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G '아앗 이건 나만의 이야기!' 2부[미끼에 물린 보라매/아앗! 오해의 나날이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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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컥 철크럭.
한무리의 병사들이 자신들의 병장기와 두꺼운 물건들을 오른팔에 장착하였다. 병장기들은 다양했다. 각종 창과 할버드, 도끼를 비롯하여 활까지. 마치 고대의 검투장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다양한 병장기들이 많았다. 몇몇 병사들은 오른팔에 무거운 기관포같은 것들을 장착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부스터라고 불리우는[증폭기로 쓰이는 부스터와는 다른 의미]탄 발사용 무기였다. 디멘션3의 무기체계를 연구하여 개발해낸 병기라고 하는데...상당히 폭력적(?)이고 위협적인 병기라 천계나 마계에서는 잠깐동안 유행을 탔다가 요즘은 인기가 식어버린 그런 병기였다. 그러나 전투부의 '발키리'들에게 그 무기의 유효성은 인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모두들 무기를 한번 더 확인해!!"
"알았어."
"알았어요."
"넵~!"
푸른색의 윤기가 흐르는 머리칼을 쓸어 올리는 무뚝뚝한 여성의 명령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거나 다양한 답을 하며 자신들의 무기를 들어올렸다. 다행히 이들은 오랜 전투와 임무를 경험해온 이들이었기에 무기의 손질 중요성을 온 몸으로 느끼는 이들이었다. 그에 비례해 훈련과 능력도 중요하지만..
"저기 린드."
온 몸에 번게라도 맞은 듯 머리를 쭈뼛쭈뼛 세운 남자가 어깨를 툭툭 치며 묻자 린드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돌아보았다. 자신의 든든한 동료이자 전우인 피오르가 피식 웃으며 손가락으로 자신의 병기를 가리키고 있었다. 린드의 손에는 날이 왼쪽, 오른쪽에 정렬해 붙어있는 양날도끼와 찌르고, 베기에 편한 날카로운 촉이 붙어 있는 특이한 할버드를 지니고 있었다. 천계에도 널리 알려진 외날개의 천사, 혹은 쌍천사 린드만이 들고 휘두른다는 독특한 병장기였다.
"왜 그러지?"
피오르가 곤란한듯 말을 하다, 말다 망설이자 린드는 궁금하다는 듯 눈을 가늘게 뜨며 그를 추궁했다. 린드에게 피오르란 친구는 정말 소중한 벗들 중 하나였다. 굉장히 젊은 나이에(그래도 디멘션 3의 인간들의 나이는 초월했지만.)발키리 소대 중 하나를 책임지는 소대장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질투심 하나 없이 축하하다며 진심 어린 미소를 보내왔던 벗 중 하나였다. 뭔가 심기가 불편한 것은 아닌지 린드는 걱정이 되어 계속 추궁하였다.
"....타블렛 말이야."
"???"
피오르의 입에서 타블렛이란 단어가 나오자 린드는 자신도 모르게 흠칫했다.
타블렛....천마의 세계대전으로 수많은 생명들이 꺼져가자 참다 못한 쌍방이 서로가 자멸하지 않기 위해 한쪽이 죽으면 다른 한쪽도 죽게 만드는 평화조약이자, 저주의 원흉을 꺼내자 린드는 어리둥절해졌다. 왜 갑자기 타블렛을?
"우리가 잡으러 가는 그...마족들."
".........."
"만약 실수로라도 일을 그르쳐서 그들을 죽여버린다면. 만약에 그렇게 된다면."
"괜찮다."
난 또 뭐라고. 린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피오르의 어깨를 탁 두드리며 안심하라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평소 무뚝뚝한 린드의 표정이 밝게 변하자 주위의 병사들은 놀랍다는 얼굴을 한채 무기 손질도 잊어버리고 멍하니 바라보았다. 린드와 피오르는 주위의 시선들은 가볍게 무시한채 서로 말을 주고 받았다.
"우리가 잡으러 가는 이들은 본래 마족이나, 현재는 마족이길 버리고 우리의 편이 된 자들이다. 물론 이번일과 같은 불행한 사태가 있었고, 상당수가 천계를 떠났다고는 하나. 애초부터 마족들에 반대하기 위해 노력하던 자들이다. 정보에 따르면 그들은 타블렛 계약을 한 상대들이 없다더군."
"....그것 참 다행이군."
"그..정보부 요원이었다는 자들의 신상명세는 추가로 받았을 것이다. 대부분이 우리 신들의 계급인 1급, 2급에 속하는 자들이다. 다만 주의해야 할 녀석이 하나 있는데..."
턱.
린드는 뭔가 생각 났다는 듯 타이즈 틱한 전투복의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보였다. 큐브 형태로 생긴 흐릿한 물체였다. 그러나 천계의 사람들이라면 이게 무엇인지는 다 알고 있었다. 천계의 컴퓨터 유그드라실을 비롯하여 온갖 세계의 컴퓨터들로부터 뺴내온 자료들을 압축한 파일들이었다. 린드는 재빨리 그것의 압축을 해제하자 큐브가 종이 상자를 벗겨내듯 벗겨지더니 여러 종이 형식의 파일들이 허공에 떠올랐다. 이제 린드와 발키리들이 상대해야될 자들 4명의 신상명세가 들어가 있는 파일들이었다. 그들중 린드가 낯익은 녀석의 데이터를 가져와 모두에게 공개하였다. 다들 한번 본 기억이 있는 자였지만 린드 소대장의 설명을 한번이라도 더 경청하기 위해 시선을 집중하였다.
"이자. 이 자는 작게는 1급 2종 비한정에서 많게는 우리 특급을 능가하는 매우 강력한 자이다. 난 실제로 이자와 마주친 적이 있고, 어쨰서인지, 아니면 강제적인지 알수는 없으나 힘이 상당수 봉인 되어 있었다. 그러나 굉장히 위험한 자이다. 그러므로 모든 발키리 대원들은 주의하도록."
"알겠습니다."
"염려마라고."
"게이트가 열리는 즉시 체포하자고!"
모두들 린드의 손에 들린 투명한 신상명세서를 바라보며 키득거렸다.
린드는 한숨을 내쉬었다. 과연 자신과 이들만으로 작전을 잘 수행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신계의 정보를 믿기로 하였다. 자신이 작전을 수행할 떄마다 주어진 정보에는 큰 오류가 없었기 떄문이다. 게다가 상대는 타블렛 계약도 안된 특수한 경우라지 않던가? 반항하다 사살당해도 큰 위험이나 마계와의 외교적 마찰은 없을 것이다. 린드는 파일 속에 드러난 적색 머리칼에 날카로운 적색 눈동자를 지닌 남자의 사진을 뚫어지게 쳐다 보았다.
