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G '아앗 이건 나만의 이야기!' [공작원&지상 최악의 날(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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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냐. 시험이 끝나고, 모든 작업을 끝마춘 뒤 찾아온 첫번째 쉬는 휴일이군요.
새로 올라온 소설부터 시작해서, 사신의 공간 에피소드까지..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특히 새로운 소설을 쓰시는 분의 스토리가 정말 담백하고
맛있는 사골곰탕을 먹는 느낌입니다.
아아~~나는 그런 글을 쓸 수나 있을까?! 피터지는 장면과, 직역체에 길들여진
내가?![퍼퍽]
아무튼 주말마다 여러분께 다음 소설로 찾아 뵙겠습니다.
참고로 오늘 것은 조금 짧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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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으으으....
괴물은 있는 힘을 다해 팔을 내저었다. 울드 일행의 소멸의 찬가에 당하여 불구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성난 황소의 대쉬공격을 떠올리게 만드는 빠른 공격은 위협적이었다. 여신들을 짜부러진 케익처럼 만들기 위해 휘두르듯 쾨니히스 고렘이 휘두른 팔들은 대지에 도장자국을 찍어내렸다. 묠니르는 그 공격들을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울드와 똑같은 속도로 그것들을 하나하나 피해갔다. 그의 날렵함에 오히려 괴물이 더욱 당황하여 신음소리를 흘린다.
쾅. 쾅쾅쾅. 쾅쾅쾅
퍼퍼퍼펑
마족들과 여신들에겐 소용 없으리라 판단하고 사용하지 않은 대구경 기관포가 불을 뿜었다. 그 커다란 솥뚜껑같은 팔에 부착된 총구는 위협적인 노란화염을 내뱉었다. 묠니르 주위에 하얀 솜같은 눈과 먼지가 튀며 폭발을 일으켰다. 묠니르가 신음성을 뱉어내며 두팔을 X자로 들어올리며 튀는 파편들을 막았다.
우으으.
이때다!! 고렘이 그가 서 있던 자리에 손을 내뻗었다. 커다란 물체가 쿵하고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먼지바람이 출렁였다. 땅바닥이 꺼지며 움푹 패인 구덩이. 고렘이 손을 들어올려 빈대떡이 되었을 묠니르를 찾았다. 그러나 그의 살점을 커녕 핏자국조차 찾을 수 없었다.
철컥 투트트트트트트트트~~
꿰에에에에에에엑!!
곧이어 묠니르의 반격이 이어졌다. 언제 붙었는지 그는 고렘의 어깨에 붙어 MG-42기관총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철봉에 매달리듯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그는 이를 꽉 물고 온몸에 느껴지는 기관총의 반동을 버텨냈다. 총탄이 고렘의 피부에 닿자마자 쇳소리를 내며 튕기거나 튀어올랐다. 괴물에게 죽음을 선사할정도로 강한 무기는 아니었지만 괴물의 붉은 눈을 따갑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괴물이 갈갈이 날뛰며 묠니르를 잡으려 손을 뻗었다. 묠니르는 그것을 피하며 비웃음을 날려주었다.
그어어어~~
"이거나 먹고 떨어져!!"
바닥에 가볍게 착지한 묠니르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바닥에 5개나 되는 깡통들을 흘렸다. 쇼핑몰에서 사온 물품들로 만든 사제 수류탄들이었다. 그것들 중에는 CS연막탄이나, 플레쉬뱅(섬광탄)들이 끼여 있었다. 괴물이 그걸 깨닫고 팔을 웅크리며 눈을 가리려 했지만 하얀 빛이 먼저 튀어나왔다.
지이잉.
끼아아아아아아~~~
퍼퍼퍼퍼펑
바닥에 떼구르르 굴러다니던 물체들이 동시에 터지며 날카로운 파편들을 남겼다. 바닥에는 검게 그을린 자국과 하얗고 뿌연 연기들이 고렘의 눈을 어지럽혔다. 섬광탄의 위력 떄문일까? 고렘의 눈이 기이하게 돌아가며 상대방을 찾으려 했다. 그러나 눈에 비치는 하얀 빛과 연기로 인해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고렘이 기괴한 비명소리를 지르며 눈에서 길다란 빛줄기들을 내뿜었다. 여신들을 공격 할 때 쓴 광학병기였다. 그 빛줄기들이 두,세개씩 분산되며 사방,팔방에 흩어졌지만 비명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철컥. 타탕. 타타타타타탕.
지이잉. 쿠웅.
연기 속에서 흘러나오는 빛줄기를 향해 그가 기관총을 쏘았다. 따가운 눈에 재를 뿌린 것처럼 아팠는지 고렘이 눈을 비비며 어린아이처럼 울었다. 고렘은 도저히 안되겠다고 판단하고 묠니르로부터 목표를 여신들로 바꿨다. 저런 귀찮은 모기는 있는 힘을 모아서 잡아버리고, 제일 위험한 여신들부터 잡아야겠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우으으?
그러다 고렘은 자신의 주위를 경계하며 날아다니는 천사들을 바라볼 수 있었다. 월드 오브 엘레강스, 고져스 로즈, 노블 스칼렛등 그리고 천사들이 자신을 향해 원소계 공격을 퍼붓고 있다는 것 또한 알 수 있었다. 건방진!! 고렘이 손을 흔들어 귀찮다는 듯 저으며 울드 일행이 쓰러진 곳으로 기어갔다. 다리와 팔 부분에 위협적인 전격과, 화염계 공격이 떨어졌지만 멈출 수 없었다. 괴물은 아직 주어진 명령을 완수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으으으...
