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몬베인 & 돗코이다 크로스!! 황당대전 데몬베인 1화 - 여기는 코스모스장 > 소설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소설

데몬베인 & 돗코이다 크로스!! 황당대전 데몬베인 1화 - 여기는 코스모스장

페이지 정보

본문

사실은 데몬베인과 소레치루의 ss, 그것은 흩날리는 먼지처럼을 써보려다가....
정신적 충격을 피하기 위해서 조금 완화된 이쪽 계열로 넘어 왔습니다.
-언젠가는 시간내서 쓸거지만....

왜 하필 크툴루 계열이냐고 물으신다면 그야, 모에한 니아씨를 잊을 수 없어서죠.
귀여운 트루짱이나 토스짱도 빼놓을 수 없지만요. 데헷~ (저음의 톤으로)
-그래도 아메리칸 맥기스 엘리스에 출연하는 체셔 고양이 톤보다는 높습니다.



1화는 크게 4 파트로 나눠서 썼습니다.
그런 탓에 그날 그날의 상태에 따른 변화가 좀 있을 것입니다.

일례로 2화의 퀄리티는 조금 문제있지요.
제가 졸린 김에 대충 대충 끝맺음 하려다보니 상태가 안 좋습니다.
그 후 졸리면 그냥 잠이나 자는 것이 좋다는 교훈을 얻었지요.

여하간 잡설은 자르고 본문 시작합니다.


P.S

시스콤과 도터콤...
어느 한 쪽도 양보할 수 없는 처절한 대결을 기대해 주세요.



-1

화창한 일요일 아침.
아침의 해가 뿜어낸 따스한 햇살이 창문을 타고 슬금슬금 넘어오기 시작한다.
아침의 상쾌함을 지저귀는 새들의 노랫소리에 맞춰 2가지 파장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에~잇! 얼른 일어나지 못하겠는가?”
“5분, 5분만 더 잘게.”

전자는 아직 앳된 소녀의 것이고 후자는 잠에 취한 듯한 청년의 것이다.
연립 주택, 코스모스장의 5호실의 방 안에 두 명의 남녀가 보인다.
세상이 어찌되든 상관이 없다는 마냥 이불 아래에 깔려서 자고 있는 청년과 청년의 팔을 잡아끌며 소리치는 작은 소녀의 대화가 이어진다.

“그 말이 벌써 몇 번째인지 알고 있는가!! 냉큼 일어나란 말이다!!”
“우아아악!!”

어이된 일인지 참다못한 소녀의 일갈과 함께 청년은 이불과 함께 날아갔다.

-쿵

엄청난 소리를 내며 벽과 자신의 경도를 비교하던 청년, 스즈오는 그제서야 비실비실 눈을 떴다.

“아야. 깨워주는 건 고맙지만 조금 살살 해줄 수는 없어?”

스즈오의 불만 섞인 말에 소녀는 흥, 하며 고개를 돌렸다.

“내가 직접 깨워주는 데도 바로 일어나지 않은 그대의 잘못이다!”
“그렇다고 벽에 내던지다니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면 분명히 다쳤을 거야.”
“엄살 피우지 마라. 이 몸의 파트너인 네가 고작 그 정도 가지고 다칠 리가 없다.”

스즈오는 조금은 기운빠진 투로 말했다.

“아픈 건 아픈 거라구. 조금은 봐주면 안 될까? 그래 조용히 말로 깨워줘도 좋잖아.”

하지만 그의 약한 투정은 소녀에게 통하지 않았다.
소녀는 이마 앞을 가린 연보랏빛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넘기며 스즈오를 노려봤다.

"그래……. 말로 깨워달라 그 말이지?“

스즈오는 비취빛 눈동자를 이글이글 불태우며 자신을 노려보는 소녀에게 주춤했지만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 그래. 말로 하면 얼마나 좋아. 폭력 반대!! 왼쪽 뺨을 맞거든 오른쪽 뺨도 내준다거나……. 하지는 않지만!! 여, 여하간에 무력은 좋지 않아. 세계 평화는 폭력으로는 이룰 수 없으니, 복수는 복수를 낳고 폭력은 폭력을 낳을뿐. 어쨌든 말로 하자구~!!”

