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나의 여신님 외전 ~연인이란 이름~ No.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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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나의 여신님 외전 ~연인이란 이름~ ]
#01. 아앗! 네 번째 불청객?
케이치와 베르단디, 울드, 스쿨드의 시끌벅적, 난리법석인 거주지인 타리키혼간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울드와 스쿨드는 TV채널권을 가지고 대결에 임하고 있었고, 케이치는 또 말썽을 일으킨 바이크를 수리하고 있었으며, 베르단디는 빨래를 널고 있었다. 그 어떤 변화도 변동도 없는 평화 그 자체였다.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정돈하던 베르단디는 청명하게 맑은 하늘에 잠시 시선을 두었다.
"오늘도 날씨가 정말 맑네요. 그렇죠? 밤페이 군."
그녀의 옆에서 빨래바구니를 들고 서 있던 밤페이 군은 삐빅거리며 센서(눈으로 보이는)를 빛냈다.
빨래를 다 널은 베르단디는 주방으로 들어가 평소와 같이 바이크 수리 중인 케이치를 위해 홍차를 타기 시작했다.
"홍차를~♪ 홍차를~♪ 맛있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홍차를 타는 베르단디의 얼굴에는 행복감이 가득차 있었다.
두 잔 분량의 차를 타서는 기름때를 묻혀가며 바이크를 수리 중인 케이치 곁으로 다가갔다. 수리에 집중한 탓인지 바로 옆까지 베르단디가 다가온 줄도 모르는 케이치는 바이크 엔진부를 손보기 바빴다.
일전에 대학 강의를 다 듣고 오는 길에 이상을 일으킨 바이크인지라 빨리 수리해두지 않으면 내일 등교하는데 지장이 생길 지도 몰랐다. 단순히 지장이 생긴다면 문제가 아니었지만, 그에게 문제가 생기면 가만히 있지 못하는 존재가 옆에 있다는 게 문제였다.
'다행히 오늘이 휴일이라 별로 쓸 일이 없겠지만, 내일 등교할 때까지는 고쳐놔야 해. 안 그러면 그녀가 술법을 쓰게 될테니까.'
이런 생각에 케이치의 손은 더욱 속력을 더해갔다.
그리고 그런 그의 귓가로 들리는 옥음.
"케이치 씨."
목소리를 따라 돌아간 시선의 끝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찻잔 두 개가 얹어져 있는 쟁반을 든 베르단디가 생긋 웃으며 서 있었다. 살짝살짝 부는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과 햇빛에 반짝이는 그녀의 환한 얼굴에 케이치는 얼굴을 붉히고 말았다.
그러나 금세 표정을 바로하고...
"아아, 베르단디."
...하고는 웃어준다. 그의 이 순수한 웃음에 베르단디도 생긋 웃으며 살며시 그의 옆에 앉았다. 그리고는 그의 손에 찻잔을 쥐어주었다.
짙은 풀빛의 찻잔을 손에 들고 모락모락 나는 김을 후후 불어가며 차를 마시는 남자와 여신.
"평화롭네요."
"아아, 너무 평화로워서 뭔가 일어날 것 같기도 하지만..."
"후훗, 그런가요?"
"응, 항상 이렇게 평온한 다음이면 뭔가 일이 터지곤 했으니까."
베르단디는 그의 말이 맞다는 듯 쿡 웃으면서 고개를 살짝 주억거렸다.
폭풍전야라는 말이 있듯 너무도 조용하고 평화로우면 그 뒤엔 항상 무언가 사건이 일어나곤 했었다. 울드의 공포의 대왕 사건이라든지, 힐드의 강림이라든지, 베르스퍼의 타블렛 사건 등등...
그 중 가장 큰 사건은 아무래도 '그 사건'이리라.
"세레스틴을 만났던 이후로는 이렇다할 큰 사건이 없었지."
"...네."
아직도 세레스틴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픈 듯 베르단디의 고개가 살짝 숙여졌다. 목소리에도 물기가 어렸다. 가라앉은 그녀의 모습에 케이치는 살짝 웃으며 베르단디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의 손을 느낀 베르단디가 고개를 들자...
"괜찮아. 너무 그런 표정 짓지 않아도 돼. 이미 지나간 일이고 천상계에서도 이렇다할 이야기가 없잖아. 게다가 페이오스는 모든 게 다 끝났으니 평소대로 지내면 된다고 했잖아.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자."