고렘이 향한 곳에는 생명 반응이 없었다. 분명히 단체로 실신했었는데?! 말도 안돼!! 고렘이 생명 탐지 레이더를 켜며 주위를 살폈다. 그러나 보이지 않았다. 그새 깨어나서 도망쳤다는 말인가? 고렘이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묠니르와 여신들을 찾으려 했다. 그러다 여신들이 소환해낸 천사들이 떠올라 있는 이유를 그제서야 깨달았다.
기기기기기~~~
지이이이이이이이잉~
괴물의 눈에서 피어나온 빛줄기들이 천사들로 뱉어냈다. 그 뿐만 아니라 팔에 장착된 기관포도 불을 뿜으며 천사들을 공격했다. 저 성가신 날개 달린 존재들이 떠올라 있는 이유는 자신들의 주인을 피신시키기 위해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찾는 목표들은 묠니르를 따라 대피하고 있을 것이다. 고렘이 더욱 눈에 힘을 주며 천사들을 요격하려 했다. 그러나 물찬 제비 마냥 그녀들은 요리조리 빛들을 잽싸게 피하며 날아다녔다. 위급할 때면 보호벽을 생성해내 고렘을 귀찮게 만들었다. 그렇게 몇분을 싸웠을까? 화염을 내뿜기 위해 괴물의 등으로 다가갔던 월드 오브 엘레강스가 괴물의 손에 붙잡혔다.
우으으!!
괴물이 기쁘다는 듯 신음소리를 내며 손에 쥔 천사를 쳐다보았다.검은색과 하얀 색이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천사가 눈살을 찌푸리며 벗어나려 했으나 괴물의 악력앞에 방법은 없었다. 괴물이 눈을 밝게 빛내며 손에 마지막으로 힘을 주었다. 이제 끝이다!! 이 소환수는 날개가 부러진 새처럼 다신 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그것은 고렘만의 착각에 불과했다.
위이이이이이이이이~~
키에엑!!
연막을 틈타 도망을 쳤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붉은 눈의 남자였다. 남자늬 손에 들린 플라즈마 커터. 조금 전 자신을 노리고 공격한 남자가 든 것을 이 자가 잡고 있었다. 그걸 깨달은 순간 눈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고통에 고렘은 비명을 지르며 천사를 손에서 놓아야만 했다. 월드 오브 엘레강스가 묠니르에게 목례를 하며 다시 하늘로 날아가버렸다. 고렘은 그것을 막지 못하고 바라보아야만 했다. 눈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고통에 고렘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천사들의 집중공격을 받아야만 했다.
끼기기기..
고렘의 눈은 조금 전 묠니르의 플라즈마 커터 공격으로 완전히 망가져버렸다. 렌즈가 아슬아슬하게 붙어 있고, 주위를 볼 수 있었지만 금이 간 렌즈와, 괴물이 토해내는 울음소리는 괴물의 상태가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묠니르가 괴물을 향해 조소하며 소리쳤다.
"지능이 모자라군. 멍청한 놈!! 구소련군도 네놈처럼 그렇게 죽이는데만 집착하는 괴물을 만들지는 않았는데. 정말 한심하군! 무릇 적과 상대할 때는 가장 위협적인 자들을 먼저 공격한 뒤 다음 상대를 박살내버려야 한다. 이도 저도 못하고 우유부단하게 움직이다가는 적들은 금방 회복해버린다."
그러나 묠니르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듯 괴물의 괴성과 함께 팔이 날아왔다. 묠니르는 뒤로 뛰어오르며 가볍게 피한 뒤 유탄 발사기에서 여러가지 탄환들을 쏘아 날렸다. 녹는 소리와 쇠가 불에 타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괴물이 이정도 공격에 안 당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묠니르의 공격은 쉬지 않고 계속되었다. 천사들의 공격도 계속 이어졌고, 거기에 생명체 레이더에 무시무시한 반응이 느껴졌다. 고렘이 고통을 참으며 자신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았다. 안개처럼 눈 앞을 가로막는 연막을 뚫고 나타는 여자 둘.
"잘도 날 드러눕혔겠다? 히끅. 네놈을 어떻게 없애줄까?!"
한 손에 청주병을 든 은발의 미녀가 딸꾹질을 하며 부정확한 발음을 뱉어냈다. 마치 술주정을 하는 것 같은 그녀의 행동에 고렘이 낮은 울음소리를 내며 경계를 했다. 은발의 미녀는 마지막 술을 벌컥벌컥 들이킨 뒤 팔뚝으로 입을 스윽 닦으며 미소를 지었다. 아니 조소를 지었다. 그녀의 두 손에서 푸른색 화염이 타올랐다.
"어리석긴. 어둠의 생명체의 아류인 주제에 1급신을 노려보려고 했나? 후훗."
은발의 미녀와 마찬가지로 싸늘한 미소를 지은채 고렘을 노려보는 여자. 짧은 흑발과 긴 꼬랑지 머리를 찰랑이며 모습을 드러낸 노출도 심한 여자의 등 뒤로 길다란 촉수들이 흘러나왔다. 아니 촉수가 아니라 장미 줄기들이었다. 여자의 손짓에 장미줄기들이 기다렸다는 듯 고렘에게 날아올랐다. 동시에 은발의 여자가 생성해낸 푸른색 화염구들도 고렘의 눈을 향해 날아들었다. 괴물의 처절한 비명소리가 허공에 울려퍼졌다.
"엉덩이를 지져주마!!"
태양 주위의 흑점과 플레어를 보는 듯한 매우 뜨거운 열기. 그 열기의 출렁임이 주위의 모든 눈을 녹이며 추운 시베리아같은 날씨를 사하라 사막으로 만들었다. 화염계 마법, 법술이 특기이자 강점인 울드의 공격이 그녀가 소개한 대로 괴물의 소멸된 다리 위에 퍼부어졌다. 강력한 열기는 강력한 화력을 겸하고 있었는지 괴물의 피부에 닿자마자 폭발을 일으켰다. 그러나 괴물의 피부가 시뻘겋게 달아올라 이글거릴 뿐 아무런 이상도 없었다. 저 멀리서 총을 겨누고 있는 묠니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관통시키려 하지 말고 불덩이로 계속 때려요!'
