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죽여야 하는 남자, 사랑을 해서는 안되는 여자 - [상] > 소설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소설

사랑을 죽여야 하는 남자, 사랑을 해서는 안되는 여자 - [상]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카이얀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댓글 2건 조회 335회 작성일 02-12-17 20:09

본문

[상]



울산의 중구청 근처의 시가지에서 총격전이 일어났다. 민군과 정부군과의 총
격전이었다. 정부군의 학익진식 좁혀 압박하기 공격에 민군은 낡고 허름한 건
물 속으로 숨어들어 조형물 등 따위의 뒤에 숨어서 화염병으로 정부군을 견제
하고 있었다. 그러나 온갖 지독한 훈련을 받으며 정신을 강철같이 단련시키고
육체를 벽돌로 집을 짓듯이 튼튼하게 단련시킨 정부군들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정부군은 민군을 파리채로 파리 잡듯이 제압해갔다.

게다가 이 정부군은 모두 유탄발사기가 달린 M-203이라는 M-16의 개량형 자
동소총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니 쨉이 안 될 수밖에.

정부군은 허름한 건물 속에 숨어든 민군을 완전히 포위했다.

“준비! 발사!”

소대장 같아 보이는 군인의 명령에 정부군은 일제히 유탄발사기로 유탄을 마
구잡이로 발사해댔다. 쾅! 쾅! 하는 폭탄 터지는 소리에 민군들은 허름한 건물
과 함께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연기가 자욱이 일어나며 그 옛날 어이없게 무너진 삼풍백화점처럼 허름한 건
물이 무너져 버렸다. 정부군은 M-203을 들고 무너진 건물을 수색하기 시작했
다.

“으으…….”

한 민군의 신음소리가 들렸다. 콘크리트 덩어리를 파헤치던 한 정부군이 살아
있는 민병 한 명을 발견했다. 정부군은 일제히 그 민병을 향해 모여들며 M-
203을 겨누고 있었다.



탕!



소대장으로 보이는 군인이 신음소리를 내뱉는 인명의 머리통에 구경20미리
의 총알을 아무렇지도 않게 박아버린다. 그리고는 담배 한 개비를 물며 라이터
로 불을 붙이며 구경20미리 리볼버식 매그넘을 주머니에 넣고 무전기를 꺼내
어 대화한다.

“중구 쪽은 다 진압했습니다. 이제 북구와 온산공단을 진압하면 모든 게 끝납
니다. 온산공단 쪽은 마지막에 공략하도록 하겠습니다.”

대화를 끝낸 소대장은 부하들과 함께 울산시청으로 철수해 버렸다.



위에서 신음소리를 내뱉던 민병의 머리통에 아무렇지도 않게 총알을 박아버
린 소대장의 이름은 한철호. 나이는 33세. 날카롭게 찢어진 눈매와 카리스마
가 넘치는 눈동자, 뚜렷한 이목구비, 군인들의 전형적인 빡빡머리, 등빨 좋고
키가 큰 체격을 가진 건장한 사내였다. 한철호란 남자는 같은 전우들조차 두려
워하는 냉혈한이었다. 항상 최전선에 나서서 화염병으로 저항하는 민군들의
몸뚱아리에 가차 없이 총알을 마구잡이로 박아대고도 죄책감을 전혀 느끼지
않는 피도 눈물도 모르는 진정한 냉혈한이었다.



전국적으로 정부에 대항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썩어빠진 정부와 과도한 세
금, 상류층과의 극심한 차별대우에 대한 저항이었다.

그러나 이런 저항은 송골매 부대라는 정부가 약 6개월간 공들여 만든 초강력
특수부대에 의해 단 5일 만에 민군들의 본거지까지 모두 쓸어버렸다. 그러나
단 한 곳, 울산은 저항이 매우 극심하여 쉽사리 공략하지 못했다. 공업단지가
밀집된 곳, 한번 폭발하면 울산 전체가 날아가는 수준의 폭발력을 내는 온산
화학공단이 있는 곳, 원자력 발전소가 있는 곳. 이런 요소들 때문에 아직까지
는 울산을 선뜻 공략하지 않고 있었다.



“모두 시청으로 철수한다.”