'SA급, Unknown, 이종족계 특수 정보원으로 이름 없는 자 ‘코드:묠니르’이다. 현재 외곽 제 4와 94구역을 맡고 있다. 하느님의 급한 부름을 받아 하는 수 없이 급하게 게이트를 타고 도착했다. 너희들의 생활권을 침범한 점은 사과하겠다. 그러니 할버트를 치워주도록...'
'.....그런 소속명과 급수는 들어본 적 없다.'
'특수....정보원이다. 그리고 일반 신 리스트에 올라가 있지 않을 뿐...'
조금은 기분 나쁘고 사무적인 당돌한 남자의 말투가 귀에 울려퍼졌다.
지상계에서 만나 사귀게 된 인간 친구인 '모리사토 케이이치'와는 너무도 다른 싸늘하고 멍한 분위기. 린드는 조소하며 자신을 이름 없는 자라고, 그리고 번호명으로만 소개한 적색 머리의 남자를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무기도 특이했지? 리볼버라고 했던가??'
그와 벌인 잠깐의 신경전 이후 그가 가진 무기에 흥미를 느낀 린드는 몇몇 자료를 통해 그가 가진 무기가 상당히 위협적인 살상병기이고 그가 현재 위치한 디멘션3에 널리 알려진 무기 중 하나라는 것을 꺠달았다. 다행히 능력만 보고 판단하면 자신들의 능력으로도 충분히 해볼 수 있었지만 SA라는 낯선 계급이 걱정 되었다.
'그는 얼마나 위험한 자인가?'
그러고 보니 2주전에 있었던 유그드라실의 기능 마비와, 게이트 사용 불가 사태, 그리고 마계의 시스템 니드벡의 붕괴라는 어마어마한 사태를 그가 했다는 보고가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는 마치 하느님의 부하라도 되는양 이야기를 하더니.
잠깐이었지만 신의 명령을 듣고 물러나 그를 박살내지 못했던 사실을 떠올리며 아쉬워했다. 어쩄든 이번에 지상에 가면 못 다한 결판을 확실히 해내리라.
"그러고보니. 이번 전투만 확실히 끝내면 전원 특박이라지? 린드는 뭘 할꺼야??"
"...친구를 만나러 갈 것이다."
"친구? 누구??"
"있다. 그런 사람이."
린드는 볼에 붉은 홍조를 들이며 친우인 피오르도 자주 볼 수 없는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이를 씨익 드러냈다. 덕택에 다시 무기 손질에 여념이 없던 부하들 몇명이 놀라 창과 도끼를 발에 떨어뜨려 약간의 타박상이란 손실을 입기도 했다....
'곧 가겠다. 케이이치.'
3번째로 만날 수 있다는 사실 떄문일까?
린드는 잔뜩 기대감과 흥분으로 부풀어 오른 맘을 감싸안으며 게이트에 몸을 맡겼다.
[게이트 작동합니다.]
그것이 린드가 천계에서 마지막으로 들은 목소리였다.
[블라디 보스토크. RLO 이동마법사령부-1호 '펜릴(혹은 펜리어)']
"자자~제군들 오늘의 이간질 작전은 준비 완료인가?"
붉은색 머리와 붉은색 눈이 돋보이는 소년의 질문에 검은색으로 온통 둘러싼 병사들은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주먹은 가슴 위에 올렸다. 엄청난 힘과, 텔레파시란 편한 능력을 지니게 된 대신 언어를 잃어버린 자들이 자신들의 보스에게 취하는 인사였다. 헬솔져들의 인사에 슈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고 자신의 지정좌석에 앉았다. 지정 좌석 옆에는 그를 보좌하는 집사같은 사무적인 남자 까스빠진 리와 갈색 머리칼이 매력적인, 그러나 곧 있을 끔찍한 사태가 두려워 눈을 질끈 감아버린 소녀가 서 있었다. 그 옆에는 마치 영국의 신사를 보는 듯한 특이한 옛 검은신사의 복장을 한 초로의 늙은이가 서 있었다.
"누님. 화면 똑바로 봐요."
"....싫어."
"왜죠? 누님. 우릴 배신한 세계에게 이 착한 동생이 직접 복수를 하겠다는데? 그게 싫어요."
"....싫어."
"키킥. 한심하긴. 그러니까 아버님과 어머님처럼 당했지."
"....아버님과 어머님을 모욕하지 마."
키키키키키. 소녀가 질끈 감은 눈을 살짝 뜨고 슈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모습에 소년은 재미있다는 듯 웃음을 그치지 않고 더욱 크게 키웠다. 소녀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린 채 그 고운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가스빠진 리가 소년에게 약간의 다과를 내오며 모니터를 더 크게 키우라고 명령하자 헬솔져들 몇명이 즉시 광학 모니터의 화면을 키웠다. 홀로그램영상이 더욱 크게 늘어나더니 이어서 가는 점들로 추정되는 것들이 날카롭고, 딱딱한 형상을 한 물체들로 드러나 있었다.
"후훗. 세기의 대결이로군. 최신버젼에 속하는 경량 전투기 F-16과, 구식버젼에 속하는 대형 전폭기 F-15. 누가 이길 것 같아? 대충 보아하니 6:4 정도의 비율인 것 같은데. 참고로 밑의 전투함들은 생략해. 아무리 발버둥 쳐도 한국쪽이 불리해!"
"글쎄요. 제공 쪽에서는 확실히 한국쪽이 유리해 보입니다만. 역시 피해는 감수해야 할 듯 합니다."
"클클클. 하지만 난 너무 오래 끄는 것은 싫지. 얼른 이간질 하려면 저 놈들중 한 놈도 살아남지 못 해야해. 가스빠진 리!"
"다. 보스."
슈미가 불러 세우자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뭐든지 다 하겠다는 그의 태도에 슈미는 기쁘다는 듯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가 내뱉은 한마디만 아니었으면 철없고 귀여운 꼬마를 보는 듯 할 것이다.
"다 쓸어버리라고 전해."
"다 보스!"
그 설명에 옆에 있던 소녀는 고개를 살짝 내리고 물러가 버렸고, 초로의 신사는 입에 길다란 미소를 건채 키득키득 거렸다. 유일하게 지휘관급의 사람들이 뭘 하든 차가운 반응으로 묵묵히 일하는 자들은 헬솔져들 뿐이었다. 그들의 마스크에서 후욱 하는 가는 숨소리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슈미는 한가지 더 떠올렸는지 눈을 크게 뜨며 다시 입을 열었다.
