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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식장갑 가이버 제2부 26화 -2부 마지막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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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식장갑 가이버 제2부 - GUYVER THE BIOBOOSTED ARMOR part 2.-

제26화 - 새롭게 떠오르는 태양 -








<킬킬킬킬! 이제 알았겠지? 이 카브라알님께 대들면 어떻게 된다는 것을 말이야.>

카브라알은 인정사정없이 케이를 짓밟아 버렸다. 잘 보이지는 않지만 어차피 제대로 공격이 먹혔으니 가이버 기간틱 같은 건 산산조각이 났을 것이다. 카브라알은 만족스러운 듯이 웃으면서 케이가 깔려 있는 자기 오른 발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콰앙!!

바로 그 때 카브라알의 머리에 로켓탄이 명중하였다. 하지만 드래곤 로드로 변신한 카브라알에게는 별 타격이 없었다. 카브라알은 로켓탄이 날아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공중에 처음 보는 사람 한 명이 떠있는 것이 보였다. 아니, 하늘을 날고 있는 것으로 보아서는 사람은 아니다. 그렇다면....

<후, 이건 또 무슨 날파리냐.>

"이봐. 난 날파리가 아니야. 난 일급마 특무 한정, 베루더님이시다! 네 놈의 목을 따실 분이지!"

<내 목을 따겠다고? 푸하하하!!!!>

카브라알이 가소롭다는 듯이 크게 웃었다. 하지만 덩치가 워낙 거대한 드래곤인지라 웃음소리조차도 상대방을 압도할 정도의 굉음으로 들릴 정도였다. 베루더는 여전히 얼굴에 여유를 잊지 않은 채로 어깨에 메고 있던 두 번째의 RAW 대전차 로켓을 장전하였다.

<좋다. 어디 한 번 할 수 있으면 해 보려무나. 그런데 요즘 마계 녀석들은 그런 장난감 가지고 드래곤 사냥을 하나 보지?>

"장난감에 한 번 호되게 당해 보면 그런 소리 쑥 들어갈걸?"

<훗, 난 지금 너 따위 날파리랑 상대할 생각 없다. 너에게는 이정도면 충분하겠지.>

-샤아아!!

드래곤 로드의 등 부분에 넓게 분포하고 있던 거안 촉수들이 길게 늘어나더니 한 번에 십여 개의 거안 촉수가 베루더를 노리고 달려들었다.

-푸슝! 콰앙!!

베루더는 그 중의 하나의 거안 촉수에게 RAW 대전차 로켓을 날려서 박살을 내 버렸다. 관통력 300mm 의 메탈 제트가 거안 촉수의 머리 부분을 완전히 관통하였다. 그러나 나머지 9개의 거안 촉수는 거기에 아랑곳 하지 않고 빠른 속도로 베루더에게 달려들었다. 베루더는 즉시 더 높이 상승해서 촉수들을 피하려 하였다. 그런데 거안 촉수들 역시 계속해서 베루더를 추격해 오기 시작했다.

<크아아!!>

"뭐야! 저 녀석들 무슨 고무줄이야? 왜 이렇게 촉수가 길어!!"

-타타타탕!!

베루더는 일단 톰슨 기관단총을 냅다 갈기면서 후퇴하였다. 그러나 45.ACP 의 탄환들은 거안 촉수의 표면에 약한 흠집만을 낼 뿐이었다. 등에 멘 RAW 로켓탄은 이제 하나뿐이었다. 이건 가능한 한 카브라알의 약점을 찾아내서 공격할 때 써야 했다. 하지만 도대체 저 거대하고 강인한 드래곤 로드에게 약점이 있을까?

<캬아악!!>

"아니?!!"

그 순간 베루더의 비행 진로 앞 쪽으로 또 다른 거안 촉수가 나타났다. 후방에서 쫓아오는 촉수들에만 정신이 팔려있던 베루더는 그만 이것들의 발견이 늦고 말았다. 베루더는 얼김에 총을 들어 올려 박치기를 해 오는 거안 촉수를 막았다.

-퍼억!!

"크윽!!"

거안 촉수에 얻어맞은 베루더는 뒤로 튕겨져 나갔다. 그래도 맞기 직전에 가드를 해서 그나마 데미지는 별로 없었다. 베루더는 일단 자세를 바로 잡은 다음에 손에 들고 있던 기관단총을 보았다. 거안 촉수와 제대로 부딪힌 톰슨 기관단총은 반으로 부러져 있었다. 베루더가 카브라알에게 화를 내며 소리쳤다.

"야! 이 자식아!! 이게 얼마짜리 총인지나 알고서 이런 짓을 하냐!! 이거 이래봬도 초기형 모델의 귀하신 몸..."

<크아아아!!>

그러나 베루더의 항의에 대한 카브라알의 대답은 거안 촉수들이었다. 베루더는 부러진 총을 버리고 다시 열심히 도망치기 시작했다. 무기를 잃은 (어차피 먹히지도 않는 무기지만) 베루더는 속수무책이었다.

일단 지금 당장은.

"쳇! 역시 그걸 꺼낼 수밖에 없나! 오늘 밤 또 시체처럼 늘어지겠군!"

베루더는 투덜거리며 자신에게 지급된 마검, 나이트메어 오브 블러디의 소환을 준비하였다. 나이트메어 오브 블러디는 분명 아주 파괴력이 강한 무기다. 거안 촉수정도가 아니라 드래곤 로드 카브라알의 본체의 피부도 베어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마검은 사용자의 생체 에너지를 흡수해서 파괴력으로 바꾸는 무기. 이렇다 할 흡수 조절 장치 같은 것은 없으니 손에 칼자루를 쥐고 있는 한 계속해서 에너지를 흡수하게 된다. 결국 오래 사용하면 사용자의 목숨이 위험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리 방법이 없었다. 베루더는 이를 악물고 영창을 하기 시작했다.

"나와라! 나의 생명이자 죽음이여!! 너의 피보다 진한 붉은색의 날을...."

<크아아아!!>

하지만 거안 촉수들은 그가 영창할 약간의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 베루더는 욕지기를 내 뱉으며 영창을 중지하고 다시 날기 시작했다. 아무리 날아도 마치 고무줄처럼 쭉쭉 늘어나는 거안 촉수들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마술식을 시전할 약간의 시간조차 없었다. 누군가가 엄호라도 해주지 않는 이상....

-촤악! 슈칵!!

바로 그 때 베루더를 추격해오던 거안 촉수들의 몸통이 깨끗하게 잘려 나갔다. 촉수의 끝 부분인 머리가 잘려 나가자 거안 촉수들은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 외에 나머지 촉수들도 전부 잘려지고 있었다. 누군가가 대단히 빠른 스피드로 이동하면서 한 번에 촉수들을 깨끗이 자르고 있었다. 베루더를 추격하던 촉수를 전부 잘라버린 그 그림자가 베루더의 옆으로 날아왔다. 그녀를 본 베루더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은발의 긴 생머리 여성이었는데 뒷머리는 숏컷으로 짧게 자른 흔치 않은 헤어스타일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이마와 양 볼의 파란색 문양. 저것은 바로....

"신족이시군. 접근전을 이렇게 잘 구사하시는걸 보니... 혹시 전투부, 발키리시오?"

"그렇다. 일급신 특무한정 린드. 그대는 마족인가 보군."

베루더의 위기 순간 나타난 전사는 바로 린드였다. 베루더가 카브라알에게 도전을 하던 그 순간 현장에 있던 베르단디가 린드에게 가서 도와주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해서 린드가 나선 것이다. 린드로서는 혹시나 천계의 전사가 아닐까 싶어서 이렇게 온 것이지만 (물론 베르단디는 저게 신족인지 마족인지 따지지 않았다) 막상 와서 도와주고 보니 마족이라서 그녀는 다소 경계하는 눈빛이었다.

"이거 정말 고맙습니다. 덕분에 살았..."

-철컥!

베루더가 감사 인사를 하려는 그 순간 린드가 고주파 엑스를 겨누고 그의 말을 끊었다. 린드는 베루더를 사납게 노려보며 말했다.

"마족이 여긴 무슨 일인가. 케이를 해치려고 온 건가?"

"이봐요, 난 남자는 관심 없어. 게다가 방금 전에도 봤잖소. 내가 저 괴물이랑 싸우는 모습을."

