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mm, Susser Tod.. (chapter - 4 뫼비우스의 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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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영혼들..
그 속에서만이 난 살 수 있었다.
그리고 또다른 존재 속의 현실..
Komm, Susser Tod..
chapter - 4 뫼비우스의 띠(1)
[끼익~~ 끼익~~~~~~~~~~~~]
"아담. 그가 깨어났다."
어둠속의 한 존재. 그들은 찬란한 어둠속을 혼란이라는 말과 함께 다니고 있었다.
"알고 있어. 이미 그곳으로 가는 중이니깐. 타브리스"
찬란한 어둠과 혼돈의 빛이 서로 섞이는 그때. 그들의 존재-인간-는 웃고 있었다. 무너진 도시의 빌딩숲에서 정말 찬란한 어둠과 함께 웃고 있는 존재들이었었다.
"그런가? 그럼 그곳에 도착하고 기다려 주길 바란다."
은색의 머리는 어둠속에서 더욱 찬란했었지만 빛 속에서는 하나의 빛일 뿐. 더이상도 아닌 머리색을 가진 존재들이었다.
"알았어."
[짹! 짹! 짹!]
[덜컥!]
어느새 하늘은 어둠을 벗어던졌었다. 그리고 무너졌었다. 그 위에 다시 움직이고 있는 생명들이 느껴지는 아침. 처음으로 느껴보았었다. 아침이 이렇게 반가울 줄은..
[달칵!]
"어머? 어느새 일어나셨었네요?"
물을 열면서 들어오는 그녀는 내가 누워있는 침대로 와서 걸터 앉았었다. 그리고는
"어제 목소리 듣기 좋던데요? 케. 이. 씨."
어느새 웃음을 지으면서 그녀는 나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한번 튕겼었다. 이런걸.. 아픔이라고 하는 것인가.. 아니 달랐었다. 이건 느껴보지 못한 감정. 지금까지 단단한 나의 가슴 속 깊이 봉인되어져 있었던 기분들..이라고 할까?
"아침 준비됬으니깐 이제 나오세요. 세수 하는거 잊지 말고요!"
그녀는 평상시와는 다른 미소로 나를 바라보고는 문 밖으로 나갔었다. 어느샌가 눈은 창문 밖에 펼쳐진 푸른 초원위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 있는 버드나무 한그루.
"이게... 느낌이란건가.."
[달칵!]
"어머? 왜이렇게 늦게 나와요? 열심히 계란후라이 한것이 다 식었었는데.. "
이상한 그녀. 음식이 식으면 식는대로 먹는 것일 뿐. 그것을 식었다고 화를 내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이런 느낌은 좋았었다. 눈 앞에 있는 계란후라이, 샐러드, 토스트, 베이컨. 그것들은 모두 내 앞에 있었었다.
[달칵달칵~~]
접시에 울리는 나이프소리와 포크소리. 고요했었다. 맑았었다. 생명이 없었었다. 모든 것들이 전부 다 고요했었다. 밖은 이미 정지하고 있었다. 바람도, 하늘도, 구름도, 버드나무도, 모든 것들이 전부 다.. 그녀의 미소까지도, 나의 포크질마저도.. 이러한 기분... 그때 이후론 처음 느껴보았었다. 이런걸.. 평화로움이라고 하는 것일가.
"아참! 케이씨. 저 잠시 밖에 나갔다가 와야겠어요. 헤헤~~ 사실은 어제 깜빡하고 안 산 것이 있거든요.."
고요히 그녀를 쳐다보았었다. 웃고 있었다. 그 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느낌이 들었었다. 모든것이 시작되는 듯하였었다. 아니 나만 그런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인지도 몰랐었다.
"뭘 그렇게 쳐다봐요? 아무리 그래도 저도 까먹을 수 있다고요.. 그리고 이따 사 올건.. 그러니깐 흐음~~ 그냥 같다와서 말해줄께요."
그녀는 아침을 다 먹은 다음 자리에서 일어나 먹은 접시와 나이프, 포크를 싱크대에 담갔었다. 뱃속이 적당히 차였었다.
[드르르륵!]
자리에서 일어나 나 또한 싱크대에 먹은 접시등을 담갔었다. 그리고는 그녀가 들어간 그녀의 방을 바라보았었다.