"이왕이면 더욱 이간질 하기 좋게, 게이트가 열리는 장소를 살짝 변경시키도록 해. 대해킹전 헬솔져 부대들이면 문제 없겠지?"
"다. 그러면 어둠귀신의 알을 더욱 강력하게?"
"그렇지. 큭큭. 어느 멍청이들은 어둠귀신의 알이 완전히 해독된줄 아나본데. 그건 착각이야. 분명 여신을 촉매로 사용했지만. 촉매는 다른 이들로도 사용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이미 유그드라실에는 우리의 바이러스가 들어가 있어 클클클.
[천계. 유그드라실.]
"맙소사 이건 말도 안돼!"
"바이러스 수지 올라갑니다!!!"
"또?! 2주전의 악몽인가?!!!"
유그드라실을 담당하는 오퍼레이터 여신들과, 메카닉 담당 신들이 모여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보며 소란을 떨었다. 다행히 예전처럼 갑작스런, 그리고 위협적인 공격이 아니었기 떄문에 10분 뒤면 해결될 문제지만...바이러스가 재발한 원인, 그리고 바이러스의 목적을 알 수 없었다.
"젠장! 이럴 떄 페이오스가, 그 3사람이 있었더라면."
여신 한명이 아름다운 얼굴에 걸맞지 않은 욕지기를 내뱉으며 열심히 손을 놀렸다. 일단은 저 바이러스를 잠재워서 지구 운용(디멘션3 통제)에 문제가 없도록 해야 했다. 지금은 눈앞에 보이는 일이 먼저다!!
[동해 영공과 일본해 영공의 경계선]
"뭐야? 이게?!!"
"적들은? 어디에?!!"
"저 기괴한 물체들은 또 뭐지? 마치 양력을 받으며 날아가는 듯 한데...."
옅은 빛과 함께 한무리의 사람들이 허공에 나타났다. 분명 무사히 육지에 착지하여 적들을 생포하리라고 마음 먹었던 그들은 갑작스럽게 하늘에 떨어짐과 동시에 눈앞에 보이는 정신 없는 장면들에 당황하였다. 기계에 조예가 깊은 안경을 쓴 남자 발키리가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기괴한 물체들을 바라보며 탄성을 질렀다.
"밑에도 봐!!"
"바다? 그리고...싸우고 있잖아!"
"모두들 지금 상황에 집중해! 이건 분명 적들의 함정이다."
발키리들이 디멘션 3의 기계들이 벌이는 화려한 장관에 눈을 뺴앗기자 린드가 호통을 치며 날아올랐다. 그 모습은 흡사 로켓 엔진을 등에 매고 날아오르는 듯 했다. 미약한 섬광을 흘리며 날아오르는 린드의 뒤를 따라 발키리들이 힘을 사용해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린드는 이게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아보기 위해 천계와의 교신을 시도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러나...
-치지지직...
"방해 전파다!"
지금 하늘을 날고,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 기계들을 타고 싸우는 인간들의 것인지, 아니면 적들의 소행인지 알 수가 없으나 방해전파 때문에 천계와의 통신은 물론, 법술을 통한 텔레파시도 소용이 없었다. 피오르는 우선 이 복잡한 곳을 빠져나가자고 제안했고 린드도 고개를 끄덕였다. 잘은 모르겠지만 이곳은 같은 인간들끼리 치열하게 내전을 벌이는 곳임이 분명했다.
슈우우욱. 콰콰콰쾅.
"저길 봐! 저 작고 날카로운 창같은 기계가 자신보다 더 큰 녀석을 쓰러뜨렸어!"
"그것보단 폭발이라고 보는 편이..."
"지금 당장 모두들 이 곳을 빠져 나간다! 서둘러!!"
슈우우우우우우~~~~썌애애애애애애액.
린드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조금 전 화염 분사구(제트엔진)가 두개 달린 전투기[F-15J]를 떨어뜨린 날카로운 창같은 기계(KF-16)가 자신들의 주위로 날아오고 있었다. 그 기계를 쫓아오며 부스터같은 무기를 내뿜던 더 커다란 기계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린드는 F-16에 탑승한 인간병사들과 눈이 마주쳤다.
"사람이다."
'사람이다?!'
서로가 그렇게 생각하기 무섭게 바다 위에 떠 있던 조그만 군함들과 커다란 군함들이 폭발하였다. 어떤 공격도 없었는데...린드는 의아하여 부대원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어떤 자도 마법이나, 법술을 다루지 않았다. 그렇다면?
"진짜 적인가?!"
린드는 이곳 저곳을 두리번 거리며 적들을 찾았다. 그러나 상공에는 적들의 모습은 안 보였다.
"린드 저길 봐!! 저들은 광학기술을 사용하고 있어. 그래서 안보이는 거야! 저기 일렁이는 부분을 봐."
"!!!"
린드는 피오르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았다. 마치 아지렁이가 출렁이기라도 하듯 푸른 하늘과 구름의 모습이 굴절되어 보이는 듯한 모습. 린드는 빠른 속도로 날아올라 자신의 할버드를 휘두르려 했다. 그 떄였다.
투투투투투투투투투투.
"으읔!"
"으악!"
"부스터 공격(F-16의 기관포)이다. 모두들 방어를!"
자신들을 적으로 판단한 F-16기가 날아오며 공격을 하고 있었다. 분명 자신의 동료들을 죽인 자들이 자신들이라고 판단한 듯 했다. 바다 위에 떠 있던 전투함들도 자신들의 존재를 눈치 챘는지 커다랗고 신기한 화살(대공 미사일)들을 쏘아 올려 자신들을 떨어뜨리려 했다. 다행히 운동에너지와 화학 에너지를 이용한 공격무기들이었기에 법술과 마술로 충분히 막아낼 수 있었지만 위협적이었다. 만약 이대로 있다가는...
"모두 후퇴!"
투투투투투.
"으앜!"
그러나 F-16 전투기는 그들을 절대 보내주려 하지 않았다. 이젠 커다란 전투기(F-15)는 안중에도 없는지 무차별 난사를 하며 날아왔다. 모두들 다급하게 방어술을 펼쳤지만 그들 중 피오르가 정확히 두들겨 맞고 쓰러졌다. 린드가 피오르를 외치며 구해내려 했지만. 그는 너무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었다.
"모두 피해!!"
퍼퍼퍼퍼퍼펑. 콰콰쾅.
"!!! 저건!!"
