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신의 공간 - 에피소드 2. 외전 : 악마를 달래는(?)소녀, 바바리안 타운에 어서 오십쇼[외전 끝]
페이지 정보
본문
“으아아아...졸려. 쿠하텍이 날 잡으러~~~~!”
촤르르륵.
“그만 일어나요!! 벌써 9시라고요.”
뭐야. 꿈이었나? 나 참 꿈이면 꿈이라고 말을 해주라고!!
이렇게 쏘아 붙일 뻔했다. 내 앞에 가사용 앞치마를 두르고, 하얀색 천조각을 머리에 두른 안대소녀가 눈에 보였다.
아 물론 안대를 쓰고 있다는 말은 아니니까 오해는 말도록.
그저 별명일...
“또. 또~이게 뭐에요?! 실험결과가 적힌 보고서는 침대 위에 어지럽히지 말고, 책상 위에만 올리..”
“으아악! 만지지마!!”
그 보고서는 매우 중요하다고!!
베이더는 소녀를 바바리안 타운 네트워크에 데려와 근 한달간 자신의 연구소(동시에 집)에서 룸메이트 겸 식모로 데리고 있게 되었다. 덕택에 마을 아줌마들 사이에 베모군에게 귀여운 딸이 하나 있었다,
아니다. 숨겨둔 애인이 있었다는 말도 안되는(...)소문들이 한동안 떠돌기도 했다..
그러나 본인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베이더는 소녀를 위한
특훈의 계획을 짜는데 정신이 없었다. 이 사신이 만든 제로스 대륙에 익숙해지기 위한 여러 가지를 가르치는 공부계획이었다.
퀘스트와 길드에 어떻게 투자를 하고, 은행 예금을 어떻게 하며, 세이프티 존을 찾는 방법, 안전한 의뢰를 받는 방법, 몬스터로부터 도망치는 방법, 약초채집, 포션과 해독제 조합 등등. 이 세계에서 베이더가 터득한 여러 가지 지식들이었다. 간단한 호신술과 병기를 다루는 방법도 가르쳐 줄까 했지만 그녀 쪽에서 사양하였다. 물론 그녀의 특수한 능력이 있는 안대도 있었고...무엇보다도 그녀의 안대와 검이
지닌 능력은 매우 특수했다.
그 능력이란 바로..
“원한과, 원망, 그리고 원념을 베는 검이라..”
만약 이 능력이 사실이고, 그대로 적용된다면?
정말 그녀는 세계 최강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생각해보라. 자신에게 원한의 감정을 지닌 심지어는 원한을 가진 귀신도 벨 수 있다는 소리가 아닌가?!
잘만 하면 오히려 적이었던 사람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능력은 사신의 농간인지, 본인이 꺼려해서인지 조금 이상했다.
“맞아.”
그녀의 검은...왜인지 몰라도 그 이상도, 이하도 되지 않았다.
아니. 이하가 되고 있었다.
“저 쿠하텍은 꼭 죽여야 된다!”
“그렇지만. 안돼요!!”
크르르르.
악화된 상황을 깨달은 것인가? 괴물은 지유 만세를 외치기라도 하듯 크르르
입을 내밀고 나를 향해 경고를 보냈다. 자신은 그렇다 쳐도. 만약 저 꼬맹이에게
손 하나라도 까딱했다간 죽여버리겠다는 듯한 눈빛이었다. 세상에 설산악마에게 저런 기이한 모습이 있다니! 나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러면 안돼! 쿠하쨩.”
‘쿠, 쿠하쨩?!’
이름도 정해버렸냐? 지유는 쿠하쨩. 아니 쿠하텍을 쓰다듬으며 제지를 했고
괴물은 낑낑거리며 혀로 그녀의 얼굴을 핥았다. 지유는 간지러운 비명을 지르며
깔갈 웃었다. 포악하기로 소문난 저 괴물이 재롱을 부리는 모습에 나는 할 말을 더욱 잃고 말았다.
지유의 능력 탓이었는지는 몰라도 괴물은
더 이상 지유에게 해를 입히지는 않겠지만.
“그치만.”
저 쿠하텍은 이곳에서 산으로 올라오던 상단 하나를 쓸어버린 식인 쿠하텍이었다.
