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신의 공간 - 에피소드2. 소독은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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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길도 장난 아니게 복잡하군. 대체 뭐땀시 이리 복잡한거여?"
그러자 태상은 잠깐 책을 펴 지도를 확인하고서는 다음 통로에 들어서며 말했다.
"투덜거리지 말라고 하이드. 이 큰도시가 하루아침에 지어졌을까봐? 증축에 증축을 거듭하면서 탄생한 도시라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하수도도 그에 따라서 증축되었을 것이고, 결국은 이렇게 복잡한 미로가 된것이지."
"우으, 소독약 냄세도 지독하지만 하수도 냄새도 만만치 않아. 이러다가 우리 빠져나가지도 못하는거 아냐?"
그러자 시엘은 가볍게 하이드의 머리를 주먹으로 치면서 말했다.
"에라이 바보야. 정 그러면 천정을 뚫고 나가면 되잖냐."
그러자 하이드는 손뼉을 딱 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태상은 잠깐 그런 둘을 보면서 고개를 좌우로 설레설레 흔들고서는 소독기를 고쳐매고서 발걸음을 재촉하며 말했다.
"쓸모없는 만담은 그만두고, 자아 어서 뿌리자."
위잉~! 두두두두두두두두두!
마법진 위로 캡슐이 터지면서 단단한 에포드 결정들이 녹아내렸다. 뭐, 냄새는 아주 지독했지만, 그래도 짭짤한 보수 하나만 믿고서 세명은 열심히 캡슐을 쏴댔다. 역시 어느정도 쏘아주자, 지도에는 동그라미가 그려졌다. 하이드는 머리를 콩콩 때리면서 절규했다.
"우아아아! 머리아파! 이 냄새는 다시는 맡고싶지 않아!"
그러나 절규하는 하이드를 바라보며 시엘과 태상은 아무런 말도없이 부족한 캡슐을 채워넣으면서 다음 목적지를 향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순간, 하이드는 뭔가를 발견한 듯이 한쪽 구석을 가리켰다.
"어? 저거 뭐냐?"
"음!?"
태상이 작은 빛의 구체를 크게 확대시키자, 빛이 강해지고 한쪽 하이드가 가리킨 곳까지 빛이 비추었다. 그러나, 오히려 빛을 비추어 본것을 후회하고싶은 하이드와 태상, 시엘이었다. 시커멓고 작은 몸집들, 그러나 날카로운 하얀 이빨과 불그스름한 눈빛. 마지막으로 꿈틀꿈틀거리는 것이 굉장히 그로테스크한 광경이었다. 시엘이 질겁을 하며 말했다.
"시궁창에 쥐가 산다고 했지만, 이건 좀 오버 아니냐?"
"저런걸 캡슐로 해치울 수도 없고, 그렇다고 혈천사를 발동시키자니 지형도 엿같은 상황이고──"
의외로 냉철하게 말하는 하이드. 정말 쓰잘때기 없는 곳에서는 냉철한 그를 보며 시엘과 태상은 절망의 한숨을 내쉬었다. 냄새나, 머리아픈 수준이 아니다. 시엘은 간단하게 한마디를 외쳤다.
"Run away!"
찍찍찍찍찍찍찍!!!
시엘의 외침과 함께 쥐들도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아아! 정말이지 좋다."
욕조에 몸을 담그고서는 참방참방 물을 치며 기분좋게 누워있는 시아. 그러나 그녀의 평화는 그다지 오래가지 못했다. 어디선가, 벽을 손톱으로 긁는듯한 기분나쁜 소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하수구 근터에서 괴이한 비명소리도 터져나왔다. 뭔가, 공포를 느낀 시아는 욕조의 한족 벽으로 몸을 찰싹 붙인채 하수구를 두려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용맹한 기사이기 전에 일단은 소녀인 시아는, 자신이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있음에 더욱 공포를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찍찍찍찍찍찍!!
우와아아아아아아!!
