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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G '아앗 이건 나만의 이야기!' [블라디보스톡 점령 & 특명!! 베르단디를 구해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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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단디를 내려놓은 페이오스와 케이는 안나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안나는 지금 현재의 상황이 적들이 만들어놓은 함정이라며, 만약 천계로 돌아가 버리면 디멘션3[인간계]는 더욱 심각한 상황에 직면한다며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페이오스는 더욱 더 의아해하며 물었다.



“왜 하필이면 베르단디죠? 나도 있고, 울드와 스쿨드도 있는데...당신 말대로 일부러 여신들을 노리고 이런 병을 퍼뜨린 것이라면 왜 우리들은 무사한 것이죠? 그리고 케이씨나 당신들은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에요?”


평소라면 다리를 도도하게 꼬며 거만한 자세를 취할 그녀지만 지금은 턱을 괸 채 입술을 꽉 깨물고 있었다. 지금 이어지고 있는 디멘션3의 혼란과 베르단디의 의식불명이 연계되어 있다는 상황이 믿기지 않은 눈빛이었다. 케이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는 쓸쓸히 고개를 숙인 채 안나의 설명을 경청하였다. 안나는 페이오스의 질문에 좋은 지적이라며 칭찬 아닌 칭찬을 내뱉었다.



“Type-졔리(러시아어 애칭). 어둠귀신의알+ 여러분들은 어둠귀신의 알에 대해서 잘 알고 있나요?”


안나의 질문에 케이가 흥분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어둠귀신의 알이라면..그....자신의 세계에 있는 모든 것을 믿지 못하게 되고, 숙주의 불신감을 먹고 자라는 녀석을 말하는 거야? 그 이마에 붙어 있는.”


케이는 오래전 사요코를 생사의 갈림길(?)에 서게 만들었던 다른 세계의 생명체를 떠올렸다. 그때 그 알은 분명히 사요코의 이마에 붙어 상황을 위태롭게 만들었다. 케이는 안정적으로 호흡을 하는 베르단디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머리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어디를 찾아보아도 이마에 자리 잡고 있어야 할 조그만 알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안나는 그의 심정을 잘 알겠다는 듯 케이에게 진정하라며 계속 말을 이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어둠귀신의 알+입니다. 유그드라실에 접속 가능한 1급신들을 통해 천계의 컴퓨터로 들어가 전 서버를 마비시키는 천계용 대 전자전용 생체 무기입니다. 즉 이 병 때문에 현재 유그드라실이 혼란스러운 것입니다. 적들은 이렇게 혼란스러운 상황을 노리고 있습니다.”



“.........”


케이와 페이오스 둘 다 안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도대체 그녀는 어떻게 이런 듣도 보도 못한 괴이한 생체병기에 대해서 안다는 말인가? 의혹이 증폭되었지만 안나의 설명을 듣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 개량형 생명체는 어떠한 백신도 통하지 않으며,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어둠귀신 대처법인 ‘진실을 믿게 한다’는 까다로운 방법도 전혀 먹히지 않게 설정되었습니다. 이놈은 생명체라기보다는 암세포덩어리와 똑같다고 볼 수 있죠. 뭐 둘 다 생명이지만 하나는 보통생명체라면 다른 하나는 인간의 장기에 기생하는 쓰레기이죠.”



“백신이 통하지 않는다? 치료 방법은 있는 것인가요?”


페이오스는 걱정과 불신이 담겨진 눈빛을 보냈다. 안나는 조금 망설이는 듯 낮게 신음소리를 냈다. 안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은 치료 방법을 아주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문제가 하나 있어요.”



“문제?”



‘문제?’


문제라니? 그건 또 뭐지?? 케이와 페이오스는 도통 모르겠다는 얼굴이 되어 안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문제를 낸다는 소리는 아닌 것 같고, 그렇다면 치료법에 뭔가 심각한 부작용이라도 있다는 소린가? 케이의 이런 생각을 독심술로 읽기라도 한 듯 안나는 손사래를 치며 부인하듯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다.



