가...특별한 설명이라도 들었는가?”
설경의 질문에 시아가 갑자기 음흉한 미소를 짓더니 흐흐흐.
신음성 웃음을 흘렸다.
그녀의 눈이 초롱초롱하게 빛나는가 싶더니 뭔가로 물들고 있었다.
그녀의 이런 무시무시한 모습에 모두들 슬금슬금 뒤로 꽁무리를 내뺐다.
“로봇수트니, 뭐니, 노예라는 등 다 들었어요. 그런데...”
“그런데??”
“보수금 :36000골드, 추가보수금/지금아이템 : 1000골드/로봇수트2벌, 자유 복지증. 흐흐흐. 이것들만 있으면....이런 돈벌이에 나만 빼놓고 가겠다는 것이냐아아아!!!! 기다려욧!! 같이 가잔 말이에욧!!!”
‘그런 거였냐?’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태연히 고개를 끄덕이며 금화로 바뀌는 그녀의 눈을 보며 일행들은 할말을 잃고 말았다. 시아는 반드시 돈 벌고 말겠다며 참여하지도 못한 퀘스트를 하러 가겠노라며 블랙울프사로 혼자 가버렸다. 아까부터 자꾸 돈 얘길 꺼냈을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데...모두들 어이없다는 듯 돈 앞에 주체를 못하고 제멋대로 달려가는 시아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시엘군. 자네 동생은..”
“아아. 나도 알고 있어. 돈이라면 그저 사족을 못 쓰지.”
오죽하면 각성스킬 이름이 ‘돈독’이겠는가?
다른 것 다 필요 없다. 돈만 있으면 된다. 이건가?
모두들 한숨을 내쉬며 다시 술집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시아가 빠져 허전하긴 했지만. 싸울 장소는 생각보다 멀리 있었고공항 또한 비밀리에 감춰져 있고 그녀 혼자서 성인남성 두명의 달리기 속도를 따라잡기는 좀 힘들었다. 돈독이 발휘된다면 또 모를까? 싸울 장소는 도시 외곽에서 자그마치 10km나 떨어진 곳이라고 했던가? 시아도 결국 포기하고 돌아올 것이다.
“저기...”
“응? 왜 그래 알카드군?”
알카드가 뭔가 말을 꺼내길 망설이자 시엘이 그에게 먼저 무슨 일인가 하고 물었다. 그의 표정이 마치 뭐 마려운 강아지같아 피식 웃었지만 심상치 않았기에 그를 추궁하였다.
알카드는 한숨을 내쉬며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대답했다.
“모두들 시아양만 빠져나간줄 알고 있는데...지금 보아하니 또 한명 더 빠져 나갔네요.”
“엥?”
다들 모르겠다는 얼굴이 되어 주위만 두리번거리며 인원수를 체크하였다.
어디 보다~시엘 있고, 하이드도 있고, 카렌도 있고 알카드도 있고, 설경 있고, 태상 갔고, 시아는 돈독 올라 가버렸고, 아스타롯사는 제끼고...어라? 다 있는데? 무슨 귀신 폭탄 실험하는 소리야?
“에휴. 아직도 모르겠어요?”
“흠. 알카드 군 말을 들으니 뭔가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설경도 난감하다는 듯 뭔가를 잊은 것 같다며 머리를 감싸고 끙끙 앓는 소리를 하였다.
그러다 문득 떠오르는 사실에 모두들 뒤늦게 경악하고 말았다. 맙소사! 모두들 쌀쌀한 추운 날씨에 길거리에 나와 있는 주인 없는 자전거와 곰인형 배낭을 보며 뒤늦게 깨달았다.
“자전거!!” -알카드
“자전거 주인이 없다~!” -설경
“그 꼬맹이 소녀!” -카렌
“거유만세(?)소녀!!” -시엘
“가슴이 없어(?)” -남성일동
어쩌지 이를 어째?! 가슴만 외치던 가슴마니아(?)남자들은
난감하다는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에엣! 모르겠다. 그냥 술집으로...들어가지 말고 쫓아!! 빨랑 가서 시아랑, 그 꼬맹이도 잡아!!”
“그냥 가는 김에 10km를 전력으로 질주해서 쳐부숴버리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은데요?”
“에엣! 몰라 그냥 가자!”
결국 남성들도 돈을 향해(?) 마라톤을 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추운 달밤에....
