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신의 공간 - 에피소드2. 퀘스트는 완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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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와아아아악!"
눈앞의 좀비들을 보면서 하이드는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아무래도 오늘의 감정날씨는 너무너무 강력한 허리케인~ 정도쯤 되는 기분일테니까. 시엘의 얼굴도 그다지 좋아보이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래, 정확히 말하자면 귀찮음과, 그리고 약간의 부담스러움이 함께 녹아든 표정이었다.
"이런 대낮에도 어기적어기적 기어나오는 것을 보니, 데이워커로군. 시엘 자네의 신상심으로도 힘들겠는데?"
"시끄러워. 데이워커라면 차라리 구울쪽이 한결 낳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구울의 경우 강력한 마비마법을 쓴다지만, 신앙심의 일격 한방이면 바로 정화되는 녀석이니까. 하지만 데이워커 급으로 들어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신성한 힘에 대한 저항력이 강하기 때문에, 턴언데드 급이 아닌 이상 그 유명한 좀비 킬링마법 힐(Heal)로도 잡을 수 없는 녀석이다.
"힐을 주면 오히려 회복한다지."
"잘 알고있네 하이드. 오늘은 왠지 금방 끝내긴 힘들겠어."
시엘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하이드는 그대로 앞을 향해서 돌진했다. 그리고 맨 앞에서 철퇴를 들고서 저벅저벅 걸어오는 오크좀비를 그대로 썰었다.
콰드득!
썬다기 보다는 거의 부러뜨리는 식이었다. 칼을 칼처럼 다룬다기 보다는 몽둥이를 휘두르는 감각과도 같은 그 몸짓은 매우 우스꽝 스러웠지만, 광전사라는 직업명만큼 가장 확실한 힘을 보여주는 동작이었다. 솔직히 사람보다 튼튼한 오크의 골격을 저렇게 부러뜨린다는 것은 광전사의 힘이 얼마만큼 강한지를 보여주는 일례이다.
철퍽!
하이드는 손에 묻은 피를 자신의 가슴에 발랐다. 그러자 하이드의 주위로 붉은 오오라가 희미하게 번져나왔다.
"피의 문신(Blood Tatoo) 개방!"
한편 시엘은 부패가 덜한지 뛰어오는 좀비를 바라보며 방패를 내밀었다. 좀비는 방패를 보자마자 손에든 도끼로 찍어내렸다. 하지만 도끼는 방패면을 따라서 절묘하게 미끄러져 내렸고, 시엘은 도끼가 미끄러져서 허우적 거리는 좀비를 칼로 찌른뒤, 꼬치가 된 좀비를 빼내기 위해서 발로 뻥 차버렸다. 그러자 좀비는 뒤로 멀찍이 날아가서 다른 두 좀비를 덮친후에야 비행을 마감할 수 있었다.
하이드는 계속해서 피를 발라가면서 거칠은 싸움을 지속하고 있었다. 그러나 워낙에 수효가 많아서 하이드의 몸 곳곳에는 길게 베인 상처가 있었다. 광전사답게 상의는 몇조각의 끈으로 연결된 흉갑이 전부였고, 하의도 질긴 리저드맨 가죽으로 만든 옷이라서, 방어력은 그다지 기대할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저렇게 거칠게 전투를 할 수 있는 것은 하이드의 노련한 실력과, 그리고 피의 문신이 끼치는 영향이 컸다.
"상처 봉합!"
시엘의 외침에 하얀빛이 하이드의 상처에서 뿜어져 나오더니 이내에 상처는 말끔하게 아물었다. 한편 시엘은 간간히 상처봉합을 외쳐가면서 방패를 이용해서 좀비들의 공격을 막고서 검을 이용해서 좀비들의 머리와 가슴을 집중적으로 잘라내고 있었다.
전투가 한참 무르익어갈 무렵, 뒤쪽에서 음침한 네크로맨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으흐흐흐흐흐~ 좋은 시체를 찾았습니다. 아마도 여기 사랑스러운 부하들의 살아생전의 상전같으신데, 죽어서도 그들의 상전으로 만들어 드리지요. '나 어둠의 계약자. 네크로맨서 아크리도의 부름에 응답하라. 그리고 이 자리에서 되살아나라! 듀라한!'"
"듀, 듀라한!?"