"랄라라~~~ 라라~~ 랄라라~~ 라라 음~~~~~~~~~~~~~~~~~~~"
허밍음의 노랫소리. 뭐가 그래서 그런지 몰랐었다. 다만 여전히 내 머릿속에 울리는 쪽지의 말. 거부감이 없는 그녀. 감정이 없는 존재. 사랑할 자격이 없는 존재. 아버지.... 그것이 바로 우리-마지막 남은 나-였었다. 하지만 나에겐 감정이란 존재. 아니 본능적인 감정이 있었었다. 분노, 공포, 증오, 혐오, 외로움, 황홀함, 기쁨..... 하지만 나도 이건 알고 있었다. 이 감정들은 모두 단편적인 기억속의 추억들이라는 것을
[달칵!]
어느새 그녀가 문을 열고 나왔었다. 어제와 같은 노란 원피스에 흰빛을 띄고 있는 밀짚모자.
"그럼 케이씨. 다녀올께요!"
그녀는 나에게 손을 흔들면서 푸른 잔듸밭 길을 가고 있었다. 그져 멀뚱히 보고만 있을 뿐이었었다. 그녀가 보이지 않는 곳까지... 그리곤 시간이 또다시 정지한 것 같았었다. 주위를 둘러보았었다. 바람의 손길이 느껴지고, 대지의 기운이 올라오는 그 자리-버드나무-에 있는 하얀 바위. 그곳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었다.
[사락~ 사락~]
밟고 지나가는 잔듸들. 눈앞의 버드나무는 그대로였었다. 가면 갈수록 가까워지는 것이 아닌 그대로의 거리감과 함께.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는 그 거리감이 좁혀지고 있었다. 한발자국으로 좁혀지는 거리가 아닌 몇 발자국으로 좁혀지는 거리로 바뀌었지만 그래도 줄어들고 있었다. 하나하나 밟아가는 잔듸들과 함께, 그들이 받아왔던 대지의 기운과 함께, 태양의 빛과 함께, 어둠-그늘-과 어깨동무하고 버드나무를 향해 걸어나갔었다. 그리고 내 눈앞에 펼쳐진 그곳! 그곳에 멈춰있는 시간들-눈(snow)-은 나를 아는지 모르는지 바람소리에만 춤을 추고 있었을 뿐이었었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하얀바위-비석-는 이미 자연으로 돌아가 있었다. 자연을 거스르면서 까지 그것 위에 있는 생명들을 옆으로 치웠었다. 그리고 그것 위에 써있는 글.
┌
since 1975~1994
리리스, 영원히
눈 속에 조용히
잠들다.
M.K
┘
"리. 리. 스."
그녀.. 그랬었었다. 이미 난 감정-사랑-을 잃은 존재. 아니 이미 가질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한번 더 느끼게 되었었다. 나를 대신하여 그녀의 살과 피와 생명과 온기와 모든 것-그녀의-이 나에게 왔었다. 그녀를 대신하여. 하지만 한가지 그녀의 모든것 중 한가지가 빠졌었었다. 그녀의 감정이란 것이.. 나의 단편적 기억의 감정이 아닌 그녀의 진실한 감정이 없었었다.
[휘이이이잉~~~~~~~~~~~~~~~~~~~~~~]
-케이..-
-케이..-
-케이..-
바람의 소리가 어릴적 내 기억의 소리와 함께 들렸었다. 그리고 그녀의 이미지가 누군가와 겹쳐졌었다. 그건... 바로
"헛!"
"이런.. 벌써 이렇게 되면 안되는데... 하아~~ 그렇다고 빨리 옮길 수도 없고.."
빛속에서는 빛을 잃은 회색의 머리. 그 머리를 가진 소년의 빨간 눈동자는 그-케이-를 향하고 있었다. 바람이 그의 머리를 한올한올 건드리면서 그를 귀찮게 하였지만 그는 그래도 좋은지 웃고 있었다. 아니 원래부터 얼굴이 웃음으로되어 있었었다. 정말 가식적인 웃음을 띄면서.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이 일은 직접 실행하지는 안잖아? 난 그져 지켜보는 관람인일 뿐인걸.. 안그래? 타브리스?"
소년의 뒤에 생긴 검은 머리의 청년. 모든 빛을 흡수하는 축축한 어둠에 물들여진 검은 머리. 그리고 청년의 푸른 눈동자 또한 그-케이-를 바라보고 있었었다. 한손에는 잿빛의 007가방을 들면서.
"그렇다. 너는 방관자의 입장일 뿐. 모든 것의 시작과 끝은 한곳에 있다."