"뭐, 뭐야아아아아──── 엄마아아!"
급기야 시아는 엄마를 외치면서 얼굴을 물속에 담갔다.
그리고 잠깐의 침묵. 시아는 빼꼼히 고개를 내밀어 하수구를 바라보았다. 하수구는 잠잠했다. 안도의 한숨이라도 쉬려는 듯이 고개를 완전히 내민순간, 하수구에서 피처럼 붉은 빛이 치솟아 올랐다. 그리고 잠시뒤 거대한 파열음이 들려왔다.
쿠과아아아아아아아!!
"꺄아아아아아아악!"
시아는 비명을 지르며 기절해버리고 말았다. 욕실의 바닥은 하수구를 중심으로 뻥 뚫려버렸다. 그리고 그 곳에서 기어나오는 태상, 그리고 시엘이 기어나왔고, 하이드는 거의 끌려올라오다시피 해서 기어나왔다. 그들은 마스크를 벗고, 등에 맨 소독기를 집어 던졌다. 그러는 가운데 시엘은 헐떡이며 말했다.
"허억! 허억! 허억! 제기랄, 다 뿌리긴 뿌렸는데 이게 뭔 꼴이냐."
그러자 하이드는 기침을 하고 콧물을 뿌려대며 말했다.
"켁! 켁! 켁! 아무튼 살았다. 켁! 켁! 켁!"
"아무튼── 허억! 허억! 다행이네. 허억! 허억!"
태상도 완전히 주저앉아서 말했다. 잠깐의 시간이 지나서 세명은 안정을 취하자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는 순간, 시엘은 뱀을 본 개구리처럼 바싹 굳어버렸다.
"어, 어, 시. 시. 시──"
하이드는 시엘을 바라보다가 시엘이 보는 곳이 지켜보았다. 그러다가 굳어버렸다. 그리고는 시엘과 마찬가지로 굳어져서는 의미모를 단어만 반복했다.
"시. 시. 시. 시───"
마침내 태상도 시엘이 바라보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굳어버렸다.
세명이 쳐다본 곳에는, 어느새 정신을 차린채, 자신들을 바라보며 분노의 불꽃을 태우고 있는 시아가 욕조에 서있었다. 다행히 전신 타월을 걸치고 있었지만, 일단 분노에 눈이먼 그녀에겐 어떠한 변명도 소용이 없을듯 싶었다. 시아의 입이 천천히 열려졌다. 마치 사형선고라도 내려지는 듯이 세명의 색깔은 파랗게 변했다가 하얗게 질렸다.
"각.오."
모든 분노를 단 두자에 담아서 시아는 말했다.
* * *
쿠웨에에에에에엑!
꺄아아아아아아악!
잠깐마아아아아안!
으갸갸갸갸갸갸갸!
"오늘은 뭔가 시끄럽네."
해가 뉘엿뉘엿 져가는 오후. 등에 커다란 곰을 짊어지고 카렌은 여관에 들어오며 말했다. 설경은 어느새 들어왔는지 홀 한켠에 있는 탁자를 잡고서 차를 마시며 책을 읽고 있었다. 카렌이 손을 흔들어 보이자, 설경은 같이 손을 흔들어 보이며 카렌을 맞이했다. 카렌은 끙끙거리며 곰을 끌고서 설경에게 다가왔다.
"어디 다녀오시는겐가?"
"퀘스트좀 했죠. 덤으로 곰고기도 얻었구요."
"호오, 수고하셨구만."
"그보다 이건 대체 무슨소리죠?"
그러자 설경도 궁금하다는 듯이 고개를 개웃거리며 말했다.
"시아양 방 근처에서 들려오지만, 시아양의 방문은 잠겨있다네. 뭔가 약간 아랫쪽에서 들려오는 것 같기도 한데───"
카렌은 설경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곧 등에 짊어진 곰이 생각 났는지, 자신의 방으로 향하며 말했다.