"난 이전 상황을 모르니까 네 말을 다 신용할 수가 없다."

베루더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린드는 여전히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말이야 카브라알과 싸우고 있었다고 하지만 그저 싸우는 모습만 보고 그렇게 단정 지을 수는 없었다. 케이를 노리다가 그만 카브라알과의 전투에 휩쓸려서 방금 전까지 쫓겨 다니던 걸 수도 있지 않은가.

"뭐 좋아요, 좋아. 날 믿지 않는다 해도 상관없소. 그런데 지금 우리끼리 이렇게 다툴 틈은 없는 것 같은데?"

그렇게 말하면서 베루더는 손으로 주위를 가리켰다. 린드의 눈에 잘려져 나간 거안 촉수들에게서 또 다른 머리들이 자라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다시 복원되고 있는 것이다! 린드가 서둘러 전투태세를 갖췄다.

"뇌광 소환!!!"

-콰르르릉!!

그 순간 하늘위에서 벼락이 내리 꽂히면서 복원을 막 마친 거안 촉수들을 새까맣게 태워 버렸다. 베루더는 깜짝 놀랐다. 오늘 밤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다. 이건 틀림없이 법술식(어쩌면 마술식)의 벼락이었다. 넓게 퍼져있던 거안 촉수들을 단 한순간에 태워 버리는 위력도 놀라웠지만 베루더가 더 놀란 것은 법술이 조제체에게 통한다는 사실이었다. 그가 알고 있기로 천계의 법술이건 마계의 마술이건 간에 크로노스의 조제체에게는 안 먹히는 걸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통하다니!

"자! 어때! 이 울드님의 법술이! 이번에야 말로 제대로 만들었다고!!"

그 때 베루더의 머리 위 하늘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드니 짙은 붉은 색의 여신 전투복을 입고 있는 은발의 검은 피부의 여성이 있었다. 베루더는 그녀를 금방 알아보았다. 대마계장 힐드와 천신 사이에서 태어난 반신반마, 울드였다. 그리고 울드의 옆에는 파란색과 흰색이 조화된 전투복을 입은 또 다른 여신이 있었다. 그렇다면 저 여신이 바로 베르단디. 베루더는 즉시 상승해서 그녀들에게 다가갔다.

"하하! 이거 정말 놀랍군요! 조제체에게 통하는 법술이라, 정말 대단하십니다!"

"네? 아...저...."

그런데 베루더는 그녀들에게 다가가자마자 베르단디의 손을 꼭 붙잡고는 활짝 웃으며 방금 전의 법술을 입의 침이 마르게 칭찬했다. 정작 공격 법술을 시전한건 울드인 것을 봤으면서도. 갑자기 마족이 다가와서는 '아주 친근하게' 굴자 베르단디는 당황해하였고 무시당한 셈이 된 울드는 단박에 삐친 표정이 되었다. 그리고는 다짜고짜 베루더를 떼어 놓으면서 따졌다.

"잠깐! 방금 전에 법술을 날린 건 바로 나야! 그리고 왜 내 동생에게 찝적대는거야!"

"아, 그랬나요? 아하하!! 이거 죄송."

화를 버럭 내는 울드에게 베루더는 웃음으로 대충 얼버무리려 했다. 몰랐다는 투였지만 누가 봐도 거짓말이란 게 뻔히 보였다. 울드는 더욱 더 화가 나서 아예 폭발직전까지 갔다. 바로 그 때 린드의 경고가 들려왔다.

"모두! 빨리 움직여!! 놈들이 온다!"

<카아아악!!>

린드의 외침에 울드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경악하였다. 분명히 자기가 법술로 완전히 태워버린 녀석들이 또 날아오고 있는 것이다. 거안 촉수들이 오자 모두들 즉시 사방으로 흩어졌다. 울드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뭐야! 저 녀석들 틀림없이 법술이 제대로 먹혔는데....!"

분명 울드의 공격 법술은 거안 촉수에게 통했다. 대 조아노이드 용으로 다시 만든 공격 법술은 역시나 수천마리의 조아노이드들의 육체로 그 몸을 구성한 카브라알의 거안 촉수에게도 분명히 통했다. 하지만 카브라알의 거안 촉수는 파손된 부분을 분리해내서는 다시 그 부분을 빠르게 수복하였다. 이래가지고는 아무리 공격해 봐야 이들만 지칠 뿐이었다.

<크크크, 이젠 여신들까지 가세했냐. 그래봐야 너희들 역시 다 죽을 운명이야.>

-우우우웅!!

카브라알이 다시 입을 크게 벌리고 연옥포를 쏠 준비를 하였다. 타깃은 당연히 베르단디, 울드, 린드! 연옥포의 에너지 구슬이 밝게 빛나면서 에너지가 모이기 시작했다.

-콰쾅!!

<응?>

바로 그 때, 카브라알의 머리 부근에 다수의 미사일들이 날아와서 명중하였다. 깜짝 놀란 카브라알은 미사일이 날아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 곳에는 양 손의 미사일들을 전부 다 날린 앱톰이 있었다.

"이 비만 도마뱀 자식아! 네 놈 상대는 바로 나다!!"

앱톰이 다시 전투에 가세하였다. 거안 촉수에 얻어맞고 튕겨나가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앱톰은 건재했다. 그러다가 그는 저 멀리 베르단디를 비롯한 여신들이 와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는 재빨리 그 곳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다짜고짜 화부터 내었다.

"너희들! 여긴 대체 왜 온 거야!! 죽고 싶어 환장했냐!"

"기껏 도와주러 왔더니만 이건 또 무슨 태도야!"

앱톰이 버럭 화부터 내자 울드 역시 화가 나서 소리부터 질렀다. 곧 둘은 말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앱톰은 조아로드 상대로는 전혀 보탬이 안 되는 주제에 와서 신경만 쓰이게 만든다는 식이었고 울드는 방금 전까지 저 도마뱀에게 발린 주제에 잘난 척이라는 식으로 말싸움을 벌였다. 그러자 베루더가 그들 사이에 끼어들어 싸움을 말리려 하였다.

"하하, 우리끼리 싸움은 나중에 하죠. 누님이랑 거기 곤충 분이시랑 좀 진정부터 하세요."

베루더는 울드에게는 친근하게 보이기 위해 누님이라 부르고 앱톰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으니 농담처럼 그렇게 말한 거지만(이름도 몰랐고 어차피 지금 생긴 것도 마치 투구벌레 같은 모습이었으니까) 돌아온 대답은 고함과 욕설뿐이었다.

"누가 네 누님이야!"

"곤충이라니! 말조심해!! 갈가리 찢기고 싶냐!"

베루더는 그저 어깨만 으쓱 해 보였다. 아무래도 이대로 내버려두면 아침이 올 때까지도 계속해서 싸울 것만 같은 두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때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이들이 한가하게 말싸움하게 내버려둘 드래곤 로드 카브라알이 아니니까.

<이젠 자기들끼리 말싸움이라니, 한심하군. 네 놈들도 여기 가이버 녀석처럼 짓밟아 주마!>

그와 동시에 거안 촉수들이 일제히 이들을 노리고 날아오기 시작했다. 베루더는 즉시 그 자리에서 주문 영창을 해서 자신의 마검, 나이트메어 오브 블러디를 소환하였다.

"나와라! 나의 생명이자 죽음이여!! 너의 피보다 진한 붉은색의 날을 다시 한 번 보여 다오! 나이트메어 오브 블러디(Nightmare of Bloody)!!

순식간에 마법진이 생성되면서 아주 붉은 핏빛의 날을 가진 마검, 나이트메어 오브 블러디가 소환되었다. 베루더는 영 찝찝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 칼을 잡았다. 자기 목숨을 빨아 먹는 칼이긴 하지만 지금 당장은 이것 밖에는 이렇다 할 무기가 없었다. 린드는 베루더가 소환한 마검을 보며 적잖이 놀랐다.

"나이트메어 오브 블러디인가, 겉보기와는 달리 상당한 실력자인가 보군."

"헷, 이걸 알아보다니. 안목이 좋으시군요. 그 뒤에 말은 솔직히 좀 기분 나쁘지만 말이죠."

"마계의 5대 보구, 그걸 모르는 발키리는 없다."