그러다 린드는 하얗고, 뜨거운 섬광같은 것이 자신들을 스쳐 지나간 사실을 꺠닫고 피오르가 가리킨 방향을 다시 바라보았다. 커다란 비행선. 그리고 거기서 사출되어 나오는 특이한 형태의 비행기계들. 그것들에 의해 서로 싸우던 인간들의 군대는 무력하게 폭발해버렸고, 남은 공격 무기는 자신들에게 부스터 공격을 퍼부은 전투기 하나(F-16)뿐이었다.
"모두들 피해! 적들의 다음 상대는 바로 우리다!"
물론 적들의 비행체는 자신들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거기다 이번 적들은 운동 에너지와 화학이 아닌 순수한 광학의 힘이었다. 신들의 세계에서도 아직도 사용되는 통상병기중 하나인 순수한 빛의 무기. 그것은 신들이라도 막기 어려웠다. 하얀 빛을 뿜으며 신들은 그 공격 무기들의 공격을 막아냈지만 힘이 부족했다. 소대원들은 하나 둘씩 떨어져 이탈하거나, 피오르처럼 추락해버렸다.
"피해야 한다!"
린드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자신을 쫓아오는 기계 둘로부터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니 삼각뿔들이 십자가 모양으로 세워진. 펜던트를 보는 듯한 특이한 생김새의 물건이었다. 마치 양력이란 것 애초부터 없었다는 식으로 만들어진 무식한 형태의 무기였다.
파지지지징.
"읔!"
그것들 중 하나가 자신을 발견하고 날아왔고, 남은 두기가 F-16기를 향해 쫓아갔다. 린드는 방어술로 빔을 막아내다가 안되겠다 싶었는지 막기를 포기하고 가속하여 바다로 날아갔다. 화염에 휩싸인 전투함들의 잔해가 보였다. 그것을 이용하기로 했다.
"합!!"
철퍽 쏴아아아~~
린드가 기합소리와 함께 손을 들어올리자 마치 안보이는 거인의 손에 들어올려진 것처럼 함선의 앞부분이 허공에 둥둥 떠올랐다. 적의 기체가 자신이 하는 행동을 발견하고 광학 병기들을 내뿜어댔다. 뜨거운 기운에 린드는 인상을 찌푸렸지만 꾹 참고 마술을 이용해 배의 앞부분을 더 높이 들어올렸다. 그런 뒤.
"이야압!"
더욱 크고 긴 기합과 함께 투포환을 던지듯 손을 움직였다. 그러자 군함의 앞부분이 정말 투포환이 날아가듯 길게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올랐다. 그것은 정확히 수리검 형태의 비행체에 정통으로 부딪쳤고 비행체는 이리 비틀, 저리 비틀 술주정꾼처럼 움직이다 바다 속으로 추락해버렸다. 물찬 제비를 보는 듯한 모습에 린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머리칼을 쓸어 올렸다.
"이제 가볼까!"
슈우욱 콰콰콰쾅.
그러다 린드는 조금 전 자신들을 공격한 전투기를 바라볼 수 있었다. 굉장히 높이 올라간 그 전투기는 흔들흔들 위태롭게 움직이더니 갑자기 추락을 하고 있었다. 자신들을 공격한 인간들이었기에 린드는 무시하려다 그 수직으로 추락하는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앗! 하고 소리를 질렀다. 전투기와 조금 전의 그 비행체가 부딪치려는 찰나 F-16기로부터 무언가 발사되어졌다. 미사일이었다.
퍼퍼퍼펑.
F-16은 다시 제 자리를 되찾고 하늘을 날아올랐다. 그러나 동시에 두번째 공격이 이어졌다. 적도 똑같은 공격을 퍼부은 것이다. 그것도 정면으로 날아온 공격이었고, 그 공격은 정확히 날개와 엔진을 떄렸다. 불에 휩싸인 기체를 보고 린드는 자신도 모르게 그쪽으로 날아올랐다.
슈우웅 퍼퍼펑.
철컥 촤라라라라락!
'낙하산인가? 구식 장비군.'
동시에 F-16이 죽기전 퍼부은 마지막 미사일 공격!
적은 한방에 침묵하였다. 동시에 F-16이 터졌고 그 안에 탔던 조종사들 중 한명이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장면이 포착되었다. 린드는 자신도 모르게 기뻐하며 그 조종사가 떨어지는 곳으로 다가갔다.
"쿨럭."
"다행이군. 너는 훌륭한 군인이었다. 무사하군! 그런 위험한 병기를 상대로 정말잘 싸웠다."
"누구...쿨럭!"
"걱정말도록. 조금 전 우릴 공격한 죄는 묻지 않겠다. 다 저들의 흉계일테니."
린드는 허공에 떠 있는 커다란 비행모선을 확인한 뒤 잽싸기 바다 위를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파일럿은 무사했지만 조금 전 전투기의 폭발로 파편이 발목에 박혔는지 피가 주르륵 흘러 그녀의 하얀 전투복을 더럽히고 있었다. 물론 그녀는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았다. 그녀는 오로지 자신이 피신시키고 있는 이 군인이 보잘것 없는 기술로 만들어진 전투기계로 최선을 다했고, 또 강한 인물이라는 것에 놀라워하고 있었다.
"일단은...살던 곳으로 가기에는 힘들군."
조금 전 전투하던 지역과는 이미 멀리 떨어져 있었고, 결국 그녀는 동쪽으로 가는 길을 택해야만 했다. 그렇게 40분을 날아갔을까? 마침내 육지가 보였다.
"으읔. 쿨럭!"
"어이 괜찮아?!"
"으으..."
그러나 남자는 발목에서 흐른 피로 계속 온 몸을 물들인채 정신을 잃고 있었다.
이제 보니 그 파편은 동맥을 제대로 건드린 것이었다. 린드는 이를 꽉 꺠문채 급한데로 응급처치를 하기로 했다. 그녀는 자신이 알고 있는 정령의 술법과, 마술을 통해 동맥 부위를 치료하였다. 조금 까다로웠는지 눈살을 찌푸리며 응급처치를 끝낸 린드는 한숨을 내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신이 케이와 만났던 네코미란 곳보다는 조금 더 북쪽에 위치한 작은 마을.
"미안하다. 그러나 난 바쁜 일이 있다. 그러니 여기서 사람이 오기까지만 기다려라."
린드는 그렇게 말한 뒤 파일럿의 상태를 한번 더 확인한 뒤 날아올랐다. 게이트를 통하면 더욱 쉽게 갈 수 있지만 조금 전과 같은 게이트의 오류가 일어날 수도 있었기에 그녀는 조금 시간이 걸려도 날아가기로 결정했다.
'서둘러야 한다.'
녀석들이 더욱 큰일을 벌이기 전에.