스즈오는 필사적이었다.
분명히 소녀는 뭔가 하려는 말이 있는 것 같다.
여기서 약한 모습을 보이게 된다면 그대로 짓눌려서 돌이킬 수가 없다고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예상대로 소녀는 가는 허리에 손을 대고 그를 다그쳤다.

‘예상대로다. 나의 승리다, 알.’

스즈오는 속으로 생각했다. 소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반박해 주겠노라고.

“대체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이나 그대를 깨우려고 했었는지 알고 있는가?
한두 번도 아니다. 무려 서른다섯 번이나 화를 꾹 참고 조용히 깨우려고 했었다.
그치만 그때마다 조금만 더 자겠다고 말하며 내 말을 무시한 그대는 뭐냔 말인가?!
말로 해서 듣지 않으니 무력을 사용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나?
아픈게 싫다면 내가 좋게 말로 깨울 때 제깍 일어나면 되지 않느냔 말이다!!”

하지만 처음의 기세는 어디 갔는지 스즈오는 고개를 숙이고 서있을 뿐이었다.
화를 내며 방방 뛰는 소녀의 앞에 선 스즈오는 고양이 앞의 쥐와도 같았다.

“말로 하면 듣지 않고 힘을 쓰면 불만을 토하니……. 답답한 내 심정을 그대가 아는가?!”

스즈오는 말이 없었다.
알은 당연히 한층 더 사나운 기세로 돌변했다.

“이 봐, 내 말을 듣고나 있는가?!”

스즈오는 잔뜩 골이 난 소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자신의 머리 위에 얹힌 손의 무게에 알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알의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만 같은 청녹색 눈동자를 바라보며 스즈오는 솔직히 사과했다.

“네가 그렇게나 마음 고생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어.
미안해, 알. 내일부터는 일찍 일어날게.
내가 일어나지 못한다면 무슨 짓을 해도 좋아.”

스즈오를 다그치던 소녀, 알은 그제야 굳어있던 표정을 풀었다.
알은 조금 누그러진 듯한 목소리로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뭐, 여하간 일어났으니 됐다. 내일부터 일찍 일어나 준다면 나도 불만이 없다.”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알은 일단 봐주기로 했다.
스즈오는 그런 알을 보며 작게 미소지었다.

"용서해줘서 고마워, 알.“

알은 흥분한 탓인지 붉어진 얼굴을 감추려는 듯, 고개를 숙이고 작게 대답했다.

“흐흥, 그다지 용서해준 것은 아니니 착각하지 마라.
나는 한번의 기회를 주었을 뿐.
내일 일어나지 못한다면 더욱 강한 응징이 있을테니 각오해라.”
“응, 반드시 각오하고 있을게.”

스즈오는 작게 덧붙었다.

“그런 것을 보고 용서한다고 하는거야, 알.”
“뭐라고 했는가?”
“아니, 아무 것도 아니야.”

알은 그런 스즈오를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며 재촉했다.

“그럼 됐다. 이제 아침 식사를 하러 가도록 하자.
아침 식사는 하루의 시작과도 관계가 있는 중요한 일이니 서둘러라.
그대가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여차하면 하루의 시작이 늦어지게 될지도 모르지 않나?“
“그래, 아침을 제대로 먹지 못하면 하루 종일 기운이 없을테니까.“

밝은 태양이 사이좋게 방을 나서는 스즈오와 알을 지켜보고 있었다.


-2

5호실을 나선 스즈오와 알은 말없이 복도를 지나 몇 미터 거리에 있는 문 앞에 섰다.
철제의 문 옆에는 “Crusader" 라고 쓰인 명패가 붙어있다.
스즈오는 작게 헛기침을 한 다음,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

“라이카 씨, 계신가요?”
“스즈오와 알이구나. 잠시만 기다려.”