"나도~~알고 있어어어어!!!!!"
울드가 날카로운 미소와 함께 플레어 덩어리가 퍼져 나갔다. 자칫 잘못하면 그 뜨거운 온도로 인해 지구를 태워버릴 수도 있는 비정상적인 온도. 그 온도는 괴물을 덮쳐버렸다. 강력했던 괴물도 이런 불덩어리의 온도와, 중량에는 견딜 수 없었는지 비명만 지르며 손을 들어올려 방어하려 했을 뿐이었다. 물론 방어는 절대 할 수 없었다. 그 불덩어리의 강력한 충돌이 괴물의 두뇌를 흔들었다.
-경고! 치명적인 공격으로 내부 손상 심각.
괴물은 그대로 축늘어져 페이오스의 장미덩쿨이 끌고 가는데로 질질 끌리며 땅바닥을 기어다녔다. 그리고 그렇게 끌려가는 고렘은 울드의 화염덩어리에 부딪치며 타올랐다. 괴물의 약점은 기본적인 원소 공격이 아니라, 원소 공격과 함께 질량 공격을 퍼부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여태껏 전격을 퍼붓고, 수압으로 외피를 공격했으나 괴물이 견딜 수 있는 질량이상의 공격은 아니었기에 괴물의 장갑이 견뎌내었던 것이었다. 거기다 마법 방어까지 가능했으니 그 강력함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묠니르의 등장과, 천사들이 벌어준 시간, 자신의 명석한 두뇌(?)덕택에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괴물의 피부가 서서히 벗겨져 나갔다. 파직 거리는 방전 현상이 괴물 주위에서 일어났다. 괴물의 눈은 완전히 꺠어져 더이상 울드와 페이오스가 자신을 해체하고 있는 장면을 바라볼 수 없었다. 대신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계속 울려퍼지며 고렘에게 끊임없이 경고했다.
-부스터 다운. 부스터 다운. 출력이 세고 있다.
우으으으...
이럴 수가!! 고렘은 텅 비어버린 마력을 깨닫고 부스터를 재가동시키려 했다. 그러나 몸은 커다란 지구라도 든 거인 아틀라스 마냥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가까스로 마력 모터를 돌려 부스터(여기서는 증폭기를 말함. 마라나 스쿨드가 쓴 적이 있는 마력 발생기의 일종. 공격용 무기가 아님.)를 가까스로 움직이면 화염폭풍에 휘말려 에너지가 날아가버렸다. 덕택에 몸의 재생은 커녕 반격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아주 강력한 원소+질량 공격과, 마력을 태워 자신의 몸을 움직인다는 것. 이 두가지는 고렘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인간군대라면 또 모르지만 여신이나, 마족을 상대로 한다면 이 장점이자, 단점은 매우 치명적인 약점으로 번지는 것이었다.
"대체. RLO란 놈들이 어떤 녀석들이고!! 네놈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이젠 더이상 일어나지 못할 것이다!! 활활 타버려!!!"
울드가 그동안 얻어터진 불만을 토해내며 괴물에게 마구잡이로 화풀이 화염공격을 날렸다. 새빨간, 시퍼런 화염은 재생이 불가능해진 고렘의 팔과, 다리를 녹아내리게 만들었다. 울드가 진정하고 모든 공격을 멈추었을 때 쾨니히스 고렘은 깜빡이는 불빛과 으깬감자처럼 부서져 내린 머리와 몸통밖에 없었다.
"........."
으....으....
묠니르가 울드 바로 뒤편에서 나와 무뚝뚝한 얼굴로 플라즈마 분쇄기(커터)를 들어 올렸다. 괴물은 프로그래밍 된데로 필사적으로 움직이기 위해 신음소리를 내며 부들부들 떨었다. 그러나 그 어떤 무기도, 심지어 몸도 움직이지 않았다.
"잘 죽어라. 감히 저들을 건드린 하찮고도 불쌍한 존재여."
파직.
우.
고렘의 귓가에 자신에게 명령을 전달하는 마인드 네트워크와 두뇌가 위험하다고 반복해 외치는 소리가 희미해졌다. 하나밖에 없는 눈에서 희미하게 불빛이 깜빡이다 꺼져버렸다. 그렇게 하루를 악몽으로 만든 괴물은 조용히, 절대 빠져나올 수 없는 잠에 빠져들었다.
"..............."
화륵.
두 손에서 불타오르던 화염구들을 소화시킨 울드가 발로 괴물을 툭툭 걷어찼다. 아직 열기가 남았는지 그녀가 신은 신발이 살짝 그을려졌지만 울드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발을 툭툭 찼다.
"이제 진짜 끝인가?"
괴물의 침묵을 확인한 울드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자 묠니르는 그렇다며 동의의 눈빛을 보냈다. 묠니르의 붉은 눈동자에 괴물의 식어가는 몸이 들어앉았다. 그는 무슨 생각으로 괴물을 보고 있는 것일까? 뒤에서 그들을 지켜보던 페이오스가 궁금증이 가득한 얼굴을 하였다.
'그나저나 울드. 정말 1급여신 맞아?!'
