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신의 공간 - 에피소드2. 험난한 전투, 그리고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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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황립 은행을 털겠다고 장담한 녀석들이군."
카렌이 망원경을 들여다보면서 말했다. 어두운 밤이고, 혼란한 상황이라 아래쪽에서는 눈치를 채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도적들의 일당으로 보이는 녀석들이 대포 3문을 끌고 오는 모습이 보였다. 비록 낡고 은행측의 대포보다 조악하긴 하지만, 대포라는 무기의 특성상, 좁은 입구에 포화되면, 기사쪽도 그렇게 무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어쩐다.. 활로는 어떻게 해볼수가 없는데. 태상씨!"
"왜?"
"도적 녀석들도 대포를 가지고 있어요! 기사들에게 조심하라고 알려주세요."
"제길! 나 바쁜거 않보이냐? 그보다 넌 대체 그 위에서 뭐하는거야? 빨리와서 일 않해?"
태상이 도리어 화를내자 카렌은 입술을 앞으로 쭉 내밀고서는 투덜거리며 아래로 뛰어내렸다. 중간에 치솟은 깃대를 붙잡고 공중에서 한바퀴를 붕 돌고서 멋지게 착륙한 카렌은 그대로 활에 시위를 먹여 근처로 뛰어오는 도적들의 가슴에 화살을 날렸다. 그리고 발을 놀려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도적들의 숫자가 워낙에 많은지라, 기사들에게 다가가지는 못하고 있었다.
"거기 기사양반들! 적들에게 대───"
콰콰쾅!!
"아뿔싸!"
* * *
"쏴라! 깝죽거리는 기사 녀석들을 짓뭉개라!"
콰콰쾅!!
거대한 포격음이 들리고 은행의 입구로 3발의 포탄이 날아왔다. 기사들은 갑자기 날아드는 포탄을 보며 뒤로 빠지려 했지만, 이미 근처는 사람들로 가득 차있었기 때문에 제대로 피하지도 못한채로 대포알에 몸을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크아아아악!" / "커흑!" / "끄어억!"
세명의 황실기사는 그 자리에서 숨이 끊어졌고, 나머지 기사들 중에도 너댓명은 전투를 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다치고 말았다. 입구가 비어버리자 도적들은 기회라 생각하고 들어서려 했다. 하지만 그 때에 입구를 막는사람이 있었다. 커다란 대검을 붕붕 휘둘러대며 장판교 위의 장비처럼 입구를 막은 사람은 하이드였다.
"오늘 내가 죽기 전까지는 여기 통과할 생각은 접어둬라!"
콰콰쾅!!
두번째 포격이 날아들었다. 이미 주위엔 사람이 없어서 하이드는 피할 수 있었지만, 그 대신 웃으면서 땅에 대검을 꽂아두고서는 자신의 피를 바닥에 흘려두며 짧디 짧은 영창을 시작했고, 끝마쳤다.
"피의 축배!"
끼오오오오오옹!
이번에는 완전히 익힌 듯이 바닥에 붉은 십자가가 그려지면서 동시에 기묘한 파열음이 울려퍼졌다. 그리고 포탄이 거의 눈앞에 날아든 상황에서 바닥의 십자가로부터 거대한 피빛의 폭발이 터져올랐다.
쿠콰아아아아아아앙!
"혀, 혈천사?"
기사중 몇명은 광전사의 기술을 아는 듯이 침을 꿀꺽 삼키면서 그 기묘한 폭발을 지켜보고 있었다. 폭발로 인해 지척까지 날아들었던 포탄은 폭발에 떠밀려 허공으로 치솟아 올랐고, 도적들의 사이로 쿠웅!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떨어져 내렸다. 하이드는 씨익 웃으며 대검을 다시 잡더니 말했다.
"자아! 덤벼라!"
콰콰쾅!!