린드는 이를 악 물며 최고 속도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철컥 철크럭.
한무리의 병사들이 자신들의 병장기와 두꺼운 물건들을 오른팔에 장착하였다. 병장기들은 다양했다. 각종 창과 할버드, 도끼를 비롯하여 활까지. 마치 고대의 검투장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다양한 병장기들이 많았다. 몇몇 병사들은 오른팔에 무거운 기관포같은 것들을 장착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부스터라고 불리우는[증폭기로 쓰이는 부스터와는 다른 의미]탄 발사용 무기였다. 디멘션3의 무기체계를 연구하여 개발해낸 병기라고 하는데...상당히 폭력적(?)이고 위협적인 병기라 천계나 마계에서는 잠깐동안 유행을 탔다가 요즘은 인기가 식어버린 그런 병기였다. 그러나 전투부의 '발키리'들에게 그 무기의 유효성은 인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모두들 무기를 한번 더 확인해!!"
"알았어."
"알았어요."
"넵~!"
푸른색의 윤기가 흐르는 머리칼을 쓸어 올리는 무뚝뚝한 여성의 명령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거나 다양한 답을 하며 자신들의 무기를 들어올렸다. 다행히 이들은 오랜 전투와 임무를 경험해온 이들이었기에 무기의 손질 중요성을 온 몸으로 느끼는 이들이었다. 그에 비례해 훈련과 능력도 중요하지만..
"저기 린드."
온 몸에 번게라도 맞은 듯 머리를 쭈뼛쭈뼛 세운 남자가 어깨를 툭툭 치며 묻자 린드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돌아보았다. 자신의 든든한 동료이자 전우인 피오르가 피식 웃으며 손가락으로 자신의 병기를 가리키고 있었다. 린드의 손에는 날이 왼쪽, 오른쪽에 정렬해 붙어있는 양날도끼와 찌르고, 베기에 편한 날카로운 촉이 붙어 있는 특이한 할버드를 지니고 있었다. 천계에도 널리 알려진 외날개의 천사, 혹은 쌍천사 린드만이 들고 휘두른다는 독특한 병장기였다.
"왜 그러지?"
피오르가 곤란한듯 말을 하다, 말다 망설이자 린드는 궁금하다는 듯 눈을 가늘게 뜨며 그를 추궁했다. 린드에게 피오르란 친구는 정말 소중한 벗들 중 하나였다. 굉장히 젊은 나이에(그래도 디멘션 3의 인간들의 나이는 초월했지만.)발키리 소대 중 하나를 책임지는 소대장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질투심 하나 없이 축하하다며 진심 어린 미소를 보내왔던 벗 중 하나였다. 뭔가 심기가 불편한 것은 아닌지 린드는 걱정이 되어 계속 추궁하였다.
"....타블렛 말이야."
"???"
피오르의 입에서 타블렛이란 단어가 나오자 린드는 자신도 모르게 흠칫했다.
타블렛....천마의 세계대전으로 수많은 생명들이 꺼져가자 참다 못한 쌍방이 서로가 자멸하지 않기 위해 한쪽이 죽으면 다른 한쪽도 죽게 만드는 평화조약이자, 저주의 원흉을 꺼내자 린드는 어리둥절해졌다. 왜 갑자기 타블렛을?
"우리가 잡으러 가는 그...마족들."
".........."
"만약 실수로라도 일을 그르쳐서 그들을 죽여버린다면. 만약에 그렇게 된다면."
"괜찮다."
난 또 뭐라고. 린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피오르의 어깨를 탁 두드리며 안심하라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평소 무뚝뚝한 린드의 표정이 밝게 변하자 주위의 병사들은 놀랍다는 얼굴을 한채 무기 손질도 잊어버리고 멍하니 바라보았다. 린드와 피오르는 주위의 시선들은 가볍게 무시한채 서로 말을 주고 받았다.
"우리가 잡으러 가는 이들은 본래 마족이나, 현재는 마족이길 버리고 우리의 편이 된 자들이다. 물론 이번일과 같은 불행한 사태가 있었고, 상당수가 천계를 떠났다고는 하나. 애초부터 마족들에 반대하기 위해 노력하던 자들이다. 정보에 따르면 그들은 타블렛 계약을 한 상대들이 없다더군."
"....그것 참 다행이군."
"그..정보부 요원이었다는 자들의 신상명세는 추가로 받았을 것이다. 대부분이 우리 신들의 계급인 1급, 2급에 속하는 자들이다. 다만 주의해야 할 녀석이 하나 있는데..."
턱.
린드는 뭔가 생각 났다는 듯 타이즈 틱한 전투복의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보였다. 큐브 형태로 생긴 흐릿한 물체였다. 그러나 천계의 사람들이라면 이게 무엇인지는 다 알고 있었다. 천계의 컴퓨터 유그드라실을 비롯하여 온갖 세계의 컴퓨터들로부터 뺴내온 자료들을 압축한 파일들이었다. 린드는 재빨리 그것의 압축을 해제하자 큐브가 종이 상자를 벗겨내듯 벗겨지더니 여러 종이 형식의 파일들이 허공에 떠올랐다. 이제 린드와 발키리들이 상대해야될 자들 4명의 신상명세가 들어가 있는 파일들이었다. 그들중 린드가 낯익은 녀석의 데이터를 가져와 모두에게 공개하였다. 다들 한번 본 기억이 있는 자였지만 린드 소대장의 설명을 한번이라도 더 경청하기 위해 시선을 집중하였다.
"이자. 이 자는 작게는 1급 2종 비한정에서 많게는 우리 특급을 능가하는 매우 강력한 자이다. 난 실제로 이자와 마주친 적이 있고, 어쨰서인지, 아니면 강제적인지 알수는 없으나 힘이 상당수 봉인 되어 있었다. 그러나 굉장히 위험한 자이다. 그러므로 모든 발키리 대원들은 주의하도록."
"알겠습니다."
"염려마라고."
"게이트가 열리는 즉시 체포하자고!"
모두들 린드의 손에 들린 투명한 신상명세서를 바라보며 키득거렸다.
린드는 한숨을 내쉬었다. 과연 자신과 이들만으로 작전을 잘 수행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신계의 정보를 믿기로 하였다. 자신이 작전을 수행할 떄마다 주어진 정보에는 큰 오류가 없었기 떄문이다. 게다가 상대는 타블렛 계약도 안된 특수한 경우라지 않던가? 반항하다 사살당해도 큰 위험이나 마계와의 외교적 마찰은 없을 것이다. 린드는 파일 속에 드러난 적색 머리칼에 날카로운 적색 눈동자를 지닌 남자의 사진을 뚫어지게 쳐다 보았다.