마계의 5대 보구는 말 그대로 마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전설의 ‘도구’ 다섯가지를 말하는 것이었다. 무구가 아니라 도구라고 하는 이유는 그 5대 보구가 전부 다 무기만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었다. 나이트메어 오브 블러디는 그 중에 하나로서 보통 이런 무기는 아무에게나 주지 않는다. 무기를 수여할 권한이 있는 자는 대마계장 힐드를 비롯한 최고위 마족 단 몇 명 정도. 그런 무기를 쓰는 자이니 린드는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린드로서는 베루더에게 좀 더 묻고 싶은 말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대화를 나눌 때가 아니었다. 지금은 전투를 할 때다. 케이를 구하고 카브라알을 쓰러트리기 위해! 린드가 모두에게 빠르게 지시를 내렸다.

"베르단디! 울드! 각자 낼 수 있는 최강의 공격 법술을! 베루더! 앱톰! 당신들은 나와 함께 돌격!"

"그거 좋지요, 누님! 갑시다!!!"

"내게 명령하지 마!!"

베루더는 광기어린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마검을 꼭 쥔 채 바로 돌격하였고 앱톰은 린드에게 화를 내기는 했지만 그래도 린드와 같이 돌격하였다. 세 명의 전사가 곧장 앞으로 뛰쳐나가고 후방에 남은 베르단디와 울드는 각자 할 수 있는 최강의 기술을 영창하기 시작했다.

"자유로운 이름, 바람의 정령이여. 그대들의 힘을 하나로 모아 만물을 위협하는 거대한 마를 꿰뚫어라!"

"하늘을 달리며 대지를 뒤흔들고 대기를 휘두르는 천둥의 정령이여 그 가장 큰 힘으로 천둥으로 되어 내 손에 모여라!"

베르단디와 울드의 천사, 홀리 벨과 월드 오브 엘레강스가 소환되었다. 홀리 벨의 양 손에는 빛의 활과 화살이 생겼고 월드 오브 엘레강스는 상공을 향해 손을 높이 뻗어 올려 먹구름을 소환하였다. 곧 그 머리 위에 거대한 마법진이 생기면서 번개가 모이기 시작했다. 홀리 벨은 활에 화살을 장전하고 활시위를 힘껏 당겼다. 이들의 목표는 바로 카브라알! 법술이 준비되자 그녀들이 동시에 공격을 시작하였다!

"윈드 애로우!!"

-투웅!!

"격멸강뢰!!"

-콰르르릉!!!

베르단디의 빛의 화살과 울드의 다섯 줄기의 거대한 벼락이 카브라알을 향해 내리꽂혔다. 곧 카브라알의 전신은 벼락으로 뒤덮였고 베르단디의 화살은 카브라알의 거대한 몸통을 완전히 꿰뚫었다. 울드의 격멸강뢰 덕분에 상당수의 거안 촉수들이 불타 버렸다.

"이야압!!"

그리고 곧장 돌격해 들어간 린드, 베루더, 앱톰이 공격을 개시하였다. 린드의 고주파 액스와 베루더의 나이트메어 오브 블러디가 카브라알의 피부를 베어 들어갔다. 그리고 앱톰은 다시 생체 미사일을 장전해서 카브라알의 몸통을 향해 발사하였다. 그리고 이마의 생체 열선포를 전개해서 마구 열선을 발사하였다.

-슈욱! 슈욱!

그 순간 대부분 타 버린 카브라알의 등 뒤에서 거안 촉수들이 다시 돋아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복원되자마자 근접전을 벌이고 있는 전사들을 향해 날아갔다. 린드, 베루더, 앱톰은 다시 거안 촉수들의 공격에 대응해야 했다.

-촤악!!

"젠장! 회복이 너무 빨라! 뭐 이런 놈이 다 있어!!"

베루더는 자기에게 달려드는 거안 촉수를 마검으로 베어 버리면서 소리쳤다. 카브라알의 회복 속도는 경이로울 정도였다. 분명히 전신에 벼락이 내리쳐져서 등의 거안 촉수들이 대부분 불타버렸음에도 그걸 순식간에 복원시켜서는 다시 공격에 나선 것이다. 이래가지고서는 카브라알에게 치명타를 안기기가 힘들었다.

-부웅! 촤촥!!

린드 역시 고주파 엑스로 거안 촉수들을 베기에 바빴다. 그리고 그녀는 방금 전에 자기가 공격한 부위를 다시 봤다. 상처는 이미 깨끗이 복원돼 있었다. 아니 근본적으로 지금 이들의 공격은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카브라알에게는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 바깥에서 아무리 베고 찔러봐야 마치 바늘로 코끼리를 찌르는 수준 정도였다. 게다가 등 뒤에는 거안 촉수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어서 이들을 견제하는 것만으로도 바빴다. 린드는 다시 모두에게 소리쳤다.

"머리! 다들 머리로 올라가!!"

그 말을 들은 앱톰과 베루더는 즉시 상승해서 드래곤 로드의 머리 부분으로 돌진하였다. 머리라고 거안 촉수가 없는 건 아니지만 기왕 공격을 할 거면 급소라고 생각되는 머리를 노리는 게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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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윽.....!"

케이는 아직 살아 있었다. 그러나 드래곤 로드의 전 체중을 실은 발에 제대로 짓밟힌 케이는 지금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가 없었다. 온 몸 구석구석 전부 다 망치로 얻어맞은 듯이 아팠다. 그나마 카브라알이 짓밟을 때 케이가 찌그러지기 전에 도청의 옥상 바닥이 먼저 붕괴돼서 그나마 충격이 준 것이었다. 만약 그냥 맨 땅 위에서 이렇게 짓밟혔으면 절대로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다.

'드래곤 로드....카브라알...... 무서운 강적... 이야... '

간신히 의식은 잃지 않았지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한 번 더 공격당하면 이번에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일어선다고 해도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저 놈을 쓰러트릴 수 있을까? 바로 기가 스매셔라도 날릴까? 아니다. 기가 스매셔는 발사까지의 시간이 메가 스매셔 이상으로 길다. 함부로 그런 걸 사용하려 했다가는 카브라알의 추가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았다. 케이는 점점 자신이 없어져 갔다.

'케이 씨....'

그 때 그의 귓가에 희미하게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는 분명히 자기를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케이 씨....!'

이번에는 좀 더 뚜렷하게 들려왔다. 베르단디다! 베르단디의 목소리였다! 아까 분명히 도망치라고 말했는데 설마 다시 돌아온 것일까?

'케이 씨! 일어나세요....!'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목소리에는 다급함이 있었다. 케이는 두 눈을 번쩍 떴다. 지금 베르단디가 케이를 부르고 있다. 그녀가 위험에 처해 있다!

'케이 씨! 다시 한 번 힘을 내세요!'

"베르단디!"

케이는 즉시 그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온 몸이 아픈 건 여전했지만 계속 엎어져 있을 수만은 없었다. 케이는 즉시 온 몸의 힘을 쥐어짜내서 몸을 일으켰다. 희미하게 빛나던 기간틱의 듀얼 컨트롤 메탈이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래! 이러고 있을 때가 아냐!'

케이의 의지가 다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그의 눈앞에 여러 사람들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케이마 씨, 지로 선배, 핫세를 비롯한 네코미 공대의 선후배들. 케이가 가이버가 되기 이전부터 알고 지내던 소중한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가이버가 된 이후 만나 생사고락을 같이 해온 동지들의 얼굴도 나타났다. 무라카미를 비롯해서 오다기리 주임, 하야미..... 그리고 울드와 스쿨드, 린드, 페이오스의 얼굴도 떠올랐다. 그리고 그 영상들의 끝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단 한 사람의 얼굴.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갈색 머리의 아름다운 여성..... 베르단디.

-우우우우웅!!

기간틱의 온 몸에 퍼져 있는 에너지 앰프들이 강한 빛을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그 앰프들이 마치 공기를 과다하게 주입하는 풍선들처럼 크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변화는 기간틱의 몸에도 나타났다. 기간틱의 몸 색깔이 원래의 황색에서 붉은 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지금이라면.... 지금의 나라면 할 수 있어! 지금이야말로 기간틱의 진정한 힘을 이끌어 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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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앙!!!

