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HAZARD - Another Survivor : 지옥의 외인들(지옥의 사람들 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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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편에 실수로 가이버님의 케릭터 '브릭'과 여신지기님의 케릭인 '조이스 에이딘'을 햇갈려서 썼습니다. 덕택에 가이버님과 다른 분들이 조금 착각하신 것 같군요. 죄송합니다.[저는 특이하게 글을 먼저 쓴 다음 구상해놓았던 케릭터들의 이름을 집어넣다보니...이런 오타가 자주 생깁니다.]
글들을 다시 확인해보니 확실히 가이버님과 여신지기님의 케릭터들을 보고 햇갈린 장면이 한면 더 있더군요. 정말 죄송합니다.[가이버님은 오늘 나오십니다 -_-]
다음부터는 이런 오타 없더록 더욱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겠습니다.
[악!! 돌 던지지 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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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길. 제길. 제길!"
"욕 할 시간 있으면 방아쇠나 당겨요!!"
우으으으으으~~~~스거겅.
조이스 에이딘은 이를 빠드득 갈며 미토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미토는 조이스가 영화속에서 자주 보았던 무사들처럼 카타나를 허공에 휘휘 저었다. 날카로운 검신이 요란한 괴성을 지르며 휘둘러질때마다 좀비들은 호밀밭 파수꾼 '허수아비'친척이라도 되는양 쓰러져갔다. 그러나 과거에는 가게를 운영했던 이 불쌍한 좀비들은 죽어서도 죽기가 싫었는지 바닥에 쓰러져도 그 질긴 운명을 움직이려고 했다. 미토의 거친 움직임 때문에 함부로 사격을 가할 수 없었던 조이스는 계속 욕지기를 내뱉으며 바닥에 쓰러진 좀비들에게 안식을 선사해주었다.
"죽어라!"
탕- 우으으으으윽
사람을 죽였다. 조이스는 씁쓸하게 웃음을 지으며 다시 한번 방아쇠를 당겼다. 권총의 슬라이드가 뒤쪽으로 움직이며 탄피가 느릿하게 튀어오르는 장면이 눈에 선하게 들어왔다.
"아니. 사람이 아니닷!!"
"네?"
조이스가 씁쓸한 미소를 거두고 자신의 발을 씹어보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세일즈맨 좀비를 사격하며 미토에게 반문했다. 미토는 자신의 생각을 읽기라도 하듯 좀비들을 카타나로 가리키며 입을 연 것이다. 그는 놀란 얼굴이 되어 일본에서 미토의 직업이 실은 약사가 아니라 '독심술사'는 아니었는지 의문심을 가졌다. 미토는 날카로운 눈을 번뜩이며 그를 쳐다보았다.
"괴물들이 된 사람들일 뿐이다. 지금 우리가 이들을 죽여주지 않는다면 우리가 죽어. 그리고 죽지도 못한 이런 병신들을 이대로 놓아둔다면 네놈과 나의 양심이 허락해줄 것 같아?"
"그. 그런?"
병신이라니? 그리고 괴물? 아니 미토양 지금 무슨!! 조이스는 인상을 찌푸리며 항의를 하려는 찰나 미토가 침을 튀겨가며 열변을 토했다.
"그럼 네녀석 눈에는 저게 사람으로 보이냐? 저게 사람이 할 짓이야?"
"...아니요. 괴물이나 하는 짓이겠죠?"
"그러면. 움직여!! 뭘 꾸물거리는거야."
.....전혀 논리에 맞지 않는 미토의 열변에 조이스는 속으로 어이없음을 삭이며 총을 들었다. 요리저리 잘 피하며 칼을 휘두르는 미토를 피해 얼빠진 남자를 타겟으로 잡은 좀비에게 다섯발의 총탄을 선사해주었다. 5번의 화약 터지는 소리가 들린 후 좀비는 처량한 신음소리를 흘리며 바닥에 털썩 쓰러져버렸다. 좀비의 눈에 대충 쓰여져 있던 뿔태안경이 탁소리를 내며 주인과 운명을 같이 했다.
"상황 종료."
조이스가 액션 영화 속 대테러진압반을 따라하며 중얼거렸다. 전투가 끝난 복도바닥은 처절했다. 열린 문 사이에는 안경을 쓴 남자들의 깨진 안경 조각들과 살조각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그 사이로 썩은지 오랜시간이 지났는지 심한 악취를 풍기는 선혈과 배설물들이 시체 주위에 덕지덕지 붙어 있어 혐오감을 주었다. 미토는 인상을 찌푸리며 시체의 옷조각을 뜯어내 검신에 붙어 있는 살조각들과 핏방울들을 닦아냈다. 그녀의 검을 닦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던 조이스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사무라이...인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그는 어렷을 적 자신이 동경했던 흑백영화 속 사무라이를 떠올리며 입을 쩌억 벌린채 미토의 행동을 지켜볼 뿐이었다. 미토는 조이스의 시선을 느끼고 뒤를 돌아보았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고 물었다.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요?"
"피요."
"앗. 그렇군요."
쓱쓱.