한철호는 부하들을 방탄 처리된 장갑차에 태우고 자신은 자가용 장갑차를 타
고 울산시청을 향했다. 그는 운전을 하며 방탄 처리된 유리창 너머로 비춰지
는 성남동을 보았다. 그 옛날에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시내는 이제 민군의 시체
들이 널린 냄새나는 거리로 변해버렸다. 건물은 균열 투성이의 무너지기 직전
의 폐가처럼 변해버렸다.

도보에는 사람 한 명 돌아다니지 않았다. 송골매부대 소속의 군인들만이 M-
203을 메고 돌아다닐 뿐이었다.

장갑차가 시청 앞에 도착하자, 한철호는 장갑차에서 내렸다. 군인들은 장갑차
에서 내려 질서정연하게 시청 앞에 정렬했다. 한철호는 그들 앞에 곧은 자세
로 서 있었다.

시청의 정문에서 머리가 훌러덩 까진 땅딸보 중년의 남자가 단정한 차림의 젊
은 여자들을 데리고 나타났다. 그는 울산시장이었다.

울산시장은 한철호를 보자 허겁지겁 뛰어오며 그의 손을 어루만져주며 말했
다.

“항상 수고하십니다.”

“별말을.”

“저희가 항상 애쓰시는 군인 여러분들을 위해 작은 행사를 준비했습니다. 시
청 지하실에서 실컷 피로를 푸시기 바랍니다.”

시장은 한철호의 옆에 여자들을 붙여주며 그와 군인들을 시청의 지하로 인도
했다. 한철호는 진드기처럼 달라붙어 기계처럼 껌을 쫙쫙 씹어대는 여자들을
내쳐버렸다. 그리고 지하의 넓은 나이트클럽에 있는 빈자리 중 아무데나 앉아
말없이 깡소주를 마셔댔다.

군인들이 모두 앉자, 거의 나체로 나온 여자들의 스트립쇼가 펼쳐졌다. 군인
들은 휘파람과 환호성을 질러대며 기뻐했다. 분위기가 고조되자 스트립 걸이
군인들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들은 아예 웃통을 벗어던지며 흥분의 도
가니를 감추지 못했다.

3병을 마시고 조금 취한 한철호는 사람들의 꼬락서니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아니면 기분전환하러 가는지 나이트클럽을 나가려 했다. 이 때, 시장이 그의
손을 잡으며 밖으로 나가려는 그를 말렸다.

“좀 더 놀다가시죠. 그냥 가시면 제가 섭섭합니다.”

한철호는 시장의 손을 뿌리치며 갑자기 그의 멱살을 잡아 들어올렸다.

“왜, 왜 이러십니까?”

“청렴결백해야 하는 곳에다 지하에 나이트클럽을 짓다니. 제정신이 아니군.
국민들의 피와 살을 거머리처럼 빨아내어 자기 배만 채우려 드는 네놈이 정말
역겹다. 그리고 잘 보이기 위해 그런 대접을 하면 우리가 너희들을 봐줄 것이
라 생각하나?”

한철호는 시장을 바닥에 내던지며

“꼴도 보기 싫으니 어서 꺼져라.”

라고 말하며 바깥으로 나가 버렸다. 그 뒷모습을 보는 시장은 이렇게 중얼거
렸다.

“낸들 어쩌란 말이야. 다 살기 위해서 하는 짓인데. 네놈이 민군을 죽이는 것
도 내가 이러는 것도 다 살고자 하는 짓이야. 민군이 너 같은 놈에게 대항하는
것도 살고자 하는 것이지.”

시장은 뒷맛이 씁쓸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이트클럽으로 들어갔다.



바깥으로 나온 한철호는 자가용 장갑차 안에 들어갔다. 그는 짐칸에서 사복
을 꺼내어 군복을 벗어던지고 사복으로 갈아입었다. 그의 모습은 무자비한 살
육을 일삼는 송골매부대 소대장에서 갈색의 재킷과 바지를 차려입은 평범해
보이는 아저씨로 바뀌었다. 한철호는 지갑에서 군인 신분증을 빼내어 군복 바
지 주머니 속에 넣고 장갑차에서 나왔다.