시엘의 비명같은 외침이 들려오고, 네크로맨서로부터 싸늘한 바람이 거세게 몰아쳐나왔다. 그리고 그 강풍사이로 일어선 것은 자신의 목을 옆구리에 들고서 있는 묵빛의 갑옷을 입은 오크족의 대장이었다. 시엘은 질끈 입을 다물며 근처의 좀비들을 방패로 멀찌감치 밀쳐버렸다. 하이드 역시 싸움에 중독되어있다가, 갑작스러운 한기에 싸움을 멈추고 듀라한이 있는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맙소사. 저 자식. 아주 희한한 걸 다 부르네. 이번엔 내머리 귀신이냐?"
하이드의 썰렁한 농담에 시엘은 버럭 소리를 지르면서 말했다.
"이런 멍충아! 저건 중상급 언데드인 듀라한이야! 일명 목없는 검사. 정말이지 대책이 없군. 저 녀석 한마리만으로도 우리 둘다 넉다운 될텐데."
"크흐흐흐흐흐~ 이런이런, 벌써부터 겁을 먹으셨나요? 좋습니다. 배려를 해드리죠. 얘들아 너희들은 물러나거라."
네크로맨서는 일반 좀비들을 뒤로 물렸다. 좀비들이 뒤로 물러서자, 자연스럽게 넓은 공터가 나타났다. 그 가운데로 듀라한은 저벅저벅 걸어들어왔다. 그리고 아무말 없이 옆구리에 들고 있은 머리를 들어서 시엘과 하이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당신들이 이 듀라한을 이긴다면, 오늘은 제가 물러나겠습니다. 물론, 당신들이 원하던 사랑스러운 부하들의 무기들도 다 드리지요. 어차피 이런 무기들은 쓸모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진다면 당신들 역시 이 듀라한처럼 될껍니다. 후후훗───"
지독한 악취미. 시엘과 하이드는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서로를 바라보다가 곧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둘은 서로 등증맞대고 섰다. 그리고 한손을 올리고서는 가볍고 활기찬 목소리로 외쳤다.
"짱껨보!" / "짱껨보!"
"────."
네크로맨서도 잠깐 할말을 잊고서 둘을 바라볼 뿐이었다. 가위바위보의 결과는 하이드가 주먹으로 승리했다.
"훗! 남자는 주먹이지."
"어이~ 하다가 힘들면 교체해 줄께."
"걱정마셔!"
둘의 여유만만한 태도에 네크로맨서는 약간 기분이 상한듯이 아까보다 낮아진 저음의 목소리로 말했다.
"굉장한 자신감이군요. 제 듀라한을 이길 수 있습니까?"
그러자 시엘은 가운데 손가락을 살며시 들어보이며 성검사의 입에서 나올리가 없는 말을 했다.
"Holyshit! F■■king your as Hole!"
"이, 이익! 듀라한 상관하지 말고 마음껏 유린하거라!"
"끼아아아아아아아악!"
칠판을 긁는 듯한 목소리에 하이드는 인상을 찌푸리며 거칠게 듀라한을 향해서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듀라한의 몸을 검으로 내려쳤다. 엄청난 기세에 듀라한의 몸통은 그대로 잘려나갈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까아아앙!
"오, 장난 아닌데. 이거 완전히 철이잖아?"
하이드는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네크로맨서는 피식 웃으면서 손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듀라한은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움직여 하이드의 뒤로 돌아갔다. 하이드는 순식간에 자신의 등뒤로 와있는 듀라한을 보며 당황한 것인지 약간은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듀라한의 검은 용서없이 하이드의 등을 갈랐다.
푸화아아악!
피가 뿜어져 나오고 하이드는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네크로맨서는 만족스럽게 웃으면서 시엘을 바라보았다. 시엘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그리고는 방패를 들어올려 뭔가를 막는 것처럼 보였다. 네크로맨서는 그런 시엘의 현상이 필시 듀라한에 대한 공포라고 생각을 하고서 만족스럽게 웃기 위해서 숨을 들이켰다.
"크와아아아아아아앙!"
대지가 흔들릴 정도의 거친 포효소리에 좀비들은 서로 엉겨붙으며 넘어졌고, 네크로맨서도 엉덩방아를 찧었다. 듀라한은 넘어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쓰러지지 않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단지 시엘은 굳게 가드를 지킨채 서있을 뿐이었다.
"뭐, 뭡니까?"
시엘은 가드한 사이로 여전히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광전사가 있는피 없는 피를 온몸에 뒤집어 쓰면 뭐가 되는지 아냐?"