"태상씨 오면 전 제 방에 있다고 전해주세요."
"알겠네."
카렌을 그렇게 말한후 흥얼 거리면서 자신의 방쪽으로 걸어가버렸다. 설경은 잠깐동안 책을 보다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아타락시아의 결정─── 이란 말인가. 부디 나의 판단이 틀리길 비는 수밖에."
설경은 그렇게 말하고서는 책을 덮어두고서 찻잔을 들고서 차를 마실 뿐이었다.
어느새 시간은 흘러흘러 6시가 되었다. 설경은 간단하게 샐러드 정식을 먹고 있었고, 카렌은 디너 정식 + 스테이크 풀코스를 섭렵하고 있었다. 하지만 태상과 시엘, 하이드, 그리고 시아는 나타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설경은 먹다말고서 여관 현관문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허, 이렇게 늦을 사람들이 아닌데."
"냠냠! 쩝쩝! 내비둬요! 배고프면 오겠죠."
"안녕하세요?"
하얀 티와 하얀 치마가 매우 잘 어울리는 소녀가 설경에게 다가오며 손을 흔들었다. 설경은 가만히 소녀를 바라보며 한참을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떠오르지 않는 다는 것처럼 고개를 좌우로 갸웃거렸다. 카렌 역시 이례적으로 식사를 멈추고 소녀를 바라보며 이리저리 생각하는 눈치였다. 소녀는 가만히 있다가 얼굴을 붉히고서는 살짝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뭐예욧! 저라구요 시아!"
"뭐어어?" / "허어어?"
"대체 그 반응은 뭐예요? 옷좀 바꿔입고 머리좀 풀었을 뿐이라구요."
뚜둑뚜둑!
주먹을 쥐고서 뚜둑거리는 소릴내자 설경과 카렌은 그제서야 알아보는 눈치였다. 설경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허허허, 못알아봐서 미안하네. 시아양. 너무 아름다워서 말일세. 허허허───"
"우와아? 진짜 시아씨 맞아요? 너무 사람이 달라졌다."
그러자 시아는 카렌의 머리를 한손으로 잡고서 허공으로 붕 들어올리며 말했다.
"호오? 어느 쪽이야? 그말은?"
"우와우와! 너무 이쁘다구요."
그러자 시아는 카렌의 머리를 놓고서는 오호호호호호~ 하고 웃으면서 말했다.
"고마워요."
그 때에 설경이 생각났다는 듯이 시아에게 물었다.
"혹시나 해서 말인데, 태상과, 하이드, 그리고 시엘이 보이질 않는다네. 시아양은 혹시 그 사람들 어디 갔는지 아나?"
그러자 시아는 약간 음침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디선가 기어오고 있겠죠. 흥!"
시아의 태도에 설경과 카렌은 서로를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할 수 밖에 없었다.
* * *
"카, 카렌───"
털푸덕!
"으아으아! 태상씨! 몰골이 왜 이래요!?"
"헛! 하이드군, 시엘! 대체 어찌된 일인가?"
여관문을 기어서 들어온 세사람은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태상은 간신히 정신을 유지한 듯이 손가락을 허공으로 들어올리며 말했다.
"그건── 사고였──"
털썩!
그러나 말을 끝내지 못하고 태상도 완전히 의식을 잃고 말았다. 카렌은 허둥지둥 거리며 태상을 마구 흔들었다. 설경은 급한데로 자신의 방에서 붕대를 가져와서 세명의 상처를 감싸주었다. 그리고 세사람의 입에 포션을 조금씩 흘려넣어 주었다. 그러자 맨 처음 정신을 차린것은 시엘이였다. 쿨럭거리며 피를 몇모금 뱉어내더니 시엘은 간신히 상반신을 일으키고서 주위를 둘러보려 했다. 그러나 설경이 보이자 시엘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살았다. 흐아아아───"
"무슨일인가?"
