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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는 여신님-네크로맨서 카이 브릿드(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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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구구구구구…….

 울드가 힘을 집중하면서부터 그녀가 서있는 대지가 서서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제르니아는 그런 울드를 가만히 내려다보며 또 다른 술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헷, 나도 자존심이 있다고. 1급 비한정마의 힘을 보여주마!”

 쿠구구구구…….

 마라의 주위로 모여드는 고열의 불꽃. 마라고 같이 힘을 모으기 시작하자 일대는 마치 지진이 난 것처럼 미친 듯이 흔들렸다.
 처음에 울드와 마라의 양손에서 시작된 불과 번개는 이윽고 서서히 범위를 넓혀가더니 급기야 온몸을 휘감는 불꽃과 번개가 되었다.

 “보여주마! 내 힘을!”

 울드가 먼저 외치며 온몸에 번개를 두르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 때 마침 제르니아도 주문을 끝마치고 있었다. 이번에도 새로운 술법. 이건 술법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마법에 가까운 주문. 도대체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새하얀 눈의 왕이여. 은의 날개로 눈 아래 대지를 백설로 물들여라. 오라, 빙결의 숨결. 아템 오브 아이스!

 제르니아의 위에 떠오른 거대한 백색의 사각형. 숫자는 정확히 4개였다. 그 사각형들은 시동어를 외치자 지상으로 내리꽃혔는데 그 주문의 위력은 무시무시했다. 한순간에 500여미터 정도의 공간을 얼음의 대지로 뒤바꿔버린 것이다. 주문어대로 대지를 백설로 물들이는 거대한 광역 술법.

 슈아아아앗!

 울드는 정면으로 떨어지는 빙결의 힘을 공간 슬라이드 술법을 사용하여 겨우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대지에 펼쳐진 얼음의 세계를 보고는 온몸을 관통하는 오싹한 한기를 느꼈다. 술법의 범위 자체가 틀렸다. 어쩌면 정말 가진 힘을 전부 쏟아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아아아앗!”

 휘리리리릭!

 재빠르게 제르니아에게 접근한 울드는 쾌속하게 몸을 회전시켰다. 그런 울드의 옆을 스쳐지가나가는 제르니아의 검. 회전으로 검을 피한 울드는 회전력을 그대로 살려서 오른발에 모아 내뻗었다. 술법을 외울 틈이 없던 제르니아는 왼팔을 들어 공격을 막았다.

 터터엉!

 빠지지지직!

 공격을 막을 수는 있었지만 다리에 휘감겨있던 뇌전까지는 어찌할 수 없었다. 특히 울드 자신의 의지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힘이었기에 그 전달이 훨씬 빨랐다. 번개의 힘에 의해서 잠시 움직임이 마비된 틈을 노려 팔꿈치로 정수리를 노리고 내리찍었지만 제르니아는 간신히 고개를 옆으로 움직여 피하고는 무릎을 차올렸다. 둘 다 공중에서 움직이기에 움직임의 제한 따위가 있을 리가 없었다. 때문에 둘의 공방은 빠르고 강력하게 이루어졌다.

 -어둠을 태우는 마의 불꽃이여, 이곳에 강림하라! 초천염(超天炎)!

 잠시간 빠르게 공방을 주고받던 둘의 머리위로 수백의 지옥의 불꽃을 담은 창이 생성되어 빠르게 떨어져내렸다. 마라가 둘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전력을 다해 공격을 해버린 것이다. 마치 둘다 죽어버려!라는 심정을 담은 것처럼.

 이에 제르니아는 다급한 표정으로 빠르게 술법을 외웠다.

 -냉기가 충만하여, 추운 시절에 들어가노라. 미나리여, 무성히 자라라. 빙쇠(氷釗) 빙월(氷月).

 울드도 다급하게 술법을 외웠다. 자신과 제르니아를 포함하는 상당한 범위 공격이었기에 함부로 공간 슬라이드 술법을 사용할 수는 없었다. 동시에 떨어지는게 아니라 불규칙적인 낙하를 하는 것도 그런 결정을 내리는데 한 몫 했다.

 -떠올라라. 새하얀 눈의 정령, 눈부시게 빛나라. 얼음의 정령이여. 나의 뜨거운 마음이 원하는 대로 그 얼어붙은 혼으로 대답하라. 나를 수호하는 하얀 용의 모습을 바꿔 내 앞에 나타나라. 아름다운 그 힘. 늠름한 그 신체. 나 너에게 이름을 주노라. 나와라. 빙룡(氷龍)!

