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G '아앗 이건 나만의 이야기!' [공작원&지상 최악의 날(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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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탕 -타탕 콰앙.
“아악!!”
“........”
묠니르는 중앙 컴퓨터 제어실로 가기 위해 생존자들이 있을 확률이 높은 식당 칸으로 향했다. 저녁 준비시간이었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전투 병력이 그곳에서 대기를 하거나, 반격의 기회를 엿보고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과 다르게 살아 있던 생존자 한명이 방금 그의 눈앞에서 피를 흩뿌리며 죽은 것 이외엔 아무도 없었다. 2층 계단 난간에 붙어 있던 방독면 차림의 남자가 든 MP40 기관단총에 당한 것이 분명했다. 병사를 죽인 이는 묠니르를 발견 하지 못했는지 계단을 올라 사라져 버렸다. 묠니르는 병사의 가슴팍에 꽂혀진 수류탄들을 꺼내 자신의 가방에 털어 넣고 유탄발사기에 탄환을 장전했다. 보통 총탄이 잘 먹히지 않는 헬솔져들에게 비교적 잘 먹히는 생물계 치명 탄환인 유산탄(울드의 선물)을, 다른 한쪽 총구에는 직장 동료 페이오스가 제공해준 독초에서 뽑은 부식성 포이즌 탄이었다. 선물을 이런 식으로 소비하는 것이 달갑지는 않았으나 자신이 이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별 도리가 없었다. 유탄발사기를 오른손에 든 그는 배낭에서 여러 가지 물건들을 꺼내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철컥 -차르릉 철커덩 쿵.
채 2분도 걸리지 않아 모든 부품들을 연결하고, 꼽아 넣은 묠니르는 이제 부품에서 총으로 전환된 그의 물건을 들어보았다. MG-42. 2차세계대전때 사용되었던 히틀러의 전기톱이란 명기관총이 완성되어져 있었다. 총의 동체에 끼워진 링크 탄이 성가셨지만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 불평불만을 늘여놓는 것은 사치이자 죄악이었다.
“그럼 시작해볼까?”
우선은 나의 탈출을 도와줄 조력자들을 구해야겠군. 묠니르의 두 눈에 붉은 광기가 내려 앉았다.
[5분 뒤.]
떽 떼구르르르~~퍼엉
“퀴에엑!!”
영화에서 자주 볼법한 둥그런 무언가가 철판 굴러가는 소리를 내며 땅바닥으로 내리 꽂혔다. 그것은 검은 연기와 먼지를 토해내며 자신의 몸을 산화시켰다. 그것이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던 헬솔져들 또한 몸이 수류탄과 함께 산화하거나, 몸이 갈기갈기 찢어진 채 날아올랐다. 살아남은 헬솔져들은 몸 안에 박혀 계속 쑤시는 파편을 무시한 채 소총을 들어올렸다.
-죽어라!!
헬솔져들이 공통된 텔레파시를 보내며 일제히 사격을 가했다. 그러나 저 앞에서 걸어오는 러시아군 제복 차림의 남자는 자신의 몸이 총탄에 갈기갈기 찢어져 벌집이 되든, 걸레가 되든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마치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연의 영화 터미네이터를 보는 듯 한 비상식적인 모습에 헬솔져들은 하나둘씩 두려움에 떨어갔다. 특히 그것과 눈이 마주친 병사들은 장전도 못 하고 기괴한 비명만 지른 채 도망을 쳤다. 묠니르는 자신에게 등을 보인 하찮은 존재들에게 친히 안식을 선물했다.
드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
분당 1400발이란 어마어마한 속도를 자랑하는 기관총이 불을 뿜었다. 이제 묠니르가 아닌 그에게 사격을 하고, 또 등을 돌린 불쌍한 존재들이 벌집이 될 차례였다. 그것들은 어린 아기가 비명소리를 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쓰러져갔다. 개중에는 묠니르의 집중 사격으로 팔, 다리가 뜯겨져 나갔으나 쓰러지면서도 그를 의식적으로 피하려 했다.
-저, 저 괴물은 뭐야?
병사들은 마인드 네트워크로 공유한 묠니르의 비상식적인 정보를 읽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자신들은 ‘절대 죽지 않는 괴물’과 싸우고 있음이 분명했다. 물론 정말로 죽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었으나 어쨌든 일반 중화기들로 그와 싸우는 것은 자살행위와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헬솔져들은 몰랐다. 아니 이 괴물의 존재자체를 부정하고, 무능력한 적들을 학살하는 재미에 빠져 상부에서 내려온 정보를 모조리 무시하고 있었다. 모두들 정신세계를 통일하여 뭉친 다음 반격을 가했다면 살아남을 확률이 더 높았겠지만 자신들의 이어진 실책으로 인해 이제 죽는 것만이 이 괴물에게서 벗어날 마지막 길이었다.
“어리석은 놈들. 네놈들이 쓰고 있는 그 방독면과, 기분 나쁜 검은 옷, 그리고 몸에 이어진 길다란 고무호스들이 무엇인지 알고는 있나?”
묠니르는 주인공 앞에 쓰러지는 악당역 엑스트라들처럼 허무하게 쓰러지는 헬솔져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의 입에는 비웃음이 걸려 있었고, 눈은 가늘게 조소하고 있었다.
-당연히 알고 있지!
“알고 있다는 놈들이 왜 그런 짓을 하고 있는 거냐?”
-뭐야?! 너. 텔레파시 교감능력이 있는 거야?
이건 말도 안 돼! 도저히 들릴 리 없는 텔레파시가 저 자에겐 들리는 것인가? 그럼 저 자식도 교감 능력이 있다는 것인데? 헬솔져들은 경악하며 술렁였다. 묠니르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코웃음을 쳤다.
“당연하지. 아주 머릿속이 울릴 정도로 잘 들려서 문제야. 네놈들은 그 능력을 가진 덕택에 뭘 버리게 되었지? 호오~ 이제 보니 네놈들은 언어를 잊어버린 모양이군. 인간문명세계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말을 버리고, 전쟁에서 대충 적당히 쓰일 마인드 네트워크란 웃기는 기술을 얻었군.”
-네, 네놈의 정체가 뭐냐?!
병사들 중 한명이 용기를 내어 그를 소총으로 겨눈 채 물었다. 묠니르도 그를 향해 유탄발사기를 겨눈 채 맞대응했다. 묠니르는 히죽거리며 자신을 두려움과, 놀라움이 교차하는 붉은색 눈으로 바라보는 헬솔져를 똑같이 응시했다. 그는 자신과 눈이 마주친 묠니르가 두려운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간신히 몸을 지탱하고 있었다.
