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신의 공간 - 에피소드2. 시작된 전설(上)
페이지 정보
본문
"뭣이? 행방불명?"
"옙!"
"어찌된 일인가? 자세한 설명을 해보게나!"
치안대장 라크로스는 덤벼드는 리자드를 세로로 베어버리고 나서는 신경질적으로 외쳤다. 그러자 병사는 약간은 위축된 모습으로 말했다.
"동굴 내부의 벽이 무너졌다고 합니다. 덕분에 챔피언 일행이 모두다 행방불명이라는 소식입니다."
"크흠! 일단 다른 모험가들은?"
"다들 동굴 내부에서 격전중입니다. 아직도 많은 수의 도마뱀들이 덤벼들지만, 서서히 토벌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그렇군. 그렇다면 일단은 도마뱀이 어느정도 청소되는데로 구출팀을 파견한다! 동굴 벽이 약한듯 싶으니 조심스러운 자들을 몇몇 색출해서 구출팀을 편성하도록, 그리고 모험가들에게도 이 사실을 알려서 더이상 행방불명이 되는 사태가 없도록 하라."
"옙! 대장님!"
라크로스는 병사가 동굴 안쪽으로 달려가자마자 옆쪽에서 덤벼드는 도마뱀을 다시한번 두토막치며 말했다.
"제발 무사하기를──"
* * *
"비켜라! 이 빌어먹을 파충류들아!"
하이드의 검질에 대여섯마리의 도마뱀들이 공중으로 횅하니 날아가 버렸다. 여지까지 발라온 피만해도 이미 피의 거인으로 변해버렸을듯 싶었지만, 역시나 하급 야수인 도마뱀 정도의 피로는 폭주하기엔 모자른 모양이었다. 그것은 시아나 설경에게도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성검사가 혼신의 힘을 다해서 가드를 올려도 막기 힘들다는 피의 거인의 일격을 감당하기엔 두사람의 클래스는 그다지 좋지 못했다. 설경은 사람 모습의 종이조각에 자신의 피로 문자를 적었다.
"光!(빛나라!)"
그러자 종이는 순식간에 동그란 도깨비불로 변했고, 거의 차단되다시피한 시야를 널찍이 늘려주었다. 하이드는 팔뚝으로 자신의 이마를 닦으며 말했다.
"빌어먹을, 이 녀석들의 피는 좀비의 그것처럼 차갑기만 하군."
"그래도 다행이지. 일단 하이드 오빠가 폭주하면 답이 없단말야."
"흠. 근처에는 도마뱀이 더 이상 없는 것 같구려. 그보다 다들 괜찮소?"
"전 괜찮아요. 다행히도 풀무장을 하고 와서 도마뱀의 이빨정도야 갑옷을 뚫을리가 만무하죠."
"나 역시. 도마뱀에게 물어뜯길 정도로 허술하게 훈련받은게 아냐."
하이드는 자신의 팔뚝을 들어보이며 말했다. 일단 농담을 할 정도라고 판단한 듯이 설경은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자신의 곁에 날아든 도깨비불을 향해서 귀를 기울였다. 시아와 하이드에겐 들리지 않는 듯이 설경을 주시하고 있었다. 설경은 도깨비불의 말을 듣는지 간혹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턱을 쓰다듬기도 했다. 마침내 대화가 끝난 듯이 설경은 두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일단은 식신들을 시켜서 알아봤지만, 대충 근처는 미로처럼 얽혀있고, 때문에 출구를 발견하기가 어렵다고 하오. 그래도 일단은 사람이 지나다닐만한 길은 있다고 하니 그리고 걸어가봐애 겠구려."
"그렇군요. 하지만 도마뱀들은 역시나 많겠죠?"
시아의 말에 설경을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칼집에 손을 얹으면서 말했다.
"각오하는게 좋을 것 같구려. 쉽사리 빠져나갈 수 있는 미로는 아닌듯 싶으니."
설경은 도깨비 불과 함께 가장 앞서 걸어가기 시작했고, 시아는 중간에, 그리고 마지막은 하이드가 따라붙었다. 도깨비불의 밝기가 꽤나 밝아서 근처에서 습격당할 일은 없었지만, 도깨비불에 반사되어 보이는 도마뱀의 수많은 파란 눈빛들은 정말이지 소름이 절로 돋아나는 장면이었다. 시아는 한숨을 푹 내쉬고서는 검을 쥐었고, 설경은 덤덤히 칼집을 움켜잡았다. 하이드는 대검을 두어번 붕붕 흔들어 보이고서는 가운데 손가락을 올리며 도마뱀들을 향해서 외쳤다.