미토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옷깃으로 얼굴에 묻은 핏자국을 닦아냈다. 아직 덜 닦였는지 이마에는 땀방울과 함께 핏자국이 아름답게(?)페인트 칠을 하고 있었지만 미토 본인은 모르는지 일본도를 검집에 넣으며 길게 심호흡을 하였다. 그녀도 조이스처럼 조금 긴장을 했는지 몸을 부르르 떨며 진정시키려 애를 썼다. 괴물과 싸우는 것이든, 인간과 싸우는 것이든 싸움이라는 것은 사람을 흥분시키는 각성제같은 것이라도 들어있는 것 같았다.
"저기. 괜찮은 것인가요 미토양."
"괜찮은 것 같아요?"
"아니죠."
조이스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미토는 혀를 끌끌 차며 못마땅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멍하니 서 있는 저 남자의 면상을 한대 갈겨주고 싶다는 충동을 억누른 미토는 조금 전처럼 실실 쪼개기 시작하는 미국남자를 다시 한번 쳐다보았다.
"탄환하고 탄창 챙겨요. 바로 위로 올라가야 하니까."
"다 챙겼습니다."
"이 시간 이후로 정신 똑바로 차려요. 이제 보니 정신 차릴 사람은 내가 아니라 바로 당신이니까요. 알았아요? 총같은 무기까지 차려놓고 그렇게 혼이 빠져 나가 있으면 어쩌란 말입니까?"
"미안해요. 하지만 혼까지 빠져나간 것은 아닌데."
"그렇게 보였어요."
미토의 핀잔 아닌 핀잔에 조이스는 혀를 핥으며 뒷통수를 연신 긁었다. 권총을 홀스터에 집어넣고 탄환들을 챙긴 조이스는 미토에게 들은 잔소리를 가슴 속에 되새기며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래도 괴물한테서 구해준 사람인데. 이런 식으로 행동해도 되는거야? 너무하잖아. 일부로 들으라는 식으로 툴툴거리는 조이스의 뒷모습을 물끄라미 바라보았다. 조이스의 등은 땀자국이 커다랗게 생겨 있었고 좀비에게서 튄 선혈자국이 낭자되어 있었다.
"아까 사격술은 좋았다고 했던 말."
취소! 미토는 쪼잔하고 툴툴거리며, 사격은 더럽게 못하는[그녀는 권총 5발을 쏴도 좀비를 못 죽인 사실을 가지고 딴지를 걸었다.]남자라고. 미토는 그렇게 조이스에 대한 이미지를 바보같은 것으로 채워갔다.
"정말 바보이기도 하고. 미국 바보."
"우으으으으으.."
먹다. 먹다. 먹다. 먹다. 먹다. 먹다. 먹다. 먹다. 먹다. 먹다. 먹다.
"우으으으으..."
CNC 자격증과 밀링 자격증을 딴 덕택에 1년째 근처 자동차 부품 생산회사에서 근무하던 남자는 아무 생각 없이 몸을 움직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식욕이라는 것 덕택에 피가 덕지덕지 묻어있고, 살조각이 너덜너덜 거리는 몸을 식욕을 채우기 위해 움직일 뿐이었다. 그 식욕을 문자로 표현한다면.
먹자. 먹자. 먹자. 먹자.
라는 간단한 문자로 풀이 할 수 있지만 이 남자는 자신이 CNC를 따기 위해 1년간 공부했다는 사실도 잊어버렸을 뿐더러, 자신의 약혼자가 공장에서 동료 노동자들에게 무자비하게 뜯겨져 나가 눈이 없이 떠돌아다니는 시체가 되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자신이 T-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이렇게 움직이는 시체가 되었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자신이 어떻게 태어났고, 무얼 하는지도 모르는 떠도는 시체. 이것이 남자의 정체였다.
"으어어어어.."
쿵- 쿵-
남자는 벽에 몇번을 반복해 부딪친 다음 복도로 몸을 맡겼다. 저벅저벅 비정상적인 꼬부랑걸음으로 흐느적 거리는 남자의 행동은 보기만 해도 기괴함을 제공하고 있었다. 거기에 턱이 빠졌는지 너덜너덜 흔들리며 오른팔이 작업복 째로 뜯어져 나가 흔들거리고 있는 모습은 기괴함은 물론 혐오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공포감은 말할 것도 없고...
"으아아아아..?"
"젠장. 이 근처에서 살던 기술자였나?"
"그런 것 같군요. 소속사명을 보니 엄브렐라 정밀부품? 흠. 이곳 출신이 분명하군요."
남자의 귀에 뚜벅뚜벅 똑바로 걷는 먹잇감의 걷는 소리와 함께 똑박또박 완벽한 사람의 언어가 들어왔다. 좀비는 흐느적흐느적 움직이며 복도로 나왔다. 4층 복도에는 좀비가 기뻐할 먹잇감 두마리가 자신을 쳐다보며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물론 좀비는 두 사람이 자신을 보며 뭐라고 외치고 있다는 사실도 잘 모르고 있었다.
"우으으으으으으으으."
"조이스. 빨리 쏴버려요."
"....네."
"아까 말한 대로 저들에게는 안식이 필요해요."
"후우. 안식이라?"
"저건 인간이 아니라 괴물이에요. 괴물에게 죽음을 선사한다는데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할 것 같아요? 아니면 신이라는 저 하늘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을 노망난 존재가 우리보고 지옥에 떨어지라고 할까요? 웃기는 소리 작작 하라고 하세요."
"미토양. 너무 과격하네요?"