자신을 위로하려는 그의 마음이 전해진 걸까. 베르단디는 눈가에 물기를 머금은 채 케이치를 바라보았다. 쑥스러운 듯 웃는 그의 얼굴이 한없이 소중하게 보였다.
"네, 케이치 씨."
서로를 바라보며 살짝 얼굴을 붉힌 그들.
하늘도 두 사람이 뿌듯한지 따사로운 햇살을 내려주고 있었다.
†
케이치와 베르단디의 그런 샤방(?)스런 짓을 멀찍이서 쳐다보고 있던 이가 있었다.
칠흑같이 검은 머리카락을 바람에 흩날리며 전봇대 위에 오롯히 서 있는 남자. 약간 훤칠한 키에 검은 티와 짙은 청바지를 가볍게 걸친 남자는 멀리 떨어진 타리키혼간지를 보면서 빙긋이 웃고 있었다.
"후후, 정말 행복해 보이는구나, 베르단디."
카인은 한참동안 타리키혼간지를 향해 시선을 두고 있다가 바람이 부는 그 때, 바람과 함께 스러졌다.
그 시각, 케이치는 베르단디와 함께 장에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베르단디의 사랑의 힘(?) 덕분인지 바이크 수리가 금방 끝나서 그 즉시 같이 장보러 갈 것을 베르단디가 제안해 왔기 때문이다. 몇 안되는 베르단디의 제안이라 케이치는 실없는 웃음을 지으며 준비하고 있었다. 뭐 준비래봤자, 바이크를 끌고 가는 것일 뿐이지만...
헬멧을 착용하고 바이크를 몰고서 입구로 나왔다. 잠시 뒤 베르단디가 베이지색 원피스에 연두색 카디건을 걸친 평상복 차림으로 사뿐히 걸어나왔다. 물론, 한 손에는 장거리를 담을 장바구니도 함께였다.
장 보러 나가는 둘을 마중하기 위해 울드와 스쿨드도 나왔다.
"언니, 잘 다녀오세요!"
"케이치, 올 때 술 한 병 부탁해."
둘의 배웅을 맞으며 베르단디와 케이치는 바이크를 타고 시내로 내려갔다.
시원스레 바람을 가르며 나아가는 바이크를 타고 베르단디는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정말 노래에 살고 노래에 죽는 베르단디가 아니라 할 수 없었다.
"아, 가는 길에 잠시 자동차부 건물에 들렀다 가자."
"네."
시내로 달려가던 도중 급선회해서 네코미 공대 자동차부 건물 방면으로 방향을 돌린 케이치와 베르단디. 자동차부 건물에 도착해서 옆에 주차를 하고 문을 열기 위해 열쇠를 들었다. 휴일이라 부원들도 다 자리를 비워 자동차부가 텅텅 비어 있었다. 문을 열기 위해 열쇠를 꽂는 순간,
"어, 얼레...?!"
"무슨 일인가요? 케이치 씨."
"문이 열려 있어..."
"네?!"
문이 잠겨 있을거라 생각한 두 사람은 의뭉스런 눈빛을 주고 받다가, 조심스레 자동차부 건물 문을 밀어열었다. 혹시 도둑이라도 든 것일까, 조심조심 문을 열자 안에는 한 명의 남자가 창문에 걸텨 앉아서 두 사람을 맞이하고 있었다.
흑발의 그 남자는 베르단디 만큼이나 긴 머리카락은 한가닥으로 묶어서 정돈한 채 였는데, 단순히 그것만으로도 남자다운 멋을 풍기고 있었다.
"누, 누구..."
케이치의 입에서 나온 물음은 끝맺을 수 없었다. 바로 옆에 서 있던 베르단디가 남자의 품으로 안겨들었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본 케이치는 순간적으로 섭섭함과 서운함이 복받쳐 올라왔으나, 이내 경계심이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미 일전에도 이와 같은 경우를 경험하지 않았던가. 경험의 결과야 좋게 끝났으나, 그 과정만큼은 최악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이런 경험을 한 케이치라 남자를 보는 눈이 그리 곱지만은 않았다. 아니 적대심이 섞이지 않은 것이 다행이랄까.