"아아~~ 그건 당연지사고말이야.. 그런데 어쩌지? 이거 의외로 빨리 그가 깨어나는 것 같은데.. 안그래?"
"그런건 상관 없다. 다만 나 또한 그를 감시하라는 태초의 맹약을 즉시하는 것일 뿐. 그리고 그의 각성과 함께 무슨 일이 일어난다는 것 밖에는 모른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소년의 팔은 푸른 하늘 허공을 향해 손을 내밀고 있었다. 그런 그의 행동에 흑발의 청년-타브리스-는 그져 지켜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감정의 연민도, 동정도, 호기심도 아닌, 무관심의 눈망울을 담고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가.. 나 또한 그렇게만 알고 있었지.. 하지만 말야.. 궁금하지 않아? 과연 그의 각성이 어떻게 이 세계를 변화 시킬지 아닐지 말이야..?"
소년의 웃음은 하늘을 향해 울렸었다. 하지만 하늘은 아무런 대답을 해 주지도, 전하지도, 받지도 않았는지 고요하기만 할 뿐이었다. 아니 대답이라면 바람의 소리로 대답을 했다고 해야할까?
-케이..-
-케이씨....-
-케이씨....-
그리운 목소리였었다. 이 목소린 리리스.. 당신의 목소리인가.. 아니 나의 어머니여.. 겹쳐보이는 두얼굴이 눈에 선해졌었다. 그리고 그것은 점점 내 눈앞의 그녀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케이씨!"
[짹짹짹~~~~]
눈앞에 선해진 그녀. 하늘을 배경으로 그녀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었다. 울먹이고 있는 그녀의 눈망울엔 미소가 얹혔었다. 그런 그녀의 얼굴을 한번 쓰다듬어 주었다.
"케이씨... 왜 대답이 없었어요?"
머릿속의 꿈.. 그래. 꿈이었었다. 이것들은 모두 다 꿈들이었었고, 난 지금까지 꿈을 꾸고, 이제 현실로 돌아온 것일 뿐.
"..... 꿈을 꿨다."
그녀는 나의 목소리를 듣고는 머리를 그녀의 어깨로 잡아당겼었다. 따스한 느낌. 5년전 그때도 그랬었다. 리리스의 온기와 같은... 어머니와 같은.. 가족들과 같은 온기가 느껴지고 있었었다.
"무슨.. 꿈을 꿨길래 그래요?"
이젠 울먹임이 사라진 그녀의 목소리. 리리스의 목소리.. 그리운 목소리..
"아무것도 아니다. 그져.. 과거가 생각났을 뿐."
"그런가요?"
그녀는 손을 머리에서 떼어내었었다. 그리곤 자리에서 일어나 날 쳐다보고 있었다. 이미 피빛.. 으로 물들여진 하늘을 바라보면서 나 또한 자리에서 일어났었다. 여전히 피빛의 붉은 길이 이어진 것 같은 붉은 잔듸밭 길 사이로 나는 움직여갔었다. 그리고 그 뒤에 그녀가 따라왔었었다.
"케이씨.. 집에 저녁 준비해 놓았으니 들어가서 저녁 먹어요. 케이씨 찾느라고 하루종일 돌아다니고 힘들고 피곤하고 다리도 아프고......"
그녀는 집에 도착할때까지 계속해서 뒤에서 투정을 부렸었다. 집에 도착하기 전에 발을 돌려서 그녀를 바라보았었다. 그리곤 내 입에선 이런 말이 나왔었다.
"고마워.."
"다행인 것 같군. 아직 그가 각성을 하지 않았으니 말이야.."
이젠 붉은 빛의 머리로 바뀌어진 소년-아담-은 살짝 미소를 집으로 들어가는 케이를 향해 웃어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의 흑발의 청년-타브리스-는 조용히 지켜볼 뿐이었었다. 붉은 피로 물들여진 언덕의 버드나무 아래에서.. 타브리스는 버드나무 아래에 있는 하얀, 하지만 붉은 빛으로 물들여진 비석을 쳐다보고 있었다. 눈동자에 비치는 서글픈 바다를 통하여..
".... 마지막으로 남은 '그녀'인가.."
"아아.."
소년또한 하얀 붉은 빛으로 물들여진, 이젠 어둠으로 돌아가려는 비석을 보고 있었다. 그리곤 그의 품에 있는 하이얀 붉은 꽃다발을 비석의 위에다가 살짝 올려놓았었다.