나나 지유는 괜찮다 쳐도. 저 녀석을 그냥 내버려두는 것은 마을 사람들도 반대하고, 위험한 일이었다.
지유는 아니더라도, 저 괴물인 다른 사람을 공격하지 말라는 법도 없으니까.
“그런데 베이더 씨. 이 아일 정말 팔 거에요?”
“아니 팔지 않고 여기서 죽여야 한다. 저 녀석은 사람을 12명이나 잡아먹은 괴물이다.
이 곳 함정의 바위에서 서식하는 최악의 괴물이다. 죽이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위험해진다.“
지유는 할 말을 잃은 채 괴물을 쓰다듬기만 했다.
원망이나, 원한을 베어서 같은 편으로 만들었다고 한들 괴물은 괴물.
저 것은 이 세계의 몬스터이다. 지능은 있지만 본능에 충실한 괴물.
애완동물은 고사하고 친구가 될 수 없는 녀석이다.
지유는 잘 모르겠지만 저 녀석은 함부로 동료가 될 수없는 설산의 악마라는 것은 변함 없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지유의 검의 능력은 유한한 것이 아니었다.
“디나. 저 소녀의 검이 소유한 능력은 횟수가 주어진다고 했지?”
[디나- 레벨이나, 능력치가 없기 때문에 잘 모르지만 매회 전투 때마다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횟수가 주어집니다. 확실치는 않지만 지금의 저 쥬베이란 검사가 쓸 수 있는 마음만을 벨 수 있는 횟수는 10번. 만약 전투에서 10번을 다 쓰면 더욱 강해지지 않는 한 다시 회복되지 않습니다.]
“그 10개 중에..1개를 지금 썼다는 거군.”
[디나- 네.]
사신 녀석. 상당히 어마어마한 패널티를 부여했다.
레벨이 오르지 않는[아니 이 꼬맹이는 레벨이 없었지.]한 다시는 채워지지 않는다니?
그렇다면 그 이후로 검을 휘두르면 상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검에 베인 생명체가 죽는 것이다. 그게 뭐가 되었든.
무언가 조치가 필요했다.
“이제 돌아가렴. 쿠하쨩.”
크루루루.
낮은 울음소리를 내는 쿠하텍을 올려다보며 지유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맹한 표정이 아닌, 뭔가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는 표정.
“베이더 씨 좋은 방법이 생각났어요.”
“....뭔데?”
“이 아이를 제가 설득해볼께요. 쿠하텍은 지능이 높아서 사람이 뭐라 하는지 알아들을 수도 있다면서요?! 그렇다면 제가 이야기해서 이곳을 떠나도록 할게요. 그럼 되잖아요?”
“얌마! 몬스터는 몬스터다. 그런 것이 가능하리라고...”
그리고 30분 후.
한참을 지유의 설명과 바디랭귀지를 보고 듣던 쿠하텍이 상처가 아직 덜 아문 날개를 펴 하늘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바람의 기류를 타며 글라이더처럼 사라져가는 쿠하텍을 나는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아니 쿠하쨩이라고 이름 지어줬으니 이젠 쿠하라고만 불러야 되나? 저 녀석만.
“아차~! 그러고보니!!”
발톱과 껍질...깜빡했다.
그날 오후 우린 바바리안에 도착했고, 성과 보수금은 하나도 받지 못했다.
제길슨!! 쿠하쨩인지 뭔지하는 요 놈. 만나기만 해봐라!!!
“뭘 멍하니 바라보는 거예요?! 오늘 떠나는 사람이 달걀 프라이 만들어주겠다는데 그냥 지켜보기만 할 뿐이에요?!”
아 미안. 나는 2달 전에 있었던 소동을 떠올리며 피식 웃어보였다.
정말 당당한 가슴(...오해 말라고!!)을 가진 소녀이다. 세상에 그 누가 설산 악마를
달랠 생각을 할까? 저런 바보 같은 소녀만이 가능하리라.
“그런데. 정말 떠날 것이냐?”
“네. 사신을 꼭 만나서 절 돌려보내 달라고 할 거예요.”
‘너무 무모해.’
그리고 정말 이 바보 같은 꼬맹이가 오늘 새로운 일을 시작해내려 한다.