페이오스는 조금 전 화염계 원소 마술에 강력한 힘의 질량까지 실어넣은 울드를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자신보다 한단계 낮은 여신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보다 더욱 강한, 아니 베르단디와 맞먹거나 그 이상인 능력을 보여준 것에 충격을 받고 있었다. 물론 그녀가 울드보다 약한 이유에 현실적인 이유는 많았다. 마계의 대장의 딸이자, 위대했던 신중 하나의 능력이 섞인 여자인데 안 강하면 그게 사람(??)이냐, 자신보다 공격계에 훨씬 더 관심이 많고, 능력을 키운 자 아니냐, 강력한 마력의 소유자가 아니냐 등등. 그러나 이런 변명을 안고 있을 수는 없었다. 오늘 괴물을 쓰러뜨리는데 공로를 세운 사람은 울드였기 떄문이다. 그 다음은 스쿨드, 안나, 그리고...
"끄응."
아무래도 원소계를 이용한 마법, 법술을 더 연구해야겠군. 그리고 훈련도 더하고..
페이오스는 끙끙거리며 자신만의 스케줄을 짜기 시작했다.
"후아암. 피곤하군."
벌컥벌컥.
울드가 흙탕물 아래에 주저 앉아 묠니르가 가져다 주는 청주와 보드카를 주욱 들이켰다. 매우 독한 술들이었지만 울드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영양제 삼키듯 두병을 비워버렸다. 묠니르의 옷에서 튄 검댕과 피가 묻어 더러웠지만 그녀는 내색하지 않았다. 자신처럼 고생한 이가 직접 수고했다며 가져다 주는 술인데 그걸 마다하는 것은 도리에 어긋나다고 판단한 것 떄문이었다.
털썩.
"뭐냐?"
"........"
한번 더 집 안에 들어갔다 나온 묠니르가 손수건과 술을 던져주었다. 울드가 술은 챙기면서 붉은색 손수건을 그대로 내버려 둔채 그에게 물었다. 묠니르는 그녀에게 예의 무뚝뚝한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얼굴을 가리켰다.
"어?"
주르르륵.
쳇. 언제 이렇게 된 것이지?! 아까 빔공격을 막았을 때일까? 울드는 묠니르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의 상처가 터져 다시 피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꺠닫고 지혈을 하였다. 묠니르는 그녀가 손수건으로 상처를 대충 지혈하는 장면을 바라본 뒤 저멀리 케이이치와 스쿨드가 서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폭발한 헬기의 잔해들 앞에 망연자실한 채 앉아 있는 안나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반기는 이반도 있었다.
"............"
"..누가 죽은 것이지?"
"........"
안나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안나는 등을 돌린채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녀의 뒤에서 케이이치가 묠니르의 질문에 대답대신 뭐라고 내뱉었다. 케이가 주변을 살피며 말했다.
"먹을 것 좋아하고, 누군가를 잘 돕는 기술자였어."
"....알겠습니다."
케이의 설명은 거기서 끝났고 그는 입을 꽉 다문채 주위를 계속 둘러보았다. 정말 처참하기 그지 없었다. 자신들의 집(현관과 창고가 아예 증발해버린 것을 제외하면 괜찮았다.)을 제외한 모든 것이 엉망이 되어 있었다. 도대체 무엇을 먼저 손대야 할 지 그는 알 수 없었다.
"......."
만약 이런 공격을 또 한번 받게 된다면? 케이의 마음속에 불안이 싹을 텄다.
"실패라고?"
"다!(네!) 보스."
"쳇. 그럼 그렇지. 마법 장벽과, 부스터의 능력을 업데이트 시킨 것만으론 부족했군."
"..........."
"가스빠진 리!! 본국의 기술 연구소와 '명백한 파괴의 문'에 연락해서 좀 더 마법장벽을 개량하라고 해. 부스터의 생산실적을 더 늘리라고 지시해."
"다."
"............"
"그리고 몇시간 전에 또 러시아군의 미사일공격이 있었습니다만. 대부분 요격 당하였다고 합니다."
"킥. 제깟놈들이 뭘 할 수 있겠어?! 맘대로 발악해보라 해. 우리 RLO를 상대로는 그 어떤 나라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세계 만방에 보여주자고."
묠니르. 그리고 안나. 이번 일은 쉽게 풀린 것 같지만 다음에도 그런 행운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지는 마라. 네놈들은 내 손바닥 안에 있으니까. 후후훗!!
[러시아. 극동시베리아]
"우리는 러시아로부터 독립을 원한다!!!"
"독립!! 독립!!! 우라(만세!!)!!"
"러시아는 시베리아와, 체첸, 몽골과 키르키프스탄!! 그 어떤 곳에서도 발을 들여놓지 말아라!!! RLO 우라!!"
세계는 변해간다. 조금씩. 아니 그 조금씩은 신들의 입장에서 볼떄이다. 인간들의 디멘션 3(우리의 세계)는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었다. 시베리아를 위시한 시베리아 분리주의자들, 체첸과 그로즈니를 비롯한 수많은 독립운동가들. 단지 힘이 없었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했기에 테러를 주동하거나, 말로만 외쳐대던 그들. 그들은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남쪽의 땅을 1주일도 채 안되 모조리 빼앗아버린 이들을 마치 신이라도 되는양 찬양하고 있었다. 마치 미리 짜고 움직이기라도 한 것처럼. 그렇게 외쳐대는 자들은 결국 러시아 비밀경찰과, 계엄령이 선포된 러시아 군에 의해 무자비하게 진압되거나, 어딘가로 끌려갔지만...푸틴이 안정시킨 러시아가 아닌 구소련이 멸망한 뒤 혼란스러운 때로 회귀하고 있었다. 겨우 자신들을 RLO라 칭하고, 곳곳에서 승리한 자들 떄문에....어떤 이들은 자신들의 조국 러시아 마토슈카(어머니 러시아)가 RLO에게 유린당하는 꼴을 보고 정부와 붉은 군대의 무능력함을 탓하며 시위를 일으켰다. 애국심에 일어난 그들 또한 무자비하게 이어지는 탄압의 손길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세상은. 조금씩, 아주 빠르고, 크게 변화하고 있었다.