세번재 포격음이 들려왔다. 그러자 하이드는 벙찐 얼굴을 하고서는 하늘을 날아오는 포탄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나, 반칙이잖냐!"
그리고는 쫄래쫄래 포탄의 범위에서 물러나버렸다. 세번의 포격에 의해서 은행 입구는 완전히 부숴졌고, 덕분에 넓은 공간을 확보한 도적들이 때를 지어서 은행으로 침입하려 했다. 정문이 깨어지고 남은 기사들은 현관문으로 집결했다. 다행히 현관문은 적의 포격이 닿지 않는 곳이었고, 은행측의 대포의 사정거리가 길기 때문에 적의 포대도 접근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상황은 불리하기만 했다.
"제길! 너무 만만하게 봤단 말인가? 제국의 황실을 상대로 일개 도적단이 이정도의 짓까지 벌이다니. 우리가 너무 안일했다."
디로스 소대장은 주먹을 꾹 쥔채 부르르 떨며 말했다. 솔직히 도적들에게 기사 3명이 죽고 4명의 부상자가 속출했다는 것 자체부터가 수치이자, 공포였다.
한편 시아는 돈독을 썼지만, 별로 늘어난것 같지 않은 자신의 능력을 보면서 류르에게 다그쳤다.
"뭐야? 이번엔 왜 이렇게 않좋아?"
[류르 - 시아님의 소지골드가 많아서 그렇습니다. 현재 9만 골드를 소지중이시기 때문에 능력의 효과가 감소되었습니다.]
"에엑!?"
"효과는 멋있다만, 그것 뿐인가? 자아! 나의 주먹을 받거라!"
후웅! 후웅!
방패를 들어서 두어번의 공격을 재차 막아내긴 했지만, 애시당초 기사클래스인 시아와 브레이커인 론가의 스피드 차이는 너무나도 극명했다. 시아는 숨을 고르며 투구 사이로 론가를 노려보았지만, 돈독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렇게 좋은 방법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론가는 다시한번 시아에게 달려들었다.
"애송아! 저 세상으로 꺼져라!"
후우우웅!
시아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나 시아의 몸은 오히려 그녀의 의지와는 다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빠르게 다가오는 론가의 주먹을 팔뚝의 단단한 갑옷을 이용해 쳐내었다. 론가는 순간, 자신의 스피드를 따라올 수 없다고 생각한 시아의 몸놀림이 두어배 빨라진 것만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자신이 너무 빠르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시아의 조그만 움직임이 너무나도 빠른 것처럼 보일 뿐이었다.
하지만 시아는 쳐낸 것으로도 모잘라 검을 살짝 비틀어 론가의 옆구리를 가격했다.
쿠웅!
단단한 바위가 부딫히는 소리가 울려퍼지고, 론가는 이를 악물고 자신의 옆구리에서 시작되는 통증을 견뎌야만 했다. 너무나도 강력한 충격에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조차 없었다.
"컥! 크흑~ 빌어── 먹을 계집─── 이───."
"어? 어라? 나 지금?"
순간 시아는 얼마전 자신이 배웠던 스킬들에 대해서 생각이 났다. 그러다가 자신이 칼의 옆면으로 론가의 옆구리를 아주 자연스럽게 후려친 것까지도 기억해 내었다.
"그, 그렇구나! 이것이 역습의 오의!"
그 사이 경직이 풀어진 듯이 론가는 손을 붕붕 돌리고서는 손을 자신의 턱 가까이 붙인채, 마치 복싱 선수처럼 자세를 취하고 시아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번엔 봐주지 않겠다!"
그리고서는 빠르게 다가오는 론가. 그러나 시아는 여유롭게 검과 방패를 움켜쥐고서는 론가의 움직임에 맞춰서 살짝 앞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론가는 움찔하면서 놀란듯이 뒤로 살짝 도약을 했다. 시아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이거 꽤나 재미있는 오의네. 적의 공격을 막으며 공격을 하는 것이란 말이지?"