남자 역시 그런 그의 눈초리를 느꼈는지, 쓴웃음을 지으며 베르단디를 품에서 놔주었다. 베르단디는 그런 그의 행동에 약간 의아해 하다가 이내 케이치를 보고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케이치 씨. 여기는 카인이라고 해요. 제가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지인이랍니다."
예전 세레스틴도 스승이라 했다.
베르단디의 말에도 케이치는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긴장을 풀고 있다가 어떻게 되는지는 단 한 번의 경험으로 족했다. 이런 케이치의 모습에 카인은 베르단디의 어깨를 살짝 밀고 앞으로 나섰다.
"자네가 그 모리사토 케이치 군인가? 반갑군. 베르단디가 말했다시피 난 카인이라고 하네. 신족도 마족도 아니지만 천상계에서는 황송하게도 신 취급을 해주는 녀석이지. 보아하지 일적의 그 사건 때문인 듯 한데..."
한 손을 내밀며 말하는 카인의 모습에 케이치는 흠칫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리 놀랄 건 없어. 세레스틴의 일은 천상계는 물론 마계, 기타 차원에까지 소문이 자자하니까 말야. 그 때문에 경계하는 거야 어쩔 수 없지. 나도 모르게 상황이 그와 비슷하게 되어버렸고, 베르단디의 반응도 알면서 어쩌지 못한 것은 내 잘못이니까 말야... 그래도, 적어도 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믿어줬으면 좋겠는데..."
말하면서 어색하게 웃는 그의 모습에 케이치는 경계심을 누그러뜨리고 그의 손을 맞잡았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이 사람은 믿어도 될 것 같다."라고 얘기하고 있었다.
"반갑습니다. 저는 모리사토 케이치라고 합니다."
"아아, 알고 있어. 더불어 이 베르단디의 '연인'이라는 것도..."
연인이란 두 글자에 잘익은 토마토마냥 얼굴이 붉어지는 두 사람.
진정으로 행복해 보이는 두 사람을 보며 카인은 속으로 흐뭇해하고 있었다.
천상계에서도 최고의 성적을 자랑하며 여신 중의 여신으로 칭송받고, 지덕의 여신이며 자애의 여신으로까지 얘기되는 베르단디의 웃음을 이토록 이끌어낼 수 있는 케이치와, 한 인간의 옆에서 이렇게나 맑고 순수하며 깨끗한 웃음을 짓는 베르단디의 모습이 너무나 행복해 보였다. 예전부터 여동생같던 베르단디였다.
여동생이 행복한 것을 싫어하는 오빠는 없듯, 카인은 이런 베르단디를 지켜주고 싶었다. 근래 들어 마계와 천상계 간의 균형이 흔들리고 있는 지금, 가장 위험한 것은 베르단디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이 지상계까지 내려온 카인이었다.
이런 생각에 가득 찼을 때, 그의 귀로 베르단디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런데 무슨 일이신가요? 그동안 통 모습을 보이지 않으셨는데..."
가슴께로 두손을 모아 말하는 베르단디를 보며 카인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
"뭐, 이래저래 차원의 틈을 배회하거나, 타 차원에 놀러다니고 했지. 그런데... 이제는 좀 쉴까 하고. 너무 돌아다녔더니 몸도 찌뿌둥한 것이... 휴식을 원하고 있거든. 거기다 누구 부탁도 있고 해서 겸사겸사 지상계로 내려온 거지"
"아, 그렇군요."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어디 묵을 만한 곳 없을까?"
어색한 웃음과 함께 나온 카인의 말 한 마디로 인해 케이치의 가족은 한 명 늘어나게 되었다. 여담이지만, 카인의 거주에 울드와 스쿨드의 격렬한 반대가 있었지만, 베르단디의 말 한 마디로 무마되었다.
그리고 그 말 한 마디란...
"...TV 뺄까요?"
...새삼 그녀가 무서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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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란... 완전 중노동...=_=;;
이야기 짜는 것도, 글을 진행하는 것도...
모두가 쉬운 일이 아니군요...
하지만 그래도 제 글 하나로 많은 사람이 즐거워질 수 있다면...
원작같은 가볍고 시원한 이야기를 그리고 싶은데...
아직까지는 잘 되어 가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꾸준히 지켜봐주시길...
조만간 설정은 작성해서 설정게시판에 업로드시키겠습니다.