그래. 여러분이 짐작하는 것이 맞다. 사신을 만나서 부탁을 할 거란다. 자신이 살고 있던
일본으로 돌려보내 달라나? 뭐라나?
이 철없는 중3(실은 고1이 될 몸)안대 소녀를 붙잡으려 했지만 그녀는 막무가내였다.
하다못해 이 마을보다 좀 더 안전한 엘프마을에서 지내다가 사신이 죽었다는 소식이 들리면 오라고 말했는데도...
‘싫어요. 그리고 아무리 그래도 사람을 죽이다니! 그건 안 될 말이에요.’
어이 인간이 아니라 신이라고. 신! 이 세계와 우리 세계의 죽음을 담당하는...
혹시 사신 녀석은 이런 시추에이션을 보려고 그녀를 불러들인 것일까?
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내가 만들어진 프라이 팬 위에 계란 두 개를 올려 놓고
있는 소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좀 아쉽군. 2달만에 간다니.”
그녀는 그동안 우리 회사(블랙 울프스사)의 속기와, 몇몇 제품들 확인, 건너편 가게 주인
키하스가 부탁하는 의뢰들을 맡아 일을 하여 스스로 2000골드란 돈을 벌어들였다.
내가 선물로 1만 골드가 들어가 있는 우리 사의 주식과 예금된 통장을 주겠다고 했으나
그런 것은 필요 없다며 자기 스스로 모은 것이었다.
바보지만 근성 하나는 끝내준다고 할까? 저 안대 소녀.
“짜잔~쥬베 후라이 완성!!”
“.......읔 이건!”
평범한 계란 프라이 두 개가 붙어 있는 것을 보며 나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소녀는 콧노래에 몸을 맡기며 치마를 벗어 던지고 식탁에 앉았다.
그녀 또한 쥬베 프라이를 가지고 있었다.
쥬베 프라이란 자신에게 안대를 가져다 준 코이노스케란 무사의 아이디어를
통해 개발해낸 자기만의 독특한 프라이란다.
두 개의 계란이 나란히 올라가 있는데 한쪽은 완숙, 다른 하나는 반숙이다.
밥과 함께 먹으면 맛있지만 초콜릿 맛 나는 토루 열매와, 복분자 쥬스, 토스트와
함께 먹기에는 좀 그렇다.
“반숙과 완숙. 어때요?”
“....그래도 난 어제 저녁에 먹은 친따오 야키소바가 더 끌리는데. 아아~아침부터
친따오하게 먹고 싶다고!“
“안돼요.”
베이더의 어른답지 않은 음식 투정에 지유는 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단호하게
저었다. 그러고는 냉장고에 넣어둔 것이 남아 있으니 점심이나, 저녁 시간에 꼭
챙겨 먹으란다. 가정주부 지유(?)의 방침에 베이더는 속으로 한숨을 내뱉으며
토루와 쥬베이 후라이를 씹었다. 그렇게 저 소녀와 함께 하는 마지막 아침식사가 끝났다.
“키킥. 밥 다 먹었냐?”
따르릉.
“아~내 자전거!!”
지유는 기뻐하며 조금 모습이 달라진 자전거를 바라보며 기뻐했다.
원래는 내가 고쳐주려 했던 것이지만 불행히도 난 자전거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원리만 대충 알 뿐 아무것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내 능력으로도 생산 할 수 없는 베어링의
부품 몇 개 때문에 외관만 고쳐 놓은 상태였다. 그런데 저 드워프가!!
역시 덜프 영감은 다르다!!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이놈아!! 난 할아버지가 아냐. 이래봬도 이제 겨우 100살만 넘겼다고.”
“네네~그러니까 할아버지 맞잖아요. 그리고 제가 아는 분은 300살이에요 300살!”
지유의 설명에 나는 피식 웃고 말았다.
한편으론 놀랐다. 지유가 말한 코이노스케란 사람, 그리고 키타레이와, 야규 프리샤 등등.
지유가 현실세계에서 만난 안대와 관련이 깊은 사람들은 전부 300년을 살아온
사람들이란다. 어떻게 인과의 법칙을 벗어난 자가 나온단 말인가?
혹시 이것도 전부 사신의 계획일까?
지유의 이런저런 과거 이야기를 듣다보면 가끔씩 골치가 아프다.