"Holyshit!"
"키야아아아아아!"
하이드의 외침과 함께 도마뱀들은 마치 넘실거리는 파도처럼 시아 일행을 향해서 간격을 좁혀오기 시작했다. 설경은 검집에서 검을 뽑아내며 외쳤다.
"殺은 障德이나, 甦生의 第一尺이니라. 火의 式神 朱雀!(죽임은 덕을 막으나, 소생의 첫번째길이니라. 화의 식신 주작!)"
찰나의 순간으로 검이 뽑혀지는 동안, 검에서 피어오르는 붉은 기운이 도마뱀들을 가르며 길게 뻗어나갔다. 마치 거대한 새의 날개처럼 주위를 붗꽃으로 뒤덮으며 이리저리 휘몰아쳤다. 한편 시아는 하이드와 등을 맞대고 도마뱀들을 잘라내고 있었다. 하지만 땅바닥에서만 공격할줄 알았던 도마뱀들이 천정에서 떨어지기 시작하자 모두는 정신없이 피하기에 바빴다. 아무리 풀무장한 시아라지만, 머리를 공격해오는 도마뱀에겐 속수무책이었다. 하물며 시아가 피하는데 다른 두 사람은 더욱 정신이 없었다. 그러는 사이 하이드가 무릎을 꿇으며 땅바닥에 주저 앉았다.
"칫! 아무래도 훈련이 부족했나?"
"하이드! 조심하시게!"
"제기라알! 이렇게 될 바에야 그냥 이 한몸 바쳐주마! 크하하하하하하하!"
하이드는 덤벼드는 도마뱀을 그대로 붙잡고서는 반대쪽 벽으로 집어던졌다. 하지만 한두마리가 아닌 수십마리의 도마뱀이 덤벼들자 하이드는 그 사이로 파묻히고 말았다. 시아는 도마뱀을 걷어내며 하이드를 찾았지만, 수십겹의 도마뱀에 둘러쌓인 하이드를 찾아내기는 힘들어 보였다.
"안돼! 하이드오빠!"
[류르 - 시아님 피하세요. 안쪽에서 강력한 힘이 퍼져나옵니다.]
"뭐? 설마 폭주라도 한거야?"
오히려 시아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 하이드가 설사 폭주라도 한다면 그건 그거대로 대참사가 일어나는 셈이기에 시아는 정색을 하며 물었다. 하지만 류르는 잠깐의 텀을 두고서 말을 이었다.
[류르 - 아닙니다. 피의 문신이 아니에요. 광전사의 스킬중 하나입니다.]
시아는 금새 도마뱀의 작은 산에서 멀어졌다. 그와 함께 도마뱀의 산이 잠깐 불룩해졌다 싶더니, 이윽고 도마뱀들이 이리저리 튕겨나가버렸다. 그리고 들려오는 웃음소리.
"크하하하하하! 이것이다! 이것이 광전사의 힘이다!"
"하── 이드 오빠?"
"오우! 시아양? 울었던거냐?"
그러자 시아는 발끈하며 하이드의 얼굴에 도마뱀을 집어던졌다.
"울긴 개뿔!"
"훗. 걱정마시라. 이른바 레벨업이 아니겠는가? 자, 이 빌어먹을 파충류들의 피를 몸에 바르지 않아도 될 액티브 스킬이 생겨났다."
"액티브 스킬?"
"잘봐라. 이것이 광전사의 힘이란 것을. 액티브 스킬!"
하이드의 주위로 붉은 십자가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하이드의 눈은 붉게 충혈되었다. 마치 지옥의 악귀처럼 하이드는 사악하게 눈웃음을 지으면서 한마디의 영창을 실행했다.
"피의 축배!"
거대한 피빛의 십자가는 마침내 폭발하며 주위로 붉은 피를 휘날리기 시작했다. 광전사의 광범위 스킬인 혈천사(血天師) 스킬이었다. 아무래도 그간 쌓였던 분노를 훌훌 털어내듯이 하이드는 시원스럽게 웃어재꼈다.
