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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가(戀歌) - 序(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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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은 음악의 세계에 어서오세요.

  이제 함까지 완성했다! 무려 3주일의 제작기간이 들어간 아르누보 오르골. 흰 디자인에 금태가 둘러진 케이스에 안에는 하얀 아기 천사가 돌아가고 있는 디자인으로 해놓았다.

  "에그그그그그! 어깨야. 그래도 다 완성했다!"

  작업실에 앉은 뽀얀 먼지를 보니 한동안 내가 움직이지 않은 것이 확연히 눈에 띄였다. 벌써 이곳 라이나스트 거리에 자리를 잡은지 7년. 그리고 오르골을 제작한지 3년. 내 주위를 돌아보니 지난 3년간 내가 준비하고, 그리고 해왔던 모든 것들이 너저분하게 놓여져 있었다. 에그, 저러다가 여행가신 스승님이 돌아오시면 큰일날텐데.

  "그럼 어디 밥 한끼 차려 드셔보고 청소나 한번 해야되겠네."

  구석에 먼지 수북히 쌓여있는 빗자루를 들어 가게안을 한번 스윽 휘저었다.

  "콜록! 콜록!"
 
  어찌 먼지가 이리 수북히 쌓였다냐. 그리고 먼지가 나가지도 않고. 그러고보니 문을 열지도 않고 청소를 하고 있다니. 먼지나 내보낼겸 가게문이나 열러 가야되겠다.

  [뎅~]

  흐음. 여전히 들어도 좋은 풍경소리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사오기를 잘한 것 같아. 손님 들어온 것도 알 수 있고 말이지. 그나저나 가게 꼴이 말이 아닌데. 먼지가 '부웅~'하면서 떠다니는 모습은 마치 뭐랄까 깨끗한 물통 안에 부유물이 떠다니는듯한데.

  "너무 지저분해. 이러다가는 스승님이 또 도망칠거야. 저번에도 그래서 2달동안 불쌍하시게 노숙생활을 하시다가 겨우 모시고 들어왔는데 말이지."

  그럼 어디 어느정도 환기도 되었으니 걸레질도 좀 해야되겠다. 걸레가 그러니깐 지하 2번 창고 안에 있는 3번째 탁자 안에 있는 양동이 안에서 4번째 있던가? 어디 한번 가봐야되겠네.

  [삐걱~ 삐걱~]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 지하계단도 좀 보수도 좀 해야되겠고. 한동안은 가게정밀진단이 필요할것 같군. 흐음. 한동안 먹고살 돈은 모아놨으니 그걸로 사람좀 구해서 가게 대청소 좀 해야되겠다. 그나저나 2번창고가 여기였군. 거참 한달만에 들어가보네.

  "흐음. 어디어디있지요 걸레씨? 아하! 여기 있었군."

  혼자놀기의 진수를 보여주는 이 센스. 바로 내가 가지고 있는 최고의 궁극의 스킬이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역시 친구하나 제대로 없는 나한테는 슬프디 슬픈 일이지. 에휴, 청소나 하자. 궁상떨지말고.

  "저기, 계세요?"

  어라? 풍경소리도 안들렸는데. 그러고보니 문을 열어놨었군. 흐음 잊어먹고 있었어. 잘못했으면 가게 물건 도둑맞을 수도 있었는데. 그나저나 손님이라니. 요즘 손님이 자주 오는걸.

  "예. 올라갑니다. 잠시 물건좀 보고 계셔주세요."

  잠시 세면장에 들러서 얼굴이라고 씻고 가야되겠군. 세면장이 이쯤인데, 한동안 안가서 까먹었군. 나도 참. 그래도 참 이 건물이 잘지었다고 생각되는건 상하수도가 되어있어서 물을 길러 갈 필요가 없단 말이지. 뭐. 나같은 사람한테는 당연한 것일 수도 있지만. 어디 좀 씻어보고... 흐음, 머리도 좀 만지면 괜찮겠군. 손님 기다리시는데 더 할수는 없지. 어여 가보자고.

  "손님 지금 갑니다."

  가게에 올라가보니 호오! 제법 괜찮게 생긴 남정네분이신걸. 옷을 보아하니 귀티도 나고. 여자 꽤나 울렸을것 같은 호남형 얼굴에 머리카락도 금발이네. 나는 적갈색인데. 에휴. 

  "자네가 이 가게 주인인가?"

  자네라. 보아하니 나보다도 어린데. 잘 해줘야 20살정도? 뭐, 손님이 왕인 내 철칙인 이상 웃으면서 웃으면서.

  "어서오십쇼. 오르고리스트의 주인인 '렌 프로스트'라고 합니다."

  흐음. 이 우아한 손동작. 저번에 가게에서 물건 사가신 한 귀부인이 나보고 귀족같다면서 칭찬도 해주셨는데 말이지. 그나저나 저 손님. 뭘 고른거지? 여자친구한테 줄것을 찾는 것 같은데.

  "이 가게 이름은 많이 들어보았네. 그런데 가게 주인이 생각보다 젊군."