설경이 다그치듯이 묻자 시엘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시아의 펀치는 여전하더라구요. 하하하하!"
그리고는 다시 의식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러자 설경은 더욱 당황스러웠다.
"설마?"
<어디선가 기어오고 있겠죠. 흥!>
"시아양이?"
설경이 말하는 순간 시아가 차가운 물을 담은 그릇을 가지고 들어왔다. 그리고는 세사람의 머리위에 물수건을 얹어 주었다.
"에궁. 내가 너무 심했나봐요. 헤헤헤──"
"흐음. 시엘군의 말을 듣고 짐작했네. 무슨 일인가?"
"그게, 사고가 있었어요~♡"
그러자 설경은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뭔가, 말하기 꺼림직한가 보군. 시아양."
"이건 다 이 세사람이 시작한거라구요. 목욕하는데 갑자기 땅에서 튀어나와서는───"
그 때에 태상이 간신히 의식을 회복한 듯이 눈을 떴다. 그리고는 시아를 바라보며 약간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아, 시아양인가. 이제 화는 풀렸지?"
"죄, 죄송해요. 태상오빠. 시엘오빠랑, 하이드오빠가 있다보니 그만───"
"하하하 괜찮네. 운이 없었던게지. 하필이면 쥐들에게 습격을 받은곳이 시아양이 목욕하는 곳 바로 아래라니 말야. 하하하."
"저기, 일단 대신 퀘스트 비용을 받았는데, 바닥 수리비랑, 빌렸던 소독기 물어주다보니 이것밖에 않남았네요."
시아가 넘겨준 돈은 700골드 정도 였다. 태상은 허허허 웃으면서 말했다.
"뭐 상관없지. 그보다 시엘과 하이드도 용서해주게나. 사고였으니까 말이지."
"네."
"설경씨 죄송합니다. 이런 사고를 일으켜서."
그러자 설경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상관 없지. 그보다 괜찮나?"
"좀 낳군요. 앞으로는 시아양에게 함부로 대하면 안돼겠네요. 하하하."
그렇게 하루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후후후, 다음타자는 다크오빠?
그러자 태상은 잠깐 책을 펴 지도를 확인하고서는 다음 통로에 들어서며 말했다.
"투덜거리지 말라고 하이드. 이 큰도시가 하루아침에 지어졌을까봐? 증축에 증축을 거듭하면서 탄생한 도시라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하수도도 그에 따라서 증축되었을 것이고, 결국은 이렇게 복잡한 미로가 된것이지."
"우으, 소독약 냄세도 지독하지만 하수도 냄새도 만만치 않아. 이러다가 우리 빠져나가지도 못하는거 아냐?"
그러자 시엘은 가볍게 하이드의 머리를 주먹으로 치면서 말했다.
"에라이 바보야. 정 그러면 천정을 뚫고 나가면 되잖냐."
그러자 하이드는 손뼉을 딱 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태상은 잠깐 그런 둘을 보면서 고개를 좌우로 설레설레 흔들고서는 소독기를 고쳐매고서 발걸음을 재촉하며 말했다.
"쓸모없는 만담은 그만두고, 자아 어서 뿌리자."
위잉~! 두두두두두두두두두!
마법진 위로 캡슐이 터지면서 단단한 에포드 결정들이 녹아내렸다. 뭐, 냄새는 아주 지독했지만, 그래도 짭짤한 보수 하나만 믿고서 세명은 열심히 캡슐을 쏴댔다. 역시 어느정도 쏘아주자, 지도에는 동그라미가 그려졌다. 하이드는 머리를 콩콩 때리면서 절규했다.
"우아아아! 머리아파! 이 냄새는 다시는 맡고싶지 않아!"
그러나 절규하는 하이드를 바라보며 시엘과 태상은 아무런 말도없이 부족한 캡슐을 채워넣으면서 다음 목적지를 향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순간, 하이드는 뭔가를 발견한 듯이 한쪽 구석을 가리켰다.