"시작과 끝은 같이 있는 법... 하나의 끈으로 이루어진 세계이니깐.."
그 속에서만이 난 살 수 있었다.
그리고 또다른 존재 속의 현실..
Komm, Susser Tod..
chapter - 4 뫼비우스의 띠(1)
[끼익~~ 끼익~~~~~~~~~~~~]
"아담. 그가 깨어났다."
어둠속의 한 존재. 그들은 찬란한 어둠속을 혼란이라는 말과 함께 다니고 있었다.
"알고 있어. 이미 그곳으로 가는 중이니깐. 타브리스"
찬란한 어둠과 혼돈의 빛이 서로 섞이는 그때. 그들의 존재-인간-는 웃고 있었다. 무너진 도시의 빌딩숲에서 정말 찬란한 어둠과 함께 웃고 있는 존재들이었었다.
"그런가? 그럼 그곳에 도착하고 기다려 주길 바란다."
은색의 머리는 어둠속에서 더욱 찬란했었지만 빛 속에서는 하나의 빛일 뿐. 더이상도 아닌 머리색을 가진 존재들이었다.
"알았어."
[짹! 짹! 짹!]
[덜컥!]
어느새 하늘은 어둠을 벗어던졌었다. 그리고 무너졌었다. 그 위에 다시 움직이고 있는 생명들이 느껴지는 아침. 처음으로 느껴보았었다. 아침이 이렇게 반가울 줄은..
[달칵!]
"어머? 어느새 일어나셨었네요?"
물을 열면서 들어오는 그녀는 내가 누워있는 침대로 와서 걸터 앉았었다. 그리고는
"어제 목소리 듣기 좋던데요? 케. 이. 씨."
어느새 웃음을 지으면서 그녀는 나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한번 튕겼었다. 이런걸.. 아픔이라고 하는 것인가.. 아니 달랐었다. 이건 느껴보지 못한 감정. 지금까지 단단한 나의 가슴 속 깊이 봉인되어져 있었던 기분들..이라고 할까?
"아침 준비됬으니깐 이제 나오세요. 세수 하는거 잊지 말고요!"
그녀는 평상시와는 다른 미소로 나를 바라보고는 문 밖으로 나갔었다. 어느샌가 눈은 창문 밖에 펼쳐진 푸른 초원위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 있는 버드나무 한그루.
"이게... 느낌이란건가.."
[달칵!]
"어머? 왜이렇게 늦게 나와요? 열심히 계란후라이 한것이 다 식었었는데.. "
이상한 그녀. 음식이 식으면 식는대로 먹는 것일 뿐. 그것을 식었다고 화를 내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이런 느낌은 좋았었다. 눈 앞에 있는 계란후라이, 샐러드, 토스트, 베이컨. 그것들은 모두 내 앞에 있었었다.
[달칵달칵~~]
접시에 울리는 나이프소리와 포크소리. 고요했었다. 맑았었다. 생명이 없었었다. 모든 것들이 전부 다 고요했었다. 밖은 이미 정지하고 있었다. 바람도, 하늘도, 구름도, 버드나무도, 모든 것들이 전부 다.. 그녀의 미소까지도, 나의 포크질마저도.. 이러한 기분... 그때 이후론 처음 느껴보았었다. 이런걸.. 평화로움이라고 하는 것일가.
"아참! 케이씨. 저 잠시 밖에 나갔다가 와야겠어요. 헤헤~~ 사실은 어제 깜빡하고 안 산 것이 있거든요.."
고요히 그녀를 쳐다보았었다. 웃고 있었다. 그 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느낌이 들었었다. 모든것이 시작되는 듯하였었다. 아니 나만 그런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인지도 몰랐었다.
"뭘 그렇게 쳐다봐요? 아무리 그래도 저도 까먹을 수 있다고요.. 그리고 이따 사 올건.. 그러니깐 흐음~~ 그냥 같다와서 말해줄께요."
그녀는 아침을 다 먹은 다음 자리에서 일어나 먹은 접시와 나이프, 포크를 싱크대에 담갔었다. 뱃속이 적당히 차였었다.
[드르르륵!]
자리에서 일어나 나 또한 싱크대에 먹은 접시등을 담갔었다. 그리고는 그녀가 들어간 그녀의 방을 바라보았었다.
