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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가(戀歌) -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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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둥!]

  진짜로 나갈려고 한다!

  "아니 스승님. 이 제자를 두고 어디로 가시려고 하시는 겁니까? 설마 또 옆집에 사시는 우리비통 아저씨께 가시는 것입니까? 이미 그는 유부남입니다!"

  찔렀나보다. 뭐, 어차피 항상 가시는 곳이 거기였기는 하지만. 그래도 막상 가시며는 또 귀찮아지는데, 아저씨가 사람이 너무 좋아가지고 일일이 받아주시기는 하지만, 그 부인 되시는 베르사체 아줌마의 살기와 폭기와 염기까지 흐르는 눈빛을 받으려면 굉장히 힘들다. 거, 기, 에, 초파초파 레몬맛 사탕이 또 나가야 된다는 것. 안돼. 막아야 한다.

  "제자야. 스승님은 가신다. 잘 있거라."

  "여기 악보!"

  [딸랑~]

  풍경소리가 들리면서 닫히려던 가게문은 멈추게 되었다. 얼마 후 이 상황에 대해서 옆에 있던 시스코 직원 아저씨 중 한분에게 물어보니 이렇게 대답해 주셨다.

  '흐음. 메테오 떨어뜨리려던 드래곤한테 다이아몬드 줘가지고 드래곤이 다이아몬드 가지고 장난 치는 것과 같은 이치로군.'

  이라고 말이다. 하여튼, 나가시려던 스승님의 발걸음을 붙잡는데는 성공을 한 것 같다. 스승님은 고개를 돌리시더니 내 손에 들려 있던 악보를 바라보셨다. 평소 아공간에 넣어두고 다니고 있었는데, 다행이군. 아공간에서 바로 찾아서.

  "이거, 원본이냐?"

  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무리 스승님이라도 원본은 안되죠. 그래도 복사본 한장 있는거를 드렸더니 스승님은 이리저리 악보를 바라보셨다. 저런 모습을 보면 역시 스승님은 스승님이신 것 같다. 자신의 분야에 있어서는 어떻게든 최고를 지향하려고 하는 저 자세. 슬렁슬렁 거리는 나하고는 뭔가 차이가 있으신 분이시다. 성격은 뭐같지만.

  "렌, 이거 누구 악보냐? 평범한 악사가 작곡한 악보는 아닌데, 그렇다고 동네 서점에서 파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 분명히 굉장히 실력있는 자가 화음까지 집어넣으면서 만든 건데 말이야."

  저기, 시스코 아저씨들. 계속 저하고 스승님하고의 이야기를 옅들으시면서 뭔가 내기도 하시고 있는 것 같은데. 일들이나 계속 하시죠.

  "오늘내로 일 안끝나시면 저 본사에다가 트러블 신청할 겁니다."

  그것도 미소를 지으면서 말이다. 산뜻한 미소가 바로 내 트레이드 아니더냐.

  "손님. 맡겨만 주십시오. 오늘 내로 먼지 하나 안나고 광만 번지르르 하게 만들어 놓겠습니다. 저희 시스코는 언제나 고개분의 입장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습니다."

  대장격으로 보였던 대머리 아저씨는 미소와 함께 양손을 살살 비비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그 모습 보기 좋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당신이 가장 아름다운 법이니까요. 그나저나 스승님께서는 여전히 이 악보에 대해 물어보시고 계셨다. 어떻게 대답해야되지? 이건, 그 사람과 나와의 약속인데.

  "저기, 스승님. 원래는 복사본도 그 사람과의 거래상 보여주며는 안되는 것이지만, 스승님이시기에 보여드리는 것입니다. 그 이상은 저도 잘 모르고요. 단지, 그 사람과의 거래를 통해서 얻었다는 것만 알아 주십쇼."

