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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 Machine, and Magic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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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그럼, 어떻게 할까...?"

아무도 없는 거실 소파에 몸을 기내며 나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TV와 소파 그리고 한쪽 벽면에 책장 딸린 책상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살풍경한 거실이지만 이래뵈도 내 '탑'에서는 가장 안전한 장소 중 하나다.

일단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을 한 문장으로 정리해보자면─'저건 맛이 간 지박령이다.'정도? 영격(靈格:영혼의 품격)이건 영력(靈力:영혼의 힘)이건 간에 무엇 하나 알 수가 없다.

보통의 경우, 영혼을 분석할 수 있는 영안을 가진 마법사가 악령의 영격과 영력을 알아내지 못한다고 하면 그건 스카■터 끼고 '저 놈 전투력이 몇이야?'라고 외치는 거나 다름이 없다. 실제로 그런 마법사가 내 곁에 있다면 이뭐병이나 여병추, 빙신 셋 중에 하나쯤은 입 밖에 내었을 나지만, 실제로 저런 미친놈...아니 미친 영혼을 만나고 나니 아무리 일류─으흠!─마법사인 나라도 할 말이 없다.

영혼은 일단 커다란 두 가지 대분류, 지박령(Ghost)과 부유령(Specter)으로 나뉜다. 인간이 죽으면 초기 단계에 생기는 부유령의 경우 대체로 영격이 낮고 영력도 부족해 땅에서 제대로 균형을 잡고 있지 못하고 이리저리 떠다닌다. 이런 녀석들은 실체화가 불가능하며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전달하는 일도 할 수 없어서 흡사 ■티마 온라인처럼 'ooOOOooO'같은 이해할 수 없는 소리를 내면서 돌아다니다가 이내 흩어져버린다. 물론 영격이 높아서 실체화에 말까지 할 수 있는 부유령도 있긴 하지만, 그런 녀석들이라도 비슷한 영격의 지박령에 비해 영력은 대단히 낮아 퇴마사 입장에서는 초급 몬스터 정도다.

그러나 임종 당시의 잔류사념이 강한 녀석은 그 사념이 스러질 때까지 형체를 유지하고, 땅에 제대로 발을 대고 붙어 있게 되는데 이런 것들이 바로 지박령이라고 불리는 존재이다. 영력 자체는  부유령을 겨우 면할 정도로 약한 것부터 마을 하나의 신으로 추앙받을 정도로 강한 것까지 다종다양하지만 그 잔류사념이 대체로 어떤 사람 내지는 장소와 연관되어있는 경우가 많아 그 사념의 범위 내에서만 존재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게 이녀석들의 공통된 단점이다.

뭐, 상위 지박령(Phantom)이나 상위 부유령(Wraith)같은 상식적인 레벨을 초월한 녀석들도 있기는 하지만 이런 경우는 생전에 강력한 마법사였다거나 아니면 세계적인 종교의 교주처럼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의 신앙 대상이 되어있다거나 하는 이쪽 세계에서는 웬만한 나라의 대통령보다 유명한 사람들만 될 수 있는 경지고, 그들은 그저 존재할 뿐 현세에 간섭하는 일이 극히 드물기 때문에 인간보다 영혼을 많이 대하는 퇴마사나 엑소시스트 같은 녀석들의 집단 안에서도 요인들만이 그런 상위 단계의 영혼에 관련된 일을 맡을 수 있다.

일단 내가 아는 한 저렇게 생긴 상위령은 없고, 실체를 유지 못해 이리저리 흘러다니는 것이 아니므로 일단 지박령이라는 슬라임 레벨의 추론으로 저 악령에 대한 정보는 끝이 나는 것인데...

"인간을 떨어뜨리는 지박령...인가. 대체 얼마나 센 거야?"

아파트에 살고 있는 성인 남자를 세 명쯤 베란다에서 추락시킨다─이 객관적인 사실로부터 추측할 수 있는 녀석의 영력은...부유령 레벨부터 마법사 혼자서는 상대하기 버거운 레벨까지 다종다양해서 전혀 단서가 되지를 못한다. 애초에 그 아저씨들을 죽이는 걸 내가 보고 있었던 것도 아니고 베란다에서 발을 걸었는지 아니면 소파에 앉아 있는 걸 번쩍 들어서 집어던졌는지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아...뒷골 땡기네. 어째서 저딴 게 우리 집 앞에서 설치는 거냐고."