 눈과 얼음으로 태어난 아름다운 빛을 머금고 있는 새하얀 눈과 얼음의 결정체 빙룡. 빙룡은 그 길고 거대한 몸을 뱀처럼 돌돌 말아서 울드에게 쇄도하는 불의 창들을 착실하게 막아내었다.

 -쿠오오오오오오!!!

 잠시 후, 공격이 끝나자 빙룡은 똬리를 틀었던 몸을 풀며 아래의 마라를 노려보며 길게 울었다. 빙룡의 심정을 알 리는 없지만 아마도 추측해보자면.

 ‘감히 나의 주인을 공격해? 네가 죽고 싶구나. 나도 상당히 아팠어. 이리 와. 일단 몇 대 맞고 시작하자.’

 ……정도가 아닐까 한다. 그 살벌한 모습에 마라는 땀을 삐질 흘리며 주춤 물러섰다. 아.하.하. 엄청난 살기……나 빌어야 하려나…….

 “마~라. 너 날 죽일 셈이었구나. 폭뢰강림이랑 이상한 약 중 뭐에 당하고 싶냐?”

 그렇게 말하는 울드의 오른손에는 푸른색의 번개가, 왼손에는 언제 꺼냈는지 몇 가지의 약이 들려있었다. 마라를 노리는 건 울드와 빙룡뿐이 아니었다. 제르니아도 이 순간만큼은 울드를 경계하지 않고 순수하게 마라를 향한 증오를 드러냈다.

 “아하하하……저기 있잖아. 그러니까……미안!”

 휘리리리릭!

 마라는 그 한마디를 남기고 순간이동술로 사라져버렸다.

 “마라, 나중에 두고 보자. 으드드득!”

 울드는 한차례 거칠게 이를 갈고는 이내 다시 제르니아를 노려보았다. 그건 제르니아도 마찬가지. 이젠 순수하게 힘으로 해결을 해야 할 때였다.

 쿠구구구궁!!!

 둘이 전력으로 힘을 끌어올리자 지구가 비명을 질렀다. 그 둘의 전력을 다한 힘을 한번에 감당하지 못해서 생긴 일이었다. 그렇게 둘의 힘이 절정에 다한 순간 둘은 다시 격돌했다. 제르니아가 입은 부상이 꽤 심했는지 둘의 싸움은 치열하게 벌어졌고 1시간 후.

 “으아아아앗!!”

 쿠콰콰콰쾅!!!!

 거센 폭음을 마지막으로 격돌을 벌이던 둘이 허공에서 정지했다. 제르니아의 갑옷은 이미 너덜너덜해져 제구실을 못하게 된지 오래였고 싸늘한 냉기를 뿜어내던 검도 반 토막이 나있었다. 몸은 온통 강력한 뇌전에 그을리고 탄 흔적들로 뒤덮혔고 가지런하던 긴 흑발도 사방으로 뻗쳐있었다.
 울드도 그에 못지않았다. 온몸은 제르니아의 술법과 검의 냉기로 인해 베이고 언 상처들로 가득했고 전투복은 이미 옷이라 부르기에도 뭐한 누더기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차이가 나는 것은 둘의 표정이었는데 제르니아가 낭패인 듯한 표정인데 반해서 울드의 표정은 제르니아보다는 여유가 있어보였다.

 “크윽, 두고 보자…….”

 제르니아는 그런 울드의 표정과 기세를 보고는 자신이 밀렸다 생각했는지 한마디를 남기고 사라져버렸다. 제르니아가 사라지고 1분 후, 울드는 그제야 여유있던 표정을 풀고 간신히 유지하고 있던 정신을 놓아버렸다. 기적적으로 이미 한계에 부딪쳐 해본 허장성세(虛張聲勢)가 성공을 거두었던 것이다.

 그렇게 정신을 놓은 울드는 높은 상공에서 그대로 지상으로 떨어졌다.





 한편 한성고등학교에서는…….

 풀장의 주위에서는 2학년 1반의 학생들이 저마다 탄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빠, 빠르다!”

 “과연 최종병기!”

 시원스럽게 앞으로 뻗어나가는 가인의 자유형에 학생들은 의외라는 듯 감탄했다. 그 반응에 지연은 마치 자신이 가인이기라도 한 것처럼 가슴이 뿌듯해졌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학생들에게 소리쳤다.