***
-여기는 정찰용 글라이더 22호. 비행은 순조롭습니다. 약 5분 뒤 로봇수트 ‘울버린’MK1에 탑승한 태상과 다크엔을 투하합니다.
‘투, 투하?’
엘프 파일럿이 통신용 마법기계에 대고 뭐라고 중얼거리는 것을 들은 다크엔과 태상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난감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히 말하면 서로의 얼굴이 아닌 서로의 얼굴이 옆쪽 모니터에 뜬 것이었다. 그들은 울버린 전투로봇에 탑승한 채 투하되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글라이더가 착륙하기에는 장소가 너무 외딴, 그리고 울창한 숲속이었고, 적들에게 발각될 염려가 있어 공중에서 투하하는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 두 사람은 착륙하기 위해 생전 처음 타보는 로봇수트란 무기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었다.
“허허. 괜찮은가? 다크엔과 태상군.”
“하하. 뭐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정말 SF영화속에서나 볼법한 로봇무기에 이렇게 타게 되다니. 꿈만 같네요.”
“조금 긴장도 됩니다. 팔을 움직이려면 이 이상한 조이스틱같은 것 두 개를 움직이면 된다니.”
“허허. 이 모델은 지금은 구식이지만 아직도 우리 군대에서 써먹는 최강의 무기중 하나라네.”
드워프 출신 부조종사 써르라는 영감이 너털웃음을 하며 그들에게 설명하였다. 울버린은 각진 형태의 전형적인 군용로봇으로, 두 개의 다리와, 두 팔을 지니고 있다. 다만 팔의 용도는 기관포가 달려 있어 화력투사용이자 1톤을 들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어 화물 운송도 할 수 있다. 약한 철벽 따위는 이것의 몸통박치기로 부술 수도 있었다.
마법과 기계공학을 통해 만들어낸 이 로봇은 크기와 측면만 보면 영락없이 5~6m짜리 초대형 냉장고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의 달리기보다 더 빠른 속도로 걸을 수 있는 다리와 강력한 기관포, 실시간으로 적들을 볼 수 있는 감지센서와, 3개의 모니터들, 파이어볼따위는 충분히 막아내는 막강한 장갑판은 울버린을 정말 최강의 무기 중 하나라고 인정하게 할 만 했다.
“어쨌든 그곳에는 우리 동족들도 많이 잡혀가 있다네. 부탁하네.”
탁탁
써르가 기계 동체를 두들기며 넌지시 말을 내뱉자 태상과 다크엔은 꿀먹은 벙어리마냥 조용해졌다. 노예라는 단어는 지구에서 살아온 그들에겐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는 단어였다. 인간이 인간을 다스리고 싶다는 어리석은 욕망으로 인해 탄생한 제도 계급제도, 동시에 그 제도로 인해 나타난 가장 비참한 계급 노예.
“제가 알기론 제국은 계급제도는 지니고 있지만 노예제도는 인정을 안 하는 것으로 아는데? 그런데 왜 이리 버젓이 인신매매단이 나돌아 다니는 것일까요?”
“뭐. 인간이 다 그런 생물이지 뭐...돈만 벌고 싶다면야 뭘 하지 않겠어? 그리고 생각해봐. 노예를 이용해서 돈도 벌고, 아름다운 노예를 자기 장난감으로 삼고 싶고, 자기 하고 싶은 것도 다 하고 싶은데...그런 마음이 있고, 돈이 넉넉하다면 당연히 사겠지. 특히 귀족놈들.”
“......”
태상이 알 수 없다는 듯 다크엔에게 마법 통신기로 질문을 하자 그의 목소리가 통신기에 들려왔다. 단순하지만 정확한 답에 그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제국은 분명히 노예매매를 금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귀족들은 그런 것은 철저히 무시하고 인신매매단이 불법으로 운영하는 기관에 가서 자기가문 소속 노예를 산다. 달다이라 경비대나, 자경대가 그들을 급습한다고 한들 귀족들에게 벌을 줄 수는 없다. 인신매매단을 처벌해본들 그들은 막대한 벌금을 내고 밖으로 나와 다시 납치를 통한 인신매매를 한다. 귀족들 또한 약간의 벌금만 내고 풀려나 다시 노예를 구입한다. 결국 이것이 돈이 된다는 것을 잘 아는 이 나쁜 놈들로 인해 모순의 고리는 그대로 이어진다.