"크하하하! 이제 지저분한 피를 뒤집어 쓰지 않아도 된다! 크하하하!"
"와, 대단하다."
설경이 물약을 꺼내들며 말했다.
"그보다 하이드 자네. 상처는 괜찮나?"
"말짱하다구. 허술하게 훈련하진 않았다고 했지?"
하이드의 말대로 하이드의 몸에는 자잘한 상처 이외에는 큰 상처는 눈에 띄지 않았다. 시아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하이드의 등짝을 있는 힘껏 내려쳤다.
"깜짝 놀랐잖아!"
"쿠헉!"
하이드는 그대로 앞으로 쓰러져 버렸다. 시아는 깜짝 놀라며 하이드를 붙잡고 마구 흔들었다.
"뭐야? 괜찮다며? 어머머머─── 하이드 오빠! 정신차려!"
설경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하이드의 입에 물약을 다시 쑤셔밖았다.
* * *
"흐음, 근처에 다른길은 없는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카렌이 나타나며 말했다. 일단 근처를 살펴보자는 태상의 의견에 세사람은 약 10분간 흩어져봤지만, 자신들의 앞으로 뻗은 넓은 통로 이외에 다른 통로는 없는 것 같았다. 시엘은 방패를 등에 짊어지고서는 입을 열었다.
"일단은 이 통로밖에 없으니 가보죠. 어차피 출구는 막혀있으니까요."
"그래야겠군요. 시엘씨는 앞에서 방어를 맡아주세요. 공격은 제가, 그리고 지원사격은 카렌이 해줄껍니다.
확실히 전사계열만 늘어서 있는 시아쪽보다는 무난한 파티였다. 특히 시엘의 방어기술은 매우 뛰어났고, 자체 회복력도 겸비한지라, 여지까지 덤벼들었던 도마뱀들은 시엘의 방어를 뚫지 못했었다. 하지만 막판에는 천장에서도 뛰어내리는 바람에 시엘도 몇군데 상처를 허용했지만, 그래도 그렇게 나빠보이는 상태는 아니었다.
"그렇게 하죠. 그보다도 출구가 있으면 좋겠군요."
"그러길 바래야죠."
시엘과 태상의 말에 카렌은 핫핫핫! 하고 웃으면서 말했다.
"물론 출구는 있을껍니다!"
그러자 태상은 시엘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시엘은 카렌의 뒷덜미를 부여잡고서는 질질질 끌고가기 시작했다.
* * *
"크윽! 또 도마뱀 때거지야?"
시아는 이제 완전히 질린듯이 뒷걸음질을 치며 푸른눈빛을 반짝이는 도마뱀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설경은 오히려 도마뱀 보다는 그 뒤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하이드 역시 잠깐은 도마뱀을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지만, 곧 뒤쪽의 무언가를 눈치채고서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어라? 두분도 다 질린거죠? 그렇죠? 히이이이잉! 이제 이런 파충류따윈 싫어어!"
"시아양. 잠깐 저 뒤쪽을 봐주시겠는가?"
설경이 도마뱀들 뒤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시아의 시선도 자연히 설경의 손가락을 따라서 도마뱀들의 뒤편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반쯤은 기쁜 얼굴로 반쯤은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와! 도마뱀이 한마리─── 도 없네?"
"하등한 미물이 느끼고 피할정도의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네."
"흥! 상관 없지. 일단은 이 도마뱀들만 없다면 상관 없다구! 자아! 뚫고 가자!"
하이드는 검을 붕붕붕 돌려가며 도마뱀 사이로 길을 뚫었고, 시아와 설경은 그 뒤를 따라서 도마뱀이 없는 구역으로 따라갔다.
* * *
"크아악! 썬더 리저드때다!"
"제길! 쇠뭉치를 버려! 마법사들은 어서 지원사격을!"
한참 격전이 벌이고 있는 사람들은 구출대였다. 동굴 내부의 일부가 무너지는 바람에 토벌대 그 자체는 금새 전투를 끝냈고, 그 중에서 탐색대를 차출해서 시아 일행을 찾으러 가는 중이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썬더 리저드의 습격이 있었고, 라크로스는 급하게 외친것이다.
"불꽃의 힘이여! 내 손안에 모여서! 큰 의미가 되어라! 파이어 볼!"
