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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의 공간 - 에피소드2. 저주는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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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보자. 부크리에에 도착은 했는데. 왠지 모르게 복잡하군요. 책들이 가득할 줄 알았더니, 잘린 나무들만 잔뜩 쌓여있고."

 시아가 방향을 찾고 있는 류르에서 눈을 때며 말했다. 그러자 설경은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거야 종이는 나무로 만드니가 그런것 아니겠나? 이 대륙의 지붕인 칸자리아 산에서 배어온 나무들로 책을 만드는 곳이 부크리에 아니겠나."

 "흠냐, 그래도 그렇죠. 일단 어디로 가야할지 도통 모르겠다구요. 이봐 류르? 아직도 못찾았니?"

 [류르 - 이곳에 있는 수많은 마법관련 서적들의 마력때문에 다소 시간이 걸리고 있습니다────. 찾았습니다. 이곳에서 직진후 400M지점에서 우회전 하시면 마르코님께서 의뢰하신 책을 보관하고 있는 장소가 나옵니다.]

 약 30분을 기다린 끝에 류르가 답을 알렸다. 시아와 설경은 발걸음을 옮겨 책이 보관되어 있다는 장소로 향했다. 류르의 말대로 우측으로 꺾어서 걸어가다 보니, 약간은 낡아보이는 제책소가 나타났다. 시아와 설경은 조심스럽게 제책소의 문을 열었다. 낡았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내부는 깨끗하였고, 여러 사람들이 종이를 꿰메어 책을 만들고 있었다. 시아와 설경이 조심스럽게 일하는 사람들 사이를 빠져나가려 할 때에 누군가 두 사람을 불러세웠다.

 "거기 두사람! 무슨 일이냐?"

 괴팍해 보이는 늙은 할아버지가 두 사람을 불렀던 것이다. 시아와 설경은 일단은 조심스럽게 일꾼들의 사이를 빠져나와 자신들을 부른 할아버지에게 다가갔다. 설경은 예의 바르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고, 시아도 얼떨결에 설경을 따라서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달다이라에서 어떤 책을 가져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오게되었습니다. 여기 의뢰인의 편지입니다."

 설경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는지, 노인은 빙그레 웃어보이면서 편지를 받아들고서는 봉투를 열고서 편지내용을 읽었다. 금새 읽은 것처럼 고개를 몇번 끄덕이더니 곧 설경과 시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마르코의 부탁이로군. 그래, 주의 사항은 들었겠지?"

 "예. 물론입니다."

 "잠시 나를 따라오게."

 노인의 뒤를 따라서, 높게 쌓여있는 책들의 산 사이로 조심스럽게 들어서자, 마치 노인의 작업장인듯한 자그마한 책상과 그리고 여러개의 시약이 들어있는 유리병. 그리고 마법진을 새기는데 쓰는 조각칼들이 눈에 띄었다. 노인은 자신의 책상 한켠에 천으로 묶어둔 듯한 책꾸러미를 설경에게 건내주었다. 그리고는 허리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마르코에게 잘 전해주시게. 그리고 브렉코라는 늙은이는 잘 있노라고 안부도 전해주고."

 "알겠습니다. 어르신."

 "예의바른 젊은이군. 페이렌 출신인가?"

 "하하하, 전 단지 모험가일 뿐입니다. 어디의 출신이라고 말하기는 힘들군요."

 그러자 노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그렇겠지. 조심해서들 돌아가시게."

 그렇게 노인과 헤어져 제책소를 나섰다.


* * *

 "후아, 저 할아버지도 꽤나 이상하게 생겼네요."

 "저 할아버지도 하프오크니까."

 "엑? 어떻게 그런걸 알죠?"

 눈을 동그랗게 뜨며 시아가 물었다. 그러자 설경은 하하하 하고 웃더니 책꾸러미를 시아의 배낭속에 넣어두며 말했다.

 "검객이 되면 상대방의 기(氣)를 느낄 수 있지. 사람의 것과 이종족의 기는 약간 다른데, 내가 알고 있는 기운중 오크의 것과 인간의 것이 섞여 있어."

 "후와. 대단하군요. 그런 것도 느낄 수 있나요?"