<우웃?!!>

갑자기 카브라알의 오른 발 아래에서 큰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로 인해 도청 최상층부의 일부가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드래곤 로드의 오른 발등을 뚫고 뭔가가 치솟아 올랐다. 붉은 빛을 띤 그 물체를 본 베르단디는 기쁨에 겨워 소리쳤다.

"케이 씨!!"

"케이라고?!"

모두는 다시 일어선 케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런데 그 모습이 이제까지 그들이 알고 있던 케이의 기간틱 모습이 아니었다. 전신의 색깔이 이전의 황색이 아니라 붉은 색을 띄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전신에 퍼져 있는 에너지 앰프가 이전보다 더욱 더 부풀어 오른 채로 아주 밝게 빛나고 있었다.

"후... 저게 가이버 기간틱, 모리사토 케이란 남자입니까? 듣던 정보와는 많이 다르군요."

"우리도 놀랐다. 케이의 저런 모습은 나도 처음 봐."

베루더의 질문에 린드도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대답하였다. 붉은 기간틱이라니, 저건 처음 보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 기간틱이 내 뿜고 있는 기운도 보통이 아니었다. 주변에 있는 모두를 기만으로 압도할 수 있을 정도였다. 베루더의 볼에는 어느새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자기가 알고 있던 정보보다 훨씬 강한 것 같았다. 이정도 힘이라면 기간틱 다크 보다도 더 강할 것 같았다.

"뭐, 붉고 뿔 달린 것은 3배는 빠르다고 하니까....."

매니아만 알아들을 수 있는 베루더의 농담이었다. 물론 지금 곁에 있는 다른 사람들은 거기에 신경 쓸 상황이 아니었다. 그리고 놀란 것은 이들만이 아니었다. 카브라알 역시 적잖이 놀라고 있었다. 발로 밟아 완전히 박살낸 줄 알았는데 살아있다니.

<흥! 이놈 살아 있었냐. 그렇다면 완전히 쥐어 짜 주마!!>

-콰악!!

카브라알은 그대로 오른 손으로 케이를 꽉 붙잡았다. 드래곤 로드의 거대한 손은 붉은 기간틱을 완전히 감쌌다. 카브라알은 그대로 손 안의 맥주 캔을 찌그러트리듯이 손을 꽉 쥐기 시작했다. 카브라알이 의기양양하게 외쳤다.

-쿠구국....

<크크크, 색깔 좀 변한 거 빼고는 달라진 게 없군. 너무 싱겁게 끝...... 아니?!!>

그 때 갑자기 카브라알이 당황해 하기 시작했다. 꼭 쥔 오른 손 안에서 뭔가 강한 압력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꽉 쥐어짜 버리는 건 고사하고 주먹을 더 이상 쥐고 있을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카브라알의 오른 손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콰아앙!!

결국 더 버티다 못한 드래곤 로드 카브라알의 오른 손은 그대로 터져 버렸다. 그리고 오른 손이 있던 곳에는 양 팔을 양 옆으로 활짝 벌린 붉은 기간틱, 케이의 모습이 있었다. 케이가 순수하게 힘만으로 카브라알의 오른 손을 파괴한 것이다. 케이에게는 어떠한 상처도 보이지 않았다. 케이의 놀라운 힘에 모두가 놀랐다.

<너...너 이놈! 이게 대체...!>

"카브라알. 전력을 다해 싸워라. 그렇지 않으면 넌 곧 죽어."

케이는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전력을 다하라고. 카브라알에게는 이상하게 그 말이 마치 사형선고처럼 들렸다. 카브라알에게서 아까와 같은 여유가 사라졌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지 색깔만 변했는데도 왠지 카브라알은 지금의 붉은 기간틱에게서 공포를 느꼈다. 그는 황급히 몸을 돌려서는 신도청의 다른 쪽 빌딩 옥상으로 점프해서 물러났다. 그렇게 케이와의 거리를 벌린 카브라알은 다시 자세를 바로 잡고는 입을 크게 벌려 연옥포를 준비하였다.

<웃기지마!! 난 드래곤 로드. 너 따위에겐 절대 안 져!!!!>

-우오오오!!!

드래곤 로드 입 안에 자리 잡은 빔 발생기관이 강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카브라알은 이제까지 쐈던 것 이상으로 에너지를 주입시켜 지금 낼 수 있는 최대 출력으로 쏘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본 케이는 피할 생각이 없는 듯 그저 가만히 있기만 하였다. 바리어 조차도 전개하려 하지 않았다. 다만 양 손을 한 가운데로 모으기만 하였다. 저 자세는 분명 기간틱의 프레셔 캐논 발사 포즈였다. 그것을 본 모두는 크게 놀랐다. 설마 맞대결을 하려는 것인가!

"저 녀석 괜찮을까? 분명 더 강해진 것 같긴 한데 저렇게 덩치 차이가 나서는 맞대결은 좀 위험하지 않아?"

울드가 걱정스러운 듯이 말했다. 연옥포 대 프레셔 캐논이라니. 저런 식의 맞대결은 밀린 쪽이 모든 데미지를 고스란히 받게 된다. 양 쪽 다 공격에만 모든 에너지를 집중한 상태이기 때문에 방어에 여력을 둘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힘대결에서 이긴다 해서 상대방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최소한 케이는 그랬다. 직립신장 60m의 카브라알과 3m 가 채 안 되는 케이의 기간틱은 당장 낼 수 있는 에너지 출력의 차이가 클 것이다. 설령 케이가 연옥포를 누른다 해도 연옥포로 인해 프레셔 캐논의 위력이 상당부분 상쇄돼서 정작 카브라알에게는 큰 데미지가 안 갈 수도 있었다. 일단 적의 공격을 먼저 허용하고 그걸 어떻게 해서든 피해서 빈틈이 생긴 상대방에게 공격을 퍼붓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긴 하지만 연옥포는 상당히 넓은 범위를 커버할 수 있는데다가 결정적으로 지금의 케이는 그럴 생각이 조금도 없는 것만 같아 보였다.

"기왕 힘대결 할 거면 기가 스매셔를 써야지! 지금 대체 뭐하는 거람!"

"기가 스매셔는 지상에서 써선 안돼요. 케이 씨도 그걸 알고 있기 때문에 저 기술로 응수하시는 걸 거에요."

답답해서 속이 탄다는 듯이 말하는 울드에게 베르단디는 차분한 어조로 대답했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에도 초조함이 묻어있었다. 머리로는 알고 있다. 기가 스매셔 같은 강력한 공격을 지상에서 쏘게 되면, 비록 지금 있는 곳이 상당히 높은 고층빌딩 위라고는 해도 자칫 잘못하다가는 대참사가 벌어지게 된다. 기가 스매셔 같은 것은 가능하면 고공에서 하늘을 향해 쏴야 하는 무기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보다 위력이 떨어지는 프레셔 캐논을 쓰는 것이 정답이긴 하였다. 그러나 상대방은 지금 풀 파워로 공격을 걸어오는 것이다. 자칫 잘못하다간 그대로 밀려 버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베르단디도 초조한 눈으로 둘의 대결을 바라보았다.

'케이 씨.... 제발 무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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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진 놈! 죽어라!!!>

-퍼어어엉!!

선공은 카브라알이었다. 카브라알의 필살기, 연옥포가 엄청난 섬광을 발하면서 케이를 향해 발사되었다. 마치 빔의 폭포와도 같은 엄청난 섬광이 케이를 향해 날아갔다. 그러나 거기에 대응하는 케이는 어째서인지 바로 프레셔 캐논을 쏘지 않았다! 맞대결을 하려면 처음부터 쏴야 했지만 지금은 너무 늦었다.

-위이이이....!

그 순간 케이의 양 손에 드디어 에너지가 집중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빛은 통상의 프레셔 캐논과는 달리 검은 색을 띄는 에너지였다. 통상의 프레셔 캐논은 밝은 하늘색. 하지만 색깔 이외에는 달라 보이지 않았다. 어찌됐든 지금 발사해 봐야 이미 늦었다!

-우오오오오!!!

갑자기 케이 양 손바닥 사이의 검은색의 에너지가 더욱 더 커졌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카브라알의 연옥포의 엄청난 빔이 전부 다 그 검은 색의 구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주변의 대기가 전부 케이가 만든 그 검은색 에너지 구(球)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도청 옥상위에 널린 건물 파편들까지 전부 그 곳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멀리 떨어진 여신들 역시 자기들 몸을 뭔가가 끌어당기고 있는 것을 느꼈다. 거리가 멀어서 속수무책으로 끌려갈 정도는 아니었지만 분명히 뭔가가 잡아당기고 있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서....설마! 케이의 저 에너지 구가?"