"그래도 우리는 저렇게 되지는 않아야 되니까요. 살기 위해서는 저것들과 싸우는 방법을 터득해야죠."
여자의 감미로운 목소리와 남자의 웃음이 담긴 씁쓸함이 복도에 퍼져나갔다. 좀비는 더욱 더 기뻐하며 귀곡성을 뱉어냈다. 하나밖에 없는 팔을 들고 무언가를 겨누고 있는 조이스의 1m 앞까지 다가오는데 성공했다.
"혹시라도 지옥이 있다면 지옥에서 다시 만납시다."
철컥 -탕.
"으어."
그 후론 눈앞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무언가를 먹자라는 원초적인 본능의 메세지도 들려오지 않았다. 이게 편안함이라는 것일까? 좀비가 만약에 조금이라도 더 인간처럼 생각을 할 수 있다면 그렇게 정의를 내렸을 것이다.
"빨리 서둘러요."
미토는 조이스가 손을 들어 머리에 생긴 새끼손가락만한 구멍에서 붉은 액체를 흘리며 이승을 떠난 주검을 떠나지 못하는 조이스를 불렀다. 조이스는 나지막하게 기도문을 암송하며 다크써클과 슬프게 자신을 쳐다보는 갈색 눈을 감기고 있었다.
"하다못해 주기도문이라도 정확하게 암송 해주고 싶었는데."
"흥. 다 소용없는 짓이에요. 어차피 우산인지, 양산인지 하는 회사가 만든 바이러스때문에 이렇게 된 사람들이에요. 당신이 성직자 행세 하지 않아도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이라 아마 천국 가서 빅버거 먹으면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걸요?"
"그럴까요?"
"그럴겁니다."
미토의 괴상한 천국 발언에 조이스는 희망을 걸듯 미토의 예쁘장한 얼굴을 쳐다보며 물었다. 미토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그럴 것이라며 자신의 기이한 사후세계를 설명하며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니까 잔말 말고 옥상으로 GO!"
"....예."
조이스는 미토의 손을 잡고 일어서며 생각했다. 그녀는 생각보다 강하다고...
-쿵 -쿵 -쿵
"젠장."
미토는 굳게 잠겨져 열릴 생각을 하지 않는 철문을 두드렸다. 물론 어림없는 행동이었고 30분 동안 문을 세게 두드린 여자의 손은 붉게 변해 있었다. 미토는 손을 부여잡고 인상을 찌푸리며 일본어로 욕설을 내뱉었다. 도대체 이 꼬맹이는 문을 왜 잠근 거야?
"빌어먹을. 안으로 못 들어가겠군요."
"....내려가서 열쇠를 찾아와야 될까요?"
"웃기는 소리. 길은 있어요."
"??"
조이스가 손을 휘휘 내저으며 신경질적으로 옥상으로 향하는 문을 세게 쾅 걷어차버린 뒤 권총의 탄창에 총탄을 재워넣자 미토가 그의 행동을 제지하며 창문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바로 반대편의 8층 건물의 창문마다 간간히 보이는 좀비들때문에 기분이 팍 상했는지 여자는 문을 열고 보일듯 말듯 길 건너편 건물 속에 갖혀 있을 좀비들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그녀의 신경질적인 꼬마아이같은 행동에 조이스는 실소를 흘렸다. 미토가 뒤를 돌아보자 조이스는 깜짝 놀라 숨을 크게 들이쉬며 기침을 해댔다.
"콜록! 콜록!"
"......??"
"아아. 침을 잘못 삼켜서 사래가..콜록!"
'저런 얼음공주같은 여자한테 웃는 것을 보였다간?'
인간 꼬챙이가 될까나? 조이스는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해보며 미토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검은색의 착 달라붙는 라이더복을 입은 미토는 마치 매트릭스란 영화 속에서 등장한 여성게릴라들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선글라스와 글록권총만 주어지면 영화 코스튬 플레이라도 하는 줄 알 것이라고 조이스는 생각했다.
"여기로 나가면 되겠군요."
"에엑? 거긴 창문?"
"그래요."
조이스는 말도 안된다며 미토가 가리킨 창문을 바라보았다. 어두컴컴한 저녁 하늘 아래 합창이라도 하듯 좀비들의 울음소리가 도로를 가득 매우고 있었다. 숫자가 많이 줄어들어 있어서 저번처럼 좀비들이 줄지어 떼를 지어 다니지는 않았지만 어둠 속에서 멍하니 서 있는 인간의 모습들을 보니 최소 30명은 될 것 같은 좀비들이 곳곳에서 진을 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여기로 어떻게 나가자는?"
"옆을 봐요."
남자는 미토가 손으로 가리킨 방향을 보았다. 미토가 가리킨 방향에는 또 다른 건물이 한채 서 있었다. 그 건물의 네온싸인 간판이 깜빡이며 이 건물이 세워진 용도를 설명하고 있었다. 조이스는 기가 막히다는 듯 간판을 큰소리로 읽으며 미토를 쳐다보았다.
"XXX 쇼? 세상 모든 남성들을 위해서?"
"미친놈. 바로 옆을 보라고 했지. 누가 저 간판을 보라고 했습니까?"