'SA급, Unknown, 이종족계 특수 정보원으로 이름 없는 자 ‘코드:묠니르’이다. 현재 외곽 제 4와 94구역을 맡고 있다. 하느님의 급한 부름을 받아 하는 수 없이 급하게 게이트를 타고 도착했다. 너희들의 생활권을 침범한 점은 사과하겠다. 그러니 할버트를 치워주도록...'
'.....그런 소속명과 급수는 들어본 적 없다.'
'특수....정보원이다. 그리고 일반 신 리스트에 올라가 있지 않을 뿐...'
조금은 기분 나쁘고 사무적인 당돌한 남자의 말투가 귀에 울려퍼졌다.
지상계에서 만나 사귀게 된 인간 친구인 '모리사토 케이이치'와는 너무도 다른 싸늘하고 멍한 분위기. 린드는 조소하며 자신을 이름 없는 자라고, 그리고 번호명으로만 소개한 적색 머리의 남자를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무기도 특이했지? 리볼버라고 했던가??'
그와 벌인 잠깐의 신경전 이후 그가 가진 무기에 흥미를 느낀 린드는 몇몇 자료를 통해 그가 가진 무기가 상당히 위협적인 살상병기이고 그가 현재 위치한 디멘션3에 널리 알려진 무기 중 하나라는 것을 꺠달았다. 다행히 능력만 보고 판단하면 자신들의 능력으로도 충분히 해볼 수 있었지만 SA라는 낯선 계급이 걱정 되었다.
'그는 얼마나 위험한 자인가?'
그러고 보니 2주전에 있었던 유그드라실의 기능 마비와, 게이트 사용 불가 사태, 그리고 마계의 시스템 니드벡의 붕괴라는 어마어마한 사태를 그가 했다는 보고가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는 마치 하느님의 부하라도 되는양 이야기를 하더니.
잠깐이었지만 신의 명령을 듣고 물러나 그를 박살내지 못했던 사실을 떠올리며 아쉬워했다. 어쩄든 이번에 지상에 가면 못 다한 결판을 확실히 해내리라.
"그러고보니. 이번 전투만 확실히 끝내면 전원 특박이라지? 린드는 뭘 할꺼야??"
"...친구를 만나러 갈 것이다."
"친구? 누구??"
"있다. 그런 사람이."
린드는 볼에 붉은 홍조를 들이며 친우인 피오르도 자주 볼 수 없는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이를 씨익 드러냈다. 덕택에 다시 무기 손질에 여념이 없던 부하들 몇명이 놀라 창과 도끼를 발에 떨어뜨려 약간의 타박상이란 손실을 입기도 했다....
'곧 가겠다. 케이이치.'
3번째로 만날 수 있다는 사실 떄문일까?
린드는 잔뜩 기대감과 흥분으로 부풀어 오른 맘을 감싸안으며 게이트에 몸을 맡겼다.
[게이트 작동합니다.]
그것이 린드가 천계에서 마지막으로 들은 목소리였다.
[블라디 보스토크. RLO 이동마법사령부-1호 '펜릴(혹은 펜리어)']
"자자~제군들 오늘의 이간질 작전은 준비 완료인가?"
붉은색 머리와 붉은색 눈이 돋보이는 소년의 질문에 검은색으로 온통 둘러싼 병사들은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주먹은 가슴 위에 올렸다. 엄청난 힘과, 텔레파시란 편한 능력을 지니게 된 대신 언어를 잃어버린 자들이 자신들의 보스에게 취하는 인사였다. 헬솔져들의 인사에 슈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고 자신의 지정좌석에 앉았다. 지정 좌석 옆에는 그를 보좌하는 집사같은 사무적인 남자 까스빠진 리와 갈색 머리칼이 매력적인, 그러나 곧 있을 끔찍한 사태가 두려워 눈을 질끈 감아버린 소녀가 서 있었다. 그 옆에는 마치 영국의 신사를 보는 듯한 특이한 옛 검은신사의 복장을 한 초로의 늙은이가 서 있었다.
"누님. 화면 똑바로 봐요."
"....싫어."
"왜죠? 누님. 우릴 배신한 세계에게 이 착한 동생이 직접 복수를 하겠다는데? 그게 싫어요."
"....싫어."
"키킥. 한심하긴. 그러니까 아버님과 어머님처럼 당했지."
"....아버님과 어머님을 모욕하지 마."
키키키키키. 소녀가 질끈 감은 눈을 살짝 뜨고 슈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모습에 소년은 재미있다는 듯 웃음을 그치지 않고 더욱 크게 키웠다. 소녀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린 채 그 고운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가스빠진 리가 소년에게 약간의 다과를 내오며 모니터를 더 크게 키우라고 명령하자 헬솔져들 몇명이 즉시 광학 모니터의 화면을 키웠다. 홀로그램영상이 더욱 크게 늘어나더니 이어서 가는 점들로 추정되는 것들이 날카롭고, 딱딱한 형상을 한 물체들로 드러나 있었다.
"후훗. 세기의 대결이로군. 최신버젼에 속하는 경량 전투기 F-16과, 구식버젼에 속하는 대형 전폭기 F-15. 누가 이길 것 같아? 대충 보아하니 6:4 정도의 비율인 것 같은데. 참고로 밑의 전투함들은 생략해. 아무리 발버둥 쳐도 한국쪽이 불리해!"
"글쎄요. 제공 쪽에서는 확실히 한국쪽이 유리해 보입니다만. 역시 피해는 감수해야 할 듯 합니다."
"클클클. 하지만 난 너무 오래 끄는 것은 싫지. 얼른 이간질 하려면 저 놈들중 한 놈도 살아남지 못 해야해. 가스빠진 리!"
"다. 보스."
슈미가 불러 세우자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뭐든지 다 하겠다는 그의 태도에 슈미는 기쁘다는 듯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가 내뱉은 한마디만 아니었으면 철없고 귀여운 꼬마를 보는 듯 할 것이다.
"다 쓸어버리라고 전해."
"다 보스!"
그 설명에 옆에 있던 소녀는 고개를 살짝 내리고 물러가 버렸고, 초로의 신사는 입에 길다란 미소를 건채 키득키득 거렸다. 유일하게 지휘관급의 사람들이 뭘 하든 차가운 반응으로 묵묵히 일하는 자들은 헬솔져들 뿐이었다. 그들의 마스크에서 후욱 하는 가는 숨소리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슈미는 한가지 더 떠올렸는지 눈을 크게 뜨며 다시 입을 열었다.