“케이님과 페이오스가 생각하는 그런 것이 아니다.


그래도 페이오스를 향해 비교적 존칭을 써가며 반말을 하던 안나는 케이의 시선을 느끼자 갑자기 하대하기 시작했다. 안나는 이 행동성 바이러스에는 조금 황당한 구석이 있다며 혼잣말로 이리저리 중얼거리더니 갑자기 알아듣지 못할 러시아어를 토해냈다. 왠지 욕을 지껄이는 것 같았다. 갑자기 평소의 분노하는 안나로 돌아간 것이 아닌가? 페이오스는 어리둥절하며 눈을 가늘게 떴다.



“진정해요. 안나.”



“진정중입니다...문제점이 하나 떠올라서 말이죠.”


알 수 없는 소리를 심드렁하게 내뱉은 안나는 페이오스에게 이리 오라며 손을 흔들었다. 영문을 모르는 페이오스는 그녀 곁에 다가왔다가 안나의 사정없이 귀 늘리기라는 습격을 받고 아프다면 비명을 질렀다. 안나는 케이가 들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것이라도 있는지 한손으로 페이오스의 귀를 가리며 케이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소곤소곤..뭔가 중요한 귓속말이 페이오스의 귀를 오갔다. 페이오스는 귀신이라도 본 사람 마냥 소스라치게 놀라며 경악하였다.



“그, 그게 정말이에요?”



“다.(네.) 이 귀신놈의 알은 조금...이상한 습성이 있어서. 그것도 베르단디에게 기생한 놈은 분명 침략의 선봉이 되는 본체인 것이 분명해요. 그렇다면 그놈은 정말로..”



“왜 하필 그런 곳(?)에??”



“그건 저도 잘 모릅니다.”



“이봐! 거기 두 사람. 대체 무얼 소곤소곤 거리는 거야?!”


지금같이 굉장히 진지해져야 할 상황에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주고받는 거야! 페이오스에게 화를 내던 케이는 뭔가 중요한 것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안나와 페이오스의 대화를 유심히 살폈다. 도둑고양이 마냥 슬그머니 다가와 귀를 쫑긋 세우는 그의 모습은 같은 남자들이 보기에 참으로 안쓰럽기 그지없었다. 베르단디의 치료 어쩌구 하는 말이 조용히 흘러가는 것을 보아하니 뭔가 방법에 대한 것인데...나머지 내용은 말귀가 어두운 케이로선 도통 알아 들을 수 없었다. 케이가 좀 더 가까이 다가와 그녀들 사이에 얼굴을 들이밀자 안 나와 페이오스가 놀라 뒤로 자빠지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얼굴 치워!”



“얼굴 치워욧!!”



“으아악~~네, 넵!”


도리어 케이가 뒤로 자빠지며 잠자는 숲속의 공주. 아니 여신이 된 베르단디의 발에 넘어져 뒤로 한 바퀴 구르고 말았다. 지나가던 마초주의 남자들이 이 장면을 목격한다면 당장 케이의 나약한 정신력을 해병대식 훈련으로 완전히 재탄생시켜주겠다고 벼르고 나섰을지도 몰랐다. 그렇게 그는 여자에게 약한 남자의 한(?)을 몸소 보여주며 우리들에게 교훈을 남겨 주었다. 남자여~~여자에게 지지 말라(??)는....



‘갑자기 왜 화를?’


말투는 다르지만 짜증 섞인 둘의 의도가 정확히 맞아 떨어진 말 한마디에 케이는 멍한 얼굴이 되어 저 멀리서 그녀들의 소곤거리는 귓속말과 탄성을 듣는 수밖에 없었다. 그는 열심히 귀를 쫑긋거렸지만 아무것도 들려오지 않았다. 간간히 “정말요?!”같은 페이오스의 경악 어린 탄성만 귓가를 자극했다. 이윽고 대화가 끝난 페이오스와 안나는 삶을 다 산 노인처럼 길게 한숨을 내쉬며 케이를 쳐다보았다. 그러곤 또 한숨을 내쉬며 서서히 얼굴색이 홍당무 색으로 변해갔다.