조이스의 바보같은 행동에 미토는 자신도 모르게 영어로 욕을 내뱉으며 다시 손가락을 가리켰다. 창문 바로 옆에는 바로 옥상으로 통할 수 있는 긴급사다리가 세워져 있었다. 쓴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알수는 없지만 초록색 곳곳마다 갈색의 녹물이 든 것을 보아서 최소 2년 이상은 쓰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기로 올라가자고요??"
끄덕끄덕.
"그, 그치만 위험할텐데.."
비상 탈출 사다리와 이 창문과의 거리는 조금 멀리 떨어져 있었다. 성인 남성의 발이 조금 위험하게 닿을 만한 거리? 살짝 뛰어 내리면 도착할 수는 있겠지만 발을 잘못 놀리면 바로 좀비들로 가득차 있는 거리로 뛰어내리게 되는 것이었다. 아니 뛰어내리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미쳤어욧! 잘못하면 4층에서 떨어져서 사망인데!!"
"당신 이 정도 거리도 못 뛸 정도로 운동 못하는 거야?"
도리도리.
물론 절대 아니다.
"그럼 뛰어."
"........"
"어서."
"차라리. 미토양이 뛰는 것이. 나보다 더 가볍고 날렵하잖..."
죠이스가 말을 꺼내기 무섭게 좀비들을 베고, 얼음공주가 근육을 검으로 부술 때와 비슷한 예의 그 날카로운 두개의 눈동자를 불 태우고 있었다. 죠이스는 너털 웃음을 지으며 뒷통수를 긁적였다. 미토는 대수롭지도 않다는 듯 분노의 칼날같은 눈빛(?)치우며 어깨를 으쓱했다.
"난 여자잖아요. 레이디 퍼스트. 몰라요?"
"그러니까 미토양이 먼저 뛰어서 여기로 가는 것이.."
"난 레이디니까 이 정문으로 남자보다 먼저 들어가야겠죠?"
"그, 그런."
"원래 여자는 험악한 일은 하지 않는 법이에요."
"........."
그럼 아까 자신에게 정신차리라며 욕설을 내뱉고, 좀비들을 아주 잔인하게(?) 베어 넘긴 여자는 누구야? 지옥에서 올라 온 사신이라도 되는 거야? 조이스는 기가 막히다는 듯 이 어이없는 일본인 여자(?)를 쳐다보며 막 따지려 했지만 검을 들었을 때의 무서운 미토의 눈매를 떠올리곤 스스로 창문으로 나왔다. 다행히 창문의 받침은 성인 남자 3명이 올라갈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한 공간이었다.
"그럼 정문 앞에서 기다리십쇼. 이 사다리 타고 올라갈테니까. 에잇!"
쿵-
다행히 사다리는 단단했고, 거리는 역시 멀지 않았다. 어린아이들도 충분히 뛸 수 있을 정도로 먼 거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안전장치 하나 없고, 무엇보다 떨어지면 이 세상과 이별한다는 위험한 사실은 조이스를 부들부들 떨리게 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조이스는 심호흡을 하며 사다리로 뛰어내릴 때의 충격으로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를 진정시키며 사다리를 잡았다.
"그럼 올라갑니다."
"빨리 여십시요."
끄덕끄덕.
"...........저 남자."
그래도 쪼잔하지는 않네? 그래도 존심에 여자보고 올라오라고 해도 강요는 못한다는 것인가? 미토는 피식 웃으며 조이스가 놓고 간 화약과 권총탄박스가 들어 있는 배낭을 어깨에 맸다. 물론 미토는 조이스가 그냥 물귀신 작전처럼 끌고 올라왔어야 하는데라고 사다리를 올라가며 중얼거리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약 2분 후 철문 너머에서 끼기긱. 하는 요란한 쇳소리가 들려왔다. 미토는 흠칫 놀라며 자신도 모르게 어깨에 매여 있는 검으로 손을 움직였다. 문이 열리며 어둠 속에서 튀어나온 존재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던 쪼잔하지 않은 남자였다. 그의 손에는 권총이 들려 있었다. 조이스는 어둠속에서 창백한 얼굴이 되어 미토를 바라보고 있었다. 미토는 놀라서 조이스에게 무슨 일이냐며 물었다.
"아니 저쪽에 좀비가 있어서."
"맙소사. 이런 옥상까지 올라와요?"
"아마도 픽시랑 같이 올라왔던 녀석인가 보오. 또래아이더군요."
미토는 조이스가 말없이 가리킨 곳에 큰대자로 뻗어있는 꼬마아이와, 저쪽 구석지에 쪼그리고 앉아 사시나무 떨듯 위태롭게 떨고 있는 소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미토는 소녀에게 다가가기로 마음먹었다.
"꺄아아아아악!"
탕- 타타탕- 탕
"으아악!"
간간히 들려오는 귀곡성과 비명소리. 브릭[가이버]은 거리마다 간간히 들려오는 비명소리와 총소리, 그리고 귀곡성을 들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라크전에서 살아 돌아왔다고 기뻤는데. 이게 뭐야?"
여긴 전쟁터야! 그의 몸은 이렇게 외치고 있었고, 그의 두손에 들린 엽총 한자루도 현실을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우으으으으."
브릭은 가까이에서 들려오는 귀곡성에 뒤를 돌아보았다. 머리가 반쯤 부숴진 남자가 그를 잡기 위해 두 손을 들고 있었다. 옆구리에서는 피를 질질 흘리고 있어 괴물이 된지 얼마 안된 상태라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브릭이 죽여온 적국의 군인들처럼 활기차게 행동하고 있었다. 브릭은 한숨을 내쉬며 총을 들어올렸다.