이번에는 시아가 론가를 뒤쫓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확실하게 역습에 대해서 깨닫게된 시아 앞에서 단순히 빠르기만한 브레이커의 공격은 그렇게 위협적인 것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카운터를 날려주기엔 최적의 조건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론가라는 플레이어도 그렇게 멍청한 녀석은 아니었다. 시아의 능력을 파악하자 마자 그 빠른 스피드를 되살려 시아를 피하면서 다른 기사들에게 다가가기 시작한 것이다.
"훗! 계집이 요상한 스킬을 썼다지만, 이 멍청한 기사들도 과연 가능할까?"
후우웅!
현관을 지키는 기사를 향해서 주먹을 내지른 론가. 그러나 기사들은 좀전과는 달리 시아처럼 몸을 앞으로 내밀며 론가의 공격 속으로 뛰어 들었다. 그러자 론가는 움찔하면서 뒤로 피했다.
"허억!"
"호라? 이봐 멍청한 아저씨. 이제는 그런 얕은 수는 통하지 않아. 자아, 그만 누워주실까?"
"큭! 빌어먹을 계집이. 좋다. 이번에는 내가 졌지만, 나중에 두고보자꾸나!"
"앗! 기다려! 넌 내 돈이야!"
하지만 어둠속으로 녹아들듯이 사라진 론가를 뒤쫓는 것은 시아로써는 무리였다. 애시당초부터 풀무장을 한 시아의 달리기와 가벼운 옷을 걸친 론가의 스피드 차이는 천양지차였다. 단지 전투에서는 역습이라는 스킬 덕분에 그 차이를 무마시킬 수는 있었지만, 추격전은 어디까지나 론가가 유리했다.
"이씨이잉! 내 방패값은 물어주고 가란말야!"
* * *
시아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상환은 여전히 불리했다. 200여명 정도로 예상했던 도적들의 수는 300명을 훌쩍 넘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단단히 작정을 하고서 쳐들어온 모양이었다. 시엘은 여기저기를 다니며 부상자들에게 힐과 바인드 운즈를 뿌리고 있었고, 급한 지역에서 방패를 들고서 문역할을 하는 등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하이드는 전문에서 꼬리를 말고 내빼기는 했지만, 역시나 강력한 광전사의 힘으로 도적들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하지만, 취약한 방어 덕분에 하이드 역시 많이 지친 모습이었다.
"대장님! 금고가 뚫렸습니다!"
"뭣!? 이런 제길!"
하지만 디로스는 움직일 수 없었다. 현관을 지키기에도 벅찬 기사들이었다.
"제가 가보겠소외다."
설경은 기사들 사이에서 빠져나가 급한데로 금고가 있는 우측의 뜰로 향했다. 궁수들의 외침대로 금고는 뚫려 있었고, 이미 근 십여개 되는 금화 자루를 빼돌린듯 싶었다. 설경은 급한데로 앞쪽의 도적의 머리를 밟고 하늘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자신의 윗옷 손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내어 자신의 검집에 붙이고서는 검 손잡이를 잡고서 땅으로 떨어지며 외쳤다.
"護는 後退이나, 一步의 鉅意이니라. 地의 式神 玄武!(막음은 후퇴이나, 일보의 큰뜻이니라. 지의 식신 현무!)"
그리고 검을 빼내어 땅을 향해 빠르게 베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검을 빼내어 들어 근처의 도적 두어명의 목을 그대로 잘라내었다. 도적들은 잠깐 당황했으나, 곧 설경을 향해 덤벼들려했다. 그러나 갑작스레 거대한 포효와 함께 지면이 흔들리기 시작하며 땅에서 작고 뾰족한 기둥들이 돋아나 도적들의 발을 공격했다.
쿠오오오오오오옹!
"끄악! 내발!" / "아악!"