‘왜, 가. 갑자기 날 보고?!’


케이는 아까보다 정신이 더 멍해져옴을 느꼈다. 아아 이러면 안 되는데?! 그는 이런 심각한 상황에서 자신만 쏙 빠져 나와 이상한 생각에 빠지는 자신을 느끼며 어리둥절했다. 이러면 안되는데....


“저 케이씨. 정말 미안한데...부탁 좀 들어줘요.”


왠일일까? 저 도도하고 오만방자한 여신이 자신에게 부탁을 들어주라고 요청을 하니? 그것도 하얗고 보드라운[베르단디보다는 못하지만 정말 부드러웠다.]손으로 자신의 손을 꼭 잡고 부탁을...앗!! 왜 나도 얼굴이 홍당무가 되는것이지? 케이는 정말 정신없는 이 상황에서 이성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자신을 가다듬으려 애를 썼다.



“뭐, 뭔데?”


다행히 정신을 다 잡은 케이는 페이오스에게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들은 것인지 물어보려 했지만 질문이 나오기도 전에 페이오스는 그의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며 쉿! 조용히 하라며 무언의 압박을 보냈다. 케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스스로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눈빛이 갑자기 진지해졌기 때문이다. 아까 안나와 수다를 떨 때와는 너무도 대조적인 그녀의 모습에 케이는 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페이오스는 부드러운 손으로 케이의 얼굴을 잡더니 갑자기 자신의 이마에 케이의 이마를 맞대게 하고 비장한 얼굴이 되어 말했다. 케이는 갑작스런 신체 접촉(?)에 당황하며 얼굴을 빨갛게 물들였다.



“케이씨.”



“아. 응?”


페이오스의 눈동자가 갑자기 날카로워졌다. 그는 그녀의 눈빛과 마주치자 그녀의 눈을 피하며 그녀를 쳐다보았다. 나쁜 짓도 안 했는데 괜히 어릴 적 못된 장난을 치고 부모님께 혼나는 듯한 분위기에 휘말리고 말았다. 겨우 눈빛만 마주쳤을 뿐인데...케이는 감정이 왔다갔다 정신없게 만드는 여신의 밀려오는 압박감을 버텨내며 귀를 쫑긋거렸다. 그러나 페이오스의 압밖에서 흘러나온 말은 전혀 뜻밖이었다.



“당장 나가욧!!!”



“아. 예....예?”



뭔 소리야? 케이는 뜬금없이 자기 면상에 대고 버럭 소리를 지르는 페이오스의 부탁에 대답하며 어리둥절했다. 아니 쟤가 지금 뭔 소리 하는 거래?



“빨리 나가욧! 자기 방으로 GO!!"



“저기 잠깐. 페이오스. 무슨 일인데? 설명은 해줘야..우아아아아악!”


철푸턱. 쿵 드르르륵.


마술이라도 썼는지 미닫이 방문은 자동문이 되더니 멋대로 열림과 동시에 페이오스의 등에서 튀어나온 존재의 습격에 쓰러져 땅바닥을 또 뒹굴어야만 했다. 케이의 굴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페이오스의 등에서 튀어나온 우아하고, 아름다운 여성의 주위에서 튀어나온 길다란 촉수들이 케이를 감싸 안아 올린 다음 복도로 내동댕이 쳐버린 것이다. 페이오스의 등에서 튀어나온 존재는 금발이 매력적인 여신들의 동료인 천사라는 존재였다. 그녀는 고져스 로즈라는. 이름에 걸맞게 아름다운 이름을 지니고 있었다. 다만 시전자와 똑같이 화끈하고(?) 다소 건방진 눈을 하고 있다는 점만 빼면 이름에 더 걸맞았을 것이다. 고져스 로즈와 페이오스 둘 다 눈을 가늘게 뜨고 고함이라도 외치듯 내뱉었다.