"랄라라~~~ 라라~~ 랄라라~~ 라라 음~~~~~~~~~~~~~~~~~~~"
허밍음의 노랫소리. 뭐가 그래서 그런지 몰랐었다. 다만 여전히 내 머릿속에 울리는 쪽지의 말. 거부감이 없는 그녀. 감정이 없는 존재. 사랑할 자격이 없는 존재. 아버지.... 그것이 바로 우리-마지막 남은 나-였었다. 하지만 나에겐 감정이란 존재. 아니 본능적인 감정이 있었었다. 분노, 공포, 증오, 혐오, 외로움, 황홀함, 기쁨..... 하지만 나도 이건 알고 있었다. 이 감정들은 모두 단편적인 기억속의 추억들이라는 것을
[달칵!]
어느새 그녀가 문을 열고 나왔었다. 어제와 같은 노란 원피스에 흰빛을 띄고 있는 밀짚모자.
"그럼 케이씨. 다녀올께요!"
그녀는 나에게 손을 흔들면서 푸른 잔듸밭 길을 가고 있었다. 그져 멀뚱히 보고만 있을 뿐이었었다. 그녀가 보이지 않는 곳까지... 그리곤 시간이 또다시 정지한 것 같았었다. 주위를 둘러보았었다. 바람의 손길이 느껴지고, 대지의 기운이 올라오는 그 자리-버드나무-에 있는 하얀 바위. 그곳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었다.
[사락~ 사락~]
밟고 지나가는 잔듸들. 눈앞의 버드나무는 그대로였었다. 가면 갈수록 가까워지는 것이 아닌 그대로의 거리감과 함께.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는 그 거리감이 좁혀지고 있었다. 한발자국으로 좁혀지는 거리가 아닌 몇 발자국으로 좁혀지는 거리로 바뀌었지만 그래도 줄어들고 있었다. 하나하나 밟아가는 잔듸들과 함께, 그들이 받아왔던 대지의 기운과 함께, 태양의 빛과 함께, 어둠-그늘-과 어깨동무하고 버드나무를 향해 걸어나갔었다. 그리고 내 눈앞에 펼쳐진 그곳! 그곳에 멈춰있는 시간들-눈(snow)-은 나를 아는지 모르는지 바람소리에만 춤을 추고 있었을 뿐이었었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하얀바위-비석-는 이미 자연으로 돌아가 있었다. 자연을 거스르면서 까지 그것 위에 있는 생명들을 옆으로 치웠었다. 그리고 그것 위에 써있는 글.
┌
since 1975~1994
리리스, 영원히
눈 속에 조용히
잠들다.
M.K
┘
"리. 리. 스."
그녀.. 그랬었었다. 이미 난 감정-사랑-을 잃은 존재. 아니 이미 가질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한번 더 느끼게 되었었다. 나를 대신하여 그녀의 살과 피와 생명과 온기와 모든 것-그녀의-이 나에게 왔었다. 그녀를 대신하여. 하지만 한가지 그녀의 모든것 중 한가지가 빠졌었었다. 그녀의 감정이란 것이.. 나의 단편적 기억의 감정이 아닌 그녀의 진실한 감정이 없었었다.
[휘이이이잉~~~~~~~~~~~~~~~~~~~~~~]
-케이..-
-케이..-
-케이..-
바람의 소리가 어릴적 내 기억의 소리와 함께 들렸었다. 그리고 그녀의 이미지가 누군가와 겹쳐졌었다. 그건... 바로
"헛!"
"이런.. 벌써 이렇게 되면 안되는데... 하아~~ 그렇다고 빨리 옮길 수도 없고.."
빛속에서는 빛을 잃은 회색의 머리. 그 머리를 가진 소년의 빨간 눈동자는 그-케이-를 향하고 있었다. 바람이 그의 머리를 한올한올 건드리면서 그를 귀찮게 하였지만 그는 그래도 좋은지 웃고 있었다. 아니 원래부터 얼굴이 웃음으로되어 있었었다. 정말 가식적인 웃음을 띄면서.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이 일은 직접 실행하지는 안잖아? 난 그져 지켜보는 관람인일 뿐인걸.. 안그래? 타브리스?"
소년의 뒤에 생긴 검은 머리의 청년. 모든 빛을 흡수하는 축축한 어둠에 물들여진 검은 머리. 그리고 청년의 푸른 눈동자 또한 그-케이-를 바라보고 있었었다. 한손에는 잿빛의 007가방을 들면서.
"그렇다. 너는 방관자의 입장일 뿐. 모든 것의 시작과 끝은 한곳에 있다."