“글쎄? 굳이 말하자면 네놈들이 사용하고 있는 마인드 네트워크와, 죽어도 죽을 수 없는 네크로멘시 프로젝트의 실전상용화를 처음으로 이끌어낸 존재라고나 할까?”
묠니르가 히죽거리며 꺼낸 소리에 헬솔져들은 자신들이 엄청난 놈을 상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 사실을 깨달은 뒤에는 이미 늦어 있었다. 소와 외양간을 잃은 뒤 또 외양간을 잃은 격이었다.
“의문심이 해소되었으면 이제 죽어도 되겠지? 아니 죽었다는 표현보다는 영혼이 아예 소멸된다는 편이 옳겠군? 신의 은총을 받지도 못하는 하찮고도 어리석은 존재들아!”
-이, 입닥쳐! 모두 발포!!! 모든 것은 RLO를 위하여!!
-우라!!(만세!!)
타탕 ~ 타타탕~ 타탕.
묠니르는 그들을 매우 기쁜 마음으로 어루만져 주었다. 이런 것들이 살아 있으면 모든 인류와, 심지어 케이 일행에게까지 그 악영향을 심하게 끼치리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는 자신의 사명감을 불태우며, 그들을 잔인하게, 혹은 비열하게 찢어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그것들이 지르는 기괴한 비명소리가 귓가에 끊임없이 맴돌았다.
[상황 종료.]
“.....고맙소. 우욱!”
무하메드 핫산 사령관이 죽은 뒤 임시 사령관으로 뽑힌 마호가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묠니르의 피 묻은 손을 맞잡은 그는 악수가 끝나기 무섭게 바닥에 온갖 기묘한 것들을 내뱉었다. 그는 묠니르 뒤로 보이는 끔찍한 광경에 비위가 상했는지 아침부터 먹은 모든 것들을 끊임없이 토해냈다. 마호는 두려움과 놀라움이 교차하는 시선으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살아남은 3명의 병사들 또한 그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저 자가 저렇게 잔인한 자였을 줄은....”
자신의 동료들을 죽인 RLO와 저 자가 저지른 대학살을 비교해보면 누가 더 잔인할까? 마호는 조심스럽게 묠니르쪽이 더 우세하다고 판단하며 마른침을 삼켰다. 덥수룩한 수염은 불에 그슬려 엉망이 되어 있었고, 오른손은 화상을 심하게 입어 수술을 해야 할 것만 같았다. 머리에는 커다란 붕대를 하고 있어 가벼운 뇌진탕에 걸린 듯 했지만 그는 바닥에 칠해진 선혈과, 시체의 살점들을 보고 자신의 몸 상태는 이미 잊어버린 지 오래였다. 자신이 저런 상태가 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그는 알라신께 마음속으로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한편으론 묠니르의 평소와 너무 대조적인 모습에 충격이 깊었는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였다.
“무뚝뚝하긴 해도. 정말 좋은 사람이었는데.”
무기나, 여러 중장비들을 점검할 때마다 묠니르는 예의 무표정을 한 채 자신들을 도와주었다. 그에게 여러 번 도움을 받은 기억이 있는 생존자들은 묠니르가 벌인 눈앞의 광경들을 쉽게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들의 눈에 적들을 걸레로 만들면서 미소를 짓던 남자의 모습 또한 잊으려 애썼다. 그러나 잊으려 하면 할수록 더욱 생생하게 떠올랐다. 묠니르가 숨기고 있는 그 악마적 미소를...
“안나는?”
묠니르의 질문에 정신을 차린 마호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역시 중앙 컴퓨터를 제외하곤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마비된 것이 분명했다. 묠니르는 턱을 쓰다듬으며 머릿속에서 이런저런 궁리를 해보았다. 마침내 결론을 도출한 묠니르는 그들에게 당장 피하라고 부탁했다.
“그게 무슨 소리요?!”
“RLO 녀석들은 분명 이 기지의 실체를 비밀리에 매스컴에 유포했을 것입니다. 지금 당장 도망치지 않으면 당신들을 탈레반으로 오해한 미군에게 사살 당할지도 모릅니다. 빨리 고원과 이어진 궤도엘리베이터로 탈출하여 다음 기지에서 동료들과 합류하십시오.”
마호는 어림 반분치 없다며 기가 막힌다는 듯 웃었다. 그러나 묠니르의 붉은 눈은 진지함을 고수하고 있었다. 마호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그를 바라보았다.
“이 시체들 처리나, 탄약 챙기는 것은 무시하고 가는게 좋을 것입니다. 그리고 명령하지 말라고 했나요? 지금은 아니지만 안나의 옛날상관은 바로 접니다. 계급으로 보았을 때도 난 당신보다 훨씬 더 높습니다.”
“.........”
묠니르의 협박 아닌 협박에 그들은 궤도 엘리베이터의 몸을 실고 기지를 포기해야만 했다. 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반세기가 지난 유물은 그렇게 아무도 알지 못하는 끔찍한 소동으로 인해 방을 비워야만 했고, 3일 뒤 카타르 공군기지에서 파견된 미군 공수부대에 의해 그 실체가 밝혀졌다. 물론 미군은 그곳에서 탈레반들의 터져 나간 시체와, 소속 불명의 병사들의 시체가 난도질당해 실체조차 파악이 불가능하다는 삭제될 법한 보고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행이다! 연결되었어!!”
장장 1시간의 잡음, 오류, 타자기와의 사투 끝에 안나는 하라쇼(좋다)를 외치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녀는 손을 내밀어 자신을 보조해준(영어를 해석해주거나, 자신이 모르는 기능들을 알려줌)케이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묠니르와 접속한 안나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꺼냈고 결국 기지가 함락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케이는 땀으로 범벅이 된 이마를 손수건으로 닦으며 그의 안부를 물었다. 역시나 맘씨 하나는 산보다 더 넓군? 안나는 키득거리며 그에게 스피커를 건냈다.
“괜찮은 거니?”
-무사합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약초와, 약재들은 조금 남아 있었고, 치료법 또한 여기 품속에 잘 간직하고 있습니다. 다만 탄약은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장기전을 치루는데는 무리가 있을 듯합니다.
“아. 그, 그래?”