 “자자! 지금부터 유가인의 타임 레코드를 재겠다! 이번 중간 평가는 녀석의 레코드를 커트라인으로 삼을 테니, 한 명도 빠짐없이 그 기록을 뛰어넘도록!”

 “……예?”

 “아, 참고로 위의 사항이 지켜지지 않았을 시엔 네 놈들의 단위 면적 당 질량이 물의 표면 장력보다 가벼워지도록 다이어트다. 알겠냐!”

 “에에엑!”

 재영 일행은 비명을 질렀다.  지연의 횡포가 시작된 것이다. 예전 시험 때 언급했던 무산소로 육체기능의 30퍼센트를 활용시키겠다는 벌칙과 비슷한 류의 억지였다. 그들은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소리쳤다.

 “말도 안되요, 선생님! 우리들 중에는 물이라곤 들어가보지도 못한 맥주병들도 있단 밀이에요!”

 “그러니까 다들 내 수업 시간에 수영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겠다고 하고 있잖아?”

 “하, 하지만 그런 형평성에 어긋난 단체 기합 같은 건…….”

 “개인의 실수는 단체의 실수. 요즘같이 각박해져 가는 시대에 협동심은 반드시 갖춰야할 덕목이다. 모두 다 네 녀석들의 단결력을 높이기 위한 나의 교육적인 장치이니 군말 없이 따르도록.”

 ‘잘도!’

 2학년 1반 일동은 완고한 지연의 태도에 좌절했다. 그들은 울상이 된 얼굴로 가인을 돌아 보았다.

 ‘네놈! 다리에 쥐라도 나버려라!’

 ‘그대로 빠져죽어! 제발! 제발 돌아오지 말란 말이야!’

 언제 그의 수영 솜씨에 감탄했냐는 듯 일제히 저주를 퍼붓는 학생들. 하지만 가인은 그들의 바램을 철저히 무시하며 100미터를 52초 55라는 경이적인 기록으로 완주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그 기록에 학생들은 일제히 쓰러졌고 지연 또한 망연자실하게 중얼거렸다.

 ‘이, 이거……통과할 사람이 있으려나.’

 한국 기록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최상위권에 속하는 기록인데…….

 그녀는 잠깐이지만 자신이 학생들에게 못할 짓을 한 건 아닐까 후회했다.




 “거기! 무릎 굽히는 녀석 누구야! 좀 더 힘 줘서 발차기 하지 못해!”

 지연의 외침에 학생들은 죽는 시늉을 하며 발차기를 계속했다. 그녀는 중간 평가까지 꽤 여유가 있었기에 의외로 서두르지 않고 기초부터 차근차근 가르쳐나갔다.

 “자꾸 옆으로 빠지는 놈들은 뭐야! 제대로 앞을 보고 가야 할 거 아냐!”

 하지만 벌써 십오분 가까이 계속되는 발차기와 지연의 고함 소리에 학생들은 거짓말 보태지 않고 익사 일보 직전이었다. 기력이 모두 바닥나서 팔 다리가 따로 놀고 있다면 말 다했을까? 가인의 뒤를 따라오며 발차기를 하던 재영은 숨이 턱까지 찬 채 연신 투덜거렸다.

 “흐엑. 흐엑. 차라리 죽여라, 죽여. 우리가 도대회에 출전할 수영부 녀석들도 아닌데 이 무지막지한 연습량은 뭐냐고!”

 “야, 야. 목소리 낮춰. 다 들리겠다.”

 가인은 재영에게 주의를 주며 지연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나 불만이 쌓일 대로 쌓인 재영의 투덜거림은 멈추지 않았다.

 “솔직히 첫 시간은 자유시간으로 해서 학생들에게 수영의 재미를 일깨워주는 게 낫지 않냐? 수업이 재미있어야 학생들의 의욕이 상승할 테고, 의욕이 상승해야 적극적인 참여가 이루어질텐데! 하지만 이 평가에 급급한 무미건조한 수업은 뭐지? 선진 교육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퍽!

 그러나 뒤이어 들려온 둔탁음에 재영의 불평은 사라졌다. 지연의 손에서 날아온 수영판이 정확하게 그의 머리를 후려갈긴 것이다. 지연은 물 속으로 천천히 가라앉는 재영에게 말했다.