쓰러져 가는 도적들. 그러나 설경 혼자서 뚫린 금고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설경의 옆으로 누군가 뛰어내렸다. 갈색 로브를 걸친 태상이었다. 설경은 태상을 보면서 말했다.
"녀석들이 좀 많아서 말일세."
"걱정마시죠. 거대한 파도의 정령이여! 앞길을 막아서라! 웨이브!(Wave!)"
태상의 영창에 땅에서 갑작스레 거대한 파도가 솟아 오르더니 앞쪽의 모든 것들을 휩쓸어 버렸다. 갑작스런 물벼락에 도적들은 완전히 패닉상태에 빠져버렸다. 하지만 이미 상당량의 금화들이 빠져나간 뒤라서 그런지, 도적들은 태상의 마법을 끝으로 서서히 물러나기 시작했다. 아직 주위는 어두웠다. 하지만 태상과 마법사들은 곧곧에 커다란 빛의 구체를 띄워 주위를 밝혔다. 디로스는 금고에 들어가 금화량을 확인하며 말했다.
"후우. 그나마 다행이군. 녀석들이 가져간 돈은 20만 골드 남짓. 그렇게 작은 금액은 아니지만, 이 정도의 전투 치고는 값싼 댓가로군."
디로스의 안도의 한숨에 시아 일행을 비롯한 황실기사들과 은행 수비대측은 모두들 자리에 주저 앉아서 똑같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디로스는 시아 일행을 향해서 손을 내밀어 일일히 악수를 나누며 말했다.
"우선, 여러분들께 말씀 드렸던 것보다 더욱 위험한 임무여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의뢰는 실패로군요."
"뭐, 단단히 각오하고 왔으니 신경 쓰지마슈."
하이드가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자 모두는 역시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위로의 댓가로 약속한 금액의 절반을 3일후 여관을 통해서 지급하겠습니다."
드디어 태양이 떠올랐다. 퀘스트 그 자체는 실패로 끝났지만, 험난한 전투에서 살아남은 시아 일행은 안도의 한숨을 다시한번 내쉬며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았다.
카렌이 망원경을 들여다보면서 말했다. 어두운 밤이고, 혼란한 상황이라 아래쪽에서는 눈치를 채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도적들의 일당으로 보이는 녀석들이 대포 3문을 끌고 오는 모습이 보였다. 비록 낡고 은행측의 대포보다 조악하긴 하지만, 대포라는 무기의 특성상, 좁은 입구에 포화되면, 기사쪽도 그렇게 무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어쩐다.. 활로는 어떻게 해볼수가 없는데. 태상씨!"
"왜?"
"도적 녀석들도 대포를 가지고 있어요! 기사들에게 조심하라고 알려주세요."
"제길! 나 바쁜거 않보이냐? 그보다 넌 대체 그 위에서 뭐하는거야? 빨리와서 일 않해?"
태상이 도리어 화를내자 카렌은 입술을 앞으로 쭉 내밀고서는 투덜거리며 아래로 뛰어내렸다. 중간에 치솟은 깃대를 붙잡고 공중에서 한바퀴를 붕 돌고서 멋지게 착륙한 카렌은 그대로 활에 시위를 먹여 근처로 뛰어오는 도적들의 가슴에 화살을 날렸다. 그리고 발을 놀려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도적들의 숫자가 워낙에 많은지라, 기사들에게 다가가지는 못하고 있었다.
"거기 기사양반들! 적들에게 대───"
콰콰쾅!!
"아뿔싸!"
* * *
"쏴라! 깝죽거리는 기사 녀석들을 짓뭉개라!"
콰콰쾅!!
거대한 포격음이 들리고 은행의 입구로 3발의 포탄이 날아왔다. 기사들은 갑자기 날아드는 포탄을 보며 뒤로 빠지려 했지만, 이미 근처는 사람들로 가득 차있었기 때문에 제대로 피하지도 못한채로 대포알에 몸을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크아아아악!" / "커흑!" / "끄어억!"