역시 묠니르구나. 케이는 오랜만에 듣는 탄약과 장기전 등 군대에서나 써먹을법한 이야기를 꺼내는 묠니르를 떠올리며 식은땀을 흘렸다. 그의 밀리터리 고질병은 절대 고쳐지지 않고, 휴가기간 내내 이어지리라고 케이는 생각했다. 화면에는 약간의 영문만 쓰여 있고, 그 어떠한 것도 쓰이지 않았다. 케이는 조금 불편하지만 스피커로 들려오는 어설픈 일본어에 귀를 기울이며 설명했다. 현재 울드와, 스쿨드가 법술 영창 중이니 10분 내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불행 중 다행이군요. 이젠 너무 피곤해서 한숨 자고 싶었습니다.
“그래. 베르단디도 기뻐할 거야. 묠니르 정말 고마워. 네가 얼마나 위험한 일을 겪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네덕택에 모든 것이 잘 풀리는 것 같아.”
-영광입니다. 스빠시뻐(고맙습니다.) 그럼 10분 뒤에 뵙게습니다.
묠니르가 접속을 끊었는지 스피커에서는 치직거리는 잡음만이 들려왔다. 귀를 간질이는 기분 나쁜 소음에 케이는 눈살을 찌푸리며 안나에게 스피커를 넘겨주었다. 안나는 평소의 화내는 그녀의 얼굴과 대조적으로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묠니르를 만난다는 기쁨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기뻐하는 케이를 보자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떠오른 것이었다.
“앞으로도 그렇게 잘 웃어봐. 화만 내지 말고. 그러면 베르단디가 더욱 좋아할꺼야.”
“글쎄요. 그럴지도 모르죠. 후아암~~피곤해라. 나는 제쳐두고, 울드, 스쿨드하고, 페이오스한테 커피나 가져다 줘요. 저녁도 못 먹고 밤샘 철야중이잖아요. 후아암~!”
안나는 기지개를 펴며 품속에서 알약을 하나 꺼내 목너머로 꿀꺽 삼켜버렸다. 케이는 그러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복도로 나섰다. 쿵쿵거리며 뛰어가는 그의 행동이 너무도 즐겁게 보인다고 안나는 생각했다. 두 부하녀석의 커피를 잊어먹었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리지만 착한 케이이치라면 그들의 커피도 잘 챙겨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커피를 못 얻어먹었다고 까삐딴(안나 사령관)에게 불평하는 못된 놈들(?)도 아니지만 말이다.
“놈들에게 한방....먹여.....”
안나는 타자기를 베게 삼아 엎드려 알약의 기운으로 나른해진 몸을 쉬었다. 이제 10분만 지나면 RLO의 1차 공격은 무난히 막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러시아가 극동 시베리아를 빼앗긴 것이 씁쓸하지만, 자신들을 배신한 나라에게 가지는 동정심 같은 것은 눈곱만큼도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자신들의 전철을 밟아 삶의 터전을 잃게 된 러시아 국민들이 불쌍할 따름이었다. 뭐 어때. 다시 되찾게 도와주면 그만이지.
“그래. 되찾면.....돼....어.”
약 때문에 어눌어진 발음을 내뱉으며 그녀는 자신만의 장밋빛 미래를 생각해보았다. 기지 하나를 잃고, 위험한 적들과 마주치게 되었지만,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기술력을 사용하고, 자신들과 관계가 매우 깊은 적이라고 하지만. 묠니르가 전부 해결할 것이다. 자신은 오로지 그들의 정체에 대해 숨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물론 케이이치 일행에게도 이 사실만큼은 숨겨야 했다. 그러나 임무밖에 모르는 묠니르나, 바보스러울 정도로 착한 케이이치라면 충분히 속여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래. 모든 것을 되찾기만 하면 돼..모든 것을....
“잠깐. 되찾?”
갑자기 안나는 불안해졌다. 되찾는다? 되찾아? 2개 소대 수준의 병력을 무난히 미국에 보낸 저들이다. 혹시....만약 저들이 그런 기괴하고 무시무시한 것들을 보낸다면 어떻게 되는 것이지? 1차 해킹 공격은 성공했지만..RLO의 천계와 마계를 향한 공격수단은 그리 많지 않다. 만약 일급 여신 베르단디를 놓치게 된다면? 그들은 치명적인 전략수단을 잃게 된다! 내가 만약 RLO의 그녀석이라면? 분명 되찾기 위해 수단 방법 가리지 않을 것이다. 안나는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약기운이 순간 사라지는 듯 한 착각을 느꼈다.
“베르단디의 몸을 체크해야 돼!”
그녀가 몸을 일으켜 문을 열려는 찰나. 문이 자동문인양 저절로 열렸다. 그곳에는 노출적인 옷차림을 한 채 걱정이 가득한 눈을 한 페이오스가 서 있었다. 얼마나 급하게 달려왔는지 긴 흑발은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자신이 예상한 상황이 제발 오지 않길. 안나는 무의미한 희망을 걸며 페이오스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라도?”
“큰일이야! 베르단디가 발작을 다시 시작했어!!”
안나는 하늘이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든채 그대로 털썩 주저 앉고 말았다. 저들은 역시 프로였다. 고작 30년만에 모든 것을 이룩한 프로....
[사원 바깥. 마당 앞에 완성된 법술진 앞]
“갑자기...소란스러워진 것 같지?”
스쿨드가 걱정된다는 얼굴로 울드를 바라보았다. 울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무언의 긍정이 담긴 눈빛을 보냈다. 스쿨드가 언니가 걱정된다며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 것을 울드는 갖은 변명을 대며 절대로 들여보내려 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해결되면 안나가 달려와서 평소처럼 욕을 퍼부으며 성공했다고 알려줄 것이라고. 좀 이상한 표현이긴 했지만 그동안 안나가 보여준 행동을 떠올려보면 먼저 욕을 잔뜩 퍼부으며 왜 이리 소환진이 늦어졌어라며 분통을 터뜨릴 것이다. 스쿨드는 울드의 설득에 넘어간 채 벌써 4분이나 기다렸다. 이제 묠니르가 돌아오기까지 앞으로 6분이나 남았는데, 묠니르가 보고 싶다는 안나는 마중은커녕 더욱 문을 봉쇄한채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뭔가 이상했다.
“혹시...언니한테 무슨 일이라도?”