3명정도 되는 마법사들은 일제히 사람 머리통의 두어배 정도되는 파이어볼을 썬더 리저드때의 중앙에 던졌고, 거대한 폭발과 함께 동굴이 흔들거렸다. 하지만 다행이 이 근처는 지반이 튼튼한 듯이 무너져 내리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라크로스는 투구를 벗어던지고 땅에 귀를 대보고 한동안 가만히 집중을 하다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다행이군. 무너지지 않았어. 모두다 전진한다! 썬더 리저드를 만나면 즉시 손에 들고있는 쇠뭉치를 버리시오! 아니면 감전되고 만다오!"
모두는 고개를 끄덕였다. 썬더 리저드는 전기를 뿜어대는 녀석은 아니지만, 몸체에 꽤나 고압의 전류가 흐르기 때문에 일반적인 검으로 자르려다가는 오히려 전기충격에 나가 떨어질 수도 있는 녀석이었다. 다행인 것은 일반적인 도마뱀과 같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온도의 변화에는 매우 약해서 파이어볼로 순식간에 마무리 지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서두르자. 썬더 리저드가 나타난 이상 그리 안전한 지역은 아닌듯 싶으니."
"대장님! 사람의 흔적입니다! 아마도 이 근처를 지나간 모양입니다!"
"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어서 흔적을 뒤쫓아라!"
구출대는 사람의 흔적을 쫓아갔다. 그리고는 아까전 시아와 설경, 그리고 하이드가 지나갔던 길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안쪽으로 들어서지 않는 도마뱀들 역시 이번에도 구출대를 맞이하고 있었다.
"저기로 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저기로 뚫고 들어간 것이지? 일단은 모두다 후퇴한다."
수천마리의 도마뱀을 보고서는 라크로스는 휴식을 명했다. 여지까지의 도마뱀과는 달리 먼저 덤벼들지 않는 그러니까 정상적인 상태의 도마뱀같았기 때문이다. 라크로스와 구출대는 자리에 앉아서 물약을 마시며 서로 대화를 주고받고 있을 때였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
사람의 목소리 같기도 한 형언키 힘든 소리가 동굴의 안쪽에서 들려왔고, 도마뱀들의 눈빛이 바뀌었다. 라크로스는 검을 움켜쥐며 말했다.
"전원 전투준비!"
* * *
"이건, 대체 뭐지?"
[잔느 - 쏘우 리저드입니다. 돌연변이 리저드로서 날카로운 이빨을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야아! 카렌 이 바보야! 얼른 지원사격을 하란말야!"
우오오오오오오오오──────
라크로스 일행이 들었던 소리와 똑같은 소리가 울려퍼지자, 쏘우 리저드와 휴지 리저드때거지는 갑작스레 방향을 바꿔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했다. 시엘은 뒤를 돌아봤고, 태상과 카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도마뱀들을 따라서 달렸다.
* * *
"앗! 저기 목표물의 일행 일부가 보입니다!"
라크로스의 귓가에 희소식이 들려왔다. 비록 도마뱀 때거지에 둘러쌓여 있었지만, 일단은 구출하려했던 일행중 일부가 나타났다는 소식에 그의 표정은 한층 밝아졌다.
"우리를 구하기 위해서 구출대까지 편성해서 온 모양이네. 라크로스라는 양반 좋은 사람이야."
"카렌? 쓰잘때기 없이 잡담을 늘어놓지 말고 지원사격 부탁한다."
태상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카렌은 네에~ 하고 대답을 하고선 활시위를 먹이기 시작했다. 전투는 이제 막바지를 향한듯이 쏘우 리저드와 휴지 리저드, 그리고 소수의 썬더 리저드가 물밀듯이 밀려나왔다. 앞서 싸우는 사람들은 썬더 리저드를 주위하면서 거칠게 밀려오는 도마뱀들을 맞이하였다.
* * *
"이, 이것은?"
설경과 하이드는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고, 시아는 가만히 찬란하게 빛나는 보석으로 손을 뻗었다. 그러자 보석은 이끌리듯이 시아의 손으로 끌려들어왔다. 그리고 류르가 알려오는 메시지───
[류르 - 아타락시아의 결정을 손에 넣으셨습니다.]
------------------------------------------------------
다음화는'시작된 전설(下)'로 부제목을 고정시켜주세요.