"그거야 요즘 네가 탑 주변 관리를 전혀 안 해서 그런 거 아냐?"

내 한숨에 대한 대답은 즉시, 그것도 정곡을 찌르는 날카로운 지적으로 돌아왔다.

순간적으로 놀라 대답이 들려온 방향을 쳐다보자, 무척이나 아름답고─그로테스크한 소녀가 볼을 부풀리고 베란다에 서 있었다.

"얼른 이거나 열어 줘. 베란다까지는 쉽게 들어왔는데 거실 창문을 잠그다니. 추워 죽겠단 말야."

"그야 한겨울에는 그쪽 창문을 열 일이 없으니까, 무의식중에 여는 걸 방지하기 위해 잠가놓았을 뿐이다만."

"그건 베란다를 통해 너희 집에 들어오는 모든 생물에 대한 권리 침해라구!"

그러면 애초에 문으로 들어오면 되잖아 이 바보 아가씨야.

나는 베란다로 통하는 창문을 잠그고 있는 걸쇠를 잠깐 쳐다보고, 갑자기 쳐들어온 불청객에게로 다시금 시선을 옮겼다. 조금 헐렁해 보이는 검정색 코트를 입은 채 추운 듯 몸을 움츠리고 있는 미소녀의 모습은 뭇 남성의 보호 본능을 자극하여 와락 끌어안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만드는 데 전혀 부족함이 없지만, 영안을 가진 대부분의 마법사들에게 있어서 저건 정말 대단한 언밸런스다.

실체─거리에 내놓으면 지나가는 뭇 인간들의 선망 혹은 질시에 찬 시선을 한 몸에 받을 超미소녀─의 모습과 영체─어딘가의 공포 영화에 출연했을 법한 어엿한 피칠갑 촉수 괴물이지만 얼굴만은 미소녀─의 모습이 어느 한 쪽 치우침 없이 그대로 겹쳐 보이고 있으니까.

"뭐 모르는 일이지. 지나가던 미소녀 고어물에 취미가 있는 마법사가 저런 모습에 한방에 모에해버릴지."

그래. 언젠가는 저런 고어 미소녀에 모에하는 것이 부동의 법칙이 되고 세상의 다른 모든 모에에 종말이 올지도 모른다─어찌 되었든 그녀는 남성을 유혹하는 서큐버스(Succubus)니까.

그러나 그것이 오늘은 아니다. 오늘, 난 저것에 아무런 모에도 느끼지 못한다.

안구와 정신의 건강을 위해 일단 영안을 Off상태로 해 놓고, 나는 베란다 바깥에 있는 소녀에게 들리지 않게 몇 마디 푸념을 중얼거리면서 창문의 걸쇠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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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변했네, 너."

"뭐가?"

소금통을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 소파를 바라본다. 허락도 없이 남의 탑에 쳐들어와서 그 중추에 앉아 있는 소녀─최근 서유리라는 이름을 쓰고 있는 서큐버스는 턱을 괸 채 내가 소금으로 그리던 마법원을 가리킨다.

"너, 지나가던 서큐버스가 서큐버스라는 이유만으로 주위의 상황같은 건 일체 가리지 않고  공격마법을 뿌려댔던 진수경 맞아?"

나는 그렇게 앞뒤 안 가리고 공격마법을 뿌려대는 성격은 아니지만, 그때는 새로운 주문을 익힌 직후였는데다가 악마 중에는 서민 축에 끼는 서큐버스가 눈 앞에 있는 상황이었다. 서큐버스 하나 없앤다고 그 많은 악마들이 복수를 외치며 마법사들과 중간■ 전투를 시작할 리야 없을 터였고 그래서 그때의 유리는 나에게 있어서 하나의 과녁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물론 나로서는 유리를 죽일 능력도 없거니와 만약 내가 유리를 죽였다면 악마와 마법사 사이에 정말로 중■계 전투가 일어났겠지만 그건 일단 접어 두고─그녀가 나에 대해 저런 식의 오해를 하는 것도 뭐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

"장소가 다르잖아. 여긴 내 탑 앞이라고."

"그리고 그 때는 내 탑 앞이었지. 그 소동 덕분에 애써 개조한 집을 다시 ■글의 집으로 개조해서 되팔아야 할 뻔했고."