스쿨드가 걱정된 얼굴로 울드를 바라보자 울드는 코웃음을 치며 그녀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퉁겼다. 울드의 갑작스런 손가락 공격에 이마가 빨개진 스쿨드는 울상을 지으며 왜 때려? 라고 항의했다. 울드는 귀를 손가락으로 후비며 못 들은척 먼산만 바라보았다.
“그러기야!”
“그러깁니다~!”
“이익!”
스쿨드는 울드에게 메롱 이라고 유치하기 그지없는 항의를 하며 몸을 돌려버렸다. 울드는 1시간동안 힘들게 고생했으면서도 토라질 힘이 남아 있는(?)스쿨드를 보며 미소를 살짝 지었다. 자신도 걱정되어 죽겠는데, 저 꼬마아가씨는 어련할까? 울드는 스쿨드에게 다가가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었다. 스쿨드는 볼을 부풀린 채 울드를 올려다보았다. 울드는 평소 스쿨드를 괴롭힐 때의 사악한 미소(?)를 지우고 인자한 어머니의 미소를 지어보이며 그녀를 달랬다.
“걱정 하지마. 베르단디는 저런 병 하나에 질 리가 없잖아. 안 그래?”
“응.”
스쿨드는 울드의 설명에 안심하며 미소를 지었다. 이미 식어버린 커피를 쭉 들이켠 스쿨드는 법술진이 제대로 완성되었는지 확인한다며 3번째 점검을 하러 나섰다. 울드는 스쿨드를 대견스럽다는 듯 바라보며 자신도 남은 커피를 쭉 들이켰다.
“안나.”
실패해서, 스쿨드 녀석 울리기라도 하면 번개를 먹고 싶지 않다고 해도 잔뜩 먹여줄테닷! 울드의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잘될까?”
눈밭에 큰대자로 뻗어서 하늘을 바라보는 이반이 옆에서 뭔가를 굽고 있는 남자를 불렀다. 옌지니예르. 지금도 먹을 것을 밝히며 굽는데 열중한 그는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반은 그럼 그렇지 라는 체념한 미소를 지으며 별 몇 개가 촘촘히 빛을 밝히는 겨울의 저녁하늘을 바라보았다. 시베리아의 하늘과는 대조적으로 공해 때문에 별들이 빛을 발휘하지 못하는 네코미의 하늘. 정말 너무도 대조적이었다. 한편으론 자신들의 존재를 발휘하지 못할 저 수많은 별들이 자신들의 처지와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자 절로 한숨이 나왔다.
“꼭 성공하겠지?”
실패하면....우리가 죽는 것은 그렇다 쳐도. 정말 세계가 난리 나게 된다. 잘못했다간 저 하늘에서 빛을 발휘하지 못해도 열심히 노력하는 존재감 있는 별들이 정말로 존재감 없이 사라지게 된다. 그는 걱정이 든 눈과 무미건조한 미소를 지은 채 옌지를 바라보았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굽기만 하고 있었다.
“근데 너 뭘 굽고 있는거냐?”
“흑빵 토스트. 샐러드와 고기를 잔뜩 집어넣었다. 부식으로 까푸스타도 있다.”
“.........”
이반은 할 말을 잃고 옌지를 바라보았다. 묠니르. 그 작자가 돌아오기까지 5분밖에 안 남았는데 무슨 얼어 죽을 먹을 것 타령? 그런데 자신의 눈길이 계속 그 토스트로 쏠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쿨드와 울드님에게 하나씩 건내드릴 것이다. 이것 하나만 먹어라.”
“.........”
옌지니예르는 저 멀리 울드와, 스쿨드가 앉아 있는 마루위로 쪼르르 달려가버렸다. 악덕 고용주를 만나, 저녁도 못 먹고 울드에게 갈굼만 당한 이반은 한숨을 내쉬며 토스트에 손을 가져다댔다. 그래! 역시 러시아는 흑빵이 최고지!!! 그는 토스트를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으며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RLO 임시사령부.(블라디 보스토크)]
“시작해라. 우리의 궐기를!! 자신들이 성공한 줄 알고 있을 어리석은 그라스나야(안나의 전투부대)놈들에게, 그놈의 무서움을 보여줘라!!”
슈미는 붉은 눈에서 광채를 내며 자신의 옆에 서 있는 아름다운 여자와 동양계 집사 가스빠진 리, 붉은색 머리칼과 눈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노인을 바라보았다. 여자는 자신보다 키가 훨씬 더 큰 18세로 추정되는 아리따운 아가씨였다. 그녀는 갈색 머릿결에 걸맞은 인자한 눈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에는 왠지 모를 슬픔이 담겨 있었다. 반면 무뚝뚝한 집사 가스빠진 리와, 슈미를 닮은 붉은 눈의 노인은 너무 기쁘다는 듯 미소를 지은채 당당히 서 있었다. 모두들 슈미가 끌어낸 광학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곳에는 자신의 마피아 부하들을 처단할 때 쓴 7m짜리 거대 괴물이 낮은 울음소리를 내며 대기 하고 있었다. 그것의 밑바닥에는 게이트의 눈을 피해 소환할 수 있는 강제 전송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우리의 목표는 이뽄(일본)이다!”
“우라~~!!!(만세~~!!!)”
슈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모든 것은 RLO를 위하여’라는 끔찍할 정도로 우렁찬 광신도들의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슈미는 얼굴을 내리 깔고 두 손으로 턱을 괸 채 좀 더 작은 모니터에 뜬 환호성을 지르는 병사들을 바라보았다. 그의 입가에 미소가 가득 생겼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옆에 서서 눈을 감은 채 슬퍼하고 있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슈미와 그녀의 얼굴 생김새는 너무도 흡사했다.
“천계놈들과 마계놈들, 미국놈들과 러시아놈들은 몽땅 쓸어버려야 돼. 안 그래 시예스트라?(누나? 혹은 여자형제)”
슈미는 잔인하게 느껴지는 무서운 미소를 짓고 있었고, 누나라 불린 여자는 갈색 눈동자에 슬픔을 담고 있었다. 슈미는 그녀를 바라보다가 모니터를 바라보며 쳇! 욕지기를 내뱉었다. 저렇게 약해서야 어떻게 신세계를 열겠다는 것인지? 슈미는 한심하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어차피 그가 계획해둔 모든 것들은 이 사건을 시작으로 확실하게 매듭 지어질 것이다.
우리가 그 정도로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안나!!
실패하든, 성공하든. 우리의 매듭은 꽉 묶여질 것이다. 안나!!