그렇게 세상은 새로운 전쟁의 위기가 닥쳐오고 있었다.
케이의 일행에게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었다.
새로 올라온 소설부터 시작해서, 사신의 공간 에피소드까지..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특히 새로운 소설을 쓰시는 분의 스토리가 정말 담백하고
맛있는 사골곰탕을 먹는 느낌입니다.
아아~~나는 그런 글을 쓸 수나 있을까?! 피터지는 장면과, 직역체에 길들여진
내가?![퍼퍽]
아무튼 주말마다 여러분께 다음 소설로 찾아 뵙겠습니다.
참고로 오늘 것은 조금 짧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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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으으으....
괴물은 있는 힘을 다해 팔을 내저었다. 울드 일행의 소멸의 찬가에 당하여 불구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성난 황소의 대쉬공격을 떠올리게 만드는 빠른 공격은 위협적이었다. 여신들을 짜부러진 케익처럼 만들기 위해 휘두르듯 쾨니히스 고렘이 휘두른 팔들은 대지에 도장자국을 찍어내렸다. 묠니르는 그 공격들을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울드와 똑같은 속도로 그것들을 하나하나 피해갔다. 그의 날렵함에 오히려 괴물이 더욱 당황하여 신음소리를 흘린다.
쾅. 쾅쾅쾅. 쾅쾅쾅
퍼퍼퍼펑
마족들과 여신들에겐 소용 없으리라 판단하고 사용하지 않은 대구경 기관포가 불을 뿜었다. 그 커다란 솥뚜껑같은 팔에 부착된 총구는 위협적인 노란화염을 내뱉었다. 묠니르 주위에 하얀 솜같은 눈과 먼지가 튀며 폭발을 일으켰다. 묠니르가 신음성을 뱉어내며 두팔을 X자로 들어올리며 튀는 파편들을 막았다.
우으으.
이때다!! 고렘이 그가 서 있던 자리에 손을 내뻗었다. 커다란 물체가 쿵하고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먼지바람이 출렁였다. 땅바닥이 꺼지며 움푹 패인 구덩이. 고렘이 손을 들어올려 빈대떡이 되었을 묠니르를 찾았다. 그러나 그의 살점을 커녕 핏자국조차 찾을 수 없었다.
철컥 투트트트트트트트트~~
꿰에에에에에에엑!!
곧이어 묠니르의 반격이 이어졌다. 언제 붙었는지 그는 고렘의 어깨에 붙어 MG-42기관총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철봉에 매달리듯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그는 이를 꽉 물고 온몸에 느껴지는 기관총의 반동을 버텨냈다. 총탄이 고렘의 피부에 닿자마자 쇳소리를 내며 튕기거나 튀어올랐다. 괴물에게 죽음을 선사할정도로 강한 무기는 아니었지만 괴물의 붉은 눈을 따갑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괴물이 갈갈이 날뛰며 묠니르를 잡으려 손을 뻗었다. 묠니르는 그것을 피하며 비웃음을 날려주었다.
그어어어~~
"이거나 먹고 떨어져!!"
바닥에 가볍게 착지한 묠니르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바닥에 5개나 되는 깡통들을 흘렸다. 쇼핑몰에서 사온 물품들로 만든 사제 수류탄들이었다. 그것들 중에는 CS연막탄이나, 플레쉬뱅(섬광탄)들이 끼여 있었다. 괴물이 그걸 깨닫고 팔을 웅크리며 눈을 가리려 했지만 하얀 빛이 먼저 튀어나왔다.
지이잉.
끼아아아아아아~~~
퍼퍼퍼퍼펑
바닥에 떼구르르 굴러다니던 물체들이 동시에 터지며 날카로운 파편들을 남겼다. 바닥에는 검게 그을린 자국과 하얗고 뿌연 연기들이 고렘의 눈을 어지럽혔다. 섬광탄의 위력 떄문일까? 고렘의 눈이 기이하게 돌아가며 상대방을 찾으려 했다. 그러나 눈에 비치는 하얀 빛과 연기로 인해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고렘이 기괴한 비명소리를 지르며 눈에서 길다란 빛줄기들을 내뿜었다. 여신들을 공격 할 때 쓴 광학병기였다. 그 빛줄기들이 두,세개씩 분산되며 사방,팔방에 흩어졌지만 비명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철컥. 타탕. 타타타타타탕.
지이잉. 쿠웅.
연기 속에서 흘러나오는 빛줄기를 향해 그가 기관총을 쏘았다. 따가운 눈에 재를 뿌린 것처럼 아팠는지 고렘이 눈을 비비며 어린아이처럼 울었다. 고렘은 도저히 안되겠다고 판단하고 묠니르로부터 목표를 여신들로 바꿨다. 저런 귀찮은 모기는 있는 힘을 모아서 잡아버리고, 제일 위험한 여신들부터 잡아야겠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우으으?
그러다 고렘은 자신의 주위를 경계하며 날아다니는 천사들을 바라볼 수 있었다. 월드 오브 엘레강스, 고져스 로즈, 노블 스칼렛등 그리고 천사들이 자신을 향해 원소계 공격을 퍼붓고 있다는 것 또한 알 수 있었다. 건방진!! 고렘이 손을 흔들어 귀찮다는 듯 저으며 울드 일행이 쓰러진 곳으로 기어갔다. 다리와 팔 부분에 위협적인 전격과, 화염계 공격이 떨어졌지만 멈출 수 없었다. 괴물은 아직 주어진 명령을 완수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으으으...
고렘이 향한 곳에는 생명 반응이 없었다. 분명히 단체로 실신했었는데?! 말도 안돼!! 고렘이 생명 탐지 레이더를 켜며 주위를 살폈다. 그러나 보이지 않았다. 그새 깨어나서 도망쳤다는 말인가? 고렘이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묠니르와 여신들을 찾으려 했다. 그러다 여신들이 소환해낸 천사들이 떠올라 있는 이유를 그제서야 깨달았다.