세명의 황실기사는 그 자리에서 숨이 끊어졌고, 나머지 기사들 중에도 너댓명은 전투를 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다치고 말았다. 입구가 비어버리자 도적들은 기회라 생각하고 들어서려 했다. 하지만 그 때에 입구를 막는사람이 있었다. 커다란 대검을 붕붕 휘둘러대며 장판교 위의 장비처럼 입구를 막은 사람은 하이드였다.
"오늘 내가 죽기 전까지는 여기 통과할 생각은 접어둬라!"
콰콰쾅!!
두번째 포격이 날아들었다. 이미 주위엔 사람이 없어서 하이드는 피할 수 있었지만, 그 대신 웃으면서 땅에 대검을 꽂아두고서는 자신의 피를 바닥에 흘려두며 짧디 짧은 영창을 시작했고, 끝마쳤다.
"피의 축배!"
끼오오오오오옹!
이번에는 완전히 익힌 듯이 바닥에 붉은 십자가가 그려지면서 동시에 기묘한 파열음이 울려퍼졌다. 그리고 포탄이 거의 눈앞에 날아든 상황에서 바닥의 십자가로부터 거대한 피빛의 폭발이 터져올랐다.
쿠콰아아아아아아앙!
"혀, 혈천사?"
기사중 몇명은 광전사의 기술을 아는 듯이 침을 꿀꺽 삼키면서 그 기묘한 폭발을 지켜보고 있었다. 폭발로 인해 지척까지 날아들었던 포탄은 폭발에 떠밀려 허공으로 치솟아 올랐고, 도적들의 사이로 쿠웅!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떨어져 내렸다. 하이드는 씨익 웃으며 대검을 다시 잡더니 말했다.
"자아! 덤벼라!"
콰콰쾅!!
세번재 포격음이 들려왔다. 그러자 하이드는 벙찐 얼굴을 하고서는 하늘을 날아오는 포탄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나, 반칙이잖냐!"
그리고는 쫄래쫄래 포탄의 범위에서 물러나버렸다. 세번의 포격에 의해서 은행 입구는 완전히 부숴졌고, 덕분에 넓은 공간을 확보한 도적들이 때를 지어서 은행으로 침입하려 했다. 정문이 깨어지고 남은 기사들은 현관문으로 집결했다. 다행히 현관문은 적의 포격이 닿지 않는 곳이었고, 은행측의 대포의 사정거리가 길기 때문에 적의 포대도 접근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상황은 불리하기만 했다.
"제길! 너무 만만하게 봤단 말인가? 제국의 황실을 상대로 일개 도적단이 이정도의 짓까지 벌이다니. 우리가 너무 안일했다."
디로스 소대장은 주먹을 꾹 쥔채 부르르 떨며 말했다. 솔직히 도적들에게 기사 3명이 죽고 4명의 부상자가 속출했다는 것 자체부터가 수치이자, 공포였다.
한편 시아는 돈독을 썼지만, 별로 늘어난것 같지 않은 자신의 능력을 보면서 류르에게 다그쳤다.
"뭐야? 이번엔 왜 이렇게 않좋아?"
[류르 - 시아님의 소지골드가 많아서 그렇습니다. 현재 9만 골드를 소지중이시기 때문에 능력의 효과가 감소되었습니다.]
"에엑!?"
"효과는 멋있다만, 그것 뿐인가? 자아! 나의 주먹을 받거라!"
후웅! 후웅!
방패를 들어서 두어번의 공격을 재차 막아내긴 했지만, 애시당초 기사클래스인 시아와 브레이커인 론가의 스피드 차이는 너무나도 극명했다. 시아는 숨을 고르며 투구 사이로 론가를 노려보았지만, 돈독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렇게 좋은 방법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론가는 다시한번 시아에게 달려들었다.
"애송아! 저 세상으로 꺼져라!"