그는 시청을 나와 주위를 둘러보았다. 경제활동이 엿보이는 빌딩들은 이제 민
군의 바리케이트로 쓰일 가능성을 안고 있는 허름한 건물로 바뀌어 버렸다. 전
국의 모든 건물들이 모두 같은 꼴이었다. 서울의 63빌딩이 서울의 민군 최후
의 저항을 위한 바리케이트로 쓰였을 때, 정부군은 명물이라 할 수 있는 63빌
딩을 과감히 파괴해버렸다. 이로 인해 63빌딩에 모두 집결했던 서울의 민군 10
만여 명이 모두 사망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남산타워는 그 전에 벌써 파괴되었
다. 전국의 이름난 건물들이 모두 민군의 은신처 등으로 이용되었다가 정부군
에 의해 파괴되어 버렸다.

한철호는 지금까지 전국을 돌아다니며 자신의 소대를 이끌고 많은 사람들을
수없이 죽여 왔다. 일반인은 물론 노약자, 임산부, 저항할 힘도 없는 장애인,
심지어는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와 갓난아기까지 죽였다. 현재 한국의 국
민은 모두가 민군이라고 봐야 된다. 학생도 교사도 애도 어른도 여자도 남자
도 노인도 가릴 것 없이 모두 민군이다. 그들은 썩어빠진 정부에 불만이 쌓일
대로 쌓인 사람들이다. 그들의 육체는 폭탄이 되고 그들의 정신은 또 다른 폭
탄을 만들어 낸다. 장차 정부를 박살낼. 아니, 한국이란 나라를 통째로 날려버
릴 위력을 자랑하는 핵폭탄을……

그는 착잡한 마음으로 담배 한 개비를 꺼내어 불을 붙여 피웠다. 그리고 군인
전용으로 바뀐 녹색 택시를 잡아탔다.

“암호는?”

운전기사가 경계심이 가득하고 약간 괴이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송골매.”

한철호가 대답했다. 운전기사는 이내 경계심을 풀어버리고 피식 웃어 보이며
물었다.

“어디로 갈까요?”

“당신 기분 내키는 곳으로.”

“그럼 공업탑 로타리로 데려다 드리죠. 벨트 꽉 붙들어 메쇼잉~”

운전기사는 엑셀레이터를 밟아 차 한대 없는 썰렁한 도로를 시속 140km가 넘
는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세상이 악에 받치는 듯한 심정으로 히이하~ 하는
괴성을 질러대는 운전기사와 미친 듯이 매연을 뿜어대며 엔진을 거칠게 회전
하며 질주하는 택시와 일체가 되어 도로를 질주하고 있었다. 한철호는 조용히
입을 다물고 팔짱을 낀 채 가만히 있었다.

운전기사는 공업탑 로타리에 위치한 명성음악사란 곳 근처에 차를 대어 한철
호를 내려 주었다. 그의 얼굴은 롤러코스터의 엄청난 속도감을 맛보고 난 뒤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 사람 같았다. 그는 운전기사에게 요즘 2200원을 건네주
자, 운전기사는 그 돈을 잽싸게 받아 챙기고 빠르게 달려가 버렸다.

때는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기였다. 도보에 있는 가로수 주위에는 낙엽
이 수북이 쌓여 쓰레기가 되어가고 있었다. 약 10년 전만 해도 활기를 띄었던
공업탑 로타리 주변도 시청 근처와 상황이 똑같았다. 슈퍼마켓이나 음악사 같
은 군사적으로 이용가치가 떨어지는 업체는 민간인이 운영할 수 있지만, 공구
집 같이 군사적으로 이용가치가 조금이라도 높은 업체는 군인이 운영한다. 금
속으로 총 등의 무기를 만들어내어 군사적으로 쓰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
서였다.

한철호는 갈색 재킷 속에 있는 시디플레이어를 꺼내어 흠집이 많이 가 있는
음악시디를 넣고 재생시키고 이어폰을 꽂아 들었다. 그는 정서적인 안정을 위
해 뉴에이지 같은 조용한 음악을 듣는다. 기분을 가라앉히는 용도로 음악을 들
으며, 디스코나 댄스같이 흥분을 유발시키는 음악은 가급적이면 피하는 편이
었다. 그는 어떤 행동을 하든 간에 마음가짐은 차분하고 침착했다.