“나가욧!”



“잠깐!! 설명은 해줘야..”



드르르륵. 쾅


문은 새차게 닫히고, 이 집의 주인 케이는 닫힌 문을 열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였다. 끙끙거리며 문과 열심히 씨름해보았지만 용접이라도 하고, 철판을 덧댔는지 꿈쩍도 않는 문은 한겨울에 복도에 나오게 된(?)케이를 더욱 불쌍하게 만들었다. 일반인보다 조금 약한 체력의 소유자 케이는 금새 헉헉거리며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닦으며 신세 한탄을 했다.



“도대체 왜?!”


철퍼덕.


복도에 큰대자로 누워버린 케이를 향해 베르단디가 누워 있는 방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모든 사태를 깨끗이 해결하려는 마족 안나의 것이었다.



“당장 인터넷 켜고, www.gracnar.mir로 접속해!! 영어가 아니라 러시아어다. 영어로 접속하면 이상한 자본주의식 포르노 사이트가 나오니까 번역기 잘 이용해!!”



“넷!”


쓸데없는 것까지 매우 진지하게 설명하는 안나의 위압감에 자신도 모르게 압도되어 그는 무릎을 꿇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안나는 계속 말을 이었다.



“그곳에 들어가면 수십 개의 링크들이 뜨는데, 거기서 아프간네트워크로 접속해, ID 콜사인은 아냐!!(안나란 이름의 애칭), 패스워드는 만국어(모든 언어로, 즉 어떤 언어든지 무방하다는 소리)로 모든 진실을 알게 된 자! 라고 쳐서 들어가. 서둘러!!”



“아, 알겠습니다!!”


케이는 몸을 비틀거리며 일어나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고 쓰러지듯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우당탕 쿵쾅 쓰러지면서도 베르단디에 대한 일념 하나 때문에 비명도 지르지 않고 들어가 자신의 컴퓨터에 전원을 올렸다. 걱정 되는 마음에 LAN의 상태를 체크했는데 아무 이상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초조해했다. 베르단디의 상태가 걱정되었지만 무슨 일 때문인지 페이오스는 절대 그를 들여보내주지 않으려 했다.



“차라리 그게 더 나을지도...”


자신의 연인이 아파하는 모습을 보는 것보다는 치료법을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편이 백배 더 낫다고...케이는 생각했다.







[사당, 흰 눈으로 뒤덮인 눈밭.]



쿵쿵쿵.



“페이오스! 제발 문 좀 열어줘~~!”



“야. 이 자식들아! 문 안 열어? 나 정말 화낸다?”


울드와 스쿨드는 창문과 정문을 쾅쾅 두드리며 항의 하듯 소리쳤다. 왠지 안 나오면 쳐들어간다는 모 진격송(?)을 부르는 듯한 박자로 소리쳤지만 그녀들의 얼굴에는 평소의 장난기가 사라지고 진지함만이 감돌고 있었다. 평소의 울드와 스쿨드를 아는 사람들도 그녀들의 위압감에 쉽사리 말을 걸지 못할 것 같은. 그런 무시무시한 기운을 풍기는 여신들이었다.



“당장 안 열어?”



“미안하지만 그럴 수는 없습니다. 울드씨. 하하하하~!”


이반이 예의 바보 같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바닥에 쌓인 눈을 매만졌다. 왠지 자신을 비웃으며 무시하는 듯 한 느낌을 받은 울드는 이성이 움직일 틈도 없이 곧바로 주먹이 달려들었다. 그녀는 이반의 멱살을 부여잡고 들어올렸다. 자신보다 주먹 하나는 더 큰 사내를 가뿐히 들어 올린 울드의 날카로운 눈빛에 살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정전기같은 것이 찌릿찌릿 하며 그녀의 눈 주위를 스치고 지나갔다.



“당장 안 열면 넌 여기서 재로 만들어버릴테다. 문 열어!”