“그녀는 정말로..”
정말 가끔은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때문에 이 집에 오랫동안 붙잡아 두기 싫었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더욱 오래 붙잡고 싶었다.
이 집에서 유일하게 활발한 사람은 그녀 한사람뿐이니.
“그러니 더욱 보내야지.”
나의 원한, 원망을 위해서.
나의 혁명을 위해서 그녀를 더욱 보내야 한다.
일단은 다크엔 녀석이 둥지를 튼 엘프 마을에 들러보라고 추천은 해뒀다.
이후 그녀가 갈 길은 그녀가 알아서 가는 것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그녀의 여행계획을 보니 달다이라 시에도 가는 것 같다.
“아. 지유양. 잠깐 광장에 좀 다녀오지 않겠나? 그 자전거를 타고~다른 사람들에게
자랑 좀 하게. 자네가 잘만 자랑 한다면 나와 저 베이더가 만든 자전거란 상품이
새로운 인기를 끌 수도 있다네! 후훗!“
그럼 그렇지 저 머릿속에 돈밖에 안 든 드워프 영감.
지유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거절 할 줄을 모르는 바보 같은 소녀다. 분명 드워프의 설명도 한 귀로 듣고,
한귀로 흘렸을 것이다. 지유가 자전거를 몰고 광장 쪽으로 사라지자 드워프가
다가왔다. 동시에 벽 뒤에 숨어 있던 리자드맨과 오크, 엘프 한명이 나타났다.
건너편 가게에서 차를 마시고 있던 선글라스를 쓴 남자도 다가온다.
“취리릭. 베이더! 물량 주문/생산도 전부 완벽하게 끝냈다. 제조 사원들은 일단 하루
쉬게 만들었고, 모두들 전쟁 준비 중이다. 취익.“
“마스터. 태양열 발전소도 체크 완료되었습니다. 기후를 마법으로 측정해본 결과 약 2주간은 맑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마을의 오크들의 총책임자와 다크엘프의 친절한 설명에 나는 고맙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드워프 영감이 실실 웃으며 나의 무릎을 툭툭 쳤다. 그를 내려다 보자 그는
아주 희한하게 생긴 물건을 들고 있었다. 그러나 난 이 물건의 이름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왜냐면 나의 세계에서 썼던 물건이니까.
“오크, 인간사원들은 케논 프레셔 시험장에 가서 훈련 중이다. 다른 이들은 마을의 치안을 담당함과 동시에 마을 사람들을 돌보고 있다. 모두들 저 소녀만 떠나면 전쟁을 하겠다는 너의 의지에 환호하고 있다. 군용 캐논 프레셔와 이것만 있다면 문제는 없지.”
“후훗. 덜프 영감님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하얀색 로브를 걸치고, 선글라스를 쓰고 있던 남자가 선글라스를 벗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눈은 신기롭다 못해 인간과 다르다는 느낌이 드는 자였다. 그는 보라색 눈을 번뜩이며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정말 인간이 아니라는 느낌이 드는 자였다.
“바질리스크 인 특수부대는 준비되었나요? 마크씨.”
“에로우 타워 MK3, SKS가 준비되어 있답니다. 사장님. 준비는 완료입니다.”
“알았어요. 지유양이 떠나면 그 때부터 시작하죠. 후훗.”
나는 미소를 지으며 흔들 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오옷!
마침 마을 신문이 있군.
“엇 이것은!!”
“왜 그러나 베이더?”
“아, 아뇨 아무것도..”
후훗. 이거 제법 재미있는데? 앞으로도 신문은 자주 읽어야겠어.
안락의자 곁에 올려둔 신문에는 여러 가지 잡다한 사설들과 함께
아주 흥미로운 소식 두 가지가 있었다. 한 가지는 제로스 대륙을 뒤흔든 어마어마한 사건.
다른 한 가지는 가난한 자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소식이었다.
[대회 우승자. 수퍼파워를 선보인 섹시 다이너마이트 ‘시아’]
[제국의 부패관리 3명. 아타락시아의 4괴인 중 한명의 신기한 마법공격을 받고
사망. 제국이 발칵 뒤집히다.]