“돈만 있으면 다 된다는 생각이라..아무리 돈이 좋다지만 이런 소리를 들으면 시아양이 굉장히 슬퍼하겠군요.”
“뭐 그러겠지. 그나저나 5분 되지 않았나?”
“아직 2분 정도..엇!”
“뭐야? 우왓!!!”
태상과 다크엔은 울버린 조종석 안에 탑재된 시계를 바라보며 시간을 확인하던 중 경악하였다. 화물칸(무기물자)의 그 좁은 짐칸 안에서 무언가 튀어나온 것이다. 갑자기 튀어나온 그것에 놀란 태상이 조이스틱을 흔들었다. 조이스틱이 움직임과 동시에 울버린의 두 팔도 덩달이 움직이며 짐칸에서 튀어나온 어떤 인형을 쫓아내려 했다.
“이 이건 대체..헉!”
“왜, 왜 그래요? 다크엔씨. 헉!!”
“푸하. 죽을 뻔했네. 하필이면 왜 짐칸 안에 양털이 깔려 있는거야?!”
“시, 시아!”
“시아가 여기에 대체 왜!?”
설마. 공항(블랙울프사 소속 운동장)까지 쫓아와서 글라이더에 몰래 탄거야?! 그것도
저 화장실보다 더 비좁은 장소에?! 금방이라도 숨을 텁텁 막을것 같은 양모를 덮고! 타크엔과 태상은 어이없음 모드로 변한채 모니터 너머로 바라보았다.
“다크엔씨! 태상씨! 정말 너무하시네요? 36000골드를 당신들만 꿀꺽 먹겠다는 거에욧!”
“어이 어이. 시아양. 우린 놀러온게 아냐. 잡혀간 엘프들과, 다른 사람들을 구하러...”
“그건 저도 알아욧!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라. 의뢰금이라고요. 의. 뢰. 금.!”
‘이봐. 그건 아니라고 보는데?’
그리고 또 하나의 인형이 있었다.
“조용하지 못하군.”
“헉! 나노하나군. 아니 야규 쥬베이인가?”
“그렇다.”
“??”
“??”
검은 무명복 차림에 검 한 자루를 허리에 비스듬하게 차고 있는 여자였다.
그녀는 안대를 착용하고 있었는데...안대의 모양새는 괴상하다 못해 어딘가 좀 웃겼다.
하트표 안대를 착용한 그 모습은 마치 어릿광대 같았지만 그녀의 무뚝뚝하고 진지한 자세에 웃음은 튀어나오지 않았다.
태상과 시아는 이 여자가 나노하나군이란 사실에 어리둥절해했다.
-다음편은....흐흠. 내가 계속 쓰거나 다크엔젤님으로 결정!!!
[너무 긴 장편이 되었군요.
참고로 이번 퀘스트는 게임 시간으로 자그마치 11일에 걸쳐서 진행됩니다. 블랙울프사 소속의 용병들(이라고 쓰고 군인이라 읽는)의 지원도 어느정도 있겠군요.]
조금 난감하게도 마법과 과학으로 탄생시킨 로봇 등장입니다.
저 짜리몽땅(?)냉장고(??)로봇은 잠깐 등장한 적 있던 로봇수트의 초기형입니다.
능력치나 방어력은 후기형보다 더 나았지만 부스터를 탑재할 수 없었고, 기본무기로는 고작해야 기관포 뿐이라...
결국 3000대만 만들고 종료된 블랙울프사가 만든 최악의 안습작입니다.
[문제는 이 안습작만도 오버테크놀러지라 -_-]
전투용 컴퓨터는 주로 마법으로 만들어진 컴퓨터이며 그것에 쓰이는 모니터나, 센서, 외관과 관절등은 전부 공학기술을 응용한 형태입니다.
소설에서 잠깐 소개한 대로 저 로봇의 초기 모델은 제가 어렸을 때 즐겨했던
커맨드&퀀커 타이베리안썬에서 나왔던 GDI 소속 소형로봇 울버린이 모델입니다.
나중에 이미지 한번 보여드리죠[퍼억]
네기님이 안계셔서 다크엔님과 상의 끝에 얼떨결에 노예해방 퀘스트로 넘어간
시아, 다크엔, 태상, 지유군의 한바탕 소동을 재미있게 잘 읽어주세요. ^^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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