  에게 나보다 어린게 어른처럼 말하네. 하긴 저게 저 귀족님들 사시는 세계의 말투니 어쩔 수 없지. 저번엔 새파랗게 어린 꼬마도 저런말투 쓰던데. 이해하자 이해하자. 문화의 다양성이지 않느냐! 하지만 조금 껄쩍지근하기는 하네.

  "하하. 그런소리 많이 듣습니다. 그나저나 어떤 것을 찾으십니까? 여자친구분께 드릴 것입니까?"

  나의 물음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호오. 의외인걸. 보통 저런 사람들은 여자친구 생일선물같은걸로 사러들 많이들 오던데. 오히려 아니라니. 자세히보니 오르골을 보는것도 중우한 스타일을 찾는것 같은데.

  "저기말이다. 혹시 '천사의 노래'라는 곡이 들어가있는 오르골이 있나?"

  천사의 노래라. 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손님들이 많이 찾는 오르골 곡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저리 어렵게 찾으시다니. 나이에 맞게 어리숙한걸.

  "예. 천사의 노래는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종류의 오르골을 원하십니까? 펜던트입니까? 아니며는 작은 보석함. 아니며는 인형?"

  그는 가만히 고개를 숙이면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작은 원모양을 손으로 허공에 그려되었다. 마법인가? 생각보다 굉장한 사람인걸? 저 나이에 마법도 하다니 말이야. 비록 이미지 마법이지만.

  [ÆŒłþœÐŋ (상상의 나래)]

  이내 그의 손바닥 위에 펼쳐져 있는 그림은... 어라? 저건 내가 맨 처음에 이곳 라이나스트에 자리를 잡고 처음 만든 오르골인데. 그리고 분명히 저건 내가 이곳 라벤성 영주님댁 딸한테 무려 30실버라는 거금에 팔아치운 물건인데. 그게 어떻게 저사람이 알고 있지?

  "혹시 이러한 디자인의 오르골은 있나? 비슷한 것이라도 좋네. 조금 급해서 그러네."

  흐음. 있기는 있다. 저거는 프로토타입의 오르골이라서 양산형으로 만든게 한 3개정도는 있다. 하지만 그래도 똑같은것을 파는 것은 그다지 성미에 맞지 않아서 안팔고 가만히 모셔만 두었는데. 저 물건을 만든 아버지로서 딸(?)이 어떻게 된 일인지를 알아야 도와주겠지.

  "무슨 일이지 알 수 있겠습니까? 저 오르골은 제가 3년 전에 이곳에서 처음 만든 오르골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이곳 라벤성 영주님의 자녀분이신 '레 라벤'양에게 팔았던 것이고요."

  그는 나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무슨 일이 있나? 그래도 그때는 한창 어린 10살의 귀여운 꼬마숙녀였는데.
 
  "뭐, 말하기 어려운 것은 아니네. 사실 라벤양이 이번에 왕실에서 주최하는 연주회에 참석을 하셨었는데, 그때 이 펜던트 오르골을 차고 가셨네. 그런데 그것을 그만 '조 콘다' 백작 양녀에게 빼앗기셨다네. 그것때문에 요 몇일 울고불고 난리가 아니셨네. 그러다가 이 오르골을 이 가게에서 사셨다는 말을 듣고 내가 얼른 달려 온 것이네."

  그의 말은 굉장히 길었지만, 이미 스승님을 통해 레벨업이 되어버린 나의 귀는 불필요하고 전혀 쓰잘데기없는 형용사와 의성어, 의태어를 제외하고 나니 이런 내용이 들어오게 되었다. 그러니깐 빼앗겨서 지금 목이 허전하시다 라는 말씀이 되려나?

  "알겠습니다. 그럼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제가 이것과 비슷한 펜던트 오르골을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가게 뒷편에 자리잡은 제 1창고로 들어갔다. 그래도 1창고는 평소 어느정도 정리를 해놓아서 깨끗한 편이다. 왜냐하면 판매하는 물건이 있으니깐. 어디보자. 어디다가 두었더라. 분명히 이 선반 위에다가 두었는데. 오호라! 여기있다. 딱 3개 남아있네. 내가 처음 만든 이 펜던트 오르골이 팔리고는 다시 만든 3쌍둥이 녀석들. 각각 꽃의 이름을 따서 '피치', '릴리' , '데이지'라고 지어주었는데. 일단 이 세녀석을 다 데리고 가야되겠는걸.

  가게에 들어가자 그는 가게에 있는 다른 물건들을 이것저것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의 손에 한 녀석이 들려지게 되었다.  저건 스승님이 만드셨던 오르골인데. 헤에. 제법 보는 눈이 있는 사람인걸?

  "손님. 손님께서 찾으시는 오르골을 가지고 왔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여쭤보고 드려도 되겠습니까?"

  나의 물음에 그는 손에 들렸던 오르골을 내려놓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마음에 드는 행동입니다. 손님.

  "조금 사적이긴 하지만 물건을 만든 장인으로서 물어보는 것이니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혹시 라벤양께서 좋아하는 색상이 뭔지 아십니까?"

  "라벤양은 흰색을 좋아하신다네. 물론 전에 가지고 계셨던 펜던트 오르골은 베이지색이라 굉장히 좋아하셨지만, 흰색을 더욱 좋아하신다네."