-철컥 콰앙~
둔탁한 엽총의 소음이 거리에 울려퍼졌다.
글들을 다시 확인해보니 확실히 가이버님과 여신지기님의 케릭터들을 보고 햇갈린 장면이 한면 더 있더군요. 정말 죄송합니다.[가이버님은 오늘 나오십니다 -_-]
다음부터는 이런 오타 없더록 더욱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겠습니다.
[악!! 돌 던지지 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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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길. 제길. 제길!"
"욕 할 시간 있으면 방아쇠나 당겨요!!"
우으으으으으~~~~스거겅.
조이스 에이딘은 이를 빠드득 갈며 미토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미토는 조이스가 영화속에서 자주 보았던 무사들처럼 카타나를 허공에 휘휘 저었다. 날카로운 검신이 요란한 괴성을 지르며 휘둘러질때마다 좀비들은 호밀밭 파수꾼 '허수아비'친척이라도 되는양 쓰러져갔다. 그러나 과거에는 가게를 운영했던 이 불쌍한 좀비들은 죽어서도 죽기가 싫었는지 바닥에 쓰러져도 그 질긴 운명을 움직이려고 했다. 미토의 거친 움직임 때문에 함부로 사격을 가할 수 없었던 조이스는 계속 욕지기를 내뱉으며 바닥에 쓰러진 좀비들에게 안식을 선사해주었다.
"죽어라!"
탕- 우으으으으윽
사람을 죽였다. 조이스는 씁쓸하게 웃음을 지으며 다시 한번 방아쇠를 당겼다. 권총의 슬라이드가 뒤쪽으로 움직이며 탄피가 느릿하게 튀어오르는 장면이 눈에 선하게 들어왔다.
"아니. 사람이 아니닷!!"
"네?"
조이스가 씁쓸한 미소를 거두고 자신의 발을 씹어보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세일즈맨 좀비를 사격하며 미토에게 반문했다. 미토는 자신의 생각을 읽기라도 하듯 좀비들을 카타나로 가리키며 입을 연 것이다. 그는 놀란 얼굴이 되어 일본에서 미토의 직업이 실은 약사가 아니라 '독심술사'는 아니었는지 의문심을 가졌다. 미토는 날카로운 눈을 번뜩이며 그를 쳐다보았다.
"괴물들이 된 사람들일 뿐이다. 지금 우리가 이들을 죽여주지 않는다면 우리가 죽어. 그리고 죽지도 못한 이런 병신들을 이대로 놓아둔다면 네놈과 나의 양심이 허락해줄 것 같아?"
"그. 그런?"
병신이라니? 그리고 괴물? 아니 미토양 지금 무슨!! 조이스는 인상을 찌푸리며 항의를 하려는 찰나 미토가 침을 튀겨가며 열변을 토했다.
"그럼 네녀석 눈에는 저게 사람으로 보이냐? 저게 사람이 할 짓이야?"
"...아니요. 괴물이나 하는 짓이겠죠?"
"그러면. 움직여!! 뭘 꾸물거리는거야."
.....전혀 논리에 맞지 않는 미토의 열변에 조이스는 속으로 어이없음을 삭이며 총을 들었다. 요리저리 잘 피하며 칼을 휘두르는 미토를 피해 얼빠진 남자를 타겟으로 잡은 좀비에게 다섯발의 총탄을 선사해주었다. 5번의 화약 터지는 소리가 들린 후 좀비는 처량한 신음소리를 흘리며 바닥에 털썩 쓰러져버렸다. 좀비의 눈에 대충 쓰여져 있던 뿔태안경이 탁소리를 내며 주인과 운명을 같이 했다.
"상황 종료."
조이스가 액션 영화 속 대테러진압반을 따라하며 중얼거렸다. 전투가 끝난 복도바닥은 처절했다. 열린 문 사이에는 안경을 쓴 남자들의 깨진 안경 조각들과 살조각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그 사이로 썩은지 오랜시간이 지났는지 심한 악취를 풍기는 선혈과 배설물들이 시체 주위에 덕지덕지 붙어 있어 혐오감을 주었다. 미토는 인상을 찌푸리며 시체의 옷조각을 뜯어내 검신에 붙어 있는 살조각들과 핏방울들을 닦아냈다. 그녀의 검을 닦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던 조이스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사무라이...인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그는 어렷을 적 자신이 동경했던 흑백영화 속 사무라이를 떠올리며 입을 쩌억 벌린채 미토의 행동을 지켜볼 뿐이었다. 미토는 조이스의 시선을 느끼고 뒤를 돌아보았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고 물었다.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요?"
"피요."
"앗. 그렇군요."
쓱쓱.
미토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옷깃으로 얼굴에 묻은 핏자국을 닦아냈다. 아직 덜 닦였는지 이마에는 땀방울과 함께 핏자국이 아름답게(?)페인트 칠을 하고 있었지만 미토 본인은 모르는지 일본도를 검집에 넣으며 길게 심호흡을 하였다. 그녀도 조이스처럼 조금 긴장을 했는지 몸을 부르르 떨며 진정시키려 애를 썼다. 괴물과 싸우는 것이든, 인간과 싸우는 것이든 싸움이라는 것은 사람을 흥분시키는 각성제같은 것이라도 들어있는 것 같았다.