목소리가 들리고 잠시 뒤, 끼익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그 뒤로 벌꿀을 바른 듯, 금색으로 빛나는 머리를 어깨춤까지 기른 녹색 눈동자의 여인이 서 있었다.
그런 미모를 가리려는 듯, 수수한 남색의 수녀복을 입은 그녀는 미소지으며 스즈오와 알을 맞이했다.

“어서 오렴.”
“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신세 좀 지겠다.”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이는 스즈오와 반대로 알은 한껏 팔짱을 낀 채로 거만하게 대꾸했다.
하지만 그런 태도에도 라이카는 전혀 화내는 기색이 없었다.

“너희들 오늘은 조금 늦게 왔구나.”

라이카의 말에 알은 지그시 스즈오를 응시했다.

“그래, 그게 다 한 잠꾸러기 때문에 그런 것이지.”

그녀의 시선에 스즈오는 찔끔 놀라면서 변명했다.

“하, 하지만 어제는 레포트를 쓰느라 새벽 3시가 되어서야 잠이 들었다구.”
“그래서 아침 9시가 넘어가도록 잠을 자고 있었다는 건가, 그대는!!
내가 수십 번을 깨워줘도 일어나지 못하니 그대는 좀비와 다를 것이 무엇인가!!”

알은 라이카에게 고개를 돌렸다.

“라이카!”
“왜 그러니, 알?”
“이 바보는 밥을 먹을 자격도 없으니 오늘 아침은 2인분만 준비해도 상관이 없어!”

스즈오는 당했다는 표정으로 알과 라이카를 번갈아 바라봤다.

“아앗!! 그건 너무해, 알!! 라이카 씨, 설마 그러지는 않으시겠죠?!”
“쿠쿡..”

라이카는 손으로 입가를 가리며 작게 웃었다.
그리고는 허리를 굽혀 알의 눈에 시선을 맞추며 말했다.

“알, 스즈오도 일부러 늦잠을 잔건 아니잖니. 스즈오가 놀다가 늦게 잔 것도 아니고 레포트를 쓰다가 그랬다니 용서해주면 안 될까?”

나긋한 라이카의 목소리에는 알 수 없는 힘이 있는 것 같았다.
완고한 알도 그녀에게는 기세를 세울 수가 없었다.

“나도 화를 내려던 것은 아니다. 그저 저 바보를 보니 아침의 일이 생각나서 그랬을 뿐이야.”

스즈오는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 쳤다.

“그리고 이미 화를 냈던 일을 다시 들추는 건 조금 너무했다구.”
“뭐라고?!”

다시금 투지가 불타오르는 알을 가로막으며 라이카가 스즈오의 앞에 섰다.
그녀는 허리에 손을 얹고 검지 손가락을 세우며 말했다.

“스즈오도 반성해야해.”

스즈오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둥근 안경 뒤로 비치는 라이카의 눈매는 평소보다 굳어있었다.

“스즈오, 아침에 늦게 일어나면 알이 걱정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잖아.”
“나, 나는 그다지 걱정을 하지는 않았다.”

들릴 듯 말 듯 한 목소리로 작게 항의하는 알을 뒤로하고 라이카는 스즈오에게 설교를 계속했다.

“아무리 레포트가 급하다고는 해도 새벽 3시까지 버티고 있으면 어떻게 하니?”
“그, 그게 요즘 좀 바빠서 낮에는 할 시간이 없었거든요, 하하.”

스즈오는 겸연쩍게 웃었다.

“레포트를 내팽겨쳐 두고 갈 만큼 중요했던 거야?”
“어제만 해도 놈들의 로봇을 세 대나……. 읍~”

스즈오는 도중에 입을 가리는 조그마한 손에 의해 말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손의 주인 알 아지프는 샐쭉한 표정으로 스즈오를 노려보았다.