"무슨 소립니까? 광전사라니? 그런 클래스가 있습니까?"
"너 인간── 아니 플레이어 였냐? 지독한 악취미를 가진 인간이군. 못들어 봤다면 잘봐둬라. 그리고 조심하는게 좋을껄? 성검사의 뛰어난 가드실력으로도 저건 도저히 막기 어렵거든."
하이드의 육신이 일어섰다. 자신의 몸에서 흘러나온 피와 좀비들의 피가 뒤섞여 온몸을 뒤덮고 있는 하이드의 눈동자는 없고, 눈은 노랗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뒤에 서있는 듀라한을 보자, 그대로 점프. 듀라한의 어깨를 잡고서 그대로 지면으로 내리밖아버렸다. 듀라한은 잡힌 순간부터 어깨부위의 갑옷이 완전히 깨어져 버렸고, 땅바닥에 밖히자 주위로 파편이 잔뜩 튀어나왔다. 파편과 먼지가 가라앉자, 보이는 것은 온몸이 파열되어 검붉은 피를 흘리는 듀라한과, 그 피를 온몸에 바르며 포효하는 하이드의 육신이었다.
"히, 히이이익!"
네크로맨서는 갑작스레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움직임을 보여서일까? 하이드는 엄청난 속도로 네크로맨서를 향해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전에 네크로맨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듯이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이번에는 방심했지만, 다음에는 호락호락하지 않을껍니다."
찌이익!
시엘은 실책한 듯이 혀를 한번 차며 말했다.
"칫! 귀환 스크롤인가?"
하기사 저정도의 네크로맨서가 귀환 스크롤 한장정도는 만들어서 가지고 다니겠지. 라고 시엘은 중얼거렸다. 그러나 앞으로의 상황이 더 문제였다. 저 하이드 녀석의 공격을 막아야하는 것이다. 가드를 더욱 견고히 하며 시엘은 바위 앞에 몸을 고정시켰다. 좀비들은 주인이 없어지자, 움직임을 보이는 하이드에게 덤벼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오히려 불로 뛰어드는 불나방과 같았다.
퍼억! 퍽! 빠각! 우지직!
하이드의 육신은 정말 원없이 좀비들의 육신을 찢어발기며 파괴욕구를 충족시켜나갔고, 이내에 모든 좀비들을 다 찢어발겨버렸다. 그리고 남은것은 하얀 방패를 굳게 기켜든 시엘뿐이었다.
"오, 신이시여. 제발 이 가드가 풀리지 않게 해주세요."
* * *
"응?"
하이드는 멍한 표정으로 굳어버렸다. 그리고 눈앞에 단단히 버티고 있는 하얀 방패를 보면서 말했다.
"뭐하냐?"
"윽! 너 정신차린거냐?"
"──하아? 넌 대체 뭐하는거야? 그리고 등에 왜 이렇게 큰 상처가. 야 임마! 좀 치료해줘."
그러자 시엘은 있는 힘껏 하이드의 머리에 무적을 내리꽂으며 말했다.
"네 녀석 때문에 내가 몬산다 아이가! 그러게 내가 상대했으면 이 고생 없잖아!!"
"으허억! 야임마! 아프잖아! 상처나 치료해주고 치든가! 아야야야야야!"
* * *
"많이도 가져왔네. 정말이지 너희둘은 대단한 녀석들이야."
거의 파괴되기 일보직전의 수레를 보면서 쿠이나는 하이드와 시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둘의 얼굴은 헤벌레~ 한 표정과 너무나 흡사했다. 그 순간, 상점문이 벌컥 열리면서 시아가 들어섰다.
"거기 두 늑대!"
"허업? 시아? 너 어떻게 걸어다니는──"
"감히 나만 빼두고 돈을 벌겠다는 거냐!"
"히이익!"
"이야아아아!! 흠냥?"
그러나 시아는 그대로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 눈은 여전히 회오리모양. 시엘과 하이드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시아를 바라볼 뿐이었다. 쿠이나는 피식 웃으면서 둘에게 각각 3000골드씩 건네주었다.
"자아, 엄청나게 가져왔으니, 보상도 엄청나게. 수고했어~"
"옙! 쿠이나씨!" / "옙! 쿠이나씨!"
둘은 똑같이 말하고 똑같이 허리를 90도로 굽혀 인사한 뒤에 똑같이 시아를 양쪽에서 부축하고 나갔다.