"어? 저거 뭐냐?"
"음!?"
태상이 작은 빛의 구체를 크게 확대시키자, 빛이 강해지고 한쪽 하이드가 가리킨 곳까지 빛이 비추었다. 그러나, 오히려 빛을 비추어 본것을 후회하고싶은 하이드와 태상, 시엘이었다. 시커멓고 작은 몸집들, 그러나 날카로운 하얀 이빨과 불그스름한 눈빛. 마지막으로 꿈틀꿈틀거리는 것이 굉장히 그로테스크한 광경이었다. 시엘이 질겁을 하며 말했다.
"시궁창에 쥐가 산다고 했지만, 이건 좀 오버 아니냐?"
"저런걸 캡슐로 해치울 수도 없고, 그렇다고 혈천사를 발동시키자니 지형도 엿같은 상황이고──"
의외로 냉철하게 말하는 하이드. 정말 쓰잘때기 없는 곳에서는 냉철한 그를 보며 시엘과 태상은 절망의 한숨을 내쉬었다. 냄새나, 머리아픈 수준이 아니다. 시엘은 간단하게 한마디를 외쳤다.
"Run away!"
찍찍찍찍찍찍찍!!!
시엘의 외침과 함께 쥐들도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아아! 정말이지 좋다."
욕조에 몸을 담그고서는 참방참방 물을 치며 기분좋게 누워있는 시아. 그러나 그녀의 평화는 그다지 오래가지 못했다. 어디선가, 벽을 손톱으로 긁는듯한 기분나쁜 소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하수구 근터에서 괴이한 비명소리도 터져나왔다. 뭔가, 공포를 느낀 시아는 욕조의 한족 벽으로 몸을 찰싹 붙인채 하수구를 두려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용맹한 기사이기 전에 일단은 소녀인 시아는, 자신이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있음에 더욱 공포를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찍찍찍찍찍찍!!
우와아아아아아아!!
"뭐, 뭐야아아아아──── 엄마아아!"
급기야 시아는 엄마를 외치면서 얼굴을 물속에 담갔다.
그리고 잠깐의 침묵. 시아는 빼꼼히 고개를 내밀어 하수구를 바라보았다. 하수구는 잠잠했다. 안도의 한숨이라도 쉬려는 듯이 고개를 완전히 내민순간, 하수구에서 피처럼 붉은 빛이 치솟아 올랐다. 그리고 잠시뒤 거대한 파열음이 들려왔다.
쿠과아아아아아아아!!
"꺄아아아아아아악!"
시아는 비명을 지르며 기절해버리고 말았다. 욕실의 바닥은 하수구를 중심으로 뻥 뚫려버렸다. 그리고 그 곳에서 기어나오는 태상, 그리고 시엘이 기어나왔고, 하이드는 거의 끌려올라오다시피 해서 기어나왔다. 그들은 마스크를 벗고, 등에 맨 소독기를 집어 던졌다. 그러는 가운데 시엘은 헐떡이며 말했다.
"허억! 허억! 허억! 제기랄, 다 뿌리긴 뿌렸는데 이게 뭔 꼴이냐."
그러자 하이드는 기침을 하고 콧물을 뿌려대며 말했다.
"켁! 켁! 켁! 아무튼 살았다. 켁! 켁! 켁!"
"아무튼── 허억! 허억! 다행이네. 허억! 허억!"
태상도 완전히 주저앉아서 말했다. 잠깐의 시간이 지나서 세명은 안정을 취하자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는 순간, 시엘은 뱀을 본 개구리처럼 바싹 굳어버렸다.
"어, 어, 시. 시. 시──"
하이드는 시엘을 바라보다가 시엘이 보는 곳이 지켜보았다. 그러다가 굳어버렸다. 그리고는 시엘과 마찬가지로 굳어져서는 의미모를 단어만 반복했다.
"시. 시. 시. 시───"
마침내 태상도 시엘이 바라보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굳어버렸다.