기기기기기~~~
지이이이이이이이잉~
괴물의 눈에서 피어나온 빛줄기들이 천사들로 뱉어냈다. 그 뿐만 아니라 팔에 장착된 기관포도 불을 뿜으며 천사들을 공격했다. 저 성가신 날개 달린 존재들이 떠올라 있는 이유는 자신들의 주인을 피신시키기 위해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찾는 목표들은 묠니르를 따라 대피하고 있을 것이다. 고렘이 더욱 눈에 힘을 주며 천사들을 요격하려 했다. 그러나 물찬 제비 마냥 그녀들은 요리조리 빛들을 잽싸게 피하며 날아다녔다. 위급할 때면 보호벽을 생성해내 고렘을 귀찮게 만들었다. 그렇게 몇분을 싸웠을까? 화염을 내뿜기 위해 괴물의 등으로 다가갔던 월드 오브 엘레강스가 괴물의 손에 붙잡혔다.
우으으!!
괴물이 기쁘다는 듯 신음소리를 내며 손에 쥔 천사를 쳐다보았다.검은색과 하얀 색이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천사가 눈살을 찌푸리며 벗어나려 했으나 괴물의 악력앞에 방법은 없었다. 괴물이 눈을 밝게 빛내며 손에 마지막으로 힘을 주었다. 이제 끝이다!! 이 소환수는 날개가 부러진 새처럼 다신 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그것은 고렘만의 착각에 불과했다.
위이이이이이이이이~~
키에엑!!
연막을 틈타 도망을 쳤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붉은 눈의 남자였다. 남자늬 손에 들린 플라즈마 커터. 조금 전 자신을 노리고 공격한 남자가 든 것을 이 자가 잡고 있었다. 그걸 깨달은 순간 눈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고통에 고렘은 비명을 지르며 천사를 손에서 놓아야만 했다. 월드 오브 엘레강스가 묠니르에게 목례를 하며 다시 하늘로 날아가버렸다. 고렘은 그것을 막지 못하고 바라보아야만 했다. 눈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고통에 고렘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천사들의 집중공격을 받아야만 했다.
끼기기기..
고렘의 눈은 조금 전 묠니르의 플라즈마 커터 공격으로 완전히 망가져버렸다. 렌즈가 아슬아슬하게 붙어 있고, 주위를 볼 수 있었지만 금이 간 렌즈와, 괴물이 토해내는 울음소리는 괴물의 상태가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묠니르가 괴물을 향해 조소하며 소리쳤다.
"지능이 모자라군. 멍청한 놈!! 구소련군도 네놈처럼 그렇게 죽이는데만 집착하는 괴물을 만들지는 않았는데. 정말 한심하군! 무릇 적과 상대할 때는 가장 위협적인 자들을 먼저 공격한 뒤 다음 상대를 박살내버려야 한다. 이도 저도 못하고 우유부단하게 움직이다가는 적들은 금방 회복해버린다."
그러나 묠니르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듯 괴물의 괴성과 함께 팔이 날아왔다. 묠니르는 뒤로 뛰어오르며 가볍게 피한 뒤 유탄 발사기에서 여러가지 탄환들을 쏘아 날렸다. 녹는 소리와 쇠가 불에 타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괴물이 이정도 공격에 안 당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묠니르의 공격은 쉬지 않고 계속되었다. 천사들의 공격도 계속 이어졌고, 거기에 생명체 레이더에 무시무시한 반응이 느껴졌다. 고렘이 고통을 참으며 자신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았다. 안개처럼 눈 앞을 가로막는 연막을 뚫고 나타는 여자 둘.
"잘도 날 드러눕혔겠다? 히끅. 네놈을 어떻게 없애줄까?!"
한 손에 청주병을 든 은발의 미녀가 딸꾹질을 하며 부정확한 발음을 뱉어냈다. 마치 술주정을 하는 것 같은 그녀의 행동에 고렘이 낮은 울음소리를 내며 경계를 했다. 은발의 미녀는 마지막 술을 벌컥벌컥 들이킨 뒤 팔뚝으로 입을 스윽 닦으며 미소를 지었다. 아니 조소를 지었다. 그녀의 두 손에서 푸른색 화염이 타올랐다.
"어리석긴. 어둠의 생명체의 아류인 주제에 1급신을 노려보려고 했나? 후훗."
은발의 미녀와 마찬가지로 싸늘한 미소를 지은채 고렘을 노려보는 여자. 짧은 흑발과 긴 꼬랑지 머리를 찰랑이며 모습을 드러낸 노출도 심한 여자의 등 뒤로 길다란 촉수들이 흘러나왔다. 아니 촉수가 아니라 장미 줄기들이었다. 여자의 손짓에 장미줄기들이 기다렸다는 듯 고렘에게 날아올랐다. 동시에 은발의 여자가 생성해낸 푸른색 화염구들도 고렘의 눈을 향해 날아들었다. 괴물의 처절한 비명소리가 허공에 울려퍼졌다.
"엉덩이를 지져주마!!"
태양 주위의 흑점과 플레어를 보는 듯한 매우 뜨거운 열기. 그 열기의 출렁임이 주위의 모든 눈을 녹이며 추운 시베리아같은 날씨를 사하라 사막으로 만들었다. 화염계 마법, 법술이 특기이자 강점인 울드의 공격이 그녀가 소개한 대로 괴물의 소멸된 다리 위에 퍼부어졌다. 강력한 열기는 강력한 화력을 겸하고 있었는지 괴물의 피부에 닿자마자 폭발을 일으켰다. 그러나 괴물의 피부가 시뻘겋게 달아올라 이글거릴 뿐 아무런 이상도 없었다. 저 멀리서 총을 겨누고 있는 묠니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관통시키려 하지 말고 불덩이로 계속 때려요!'