"아아~~ 그건 당연지사고말이야.. 그런데 어쩌지? 이거 의외로 빨리 그가 깨어나는 것 같은데.. 안그래?"
"그런건 상관 없다. 다만 나 또한 그를 감시하라는 태초의 맹약을 즉시하는 것일 뿐. 그리고 그의 각성과 함께 무슨 일이 일어난다는 것 밖에는 모른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소년의 팔은 푸른 하늘 허공을 향해 손을 내밀고 있었다. 그런 그의 행동에 흑발의 청년-타브리스-는 그져 지켜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감정의 연민도, 동정도, 호기심도 아닌, 무관심의 눈망울을 담고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가.. 나 또한 그렇게만 알고 있었지.. 하지만 말야.. 궁금하지 않아? 과연 그의 각성이 어떻게 이 세계를 변화 시킬지 아닐지 말이야..?"
소년의 웃음은 하늘을 향해 울렸었다. 하지만 하늘은 아무런 대답을 해 주지도, 전하지도, 받지도 않았는지 고요하기만 할 뿐이었다. 아니 대답이라면 바람의 소리로 대답을 했다고 해야할까?
-케이..-
-케이씨....-
-케이씨....-
그리운 목소리였었다. 이 목소린 리리스.. 당신의 목소리인가.. 아니 나의 어머니여.. 겹쳐보이는 두얼굴이 눈에 선해졌었다. 그리고 그것은 점점 내 눈앞의 그녀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케이씨!"
[짹짹짹~~~~]
눈앞에 선해진 그녀. 하늘을 배경으로 그녀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었다. 울먹이고 있는 그녀의 눈망울엔 미소가 얹혔었다. 그런 그녀의 얼굴을 한번 쓰다듬어 주었다.
"케이씨... 왜 대답이 없었어요?"
머릿속의 꿈.. 그래. 꿈이었었다. 이것들은 모두 다 꿈들이었었고, 난 지금까지 꿈을 꾸고, 이제 현실로 돌아온 것일 뿐.
"..... 꿈을 꿨다."
그녀는 나의 목소리를 듣고는 머리를 그녀의 어깨로 잡아당겼었다. 따스한 느낌. 5년전 그때도 그랬었다. 리리스의 온기와 같은... 어머니와 같은.. 가족들과 같은 온기가 느껴지고 있었었다.
"무슨.. 꿈을 꿨길래 그래요?"
이젠 울먹임이 사라진 그녀의 목소리. 리리스의 목소리.. 그리운 목소리..
"아무것도 아니다. 그져.. 과거가 생각났을 뿐."
"그런가요?"
그녀는 손을 머리에서 떼어내었었다. 그리곤 자리에서 일어나 날 쳐다보고 있었다. 이미 피빛.. 으로 물들여진 하늘을 바라보면서 나 또한 자리에서 일어났었다. 여전히 피빛의 붉은 길이 이어진 것 같은 붉은 잔듸밭 길 사이로 나는 움직여갔었다. 그리고 그 뒤에 그녀가 따라왔었었다.
"케이씨.. 집에 저녁 준비해 놓았으니 들어가서 저녁 먹어요. 케이씨 찾느라고 하루종일 돌아다니고 힘들고 피곤하고 다리도 아프고......"
그녀는 집에 도착할때까지 계속해서 뒤에서 투정을 부렸었다. 집에 도착하기 전에 발을 돌려서 그녀를 바라보았었다. 그리곤 내 입에선 이런 말이 나왔었다.
"고마워.."
"다행인 것 같군. 아직 그가 각성을 하지 않았으니 말이야.."
이젠 붉은 빛의 머리로 바뀌어진 소년-아담-은 살짝 미소를 집으로 들어가는 케이를 향해 웃어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의 흑발의 청년-타브리스-는 조용히 지켜볼 뿐이었었다. 붉은 피로 물들여진 언덕의 버드나무 아래에서.. 타브리스는 버드나무 아래에 있는 하얀, 하지만 붉은 빛으로 물들여진 비석을 쳐다보고 있었다. 눈동자에 비치는 서글픈 바다를 통하여..
".... 마지막으로 남은 '그녀'인가.."
"아아.."
소년또한 하얀 붉은 빛으로 물들여진, 이젠 어둠으로 돌아가려는 비석을 보고 있었다. 그리곤 그의 품에 있는 하이얀 붉은 꽃다발을 비석의 위에다가 살짝 올려놓았었다.
"시작과 끝은 같이 있는 법... 하나의 끈으로 이루어진 세계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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