그가 음악을 들으며 명성음악사 안으로 들어갔다. 음악사 안에는 음악시디와
기타나 드럼 같이 락 그룹에 쓰이는 악기들이 질서 있게 배열되어 있었다. 제
법 나이가 들어 보이는 아줌마 주인이 “어서오세요.” 라고 공손히 인사했다. 한
철호는 음악시디들을 하나씩 세밀하게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의 빛나는 검은 눈동자는 앨범 자켓의 겉표지 그림을 보는 게 아니고 혹시
나 수상한 물품이 없나 살펴보는 듯했다. 그가 시디를 모두 보는 데만 1시간이
넘게 걸렸으며, 그가 시디 하나를 고르는 순간 그 꼴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
보던 주인은 숨넘어갈 듯이 답답해하다가 한철호가 시디 하나를 고르자 그동
안 축적했던 숨을 한번에 뱉어내었다.

한철호는 주인에게 시디값 ·13500원을 내어 주었다. 그가 골랐던 시디는 약7
년 전에 발매되었던 엔야란 뉴에이지 아티스트의 베스트 앨범이었다. 그는 시
디플레이어를 꺼내어 음악시디를 갈아 끼우고 재킷 속에 케이스와 함께 시디
플레이어를 넣어 음악을 들으며 음악사를 나왔다.

그는 입에 물고 있던 담배의 길이가 줄어들자 침을 뱉듯이 퉤 소리를 내며 바
닥에 버리고 발로 바퀴벌레를 밟아 죽이듯이 짓눌러 비비며 담뱃불을 껐다.

그는 또 담배 한 개비를 꺼내어 입에 물고 불을 붙여 피우며 길을 걸었다. 그
는 불도 깜빡이지 않는 건널목 신호등을 보았다. 빨간색 부분이 돌에 맞은 것
처럼 깨져 있었다. 도로의 신호등도 마찬가지였다.

“사람이 돈을 잡아야 되는데…… 돈이 사람을 잡으니…….”

그는 담배를 피우다 길바닥에 내던져 버리며 중얼거렸다. 그의 얼굴에는 공허
함이 가득했다. 주위를 보면 볼수록 그의 얼굴은 더욱 더 공허함이 쌓이는 듯
했다.

해는 중천에서 서쪽으로 기울어가면서 강한 빛을 발산하고 있었으나 아무도
없어 생기가 사라진 도시는 새벽녘의 고요한 밤거리 같았다. 간혹 들락날락하
는 군용차량이 간간히 눈에 띌 뿐이었다.

그것은 당연했다. 정부가 민군과의 전쟁을 선포한 마당에 민간인들이 눈에
띌 리가 없었다. 생활용품을 팔아먹는 민간인들이 있지만, 이들은 정부의 제약
을 상당히 많이 받는다. 이들은 세금을 많이 내는 대신에 그 답례로 정부군의
보호를 받는다. 한철호가 들렀던 명성음악사도 그렇다. 이처럼 정부의 보호를
받는 업체의 주인은 돈 많은 부르주아이거나 민군의 정보통 역할을 하거나 전
쟁에 찌들려 편안히 살고자 하는 인간이거나 같은 군인조차도 모르게 민간인
으로 위장한 정부군 중에 하나다.

어쨌든, 한철호는 울산대공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는 대공원의 벤치에 앉
아 조용히 음악을 들었다. 울산대공원의 입구는 폭탄 따위에 공격당해 허물어
져 있었다. 지금은 무료 개방이나 다름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올 사람은 없다.
아니, 사람은 아예 올 리가 없었다. 전쟁인 때에 누가 한가하게 대공원으로 산
책하러 나오겠는가?