기억해라. 네놈들의 무책임이 벌인 이 끔찍한 사태를!!
“아악!!”
“........”
묠니르는 중앙 컴퓨터 제어실로 가기 위해 생존자들이 있을 확률이 높은 식당 칸으로 향했다. 저녁 준비시간이었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전투 병력이 그곳에서 대기를 하거나, 반격의 기회를 엿보고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과 다르게 살아 있던 생존자 한명이 방금 그의 눈앞에서 피를 흩뿌리며 죽은 것 이외엔 아무도 없었다. 2층 계단 난간에 붙어 있던 방독면 차림의 남자가 든 MP40 기관단총에 당한 것이 분명했다. 병사를 죽인 이는 묠니르를 발견 하지 못했는지 계단을 올라 사라져 버렸다. 묠니르는 병사의 가슴팍에 꽂혀진 수류탄들을 꺼내 자신의 가방에 털어 넣고 유탄발사기에 탄환을 장전했다. 보통 총탄이 잘 먹히지 않는 헬솔져들에게 비교적 잘 먹히는 생물계 치명 탄환인 유산탄(울드의 선물)을, 다른 한쪽 총구에는 직장 동료 페이오스가 제공해준 독초에서 뽑은 부식성 포이즌 탄이었다. 선물을 이런 식으로 소비하는 것이 달갑지는 않았으나 자신이 이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별 도리가 없었다. 유탄발사기를 오른손에 든 그는 배낭에서 여러 가지 물건들을 꺼내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철컥 -차르릉 철커덩 쿵.
채 2분도 걸리지 않아 모든 부품들을 연결하고, 꼽아 넣은 묠니르는 이제 부품에서 총으로 전환된 그의 물건을 들어보았다. MG-42. 2차세계대전때 사용되었던 히틀러의 전기톱이란 명기관총이 완성되어져 있었다. 총의 동체에 끼워진 링크 탄이 성가셨지만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 불평불만을 늘여놓는 것은 사치이자 죄악이었다.
“그럼 시작해볼까?”
우선은 나의 탈출을 도와줄 조력자들을 구해야겠군. 묠니르의 두 눈에 붉은 광기가 내려 앉았다.
[5분 뒤.]
떽 떼구르르르~~퍼엉
“퀴에엑!!”
영화에서 자주 볼법한 둥그런 무언가가 철판 굴러가는 소리를 내며 땅바닥으로 내리 꽂혔다. 그것은 검은 연기와 먼지를 토해내며 자신의 몸을 산화시켰다. 그것이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던 헬솔져들 또한 몸이 수류탄과 함께 산화하거나, 몸이 갈기갈기 찢어진 채 날아올랐다. 살아남은 헬솔져들은 몸 안에 박혀 계속 쑤시는 파편을 무시한 채 소총을 들어올렸다.
-죽어라!!
헬솔져들이 공통된 텔레파시를 보내며 일제히 사격을 가했다. 그러나 저 앞에서 걸어오는 러시아군 제복 차림의 남자는 자신의 몸이 총탄에 갈기갈기 찢어져 벌집이 되든, 걸레가 되든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마치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연의 영화 터미네이터를 보는 듯 한 비상식적인 모습에 헬솔져들은 하나둘씩 두려움에 떨어갔다. 특히 그것과 눈이 마주친 병사들은 장전도 못 하고 기괴한 비명만 지른 채 도망을 쳤다. 묠니르는 자신에게 등을 보인 하찮은 존재들에게 친히 안식을 선물했다.
드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
분당 1400발이란 어마어마한 속도를 자랑하는 기관총이 불을 뿜었다. 이제 묠니르가 아닌 그에게 사격을 하고, 또 등을 돌린 불쌍한 존재들이 벌집이 될 차례였다. 그것들은 어린 아기가 비명소리를 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쓰러져갔다. 개중에는 묠니르의 집중 사격으로 팔, 다리가 뜯겨져 나갔으나 쓰러지면서도 그를 의식적으로 피하려 했다.
-저, 저 괴물은 뭐야?
병사들은 마인드 네트워크로 공유한 묠니르의 비상식적인 정보를 읽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자신들은 ‘절대 죽지 않는 괴물’과 싸우고 있음이 분명했다. 물론 정말로 죽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었으나 어쨌든 일반 중화기들로 그와 싸우는 것은 자살행위와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헬솔져들은 몰랐다. 아니 이 괴물의 존재자체를 부정하고, 무능력한 적들을 학살하는 재미에 빠져 상부에서 내려온 정보를 모조리 무시하고 있었다. 모두들 정신세계를 통일하여 뭉친 다음 반격을 가했다면 살아남을 확률이 더 높았겠지만 자신들의 이어진 실책으로 인해 이제 죽는 것만이 이 괴물에게서 벗어날 마지막 길이었다.
“어리석은 놈들. 네놈들이 쓰고 있는 그 방독면과, 기분 나쁜 검은 옷, 그리고 몸에 이어진 길다란 고무호스들이 무엇인지 알고는 있나?”
묠니르는 주인공 앞에 쓰러지는 악당역 엑스트라들처럼 허무하게 쓰러지는 헬솔져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의 입에는 비웃음이 걸려 있었고, 눈은 가늘게 조소하고 있었다.
-당연히 알고 있지!
“알고 있다는 놈들이 왜 그런 짓을 하고 있는 거냐?”
-뭐야?! 너. 텔레파시 교감능력이 있는 거야?
이건 말도 안 돼! 도저히 들릴 리 없는 텔레파시가 저 자에겐 들리는 것인가? 그럼 저 자식도 교감 능력이 있다는 것인데? 헬솔져들은 경악하며 술렁였다. 묠니르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코웃음을 쳤다.
“당연하지. 아주 머릿속이 울릴 정도로 잘 들려서 문제야. 네놈들은 그 능력을 가진 덕택에 뭘 버리게 되었지? 호오~ 이제 보니 네놈들은 언어를 잊어버린 모양이군. 인간문명세계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말을 버리고, 전쟁에서 대충 적당히 쓰일 마인드 네트워크란 웃기는 기술을 얻었군.”
-네, 네놈의 정체가 뭐냐?!
병사들 중 한명이 용기를 내어 그를 소총으로 겨눈 채 물었다. 묠니르도 그를 향해 유탄발사기를 겨눈 채 맞대응했다. 묠니르는 히죽거리며 자신을 두려움과, 놀라움이 교차하는 붉은색 눈으로 바라보는 헬솔져를 똑같이 응시했다. 그는 자신과 눈이 마주친 묠니르가 두려운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간신히 몸을 지탱하고 있었다.