  이것만은 어쩔 수 없었다. 아무리 스승님이 울고 불고 때를 써도 말이다. 아무래도 이러한 나의 모습을 처음 본 스승님은 놀람, 그리고 아쉬움의 눈길로 나를 바라보셨다. 그러시더니 이내 대견하다는 눈빛을 보내셨다. 근데, 어린애가 그런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보니 이상하긴 하다. 그래도 기분이 좋기는 좋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했는데 그 보람을 느끼게 되다니 말이다. 하지만 분위기는 열심히 청소하는 분위기라서 영 그렇지만 말이다.
 
  스승님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악보를 접어 다시금 나에게 주셨다. 나는 그 악보를 다시금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스승님은 가만히 깍지를 끼시고는 기지개를 펴시더니 나를 바라보았다. 그것도 뭔가 진지한 눈빛으로. 저런 눈빛 보는거, 굉장히 오랜만이다.

  "렌, 이번에는 50Note가 아니라, 80Note짜리 오르골을 보여주도록 하지. 실린더도 새로 바꿔야 하고, 나도 굉장히 오랫동안 그리고 섬세하게 해야 하는 작업이기는 하지만 이젠 너도 배워야 할 것 같구나."

  저 모습에 내가 반했었다. 스승님의 저러한 모습에. 무언가를 하기 위한 마음을 잘 아시는 분. 비록 성격은 어디서 터질지 모른 시한메테오 같으신 분이지만, 할 일이 정해지면 그것만을 위해 모든것을 버리는 사람. 그래서 아직까지 결혼도 못한 것도 있고, 나같은 영 이상한 녀석을 제자로 맡기도 한 사람이기도 하고. 그래도 왠일이시래?

  "흐음, 왠일이세요? 평소에 나한테 '너는 죽어도 80Note짜리는 만들지 못할 소금 안들어간 스프다.'라고 하시면서."

  [딱!]

  아프다! 또다시 머리를 맞고 말았다. 도대체 오늘 하루 내 뇌속에 있는 콩나물이 몇개나 터진거야. 그것도 맞은 데만 계속해서 맞고 있으니 더더욱 고통이 늘어나고 있고. 아픈 부분 좀 문지르니 조금은 낳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프다.

  "이노무 자슥이. 스승님이 제자가 기특해서 가르쳐주겠다는데 난리는. 에휴, 이래서 내가 제자 복도 지지리도 없어요. 원래 제자는 스승에게 비밀이 없는 법인데, 이거는 원 지 얘기도 하지 않는 녀석이니."

  스승님은 로브를 툭툭 털더니 이내 가게 2층에 있는 스승님 방으로 들어가셨다. 그래도 이번에는 무사히 가게 안으로 들어오셨군. 다행이야. 청소로 뭐라고 듣지 않으니 말이야. 어찌되었건 저 시스코 직원 아저씨들이 열심히 청소를 해서 다행, 거기에 옆집 우리비통 아저씨한테 도망 안친것도 다행. 정말 돈 한번 들여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다니 좋아요. 좋아.

  "그런데 렌."

  문을 닫으려던 스승님이 2층에서 다시금 나를 부르셨다. 시스코 직원 아저씨들을 기특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던 나는 그 목소리에 2층을 바라보았다.

  "왜요?"

  "다음주에 떠날 준비해! 재료 구하러!"

  떠날 준비를 하라고? 재료? 무슨 소리여? 재료는 옆에 있는 루브루 상단을 이용하면 될 텐데, 뭐하러 재료를 구한다는 것이지? 가뜩이나 움직이기 힘든 겨울인데 말이야. 거기다가 온지 몇시간이 되었다고 다른 데로 가자고 하는 건지 전혀 모르겠네.

  "싫어요."

  그래서 싫다. 귀찮다. 좀 날씨 풀리고 가야지, 원, 추워서 어디를 가려나. 그러고보니 스승님 분명히 로브 한장에다가 평범한 여행자 복장이었는데, 어떻게 이 겨울에 다녔지? 적어도 털로 짠 옷은 입어야 할텐데. 신기한걸.

  "싫어도 안돼! 이번만은 너하고 나하고의 계약 이행이니깐."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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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우님의 댓글

박현우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으음 재밌게 잘읽었습니다/ 언제올라왔는지도 몰랐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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