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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삶의 본질]
1. 삶에서 삶을 빼면 남게 되는 것
현사시나무숲을 지나면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10월의 성긴 나뭇잎들이 바람이 불지 않아
도 팔랑팔랑 뒤치며 작은 북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그 소리를 들으면 젖이 돌듯 수아의 머릿속으로
도 눈물이 모여든다.
바람이 한차례 지나가고 주변의 아카시아나무들이 비눗방울같이 동그란 잎들을 떨어뜨린다. 노란
비가 내리는 숲이다. 현사시나무와 상수리나무와 리기다소나무와 아카시아와 플라타너스 들을 차
례로 지나 오솔길 끝까지 가면 어두운 극장의 커튼을 걷고 나선 듯 갑자기 그 아파트가 나타난다.
수아는 언제나처럼 은밀하게 놀란다. 그 놀람은 숨을 내쉬는 동안 곧 부드러운 허탈감으로 변해지
고 적막한 우수가 된다.
열동쯤 되는, 이주 보상이 거의 끝난 빈 아파트 단지이다. 열두어 평크기의 5층 아파트는 창마다 무
늬가 다른 방범살과 차양을 얹은 미니 베란다들이 녹이 슬고 휘어지고 색이 바랜 채 치렁치렁 붙어
있다. 협소하고 가난한 삶이 허공을 향해 팔을 내민 것 같은 간절한 호소........
커다란 거미가 거미줄을 친 것 같고, 늙은 처녀가 툭툭 끊어지는 삭은 실들을 모아 레이스를 뜬 것
같고, 굶주린 어머니가 조각천으로 아이들의 겨울옷을 기운 것 같다.
사람들의 건물이라기보다는 스스로 비와 눈과 바람과 태양빛과 계절과 시간과 밤과 낮을 경험하
며, 숨쉬고 늙고 추억하고 회한에 잠기고 꿈을 꾸며 죽어가는 생명체 같다.
삶에서 삶을 빼면 남게 되는 것, 어쩌면 사람이 세상을 떠날 때 가져갈 수 없는 불가항력의 무엇, 사
람이 살아가는 실제 삶보다 더 삶 같은 어떤 것이 있다. 햇빛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는데도, 찢
어지고 아래로 처진 커튼이 바람에 펄럭이는 창문들은 눈동자가 패어 나간 자국처럼 깊고 캄캄하
다.
무엇인가가, 무수한 시선이 모여 기억이 되어버린 무언가가 그 창문들 중 하나의 창문 뒤에 숨어 무
상하고 찬란한 햇살의 틈을 바라보고 있을 것만 같다.
출입 계단들이 나 있는 뒤로 돌아가면 형편은 조금 달라진다. 거대한 폐선 같은 아파트 복도에 한
층에 한 집 정도는 빨래가 널려 바람에 나부끼고, 복도 난간엔 아직 사람이 살고 있다는 푸른 신호
처럼 화분들이 쪼르르 놓여있다.
수아는 언젠가 살았던 옛집에 가듯 계단을 오른다. 아파트 벽 곳곳에 '입주권 최고가 매입' 이라고
씌어진 종이들이 붙어 있고, 긴 복도의 출입문들 옆엔 작은 글씨로 이주 가구, 보상 가구 혹은 공가
출입금지, 공가 폐쇄, 무단 사용중 등의 글자가 씌어 있다. 그런 와중에도 빨래는 햇살을 받아 눈부
시게 펄럭이고 화분들은 태연하게 꽃을 피운다.
공가 폐쇄문
본 공가는 **아파트 정리와 관련하여 보상 이주 완료한 세대로 누구든 우리 구의 허락을 받지 않고
는 출입을 금합니다. 특별한 사유나 허락없이 무단 침입, 무단 점용, 훼손, 무단 주거행위 등이 발견
될 시에는 관계 법령에 의거 형사처벌받게 됨을 알려드립니다.
- **구 구청장 -
수아는 깨진 유리문에 얼굴을 대고 공가 폐쇄문이 붙은 집들을 들여다본다. 버려진 이불이나 넘어
진 장롱, 종이 가방들과 어떻게 해볼 수 없이 잡다한 쓰레기들이 흙사태가 난 것처럼 방을 가득 메
우고 있기도 하다. 뒤늦게 빈집의 비닐장판 밑에서 나는 매캐한 냄새가 눈을 찔러 핑그르르 눈물이
돈다. 숲에서는 여전히 현사시나무가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를 내고 아카시아 노란 비눗방울 같은
비를 내린다.
2. ...
(미완성)
음.. ;;;; 47줄... ;;;; 뭐, 이런 건 작품공모에 낼 수도 없고.. ;;; 일단 분량은 뒤로 하고 평가 좀 해주세요.
1. 삶에서 삶을 빼면 남게 되는 것
현사시나무숲을 지나면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10월의 성긴 나뭇잎들이 바람이 불지 않아
도 팔랑팔랑 뒤치며 작은 북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그 소리를 들으면 젖이 돌듯 수아의 머릿속으로
도 눈물이 모여든다.
바람이 한차례 지나가고 주변의 아카시아나무들이 비눗방울같이 동그란 잎들을 떨어뜨린다. 노란
비가 내리는 숲이다. 현사시나무와 상수리나무와 리기다소나무와 아카시아와 플라타너스 들을 차
례로 지나 오솔길 끝까지 가면 어두운 극장의 커튼을 걷고 나선 듯 갑자기 그 아파트가 나타난다.