※ 리플은 작가의 힘이 되고, 살이 되며, 희망이 됩니다.
#01. 아앗! 네 번째 불청객?
케이치와 베르단디, 울드, 스쿨드의 시끌벅적, 난리법석인 거주지인 타리키혼간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울드와 스쿨드는 TV채널권을 가지고 대결에 임하고 있었고, 케이치는 또 말썽을 일으킨 바이크를 수리하고 있었으며, 베르단디는 빨래를 널고 있었다. 그 어떤 변화도 변동도 없는 평화 그 자체였다.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정돈하던 베르단디는 청명하게 맑은 하늘에 잠시 시선을 두었다.
"오늘도 날씨가 정말 맑네요. 그렇죠? 밤페이 군."
그녀의 옆에서 빨래바구니를 들고 서 있던 밤페이 군은 삐빅거리며 센서(눈으로 보이는)를 빛냈다.
빨래를 다 널은 베르단디는 주방으로 들어가 평소와 같이 바이크 수리 중인 케이치를 위해 홍차를 타기 시작했다.
"홍차를~♪ 홍차를~♪ 맛있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홍차를 타는 베르단디의 얼굴에는 행복감이 가득차 있었다.
두 잔 분량의 차를 타서는 기름때를 묻혀가며 바이크를 수리 중인 케이치 곁으로 다가갔다. 수리에 집중한 탓인지 바로 옆까지 베르단디가 다가온 줄도 모르는 케이치는 바이크 엔진부를 손보기 바빴다.
일전에 대학 강의를 다 듣고 오는 길에 이상을 일으킨 바이크인지라 빨리 수리해두지 않으면 내일 등교하는데 지장이 생길 지도 몰랐다. 단순히 지장이 생긴다면 문제가 아니었지만, 그에게 문제가 생기면 가만히 있지 못하는 존재가 옆에 있다는 게 문제였다.
'다행히 오늘이 휴일이라 별로 쓸 일이 없겠지만, 내일 등교할 때까지는 고쳐놔야 해. 안 그러면 그녀가 술법을 쓰게 될테니까.'
이런 생각에 케이치의 손은 더욱 속력을 더해갔다.
그리고 그런 그의 귓가로 들리는 옥음.
"케이치 씨."
목소리를 따라 돌아간 시선의 끝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찻잔 두 개가 얹어져 있는 쟁반을 든 베르단디가 생긋 웃으며 서 있었다. 살짝살짝 부는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과 햇빛에 반짝이는 그녀의 환한 얼굴에 케이치는 얼굴을 붉히고 말았다.
그러나 금세 표정을 바로하고...
"아아, 베르단디."
...하고는 웃어준다. 그의 이 순수한 웃음에 베르단디도 생긋 웃으며 살며시 그의 옆에 앉았다. 그리고는 그의 손에 찻잔을 쥐어주었다.
짙은 풀빛의 찻잔을 손에 들고 모락모락 나는 김을 후후 불어가며 차를 마시는 남자와 여신.
"평화롭네요."
"아아, 너무 평화로워서 뭔가 일어날 것 같기도 하지만..."
"후훗, 그런가요?"
"응, 항상 이렇게 평온한 다음이면 뭔가 일이 터지곤 했으니까."
베르단디는 그의 말이 맞다는 듯 쿡 웃으면서 고개를 살짝 주억거렸다.
폭풍전야라는 말이 있듯 너무도 조용하고 평화로우면 그 뒤엔 항상 무언가 사건이 일어나곤 했었다. 울드의 공포의 대왕 사건이라든지, 힐드의 강림이라든지, 베르스퍼의 타블렛 사건 등등...
그 중 가장 큰 사건은 아무래도 '그 사건'이리라.
"세레스틴을 만났던 이후로는 이렇다할 큰 사건이 없었지."
"...네."
아직도 세레스틴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픈 듯 베르단디의 고개가 살짝 숙여졌다. 목소리에도 물기가 어렸다. 가라앉은 그녀의 모습에 케이치는 살짝 웃으며 베르단디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의 손을 느낀 베르단디가 고개를 들자...
"괜찮아. 너무 그런 표정 짓지 않아도 돼. 이미 지나간 일이고 천상계에서도 이렇다할 이야기가 없잖아. 게다가 페이오스는 모든 게 다 끝났으니 평소대로 지내면 된다고 했잖아.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자."