다음타자는 다크군입니다.
"옙!"
"어찌된 일인가? 자세한 설명을 해보게나!"
치안대장 라크로스는 덤벼드는 리자드를 세로로 베어버리고 나서는 신경질적으로 외쳤다. 그러자 병사는 약간은 위축된 모습으로 말했다.
"동굴 내부의 벽이 무너졌다고 합니다. 덕분에 챔피언 일행이 모두다 행방불명이라는 소식입니다."
"크흠! 일단 다른 모험가들은?"
"다들 동굴 내부에서 격전중입니다. 아직도 많은 수의 도마뱀들이 덤벼들지만, 서서히 토벌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그렇군. 그렇다면 일단은 도마뱀이 어느정도 청소되는데로 구출팀을 파견한다! 동굴 벽이 약한듯 싶으니 조심스러운 자들을 몇몇 색출해서 구출팀을 편성하도록, 그리고 모험가들에게도 이 사실을 알려서 더이상 행방불명이 되는 사태가 없도록 하라."
"옙! 대장님!"
라크로스는 병사가 동굴 안쪽으로 달려가자마자 옆쪽에서 덤벼드는 도마뱀을 다시한번 두토막치며 말했다.
"제발 무사하기를──"
* * *
"비켜라! 이 빌어먹을 파충류들아!"
하이드의 검질에 대여섯마리의 도마뱀들이 공중으로 횅하니 날아가 버렸다. 여지까지 발라온 피만해도 이미 피의 거인으로 변해버렸을듯 싶었지만, 역시나 하급 야수인 도마뱀 정도의 피로는 폭주하기엔 모자른 모양이었다. 그것은 시아나 설경에게도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성검사가 혼신의 힘을 다해서 가드를 올려도 막기 힘들다는 피의 거인의 일격을 감당하기엔 두사람의 클래스는 그다지 좋지 못했다. 설경은 사람 모습의 종이조각에 자신의 피로 문자를 적었다.
"光!(빛나라!)"
그러자 종이는 순식간에 동그란 도깨비불로 변했고, 거의 차단되다시피한 시야를 널찍이 늘려주었다. 하이드는 팔뚝으로 자신의 이마를 닦으며 말했다.
"빌어먹을, 이 녀석들의 피는 좀비의 그것처럼 차갑기만 하군."
"그래도 다행이지. 일단 하이드 오빠가 폭주하면 답이 없단말야."
"흠. 근처에는 도마뱀이 더 이상 없는 것 같구려. 그보다 다들 괜찮소?"
"전 괜찮아요. 다행히도 풀무장을 하고 와서 도마뱀의 이빨정도야 갑옷을 뚫을리가 만무하죠."
"나 역시. 도마뱀에게 물어뜯길 정도로 허술하게 훈련받은게 아냐."
하이드는 자신의 팔뚝을 들어보이며 말했다. 일단 농담을 할 정도라고 판단한 듯이 설경은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자신의 곁에 날아든 도깨비불을 향해서 귀를 기울였다. 시아와 하이드에겐 들리지 않는 듯이 설경을 주시하고 있었다. 설경은 도깨비불의 말을 듣는지 간혹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턱을 쓰다듬기도 했다. 마침내 대화가 끝난 듯이 설경은 두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일단은 식신들을 시켜서 알아봤지만, 대충 근처는 미로처럼 얽혀있고, 때문에 출구를 발견하기가 어렵다고 하오. 그래도 일단은 사람이 지나다닐만한 길은 있다고 하니 그리고 걸어가봐애 겠구려."
"그렇군요. 하지만 도마뱀들은 역시나 많겠죠?"
시아의 말에 설경을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칼집에 손을 얹으면서 말했다.
"각오하는게 좋을 것 같구려. 쉽사리 빠져나갈 수 있는 미로는 아닌듯 싶으니."
설경은 도깨비 불과 함께 가장 앞서 걸어가기 시작했고, 시아는 중간에, 그리고 마지막은 하이드가 따라붙었다. 도깨비불의 밝기가 꽤나 밝아서 근처에서 습격당할 일은 없었지만, 도깨비불에 반사되어 보이는 도마뱀의 수많은 파란 눈빛들은 정말이지 소름이 절로 돋아나는 장면이었다. 시아는 한숨을 푹 내쉬고서는 검을 쥐었고, 설경은 덤덤히 칼집을 움켜잡았다. 하이드는 대검을 두어번 붕붕 흔들어 보이고서는 가운데 손가락을 올리며 도마뱀들을 향해서 외쳤다.