"나도~~알고 있어어어어!!!!!"
울드가 날카로운 미소와 함께 플레어 덩어리가 퍼져 나갔다. 자칫 잘못하면 그 뜨거운 온도로 인해 지구를 태워버릴 수도 있는 비정상적인 온도. 그 온도는 괴물을 덮쳐버렸다. 강력했던 괴물도 이런 불덩어리의 온도와, 중량에는 견딜 수 없었는지 비명만 지르며 손을 들어올려 방어하려 했을 뿐이었다. 물론 방어는 절대 할 수 없었다. 그 불덩어리의 강력한 충돌이 괴물의 두뇌를 흔들었다.
-경고! 치명적인 공격으로 내부 손상 심각.
괴물은 그대로 축늘어져 페이오스의 장미덩쿨이 끌고 가는데로 질질 끌리며 땅바닥을 기어다녔다. 그리고 그렇게 끌려가는 고렘은 울드의 화염덩어리에 부딪치며 타올랐다. 괴물의 약점은 기본적인 원소 공격이 아니라, 원소 공격과 함께 질량 공격을 퍼부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여태껏 전격을 퍼붓고, 수압으로 외피를 공격했으나 괴물이 견딜 수 있는 질량이상의 공격은 아니었기에 괴물의 장갑이 견뎌내었던 것이었다. 거기다 마법 방어까지 가능했으니 그 강력함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묠니르의 등장과, 천사들이 벌어준 시간, 자신의 명석한 두뇌(?)덕택에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괴물의 피부가 서서히 벗겨져 나갔다. 파직 거리는 방전 현상이 괴물 주위에서 일어났다. 괴물의 눈은 완전히 꺠어져 더이상 울드와 페이오스가 자신을 해체하고 있는 장면을 바라볼 수 없었다. 대신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계속 울려퍼지며 고렘에게 끊임없이 경고했다.
-부스터 다운. 부스터 다운. 출력이 세고 있다.
우으으으...
이럴 수가!! 고렘은 텅 비어버린 마력을 깨닫고 부스터를 재가동시키려 했다. 그러나 몸은 커다란 지구라도 든 거인 아틀라스 마냥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가까스로 마력 모터를 돌려 부스터(여기서는 증폭기를 말함. 마라나 스쿨드가 쓴 적이 있는 마력 발생기의 일종. 공격용 무기가 아님.)를 가까스로 움직이면 화염폭풍에 휘말려 에너지가 날아가버렸다. 덕택에 몸의 재생은 커녕 반격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아주 강력한 원소+질량 공격과, 마력을 태워 자신의 몸을 움직인다는 것. 이 두가지는 고렘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인간군대라면 또 모르지만 여신이나, 마족을 상대로 한다면 이 장점이자, 단점은 매우 치명적인 약점으로 번지는 것이었다.
"대체. RLO란 놈들이 어떤 녀석들이고!! 네놈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이젠 더이상 일어나지 못할 것이다!! 활활 타버려!!!"
울드가 그동안 얻어터진 불만을 토해내며 괴물에게 마구잡이로 화풀이 화염공격을 날렸다. 새빨간, 시퍼런 화염은 재생이 불가능해진 고렘의 팔과, 다리를 녹아내리게 만들었다. 울드가 진정하고 모든 공격을 멈추었을 때 쾨니히스 고렘은 깜빡이는 불빛과 으깬감자처럼 부서져 내린 머리와 몸통밖에 없었다.
"........."
으....으....
묠니르가 울드 바로 뒤편에서 나와 무뚝뚝한 얼굴로 플라즈마 분쇄기(커터)를 들어 올렸다. 괴물은 프로그래밍 된데로 필사적으로 움직이기 위해 신음소리를 내며 부들부들 떨었다. 그러나 그 어떤 무기도, 심지어 몸도 움직이지 않았다.
"잘 죽어라. 감히 저들을 건드린 하찮고도 불쌍한 존재여."
파직.
우.
고렘의 귓가에 자신에게 명령을 전달하는 마인드 네트워크와 두뇌가 위험하다고 반복해 외치는 소리가 희미해졌다. 하나밖에 없는 눈에서 희미하게 불빛이 깜빡이다 꺼져버렸다. 그렇게 하루를 악몽으로 만든 괴물은 조용히, 절대 빠져나올 수 없는 잠에 빠져들었다.
"..............."
화륵.
두 손에서 불타오르던 화염구들을 소화시킨 울드가 발로 괴물을 툭툭 걷어찼다. 아직 열기가 남았는지 그녀가 신은 신발이 살짝 그을려졌지만 울드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발을 툭툭 찼다.
"이제 진짜 끝인가?"
괴물의 침묵을 확인한 울드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자 묠니르는 그렇다며 동의의 눈빛을 보냈다. 묠니르의 붉은 눈동자에 괴물의 식어가는 몸이 들어앉았다. 그는 무슨 생각으로 괴물을 보고 있는 것일까? 뒤에서 그들을 지켜보던 페이오스가 궁금증이 가득한 얼굴을 하였다.
'그나저나 울드. 정말 1급여신 맞아?!'
페이오스는 조금 전 화염계 원소 마술에 강력한 힘의 질량까지 실어넣은 울드를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자신보다 한단계 낮은 여신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보다 더욱 강한, 아니 베르단디와 맞먹거나 그 이상인 능력을 보여준 것에 충격을 받고 있었다. 물론 그녀가 울드보다 약한 이유에 현실적인 이유는 많았다. 마계의 대장의 딸이자, 위대했던 신중 하나의 능력이 섞인 여자인데 안 강하면 그게 사람(??)이냐, 자신보다 공격계에 훨씬 더 관심이 많고, 능력을 키운 자 아니냐, 강력한 마력의 소유자가 아니냐 등등. 그러나 이런 변명을 안고 있을 수는 없었다. 오늘 괴물을 쓰러뜨리는데 공로를 세운 사람은 울드였기 떄문이다. 그 다음은 스쿨드, 안나, 그리고...