다음타자는 다크엔젤..
눈앞의 좀비들을 보면서 하이드는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아무래도 오늘의 감정날씨는 너무너무 강력한 허리케인~ 정도쯤 되는 기분일테니까. 시엘의 얼굴도 그다지 좋아보이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래, 정확히 말하자면 귀찮음과, 그리고 약간의 부담스러움이 함께 녹아든 표정이었다.
"이런 대낮에도 어기적어기적 기어나오는 것을 보니, 데이워커로군. 시엘 자네의 신상심으로도 힘들겠는데?"
"시끄러워. 데이워커라면 차라리 구울쪽이 한결 낳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구울의 경우 강력한 마비마법을 쓴다지만, 신앙심의 일격 한방이면 바로 정화되는 녀석이니까. 하지만 데이워커 급으로 들어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신성한 힘에 대한 저항력이 강하기 때문에, 턴언데드 급이 아닌 이상 그 유명한 좀비 킬링마법 힐(Heal)로도 잡을 수 없는 녀석이다.
"힐을 주면 오히려 회복한다지."
"잘 알고있네 하이드. 오늘은 왠지 금방 끝내긴 힘들겠어."
시엘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하이드는 그대로 앞을 향해서 돌진했다. 그리고 맨 앞에서 철퇴를 들고서 저벅저벅 걸어오는 오크좀비를 그대로 썰었다.
콰드득!
썬다기 보다는 거의 부러뜨리는 식이었다. 칼을 칼처럼 다룬다기 보다는 몽둥이를 휘두르는 감각과도 같은 그 몸짓은 매우 우스꽝 스러웠지만, 광전사라는 직업명만큼 가장 확실한 힘을 보여주는 동작이었다. 솔직히 사람보다 튼튼한 오크의 골격을 저렇게 부러뜨린다는 것은 광전사의 힘이 얼마만큼 강한지를 보여주는 일례이다.
철퍽!
하이드는 손에 묻은 피를 자신의 가슴에 발랐다. 그러자 하이드의 주위로 붉은 오오라가 희미하게 번져나왔다.
"피의 문신(Blood Tatoo) 개방!"
한편 시엘은 부패가 덜한지 뛰어오는 좀비를 바라보며 방패를 내밀었다. 좀비는 방패를 보자마자 손에든 도끼로 찍어내렸다. 하지만 도끼는 방패면을 따라서 절묘하게 미끄러져 내렸고, 시엘은 도끼가 미끄러져서 허우적 거리는 좀비를 칼로 찌른뒤, 꼬치가 된 좀비를 빼내기 위해서 발로 뻥 차버렸다. 그러자 좀비는 뒤로 멀찍이 날아가서 다른 두 좀비를 덮친후에야 비행을 마감할 수 있었다.
하이드는 계속해서 피를 발라가면서 거칠은 싸움을 지속하고 있었다. 그러나 워낙에 수효가 많아서 하이드의 몸 곳곳에는 길게 베인 상처가 있었다. 광전사답게 상의는 몇조각의 끈으로 연결된 흉갑이 전부였고, 하의도 질긴 리저드맨 가죽으로 만든 옷이라서, 방어력은 그다지 기대할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저렇게 거칠게 전투를 할 수 있는 것은 하이드의 노련한 실력과, 그리고 피의 문신이 끼치는 영향이 컸다.
"상처 봉합!"
시엘의 외침에 하얀빛이 하이드의 상처에서 뿜어져 나오더니 이내에 상처는 말끔하게 아물었다. 한편 시엘은 간간히 상처봉합을 외쳐가면서 방패를 이용해서 좀비들의 공격을 막고서 검을 이용해서 좀비들의 머리와 가슴을 집중적으로 잘라내고 있었다.
전투가 한참 무르익어갈 무렵, 뒤쪽에서 음침한 네크로맨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으흐흐흐흐흐~ 좋은 시체를 찾았습니다. 아마도 여기 사랑스러운 부하들의 살아생전의 상전같으신데, 죽어서도 그들의 상전으로 만들어 드리지요. '나 어둠의 계약자. 네크로맨서 아크리도의 부름에 응답하라. 그리고 이 자리에서 되살아나라! 듀라한!'"
"듀, 듀라한!?"
