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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OHAZARD - Another Survivor : 지옥의 외인들(지옥의 사람들 4화)&대통령의 지독한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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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토는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잔뜩 얼어붙은 얼굴이 되어 몸을 떨고 있는 소녀에게 다가가기로 맘 먹었다. 소녀가 몸을 떨다 낯선 여자의 다가옴에 놀라 움찔거리자 미토도 따라 놀라 움찔거리며 멈추었다. 소녀는 검댕이 덕지덕지 붙어 누더기가 되버린 천자락을 로브처럼 온몸에 둘러 추위를 동반한 비를 막고 있었다. 얼마나 고생했는지 얼굴에는 검은 얼룩과 다크서클과 주름, 피곤함이 잔뜩 드리워져 있어 제3국의 기아에 시달리는 어린이들을 보는 듯 했다. 소녀는 미토의 접근을 자신도 모르게 거부하고 있었다. 그 원인은 여기 자빠져 누워 있는 소년에게 있겠지? 미토는 씁쓸하게 미소를 지어보이며 소녀에게 다가갔다.


"꼬마야. 어디 다친데는 없니?"


"........"


소녀는 미토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았다. 미토는 소녀를 껴안으며 물었다. 시큼한 냄새(땀냄새로 추정되는)가 코를 찔렀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픽시. 아픈 곳은 없니?"


".....없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몰라."


"..........."


소녀는 입을 다물었다. 미토는 안쓰럽다는 듯 고생한 티가 역력한 소녀의 얼굴을 손수건으로 닦아주려 했다.


-툭


"이게 뭐지?"


".....전파수신기."


"아. 이게 네가 만들었다는 바로 그."


"..........."


미토는 일부러 과장해 놀라며 소녀의 사기를 북돋우려 했지만 소녀는 입을 다문채 침묵만 고수하고 있었다. 미토는 소녀의 행동에 늦게 올라옴을 미안해하며 그녀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줄 뿐이었다. 소녀는 피곤한듯 눈을 감았다 떼며 뭔가를 말하려는 듯 입을 우물우물거렸다.


"....시내에 나간 진압작전 실패래. 모두들 도망치라는데? 경찰서도, 소방서도, 시청도, 지하철역, 공원할 것 없이 전부 도망치래. 아니면 집 안에서 대기하다 조용히 죽으라나?"


"그런."


도저히 어린 소녀의 입에서 나올일이 만무한 소녀의 마지막 발언에 미토는 한숨을 내쉬며 말없이 끌어안아 줄 뿐이었다. 조이스도 어이가 없었는지 입을 꾹 다문채 멍하니 자신이 사살한 소년을 바라 볼 뿐이었다. 소녀는 조이스의 눈길이 향한 곳을 한번 쳐다보곤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서 이젠 여기를 어떻게 빠져나갈거야?"


"그..글쎄."


조이스는 이 당돌해진 소녀의 질문에 자신도 모르게 더듬거리며 대답을 하였다. 소녀는 한심하다는 듯 똑같이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방법도 없이 도망치는 것은 정말 바보짓거리야. 그럴거라면 난 아까처럼 저 위에 숨어 있을거야."


소녀가 가리킨 곳은 이곳 호텔의 대형 환풍장치 위였다. 바로 옆에는 어른 2명의 키를 합쳐놓은 크기의 급수장치가 설치되어 있었고 철제사다리가 주위에 굴러다니는 것을 보고 좀비가 되버린 소년의 식욕 어린 공격으로부터 몸을 피하기 위해 올라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만들었다.


"......"


"그녀석 참 바보야. 괴물한테 죽을 뻔한 것을 제멋대로 살리려다 죽었지 뭐야."


"........"


"나는 살리겠다면서 정작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나서는 날 물다니. 빌어먹을."


소녀는 보통 미국의 소녀[어느나라나 다 그러하겠지만.]들이라면 절대 쓰지 않을 욕지기를 입밖으로 내밀며 말을 이었다. 미토가 감싸안아준 덕택에 조금 나아진 듯한 소녀의 육체는 다시 한기라도 밀려 오는지 겨울나기를 하는 식물처럼 몸을 덜덜 떨기 시작했다. 미토는 자신도 모르게 소녀의 손을 꼬옥 잡고 안쓰럽게 쳐다볼 뿐이었다. 소녀는 미토의 그런 눈빛이 싫었는지 일부러 고개를 훽 돌려버렸다.


".....그냥 얌전히 있었으면 죽지는 않았을텐데. 바보녀석. 흑."


......결국은 우는군. 조이스는 아무런 위로도 해주지 못하며 미토의 품에 안겨 훌쩍거리며 몸을 들썩이는 소녀의 뒷모습을 바라보기만 했다. 자신때문에 이 꼬마가 좀비가 되었다며 자신들이 오기 전까지 자책한 듯 했다. 조이스는 자신들이 여기까지 올라오기 위해 죽여야 했던 사람들을 떠올리며 고개를 푹 숙였다. 자신들은 죽이며 올라왔고 그 덕택에 살았다며 안심하였는데...


"아무리 괴물을 죽였다고 해도...그 전에는 사람이었는데."


.....이런 것은 대체. 소녀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끊임없이 눈물을 질질 흘리자 조이스는 새삼 자신들이 해온 행동이 올바른 것인지 의문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냥 눈 딱 감고 방문을 걸고 잠가 죽어서 아무도 죽이지 않아야 되는 것 아닌가? 그는 소녀의 눈물에 자신도 모르게 이런 생각을 하며 그녀와 똑같은 죄책감을 맛보았다. 입맛을 쩝쩝 다시며 조이스는 글록권총을 쥔 손에 힘을 꽉 주었다.