"끄응."
아무래도 원소계를 이용한 마법, 법술을 더 연구해야겠군. 그리고 훈련도 더하고..
페이오스는 끙끙거리며 자신만의 스케줄을 짜기 시작했다.
"후아암. 피곤하군."
벌컥벌컥.
울드가 흙탕물 아래에 주저 앉아 묠니르가 가져다 주는 청주와 보드카를 주욱 들이켰다. 매우 독한 술들이었지만 울드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영양제 삼키듯 두병을 비워버렸다. 묠니르의 옷에서 튄 검댕과 피가 묻어 더러웠지만 그녀는 내색하지 않았다. 자신처럼 고생한 이가 직접 수고했다며 가져다 주는 술인데 그걸 마다하는 것은 도리에 어긋나다고 판단한 것 떄문이었다.
털썩.
"뭐냐?"
"........"
한번 더 집 안에 들어갔다 나온 묠니르가 손수건과 술을 던져주었다. 울드가 술은 챙기면서 붉은색 손수건을 그대로 내버려 둔채 그에게 물었다. 묠니르는 그녀에게 예의 무뚝뚝한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얼굴을 가리켰다.
"어?"
주르르륵.
쳇. 언제 이렇게 된 것이지?! 아까 빔공격을 막았을 때일까? 울드는 묠니르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의 상처가 터져 다시 피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꺠닫고 지혈을 하였다. 묠니르는 그녀가 손수건으로 상처를 대충 지혈하는 장면을 바라본 뒤 저멀리 케이이치와 스쿨드가 서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폭발한 헬기의 잔해들 앞에 망연자실한 채 앉아 있는 안나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반기는 이반도 있었다.
"............"
"..누가 죽은 것이지?"
"........"
안나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안나는 등을 돌린채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녀의 뒤에서 케이이치가 묠니르의 질문에 대답대신 뭐라고 내뱉었다. 케이가 주변을 살피며 말했다.
"먹을 것 좋아하고, 누군가를 잘 돕는 기술자였어."
"....알겠습니다."
케이의 설명은 거기서 끝났고 그는 입을 꽉 다문채 주위를 계속 둘러보았다. 정말 처참하기 그지 없었다. 자신들의 집(현관과 창고가 아예 증발해버린 것을 제외하면 괜찮았다.)을 제외한 모든 것이 엉망이 되어 있었다. 도대체 무엇을 먼저 손대야 할 지 그는 알 수 없었다.
"......."
만약 이런 공격을 또 한번 받게 된다면? 케이의 마음속에 불안이 싹을 텄다.
"실패라고?"
"다!(네!) 보스."
"쳇. 그럼 그렇지. 마법 장벽과, 부스터의 능력을 업데이트 시킨 것만으론 부족했군."
"..........."
"가스빠진 리!! 본국의 기술 연구소와 '명백한 파괴의 문'에 연락해서 좀 더 마법장벽을 개량하라고 해. 부스터의 생산실적을 더 늘리라고 지시해."
"다."
"............"
"그리고 몇시간 전에 또 러시아군의 미사일공격이 있었습니다만. 대부분 요격 당하였다고 합니다."
"킥. 제깟놈들이 뭘 할 수 있겠어?! 맘대로 발악해보라 해. 우리 RLO를 상대로는 그 어떤 나라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세계 만방에 보여주자고."
묠니르. 그리고 안나. 이번 일은 쉽게 풀린 것 같지만 다음에도 그런 행운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지는 마라. 네놈들은 내 손바닥 안에 있으니까. 후후훗!!
[러시아. 극동시베리아]
"우리는 러시아로부터 독립을 원한다!!!"
"독립!! 독립!!! 우라(만세!!)!!"
"러시아는 시베리아와, 체첸, 몽골과 키르키프스탄!! 그 어떤 곳에서도 발을 들여놓지 말아라!!! RLO 우라!!"
세계는 변해간다. 조금씩. 아니 그 조금씩은 신들의 입장에서 볼떄이다. 인간들의 디멘션 3(우리의 세계)는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었다. 시베리아를 위시한 시베리아 분리주의자들, 체첸과 그로즈니를 비롯한 수많은 독립운동가들. 단지 힘이 없었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했기에 테러를 주동하거나, 말로만 외쳐대던 그들. 그들은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남쪽의 땅을 1주일도 채 안되 모조리 빼앗아버린 이들을 마치 신이라도 되는양 찬양하고 있었다. 마치 미리 짜고 움직이기라도 한 것처럼. 그렇게 외쳐대는 자들은 결국 러시아 비밀경찰과, 계엄령이 선포된 러시아 군에 의해 무자비하게 진압되거나, 어딘가로 끌려갔지만...푸틴이 안정시킨 러시아가 아닌 구소련이 멸망한 뒤 혼란스러운 때로 회귀하고 있었다. 겨우 자신들을 RLO라 칭하고, 곳곳에서 승리한 자들 떄문에....어떤 이들은 자신들의 조국 러시아 마토슈카(어머니 러시아)가 RLO에게 유린당하는 꼴을 보고 정부와 붉은 군대의 무능력함을 탓하며 시위를 일으켰다. 애국심에 일어난 그들 또한 무자비하게 이어지는 탄압의 손길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세상은. 조금씩, 아주 빠르고, 크게 변화하고 있었다.
그렇게 세상은 새로운 전쟁의 위기가 닥쳐오고 있었다.
케이의 일행에게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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