"이왕이면 더욱 이간질 하기 좋게, 게이트가 열리는 장소를 살짝 변경시키도록 해. 대해킹전 헬솔져 부대들이면 문제 없겠지?"
"다. 그러면 어둠귀신의 알을 더욱 강력하게?"
"그렇지. 큭큭. 어느 멍청이들은 어둠귀신의 알이 완전히 해독된줄 아나본데. 그건 착각이야. 분명 여신을 촉매로 사용했지만. 촉매는 다른 이들로도 사용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이미 유그드라실에는 우리의 바이러스가 들어가 있어 클클클.
[천계. 유그드라실.]
"맙소사 이건 말도 안돼!"
"바이러스 수지 올라갑니다!!!"
"또?! 2주전의 악몽인가?!!!"
유그드라실을 담당하는 오퍼레이터 여신들과, 메카닉 담당 신들이 모여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보며 소란을 떨었다. 다행히 예전처럼 갑작스런, 그리고 위협적인 공격이 아니었기 떄문에 10분 뒤면 해결될 문제지만...바이러스가 재발한 원인, 그리고 바이러스의 목적을 알 수 없었다.
"젠장! 이럴 떄 페이오스가, 그 3사람이 있었더라면."
여신 한명이 아름다운 얼굴에 걸맞지 않은 욕지기를 내뱉으며 열심히 손을 놀렸다. 일단은 저 바이러스를 잠재워서 지구 운용(디멘션3 통제)에 문제가 없도록 해야 했다. 지금은 눈앞에 보이는 일이 먼저다!!
[동해 영공과 일본해 영공의 경계선]
"뭐야? 이게?!!"
"적들은? 어디에?!!"
"저 기괴한 물체들은 또 뭐지? 마치 양력을 받으며 날아가는 듯 한데...."
옅은 빛과 함께 한무리의 사람들이 허공에 나타났다. 분명 무사히 육지에 착지하여 적들을 생포하리라고 마음 먹었던 그들은 갑작스럽게 하늘에 떨어짐과 동시에 눈앞에 보이는 정신 없는 장면들에 당황하였다. 기계에 조예가 깊은 안경을 쓴 남자 발키리가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기괴한 물체들을 바라보며 탄성을 질렀다.
"밑에도 봐!!"
"바다? 그리고...싸우고 있잖아!"
"모두들 지금 상황에 집중해! 이건 분명 적들의 함정이다."
발키리들이 디멘션 3의 기계들이 벌이는 화려한 장관에 눈을 뺴앗기자 린드가 호통을 치며 날아올랐다. 그 모습은 흡사 로켓 엔진을 등에 매고 날아오르는 듯 했다. 미약한 섬광을 흘리며 날아오르는 린드의 뒤를 따라 발키리들이 힘을 사용해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린드는 이게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아보기 위해 천계와의 교신을 시도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러나...
-치지지직...
"방해 전파다!"
지금 하늘을 날고,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 기계들을 타고 싸우는 인간들의 것인지, 아니면 적들의 소행인지 알 수가 없으나 방해전파 때문에 천계와의 통신은 물론, 법술을 통한 텔레파시도 소용이 없었다. 피오르는 우선 이 복잡한 곳을 빠져나가자고 제안했고 린드도 고개를 끄덕였다. 잘은 모르겠지만 이곳은 같은 인간들끼리 치열하게 내전을 벌이는 곳임이 분명했다.
슈우우욱. 콰콰콰쾅.
"저길 봐! 저 작고 날카로운 창같은 기계가 자신보다 더 큰 녀석을 쓰러뜨렸어!"
"그것보단 폭발이라고 보는 편이..."
"지금 당장 모두들 이 곳을 빠져 나간다! 서둘러!!"
슈우우우우우우~~~~썌애애애애애애액.
린드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조금 전 화염 분사구(제트엔진)가 두개 달린 전투기[F-15J]를 떨어뜨린 날카로운 창같은 기계(KF-16)가 자신들의 주위로 날아오고 있었다. 그 기계를 쫓아오며 부스터같은 무기를 내뿜던 더 커다란 기계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린드는 F-16에 탑승한 인간병사들과 눈이 마주쳤다.
"사람이다."
'사람이다?!'
서로가 그렇게 생각하기 무섭게 바다 위에 떠 있던 조그만 군함들과 커다란 군함들이 폭발하였다. 어떤 공격도 없었는데...린드는 의아하여 부대원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어떤 자도 마법이나, 법술을 다루지 않았다. 그렇다면?
"진짜 적인가?!"
린드는 이곳 저곳을 두리번 거리며 적들을 찾았다. 그러나 상공에는 적들의 모습은 안 보였다.
"린드 저길 봐!! 저들은 광학기술을 사용하고 있어. 그래서 안보이는 거야! 저기 일렁이는 부분을 봐."
"!!!"
린드는 피오르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았다. 마치 아지렁이가 출렁이기라도 하듯 푸른 하늘과 구름의 모습이 굴절되어 보이는 듯한 모습. 린드는 빠른 속도로 날아올라 자신의 할버드를 휘두르려 했다. 그 떄였다.
투투투투투투투투투투.
"으읔!"
"으악!"
"부스터 공격(F-16의 기관포)이다. 모두들 방어를!"
자신들을 적으로 판단한 F-16기가 날아오며 공격을 하고 있었다. 분명 자신의 동료들을 죽인 자들이 자신들이라고 판단한 듯 했다. 바다 위에 떠 있던 전투함들도 자신들의 존재를 눈치 챘는지 커다랗고 신기한 화살(대공 미사일)들을 쏘아 올려 자신들을 떨어뜨리려 했다. 다행히 운동에너지와 화학 에너지를 이용한 공격무기들이었기에 법술과 마술로 충분히 막아낼 수 있었지만 위협적이었다. 만약 이대로 있다가는...
"모두 후퇴!"
투투투투투.
"으앜!"
그러나 F-16 전투기는 그들을 절대 보내주려 하지 않았다. 이젠 커다란 전투기(F-15)는 안중에도 없는지 무차별 난사를 하며 날아왔다. 모두들 다급하게 방어술을 펼쳤지만 그들 중 피오르가 정확히 두들겨 맞고 쓰러졌다. 린드가 피오르를 외치며 구해내려 했지만. 그는 너무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었다.
"모두 피해!!"
퍼퍼퍼퍼퍼펑. 콰콰쾅.
"!!! 저건!!"