“......안됩니다. 하하...”


자신이 크게 다칠지도 모를 심각한 상황이란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이반은 너털웃음을 멈추고 미소만 지은 채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한술 더 떠서 그는 여유로움을 담은 느린 어조로 말을 했다.



“까삐딴의 명령입니다. 절대 안됩니다. 당신들은 들어갈 수 없습니다. 관계자 외 출입금지.”


울드는 죽어도 못 비킨다는 바보 같지만 임무에 충실한 마족의 넉살 좋은 웃음을 노려보았다. 그러다 갑자기 씩. 환한 미소를 보여주었다. 검게 잘 탄 피부에 어울리는 하얀 이를 드러낸 그녀의 미소. 그러나 그 미소에는 치명적인 독기가 숨어 있었다.



“그래? 그럼 죽어.”


파지지지지지직. 쿠콰카카카카캉.


울드의 친절한 설명이 끝나기 무섭게 하늘에서 강력한 뇌기가 내리쳤다. 제우스 신이 내린 하늘의 분노가 담겨진 창을 은발을 우아하게 흔드는 울드와, 주황색으로 물든 것으로 추정되는 미소를 머금은 마족의 사이로 떨어졌다. 근처에 서서 그녀와 그의 시비를 지켜보던 두 남녀가 놀라서 소리 쳤다.



“꺄악! 울드 안돼!!”



“살아 있냐? 이반?”


스쿨드가 놀라서 그녀를 제지했지만 이미 기차는 떠나고 역에 없었다. 울드의 자폭 아닌 자폭 술법 공격에 눈밭은 폭삭 내려 앉아 버리거나, 사방으로 튀어 엉망진창이 되었고, 울드와 이반이 서 있던 장소에는 검은 연기와 커다란 검댕자국만이 남아 있었다. 울드의 주특기 중 하나인 뇌격이 담긴 공격 한방은 스쿨드와 엔지니예르를 경악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울드 어디있어!”



“살아 있냐? 이반?”



“이봐! 그거 뭔가 미묘하게 이상하잖아?”


스쿨드는 옆에서 정말 이상한 말투로 자신의 동료를 찾는 먹보남자에게 소리쳤다. 그는 한겨울에 맞는 두터운 복장이었다. 물론 이 복장을 벗은 적이 없어, 그가 어떻게 생겼는지 잘 알 수는 없었지만 굉장한 식욕의 소유마족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괴짜라는 것도....



“.....알겠습니다. 수정하죠. 죽었냐? 이반?!!”



“.....에휴. 네 맘대로 하세요.”


스쿨드는 답답함에 가슴을 쾅쾅 손으로 두들기며 울드를 찾았다. 베르단디의 치료에 방해가 된다며 안나, 이반, 옌지에게 영문도 모르고 쫓겨난 울드, 겉으로는 아닌 척 하지만 자신과 베르단디를 아끼고 사랑하는 울드라면 이런 상황이 답답하다 못해 폭발했을 것이다. 결국 제 성질을 못 이기고 공격을 한 것이겠지?



‘정말 무슨 일이라도 생겼으면 어떡하지?’



스쿨드는 걱정이 되어 번게가 내리친 주변과 자욱한 연기들을 해치며 돌아다녔지만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스쿨드는 자신도 모르게 울먹이며 두려워했다. 티격태격하며 틈만 나면 자신에게 이렇게 못된 뇌격을 담아 날리는 악마같은 언니였지만 이렇게 강한 공격을 퍼붓고 돌연 사라지다니? 걱정이 하늘을 찌를 기세였다.



“울드! 어딨어?!”



“죽었냐? 이반?!!”


또 저 소리? 이젠 슬슬 화가 나는군!! 결국 스쿨드도 머리끝까지 폭발하여 대 버그 퇴치용 해머를 꺼내 그의 돌대가리를 정확히 격파해 다시는 사람 말길 잘 알아듣는 강아지(?)로 교육시키려던 참이었다. 망치를 쥔 주먹에 힘을 주고 휘두르려는 찰나.