베이더는 제로스 대륙에 널린 플레이어들의 행동에 키득거리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산소호흡기를 통해 토해내는 그의 거친 숨소리가 연구실을 가득 메웠다.
촤르르륵.
“그만 일어나요!! 벌써 9시라고요.”
뭐야. 꿈이었나? 나 참 꿈이면 꿈이라고 말을 해주라고!!
이렇게 쏘아 붙일 뻔했다. 내 앞에 가사용 앞치마를 두르고, 하얀색 천조각을 머리에 두른 안대소녀가 눈에 보였다.
아 물론 안대를 쓰고 있다는 말은 아니니까 오해는 말도록.
그저 별명일...
“또. 또~이게 뭐에요?! 실험결과가 적힌 보고서는 침대 위에 어지럽히지 말고, 책상 위에만 올리..”
“으아악! 만지지마!!”
그 보고서는 매우 중요하다고!!
베이더는 소녀를 바바리안 타운 네트워크에 데려와 근 한달간 자신의 연구소(동시에 집)에서 룸메이트 겸 식모로 데리고 있게 되었다. 덕택에 마을 아줌마들 사이에 베모군에게 귀여운 딸이 하나 있었다,
아니다. 숨겨둔 애인이 있었다는 말도 안되는(...)소문들이 한동안 떠돌기도 했다..
그러나 본인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베이더는 소녀를 위한
특훈의 계획을 짜는데 정신이 없었다. 이 사신이 만든 제로스 대륙에 익숙해지기 위한 여러 가지를 가르치는 공부계획이었다.
퀘스트와 길드에 어떻게 투자를 하고, 은행 예금을 어떻게 하며, 세이프티 존을 찾는 방법, 안전한 의뢰를 받는 방법, 몬스터로부터 도망치는 방법, 약초채집, 포션과 해독제 조합 등등. 이 세계에서 베이더가 터득한 여러 가지 지식들이었다. 간단한 호신술과 병기를 다루는 방법도 가르쳐 줄까 했지만 그녀 쪽에서 사양하였다. 물론 그녀의 특수한 능력이 있는 안대도 있었고...무엇보다도 그녀의 안대와 검이
지닌 능력은 매우 특수했다.
그 능력이란 바로..
“원한과, 원망, 그리고 원념을 베는 검이라..”
만약 이 능력이 사실이고, 그대로 적용된다면?
정말 그녀는 세계 최강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생각해보라. 자신에게 원한의 감정을 지닌 심지어는 원한을 가진 귀신도 벨 수 있다는 소리가 아닌가?!
잘만 하면 오히려 적이었던 사람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능력은 사신의 농간인지, 본인이 꺼려해서인지 조금 이상했다.
“맞아.”
그녀의 검은...왜인지 몰라도 그 이상도, 이하도 되지 않았다.
아니. 이하가 되고 있었다.
“저 쿠하텍은 꼭 죽여야 된다!”
“그렇지만. 안돼요!!”
크르르르.
악화된 상황을 깨달은 것인가? 괴물은 지유 만세를 외치기라도 하듯 크르르
입을 내밀고 나를 향해 경고를 보냈다. 자신은 그렇다 쳐도. 만약 저 꼬맹이에게
손 하나라도 까딱했다간 죽여버리겠다는 듯한 눈빛이었다. 세상에 설산악마에게 저런 기이한 모습이 있다니! 나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러면 안돼! 쿠하쨩.”
‘쿠, 쿠하쨩?!’
이름도 정해버렸냐? 지유는 쿠하쨩. 아니 쿠하텍을 쓰다듬으며 제지를 했고
괴물은 낑낑거리며 혀로 그녀의 얼굴을 핥았다. 지유는 간지러운 비명을 지르며
깔갈 웃었다. 포악하기로 소문난 저 괴물이 재롱을 부리는 모습에 나는 할 말을 더욱 잃고 말았다.
지유의 능력 탓이었는지는 몰라도 괴물은
더 이상 지유에게 해를 입히지는 않겠지만.
“그치만.”
저 쿠하텍은 이곳에서 산으로 올라오던 상단 하나를 쓸어버린 식인 쿠하텍이었다.
나나 지유는 괜찮다 쳐도. 저 녀석을 그냥 내버려두는 것은 마을 사람들도 반대하고, 위험한 일이었다.