린드는 비로소 케이의 에너지 구가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카브라알의 연옥포의 빔이 저 구로 남김없이 빨려 들어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저것은 마치..... 블랙홀 같았다. 이윽고 카브라알의 연옥포는 남김없이 빨려 들어가 버렸고 케이는 그 즉시 에너지 구를 소멸시켰다. 그러자 주위의 대기가 다시 잠잠해 졌다. 그 광경을 본 카브라알은 경악하였다.

<이...이럴 수가! 너 설마 그거.... '유사 블랙홀'이냐!!!>

"블랙홀 치고는 많이 작지만 확실히 이건 그와 비슷한 거야."

놀랍게도 케이는 일부 조아로드만 가능하다고 하는 유사 블랙홀을 구사한 것이다! 조아로드 최후의 기술이라고 불리는 이것은 모든 것을 빨아들여 소멸시켜 버리는 블랙홀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내는 기술이다. 전신의 그래비티 포인트를 전부 동원해서 일정 지점에 아주 강력한 중력지대를 만들어내는 것인데 통제하기가 매우 힘들기 때문에 지상에서는 절대로 사용이 금지된 기술이다. 그걸 내버려 뒀다간 진짜 블랙홀로 변해 버리기 때문이었다.

케이의 방금 전 기술은 조아로드의 그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조아로드가 자신의 그래비티 포인트를 전부 써 버리는 식으로 초 중력 공간을 형성한다면 케이는 기간틱의 중력 제어구를 이용해서 일정 지점에 강력한 중력 지대를 만드는 것이다. 기간틱이 프레셔 캐논을 발사할 때와 비슷한 방식이지만 프레셔 캐논이 에너지를 집중해서 초중력장을 만들고 그것을 그대로 충격파로 변환시켜 적에게 발사하는 방식이라면 지금 이 방식은 발사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더욱 더 확대시킨다는 점이 다르다.

조아로드의 유사 블랙홀은 블랙홀을 만드는데 필요한 그래비티 포인트들이 스스로 연계 운동을 벌여서 에너지를 끝없이 확대 생산하기 때문에 시전자 자신도 제대로 통제를 하지 못하지만 기간틱의 이 기술은 모든 에너지 공급이 오로지 기간틱의 중력 제어구를 통해서만 이루어지기 때문에 여차하면 에너지를 그냥 끊어 버리기만 하면 된다. 따라서 조아로드의 그것처럼 통제 불능 상태에 이를 수도 없다.

"이 기술 자체는 기간틱이 되고 나서 얼마 후에 떠올랐던 거야. 너희들이 블랙홀을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떠올라 혹시 기간틱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지. 처음엔 힘이 모자랐는지 잘 안됐지만 지금이라면 할 수 있어."

<크...크윽!!!>

"카브라알. 이제 너의 기술은 모두 봉쇄되었다!"

모두는 이제 진짜로 이겼다고 확신하였다. 연옥포는 케이의 유사 블랙홀에 흡수당하고 거안 촉수는 애초에 기간틱에게는 통할 무기가 아니다. 거대한 손과 발로 짓뭉개려 해도 지금 파워업한 붉은 기간틱은 드래곤 로드의 거대한 손아귀 안에 갇혀도 힘으로 손 자체를 박살낼 수 있을 정도다. 게다가 크기가 작은 만큼 동작도 더 민첩하다. 확실히 이제 공은 케이에게로 넘어왔다.

<크흐흐.... 뭐가 어째? 모두 봉쇄됐다고?>

갑자기 카브라알이 웃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파괴된 오른 손을 다시 복원시키기 시작했다. 거안 촉수 같은 작은 것뿐만 아니라 손발처럼 커다란 부분조차도 순식간에 수복할 수 있을 정도로 드래곤 로드의 회복력은 강했다. 하지만 회복만 잘돼봐야 공격이 안 된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그런데도 지금의 카브라알에게는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것 같았다.

<그래, 솔직히 네 놈의 그 유사 블랙홀은 나도 정말 놀랐다. 파워업한 기간틱의 위력이란 건 정말이지 대단하군. 그래서 그걸로 날 어쩔 셈이지?>

"어쩌긴. 당연히 널 쓰러트릴 거다."

<날 빨아들여서? 후후후, 확실히 블랙홀의 위력은 굉장하다만.....>

거기까지 말한 카브라알은 고개를 돌려 여신들이 있는 곳을 보았다. 그는 그녀들을 보며 낮게 웃었다.

<블랙홀의 흡수는 무차별이지. 내가 빨려들어가는게 먼저일까, 아니면 저 년들이 빨려 들어가는 게 먼저일까?>

"!!"

그제야 케이는 카브라알의 생각을 알 수 있었다. 블랙홀의 흡수력으로 카브라알을 빨아들인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흡수를 시도하게 되면 카브라알은 당연히 저항을 시도할 것이다. 물론 힘을 최대한으로 개방하면 흡수할 수 있겠지만 그 동안 주변의 다른 것들이 무사히 버틸 수 있을까? 베르단디나 울드들이 위험한 거야 말할 것도 없고 인근의 모든 무고한 시민들과 시설들이 큰 피해를 입을 것이다. 그래서는 이겨봐야 상처뿐인 영광일 뿐이다. 케이는 도저히 그런 피해를 감수할 수 없었다.

"그래도 네 연옥포에 대한 대응으로서는 충분해! 방금 전에도 봤을 텐데!!"

케이는 카브라알의 의도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듯이 소리쳤다. 굳이 유사 블랙홀로 카브라알을 해치울 필요는 없다. 어차피 붉은 기간틱의 힘이라면 그냥 싸워도 카브라알을 압도할 수 있으니까 유사 블랙홀은 드래곤 로드의 연옥포를 막는 데에만 쓰면 된다. 연옥포를 막는 것은 그렇게 큰 블랙홀은 필요 없으니까 주변의 피해도 최소화 할 수 있다. 하지만 카브라알은 케이의 말에 그저 콧방귀만 뀔 뿐이었다.

<훗, 충분하다고? 과연 그럴까?>

-우오오오!!!

카브라알이 다시 연옥포를 가동시켰다. 케이는 서둘러 양 손을 모아 다시 유사 블랙홀을 만들 준비를 하였다. 그런데 그 때 갑자기 카브라알이 고개를 딴 데로 돌렸다. 그리고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연옥포를 발사 하였다.

-퍼어어엉!!!!

발사된 연옥포는 그대로 시내의 중심부를 향해 날아갔다. 지상을 향해 발사된 연옥포는 진로 상에 있던 건물들을 모조리 다 녹여버린 다음에 지면에 명중하여 대 폭발을 일으켰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케이를 비롯한 모두가 큰 충격을 받았다. 불길이 치솟아 오르는 도심지를 바라보며 카브라알은 차갑게 이죽거렸다.

<크크크, 너를 향해 곧바로 쏜다면야 막히겠지만 만약 내가 딴 데를 향해 쏘면 어떻게 될까?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는 연옥포까지 막기에는 시간이 부족하지. 그러면 저 꼴이 되는 거야.>

"이....이 자식이!!"

케이는 비로소 카브라알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경악하였다. 이곳은 도쿄 신주쿠 일대. 밤늦은 시간에도 항상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다. 그런 곳을 향해 연옥포가 발사된다면 대 참사가 벌어지게 된다. 카브라알은 이 싸움 때문에 몇 만 명이 죽던지 신경 쓸 이유가 없다. 그러나 케이는 단 한 명이라도 이 싸움으로 인해 희생되는 것을 용납할 수가 없었다. 카브라알은 바로 그걸 이용해서 연옥포를 사방으로 난사해서 케이의 허점을 유도하려는 것이다. 당연히 케이는 그것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 움직여야 한다. 카브라알을 쓰러트리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지만 그 동안에도 몇 만 명의 사람이 죽어가게 된다. 그렇다고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는 연옥포를 흡수할 정도의 거대한 블랙홀을 만들게 되면 인근에 있는 베르단디 일행이 위험해진다! 지금 이 순간,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이 카브라알의 인질이나 마찬가지였다.