 “교육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너희들의 노력도 필요한 거다. 자신들만 시대의 피해자인 척 구구절절히 떠들어 대봤자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변화를 원한다면 스스로부터 변화해보지 그러냐?”

 “…….”

 어째서 훌륭한 얘기도 그녀의 입에서 나올 때면 신빙성을 잃어버리는 것일까?

 ‘그야 말보다 폭력이 앞서기 때문이지.’

 2학년 1반의 학생들은 속으로 그 말들을 삼키며 묵묵히 발차기를 계속했다. 가인은 여전히 떠오르지 않는 재영에게 애도를 표하며 얼굴을 물 속으로 집어넣었다. 지연의 말대로 이왕 연습하는 거 좀 더 성심 성의껏 해 볼 셈이었다. 평소 호흡을 할 때 팔의 빠른 전진 동작으로 유선형이 무너지는 일이 종종 있었기에 겨드랑이 밑으로 숨을 들이마시는 연습을 하고 싶었다.

 부글부글부글

 풀장의 물은 아직 쌀쌀한 봄 날씨 덕분에 적당히 데워진 미온수였다. 가인은 두 눈을 감은 채 그 기분 좋은 따뜻함을 느꼈다. 눈을 떠서 물 안을 살펴보고 싶었지만 약품 처리가 된 풀장 물이라 거부감이 들었다. 아직 골 지점까지는 꽤 거리가 남아있으니까 이 페이스로 가면 앞 사람과 부딪힐 염려는 없을 것이다.

 삐이이이이이…….

 그때 가인의 귓가로 어렴풋한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정확히는 바람소리가 아닌 것 같았다. 바람 소리와는 다른, 좀 더 가늘고 음율이 갖춰진 소리였다. 물 속에 있어서 소리가 잘 전달되지 않기 때문일까. 확실하게는 들리지 않았다.

 ‘뭔가…… 피리 소리 같은데……?’

 가인은 풀장에서 들려오는 피리 소리에 의아함을 느끼며 물 밖으로 얼굴을 꺼내려고 했다.

 부그르르르

 ‘윽!’

 순간 가인은 입 밖으로 거품을 뿜으며 물 밑으로 가라앉았다. 누군가가 자신의 다리를 붙잡고 밑으로 끌어당기고 있었다. 가인은 애써 눈을 뜨며 밑을 내려다보았다. 물을 들이켰는지 속이 매스꺼웠다.

 ‘……!’

 가인은 인상을 찡그렸다. 자신의 다리를 붙잡고 있던 이는 다름 아닌 재영이었던 것이다. 자신의 뒤를 따라오며 발차기를 하던 그가 풀장의 바닥에 붙어 자신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가 장난을 치는 건가 싶어서 붙잡힌 다리를 가볍게 흔들었지만 이내 발목에서 느껴지는 강한 악력에 생각을 달리해야 했다.

 ‘장, 장난이 아니야?’

 그러던 중 가인은 볼 수 있었다. 하얗게 뒤집어진 재영의 눈동자를. 그것은 섬뜩하리만치 푸른빛을 흘리며 가인을 응시하고 있었다. 가인은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발버둥을 쳤다.
 놔! 놓으란 말이야. 박재영!

 ‘숨이……!’

 가인은 이를 악물며 재영의 가슴을 붙잡히지 않는 반대편 발로 강하게 떠밀었다. 하니만 그 정도로는 재영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가인은 하는 수 없이 재영의 명치를 발끝으로 걷어찼다. 아무리 제장신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사람인 이상 명치를 얻어맞으면 숨이 막힐 것이다.

 ‘컥!’

 예상대로 재영은 신음을 흘리며 가인의 발을 놓아버렸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그는 재영의 등을 밟고 도약했다.

 “푸하!”

 물 위로 떠오른 가인은 옆의 레일 줄을 붙자고 거칠게 기침했다. 먹었던 물들을 토해내며 간신히 한 숨을 돌리고 나서야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는 기진맥진한 표정으로 생각했다.

 ‘재영이 녀석, 갑자기 어떻게 된 거야!’

 장난치고서는 도가 지나치잖아! 날 정말 죽이려고 작정한 거야 뭐야?
 가인은 이를 갈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신과 재영이 물 속에서 사투 아닌 사투를 벌이는 동안 주위에선 난리가 났을 것이다. 아마도 자신과 재영을 기다리고 있는 건 지연의 가혹한 체벌일지도…….

 “어라?”