지유는 아니더라도, 저 괴물인 다른 사람을 공격하지 말라는 법도 없으니까.
“그런데 베이더 씨. 이 아일 정말 팔 거에요?”
“아니 팔지 않고 여기서 죽여야 한다. 저 녀석은 사람을 12명이나 잡아먹은 괴물이다.
이 곳 함정의 바위에서 서식하는 최악의 괴물이다. 죽이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위험해진다.“
지유는 할 말을 잃은 채 괴물을 쓰다듬기만 했다.
원망이나, 원한을 베어서 같은 편으로 만들었다고 한들 괴물은 괴물.
저 것은 이 세계의 몬스터이다. 지능은 있지만 본능에 충실한 괴물.
애완동물은 고사하고 친구가 될 수 없는 녀석이다.
지유는 잘 모르겠지만 저 녀석은 함부로 동료가 될 수없는 설산의 악마라는 것은 변함 없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지유의 검의 능력은 유한한 것이 아니었다.
“디나. 저 소녀의 검이 소유한 능력은 횟수가 주어진다고 했지?”
[디나- 레벨이나, 능력치가 없기 때문에 잘 모르지만 매회 전투 때마다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횟수가 주어집니다. 확실치는 않지만 지금의 저 쥬베이란 검사가 쓸 수 있는 마음만을 벨 수 있는 횟수는 10번. 만약 전투에서 10번을 다 쓰면 더욱 강해지지 않는 한 다시 회복되지 않습니다.]
“그 10개 중에..1개를 지금 썼다는 거군.”
[디나- 네.]
사신 녀석. 상당히 어마어마한 패널티를 부여했다.
레벨이 오르지 않는[아니 이 꼬맹이는 레벨이 없었지.]한 다시는 채워지지 않는다니?
그렇다면 그 이후로 검을 휘두르면 상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검에 베인 생명체가 죽는 것이다. 그게 뭐가 되었든.
무언가 조치가 필요했다.
“이제 돌아가렴. 쿠하쨩.”
크루루루.
낮은 울음소리를 내는 쿠하텍을 올려다보며 지유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맹한 표정이 아닌, 뭔가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는 표정.
“베이더 씨 좋은 방법이 생각났어요.”
“....뭔데?”
“이 아이를 제가 설득해볼께요. 쿠하텍은 지능이 높아서 사람이 뭐라 하는지 알아들을 수도 있다면서요?! 그렇다면 제가 이야기해서 이곳을 떠나도록 할게요. 그럼 되잖아요?”
“얌마! 몬스터는 몬스터다. 그런 것이 가능하리라고...”
그리고 30분 후.
한참을 지유의 설명과 바디랭귀지를 보고 듣던 쿠하텍이 상처가 아직 덜 아문 날개를 펴 하늘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바람의 기류를 타며 글라이더처럼 사라져가는 쿠하텍을 나는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아니 쿠하쨩이라고 이름 지어줬으니 이젠 쿠하라고만 불러야 되나? 저 녀석만.
“아차~! 그러고보니!!”
발톱과 껍질...깜빡했다.
그날 오후 우린 바바리안에 도착했고, 성과 보수금은 하나도 받지 못했다.
제길슨!! 쿠하쨩인지 뭔지하는 요 놈. 만나기만 해봐라!!!
“뭘 멍하니 바라보는 거예요?! 오늘 떠나는 사람이 달걀 프라이 만들어주겠다는데 그냥 지켜보기만 할 뿐이에요?!”
아 미안. 나는 2달 전에 있었던 소동을 떠올리며 피식 웃어보였다.
정말 당당한 가슴(...오해 말라고!!)을 가진 소녀이다. 세상에 그 누가 설산 악마를
달랠 생각을 할까? 저런 바보 같은 소녀만이 가능하리라.
“그런데. 정말 떠날 것이냐?”
“네. 사신을 꼭 만나서 절 돌려보내 달라고 할 거예요.”
‘너무 무모해.’
그리고 정말 이 바보 같은 꼬맹이가 오늘 새로운 일을 시작해내려 한다.
그래. 여러분이 짐작하는 것이 맞다. 사신을 만나서 부탁을 할 거란다. 자신이 살고 있던
일본으로 돌려보내 달라나? 뭐라나?