"저기. 괜찮은 것인가요 미토양."
"괜찮은 것 같아요?"
"아니죠."
조이스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미토는 혀를 끌끌 차며 못마땅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멍하니 서 있는 저 남자의 면상을 한대 갈겨주고 싶다는 충동을 억누른 미토는 조금 전처럼 실실 쪼개기 시작하는 미국남자를 다시 한번 쳐다보았다.
"탄환하고 탄창 챙겨요. 바로 위로 올라가야 하니까."
"다 챙겼습니다."
"이 시간 이후로 정신 똑바로 차려요. 이제 보니 정신 차릴 사람은 내가 아니라 바로 당신이니까요. 알았아요? 총같은 무기까지 차려놓고 그렇게 혼이 빠져 나가 있으면 어쩌란 말입니까?"
"미안해요. 하지만 혼까지 빠져나간 것은 아닌데."
"그렇게 보였어요."
미토의 핀잔 아닌 핀잔에 조이스는 혀를 핥으며 뒷통수를 연신 긁었다. 권총을 홀스터에 집어넣고 탄환들을 챙긴 조이스는 미토에게 들은 잔소리를 가슴 속에 되새기며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래도 괴물한테서 구해준 사람인데. 이런 식으로 행동해도 되는거야? 너무하잖아. 일부로 들으라는 식으로 툴툴거리는 조이스의 뒷모습을 물끄라미 바라보았다. 조이스의 등은 땀자국이 커다랗게 생겨 있었고 좀비에게서 튄 선혈자국이 낭자되어 있었다.
"아까 사격술은 좋았다고 했던 말."
취소! 미토는 쪼잔하고 툴툴거리며, 사격은 더럽게 못하는[그녀는 권총 5발을 쏴도 좀비를 못 죽인 사실을 가지고 딴지를 걸었다.]남자라고. 미토는 그렇게 조이스에 대한 이미지를 바보같은 것으로 채워갔다.
"정말 바보이기도 하고. 미국 바보."
"우으으으으으.."
먹다. 먹다. 먹다. 먹다. 먹다. 먹다. 먹다. 먹다. 먹다. 먹다. 먹다.
"우으으으으..."
CNC 자격증과 밀링 자격증을 딴 덕택에 1년째 근처 자동차 부품 생산회사에서 근무하던 남자는 아무 생각 없이 몸을 움직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식욕이라는 것 덕택에 피가 덕지덕지 묻어있고, 살조각이 너덜너덜 거리는 몸을 식욕을 채우기 위해 움직일 뿐이었다. 그 식욕을 문자로 표현한다면.
먹자. 먹자. 먹자. 먹자.
라는 간단한 문자로 풀이 할 수 있지만 이 남자는 자신이 CNC를 따기 위해 1년간 공부했다는 사실도 잊어버렸을 뿐더러, 자신의 약혼자가 공장에서 동료 노동자들에게 무자비하게 뜯겨져 나가 눈이 없이 떠돌아다니는 시체가 되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자신이 T-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이렇게 움직이는 시체가 되었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자신이 어떻게 태어났고, 무얼 하는지도 모르는 떠도는 시체. 이것이 남자의 정체였다.
"으어어어어.."
쿵- 쿵-
남자는 벽에 몇번을 반복해 부딪친 다음 복도로 몸을 맡겼다. 저벅저벅 비정상적인 꼬부랑걸음으로 흐느적 거리는 남자의 행동은 보기만 해도 기괴함을 제공하고 있었다. 거기에 턱이 빠졌는지 너덜너덜 흔들리며 오른팔이 작업복 째로 뜯어져 나가 흔들거리고 있는 모습은 기괴함은 물론 혐오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공포감은 말할 것도 없고...
"으아아아아..?"
"젠장. 이 근처에서 살던 기술자였나?"
"그런 것 같군요. 소속사명을 보니 엄브렐라 정밀부품? 흠. 이곳 출신이 분명하군요."
남자의 귀에 뚜벅뚜벅 똑바로 걷는 먹잇감의 걷는 소리와 함께 똑박또박 완벽한 사람의 언어가 들어왔다. 좀비는 흐느적흐느적 움직이며 복도로 나왔다. 4층 복도에는 좀비가 기뻐할 먹잇감 두마리가 자신을 쳐다보며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물론 좀비는 두 사람이 자신을 보며 뭐라고 외치고 있다는 사실도 잘 모르고 있었다.
"우으으으으으으으으."
"조이스. 빨리 쏴버려요."
"....네."
"아까 말한 대로 저들에게는 안식이 필요해요."
"후우. 안식이라?"
"저건 인간이 아니라 괴물이에요. 괴물에게 죽음을 선사한다는데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할 것 같아요? 아니면 신이라는 저 하늘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을 노망난 존재가 우리보고 지옥에 떨어지라고 할까요? 웃기는 소리 작작 하라고 하세요."
"미토양. 너무 과격하네요?"
"그래도 우리는 저렇게 되지는 않아야 되니까요. 살기 위해서는 저것들과 싸우는 방법을 터득해야죠."