한철호는 몸을 일으켜 발걸음을 대공원 안으로 향했다. 대공원의 분수대는 고
장나서 현란한 분수 쇼를 선사해주지 못했다. 잡초는 관리인이 없어서 제멋대
로 삐져나와 보는 이의 눈살과 미간을 찌푸리게 할 정도로 지저분하고 정리가
안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런 정리가 안 된 공원의 생태계는 시장통처럼 활발히 돌아가고 있었
다. 먹이사슬도 활발히 돌아가고 있었다. 벌레가 풀을 갉아먹고 참새가 벌레
를 쪼아 먹는다. 주위의 영향을 받지 않고 순리에 삶을 맡긴다.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인간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인간은 순리를 거슬러 올라가려는 탓에
서로 헐뜯고 싸우는 대립과 갈등 같은 현상들이 끊임없이 발생한다. 그래도 인
간들은 그런 짓거리를 멈추지 않는다. 더 나은 생활이란 껍데기에 쌓인 이기주
의라는 알맹이 때문에 말이다.

한철호는 대공원의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생물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그들은 모두 한 가지 행동만 한다. 본능적인 행동 하나뿐이다. 그
러나 그들은 그런 행동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변화가 없지만 그
에 따른 충돌과 피해가 없다. 여기서 인간은 이런 점을 배워야 한다. 정해진 대
로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살아간다면 얼마나 편안해질 것인가? 충돌도 없
고 피해도 없을 것이다.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옛말이 있다. 이 말은 즉, 계급
도 싸움도 없는 본능만을 추구하며 살았던 아주 평등한 원시시대로 돌아가자
는 뜻이다.

그는 문득 학창시절 때 배웠던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러나
그는 그 말을 기억 속으로 묻어 버렸다. 그런 말을 해봐도 아무 소용이 없다.
쌀이나 밥을 줄 리가 없다. 사람들은 불편하기 짝이 없는 원시시대보다 말 한
마디와 컴퓨터만 있으면 뭐든지 다 되는 지금이 좋다고 그럴 것이다.

한철호도 그러기는 마찬가지였다. 부싯돌로 열나게 부딪쳐서 불을 붙이는 원
시시대보다 라이터 한번 켜면 불을 오랫동안 낼 수 있는 지금이 더 낫지 라고
속으로 말했다. 그는 때 아니게 원시시대와 현재를 비교분석하며 공원을 걸어
갔다.

그는 위쪽으로 난 길로 걸어가다가 콜로세움 형의 광장에 발길이 옮겨졌다.
중앙에는 먹이를 찾으러 오리걸음을 하는 비둘기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한철호가 비둘기 쪽으로 향해 걸어가고 있을 때였다. 문득 그의 눈에 비둘기
들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 여자가 비춰졌다. 그는 귀에 꽂힌 이어폰을 빼내어
그쪽으로 걸어갔다.

그 여자는 연두색 머플러에 갈색의 니트와 치마를 입고 있었다. 가슴까지 내
려오는 생머리에 해맑아 보이는 갈색 눈동자와 청순해 보이는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나이는 대략 스물여섯으로 보였다.

그 여자가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다가 한철호의 얼굴을 보았다. 한철호 역시
자신을 보고 있는 여자를 보았다. 둘이 서로를 보고 있는 동안에 먹이를 다 먹
은 비둘기들은 하늘 높이 날개를 푸덕이며 날아가 버렸다.
 

댓글목록

profile_image

GodOfGods님의 댓글

GodOfGods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음냐 ~_~;; 이야기의 시작이닷 ㅎㅎ..;;

profile_image

카리군님의 댓글

카리군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후우..확실히 잘쓰셨네요..후훗..우움...예상대로...쩝...요즘엔 판타지쓰는 게 슬럼프인듯.ㅠㅠ 아 젠장.ㅠㅠ슬럼프 슬럼프.ㅠㅠ

Total 2,713건 146 페이지
소설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538 카이얀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361 12-17
537 후우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364 12-17
536 카이얀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334 12-17
열람중 카이얀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336 12-17
534 ♡베르짱™♡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8 12-17
533 카이얀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377 12-17
532 빛과 소금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390 12-17
531 카리군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4 12-17
530
순환 05 댓글4
ksodien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6 12-17
529 ★귀폭★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621 12-15
528 빛과 소금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399 12-15
527 ★귀폭★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360 12-15
526 NTZ™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582 12-15
525 빛과 소금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369 12-15
524 커스리다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8 12-15

검색

회원로그인

회원가입

접속자 집계

오늘
886
어제
919
최대 (2005-03-19)
1,548
전체
780,539
네오의 오! 나의 여신님.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