“글쎄? 굳이 말하자면 네놈들이 사용하고 있는 마인드 네트워크와, 죽어도 죽을 수 없는 네크로멘시 프로젝트의 실전상용화를 처음으로 이끌어낸 존재라고나 할까?”
묠니르가 히죽거리며 꺼낸 소리에 헬솔져들은 자신들이 엄청난 놈을 상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 사실을 깨달은 뒤에는 이미 늦어 있었다. 소와 외양간을 잃은 뒤 또 외양간을 잃은 격이었다.
“의문심이 해소되었으면 이제 죽어도 되겠지? 아니 죽었다는 표현보다는 영혼이 아예 소멸된다는 편이 옳겠군? 신의 은총을 받지도 못하는 하찮고도 어리석은 존재들아!”
-이, 입닥쳐! 모두 발포!!! 모든 것은 RLO를 위하여!!
-우라!!(만세!!)
타탕 ~ 타타탕~ 타탕.
묠니르는 그들을 매우 기쁜 마음으로 어루만져 주었다. 이런 것들이 살아 있으면 모든 인류와, 심지어 케이 일행에게까지 그 악영향을 심하게 끼치리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는 자신의 사명감을 불태우며, 그들을 잔인하게, 혹은 비열하게 찢어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그것들이 지르는 기괴한 비명소리가 귓가에 끊임없이 맴돌았다.
[상황 종료.]
“.....고맙소. 우욱!”
무하메드 핫산 사령관이 죽은 뒤 임시 사령관으로 뽑힌 마호가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묠니르의 피 묻은 손을 맞잡은 그는 악수가 끝나기 무섭게 바닥에 온갖 기묘한 것들을 내뱉었다. 그는 묠니르 뒤로 보이는 끔찍한 광경에 비위가 상했는지 아침부터 먹은 모든 것들을 끊임없이 토해냈다. 마호는 두려움과 놀라움이 교차하는 시선으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살아남은 3명의 병사들 또한 그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저 자가 저렇게 잔인한 자였을 줄은....”
자신의 동료들을 죽인 RLO와 저 자가 저지른 대학살을 비교해보면 누가 더 잔인할까? 마호는 조심스럽게 묠니르쪽이 더 우세하다고 판단하며 마른침을 삼켰다. 덥수룩한 수염은 불에 그슬려 엉망이 되어 있었고, 오른손은 화상을 심하게 입어 수술을 해야 할 것만 같았다. 머리에는 커다란 붕대를 하고 있어 가벼운 뇌진탕에 걸린 듯 했지만 그는 바닥에 칠해진 선혈과, 시체의 살점들을 보고 자신의 몸 상태는 이미 잊어버린 지 오래였다. 자신이 저런 상태가 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그는 알라신께 마음속으로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한편으론 묠니르의 평소와 너무 대조적인 모습에 충격이 깊었는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였다.
“무뚝뚝하긴 해도. 정말 좋은 사람이었는데.”
무기나, 여러 중장비들을 점검할 때마다 묠니르는 예의 무표정을 한 채 자신들을 도와주었다. 그에게 여러 번 도움을 받은 기억이 있는 생존자들은 묠니르가 벌인 눈앞의 광경들을 쉽게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들의 눈에 적들을 걸레로 만들면서 미소를 짓던 남자의 모습 또한 잊으려 애썼다. 그러나 잊으려 하면 할수록 더욱 생생하게 떠올랐다. 묠니르가 숨기고 있는 그 악마적 미소를...
“안나는?”
묠니르의 질문에 정신을 차린 마호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역시 중앙 컴퓨터를 제외하곤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마비된 것이 분명했다. 묠니르는 턱을 쓰다듬으며 머릿속에서 이런저런 궁리를 해보았다. 마침내 결론을 도출한 묠니르는 그들에게 당장 피하라고 부탁했다.
“그게 무슨 소리요?!”
“RLO 녀석들은 분명 이 기지의 실체를 비밀리에 매스컴에 유포했을 것입니다. 지금 당장 도망치지 않으면 당신들을 탈레반으로 오해한 미군에게 사살 당할지도 모릅니다. 빨리 고원과 이어진 궤도엘리베이터로 탈출하여 다음 기지에서 동료들과 합류하십시오.”
마호는 어림 반분치 없다며 기가 막힌다는 듯 웃었다. 그러나 묠니르의 붉은 눈은 진지함을 고수하고 있었다. 마호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그를 바라보았다.
“이 시체들 처리나, 탄약 챙기는 것은 무시하고 가는게 좋을 것입니다. 그리고 명령하지 말라고 했나요? 지금은 아니지만 안나의 옛날상관은 바로 접니다. 계급으로 보았을 때도 난 당신보다 훨씬 더 높습니다.”
“.........”
묠니르의 협박 아닌 협박에 그들은 궤도 엘리베이터의 몸을 실고 기지를 포기해야만 했다. 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반세기가 지난 유물은 그렇게 아무도 알지 못하는 끔찍한 소동으로 인해 방을 비워야만 했고, 3일 뒤 카타르 공군기지에서 파견된 미군 공수부대에 의해 그 실체가 밝혀졌다. 물론 미군은 그곳에서 탈레반들의 터져 나간 시체와, 소속 불명의 병사들의 시체가 난도질당해 실체조차 파악이 불가능하다는 삭제될 법한 보고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행이다! 연결되었어!!”
장장 1시간의 잡음, 오류, 타자기와의 사투 끝에 안나는 하라쇼(좋다)를 외치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녀는 손을 내밀어 자신을 보조해준(영어를 해석해주거나, 자신이 모르는 기능들을 알려줌)케이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묠니르와 접속한 안나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꺼냈고 결국 기지가 함락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케이는 땀으로 범벅이 된 이마를 손수건으로 닦으며 그의 안부를 물었다. 역시나 맘씨 하나는 산보다 더 넓군? 안나는 키득거리며 그에게 스피커를 건냈다.
“괜찮은 거니?”
-무사합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약초와, 약재들은 조금 남아 있었고, 치료법 또한 여기 품속에 잘 간직하고 있습니다. 다만 탄약은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장기전을 치루는데는 무리가 있을 듯합니다.
“아. 그, 그래?”