<자! 그럼 이번에는 어디로 쏴 볼까?>

-우오오오!!!

또 다시 카브라알의 연옥포가 가동되기 시작했다. 케이는 고함을 지르면서 카브라알에게 돌격해 들어갔다.

"그만 둬어어어!!!!"

케이는 카브라알의 머리를 향해 전속력으로 돌격해 들어갔다. 바로 그 순간 카브라알이 기다렸다는 듯이 오른 손으로 케이를 후려쳤다.

<이 놈!!>

-퍼억!!!

"끄아악!!!"

카브라알의 거대한 손에 얻어맞은 케이는 그대로 튕겨나가 클라우드 게이트의 벽면에 처박혔다. 카브라알은 벽면에 처박힌 케이를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킥킥킥, 꼬마야. 힘 좀 세졌다고 전세가 역전된 줄 아나본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전술이란 거야. 연륜의 차이란 것이 얼마나 큰지 깨닫게 해 주마.>

-퍼엉!!

그 때 카브라알의 뒤통수에 강력한 벼락이 내리쳐졌다. 그러나 카브라알은 이렇다 할 데미지를 입지 않았다. 카브라알은 여전히 케이만 바라보고 있는 채로 자기를 공격한 존재에게 말했다. 어차피 등 뒤 쪽으로는 거안 촉수들이 있기 때문에 누가 공격했는지는 알 수 있었다.

<흥! 그걸 공격이라고 하느냐, 여신이여. 천상계의 법술이란 것도 이제 보니 별거 아니군.>

"글쎄! 별거 아닌지 별거인지는 지금부터 확인해 보라고! 너의 상대는 케이만이 아니야!!"

공격을 날린 사람은 바로 울드였다. 일단 급한 데로 벼락 공격을 날린 것이다. 케이가 위기에 처했으니 이제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아니 울드뿐만이 아니라 베르단디와 린드, 그리고 베루더까지 전부 공격을 준비하였다.

-퍼엉!!

<크억?!!>

그 순간 카브라알의 왼 팔이 어깨체로 완전히 파괴되어 버렸다. 바로 뒤에서 강력한 에너지 탄이 날아와서 카브라알의 육체를 파괴한 것이다. 깜짝 놀란 카브라알은 뒤로 고개를 돌렸다. 케이가 프레셔 캐논을 발사해서 카브라알의 육체를 파괴한 것이다.

"카브라알!! 네 상대는 나다!"

<이 놈이 감히!!>

-슈슈슉!

카브라알의 왼쪽 어깨에서 체조직이 증강되기 시작하더니 파괴된 왼팔이 복원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엔 팔 전체가 다 날아가 버릴 정도로 데미지가 커서인지 복원이 순식간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지금 붉은 기간틱의 공격은 드래곤 로드화 된 카브라알의 육체를 파괴할 수 있을 정도이므로 재차 공격을 허용한다면 카브라알도 목숨이 위험했다.

<후, 뭐 좋다. 지금의 너를 상대하려면 이 몸 수준으로도 안 되겠군. 그렇다면!>

-부웅!!

갑자기 카브라알이 도청 아래로 뛰어 내렸다. 모두는 불리해진 카브라알이 도망치려는 줄 알았다. 그러나 카브라알은 도망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쿠우우웅!!!

몸무게만 거의 5천 톤에 달하는 드래곤 로드였지만 중력제어의 힘 덕분에 생각 외로 큰 충격은 없었다. 만약 그런 것 없이 그냥 떨어져 내렸다면 주변의 모든 건물들이 큰 피해를 입게 됨은 물론 카브라알 자신도 자기 몸무게 때문에 생기는 충격 에너지를 견디지 못하고 박살났을 것이다. 지면에 내려앉은 카브라알은 자기 주위를 둘러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의 발아래에는 카브라알의 사념파에 이끌려 클라우드 게이트로 몰려온 수만 명의 민간인 조아노이드 무리가 있었다. 그들은 아직도 카브라알의 사념파에 사로잡혀 맹목적으로 카브라알 주위로 몰려들기만 하였다.

<네 녀석이 더 강해졌다면 나도 더 강해지면 되는 거지! 으하하하!!!>

-슈우우우!! 츄르륵!!

드래곤 로드의 등에 있던 거안 촉수들이 일제히 조아노이드 무리들 틈으로 파고 들어갔다. 그리고 무차별적으로 조아노이드들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맨 처음에 드래곤 로드의 육체를 구성할 때처럼 조아노이드들을 흡수해서 그 영양분으로 자신의 몸을 새롭고 구축하려는 것이었다.

-슈와아아!!

파괴된 카브라알의 왼 팔이 순식간에 복원되었다. 게다가 놀랍게도 카브라알의 덩치가 더 커지기 시작했다. 조아노이드 무리를 더 흡수해서 그 육체를 더 강하게 만들려는 의도였다. 그 모습을 보며 모두는 경악하였다. 베르단디가 케이를 향해 비명처럼 소리쳤다.

"케이 씨! 지금 저기 있는 조아노이드들은 크로노스의 조직원들이 아녜요!!"

"뭐라고?!!"

"보통의 민간인 조제자들이에요! 이대로 가다간!!"

아무리 조아노이드로 자발적으로 조제되어 사념파의 지배를 받는다지만 그들은 크로노스의 조직원들이 아니다. 바로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평소대로의 삶을 살아오던 보통사람들 이었다. 한 가정의 아버지로서, 단란한 가정의 소중한 가족으로서, 한 여성의 연인으로서! 케이와 베르단디의 뇌리에 2년 전 다케시로 마을에서 탈출할 때 벌어졌었던 참상이 떠올랐다. 자기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조아노이드로 조제되어 강제로 전투에 동원된 마을 사람들. 지금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크로노스의 거짓말에 속아 자신의 자유를 빼앗긴 희생자들인 것이다!

"그만 둬!! 카브라알!!!"

-쿠오오오!!!

케이는 즉시 부스터를 가동시켜 아래로 급강하하였다. 그리고 카브라알을 노리고 그래비티 펀치를 준비하였다. 그 시점에서 카브라알은 이미 몸집이 아까의 두 배 이상 거대해져 있었다. 카브라알은 흡수를 중단하고 케이의 공격에 대응하였다.

<어림없다!!>

-콰아앙!!

카브라알 역시 케이의 공격에 주먹을 힘껏 뻗어 올려 대응하였다. 그러나 케이의 힘이 여전히 더 강했다. 케이와 정면으로 충돌한 카브라알의 오른 주먹은 산산조각이 나면서 흩어졌다.

-부웅!! 퍼억!!

"으악!!"

그러나 그 바람에 잠시 돌격이 멈춰진 케이를 노리고 카브라알의 거대한 꼬리가 휘둘려졌다. 그 꼬리를 얻어맞은 케이는 또 다시 옆으로 튕겨나갔다. 길이가 2백 미터나 커진 괴물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민첩한 동작이었다. 그리고 카브라알은 즉시 근처에 있던 또 다른 조아노이드 무리를 촉수로 흡수해서 파괴된 오른 주먹을 복원시켰다.

<어떠냐!! 네가 아무리 내 몸을 파괴한다 해도 난 여기 도쿄에 널린 조아노이드들을 흡수하면 그만이야! 먼저 지쳐 나가떨어지는 건 바로 너다!!>

-쿠오오오!!!

그리고 카브라알은 다시 입을 크게 벌려 연옥포를 준비하였다. 그런데 이번에도 카브라알은 케이가 있는 곳이 아니라 전혀 엉뚱한 방향을 조준하였다. 그리고 그 곳을 향해 연옥포를 발사하였다.

-퍼어어엉!!!

덩치가 더 커짐에 따라 파워업된 카브라알의 연옥포가 진로 상에 자리 잡고 있던 빌딩들을 무차별적으로 파괴하였다. 빔은 그대로 쭉쭉 뻗어가면서 수없이 많은 건물들을 파괴하였다. 밤 늦게 까지도 사람들이 몰리는 신주쿠 지역의 특성상 이 공격만으로도 수만 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되고 말았다. 케이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이...이 놈이!!!"

-부오오오!!

케이는 다시 프레셔 캐논을 준비하였다. 카브라알의 만행에 케이는 이성을 잃었다. 그는 한 번에 끝장을 낼 생각으로 최대 출력으로 에너지를 모았다. 에너지가 모이자 케이가 카브라알을 조준하고는 프레셔 캐논을 발사하였다.