시엘의 비명같은 외침이 들려오고, 네크로맨서로부터 싸늘한 바람이 거세게 몰아쳐나왔다. 그리고 그 강풍사이로 일어선 것은 자신의 목을 옆구리에 들고서 있는 묵빛의 갑옷을 입은 오크족의 대장이었다. 시엘은 질끈 입을 다물며 근처의 좀비들을 방패로 멀찌감치 밀쳐버렸다. 하이드 역시 싸움에 중독되어있다가, 갑작스러운 한기에 싸움을 멈추고 듀라한이 있는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맙소사. 저 자식. 아주 희한한 걸 다 부르네. 이번엔 내머리 귀신이냐?"
하이드의 썰렁한 농담에 시엘은 버럭 소리를 지르면서 말했다.
"이런 멍충아! 저건 중상급 언데드인 듀라한이야! 일명 목없는 검사. 정말이지 대책이 없군. 저 녀석 한마리만으로도 우리 둘다 넉다운 될텐데."
"크흐흐흐흐흐~ 이런이런, 벌써부터 겁을 먹으셨나요? 좋습니다. 배려를 해드리죠. 얘들아 너희들은 물러나거라."
네크로맨서는 일반 좀비들을 뒤로 물렸다. 좀비들이 뒤로 물러서자, 자연스럽게 넓은 공터가 나타났다. 그 가운데로 듀라한은 저벅저벅 걸어들어왔다. 그리고 아무말 없이 옆구리에 들고 있은 머리를 들어서 시엘과 하이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당신들이 이 듀라한을 이긴다면, 오늘은 제가 물러나겠습니다. 물론, 당신들이 원하던 사랑스러운 부하들의 무기들도 다 드리지요. 어차피 이런 무기들은 쓸모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진다면 당신들 역시 이 듀라한처럼 될껍니다. 후후훗───"
지독한 악취미. 시엘과 하이드는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서로를 바라보다가 곧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둘은 서로 등증맞대고 섰다. 그리고 한손을 올리고서는 가볍고 활기찬 목소리로 외쳤다.
"짱껨보!" / "짱껨보!"
"────."
네크로맨서도 잠깐 할말을 잊고서 둘을 바라볼 뿐이었다. 가위바위보의 결과는 하이드가 주먹으로 승리했다.
"훗! 남자는 주먹이지."
"어이~ 하다가 힘들면 교체해 줄께."
"걱정마셔!"
둘의 여유만만한 태도에 네크로맨서는 약간 기분이 상한듯이 아까보다 낮아진 저음의 목소리로 말했다.
"굉장한 자신감이군요. 제 듀라한을 이길 수 있습니까?"
그러자 시엘은 가운데 손가락을 살며시 들어보이며 성검사의 입에서 나올리가 없는 말을 했다.
"Holyshit! F■■king your as Hole!"
"이, 이익! 듀라한 상관하지 말고 마음껏 유린하거라!"
"끼아아아아아아아악!"
칠판을 긁는 듯한 목소리에 하이드는 인상을 찌푸리며 거칠게 듀라한을 향해서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듀라한의 몸을 검으로 내려쳤다. 엄청난 기세에 듀라한의 몸통은 그대로 잘려나갈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까아아앙!
"오, 장난 아닌데. 이거 완전히 철이잖아?"
하이드는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네크로맨서는 피식 웃으면서 손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듀라한은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움직여 하이드의 뒤로 돌아갔다. 하이드는 순식간에 자신의 등뒤로 와있는 듀라한을 보며 당황한 것인지 약간은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듀라한의 검은 용서없이 하이드의 등을 갈랐다.
푸화아아악!
피가 뿜어져 나오고 하이드는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네크로맨서는 만족스럽게 웃으면서 시엘을 바라보았다. 시엘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그리고는 방패를 들어올려 뭔가를 막는 것처럼 보였다. 네크로맨서는 그런 시엘의 현상이 필시 듀라한에 대한 공포라고 생각을 하고서 만족스럽게 웃기 위해서 숨을 들이켰다.
"크와아아아아아아앙!"
대지가 흔들릴 정도의 거친 포효소리에 좀비들은 서로 엉겨붙으며 넘어졌고, 네크로맨서도 엉덩방아를 찧었다. 듀라한은 넘어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쓰러지지 않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단지 시엘은 굳게 가드를 지킨채 서있을 뿐이었다.
"뭐, 뭡니까?"
시엘은 가드한 사이로 여전히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광전사가 있는피 없는 피를 온몸에 뒤집어 쓰면 뭐가 되는지 아냐?"