“흥, 바보 같으니……. 어제 감상했던 애니메이션의 내용을 설명해봐야 라이카 씨가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 게다가 그런 걸 여자에게 말하는 벽창호가 어디 있는가?!”

살짝 알의 손을 밀어내며 스즈오는 왠지 알에게 사과했다.

“아, 그런가? 미안해. 알.”

그리고 갑작스럽게 부드러운 무엇인가에 빠져들었다.

“잘했어~ 스즈오. 솔직하게 사과하는 모습은 멋있는 거란다. 이 누나는 기뻐요.”
“라, 라이카! 얼른 스즈오에게서 떨어지지 못하겠나!!”

스즈오를 품에 안은 채 라이카는 눈을 가늘게 뜨고 알을 바라봤다.

“어머, 알. 혹시 지금 질투하는 거니?”
“그,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 어째서 내가 저런 바보에게 질투를 한다는 것인가?”

라이카는 살짝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으래~ 알은 스즈오에게 관심이 없다는 말이지~?”
“그, 그렇다. 내가 저런 녀석에게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지 않은가?”

눈을 감고 휙 고개를 돌리는 알을 귀엽다는 듯이 바라보며 라이카는 기쁜 듯이 말했다.

“그~럼 내가 스즈오와 사귀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겠네? 어때, 스즈오?”
“말도 안 되는 소리 마라!!”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압박에 숨이 막혀서 버둥대는 스즈오를 무시하며 알이 소리쳤다.

“어~째서 알이 화를 내는 걸까나~?”
“으, 으읏…….”
“안 그래, 스즈오?”

스즈오는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희미해져 가는 청각으로 그를 부르는 라이카와 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스즈오, 스즈오?”
“이봐, 정신 차려라!!”



“그런 이유로 너는 기절해 있었던 거야.”

바쁘게 젓가락을 놀리며 라이카가 설명을 끝냈다.
스즈오는 자초지종을 듣고나서 약간 볼멘 투로 말했다.

“이번엔 좀 심했어요, 라이카 씨.”
“그렇다. 앞으로는 스즈오에게 5cm 이상 접근하지 않을 것을 권한다.”

된장국을 들이키며 알이 태연스레 맞장구를 쳤다.

“흐응~ 그래도 스즈오는 싫지 않았던 모양인데? 어땠어, 스즈오?”

스즈오는 집었던 반찬을 떨어트리며 얼굴을 붉혔다.

“네? 싫지는 않았지만…. 그게, 그래도 좀 그렇다고 할까요…….”

-탕

“이봐! 왜 남자답게 싫었다고 말하지 못하는가!!”

밥그릇을 식탁에 내려놓고 소리치는 알의 기세에 눌려 스즈오는 자기도 모르게 사과를 했다.

“미, 미안.”
“어머, 알. 남자들은 그렇게 다그치는걸 좋아하지 않는다구~.”

라이카는 스즈오에게 다가갔다.

“저, 저기. 라이카 씨?”
“이봐!! 당장 거기서 떨어지지 못하겠는가?!”

놀리는 라이카와 놀림받는 알, 그 사이에 끼어 옴싹달싹 못 하는 스즈오.
화목하면서도 요란스러운 그들의 평화로운 아침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3

사방에서 피어오르는 매캐한 연기 사이로 손이 나타나 푸른 빛의 액체가 담긴 플라스크를 집어든다. 옆에서 다른 손이 나타나 자신이 가져온 붉은 금속을 플라스크 속에 집어넣고 도망쳐 나올세라 마개를 꼬옥 닫는다. 뜬금없이 울려퍼지는 전자기타의 연주에 박자를 맞춰 왼쪽으로 세 번, 오른쪽으로 세 번 흔든 후, 일곱 번을 흔든다. 플라스크 속의 액체는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눈동자에 기겁한 듯, 거품을 일으켰다. 사내는 녹색으로 변한 액체를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그가 걸친 흰색의 연구 가운의 옷깃은 분홍색과 연보라색의 체크무늬로 장식되어 있다. 안쪽은 악취미적인 색 조합의 체크무늬, 바깥쪽은 평범한 복장인 것이다. 정상을 가장한 비정상적 디자인의 그 가운은 평소 그의 성격을 잘 나타내고 있었다.