자신을 위로하려는 그의 마음이 전해진 걸까. 베르단디는 눈가에 물기를 머금은 채 케이치를 바라보았다. 쑥스러운 듯 웃는 그의 얼굴이 한없이 소중하게 보였다.
"네, 케이치 씨."
서로를 바라보며 살짝 얼굴을 붉힌 그들.
하늘도 두 사람이 뿌듯한지 따사로운 햇살을 내려주고 있었다.
†
케이치와 베르단디의 그런 샤방(?)스런 짓을 멀찍이서 쳐다보고 있던 이가 있었다.
칠흑같이 검은 머리카락을 바람에 흩날리며 전봇대 위에 오롯히 서 있는 남자. 약간 훤칠한 키에 검은 티와 짙은 청바지를 가볍게 걸친 남자는 멀리 떨어진 타리키혼간지를 보면서 빙긋이 웃고 있었다.
"후후, 정말 행복해 보이는구나, 베르단디."
카인은 한참동안 타리키혼간지를 향해 시선을 두고 있다가 바람이 부는 그 때, 바람과 함께 스러졌다.
그 시각, 케이치는 베르단디와 함께 장에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베르단디의 사랑의 힘(?) 덕분인지 바이크 수리가 금방 끝나서 그 즉시 같이 장보러 갈 것을 베르단디가 제안해 왔기 때문이다. 몇 안되는 베르단디의 제안이라 케이치는 실없는 웃음을 지으며 준비하고 있었다. 뭐 준비래봤자, 바이크를 끌고 가는 것일 뿐이지만...
헬멧을 착용하고 바이크를 몰고서 입구로 나왔다. 잠시 뒤 베르단디가 베이지색 원피스에 연두색 카디건을 걸친 평상복 차림으로 사뿐히 걸어나왔다. 물론, 한 손에는 장거리를 담을 장바구니도 함께였다.
장 보러 나가는 둘을 마중하기 위해 울드와 스쿨드도 나왔다.
"언니, 잘 다녀오세요!"
"케이치, 올 때 술 한 병 부탁해."
둘의 배웅을 맞으며 베르단디와 케이치는 바이크를 타고 시내로 내려갔다.
시원스레 바람을 가르며 나아가는 바이크를 타고 베르단디는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정말 노래에 살고 노래에 죽는 베르단디가 아니라 할 수 없었다.
"아, 가는 길에 잠시 자동차부 건물에 들렀다 가자."
"네."
시내로 달려가던 도중 급선회해서 네코미 공대 자동차부 건물 방면으로 방향을 돌린 케이치와 베르단디. 자동차부 건물에 도착해서 옆에 주차를 하고 문을 열기 위해 열쇠를 들었다. 휴일이라 부원들도 다 자리를 비워 자동차부가 텅텅 비어 있었다. 문을 열기 위해 열쇠를 꽂는 순간,
"어, 얼레...?!"
"무슨 일인가요? 케이치 씨."
"문이 열려 있어..."
"네?!"
문이 잠겨 있을거라 생각한 두 사람은 의뭉스런 눈빛을 주고 받다가, 조심스레 자동차부 건물 문을 밀어열었다. 혹시 도둑이라도 든 것일까, 조심조심 문을 열자 안에는 한 명의 남자가 창문에 걸텨 앉아서 두 사람을 맞이하고 있었다.
흑발의 그 남자는 베르단디 만큼이나 긴 머리카락은 한가닥으로 묶어서 정돈한 채 였는데, 단순히 그것만으로도 남자다운 멋을 풍기고 있었다.
"누, 누구..."
케이치의 입에서 나온 물음은 끝맺을 수 없었다. 바로 옆에 서 있던 베르단디가 남자의 품으로 안겨들었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본 케이치는 순간적으로 섭섭함과 서운함이 복받쳐 올라왔으나, 이내 경계심이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미 일전에도 이와 같은 경우를 경험하지 않았던가. 경험의 결과야 좋게 끝났으나, 그 과정만큼은 최악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이런 경험을 한 케이치라 남자를 보는 눈이 그리 곱지만은 않았다. 아니 적대심이 섞이지 않은 것이 다행이랄까.