 그러자 설경은 턱을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그런것도 있지만, 단순한 경험이랄까? 나 역시 젊은 편이지만, 이런 상황은 꽤 많이 겪어봤지. 덕분에 사람을 보는 안목도 조금 생겨난 것이겠지. 그보다 이런 곳에서 꾸물거리면 퀘스트를 마무리 하기 힘들어 지겠군."

 설경이 하늘을 보며 말했다. 아직 시간은 오후 12시 반정도. 론가와의 결투가 있었지만, 그래도 빠른 시간에 도착한 편이었다. 30Km라는 거리도 사실상 체력이 좋은 모험가들에겐 3~4시간 정도의 거리였다. 하지만 하늘은 어둑어둑했고, 비라도 떨굴듯이 먹구름이 동쪽 하늘에서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일단 배낭에 보호 마법이 걸려있으니 비는 걱정 없지만, 시아양은 갑옷때문에 걱정이군."

 설경의 말에 시아도 고개를 끄덕였다. 풀무장한 갑옷을 입은채로 비를 맞으면 꽤나 많은 양의 열에너지를 빼앗기게 된다. 금속이란 것은 보온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설경은 발걸음을 좀더 빠르게 놀리며 말했다.

 "자, 여기서 묶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서두르세."

 "네."

 거의 뛰다시피 두사람은 달다이라로 통하는 초원길을 달렸다. 다행히, 둘은 자유도시라서 그 길목에는 돌로 포장된 길이 나있는 상태였기에 통행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오히려 브리지움으로 향하는 길이 조금더 어려운 편이었다.

 똑! 똑! 쏴아아아아아!

 마침내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설경과 시아는 잠깐 초원의 나무아래로 피할 수 밖에 없었다. 잠깐 기다리는 사이, 설경이 검집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누군가 온다."

 설경의 경고에 시아는 검을 뽑고서 가만히 기다렸다. 가만히 서있자 자연스레 기감이 예민해졌고, 시아는 곧 자신을 향한 따끔한 느낌을 느낄 수 있었다. 설경처럼 정확히 느낄 수는 없지만, 분명히 좋은 의도가 아니란 것을 확인 할 수는 있었다. 설경은 어찌보면 여유롭지만, 그러나 전혀 빈틈이 없는 검객의 자세로 가만히 비가 쏟아지는 초원의 저편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왜요?"

 "아무래도 위험할듯 하군. 초원에 비가 내리면 나타나는 무법자를 잠깐 잊어버린 실수랄까."

 설경은 급한데로 품속에서 종이를 꺼내들어 식신을 불러내어 말했다.

 "가라."

 휘이이이이이! 푸칵!

 노랗게 빛나는 구체 형태의 식신은 비속을 뚫고 가다가 어느 시점에서 갑작스레 땅속으로 끌려들어가 버렸다. 설경은 검집을 움켜쥐며 말했다.

 "살인벌레(MurderWorm)로군."

 "윽, 벌레요?"

 "지렁이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그 크기가 장난아니지. 체력도 왠만한 광전사가 아니고서는 그 끝을 볼수 없을 정도로 방대한, 중급 몬스터일세."

 "어떻하죠. 우으으으으───"

 벌레와 쥐같은 징그러운 몬스터에겐 공포감을 여전히 가지고 있는 시아였다. 일전에 하수구를 완전히 해집어 놓은 경험은 있지만, 거의 반쯤 폭주한 시아였기에 그렇게 기억에 남는 것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온전한 정신을 가지고 있을 때에는 부르르 몸을 떨며 땅바닥을 쳐다보는 소녀와 같은 모습이었다.

 한편 설경은 그런 시아의 모습에 어이가 없는 듯이 멍한 얼굴로 시아를 바라보다가, 수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다급하게 소리를 질렀다.

 "피해!"

 우지끈! 콰르르르르르!

 근처에서 갈색의 굵고 긴 살점덩어리가 튀어나와 나무를 휘감고서는 그대로 땅속으로 끌고 들어가 버렸다. 다행히 설경과 시아는 공중으로 뛰어올라 나무와 함께 땅속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되었지만, 땅에 내려서자마자 빠르게 달려야만 했다.

 "두쪽으로 나눠지세."

 라면서 설경은 갈지(之)자로 빠르게 시아에게서 멀어졌다. 다행이랄까? 살인벌레는 시아보다는 설경을 쫓아가기 시작했다. 시아는 꿈틀거리는 땅바닥을 보면서 완전히 새파랗게 질려버렸다.