세명이 쳐다본 곳에는, 어느새 정신을 차린채, 자신들을 바라보며 분노의 불꽃을 태우고 있는 시아가 욕조에 서있었다. 다행히 전신 타월을 걸치고 있었지만, 일단 분노에 눈이먼 그녀에겐 어떠한 변명도 소용이 없을듯 싶었다. 시아의 입이 천천히 열려졌다. 마치 사형선고라도 내려지는 듯이 세명의 색깔은 파랗게 변했다가 하얗게 질렸다.
"각.오."
모든 분노를 단 두자에 담아서 시아는 말했다.
* * *
쿠웨에에에에에엑!
꺄아아아아아아악!
잠깐마아아아아안!
으갸갸갸갸갸갸갸!
"오늘은 뭔가 시끄럽네."
해가 뉘엿뉘엿 져가는 오후. 등에 커다란 곰을 짊어지고 카렌은 여관에 들어오며 말했다. 설경은 어느새 들어왔는지 홀 한켠에 있는 탁자를 잡고서 차를 마시며 책을 읽고 있었다. 카렌이 손을 흔들어 보이자, 설경은 같이 손을 흔들어 보이며 카렌을 맞이했다. 카렌은 끙끙거리며 곰을 끌고서 설경에게 다가왔다.
"어디 다녀오시는겐가?"
"퀘스트좀 했죠. 덤으로 곰고기도 얻었구요."
"호오, 수고하셨구만."
"그보다 이건 대체 무슨소리죠?"
그러자 설경도 궁금하다는 듯이 고개를 개웃거리며 말했다.
"시아양 방 근처에서 들려오지만, 시아양의 방문은 잠겨있다네. 뭔가 약간 아랫쪽에서 들려오는 것 같기도 한데───"
카렌은 설경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곧 등에 짊어진 곰이 생각 났는지, 자신의 방으로 향하며 말했다.
"태상씨 오면 전 제 방에 있다고 전해주세요."
"알겠네."
카렌을 그렇게 말한후 흥얼 거리면서 자신의 방쪽으로 걸어가버렸다. 설경은 잠깐동안 책을 보다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아타락시아의 결정─── 이란 말인가. 부디 나의 판단이 틀리길 비는 수밖에."
설경은 그렇게 말하고서는 책을 덮어두고서 찻잔을 들고서 차를 마실 뿐이었다.
어느새 시간은 흘러흘러 6시가 되었다. 설경은 간단하게 샐러드 정식을 먹고 있었고, 카렌은 디너 정식 + 스테이크 풀코스를 섭렵하고 있었다. 하지만 태상과 시엘, 하이드, 그리고 시아는 나타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설경은 먹다말고서 여관 현관문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허, 이렇게 늦을 사람들이 아닌데."
"냠냠! 쩝쩝! 내비둬요! 배고프면 오겠죠."
"안녕하세요?"
하얀 티와 하얀 치마가 매우 잘 어울리는 소녀가 설경에게 다가오며 손을 흔들었다. 설경은 가만히 소녀를 바라보며 한참을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떠오르지 않는 다는 것처럼 고개를 좌우로 갸웃거렸다. 카렌 역시 이례적으로 식사를 멈추고 소녀를 바라보며 이리저리 생각하는 눈치였다. 소녀는 가만히 있다가 얼굴을 붉히고서는 살짝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뭐예욧! 저라구요 시아!"
"뭐어어?" / "허어어?"
"대체 그 반응은 뭐예요? 옷좀 바꿔입고 머리좀 풀었을 뿐이라구요."
뚜둑뚜둑!
주먹을 쥐고서 뚜둑거리는 소릴내자 설경과 카렌은 그제서야 알아보는 눈치였다. 설경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허허허, 못알아봐서 미안하네. 시아양. 너무 아름다워서 말일세. 허허허───"
"우와아? 진짜 시아씨 맞아요? 너무 사람이 달라졌다."