“나의 여동생. 그레텔이여, 어째서 내가 이 연구 가운에 모에하는지 알고 있는 걸까나? 까나?”
“아니, 모르겠어라.”

그레텔은 커다란 녹색 눈동자를 깜빡거리며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사내는 신기하게도 하트모양으로 구부러진 더듬이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사람이라는 슬픈 짐승은 남과 다른 자신에 실망하면서도 스스로를 위로하지.”

그는 손으로 턱을 괴고 창문 너머 먼 산을 바라보며 스스로의 말에 빠져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둘 중에서 하나도 버릴 수가 없는 것. 이른바, 양손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남자의 로망인 드릴과 화끈함의 대명사인 미사일. 둘 중에서 하나만을 고르라는 잔혹한 말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천재인 이 몸은 드릴 미사일을 개발함으로써 그 문제점을 해결하였기에 그것은 평범한 사람들의 고민일 뿐이지만.”

여동생에게 말을 걸던 그는 어느새인지 모르게 혼잣말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레텔은 그를 무시하며 읽던 책으로 눈을 돌렸다.
헨젤은 거의 10 분이 지난 다음에야 만족했는지 결론을 내렸다.

“그런 의미에서 이 몸은 이 연구 가운을 입을 수 밖에는 없는 것이다. 이제 이해했을까나? 까나?”
“알았어라, 헨젤 오빠.”

뭐가 알았냐는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레텔은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헨젤이라 불린 사내는 여동생의 동의를 얻게되자 한층 신이 난 것 같았다.

“자, 그렇다면 그레텔. 너도 이 옷의 모에함에 대해 알았을테니 한번 입어보는 것이다.”

히죽 히죽 웃으며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또 한 벌의 연구 가운을 들고 다가오는 헨젤에게 그레텔은 알 수 없는 거부감을 느꼈다.

“싫어라.”
“그, 그레텔. 나는 너에게 이 옷의 멋진 모습과 입을 수 밖에 없는 이유를 100가지나 설명해 준 것이다. 한 번이라도 좋으니 입어보는 것이다.”

헨젤의 간곡한 부탁에도 아랑곳없이 그레텔은 단호히 거절했다.

“싫어라. 디자인이 촌스러워라.”
“뭐, 뭣이? 이건 뼛속까지 시리다. 뼈와 살이 분리되는 기분.
마치 신세계와 구세계의 중간정도 되는 충격이 느껴진다.”

헨젤은 적잖이 충격을 받은 듯, 뒷통수를 감싸쥐며 뒷걸음질을 치다가 주저앉았다..
그러면서도 미련이 남은 듯, 그레텔에게 손을 뻗으며 마지막 비장의 카드를 펼쳤다.

“하지만 이 옷에는 아직 설명하지 않은 한 가지의 크고 알흠다운 비밀이 있는 것. 묘령의 여성이라면 누구라도 빠져들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알면서도 중독되는 달콤한 독약과도 같은 것으로서…….”
“그게 뭣이어라?”

말을 끊긴 헨젤은 조금 삐진 듯 했지만 그것은 상관없는 일이니 넘어가도록 하자.

“그것은 무려 이 몸, 닥터... 아니, 헨젤님과 커플룩을 입게 된다는 것이다.”

그 순간, 충격과 공포가 그레텔을 엄습했다.
부들부들 떠는 그녀의 몸을 보지 못한 듯, 그레텔은 들떠서 떠들었다.

“어떤가, 그레텔이여? 이 헨젤님과 커플룩을 입는 천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영광을 네게 하사하마!”