그러다 린드는 하얗고, 뜨거운 섬광같은 것이 자신들을 스쳐 지나간 사실을 꺠닫고 피오르가 가리킨 방향을 다시 바라보았다. 커다란 비행선. 그리고 거기서 사출되어 나오는 특이한 형태의 비행기계들. 그것들에 의해 서로 싸우던 인간들의 군대는 무력하게 폭발해버렸고, 남은 공격 무기는 자신들에게 부스터 공격을 퍼부은 전투기 하나(F-16)뿐이었다.
"모두들 피해! 적들의 다음 상대는 바로 우리다!"
물론 적들의 비행체는 자신들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거기다 이번 적들은 운동 에너지와 화학이 아닌 순수한 광학의 힘이었다. 신들의 세계에서도 아직도 사용되는 통상병기중 하나인 순수한 빛의 무기. 그것은 신들이라도 막기 어려웠다. 하얀 빛을 뿜으며 신들은 그 공격 무기들의 공격을 막아냈지만 힘이 부족했다. 소대원들은 하나 둘씩 떨어져 이탈하거나, 피오르처럼 추락해버렸다.
"피해야 한다!"
린드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자신을 쫓아오는 기계 둘로부터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니 삼각뿔들이 십자가 모양으로 세워진. 펜던트를 보는 듯한 특이한 생김새의 물건이었다. 마치 양력이란 것 애초부터 없었다는 식으로 만들어진 무식한 형태의 무기였다.
파지지지징.
"읔!"
그것들 중 하나가 자신을 발견하고 날아왔고, 남은 두기가 F-16기를 향해 쫓아갔다. 린드는 방어술로 빔을 막아내다가 안되겠다 싶었는지 막기를 포기하고 가속하여 바다로 날아갔다. 화염에 휩싸인 전투함들의 잔해가 보였다. 그것을 이용하기로 했다.
"합!!"
철퍽 쏴아아아~~
린드가 기합소리와 함께 손을 들어올리자 마치 안보이는 거인의 손에 들어올려진 것처럼 함선의 앞부분이 허공에 둥둥 떠올랐다. 적의 기체가 자신이 하는 행동을 발견하고 광학 병기들을 내뿜어댔다. 뜨거운 기운에 린드는 인상을 찌푸렸지만 꾹 참고 마술을 이용해 배의 앞부분을 더 높이 들어올렸다. 그런 뒤.
"이야압!"
더욱 크고 긴 기합과 함께 투포환을 던지듯 손을 움직였다. 그러자 군함의 앞부분이 정말 투포환이 날아가듯 길게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올랐다. 그것은 정확히 수리검 형태의 비행체에 정통으로 부딪쳤고 비행체는 이리 비틀, 저리 비틀 술주정꾼처럼 움직이다 바다 속으로 추락해버렸다. 물찬 제비를 보는 듯한 모습에 린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머리칼을 쓸어 올렸다.
"이제 가볼까!"
슈우욱 콰콰콰쾅.
그러다 린드는 조금 전 자신들을 공격한 전투기를 바라볼 수 있었다. 굉장히 높이 올라간 그 전투기는 흔들흔들 위태롭게 움직이더니 갑자기 추락을 하고 있었다. 자신들을 공격한 인간들이었기에 린드는 무시하려다 그 수직으로 추락하는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앗! 하고 소리를 질렀다. 전투기와 조금 전의 그 비행체가 부딪치려는 찰나 F-16기로부터 무언가 발사되어졌다. 미사일이었다.
퍼퍼퍼펑.
F-16은 다시 제 자리를 되찾고 하늘을 날아올랐다. 그러나 동시에 두번째 공격이 이어졌다. 적도 똑같은 공격을 퍼부은 것이다. 그것도 정면으로 날아온 공격이었고, 그 공격은 정확히 날개와 엔진을 떄렸다. 불에 휩싸인 기체를 보고 린드는 자신도 모르게 그쪽으로 날아올랐다.
슈우웅 퍼퍼펑.
철컥 촤라라라라락!
'낙하산인가? 구식 장비군.'
동시에 F-16이 죽기전 퍼부은 마지막 미사일 공격!
적은 한방에 침묵하였다. 동시에 F-16이 터졌고 그 안에 탔던 조종사들 중 한명이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장면이 포착되었다. 린드는 자신도 모르게 기뻐하며 그 조종사가 떨어지는 곳으로 다가갔다.
"쿨럭."
"다행이군. 너는 훌륭한 군인이었다. 무사하군! 그런 위험한 병기를 상대로 정말잘 싸웠다."
"누구...쿨럭!"
"걱정말도록. 조금 전 우릴 공격한 죄는 묻지 않겠다. 다 저들의 흉계일테니."
린드는 허공에 떠 있는 커다란 비행모선을 확인한 뒤 잽싸기 바다 위를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파일럿은 무사했지만 조금 전 전투기의 폭발로 파편이 발목에 박혔는지 피가 주르륵 흘러 그녀의 하얀 전투복을 더럽히고 있었다. 물론 그녀는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았다. 그녀는 오로지 자신이 피신시키고 있는 이 군인이 보잘것 없는 기술로 만들어진 전투기계로 최선을 다했고, 또 강한 인물이라는 것에 놀라워하고 있었다.
"일단은...살던 곳으로 가기에는 힘들군."
조금 전 전투하던 지역과는 이미 멀리 떨어져 있었고, 결국 그녀는 동쪽으로 가는 길을 택해야만 했다. 그렇게 40분을 날아갔을까? 마침내 육지가 보였다.
"으읔. 쿨럭!"
"어이 괜찮아?!"
"으으..."
그러나 남자는 발목에서 흐른 피로 계속 온 몸을 물들인채 정신을 잃고 있었다.
이제 보니 그 파편은 동맥을 제대로 건드린 것이었다. 린드는 이를 꽉 꺠문채 급한데로 응급처치를 하기로 했다. 그녀는 자신이 알고 있는 정령의 술법과, 마술을 통해 동맥 부위를 치료하였다. 조금 까다로웠는지 눈살을 찌푸리며 응급처치를 끝낸 린드는 한숨을 내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신이 케이와 만났던 네코미란 곳보다는 조금 더 북쪽에 위치한 작은 마을.
"미안하다. 그러나 난 바쁜 일이 있다. 그러니 여기서 사람이 오기까지만 기다려라."
린드는 그렇게 말한 뒤 파일럿의 상태를 한번 더 확인한 뒤 날아올랐다. 게이트를 통하면 더욱 쉽게 갈 수 있지만 조금 전과 같은 게이트의 오류가 일어날 수도 있었기에 그녀는 조금 시간이 걸려도 날아가기로 결정했다.
'서둘러야 한다.'
녀석들이 더욱 큰일을 벌이기 전에.
린드는 이를 악 물며 최고 속도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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