그러자 시아는 카렌의 머리를 한손으로 잡고서 허공으로 붕 들어올리며 말했다.
"호오? 어느 쪽이야? 그말은?"
"우와우와! 너무 이쁘다구요."
그러자 시아는 카렌의 머리를 놓고서는 오호호호호호~ 하고 웃으면서 말했다.
"고마워요."
그 때에 설경이 생각났다는 듯이 시아에게 물었다.
"혹시나 해서 말인데, 태상과, 하이드, 그리고 시엘이 보이질 않는다네. 시아양은 혹시 그 사람들 어디 갔는지 아나?"
그러자 시아는 약간 음침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디선가 기어오고 있겠죠. 흥!"
시아의 태도에 설경과 카렌은 서로를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할 수 밖에 없었다.
* * *
"카, 카렌───"
털푸덕!
"으아으아! 태상씨! 몰골이 왜 이래요!?"
"헛! 하이드군, 시엘! 대체 어찌된 일인가?"
여관문을 기어서 들어온 세사람은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태상은 간신히 정신을 유지한 듯이 손가락을 허공으로 들어올리며 말했다.
"그건── 사고였──"
털썩!
그러나 말을 끝내지 못하고 태상도 완전히 의식을 잃고 말았다. 카렌은 허둥지둥 거리며 태상을 마구 흔들었다. 설경은 급한데로 자신의 방에서 붕대를 가져와서 세명의 상처를 감싸주었다. 그리고 세사람의 입에 포션을 조금씩 흘려넣어 주었다. 그러자 맨 처음 정신을 차린것은 시엘이였다. 쿨럭거리며 피를 몇모금 뱉어내더니 시엘은 간신히 상반신을 일으키고서 주위를 둘러보려 했다. 그러나 설경이 보이자 시엘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살았다. 흐아아아───"
"무슨일인가?"
설경이 다그치듯이 묻자 시엘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시아의 펀치는 여전하더라구요. 하하하하!"
그리고는 다시 의식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러자 설경은 더욱 당황스러웠다.
"설마?"
<어디선가 기어오고 있겠죠. 흥!>
"시아양이?"
설경이 말하는 순간 시아가 차가운 물을 담은 그릇을 가지고 들어왔다. 그리고는 세사람의 머리위에 물수건을 얹어 주었다.
"에궁. 내가 너무 심했나봐요. 헤헤헤──"
"흐음. 시엘군의 말을 듣고 짐작했네. 무슨 일인가?"
"그게, 사고가 있었어요~♡"
그러자 설경은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뭔가, 말하기 꺼림직한가 보군. 시아양."
"이건 다 이 세사람이 시작한거라구요. 목욕하는데 갑자기 땅에서 튀어나와서는───"
그 때에 태상이 간신히 의식을 회복한 듯이 눈을 떴다. 그리고는 시아를 바라보며 약간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아, 시아양인가. 이제 화는 풀렸지?"
"죄, 죄송해요. 태상오빠. 시엘오빠랑, 하이드오빠가 있다보니 그만───"
"하하하 괜찮네. 운이 없었던게지. 하필이면 쥐들에게 습격을 받은곳이 시아양이 목욕하는 곳 바로 아래라니 말야. 하하하."
"저기, 일단 대신 퀘스트 비용을 받았는데, 바닥 수리비랑, 빌렸던 소독기 물어주다보니 이것밖에 않남았네요."
시아가 넘겨준 돈은 700골드 정도 였다. 태상은 허허허 웃으면서 말했다.
"뭐 상관없지. 그보다 시엘과 하이드도 용서해주게나. 사고였으니까 말이지."
"네."
"설경씨 죄송합니다. 이런 사고를 일으켜서."
그러자 설경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상관 없지. 그보다 괜찮나?"
"좀 낳군요. 앞으로는 시아양에게 함부로 대하면 안돼겠네요. 하하하."
그렇게 하루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후후후, 다음타자는 다크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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