 그러나 그의 예상은 빗나갔다. 주위는 너무나 조용했던 것이다.  아니. 조용한 건 당연했다. 풀장 밖에는 아무도 없었으니까. 하지연 선생님도, 반 친구들도, 아무도…….

 ‘다들……어딜 간 거야?’

 심지어는 자신이 있는 제일에서 줄을 맞춰 발차기를 하던 친구들도 모두 사라져 있었다. 단지 풀장에는 가인 혼자만이 남아있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그 적막에 알 수 없는 공포가 밀려들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그 많던 사람들이 한 순ㄱ나에 사라지다니! 혹시 나……꿈이라도 꾸고 있는 건가?

 “크앗!”

 그때 가인은 비명을 지르며 다시 물 속으로 끌려들어갔다. 누군가가 또 가인의 발목을 잡아당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괴로운 표정으로 눈을 떴다. 그리고 물 속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은…….

 ‘……!’

 사라진 자신의 친구들이었다. 그들이 빽빽하게 풀장의 바닥에 붙어서 자신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서는 하나같이 예의 푸른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가인은 자신의 전신을 붙드는 친구들의 손길에 그제야 일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만둬! 그만둬!’

 몸을 비틀며 저항해봤지만 헛된 몸부림이었다. 2학년 1반의 학생들은 평범한 인건이라고는 보기 힘든 괴력들을 발휘하고 있었다.

 ‘크으으으으윽!’

 가인은 자신의 뒤에서 목을 조르고 있는 남학생을 향해 있는 힘껏 박치기를 넣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남학생은 코에서 피가 흐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손에서 힘을 풀지 않았다.
 숨이 막혀 컥컥거리자 입에서 거품이 와르르 쏟아져 나왔다. 전신에서 힘이 빠지며 눈앞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몸 속에 있던 모든 것을 토해내면서 동시에 물을 마시는 기묘한 기분이 그를 엄습해왔다.
 안……돼. 이 이상은……참을 수……없어……!

 ‘으으아아아아앗!’

 순간 가인은 괴로움을 참지 못하여 패턴 블루의 힘을 발산했다. 그러자 그의 주위에 있던 물살들이 세차게 회전하며 한줄기의 소용돌이를 만들어냈다. 그 소용돌이의 여파에 가인을 붙잡고 있던 학생들이 떠밀려 날아갔다. 그렇게 몸의 자유를 되찾은 그는 풀장의 바닥을 향해 발로 천공권을 발사했다. 그러자 그 반동으로 가인은 세차게 물살을 꽤뚫으며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텅!

 “으앗!”

 허공을 유영하던 그의 몸이 풀장 바깥의 타일에 세차게 내리꽃혔다. 가인은 비명을 지르며 몇 차례 몸을 구르다가 움직임을 멈췄다.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가슴을 가득 메운 알 수 없는 감각이 그를 괴롭히고 있었다. 가인은 떨리는 손으로 정신없이 자신의 가슴을 내리쳤다.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단지 한시라도 빨리 숨을 쉬고 싶었다. 한시라도 빨리!

 “크엑! 쿨럭! 쿨럭!”

 가슴이 시뻘겋게 달아오를 정도로 가슴을 두들기고 나서야 가인은 먹었던 물들을 토해낼 수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웩웩 거리자 눈물이 앞을 가렸다.

 ‘다들, 어떻게 된 거지? 어째서 날……왜?’

 가인은 수 많은 의문에 시달리면서 비틀 비틀 몸을 일으켰다. 자신을 공격했던 반 친구들은 여전히 물속에서 푸른빛이 흐르는 눈으로 가인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 비현실적이라 그는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쳤다. 그러다 이내 뒤에 서있던 한 여성에게 등을 부딪치고 말았다.

 [왜 그렇게 두려워하고 있는 거지, 유⋅가⋅인?]

 “서, 선생님?”

 가인은 뒤를 돌아보고 나서 신음처럼 중얼거렸다. 그의 뒤에서는 자신의 담임인 하지연 마저 두 눈을 푸르게 빛내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손을 뻗어 가인의 뺨을 쓸어 넘겼다. 그 입가로 어딘가 뒤틀린 듯한, 지연답지 않은 미소가 그려졌다.

 ‘후후후. 이 사람은 너의 선생님이잖아? 왜 그런 사람을 괴물 보듯 하는 거지? 응? 좀 더 존경심을 보이는 게 어때?]

 “너, 넌……넌 누구야?”