  다행인걸. 이 펜던트 오르골을 써주는 사람이 좋아하는 색상이 있다니. 나는 내 손에 쥐어져있는 작은 함을 열었다. 그 안에 있는 3가지의 펜던트 오르골 -피치, 릴리, 데이지-. 나는 그 중에서 릴리를 꺼내 그에게 건네주었다. 그는 마치 다행이라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펜던트 오르골을 품에 안았다.

  "정말 마음에 드네. 정말 마음에 들어. 라벤양이 이것을 좋아하는 이유를 알겠구만."

  잠깐... 알겠구만. 알겠구만? 혹시 사투리 쓰시는 분이셨나? 그래도 이곳 표준어를 쓰시는 줄 알았는데 사투리라니. 흐음. 역시 사람은 오랫동안 알아봐야 알 일이야.

  "이 팬던트 가격은 얼마인가?"

  흐음. 전에 라벤양이 사갔을때 30실버에 사갔었는데. 인플레이션에 따르면 적어도 35실버는 받아야 되려나?

  "얼마에 사실 생각이십니까?"

  그는 놀라지 않은 채 주머니에 돈을 꺼내었다. 놀라지 않은채. 안놀란다. 안놀라? 보통 얼마에 살 생각이냐고 물어보며는 대부분 하는 소리가 "가격이 없나요?" 라던가, "이거 팔려고 한거 아니었어요?" 라던가, 아니면 "싸게 줘요" 라는등 놀라면서 물어보는데, 놀라지 않는것은 처음 보는걸.

  사실 35실버에 팔면 나야 좋겠지만, 그렇게 되면 위대한 스승님(?)과의 약속을 어기게 된다는 사실. 스승님의 말씀에 따르면 작품 하나하나에는 우리 장인들이 가격을 매길 수가 없다는 것이다. 오로지 이 작품을 알아주는 사람만이 그 가격을 말 할 자격이 있다는 것이었다. 나 또한 그 말씀에만 감명을 받아 지키고 있는 실정이고. 그것이 요모양 요꼴이 되었다는 것이다. 먹고살기 빠듯하다는 말씀.

  "자네 작품의 가치에 대해서 말인가? 

  그는 계산대에다가 돈을 올려놓았다. 어디 보자. 하나 둘 셋... 오호라! 무려 47실버! 이 손님 아무리 생각해도 마음에 든다. 이렇게 높은 가치로 내 작품을 봐주시다니. 스승님께서 보시면 저승에서 통곡하실 경우로군. 그럼 어디 우리 가게에 있는 유일한 마법기계 "계산함"에다가 넣어두실까나. 무려 20실버 3실링 -3실링은 VAT였다.-이라는 거금을 주고 산 것이었다. 자동계산기능에 돈 보관도 가능하다. 거기다가 안전락까지 걸려 있어서 주인이 아니면 못 빼고, 외부 디자인은 나의 미적감각을 확연히 살려주는 엘레강스한 스타일! 그 계산함에 돈을 올려놓자 짤랑 소리와 함께 동전이 계산함 안으로 들어갔다. 흐음. 저 손님 아무리 생각해도 마음에 들어.

  "손님, 어떻게 그 팬던트를 포장해 드립니까?"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팬던트를 나에게 주었다. 주위에 있는 붉은색 포장지를 이용해서 테두리를 덮고, 거기다가 흰색 리본으로 예쁘게 꾸며주었다. 그에게 다시 건네주자 그는 만족하는 미소를 지었다. 흠흠. 저것이 바로 고객대만족서비스경영방법이라고 하시던 스승님의 기다랗고 기다란 말이었지. 그나저나 저 손님 여기서 처음 웃는 것 같은데. 역시 이상한 손님이야.

  "그럼 이만 가보지. 나중에 다시 한번 들르겠네. 자네 이름이 뭐라고 했지?"

  "렌 포레스트 입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바람처럼 횡하니 가게 문을 나가버렸다. 거참, 내가 더 나이 많아 보이는데. 거기다가! 상대방이 이름을 대면 자기도 가르쳐 주는 것이 예의가 아닌가? 게다가! 청소도 못하고 있었고. 흐음. 저 손님, 마지막 유종의 미가 안좋아. 에휴 그럼 뭐하나. 손님인걸. 그나저나 얼른 청소를 다시금 시작해야지. 스승님 오실라. 걸레야 걸레야 어디있느냐!

  "그런데 나 사람 불러서 대청소 할건데...?"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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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우님의 댓글

박현우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핫~ 피치 릴리 데이지라면 웨딩피치 3인방 아니옵니까!?<퍽> 아핫 여기도 마법세계입니까 ㅇㅅㅇ;; 으음...첫화에서는 그냥 일반 중세라고 보여졌는데 ㄷㄷ;; 아무튼 재밌게 읽었습니다// 다음편이 기대되는군요 룰루~<비데?><퍽퍽퍽 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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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ka님의 댓글

pika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잘 봤습니다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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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상™님의 댓글

태상™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언제나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건필하세요.[2화째에 할 말이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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