"프레셔 캐논! 기가 맥시멈!!!"

-투오오옹!!!

거대한 중력탄이 카브라알을 노리고 날아갔다. 하지만 카브라알은 바로 이걸 노리고 있었다. 그는 놀라울 정도로 민첩한 동작으로 케이의 프레셔 캐논을 피했다.

-콰아아앙!!!

"아!!"

빚나간 프레셔 캐논은 그 쪽 방향에 있던 여러 개의 빌딩들을 한 순간에 박살내 버렸다. 대폭발이 일어나면서 근처에 있던 사람들과 민간인 조아노이드 무리가 휩쓸려 버렸다. 카브라알은 겨우 꼬리의 일부분만 잃었을 뿐이다. 케이는 다시 정신을 차렸다. 지금의 이 경솔한 공격으로 인해 또다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고 말았다! 케이의 눈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내...내가...!"

<크하하!! 어딜 쏘냐, 가이버!! 지금 네가 싸우고 있는 데가 어딘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라고!!>

케이는 그제야 여기가 도쿄에서 가장 붐비는 신주쿠 한 복판 이란 걸 기억해 냈다. 여기서 붉은 기간틱과 드래곤 로드가 풀 파워로 격돌하면 그야말로 대 참사가 벌어지게 된다. 아까 같은 원거리 공격은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오로지 육탄전만이 가능하다. 하지만 케이가 육탄전에만 매달리는 동안 카브라알은 사방으로 연옥포를 난사해댈 것이다. 케이의 집중력을 흩어놓기 위한 카브라알의 작전인 것이다. 전투가 끝날 때쯤에는 아마 도쿄 자체가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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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놈!! 용서 못해!"

베루더는 마검을 고쳐 쥐고 카브라알을 향해 돌격하려 하였다. 베루더 역시 카브라알의 의도를 금방 이해하였다. 그리고 그 잔혹함에 치를 떨었다. 인간의 목숨을 벌레처럼 아는 저 놈을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돌격하려는 베루더를 린드가 말렸다.

"그만 둬! 우린 가세할 수 없다."

"이보쇼 누님!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저걸 그냥 보고만 있으라는 거야?!!"

"파워업 하기 전의 드래곤 로드에게 조차 우리의 공격은 먹히지 않았다. 지금 달려 들어봐야 케이의 방해만 될 뿐이야."

린드 역시 카브라알의 만행에 분노하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들의 공격은 카브라알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법술공격이나 직접 공격역시 카브라알의 본체에 결정적인 데미지를 줄 수가 없었다. 그 피부에 손상을 줄 수는 있어도 순식간에 복원돼 버리는데다가 손상 정도도 피부에 약간의 흠집을 남기는 수준 밖에는 할 수가 없으니 아무리 공격해봐야 소용이 없었다. 크기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피부 속으로 뚫고 들어가면 돼! 최소한 우리의 공격은 놈의 피부는 벨 수 있어!!"

"몸을 꿰뚫기도 전에 놈의 체조직에 압사당할 거다."

린드의 말은 전혀 틀리지 않았기에 베루더는 그저 분해하면서 욕설만 내 뱉을 뿐이었다. 자신의 무력함에 치를 떠는 것은 베루더뿐만이 아니었다. 앱톰이나 린드, 울드, 베르단디. 여기 모인 모두가 다 마찬가지였다. 지금 이 순간 카브라알을 상대할 수 있는 것은 파워업한 붉은 기간틱, 케이밖에 없었다. 그러나 케이 역시 이런 번화가에서는 맘대로 싸울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아무도 없는 곳으로 카브라알을 끌고 가야 하지만 지금 유리한 상황인 카브라알이 미치지 않는 이상 이곳을 벗어날 리가 없다.

"여러분!! 5분, 5분만 시간을 끌어 주세요!!"

갑자기 베르단디가 모두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법술 영창을 하기 시작했다.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전장 한 가운데서 마치 노래하는 것 같은 베르단디의 낭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음률을 들은 울드와 린드는 금방 베르단디의 의도를 눈치 채었다.

"이거라면....! 좋다! 모두들! 법술이 완성될 때 까지 베르단디를 보호해! 그리고 카브라알을 견제하라!"

린드는 모두에게 빠르게 명령을 내렸다.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베루더는 검을 꼬나 쥐고 카브라알을 향해 돌격하였다.

"견제정도가 아니라 아예 회를 떠주지!"

앱톰 역시 베루더를 따라 카브라알을 향해 돌격하였다. 린드는 베르단디의 바로 앞을 지켰다. 울드는 좀 더 높은 상공으로 올라가 다시 공격 법술을 준비하였다. 이번에 쓸 기술은 울드 자신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기술인 굉뢰천열참이었다.





************************************************





-위이이이!!

<뭐...! 뭐야!!>

치열한 전투의 와중에 갑자기 카브라알은 자기중심에 거대한 법술진이 그려지기 시작하자 깜짝 놀랐다. 케이 역시 깜짝 놀랐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굉뢰천열참!!"

-콰르릉!!

한 줄기의 거대한 섬광이 카브라알의 머리를 직격하였다. 물론 이 공격은 카브라알에게는 결정적인 타격을 입히지 못했다. 울드 역시 이걸로 놈을 쓰러트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안 했다. 다만 놈의 주의만 흩어놓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했다.

"이야아아압!!!"

-부웅!!

곧바로 베루더의 공격이 이어졌다. 베루더는 마검을 있는 힘껏 휘둘러 카브라알의 얼굴 피부를 베었다. 하지만 너무 크기 차이가 커서 개미가 코끼리를 공격하는 수준 정도 밖에는 안됐다. 하지만 베루더는 포기하지 않고 즉시 등에 그 때 까지 메고 있던 마지막 RAW 로켓포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자신이 만든 상처 안에 쑤셔 박고 발사 버튼을 눌렀다.

"이거나 처먹어라!!"

-퍼어엉!!

피부 속에서 로켓탄이 터지면서 카브라알의 피부에 제법 큰 구멍이 뚫렸다. 물론 너무 가까이에서 터지는 바람에 베루더 자신도 상처를 좀 입었지만 어차피 마족의 육체는 이 정도로는 쉽게 죽지 않는다. 그는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이 호주머니 속에 들어있던 수류탄 두 발을 다시 그 구멍 안으로 집어넣었다.

-콰쾅!!

로켓탄이 터진 구멍에 또 다시 수류탄이 터지면서 상처가 더 크게 벌어졌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이 정도 데미지는 카브라알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베루더는 다시 상공으로 날아오르면서 카브라알의 얼굴 주변을 날아다녔다.

"나 잡아 봐라! 이 비만 도마뱀아!!"

-슈슈슝!! 콰콰쾅!!!

생각할 틈도 없이 이번엔 다수의 생체 미사일이 카브라알의 얼굴을 노리고 날아와 명중하였다. 이번의 공격은 앱톰이었다. 앱톰은 카브라알의 등 쪽으로 접근하였다. 당연히 거기에 분포해 있는 거안 촉수들이 앱톰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앱톰은 오히려 그 촉수들을 향해 맞돌격을 하였다.

"하야미의 복수다!! 이거나 먹어라!!"

-철컥!!

앱톰의 가슴 부위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하야미의 전투 형태일 때 가슴에 생기는 방열판이 나왔다. 강력한 냉기를 분출하는 바이오 프리져 하야미의 유일한 무기였다. 하야미의 육체를 기본으로 부활한 덕분에 앱톰 역시 이 기술을 쓸 수 있었다.

"바이오 프리져! 풀 버스트!!!"

-차키이잉!!!

앱톰에 의해 파워업된 바이오 프리져는 넓은 범위에 걸쳐 강력한 냉기를 방사하였고 순식간에 그를 향해 날아오던 다수의 거안 촉수들을 꽁꽁 얼려버렸다. 그리고 그렇게 얼어버린 촉수들을 향해 앱톰이 다시 미사일들을 발사하였다.

-콰콰쾅!!!