이 철없는 중3(실은 고1이 될 몸)안대 소녀를 붙잡으려 했지만 그녀는 막무가내였다.
하다못해 이 마을보다 좀 더 안전한 엘프마을에서 지내다가 사신이 죽었다는 소식이 들리면 오라고 말했는데도...
‘싫어요. 그리고 아무리 그래도 사람을 죽이다니! 그건 안 될 말이에요.’
어이 인간이 아니라 신이라고. 신! 이 세계와 우리 세계의 죽음을 담당하는...
혹시 사신 녀석은 이런 시추에이션을 보려고 그녀를 불러들인 것일까?
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내가 만들어진 프라이 팬 위에 계란 두 개를 올려 놓고
있는 소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좀 아쉽군. 2달만에 간다니.”
그녀는 그동안 우리 회사(블랙 울프스사)의 속기와, 몇몇 제품들 확인, 건너편 가게 주인
키하스가 부탁하는 의뢰들을 맡아 일을 하여 스스로 2000골드란 돈을 벌어들였다.
내가 선물로 1만 골드가 들어가 있는 우리 사의 주식과 예금된 통장을 주겠다고 했으나
그런 것은 필요 없다며 자기 스스로 모은 것이었다.
바보지만 근성 하나는 끝내준다고 할까? 저 안대 소녀.
“짜잔~쥬베 후라이 완성!!”
“.......읔 이건!”
평범한 계란 프라이 두 개가 붙어 있는 것을 보며 나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소녀는 콧노래에 몸을 맡기며 치마를 벗어 던지고 식탁에 앉았다.
그녀 또한 쥬베 프라이를 가지고 있었다.
쥬베 프라이란 자신에게 안대를 가져다 준 코이노스케란 무사의 아이디어를
통해 개발해낸 자기만의 독특한 프라이란다.
두 개의 계란이 나란히 올라가 있는데 한쪽은 완숙, 다른 하나는 반숙이다.
밥과 함께 먹으면 맛있지만 초콜릿 맛 나는 토루 열매와, 복분자 쥬스, 토스트와
함께 먹기에는 좀 그렇다.
“반숙과 완숙. 어때요?”
“....그래도 난 어제 저녁에 먹은 친따오 야키소바가 더 끌리는데. 아아~아침부터
친따오하게 먹고 싶다고!“
“안돼요.”
베이더의 어른답지 않은 음식 투정에 지유는 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단호하게
저었다. 그러고는 냉장고에 넣어둔 것이 남아 있으니 점심이나, 저녁 시간에 꼭
챙겨 먹으란다. 가정주부 지유(?)의 방침에 베이더는 속으로 한숨을 내뱉으며
토루와 쥬베이 후라이를 씹었다. 그렇게 저 소녀와 함께 하는 마지막 아침식사가 끝났다.
“키킥. 밥 다 먹었냐?”
따르릉.
“아~내 자전거!!”
지유는 기뻐하며 조금 모습이 달라진 자전거를 바라보며 기뻐했다.
원래는 내가 고쳐주려 했던 것이지만 불행히도 난 자전거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원리만 대충 알 뿐 아무것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내 능력으로도 생산 할 수 없는 베어링의
부품 몇 개 때문에 외관만 고쳐 놓은 상태였다. 그런데 저 드워프가!!
역시 덜프 영감은 다르다!!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이놈아!! 난 할아버지가 아냐. 이래봬도 이제 겨우 100살만 넘겼다고.”
“네네~그러니까 할아버지 맞잖아요. 그리고 제가 아는 분은 300살이에요 300살!”
지유의 설명에 나는 피식 웃고 말았다.
한편으론 놀랐다. 지유가 말한 코이노스케란 사람, 그리고 키타레이와, 야규 프리샤 등등.
지유가 현실세계에서 만난 안대와 관련이 깊은 사람들은 전부 300년을 살아온
사람들이란다. 어떻게 인과의 법칙을 벗어난 자가 나온단 말인가?
혹시 이것도 전부 사신의 계획일까?
지유의 이런저런 과거 이야기를 듣다보면 가끔씩 골치가 아프다.
“그녀는 정말로..”
정말 가끔은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때문에 이 집에 오랫동안 붙잡아 두기 싫었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더욱 오래 붙잡고 싶었다.