"무슨 소립니까? 광전사라니? 그런 클래스가 있습니까?"
"너 인간── 아니 플레이어 였냐? 지독한 악취미를 가진 인간이군. 못들어 봤다면 잘봐둬라. 그리고 조심하는게 좋을껄? 성검사의 뛰어난 가드실력으로도 저건 도저히 막기 어렵거든."
하이드의 육신이 일어섰다. 자신의 몸에서 흘러나온 피와 좀비들의 피가 뒤섞여 온몸을 뒤덮고 있는 하이드의 눈동자는 없고, 눈은 노랗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뒤에 서있는 듀라한을 보자, 그대로 점프. 듀라한의 어깨를 잡고서 그대로 지면으로 내리밖아버렸다. 듀라한은 잡힌 순간부터 어깨부위의 갑옷이 완전히 깨어져 버렸고, 땅바닥에 밖히자 주위로 파편이 잔뜩 튀어나왔다. 파편과 먼지가 가라앉자, 보이는 것은 온몸이 파열되어 검붉은 피를 흘리는 듀라한과, 그 피를 온몸에 바르며 포효하는 하이드의 육신이었다.
"히, 히이이익!"
네크로맨서는 갑작스레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움직임을 보여서일까? 하이드는 엄청난 속도로 네크로맨서를 향해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전에 네크로맨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듯이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이번에는 방심했지만, 다음에는 호락호락하지 않을껍니다."
찌이익!
시엘은 실책한 듯이 혀를 한번 차며 말했다.
"칫! 귀환 스크롤인가?"
하기사 저정도의 네크로맨서가 귀환 스크롤 한장정도는 만들어서 가지고 다니겠지. 라고 시엘은 중얼거렸다. 그러나 앞으로의 상황이 더 문제였다. 저 하이드 녀석의 공격을 막아야하는 것이다. 가드를 더욱 견고히 하며 시엘은 바위 앞에 몸을 고정시켰다. 좀비들은 주인이 없어지자, 움직임을 보이는 하이드에게 덤벼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오히려 불로 뛰어드는 불나방과 같았다.
퍼억! 퍽! 빠각! 우지직!
하이드의 육신은 정말 원없이 좀비들의 육신을 찢어발기며 파괴욕구를 충족시켜나갔고, 이내에 모든 좀비들을 다 찢어발겨버렸다. 그리고 남은것은 하얀 방패를 굳게 기켜든 시엘뿐이었다.
"오, 신이시여. 제발 이 가드가 풀리지 않게 해주세요."
* * *
"응?"
하이드는 멍한 표정으로 굳어버렸다. 그리고 눈앞에 단단히 버티고 있는 하얀 방패를 보면서 말했다.
"뭐하냐?"
"윽! 너 정신차린거냐?"
"──하아? 넌 대체 뭐하는거야? 그리고 등에 왜 이렇게 큰 상처가. 야 임마! 좀 치료해줘."
그러자 시엘은 있는 힘껏 하이드의 머리에 무적을 내리꽂으며 말했다.
"네 녀석 때문에 내가 몬산다 아이가! 그러게 내가 상대했으면 이 고생 없잖아!!"
"으허억! 야임마! 아프잖아! 상처나 치료해주고 치든가! 아야야야야야!"
* * *
"많이도 가져왔네. 정말이지 너희둘은 대단한 녀석들이야."
거의 파괴되기 일보직전의 수레를 보면서 쿠이나는 하이드와 시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둘의 얼굴은 헤벌레~ 한 표정과 너무나 흡사했다. 그 순간, 상점문이 벌컥 열리면서 시아가 들어섰다.
"거기 두 늑대!"
"허업? 시아? 너 어떻게 걸어다니는──"
"감히 나만 빼두고 돈을 벌겠다는 거냐!"
"히이익!"
"이야아아아!! 흠냥?"
그러나 시아는 그대로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 눈은 여전히 회오리모양. 시엘과 하이드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시아를 바라볼 뿐이었다. 쿠이나는 피식 웃으면서 둘에게 각각 3000골드씩 건네주었다.
"자아, 엄청나게 가져왔으니, 보상도 엄청나게. 수고했어~"
"옙! 쿠이나씨!" / "옙! 쿠이나씨!"
둘은 똑같이 말하고 똑같이 허리를 90도로 굽혀 인사한 뒤에 똑같이 시아를 양쪽에서 부축하고 나갔다.
다음타자는 다크엔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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