미사일에 맞은 거안 촉수들은 산산이 부서져 나갔다. 하지만 이 공격 역시 큰 타격은 주지 못했다. 부서진 촉수와 얼어버린 피부 조직들은 순식간에 다시 복원되었다. 카브라알은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놈들! 너희 같은 날파리들에게는 용무가 없다! 저리 비켜!!>

카브라알은 이들에게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그냥 얻어맞아도 될 정도로 이들의 공격은 약했기 때문이었다. 좀 성가시기는 하지만 지금은 붉은 기간틱에 대한 대응만 생각할 때였다. 하지만 그래도 뭔가 이상했다. 이 놈들이 갑자기 왜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오는 걸까? 그리고 이 공격도 자기를 쓰러트리겠다는 것 보다는 신경을 분산시키려는 것으로 보였다. 게다가 지면에 그려진 이 법술진은 또 뭘까.

<설마!>

카브라알은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저 하늘 위에서 법술을 영창하고 있는 여신, 베르단디가 보였다. 이제 보니 이 녀석들은 저 여신의 존재를 가리기 위해 교란작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었다!

<어림없다!!>

-쩌억! 위이이잉!!

카브라알은 베르단디를 노리고 연옥포를 충전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꿍꿍이 속인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위험한 예감이 들었다. 그냥 내버려 둘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하지만 베르단디는 법술 영창에 열중하고 있는 지라 피할 수가 없었다.

"베르단디!!!"

케이 역시 지금 카브라알이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알아차렸다. 케이는 카브라알을 향해 전속력으로 돌격하였다. 연옥포의 발생 기관을 파괴해서 발사를 중지시키려는 것이다. 그러나 카브라알은 케이의 접근을 눈치 채자마자 에너지가 다 모이지 않았음에도 그냥 발사하였다! 어차피 저 여신을 잡는 데는 풀 파워는 필요 없기 때문이었다.

-투오오옹!!!

발사된 연옥포는 상공으로 쭉쭉 뻗어 올라갔다. 그리고 결국에는 베르단디를 삼켜 버렸다! 케이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베르단디이이이!!!!"

<크하하하!! 자, 어떠냐! 이 정도면 저 여신은 이미...... 응?!>

그 때 기적이 일어났다. 빔이 사그라지자 여전히 그 자리에 떠 있는 베르단디의 모습이 보였다. 그 와중에도 그녀는 법술 영창을 전혀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베르단디의 앞에는 린드가 단단히 버티고 서 있었다!

-치직! 치지직!!

"스쿨드! 네가 만들어 준 방어구, 그 위력을 여기서 확실히 확인했다! 넌 정말 천재야!"

린드는 바로 스쿨드가 만들어 준 방어구, '전자파 실드'로 카브라알의 빔 공격을 갈라버린 것이다. 아무리 급하게 쏘느라 에너지가 충분치 않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메가 스매셔 이상의 빔 공격을 완벽하게 막은 것이다! 아주 좁은 지점에 모든 에너지를 집중시켜 전자파의 칼날을 만들면 강력한 빔 공격도 막을 수 있다. 이것이 가능함을 증명한 젝토올과 앱톰의 사례를 보고 스쿨드가 만들어 낸 회심의 역작이 여기서 린드와 베르단디의 목숨을 구한 것이다!

"케이!!"

린드는 아래의 케이를 향해 고함쳤다.

"베르단디는 내가 지키겠다! 2~3분만 버텨라! 그 이후에는 네 맘대로 싸울 수 있게 될 거다!!"

케이는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그리고 다시 투지를 불태웠다. 무슨 법술을 구사하려는지 모르겠지만 그 때 까지는 베르단디를 지켜야 했다. 그러려면 카브라알이 또 다시 베르단디에게 공격을 걸지 못하도록 발을 묶어둬야 했다. 그리고 지금 그것이 가능한 사람은 단 한 명, 케이 뿐이었다!

"간다! 카브라알!! 두 번 다시 베르단디를 건드리지 못하게 해 주마!!"





************************************************





"......"

클라우드 게이트의 옥상 위에서 카브라알의 전투를 지켜보던 신은 마른침을 삼켰다. 지금 저 아래에서 여신 중 한 명이 무슨 법술을 구사하려고 하는 것이 보였다. 그것도 카브라알을 중심으로 몇 Km의 거대한 법술진이 형성될 정도이니 뭔가 아주 대단한 기술을 걸려고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걸리는 듯 그 여신은 한 자리에 정지해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붉은 기간틱을 포함해서 다른 모든 전사들이 그녀를 보호하려 한다는 것이 눈에 뻔히 보였다.

-스윽

신은 천천히 오른 손을 들어 올려 베르단디를 조준하였다. 아직 저들은 신의 존재를 눈치 채지 못했다. 지금 여기서 한 방 날린다면 무방비 상태의 저 여신을 쓰러트릴 수가 있다. 그러면 녀석들의 의도도 좌절될 것이고 카브라알도 저들을 이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신은 왠지 망설여졌다. 지금 공격하면 저 배신자인 카브라알을 돕는 셈이 된다. 카브라알이 알칸펠의 뜻을 거스른 것이 확인된 이상 언젠가 그는 숙청 돼야 한다. 그리고 저대로 카브라알이 이기게 되면 자칫 잘못하면 가이버의 컨트롤 메탈이 그의 손에 넘어갈 수도 있다. 그 사태 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했다. 반드시 제거해야 할 적이라면 적의 손을 빌어서 해치우는 것이 낮지 않을까?

"그렇게 고민할 거면 손을 내리시지 그래?"

순간 그의 등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깜짝 놀란 신은 그 자리에서 굳어 버렸다. 등 뒤를 빼앗겼다. 아무리 아래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간단히 등 뒤를 빼앗기다니! 게다가 등 뒤에 있는 자는 어린 여자아이 목소리기는 하지만 범상치 않은 기를 내뿜고 있었다. 만만한 상대가 절대 아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이러고만 있을 수는 없다.

-휘익! 퍼엉!!

신은 그 자리에서 재빨리 뒤돌아서서는 뒤쪽을 향해 냅다 에너지 파를 날렸다. 피아 식별 같은 건 필요 없었다. 그러나 신의 에너지 파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갈랐다. 상대를 놓친 신은 당황해 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어딜 봐. 여기야 여기."

그 때 그의 머리 위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은 당황해하며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상공에 웬 여자아이가 떠 있는 것이 보였다. 아니, 허공에 떠 있는 걸 보면 절대 인간은 아니다.

"넌 누구냐!"

"매너 없긴. 상대방에게 이름을 물을 땐 자기 이름부터 먼저 밝혀야 되는 거 아닌가? 하긴 뭐, 네 이름은 이미 알고 있으니 들을 필요도 없지만."

그 여자는 공중에서 내려와 바닥에 사뿐히 착지하였다. 키가 한 1m 간신히 넘을 것 같은 그 여자아이는 짙은 갈색의 피부에 회색의 머리를 양 갈래로 묶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상하게 머리며 팔에 장신구가 많았다. 하지만 저 눈 만큼은 아주 매서웠다. 분명 보통내기는 아니다. 그리고 이마 중앙과 양 볼에 자리 잡은 붉은 색의 육망성. 그냥 장식으로 그려 넣은 것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난 힐드. 마계의 지배자, 대마계장님이시다."

"뭐라고! 마계?!!"

신은 경악하였다. 마계인 이라고? 그것도 대마계장이라니. 저렇게 조그만 체구의 소녀가? 신은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심상치 않은 기운을 내뿜고 있는 거야 알겠지만 그래도 자신보다는 훨씬 약해 보였다. 신의 표정을 잃었는지 힐드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뭐, 안 믿어지겠지. 지금 이 몸은 내 원래 몸의 1000분의 1 분신이야. 그러니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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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렌밥♡님의 댓글

카렌밥♡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부 마지막회라...

저는 내일부터 시험입니다. ㅜㅡ.

시험끝나면 "꼭" 읽을테니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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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ka님의 댓글

pika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마지막.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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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더경님의 댓글

베이더경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쿨럭!!! 추천입니다!!! 너무 재미있어^^ 역시 가이버님의 소설은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여신들도 확실히 싸울 방법이 생겼군요!! 역시나 여신들이란!![퍼퍽]

3부도 기대하겠습니다,.

그리고 베루더 멋지게(?) 써주신 답례로 주말에 다시 연재할 바하에서 가이버님의 활약(?) 멋지게 잘 보시기리^^[물론 편애가 아닙니다. -퍼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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