"Holyshit!"
"키야아아아아아!"
하이드의 외침과 함께 도마뱀들은 마치 넘실거리는 파도처럼 시아 일행을 향해서 간격을 좁혀오기 시작했다. 설경은 검집에서 검을 뽑아내며 외쳤다.
"殺은 障德이나, 甦生의 第一尺이니라. 火의 式神 朱雀!(죽임은 덕을 막으나, 소생의 첫번째길이니라. 화의 식신 주작!)"
찰나의 순간으로 검이 뽑혀지는 동안, 검에서 피어오르는 붉은 기운이 도마뱀들을 가르며 길게 뻗어나갔다. 마치 거대한 새의 날개처럼 주위를 붗꽃으로 뒤덮으며 이리저리 휘몰아쳤다. 한편 시아는 하이드와 등을 맞대고 도마뱀들을 잘라내고 있었다. 하지만 땅바닥에서만 공격할줄 알았던 도마뱀들이 천정에서 떨어지기 시작하자 모두는 정신없이 피하기에 바빴다. 아무리 풀무장한 시아라지만, 머리를 공격해오는 도마뱀에겐 속수무책이었다. 하물며 시아가 피하는데 다른 두 사람은 더욱 정신이 없었다. 그러는 사이 하이드가 무릎을 꿇으며 땅바닥에 주저 앉았다.
"칫! 아무래도 훈련이 부족했나?"
"하이드! 조심하시게!"
"제기라알! 이렇게 될 바에야 그냥 이 한몸 바쳐주마! 크하하하하하하하!"
하이드는 덤벼드는 도마뱀을 그대로 붙잡고서는 반대쪽 벽으로 집어던졌다. 하지만 한두마리가 아닌 수십마리의 도마뱀이 덤벼들자 하이드는 그 사이로 파묻히고 말았다. 시아는 도마뱀을 걷어내며 하이드를 찾았지만, 수십겹의 도마뱀에 둘러쌓인 하이드를 찾아내기는 힘들어 보였다.
"안돼! 하이드오빠!"
[류르 - 시아님 피하세요. 안쪽에서 강력한 힘이 퍼져나옵니다.]
"뭐? 설마 폭주라도 한거야?"
오히려 시아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 하이드가 설사 폭주라도 한다면 그건 그거대로 대참사가 일어나는 셈이기에 시아는 정색을 하며 물었다. 하지만 류르는 잠깐의 텀을 두고서 말을 이었다.
[류르 - 아닙니다. 피의 문신이 아니에요. 광전사의 스킬중 하나입니다.]
시아는 금새 도마뱀의 작은 산에서 멀어졌다. 그와 함께 도마뱀의 산이 잠깐 불룩해졌다 싶더니, 이윽고 도마뱀들이 이리저리 튕겨나가버렸다. 그리고 들려오는 웃음소리.
"크하하하하하! 이것이다! 이것이 광전사의 힘이다!"
"하── 이드 오빠?"
"오우! 시아양? 울었던거냐?"
그러자 시아는 발끈하며 하이드의 얼굴에 도마뱀을 집어던졌다.
"울긴 개뿔!"
"훗. 걱정마시라. 이른바 레벨업이 아니겠는가? 자, 이 빌어먹을 파충류들의 피를 몸에 바르지 않아도 될 액티브 스킬이 생겨났다."
"액티브 스킬?"
"잘봐라. 이것이 광전사의 힘이란 것을. 액티브 스킬!"
하이드의 주위로 붉은 십자가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하이드의 눈은 붉게 충혈되었다. 마치 지옥의 악귀처럼 하이드는 사악하게 눈웃음을 지으면서 한마디의 영창을 실행했다.
"피의 축배!"
거대한 피빛의 십자가는 마침내 폭발하며 주위로 붉은 피를 휘날리기 시작했다. 광전사의 광범위 스킬인 혈천사(血天師) 스킬이었다. 아무래도 그간 쌓였던 분노를 훌훌 털어내듯이 하이드는 시원스럽게 웃어재꼈다.