후우우웅!
시아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나 시아의 몸은 오히려 그녀의 의지와는 다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빠르게 다가오는 론가의 주먹을 팔뚝의 단단한 갑옷을 이용해 쳐내었다. 론가는 순간, 자신의 스피드를 따라올 수 없다고 생각한 시아의 몸놀림이 두어배 빨라진 것만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자신이 너무 빠르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시아의 조그만 움직임이 너무나도 빠른 것처럼 보일 뿐이었다.
하지만 시아는 쳐낸 것으로도 모잘라 검을 살짝 비틀어 론가의 옆구리를 가격했다.
쿠웅!
단단한 바위가 부딫히는 소리가 울려퍼지고, 론가는 이를 악물고 자신의 옆구리에서 시작되는 통증을 견뎌야만 했다. 너무나도 강력한 충격에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조차 없었다.
"컥! 크흑~ 빌어── 먹을 계집─── 이───."
"어? 어라? 나 지금?"
순간 시아는 얼마전 자신이 배웠던 스킬들에 대해서 생각이 났다. 그러다가 자신이 칼의 옆면으로 론가의 옆구리를 아주 자연스럽게 후려친 것까지도 기억해 내었다.
"그, 그렇구나! 이것이 역습의 오의!"
그 사이 경직이 풀어진 듯이 론가는 손을 붕붕 돌리고서는 손을 자신의 턱 가까이 붙인채, 마치 복싱 선수처럼 자세를 취하고 시아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번엔 봐주지 않겠다!"
그리고서는 빠르게 다가오는 론가. 그러나 시아는 여유롭게 검과 방패를 움켜쥐고서는 론가의 움직임에 맞춰서 살짝 앞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론가는 움찔하면서 놀란듯이 뒤로 살짝 도약을 했다. 시아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이거 꽤나 재미있는 오의네. 적의 공격을 막으며 공격을 하는 것이란 말이지?"
이번에는 시아가 론가를 뒤쫓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확실하게 역습에 대해서 깨닫게된 시아 앞에서 단순히 빠르기만한 브레이커의 공격은 그렇게 위협적인 것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카운터를 날려주기엔 최적의 조건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론가라는 플레이어도 그렇게 멍청한 녀석은 아니었다. 시아의 능력을 파악하자 마자 그 빠른 스피드를 되살려 시아를 피하면서 다른 기사들에게 다가가기 시작한 것이다.
"훗! 계집이 요상한 스킬을 썼다지만, 이 멍청한 기사들도 과연 가능할까?"
후우웅!
현관을 지키는 기사를 향해서 주먹을 내지른 론가. 그러나 기사들은 좀전과는 달리 시아처럼 몸을 앞으로 내밀며 론가의 공격 속으로 뛰어 들었다. 그러자 론가는 움찔하면서 뒤로 피했다.
"허억!"
"호라? 이봐 멍청한 아저씨. 이제는 그런 얕은 수는 통하지 않아. 자아, 그만 누워주실까?"
"큭! 빌어먹을 계집이. 좋다. 이번에는 내가 졌지만, 나중에 두고보자꾸나!"
"앗! 기다려! 넌 내 돈이야!"
하지만 어둠속으로 녹아들듯이 사라진 론가를 뒤쫓는 것은 시아로써는 무리였다. 애시당초부터 풀무장을 한 시아의 달리기와 가벼운 옷을 걸친 론가의 스피드 차이는 천양지차였다. 단지 전투에서는 역습이라는 스킬 덕분에 그 차이를 무마시킬 수는 있었지만, 추격전은 어디까지나 론가가 유리했다.
"이씨이잉! 내 방패값은 물어주고 가란말야!"