“아하하하하~~난 살아 있네! 옌지니예르.”



“.....스쿨드. 비켜!”


웃음이 특징인 바보같은 이반과 울드가 허공에서 느릿느릿 내려오자 스쿨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자신의 언니는 생채기 하나 나지 않고 무사했다.



“언니!”



“쳇. 저 녀석. 도망치는데 는 마계급 선수더군.”



“하하하. 제가 원래 그러죠.”


울드의 빈정거림이 가득 든 칭찬 아닌 칭찬에 이반은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며 황송하다는 듯 무릎을 굽혔다가 일어났다. 뽀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무릎에 밟힌 눈자국이 바닥에 남았다. 울드도 이를 빠드득 갈며 그를 죽일 기세로 노려보았다. 이반은 별 것 아니라는 듯 대수롭게 여기지 않으며 특유의 웃음을 잃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 길다란 물건은 뭐죠?”



“???”


이반은 뭔가를 발견했다는 듯 스쿨드를 향하여 손가락을 가리키며 물었다. 스쿨드도 어리둥절해하며 그의 손가락을 지켜보았다. 앗! 이것은? 그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은 자신이 들고 있는 해머였다. 살짝만 더 움직이면 옌지니예르의 답답한 머리를 격파할 수 있을 만큼 매우 가까운 거리에 떨어져 있는 망치...



“뭡니까? 공구?? 뭔가를 고치시려는 생각??”


옌지니예르가 궁금하다며 물어왔다. 그의 빤한 대답을 예상이라도 했는지 스쿨드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해머를 등뒤로 숨겨버렸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새빨개져옴을 느끼고 속으로 외쳤다.



‘다음에 두고보자. 이 바보야!!’







소동이 잠잠해지고 그들은 다시 집앞 마룻바닥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확히는 울드와 이반 사이의 교섭이자, 스쿨드와 옌지니예르가 중심이 되어 맛있는 과자 먹기를 하는 것이었다.[주위에 널린 눈으로 바나나 빙수(?)를 만들어 먹었다.]울드가 숟가락으로 새하얀 눈위에 노란 무언가가 얹어져 있는 옌지니예르가 개발한 간식을 우드득 씹어 먹으며 말했다.



“우걱. 그러니까 네 말은....우걱! 베르단디에게 접촉하면 그 이상한 전염병이 옮을 수 있다는 말이야?”



“그렇습니다. 이 전염병은 1급 여신들에게 한정되어 있지만 때에 따라서는 자신의 생각과 판단, 혹은 병을 퍼뜨린 자의 판단에 따라 다른 여신이나 마족에게 붙기도 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유그드라실을 공격하거나, 마족들의 네트워크를 공격하는 것이죠.”



“....정말 위험한 무긴데. 그것. 우드드득.”


다행히 차가운 눈빙수의 사르르 녹는 맛과, 매우 추운 날씨 덕택에 어느 정도 화가 진정된 울드는 평소의 능청스럽고, 장난기 어린 모습을 되찾아갔다. 그녀는 이반이 절대 안 된다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댈 때마다 무조건 들어가겠다며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러나 그 미소가 언제까지 장난기 어린 미소로 갈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베르단디는 내 여동생이야. 여동생이 아픈데. 이런 곳에서 한가하게 눈빙수나 먹을 시간은 없다고. 우드득. 그러니까 빨리 들여보내줘. 스쿨드. 이 썩으니까 그만 먹어!!”


한가하게 빙수 먹으면 안된다면서 울드는 왜 빙수를 먹는 거냐고!! 그리고 갑자기 왜 내 이를 가지고 들어가냐고!! 스쿨드는 그녀를 째려보며 볼을 부풀렸다. 그러다 이번에는 딸기눈빙수 드실분! 이라며 건너편 나무 밑에 앉아 열심히 음식을 생산(?)중인 옌지니예르의 달콤한 외침에 입을 헤벌레 벌리며 달려갔다.