"크하하하! 이제 지저분한 피를 뒤집어 쓰지 않아도 된다! 크하하하!"
"와, 대단하다."
설경이 물약을 꺼내들며 말했다.
"그보다 하이드 자네. 상처는 괜찮나?"
"말짱하다구. 허술하게 훈련하진 않았다고 했지?"
하이드의 말대로 하이드의 몸에는 자잘한 상처 이외에는 큰 상처는 눈에 띄지 않았다. 시아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하이드의 등짝을 있는 힘껏 내려쳤다.
"깜짝 놀랐잖아!"
"쿠헉!"
하이드는 그대로 앞으로 쓰러져 버렸다. 시아는 깜짝 놀라며 하이드를 붙잡고 마구 흔들었다.
"뭐야? 괜찮다며? 어머머머─── 하이드 오빠! 정신차려!"
설경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하이드의 입에 물약을 다시 쑤셔밖았다.
* * *
"흐음, 근처에 다른길은 없는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카렌이 나타나며 말했다. 일단 근처를 살펴보자는 태상의 의견에 세사람은 약 10분간 흩어져봤지만, 자신들의 앞으로 뻗은 넓은 통로 이외에 다른 통로는 없는 것 같았다. 시엘은 방패를 등에 짊어지고서는 입을 열었다.
"일단은 이 통로밖에 없으니 가보죠. 어차피 출구는 막혀있으니까요."
"그래야겠군요. 시엘씨는 앞에서 방어를 맡아주세요. 공격은 제가, 그리고 지원사격은 카렌이 해줄껍니다.
확실히 전사계열만 늘어서 있는 시아쪽보다는 무난한 파티였다. 특히 시엘의 방어기술은 매우 뛰어났고, 자체 회복력도 겸비한지라, 여지까지 덤벼들었던 도마뱀들은 시엘의 방어를 뚫지 못했었다. 하지만 막판에는 천장에서도 뛰어내리는 바람에 시엘도 몇군데 상처를 허용했지만, 그래도 그렇게 나빠보이는 상태는 아니었다.
"그렇게 하죠. 그보다도 출구가 있으면 좋겠군요."
"그러길 바래야죠."
시엘과 태상의 말에 카렌은 핫핫핫! 하고 웃으면서 말했다.
"물론 출구는 있을껍니다!"
그러자 태상은 시엘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시엘은 카렌의 뒷덜미를 부여잡고서는 질질질 끌고가기 시작했다.
* * *
"크윽! 또 도마뱀 때거지야?"
시아는 이제 완전히 질린듯이 뒷걸음질을 치며 푸른눈빛을 반짝이는 도마뱀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설경은 오히려 도마뱀 보다는 그 뒤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하이드 역시 잠깐은 도마뱀을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지만, 곧 뒤쪽의 무언가를 눈치채고서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어라? 두분도 다 질린거죠? 그렇죠? 히이이이잉! 이제 이런 파충류따윈 싫어어!"
"시아양. 잠깐 저 뒤쪽을 봐주시겠는가?"
설경이 도마뱀들 뒤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시아의 시선도 자연히 설경의 손가락을 따라서 도마뱀들의 뒤편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반쯤은 기쁜 얼굴로 반쯤은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와! 도마뱀이 한마리─── 도 없네?"
"하등한 미물이 느끼고 피할정도의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네."
"흥! 상관 없지. 일단은 이 도마뱀들만 없다면 상관 없다구! 자아! 뚫고 가자!"
하이드는 검을 붕붕붕 돌려가며 도마뱀 사이로 길을 뚫었고, 시아와 설경은 그 뒤를 따라서 도마뱀이 없는 구역으로 따라갔다.
* * *
"크아악! 썬더 리저드때다!"
"제길! 쇠뭉치를 버려! 마법사들은 어서 지원사격을!"
한참 격전이 벌이고 있는 사람들은 구출대였다. 동굴 내부의 일부가 무너지는 바람에 토벌대 그 자체는 금새 전투를 끝냈고, 그 중에서 탐색대를 차출해서 시아 일행을 찾으러 가는 중이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썬더 리저드의 습격이 있었고, 라크로스는 급하게 외친것이다.
"불꽃의 힘이여! 내 손안에 모여서! 큰 의미가 되어라! 파이어 볼!"