그리고 그의 턱에 작렬하는 여동생 펀치.

“오빠따위, 죽어버려라~!!”

그 가녀린 몸의 어디에서 나오는지 모를 그레텔의 강렬한 펀치의 위력에 헨젤의 몸은 날아올랐다. 그의 몸이 문에 부딪히기 직전, 문이 자동으로 열렸고 헨젤은 1호실의 문 밖으로 나가떨어졌다. 일일이 여닫기 귀찮다고 그가 개조해놓은 자동문의 덕분이었다.

“조, 좋은 주먹이다.”

날아가면서도 엄지 손가락을 들어주는 것을 잊지 않는 여러모로 무서운 헨젤이었다.



-4

어두운 실내를 밝히는 한 줄기의 빛이 보인다.
곰돌이가 여기저기에 숨어있는 귀여운 잠옷을 입은 여자아이가 베개를 들고 서서 울먹이고 있다.

“천둥이 쳐서 무서워요, 파파.”

아버지는 자상한 표정으로 소녀를 바라보며 듬직한 손으로 소녀의 가녀린 어깨를 토닥였다.

“그러니? 그러면 오늘은 아빠 방에서 같이 잘까?”
“정말이요? 와, 신난다.”

노란 빛의 머리를 양 갈래로 땋아 내린 소녀는 두 팔을 치켜들고 팔짝 팔짝 뛰었다.
그런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사내는 생각했다.

“딸이라는 것은 무척이나 귀엽지 않은가?“
“그렇습니까?”

“그렇고말고. 딸은 내가 사랑했던 아내의 분신으로 그녀의 매력이 듬뿍 담겨있으며 연령별로 다른 매력을 감상할 수 있는 멋진 여성이다.”
“그렇습니까?”

“그 뿐이 아니다. 딸에게는 나의 유전자 또한 들어가 있으니 유전자를 최대한 보존하려는 욕구에 의해 약간의 나르시즘을 느끼게 되지.”
“그렇습니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나의 취향대로 키울 수 있는 맞춤형 이상형이라는 것이다. 이른바 키워먹기! 아아, 프린세스 메이커라는 명작을 배출한 이 나라는 절대로 얕봐서는 안 될 것 같군.”
“그렇습니까? 아 버 님.”

마지막의 대답에 사내는 꽤나 당황해서 허둥거리며 말을 더듬었다.

“에, 에셀드레이더. 언제 왔느냐?”
“방금 돌아왔습니다.”

흑단같이 윤기있게 빛나는 검은 머리의 소녀는 푸른 눈으로 사내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저는 에셀드레이더가 아니라 나코토하나 나코토입니다. 아버님의 성함은 나코토하나 테리이구요.”
“아, 알았다. 나코토.”

“아버님…….”

나코토는 푸른 눈에 불길이 이는듯한 표정으로 테리를 쏘아보았다. 그 매서운 표정에 테리는 자신의 금발머리가 비죽 서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런 모습을 보며 나코토는 왼손을 가슴께에 대고 한숨을 쉬었다.

“그 나이토록 연애 게임을 하시다니 부끄럽지 않으십니까? 그것도 무려 자신의 딸을 대상으로 하는 불건전한 내용이라니요? 하늘에 계신 어머님이 보시면 무슨 생각을 하시겠습니까?”

“하, 하지만 이 게임은 그저 자신의 딸을 훌륭하게 키워서 멋진 여성으로 만드는 것뿐이야. 잘 들여다보면 그렇게 불건전한 내용도 아니고…….”

하지만 테리에게도 할 말은 있는 것 같다. 그는 아무런 생각도 없이 그런 게임을 하는 단순한 오타쿠는 아닌 것이다.

“물론 가끔가다가 알몸을 보이는 장면이 나오기는 하지만 아빠의 입장에서 딸의 몸을 보는건데 뭐 어때? 그렇게 치자면 이 세상 모든 아빠들은 다 변태에 범죄자가 아니더냐?”