 "우으으으으── 벌레는 싫은데───"

 콰쾅! 우지직! 콰르르르르르르르!

 몇차례 거대한 파열음이 들리고 설경의 외침이 빗소리를 뚫고 들려왔다.

 "빨리 달다이라 쪽으로 달리시게! 시아양!"

 시아는 설경의 목소리를 듣고서 전속력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그것이 화근이었을까? 갑작스레 시아의 발밑이 꿀틀거리더니 갈색의 살점덩어리가 시아를 덮쳐왔다. 시아는 최대한 빠르게 몸을 옆으로 튕겼지만, 갑옷 덕분에 송도가 좀 느려서 배낭에 벌레의 몸통이 스쳐지나갔다. 그러자 보호마법이 걸려있는지 완전히 날아가지는 않았지만, 배낭이 찢어지며 책이 들어있는 꾸러미가 땅바닥에 떨어졌다. 시아는 다시 빠르게 뛰어서 책꾸러미를 잡았다.

 우지직! 콰르르르르르르!

 다시금 땅이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갈색의 살점덩어리가 시아를 덮쳐왔다. 시아는 그것을 피하기 위해 다시한번 몸을 날렸다. 그러나 그 와중에 그만 보자기가 풀려버렸고, 시아는 어쩔수 없이 책을 집어들었다.

 파치칫!

 "아앗!?"

 순간 시아는 마르코의 주의 사항이 떠올랐다. 절대로 포장을 뜯지 말라던 마르코의 주의사항이──

 파치치치칫! 스파아아아아아아!

 세권의 책중에 가장 밑쪽의 책에서 파란 빛이 뻗어나오며 시아의 시야를 완전히 뒤덮었다. 설경이 다급하게 뛰어왔지만, 이미 시아는 파란 빛속의 중심에 서 있는 상태였다.

 "제길! 대체 어떤 저주가?"

 파치치치칫! 파파파팡!

 빛은 마침내 사라졌고, 시아만이 눈을 가린 그 모습대로 우두커니 서있을 뿐이었다. 설경은 천천히 시아에게 다가갔다.

 "시, 시아양? 괜찮나?"

 그러자 시아는 조심스럽게 눈을 뜨면서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어? 어라?"

 시아의 목소리가 약간 높게 변한 것처럼 들려왔다. 설경은 시아를 이리저리 살펴보았지만, 특별한 이상이 없는듯 싶었다. 그러나 살인벌레는 다시금 땅에서 솟아나와 설경과 시아를 덮치려했다. 그 순간 시아가 소리쳤다.

 "위, 위험해요! 피해욧!"

 하면서 옆으로 뛰어 뒹굴었다. 시아가 다시 일어서서 서있던 자리를 바라보자, 설경은 우두커니 서있었고, 살인벌레역시 덮치려던 그 자세로 굳어 있었다. 시아는 어리둥절해서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잠깐의 침묵이 지나고, 설경은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말했다.

 "크흐흑! 위험하니까 피하라니. 이런 감동적인 이야기가."

 라면서 눈물 콧물을 흘리며 진짜로 감동하고 있었다. 살인벌레역시 뭔가에 충격을 먹은듯이 키아아아아! 하고 울부짖으며 땅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시아는 어리둥절하다 못해 당황해하며 설경에가 다가가 물었다.

 "괜찮아요? 설경오빠? 다치진 않았죠?"

 "괜찮다고 물어보고, 다치진 않았냐고 재차 물어봐주다니. 시아양. 감동했다네. 시아양은 정말 감동적인 이야기를 잘하는군."

 설경은 아예 펑펑 울면서 무릎을 꿇었다. 시아는 멍하니 있다가 소리쳤다.

 "에에에에에엣!?"

 다음타자 = 다크엔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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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엔젤님의 댓글

다크엔젤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별 희한한 저주에 다 걸리는 시아양이군...컬컬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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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선생네기님의 댓글

마법선생네기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고귀한 목소리... 이걸 저주로 빼돌렸나...[중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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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단디ㅋ♡님의 댓글

베르단디ㅋ♡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ㅇ _ㅇ...뭐..뭐야.. 이거..!!!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다니!!
좋은 저주인가..저주도 꽤 쓸만..(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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