3명정도 되는 마법사들은 일제히 사람 머리통의 두어배 정도되는 파이어볼을 썬더 리저드때의 중앙에 던졌고, 거대한 폭발과 함께 동굴이 흔들거렸다. 하지만 다행이 이 근처는 지반이 튼튼한 듯이 무너져 내리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라크로스는 투구를 벗어던지고 땅에 귀를 대보고 한동안 가만히 집중을 하다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다행이군. 무너지지 않았어. 모두다 전진한다! 썬더 리저드를 만나면 즉시 손에 들고있는 쇠뭉치를 버리시오! 아니면 감전되고 만다오!"
모두는 고개를 끄덕였다. 썬더 리저드는 전기를 뿜어대는 녀석은 아니지만, 몸체에 꽤나 고압의 전류가 흐르기 때문에 일반적인 검으로 자르려다가는 오히려 전기충격에 나가 떨어질 수도 있는 녀석이었다. 다행인 것은 일반적인 도마뱀과 같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온도의 변화에는 매우 약해서 파이어볼로 순식간에 마무리 지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서두르자. 썬더 리저드가 나타난 이상 그리 안전한 지역은 아닌듯 싶으니."
"대장님! 사람의 흔적입니다! 아마도 이 근처를 지나간 모양입니다!"
"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어서 흔적을 뒤쫓아라!"
구출대는 사람의 흔적을 쫓아갔다. 그리고는 아까전 시아와 설경, 그리고 하이드가 지나갔던 길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안쪽으로 들어서지 않는 도마뱀들 역시 이번에도 구출대를 맞이하고 있었다.
"저기로 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저기로 뚫고 들어간 것이지? 일단은 모두다 후퇴한다."
수천마리의 도마뱀을 보고서는 라크로스는 휴식을 명했다. 여지까지의 도마뱀과는 달리 먼저 덤벼들지 않는 그러니까 정상적인 상태의 도마뱀같았기 때문이다. 라크로스와 구출대는 자리에 앉아서 물약을 마시며 서로 대화를 주고받고 있을 때였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
사람의 목소리 같기도 한 형언키 힘든 소리가 동굴의 안쪽에서 들려왔고, 도마뱀들의 눈빛이 바뀌었다. 라크로스는 검을 움켜쥐며 말했다.
"전원 전투준비!"
* * *
"이건, 대체 뭐지?"
[잔느 - 쏘우 리저드입니다. 돌연변이 리저드로서 날카로운 이빨을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야아! 카렌 이 바보야! 얼른 지원사격을 하란말야!"
우오오오오오오오오──────
라크로스 일행이 들었던 소리와 똑같은 소리가 울려퍼지자, 쏘우 리저드와 휴지 리저드때거지는 갑작스레 방향을 바꿔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했다. 시엘은 뒤를 돌아봤고, 태상과 카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도마뱀들을 따라서 달렸다.
* * *
"앗! 저기 목표물의 일행 일부가 보입니다!"
라크로스의 귓가에 희소식이 들려왔다. 비록 도마뱀 때거지에 둘러쌓여 있었지만, 일단은 구출하려했던 일행중 일부가 나타났다는 소식에 그의 표정은 한층 밝아졌다.
"우리를 구하기 위해서 구출대까지 편성해서 온 모양이네. 라크로스라는 양반 좋은 사람이야."
"카렌? 쓰잘때기 없이 잡담을 늘어놓지 말고 지원사격 부탁한다."
태상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카렌은 네에~ 하고 대답을 하고선 활시위를 먹이기 시작했다. 전투는 이제 막바지를 향한듯이 쏘우 리저드와 휴지 리저드, 그리고 소수의 썬더 리저드가 물밀듯이 밀려나왔다. 앞서 싸우는 사람들은 썬더 리저드를 주위하면서 거칠게 밀려오는 도마뱀들을 맞이하였다.
* * *
"이, 이것은?"
설경과 하이드는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고, 시아는 가만히 찬란하게 빛나는 보석으로 손을 뻗었다. 그러자 보석은 이끌리듯이 시아의 손으로 끌려들어왔다. 그리고 류르가 알려오는 메시지───
[류르 - 아타락시아의 결정을 손에 넣으셨습니다.]
------------------------------------------------------
다음화는'시작된 전설(下)'로 부제목을 고정시켜주세요.
다음타자는 다크군입니다.
댓글목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