테리는 짐짓 비장한 표정으로 주먹을 불끈 쥐고 불타오르는 바람에 굳게 다문 입술을 떠는 나코토의 표정을 볼 수 없었다.

“적어도 딸의 알몸을 보면서 침을 흘리는 몰상식하고 파렴치한 아버지는 없습니다!!”

이윽고 테리의 턱에 꽂힌 나코토의 주먹과 함께 그는 타이밍 좋게 열리는 문 밖으로 날아가 버렸다. 자신의 게임기와 cd들을 내던지고 3호실의 문을 쾅 닫아버리는 나코토를 보며 테리는 분노했다.

“나, 나의 치에짱을 던지다니!! 아무리 딸이라도 용서할 수 없다!!”
“나, 나의 연구 가운을 거부하다니!! 아무리 여동생이라도 용서할 수 없는 것일까나까나!!”

복도에서 눈이 마주친 나코토와 헨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네 녀석은 집에서 쫓겨난 것일까나? 까나?”
“그러는 너야말로 적반하장이 아니더냐?”

헨젤은 당당하게 팔짱을 끼고 거만한 표정으로 콧대를 세웠다.

“쫓겨나다니? 그런 꼴사나운 일이란 이 대천재에게는 네버~!! 나는 그저 연구 가운의 모에함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여동생에 대한 끝없는 아가페적인 사랑으로 잠시 집을 나왔을 뿐인 것이다. 네 녀석과는 다르다. 네 녀석과는.”

“흥. 말이야 잘 하는군. 나는 딸에 대한 사랑이 넘친 나머지 딸을 피해서 나오지 않으면 안 되는 불가피하고도 슬픈 숙명이 있었던 것이다. 너같은 시스콤과 비교하지 말아라.”

테리는 특유의 거만한 표정으로 헨젤을 내려다보았다.
헨젤은 당연히 화를 내며 일어섰다.

“이 팔불출 녀석이 누구보고 시스콤이라고 하는 걸까나? 까나?”
“뭐, 뭐라고? 말 다했느냐?”

테리 또한 일어서서 헨젤을 노려보았다.
아무도 없는 어두운 복도에서 그들은 서로를 잡아먹을 듯이 쏘아보았다.

“여동생 모에를 알지 못하는 너같은 바보에게는 나의 슈퍼 웨스…….”
“딸의 위대함을 모르는 미천한 녀석, 나의 하이퍼볼리…….”

-퍽!
-퍽!

“그만해라! 창피한 것이라!!”
“복도에서 무슨 난리를 피우시는 겁니까?!”

육체언어를 나누려던 그들은 각각 1호실과 3호실에서 나온 소녀들에 의해 쓰러졌다.
다시 평화로워진 코스모스장의 복도 위로 각자 여동생과 딸에게 얻어맞고 기절한 두 남자의 몸뚱이가 찬 바람에 식어가고 있었다.

댓글목록

profile_image

J.Lizberne™님의 댓글

J.Lizberne™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크툴루하면 짐승의 외침을 떠올리는 저와는 창작의도가 다른 SS군요. 재밌게 감상하고 있습니다.

Total 2,713건 21 페이지
소설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2413 女神베르단디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9 07-11
2412 베이더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7 07-10
2411 다크엔젤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3 07-07
2410 베이더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7 07-07
2409 女神베르단디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8 07-03
2408 女神베르단디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3 07-02
열람중 가람 미르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565 06-29
2406 가이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0 06-23
2405 다크엔젤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4 06-17
2404 베이더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8 06-17
2403 J.Lizberne™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2 06-17
2402 J.Lizberne™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1 06-15
2401 다크엔젤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6 06-10
2400 베이더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4 06-10
2399 가이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1 06-08

검색

회원로그인

회원가입

접속자 집계

오늘
846
어제
919
최대 (2005-03-19)
1,548
전체
780,499
네오의 오! 나의 여신님.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