 가인은 떨리는 목소리를 숨기지 못하며 물었다. 체온이 떨어져선지 한기가 밀려들었다. 지연은 실망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였다.

 [나 참. 오라의 주인이라길래 좀 더 기대했더니만. 여타의 인간들과 다를 바가 없군. 이렇게 벌벌 떠는 꼬락서니라니.]

 “네 녀석은 선생님이 아니야! 누구야!”

 가인은 이를 갈며 소리쳤다. 그러자 지연은 마치 무대의 배우처럼 과장되게 인사를 하며 말했다.

 [내 이름은 카이 브릿드.]

 순간, 가인의 전신을 옭아매는 팔들. 가인이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어느샌가 물에서 빠져나온 재영과 친구들이 그를 붙들고 있었다. 그들은 사정없이 가인을 무릎 꿇리며 그 머리를 바닥으로 쳐박았다. 자신을 카이 브릿드라 소개한 지연은 그런 가인을 내려다보며 입가에 비웃음을 띄었다.

 [너희들의 적. 몬스터다. ……후후훗. 몬스터라. 그 호칭 참 가관이지 않아? 정말 제멋대로 이름 붙이길 좋아하는 족속이라니까. 너희 테라는.]

 “너! 내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가인은 재영에게 머리를 눌리면서도 지연을 노려본 채 소리쳤다. 그녀는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내 얘기를 전혀 듣고 있지 않군. 인류 대 인류로서 대화의 장을 열어 볼까 했더니만…….]

 “무슨 짓을 했냐니까!”

 가인이 금방이라도 다려들 것처럼 고함을 지르자 지연은 말을 멈췄다. 그녀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킥킥 웃었다.

 [알았어. 대답해줄게. 네크로맨시(Necromancy). 강령술(降靈術)이라는 거야. 쉽게 말해서 내 명령에 따르도록 그 아둔한 머리 속들을 좀 정리해줬다는 거지. 어디보자……. 아직 언어 중추가 익숙치않아서 좀 혼란스러운데, 너희들의 말로 굳이 표현하자면……? 꼭두각시? 그렇게 표현할 수 있을까?]

 “뭐? 꼭두 ……각시?”

 [흐음. 아냐. 아냐. 그게 아냐. 좀 더 비슷한 단어가 있을 텐데……그래. 차라리 좀비(zombi)가 낫겠군 아이티의 마약으로 조종되는 백치 노예들. 그 개념이 더 비슷해.]

 “……!”

 순간 가인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이 망할 몬스터가! 감히! 감히 내 친구들에게까지 손을 댔단 말이지! 네 녀석이! 그렇게 그가 분노하자 그의 몸에서 푸른빛의 오라가 흘러나왔다.

 [잠깐. 잠깐. 흥분하지 말라고. 네 친구들을 다치게 할 셈이야? 그 상태에서 힘을 사용했다간…….]

 “시끄러워!”

 그녀의 말에 개의치 않으며 가인은 붙잡히지 않은 오른손을 위로 치켜들었다. 그러자 거대한 선풍계의 회오리가 주변으로 휘몰아쳤다.

 “천공권 선풍!”

 촤아아아아

 수평방향으로 넓게 전개된 회오리바람은 그 위로 바람의 줄기들을 끌어 올리며 굉장한 흡입력으로 가인의 친구들을 끌어올렸다. 단지 오라를 전개한 가인 본인만이 패턴 블루의 힘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하아아아아아아!”

 기합을 내지르며 오라를 거두자 하늘로 떠올랐던 친구들이 풀장에 물보라를 일으키며 떨어졌다. 하지만 일부는 풀장의 바깥으로 떨어져서 피를 흘리며 신음했다. 그 모습에 가인은 움찔 몸을 떨었고 지연은 그것 보라는 듯 혀를 찼다.

 [그러게 사람 말을 귀 담아 들으랬잖아? 저런. 저런. 저 애들도 불쌍하지. 친구를 잘못 둔 덕에 오늘 험한 꼴을 당하는군.]

 “네 녀석이 진짜!”

 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올라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러나 지연은 되려 가인에게 다가오며 두 팔을 활짝 벌렸다.

 [하하하하. 그래. 아주 좋아. 이제는 너를 가르치는 선생님까지 날려버리겠다는 거야? 어디 한 번 해보시지! 육체를 빌리고 있는 나로서는 조금도 손해 볼 게 없으니까!]