* * *
시아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상환은 여전히 불리했다. 200여명 정도로 예상했던 도적들의 수는 300명을 훌쩍 넘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단단히 작정을 하고서 쳐들어온 모양이었다. 시엘은 여기저기를 다니며 부상자들에게 힐과 바인드 운즈를 뿌리고 있었고, 급한 지역에서 방패를 들고서 문역할을 하는 등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하이드는 전문에서 꼬리를 말고 내빼기는 했지만, 역시나 강력한 광전사의 힘으로 도적들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하지만, 취약한 방어 덕분에 하이드 역시 많이 지친 모습이었다.
"대장님! 금고가 뚫렸습니다!"
"뭣!? 이런 제길!"
하지만 디로스는 움직일 수 없었다. 현관을 지키기에도 벅찬 기사들이었다.
"제가 가보겠소외다."
설경은 기사들 사이에서 빠져나가 급한데로 금고가 있는 우측의 뜰로 향했다. 궁수들의 외침대로 금고는 뚫려 있었고, 이미 근 십여개 되는 금화 자루를 빼돌린듯 싶었다. 설경은 급한데로 앞쪽의 도적의 머리를 밟고 하늘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자신의 윗옷 손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내어 자신의 검집에 붙이고서는 검 손잡이를 잡고서 땅으로 떨어지며 외쳤다.
"護는 後退이나, 一步의 鉅意이니라. 地의 式神 玄武!(막음은 후퇴이나, 일보의 큰뜻이니라. 지의 식신 현무!)"
그리고 검을 빼내어 땅을 향해 빠르게 베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검을 빼내어 들어 근처의 도적 두어명의 목을 그대로 잘라내었다. 도적들은 잠깐 당황했으나, 곧 설경을 향해 덤벼들려했다. 그러나 갑작스레 거대한 포효와 함께 지면이 흔들리기 시작하며 땅에서 작고 뾰족한 기둥들이 돋아나 도적들의 발을 공격했다.
쿠오오오오오오옹!
"끄악! 내발!" / "아악!"
쓰러져 가는 도적들. 그러나 설경 혼자서 뚫린 금고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설경의 옆으로 누군가 뛰어내렸다. 갈색 로브를 걸친 태상이었다. 설경은 태상을 보면서 말했다.
"녀석들이 좀 많아서 말일세."
"걱정마시죠. 거대한 파도의 정령이여! 앞길을 막아서라! 웨이브!(Wave!)"
태상의 영창에 땅에서 갑작스레 거대한 파도가 솟아 오르더니 앞쪽의 모든 것들을 휩쓸어 버렸다. 갑작스런 물벼락에 도적들은 완전히 패닉상태에 빠져버렸다. 하지만 이미 상당량의 금화들이 빠져나간 뒤라서 그런지, 도적들은 태상의 마법을 끝으로 서서히 물러나기 시작했다. 아직 주위는 어두웠다. 하지만 태상과 마법사들은 곧곧에 커다란 빛의 구체를 띄워 주위를 밝혔다. 디로스는 금고에 들어가 금화량을 확인하며 말했다.
"후우. 그나마 다행이군. 녀석들이 가져간 돈은 20만 골드 남짓. 그렇게 작은 금액은 아니지만, 이 정도의 전투 치고는 값싼 댓가로군."
디로스의 안도의 한숨에 시아 일행을 비롯한 황실기사들과 은행 수비대측은 모두들 자리에 주저 앉아서 똑같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디로스는 시아 일행을 향해서 손을 내밀어 일일히 악수를 나누며 말했다.
"우선, 여러분들께 말씀 드렸던 것보다 더욱 위험한 임무여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의뢰는 실패로군요."
"뭐, 단단히 각오하고 왔으니 신경 쓰지마슈."
하이드가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자 모두는 역시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위로의 댓가로 약속한 금액의 절반을 3일후 여관을 통해서 지급하겠습니다."
드디어 태양이 떠올랐다. 퀘스트 그 자체는 실패로 끝났지만, 험난한 전투에서 살아남은 시아 일행은 안도의 한숨을 다시한번 내쉬며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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