역시 묠니르구나. 케이는 오랜만에 듣는 탄약과 장기전 등 군대에서나 써먹을법한 이야기를 꺼내는 묠니르를 떠올리며 식은땀을 흘렸다. 그의 밀리터리 고질병은 절대 고쳐지지 않고, 휴가기간 내내 이어지리라고 케이는 생각했다. 화면에는 약간의 영문만 쓰여 있고, 그 어떠한 것도 쓰이지 않았다. 케이는 조금 불편하지만 스피커로 들려오는 어설픈 일본어에 귀를 기울이며 설명했다. 현재 울드와, 스쿨드가 법술 영창 중이니 10분 내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불행 중 다행이군요. 이젠 너무 피곤해서 한숨 자고 싶었습니다.
“그래. 베르단디도 기뻐할 거야. 묠니르 정말 고마워. 네가 얼마나 위험한 일을 겪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네덕택에 모든 것이 잘 풀리는 것 같아.”
-영광입니다. 스빠시뻐(고맙습니다.) 그럼 10분 뒤에 뵙게습니다.
묠니르가 접속을 끊었는지 스피커에서는 치직거리는 잡음만이 들려왔다. 귀를 간질이는 기분 나쁜 소음에 케이는 눈살을 찌푸리며 안나에게 스피커를 넘겨주었다. 안나는 평소의 화내는 그녀의 얼굴과 대조적으로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묠니르를 만난다는 기쁨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기뻐하는 케이를 보자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떠오른 것이었다.
“앞으로도 그렇게 잘 웃어봐. 화만 내지 말고. 그러면 베르단디가 더욱 좋아할꺼야.”
“글쎄요. 그럴지도 모르죠. 후아암~~피곤해라. 나는 제쳐두고, 울드, 스쿨드하고, 페이오스한테 커피나 가져다 줘요. 저녁도 못 먹고 밤샘 철야중이잖아요. 후아암~!”
안나는 기지개를 펴며 품속에서 알약을 하나 꺼내 목너머로 꿀꺽 삼켜버렸다. 케이는 그러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복도로 나섰다. 쿵쿵거리며 뛰어가는 그의 행동이 너무도 즐겁게 보인다고 안나는 생각했다. 두 부하녀석의 커피를 잊어먹었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리지만 착한 케이이치라면 그들의 커피도 잘 챙겨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커피를 못 얻어먹었다고 까삐딴(안나 사령관)에게 불평하는 못된 놈들(?)도 아니지만 말이다.
“놈들에게 한방....먹여.....”
안나는 타자기를 베게 삼아 엎드려 알약의 기운으로 나른해진 몸을 쉬었다. 이제 10분만 지나면 RLO의 1차 공격은 무난히 막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러시아가 극동 시베리아를 빼앗긴 것이 씁쓸하지만, 자신들을 배신한 나라에게 가지는 동정심 같은 것은 눈곱만큼도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자신들의 전철을 밟아 삶의 터전을 잃게 된 러시아 국민들이 불쌍할 따름이었다. 뭐 어때. 다시 되찾게 도와주면 그만이지.
“그래. 되찾면.....돼....어.”
약 때문에 어눌어진 발음을 내뱉으며 그녀는 자신만의 장밋빛 미래를 생각해보았다. 기지 하나를 잃고, 위험한 적들과 마주치게 되었지만,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기술력을 사용하고, 자신들과 관계가 매우 깊은 적이라고 하지만. 묠니르가 전부 해결할 것이다. 자신은 오로지 그들의 정체에 대해 숨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물론 케이이치 일행에게도 이 사실만큼은 숨겨야 했다. 그러나 임무밖에 모르는 묠니르나, 바보스러울 정도로 착한 케이이치라면 충분히 속여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래. 모든 것을 되찾기만 하면 돼..모든 것을....
“잠깐. 되찾?”
갑자기 안나는 불안해졌다. 되찾는다? 되찾아? 2개 소대 수준의 병력을 무난히 미국에 보낸 저들이다. 혹시....만약 저들이 그런 기괴하고 무시무시한 것들을 보낸다면 어떻게 되는 것이지? 1차 해킹 공격은 성공했지만..RLO의 천계와 마계를 향한 공격수단은 그리 많지 않다. 만약 일급 여신 베르단디를 놓치게 된다면? 그들은 치명적인 전략수단을 잃게 된다! 내가 만약 RLO의 그녀석이라면? 분명 되찾기 위해 수단 방법 가리지 않을 것이다. 안나는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약기운이 순간 사라지는 듯 한 착각을 느꼈다.
“베르단디의 몸을 체크해야 돼!”
그녀가 몸을 일으켜 문을 열려는 찰나. 문이 자동문인양 저절로 열렸다. 그곳에는 노출적인 옷차림을 한 채 걱정이 가득한 눈을 한 페이오스가 서 있었다. 얼마나 급하게 달려왔는지 긴 흑발은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자신이 예상한 상황이 제발 오지 않길. 안나는 무의미한 희망을 걸며 페이오스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라도?”
“큰일이야! 베르단디가 발작을 다시 시작했어!!”
안나는 하늘이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든채 그대로 털썩 주저 앉고 말았다. 저들은 역시 프로였다. 고작 30년만에 모든 것을 이룩한 프로....
[사원 바깥. 마당 앞에 완성된 법술진 앞]
“갑자기...소란스러워진 것 같지?”
스쿨드가 걱정된다는 얼굴로 울드를 바라보았다. 울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무언의 긍정이 담긴 눈빛을 보냈다. 스쿨드가 언니가 걱정된다며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 것을 울드는 갖은 변명을 대며 절대로 들여보내려 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해결되면 안나가 달려와서 평소처럼 욕을 퍼부으며 성공했다고 알려줄 것이라고. 좀 이상한 표현이긴 했지만 그동안 안나가 보여준 행동을 떠올려보면 먼저 욕을 잔뜩 퍼부으며 왜 이리 소환진이 늦어졌어라며 분통을 터뜨릴 것이다. 스쿨드는 울드의 설득에 넘어간 채 벌써 4분이나 기다렸다. 이제 묠니르가 돌아오기까지 앞으로 6분이나 남았는데, 묠니르가 보고 싶다는 안나는 마중은커녕 더욱 문을 봉쇄한채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뭔가 이상했다.
“혹시...언니한테 무슨 일이라도?”
스쿨드가 걱정된 얼굴로 울드를 바라보자 울드는 코웃음을 치며 그녀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퉁겼다. 울드의 갑작스런 손가락 공격에 이마가 빨개진 스쿨드는 울상을 지으며 왜 때려? 라고 항의했다. 울드는 귀를 손가락으로 후비며 못 들은척 먼산만 바라보았다.