이 집에서 유일하게 활발한 사람은 그녀 한사람뿐이니.
“그러니 더욱 보내야지.”
나의 원한, 원망을 위해서.
나의 혁명을 위해서 그녀를 더욱 보내야 한다.
일단은 다크엔 녀석이 둥지를 튼 엘프 마을에 들러보라고 추천은 해뒀다.
이후 그녀가 갈 길은 그녀가 알아서 가는 것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그녀의 여행계획을 보니 달다이라 시에도 가는 것 같다.
“아. 지유양. 잠깐 광장에 좀 다녀오지 않겠나? 그 자전거를 타고~다른 사람들에게
자랑 좀 하게. 자네가 잘만 자랑 한다면 나와 저 베이더가 만든 자전거란 상품이
새로운 인기를 끌 수도 있다네! 후훗!“
그럼 그렇지 저 머릿속에 돈밖에 안 든 드워프 영감.
지유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거절 할 줄을 모르는 바보 같은 소녀다. 분명 드워프의 설명도 한 귀로 듣고,
한귀로 흘렸을 것이다. 지유가 자전거를 몰고 광장 쪽으로 사라지자 드워프가
다가왔다. 동시에 벽 뒤에 숨어 있던 리자드맨과 오크, 엘프 한명이 나타났다.
건너편 가게에서 차를 마시고 있던 선글라스를 쓴 남자도 다가온다.
“취리릭. 베이더! 물량 주문/생산도 전부 완벽하게 끝냈다. 제조 사원들은 일단 하루
쉬게 만들었고, 모두들 전쟁 준비 중이다. 취익.“
“마스터. 태양열 발전소도 체크 완료되었습니다. 기후를 마법으로 측정해본 결과 약 2주간은 맑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마을의 오크들의 총책임자와 다크엘프의 친절한 설명에 나는 고맙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드워프 영감이 실실 웃으며 나의 무릎을 툭툭 쳤다. 그를 내려다 보자 그는
아주 희한하게 생긴 물건을 들고 있었다. 그러나 난 이 물건의 이름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왜냐면 나의 세계에서 썼던 물건이니까.
“오크, 인간사원들은 케논 프레셔 시험장에 가서 훈련 중이다. 다른 이들은 마을의 치안을 담당함과 동시에 마을 사람들을 돌보고 있다. 모두들 저 소녀만 떠나면 전쟁을 하겠다는 너의 의지에 환호하고 있다. 군용 캐논 프레셔와 이것만 있다면 문제는 없지.”
“후훗. 덜프 영감님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하얀색 로브를 걸치고, 선글라스를 쓰고 있던 남자가 선글라스를 벗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눈은 신기롭다 못해 인간과 다르다는 느낌이 드는 자였다. 그는 보라색 눈을 번뜩이며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정말 인간이 아니라는 느낌이 드는 자였다.
“바질리스크 인 특수부대는 준비되었나요? 마크씨.”
“에로우 타워 MK3, SKS가 준비되어 있답니다. 사장님. 준비는 완료입니다.”
“알았어요. 지유양이 떠나면 그 때부터 시작하죠. 후훗.”
나는 미소를 지으며 흔들 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오옷!
마침 마을 신문이 있군.
“엇 이것은!!”
“왜 그러나 베이더?”
“아, 아뇨 아무것도..”
후훗. 이거 제법 재미있는데? 앞으로도 신문은 자주 읽어야겠어.
안락의자 곁에 올려둔 신문에는 여러 가지 잡다한 사설들과 함께
아주 흥미로운 소식 두 가지가 있었다. 한 가지는 제로스 대륙을 뒤흔든 어마어마한 사건.
다른 한 가지는 가난한 자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소식이었다.
[대회 우승자. 수퍼파워를 선보인 섹시 다이너마이트 ‘시아’]
[제국의 부패관리 3명. 아타락시아의 4괴인 중 한명의 신기한 마법공격을 받고
사망. 제국이 발칵 뒤집히다.]
베이더는 제로스 대륙에 널린 플레이어들의 행동에 키득거리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산소호흡기를 통해 토해내는 그의 거친 숨소리가 연구실을 가득 메웠다.
댓글목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