남자 역시 그런 그의 눈초리를 느꼈는지, 쓴웃음을 지으며 베르단디를 품에서 놔주었다. 베르단디는 그런 그의 행동에 약간 의아해 하다가 이내 케이치를 보고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케이치 씨. 여기는 카인이라고 해요. 제가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지인이랍니다."
예전 세레스틴도 스승이라 했다.
베르단디의 말에도 케이치는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긴장을 풀고 있다가 어떻게 되는지는 단 한 번의 경험으로 족했다. 이런 케이치의 모습에 카인은 베르단디의 어깨를 살짝 밀고 앞으로 나섰다.
"자네가 그 모리사토 케이치 군인가? 반갑군. 베르단디가 말했다시피 난 카인이라고 하네. 신족도 마족도 아니지만 천상계에서는 황송하게도 신 취급을 해주는 녀석이지. 보아하지 일적의 그 사건 때문인 듯 한데..."
한 손을 내밀며 말하는 카인의 모습에 케이치는 흠칫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리 놀랄 건 없어. 세레스틴의 일은 천상계는 물론 마계, 기타 차원에까지 소문이 자자하니까 말야. 그 때문에 경계하는 거야 어쩔 수 없지. 나도 모르게 상황이 그와 비슷하게 되어버렸고, 베르단디의 반응도 알면서 어쩌지 못한 것은 내 잘못이니까 말야... 그래도, 적어도 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믿어줬으면 좋겠는데..."
말하면서 어색하게 웃는 그의 모습에 케이치는 경계심을 누그러뜨리고 그의 손을 맞잡았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이 사람은 믿어도 될 것 같다."라고 얘기하고 있었다.
"반갑습니다. 저는 모리사토 케이치라고 합니다."
"아아, 알고 있어. 더불어 이 베르단디의 '연인'이라는 것도..."
연인이란 두 글자에 잘익은 토마토마냥 얼굴이 붉어지는 두 사람.
진정으로 행복해 보이는 두 사람을 보며 카인은 속으로 흐뭇해하고 있었다.
천상계에서도 최고의 성적을 자랑하며 여신 중의 여신으로 칭송받고, 지덕의 여신이며 자애의 여신으로까지 얘기되는 베르단디의 웃음을 이토록 이끌어낼 수 있는 케이치와, 한 인간의 옆에서 이렇게나 맑고 순수하며 깨끗한 웃음을 짓는 베르단디의 모습이 너무나 행복해 보였다. 예전부터 여동생같던 베르단디였다.
여동생이 행복한 것을 싫어하는 오빠는 없듯, 카인은 이런 베르단디를 지켜주고 싶었다. 근래 들어 마계와 천상계 간의 균형이 흔들리고 있는 지금, 가장 위험한 것은 베르단디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이 지상계까지 내려온 카인이었다.
이런 생각에 가득 찼을 때, 그의 귀로 베르단디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런데 무슨 일이신가요? 그동안 통 모습을 보이지 않으셨는데..."
가슴께로 두손을 모아 말하는 베르단디를 보며 카인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
"뭐, 이래저래 차원의 틈을 배회하거나, 타 차원에 놀러다니고 했지. 그런데... 이제는 좀 쉴까 하고. 너무 돌아다녔더니 몸도 찌뿌둥한 것이... 휴식을 원하고 있거든. 거기다 누구 부탁도 있고 해서 겸사겸사 지상계로 내려온 거지"
"아, 그렇군요."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어디 묵을 만한 곳 없을까?"
어색한 웃음과 함께 나온 카인의 말 한 마디로 인해 케이치의 가족은 한 명 늘어나게 되었다. 여담이지만, 카인의 거주에 울드와 스쿨드의 격렬한 반대가 있었지만, 베르단디의 말 한 마디로 무마되었다.
그리고 그 말 한 마디란...
"...TV 뺄까요?"
...새삼 그녀가 무서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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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란... 완전 중노동...=_=;;
이야기 짜는 것도, 글을 진행하는 것도...
모두가 쉬운 일이 아니군요...
하지만 그래도 제 글 하나로 많은 사람이 즐거워질 수 있다면...
원작같은 가볍고 시원한 이야기를 그리고 싶은데...
아직까지는 잘 되어 가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꾸준히 지켜봐주시길...
조만간 설정은 작성해서 설정게시판에 업로드시키겠습니다.
※ 리플은 작가의 힘이 되고, 살이 되며, 희망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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