 “……비겁한 자식!”

 가인은 그 비열함에 치를 떨며 주먹을 내렸다. 남들을 조종하면서 자신은 정작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니! 지연은 가인이 자신을 공격하지 못하자 씨익 미소지으며 재차 그에게 다가왔다. 가인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뒷걸음질만 쳤다.

 [뭐야? 기껏 화를 낸다 싶더니 공격도 하지 못하는 건가. 그렇게 계속 머뭇거리다간 이쪽에서 먼저 가는 수밖에 없다고.]

 “……!”

 순간 천공권 선풍으로 날아갔던 학생들이 무감각하게 일어서며 다시 가인에게 달려들었다. 그들은 아픔도 느끼지 못하는지 피가 흐르는 상태에서도 맹목적으로 가인을 공격해왔다. 가인은 그들의 주먹질과 발길질을 대충 피해내며 몇몇을 풀장으로 빠뜨렸다.

 “그만두지 못해! 이런 우습지도 않은 장난은 그만둬!”

 [장난이라고? 그럼 수위를 좀 더 올려보도록 할까?]

 지연이 그 말을 하기가 무섭게 학생들은 한층 더 민첩해졌다. 한 여학생이 손톱을 세워 거칠게 가인에게 휘두르나 그의 가슴팍으로 세줄기의 혈선들이 그어졌다. 그녀는 그 바람에 손톱이 부러졌지만 전혀 개의치 않으며 다른 쪽 손으로도 가인을 공격해왔다. 가인은 당황하며 그것을 피하다가 이내 재영의 주먹에 아랫배를 가격 당했다.

 “컥!”

 가인은 배를 움켜쥐며 몸을 굽혔다. 충격이 아랫배에서 등으로 이어지는 것이 묵직한 한방이었다. 도저히 일반 사람으로서는 낼 수 없는 힘이었다. 가인은 자신의 오른쪽으로 재차 재영의 주먹이 날아들자 재빨리 배 핸드 스프링을 했다.

 쩍

 가인을 지나친 재영의 주먹이 옆의 벽을 사정없이 가격했다. 그러자 벽이 갈라지며 붉은 피가 촤악 튀어 올랐다. 가인은 그것을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 지금 조종당하고 있는 이들은 자신의 몸을 돌보지도 않으며 있는 힘껏 공격해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이런 무시 못 할 괴력을 낼 수 있었던 것이고! 가인은 이렇게까지 자신의 친구들을 이용해먹는 몬스터에게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하지만 계속되는 친구들의 공격에 도저히 몬스터를 공격할 틈이 없었다.

 ‘제길! 제길!’

 가인은 어쩔 수 없이 주먹을 앞으로 내찔렀다. 좋아! 최대한 약하게 사용하는 거다! 최대한 힘을 자제해서……!

 “천공권 산!”

 퍼엉!

 오라의 토네이도를 손안에서 터뜨리자 그 전방에 있던 학생들이 거짓말처럼 튕겨 올랐다. 허리가 꺽이다시피 날아가는 그들의 모습에 가인은 아차 하는 심정이었다. 힘을 조절한답시고 오라 능력을 사용했건만 여전히 위력이 너무 강했던 것이다. 가인은 벽에 몸을 박고 피를 토하는 친구들의 모습에 뻗었던 주먹을 망연자실하게 떨어뜨렸다.

 ‘안돼. 이대로는……역시 AI슈츠를 입지 않은 상태에선 미세한 오라의 조절이 불가능해!’

 좋아! 그렇다면……!
 가인은 천공권 산의 영향으로 학생들의 공격이 멈추자 재빨리 왼손으로 반원을 그리며 소리쳤다.

 “변신! 피스 블루!”

 피스 대원의 음성인식이 시작됨과 동시에 미세 분자상태로 그들의 몸 주변에 머물러 있던 AI컴플리트 세트는 일정 주파 신호에 반응하여 모습을 드러내게끔 프로그램 되어 있다. 그리고 이 신호를 보내는 것이 바로 가인의 왼손에 달려있던 무전기였다. 피스메이커와 연락을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자 피스 대원이 반드시 갖추고 있어야할 장비. 하지만…….

 “…….”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AI슈츠가 장착되지 않았다. 그리고 가인은 깨달았다. 자신의 왼손에는 아무 것도 달려있지 않았다는 것을. 무전기가 사라져 있었다는 것을!