여자의 감미로운 목소리와 남자의 웃음이 담긴 씁쓸함이 복도에 퍼져나갔다. 좀비는 더욱 더 기뻐하며 귀곡성을 뱉어냈다. 하나밖에 없는 팔을 들고 무언가를 겨누고 있는 조이스의 1m 앞까지 다가오는데 성공했다.
"혹시라도 지옥이 있다면 지옥에서 다시 만납시다."
철컥 -탕.
"으어."
그 후론 눈앞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무언가를 먹자라는 원초적인 본능의 메세지도 들려오지 않았다. 이게 편안함이라는 것일까? 좀비가 만약에 조금이라도 더 인간처럼 생각을 할 수 있다면 그렇게 정의를 내렸을 것이다.
"빨리 서둘러요."
미토는 조이스가 손을 들어 머리에 생긴 새끼손가락만한 구멍에서 붉은 액체를 흘리며 이승을 떠난 주검을 떠나지 못하는 조이스를 불렀다. 조이스는 나지막하게 기도문을 암송하며 다크써클과 슬프게 자신을 쳐다보는 갈색 눈을 감기고 있었다.
"하다못해 주기도문이라도 정확하게 암송 해주고 싶었는데."
"흥. 다 소용없는 짓이에요. 어차피 우산인지, 양산인지 하는 회사가 만든 바이러스때문에 이렇게 된 사람들이에요. 당신이 성직자 행세 하지 않아도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이라 아마 천국 가서 빅버거 먹으면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걸요?"
"그럴까요?"
"그럴겁니다."
미토의 괴상한 천국 발언에 조이스는 희망을 걸듯 미토의 예쁘장한 얼굴을 쳐다보며 물었다. 미토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그럴 것이라며 자신의 기이한 사후세계를 설명하며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니까 잔말 말고 옥상으로 GO!"
"....예."
조이스는 미토의 손을 잡고 일어서며 생각했다. 그녀는 생각보다 강하다고...
-쿵 -쿵 -쿵
"젠장."
미토는 굳게 잠겨져 열릴 생각을 하지 않는 철문을 두드렸다. 물론 어림없는 행동이었고 30분 동안 문을 세게 두드린 여자의 손은 붉게 변해 있었다. 미토는 손을 부여잡고 인상을 찌푸리며 일본어로 욕설을 내뱉었다. 도대체 이 꼬맹이는 문을 왜 잠근 거야?
"빌어먹을. 안으로 못 들어가겠군요."
"....내려가서 열쇠를 찾아와야 될까요?"
"웃기는 소리. 길은 있어요."
"??"
조이스가 손을 휘휘 내저으며 신경질적으로 옥상으로 향하는 문을 세게 쾅 걷어차버린 뒤 권총의 탄창에 총탄을 재워넣자 미토가 그의 행동을 제지하며 창문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바로 반대편의 8층 건물의 창문마다 간간히 보이는 좀비들때문에 기분이 팍 상했는지 여자는 문을 열고 보일듯 말듯 길 건너편 건물 속에 갖혀 있을 좀비들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그녀의 신경질적인 꼬마아이같은 행동에 조이스는 실소를 흘렸다. 미토가 뒤를 돌아보자 조이스는 깜짝 놀라 숨을 크게 들이쉬며 기침을 해댔다.
"콜록! 콜록!"
"......??"
"아아. 침을 잘못 삼켜서 사래가..콜록!"
'저런 얼음공주같은 여자한테 웃는 것을 보였다간?'
인간 꼬챙이가 될까나? 조이스는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해보며 미토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검은색의 착 달라붙는 라이더복을 입은 미토는 마치 매트릭스란 영화 속에서 등장한 여성게릴라들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선글라스와 글록권총만 주어지면 영화 코스튬 플레이라도 하는 줄 알 것이라고 조이스는 생각했다.
"여기로 나가면 되겠군요."
"에엑? 거긴 창문?"
"그래요."
조이스는 말도 안된다며 미토가 가리킨 창문을 바라보았다. 어두컴컴한 저녁 하늘 아래 합창이라도 하듯 좀비들의 울음소리가 도로를 가득 매우고 있었다. 숫자가 많이 줄어들어 있어서 저번처럼 좀비들이 줄지어 떼를 지어 다니지는 않았지만 어둠 속에서 멍하니 서 있는 인간의 모습들을 보니 최소 30명은 될 것 같은 좀비들이 곳곳에서 진을 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여기로 어떻게 나가자는?"
"옆을 봐요."
남자는 미토가 손으로 가리킨 방향을 보았다. 미토가 가리킨 방향에는 또 다른 건물이 한채 서 있었다. 그 건물의 네온싸인 간판이 깜빡이며 이 건물이 세워진 용도를 설명하고 있었다. 조이스는 기가 막히다는 듯 간판을 큰소리로 읽으며 미토를 쳐다보았다.
"XXX 쇼? 세상 모든 남성들을 위해서?"
"미친놈. 바로 옆을 보라고 했지. 누가 저 간판을 보라고 했습니까?"
조이스의 바보같은 행동에 미토는 자신도 모르게 영어로 욕을 내뱉으며 다시 손가락을 가리켰다. 창문 바로 옆에는 바로 옥상으로 통할 수 있는 긴급사다리가 세워져 있었다. 쓴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알수는 없지만 초록색 곳곳마다 갈색의 녹물이 든 것을 보아서 최소 2년 이상은 쓰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기로 올라가자고요??"