“안됩니다. 까삐딴의 명령입니다. 왜인지 모르겠으나 까삐딴은 여러분들을 바깥으로 모시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즉 무언가 중요한 것을 준비해야하기 때문일 겁니다.”



“중요한 것 그게 뭔데? 나한테 지금 중요한 것은 베르단디 곁에 머물르는 것 뿐. 더도, 덜도 아냐!! 빨리 집 주위에 쳐진 결계를 모두 풀고 당장 우릴 들여보내!”



“.............”


소고집보다 더 심한 울드의 고집에 이반은 도저히 안되겠다는 결론을 지었는지 입을 꽉 다물었다. 그의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어 웃는 그 상태로 침묵을 지키고 있어 조금 어설픈 미소가 되었지만 울드는 개의치 않고 다시 미닫이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젠장! 무슨 결계가 이래? 완전히 밀폐에 방음까지, 게다가 공간이동으로 침투도 못하겠잖아?”



울드는 이 결계를 만든 안나에 대해 감탄과 두려움이 섞인 혼잣말을 내뱉었다. 자신의 어머니를 죽이겠다고 벼르던 군인아줌마(?), 자신의 어머니를 잘 알고 있다면 자신보다 훨씬 연장자였고, 죽이겠다고 벼르며 광분하던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자 실력 또한 만만치 않은[자신보다 훨씬 더 높다고 그녀는 생각했다.]자가 분명했다.



‘도대체 이 여자는 정체가 뭐야? 그리고 힐드랑은 무슨 관계인 것이지?’



울드는 생각에 잠겨 문 두드리기를 주저하였다. 그 때였다.



“아. 까삐딴!”



“바깥이 조금 소란스럽던데..괜찮은 것인가? 혹시 RLO의 침략인가?”


안나의 조그만 분신이 이반위에 올라앉아 중얼거리고 있었다. 자신이 친 결계내에서는 능력을 제대로 쓸 수 있다는 것인가? 울드는 평소 휠체어에 앉거나, 약기운으로 버틴다며 신경질적으로 행동하던 안나를 떠올리며 경악했다. 무엇보다도 안나에게서는 강한 마법과, 법술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기척을 숨기고, 어떻게 이런 능력을 벌이는 것이지? 그녀는 분명히 자신의 마법은 형편없다는 식으로 말했는데 말이다.



“놀랐나 보지? 내가 마법을 쓴다는 사실이?”



“.......헷. 묠니르처럼 병기 마니아인줄 알았는데. 우드득. 그래도 능력은 있나 보네?”



“..약을 4알정도 더 먹었거든.. 뭐 좀 있으면 약해지고, 정신도 몽롱해지겠지만..어쨌든 베르단디를 살리고 싶으면 내 말에 따라.”



“..입닥치고 문이나 열어.”



울드가 조소하며 말투를 낮게 깔았다. 금방이라도 자신의 눈앞에 있는 손가락만한 크기의 안나의 분신을 밟아버린 뒤 갈기갈기 찢어버릴 기세였다. 그녀의 살기어린 목소리에 멍하니 빙수만 만들던 옌지니예르는 하던 일을 중단하고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고, 이반은 난감하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혀를 끌끌 찼다. 스쿨드는 살기와 오한이 겹치기라도 한듯 몸을 벌벌 떨었다.



"흠. 그것보단 당신이 꼭 해야 할 일이 있는데..."



"........??"



"그래. 꼭 네가 할 일이. 있어!"


안나는 달콤하고, 매력적인(?)제안을 울드의 귓가에 흘리며 조소하였다.
안나의 미소 또한 울드의 살기어린 시선처럼 두렵고 싸늘하기 그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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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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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버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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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 오랫동안 연재가 쉬어서 그런지 인물들 파악하는게 쉽지만은 않군요. 처음부터 다시 봐야 할 듯...--;;; 베르단디 아픈건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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