 [후후후훗. 왜 그래? 뭔가 보여주려고 했던 게 아냐? 거창하게 번신이란 소리까지 했으면 뭔가 달라지는 게 있어야지.]

 “큭!”

 지연의 비웃음에 가인은 극도로 혼란스러워졌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수영복을 갈아입으면서 무전기를 끌러놓았던 걸까?
 아니야. 그럴 리가 없다. 자신은 지금까지 피스메이커의 신체검사 날을 제외하면 단 한번도 무전기를 끌러본 기억이 없었다. 그것은 지극히 당연한 행동이었고, 절대로 해서4도 안될 행동이었다. 피스메이커의 호출이 언제 올지 모르는 이상 무전기는 항상 착용하고 있어야 했던 것이다.

 ‘어디로, 어디로 간 거야!’

 가인은 풀장을 돌아보았다. 수영을 하던 도중 물 속으로 빠뜨린 건가? 아까 친구들과 몸싸움을 하다가 떨어뜨린 건가? 그런 건가?
 하지만 그런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학생들은 조금도 쉴 틈을 주지 않고 가인을 공격해왔다.

 ‘젠장!’

 가인은 힘겹게 그들읙 공격을 피해내며 이를 악물었다. 평소 브루스가 입버릇처럼 강조하던 오라의 컨트롤에 무관심했던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오라를 정착시킴과 동시에 오라를 증폭시켜주는 AI슈츠는 오라 능력자의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편리한 도구였지만, 정작 그것에 너무 의지한 나머지 오라의 컨트롤에 정진할 수 없었던 것이다.

 [자자! 정신 차리라고!제대로 하지 못하겠어!]

 지연의 꾸짖음에 가인은 기가 막혔다. 그래! 장난이라 이거지? 빌어먹을 자식! 가인은 적의 도발에 넘어가지 않고 최대한 상황을 냉정히 파악하려 노력했다. 녀석의 이런 능력은 분명 낯설지가 않았다. 예전 마인드 브레이커 마유빈만 하더라도 이렇게 사람의 정신을 조작하여 인질극을 벌였던 사례가 있는것이다.
 녀석도 그와 같은 능력자인가!

 ‘아니야. ……틀려.’

 지금의 적과 마유빈의 능력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하나 있었다. 마유빈은 그나마 자신을 드러내고 능력을 사용했지만 이 녀석은 아예 하지연 선생님의 몸을 빌리고 있었다. 공격할 대상이 분명치가 않았던 것이다.
 어떤 원리일까? 어딘가에 몸을 숨기고서 이들을 조종하는 걸까?

 ‘그렇다면 한 가지 방법이 있지! 숨어 있는 녀석을 공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가인은 뒤에서 자신을 덮치려는 학생을 앞으로 엎어 치며 벽을 등졌다. 그러자 그 주위로 2학년 1반의 학생들이 물샐 틈 없이 그를 둘러 쌓았다. 가인은 자신을 포위한 친구들을 긴장한 눈으로 바라보다가 이내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 모습에 지연은 인상을 찡그리며 실망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겨우 이 정도로 자포자기한 거냐? 그런 주제에 오라의 주인이야!]

 멋대로 떠들어라! 가인은 그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정신을 집중했다. 이 모든 일을 꾸미고 비겁하게 저 혼자만 몸을 숨기고 있는 몬스터! 녀석이 숨어있는 곳을 느끼기 위해 애썼다. 육체보다 마음을 공격하는 것! 상대의 심정을 공격하는 것! 그것이 바로 주심!

 ‘간다!’

 가인은 눈을 뜨며 2층의 CCTV실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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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몇달만에 올리는건지 모르겠네요. 그동안 빛의 날개가 썼던게 날라가버려서 스토리 생각해내느라 이건 손도 못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빛의 날개는 좀 더 있어야 올릴 수 있을 듯 하군요. 울드의 싸움은 대충 대충 마무리 지어버린게 되었군요. 쩝. 왜이렇게 전투씬을 쓰기가 힘든건지...아무튼 이제라도 올립니다. 크크. 그리고 드디어 네크로맨서가 정면에 등장합니다. 뭐, 아실분은 아시겠죠.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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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더경님의 댓글

베이더경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ㅋㅋ 한쪽은 울드와 마족의..

다른 한쪽은 인류와, 인류의 적이....


모든 진실이 밝혀질때....


과연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요>?? 궁금해지는군요!!

건필!!!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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