"몰랐었다고 몇 번을 말해? 그래서 나중에 사과하고 사후처리까지 도와줬잖아? 방해하지 마. 지금 중요한 부분이니까."

나침반으로 잰 정확한 방위에 소금으로 룬을 그려넣는다. 마법진을 그리기 위해 제작된 소금통은 소금이 흘러내리는 양을 조절할 수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잘못 흘리게 되면 룬이 망가지게 되고 그것이 어떤 효과를 나타낼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이 작업을 할 때는 잠시라도 긴장을 풀어선 안 된다.

"아무리 그래도 요즘 세상에 마법사가 제령술식(制靈術式)이라니...근데 메모라이즈(Memorize)할 수 있는 언어야 이거?"

"없었다면 처음부터 피닉스의 깃털로 써서 스크롤(Scroll)로 만들었겠지."

소금이 씻겨내려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스포이트를 든다. 두세 방울씩 시약을 떨어뜨려 지금까지 그린 모든 획를 천천히 정착시킨다.  마법을 실전에서 빨리 사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하여 미리 그 주문을 축약해 두는 메모라이즈의 경우 마법진의 긴 지속 시간은 메모라이즈하는 주문의 갯수를 늘려줄 뿐만 아니라 메모라이즈한 주문을 시전할 때 필요한 시전 주문을 기억하기 쉽게 만든다. 그만큼 그 주문을 더 오래 되뇌게 되니까.

"수경아, 나 이거 배워도 돼?"

가르쳐주는 거야 별 문제없지만, 악마에 속하는 서큐버스가 악령 퇴치 술식을 가르쳐달라고 하는 건 파■리가 하이■로 펌프을 배우겠다는 거랑 비슷해 보인다만.

"걱정마 걱정마. 에리어(Area)를 오브젝트(Object)로 바꾸면 해결된 문제니까."

어이, 잠깐만. 내가 어째서─

"그러니까 술식의 분석, 마법진 축약, 세부적인 수정은 전부 너한테 맡길 테니까. 저 아저씰 제령하는 대로 개량 부탁해♡"

"...!!"

─제길.

비음이 섞인 어투로 끝을 맺는 유리의 얼굴이 한 점의 티도 없이 밝고 순수해서, 순간적으로 태클을 걸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재, 재미도 없는 농담은 이제 질릴 만큼..."

"어머나, 탑에 손님이 왔네? 그럼 이만 실례할게."

내 말을 그대로 무시하고 거실의 미닫이문을 드르륵 당기는 유리. 미닫이문 너머로 보이는 그녀의 집에는, 멀리서 듣는 나도 시끄러울 정도로 신경질적인 초인종 소리가 울리고 있다.

"행운을 빌게. 수경아."

문을 반쯤 통과한 채 고개를 돌린 그녀의 옆얼굴에 살풋, 미소가 걸린다. 악마 특유의 사악함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1미크론도 보이지 않는 은은한 미소. 남성을 홀리는 색기 대신 갖춰진 것은 남자든 여자든 천사든 악마든 전부 동의할 정도로 공평무사한 절대적인 미(美).

"아...응, 고마워."

문이 닫힌다. 공간의 비약이 만들어낸 기묘한 공기의 단층도 잠시, 유리로 된 미닫이문을 통해 보이는 것은 평소와 똑같은 이 집의 부엌뿐이다.

"내 참, 올 때도 갈 때도 제멋대로구만."

뭐, 애초에 오든 말든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

이제 정신사나운 훼방꾼도 사라졌으니, 이 마법진이 그린 제령의 술식을 최대한 많이 메모라이즈하는 것으로 오늘의 할 일은 끝.

─그리고 내일, 그 악령을 멸하면 된다. 그저 그뿐.

마법서를 들고, 신언(神言)을 읊는다. 현세에 없는 발음과 이상한 고저가 빈 집을 가득 채운다.

그렇게, 밤이 깊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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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있는 네타를 전부 적는 사람은 저와 비슷한 정신세계를 지닌 분으로 인정하겠습니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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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엔젤님의 댓글

다크엔젤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허어...서큐버스...덜덜덜...충격과 공포...이것은 퇴마사의 이야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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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더경님의 댓글

베이더경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말 뭔가가 심오(?)합니다.[개뿔이!!]

정말입니다.[아니야!!!! -베이더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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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애님의 댓글

류애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게 연재작이라면... 6월이 아니잖습니까!!!
저한테는 왜 이게 어렵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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