“그러기야!”
“그러깁니다~!”
“이익!”
스쿨드는 울드에게 메롱 이라고 유치하기 그지없는 항의를 하며 몸을 돌려버렸다. 울드는 1시간동안 힘들게 고생했으면서도 토라질 힘이 남아 있는(?)스쿨드를 보며 미소를 살짝 지었다. 자신도 걱정되어 죽겠는데, 저 꼬마아가씨는 어련할까? 울드는 스쿨드에게 다가가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었다. 스쿨드는 볼을 부풀린 채 울드를 올려다보았다. 울드는 평소 스쿨드를 괴롭힐 때의 사악한 미소(?)를 지우고 인자한 어머니의 미소를 지어보이며 그녀를 달랬다.
“걱정 하지마. 베르단디는 저런 병 하나에 질 리가 없잖아. 안 그래?”
“응.”
스쿨드는 울드의 설명에 안심하며 미소를 지었다. 이미 식어버린 커피를 쭉 들이켠 스쿨드는 법술진이 제대로 완성되었는지 확인한다며 3번째 점검을 하러 나섰다. 울드는 스쿨드를 대견스럽다는 듯 바라보며 자신도 남은 커피를 쭉 들이켰다.
“안나.”
실패해서, 스쿨드 녀석 울리기라도 하면 번개를 먹고 싶지 않다고 해도 잔뜩 먹여줄테닷! 울드의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잘될까?”
눈밭에 큰대자로 뻗어서 하늘을 바라보는 이반이 옆에서 뭔가를 굽고 있는 남자를 불렀다. 옌지니예르. 지금도 먹을 것을 밝히며 굽는데 열중한 그는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반은 그럼 그렇지 라는 체념한 미소를 지으며 별 몇 개가 촘촘히 빛을 밝히는 겨울의 저녁하늘을 바라보았다. 시베리아의 하늘과는 대조적으로 공해 때문에 별들이 빛을 발휘하지 못하는 네코미의 하늘. 정말 너무도 대조적이었다. 한편으론 자신들의 존재를 발휘하지 못할 저 수많은 별들이 자신들의 처지와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자 절로 한숨이 나왔다.
“꼭 성공하겠지?”
실패하면....우리가 죽는 것은 그렇다 쳐도. 정말 세계가 난리 나게 된다. 잘못했다간 저 하늘에서 빛을 발휘하지 못해도 열심히 노력하는 존재감 있는 별들이 정말로 존재감 없이 사라지게 된다. 그는 걱정이 든 눈과 무미건조한 미소를 지은 채 옌지를 바라보았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굽기만 하고 있었다.
“근데 너 뭘 굽고 있는거냐?”
“흑빵 토스트. 샐러드와 고기를 잔뜩 집어넣었다. 부식으로 까푸스타도 있다.”
“.........”
이반은 할 말을 잃고 옌지를 바라보았다. 묠니르. 그 작자가 돌아오기까지 5분밖에 안 남았는데 무슨 얼어 죽을 먹을 것 타령? 그런데 자신의 눈길이 계속 그 토스트로 쏠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쿨드와 울드님에게 하나씩 건내드릴 것이다. 이것 하나만 먹어라.”
“.........”
옌지니예르는 저 멀리 울드와, 스쿨드가 앉아 있는 마루위로 쪼르르 달려가버렸다. 악덕 고용주를 만나, 저녁도 못 먹고 울드에게 갈굼만 당한 이반은 한숨을 내쉬며 토스트에 손을 가져다댔다. 그래! 역시 러시아는 흑빵이 최고지!!! 그는 토스트를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으며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RLO 임시사령부.(블라디 보스토크)]
“시작해라. 우리의 궐기를!! 자신들이 성공한 줄 알고 있을 어리석은 그라스나야(안나의 전투부대)놈들에게, 그놈의 무서움을 보여줘라!!”
슈미는 붉은 눈에서 광채를 내며 자신의 옆에 서 있는 아름다운 여자와 동양계 집사 가스빠진 리, 붉은색 머리칼과 눈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노인을 바라보았다. 여자는 자신보다 키가 훨씬 더 큰 18세로 추정되는 아리따운 아가씨였다. 그녀는 갈색 머릿결에 걸맞은 인자한 눈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에는 왠지 모를 슬픔이 담겨 있었다. 반면 무뚝뚝한 집사 가스빠진 리와, 슈미를 닮은 붉은 눈의 노인은 너무 기쁘다는 듯 미소를 지은채 당당히 서 있었다. 모두들 슈미가 끌어낸 광학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곳에는 자신의 마피아 부하들을 처단할 때 쓴 7m짜리 거대 괴물이 낮은 울음소리를 내며 대기 하고 있었다. 그것의 밑바닥에는 게이트의 눈을 피해 소환할 수 있는 강제 전송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우리의 목표는 이뽄(일본)이다!”
“우라~~!!!(만세~~!!!)”
슈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모든 것은 RLO를 위하여’라는 끔찍할 정도로 우렁찬 광신도들의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슈미는 얼굴을 내리 깔고 두 손으로 턱을 괸 채 좀 더 작은 모니터에 뜬 환호성을 지르는 병사들을 바라보았다. 그의 입가에 미소가 가득 생겼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옆에 서서 눈을 감은 채 슬퍼하고 있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슈미와 그녀의 얼굴 생김새는 너무도 흡사했다.
“천계놈들과 마계놈들, 미국놈들과 러시아놈들은 몽땅 쓸어버려야 돼. 안 그래 시예스트라?(누나? 혹은 여자형제)”
슈미는 잔인하게 느껴지는 무서운 미소를 짓고 있었고, 누나라 불린 여자는 갈색 눈동자에 슬픔을 담고 있었다. 슈미는 그녀를 바라보다가 모니터를 바라보며 쳇! 욕지기를 내뱉었다. 저렇게 약해서야 어떻게 신세계를 열겠다는 것인지? 슈미는 한심하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어차피 그가 계획해둔 모든 것들은 이 사건을 시작으로 확실하게 매듭 지어질 것이다.
우리가 그 정도로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안나!!
실패하든, 성공하든. 우리의 매듭은 꽉 묶여질 것이다. 안나!!
기억해라. 네놈들의 무책임이 벌인 이 끔찍한 사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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