수아는 언제나처럼 은밀하게 놀란다. 그 놀람은 숨을 내쉬는 동안 곧 부드러운 허탈감으로 변해지
고 적막한 우수가 된다.
열동쯤 되는, 이주 보상이 거의 끝난 빈 아파트 단지이다. 열두어 평크기의 5층 아파트는 창마다 무
늬가 다른 방범살과 차양을 얹은 미니 베란다들이 녹이 슬고 휘어지고 색이 바랜 채 치렁치렁 붙어
있다. 협소하고 가난한 삶이 허공을 향해 팔을 내민 것 같은 간절한 호소........
커다란 거미가 거미줄을 친 것 같고, 늙은 처녀가 툭툭 끊어지는 삭은 실들을 모아 레이스를 뜬 것
같고, 굶주린 어머니가 조각천으로 아이들의 겨울옷을 기운 것 같다.
사람들의 건물이라기보다는 스스로 비와 눈과 바람과 태양빛과 계절과 시간과 밤과 낮을 경험하
며, 숨쉬고 늙고 추억하고 회한에 잠기고 꿈을 꾸며 죽어가는 생명체 같다.
삶에서 삶을 빼면 남게 되는 것, 어쩌면 사람이 세상을 떠날 때 가져갈 수 없는 불가항력의 무엇, 사
람이 살아가는 실제 삶보다 더 삶 같은 어떤 것이 있다. 햇빛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는데도, 찢
어지고 아래로 처진 커튼이 바람에 펄럭이는 창문들은 눈동자가 패어 나간 자국처럼 깊고 캄캄하
다.
무엇인가가, 무수한 시선이 모여 기억이 되어버린 무언가가 그 창문들 중 하나의 창문 뒤에 숨어 무
상하고 찬란한 햇살의 틈을 바라보고 있을 것만 같다.
출입 계단들이 나 있는 뒤로 돌아가면 형편은 조금 달라진다. 거대한 폐선 같은 아파트 복도에 한
층에 한 집 정도는 빨래가 널려 바람에 나부끼고, 복도 난간엔 아직 사람이 살고 있다는 푸른 신호
처럼 화분들이 쪼르르 놓여있다.
수아는 언젠가 살았던 옛집에 가듯 계단을 오른다. 아파트 벽 곳곳에 '입주권 최고가 매입' 이라고
씌어진 종이들이 붙어 있고, 긴 복도의 출입문들 옆엔 작은 글씨로 이주 가구, 보상 가구 혹은 공가
출입금지, 공가 폐쇄, 무단 사용중 등의 글자가 씌어 있다. 그런 와중에도 빨래는 햇살을 받아 눈부
시게 펄럭이고 화분들은 태연하게 꽃을 피운다.
공가 폐쇄문
본 공가는 **아파트 정리와 관련하여 보상 이주 완료한 세대로 누구든 우리 구의 허락을 받지 않고
는 출입을 금합니다. 특별한 사유나 허락없이 무단 침입, 무단 점용, 훼손, 무단 주거행위 등이 발견
될 시에는 관계 법령에 의거 형사처벌받게 됨을 알려드립니다.
- **구 구청장 -
수아는 깨진 유리문에 얼굴을 대고 공가 폐쇄문이 붙은 집들을 들여다본다. 버려진 이불이나 넘어
진 장롱, 종이 가방들과 어떻게 해볼 수 없이 잡다한 쓰레기들이 흙사태가 난 것처럼 방을 가득 메
우고 있기도 하다. 뒤늦게 빈집의 비닐장판 밑에서 나는 매캐한 냄새가 눈을 찔러 핑그르르 눈물이
돈다. 숲에서는 여전히 현사시나무가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를 내고 아카시아 노란 비눗방울 같은
비를 내린다.
2. ...
(미완성)
음.. ;;;; 47줄... ;;;; 뭐, 이런 건 작품공모에 낼 수도 없고.. ;;; 일단 분량은 뒤로 하고 평가 좀 해주세요.
댓글목록





스케치™님의 댓글
스케치™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헤헷~~ 걸렸다~ 킨진님! 그런말이 나오길 기다렸습니다!
사실 이거 제가 쓴 거 아니거든요.. 헤헷.. ;
이거는... 한국에서 최고로 쳐주는 한국이상문학상에서 우수상을 받은 어마어마한 작품의 프롤로그입니다...
이곳에서 비판해주시는 분들이 어떤 평가를 내릴까 궁금했었는데... 다들 평가를 거부하시더군요. 프롤로그에 담겨져 있는 의미를 생각하지 않고, 오직 주제만을 찾아해매고 있더군요.. 그리고 킨진님은 묘사가 지나치다고 하시니.. 참 재밌어요.. 하핫.. ;
제가 보기에.. 이 글의 묘사는 지나친 것이 아니고, 너무나도 엄청나다고 봅니다.. 그 자체 하나하나에서 엄청난 관찰력이 돋보이고, 새로운 시각들에 대한 강인한 인상을 잘 던져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킨진님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묘사가 구질구질하다기 보다는 도리어 묘사가 세련미 넘치고 자연스럽다고 봅니다.. 이거 원래 단편소설의 정석입니다. 뛰어난 고단위 묘사로서, 보통 사람들이 표현하는 서술같은 것은 원래 하위묘사에 불과한 것이거든요. 그런데 그걸 묘사로 안보는 사람들도 있으니.....
하튼간에 이글... 우리나라에서 2003년도 단편문학집.. 2등먹은 거작입니다.. 하하핫...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