끄덕끄덕.
"그, 그치만 위험할텐데.."
비상 탈출 사다리와 이 창문과의 거리는 조금 멀리 떨어져 있었다. 성인 남성의 발이 조금 위험하게 닿을 만한 거리? 살짝 뛰어 내리면 도착할 수는 있겠지만 발을 잘못 놀리면 바로 좀비들로 가득차 있는 거리로 뛰어내리게 되는 것이었다. 아니 뛰어내리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미쳤어욧! 잘못하면 4층에서 떨어져서 사망인데!!"
"당신 이 정도 거리도 못 뛸 정도로 운동 못하는 거야?"
도리도리.
물론 절대 아니다.
"그럼 뛰어."
"........"
"어서."
"차라리. 미토양이 뛰는 것이. 나보다 더 가볍고 날렵하잖..."
죠이스가 말을 꺼내기 무섭게 좀비들을 베고, 얼음공주가 근육을 검으로 부술 때와 비슷한 예의 그 날카로운 두개의 눈동자를 불 태우고 있었다. 죠이스는 너털 웃음을 지으며 뒷통수를 긁적였다. 미토는 대수롭지도 않다는 듯 분노의 칼날같은 눈빛(?)치우며 어깨를 으쓱했다.
"난 여자잖아요. 레이디 퍼스트. 몰라요?"
"그러니까 미토양이 먼저 뛰어서 여기로 가는 것이.."
"난 레이디니까 이 정문으로 남자보다 먼저 들어가야겠죠?"
"그, 그런."
"원래 여자는 험악한 일은 하지 않는 법이에요."
"........."
그럼 아까 자신에게 정신차리라며 욕설을 내뱉고, 좀비들을 아주 잔인하게(?) 베어 넘긴 여자는 누구야? 지옥에서 올라 온 사신이라도 되는 거야? 조이스는 기가 막히다는 듯 이 어이없는 일본인 여자(?)를 쳐다보며 막 따지려 했지만 검을 들었을 때의 무서운 미토의 눈매를 떠올리곤 스스로 창문으로 나왔다. 다행히 창문의 받침은 성인 남자 3명이 올라갈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한 공간이었다.
"그럼 정문 앞에서 기다리십쇼. 이 사다리 타고 올라갈테니까. 에잇!"
쿵-
다행히 사다리는 단단했고, 거리는 역시 멀지 않았다. 어린아이들도 충분히 뛸 수 있을 정도로 먼 거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안전장치 하나 없고, 무엇보다 떨어지면 이 세상과 이별한다는 위험한 사실은 조이스를 부들부들 떨리게 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조이스는 심호흡을 하며 사다리로 뛰어내릴 때의 충격으로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를 진정시키며 사다리를 잡았다.
"그럼 올라갑니다."
"빨리 여십시요."
끄덕끄덕.
"...........저 남자."
그래도 쪼잔하지는 않네? 그래도 존심에 여자보고 올라오라고 해도 강요는 못한다는 것인가? 미토는 피식 웃으며 조이스가 놓고 간 화약과 권총탄박스가 들어 있는 배낭을 어깨에 맸다. 물론 미토는 조이스가 그냥 물귀신 작전처럼 끌고 올라왔어야 하는데라고 사다리를 올라가며 중얼거리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약 2분 후 철문 너머에서 끼기긱. 하는 요란한 쇳소리가 들려왔다. 미토는 흠칫 놀라며 자신도 모르게 어깨에 매여 있는 검으로 손을 움직였다. 문이 열리며 어둠 속에서 튀어나온 존재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던 쪼잔하지 않은 남자였다. 그의 손에는 권총이 들려 있었다. 조이스는 어둠속에서 창백한 얼굴이 되어 미토를 바라보고 있었다. 미토는 놀라서 조이스에게 무슨 일이냐며 물었다.
"아니 저쪽에 좀비가 있어서."
"맙소사. 이런 옥상까지 올라와요?"
"아마도 픽시랑 같이 올라왔던 녀석인가 보오. 또래아이더군요."
미토는 조이스가 말없이 가리킨 곳에 큰대자로 뻗어있는 꼬마아이와, 저쪽 구석지에 쪼그리고 앉아 사시나무 떨듯 위태롭게 떨고 있는 소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미토는 소녀에게 다가가기로 마음먹었다.
"꺄아아아아악!"
탕- 타타탕- 탕
"으아악!"
간간히 들려오는 귀곡성과 비명소리. 브릭[가이버]은 거리마다 간간히 들려오는 비명소리와 총소리, 그리고 귀곡성을 들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라크전에서 살아 돌아왔다고 기뻤는데. 이게 뭐야?"
여긴 전쟁터야! 그의 몸은 이렇게 외치고 있었고, 그의 두손에 들린 엽총 한자루도 현실을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우으으으으."
브릭은 가까이에서 들려오는 귀곡성에 뒤를 돌아보았다. 머리가 반쯤 부숴진 남자가 그를 잡기 위해 두 손을 들고 있었다. 옆구리에서는 피를 질질 흘리고 있어 괴물이 된지 얼마 안된 상태라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브릭이 죽여온 적국의 군인들처럼 활기차게 행동하고 있었다. 브릭은 한숨을 내쉬며 총을 들어올렸다.
-철컥 콰앙~
둔탁한 엽총의 소음이 거리에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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