"...울지마. 자 뚝. 옳지 착하지?"


미토는 어린 아이 달래듯 13살은 훌쩍 넘은 소녀의 등을 토닥이며 어설픈 미국어를 뱉어냈고 소녀는 울음소리를 토해냈다. 훌쩍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연신 맴돌았다. 한참을 그렇게 달랬을까? 소녀는 이제 우는 것도 지쳤는지 약한 숨소리를 내며 눈물자국을 지우며 미토를 바라보았다.


"예멜아저씨가 기다리고 있어. 내려가자."


".....쟤는?"


소녀는 땅바닥에 누워있는 주검을 가리켰다. 조이스와 미토의 시선이 그 곳으로 향했고 미토는 데려갈 수 없다며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다. 조이스는 소녀가 두르고 있던 천자락을 소년의 위에 덮었다. 자신이 죽인 아이여서일까? 조이스는 착잡한 얼굴이 되어 소년을 뚫어질듯 쳐다보았다가 고개를 돌려버렸다.


"저 아이는 널 위해 목숨을 버렸어 픽시. 그런데 우리 픽시가 여기서 이렇게 시간만 낭비하고 있으면 과연 저 아이는 좋아할까?"


"아니. 그치만..."


"후훗. 그래. 도망치는 것이 힘드니까 집안에만 있어야 한다고? 걱정마. 이래뵈도 언니는 꽤 쌔거든? 우리 픽시정도는 반드시 지켜줄 수 있어. 그러니까 언니를 믿어주렴. 알겠지?"


"하, 하지만.."


"그리고 도망 문제는. 저 듬직하게 생긴 오빠가 해결해줄테니까..."


".....저 못생긴 오빠가."


"크흠...."


호오~어린 녀석이 제법 눈은 높군? 미토는 자신도 모르게 이렇게 생각하며 피식 웃어버렸다. 미토와 소녀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자 조이스는 기분이 팍 상해버렸는지 얼굴을 찡그리며 옥상을 먼저 내려가버렸다. 미토는 소녀의 손을 꼬옥 잡았다. 얼마나 밖에서 추위에 떨었는지는 몰라도 얼음장같이 차가운 손가락이 미토의 체온에 잡혔다. 1분 정도 꼬옥 잡아주자 조금씩 온기가 나돌기 시작했다. 소녀는 노란색의 가을활동복을 입고 있었고 노란 바지는 검은색 물이 들어있고, 곳곳이 찢어져 있었다.


"가자."


"으..응."


소녀가 망설이는 얼굴이 되어 미토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미토는 소녀에게 미소를 지어보이며 곰곰히 생각했다.


'전멸했다고? 그리고 안에만 대기하고 있으라고?'


전멸했으리라고는 이미 예상했다. 치열하기 그지없던 총소리가 들려오지 않았고, 각 공공기관이 이미 무너졌으니 더 이상 반격의 기회란 눈을 씼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관공서가 무너졌고, 통신기관따위는 제대로 돌아갈리 만무한데. 안에만 대기하고 있으라고? 말도 안돼.'


안에만 대기 하고 있으면 누가 살 수 있을거라는거지? 옥상에서 몇날 며칠을 자지 않고 서서 조명탄을 쏘아올리고 캠프파이어를 만들었는데 우리를 못 본 척 지나간 주제에!! 미토는 의문을 드러내며 라디오파 수신기로 라쿤시티에 주파수를 내보낸 누군가들에 대해 판단하기 시작했다. 우리보고 가만히 있으라는 소리는 얌전히 앉아서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거나 혹은.

'죽으라는 소리.'


소녀가 내뱉은 욕지기가 맞아 떨어졌다. 미토는 입술을 꽉 깨물며 엄브렐라란 다국적 대기업에 엿 먹으라며 속으로 실컷 저주를 퍼부었다.


'녀석들. 대체 무슨 짓을 벌이려는 것이지?'


미토는 자신들을 해외기업연수라며 이곳으로 보내놓고선 내팽개쳐놓은 엄브렐라의 높으신 분들과 못 본척 회사의 중요자산만 빼돌리고 도망친 자들, 그리고 이상한 방송을 내보낸 자들의 관계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며 걸음을 서둘렀다. 그러다 문득 자신이 도쿄시민도서관에서 읽게된 책의 내용을 떠올리며 경악했다.


'일반적으로 바이오하자드 사태가 일어난 도시, 혹은 마을이나 그 주변, 심지어 바이오하자드의  숙주나, 전염매개체로 추정되는 생명체가 살고 있는 지역은...'


"대규모 방역작업에 들어간다..."


대규모 방역. 미토는 이 대규모 방역이란 단어가 마음에 걸렸다. 일반적인 조류바이러스나, 특수한 바이러스의 경우는 고작해야 어설픈 연구원들이 어설프게 개발한 백신이나, 방역제 따위를 써서 죽인다. 허나. 만약 그 병이 일반적인 바이러스가 아니라 특수하게, 매우 특수하게 죽은 자를 되살리고, 사람을 공격하는 괴생명체들을 탄생시키는 바이러스라면? 그럼 어떻게 하지? 게다가 중소규모의 도시가 완전히 통제불가능 상태가 되었고, 다른 지역으로의 전염 가능성이 높다면? 그렇다면?


"............"


미토는 불안한 얼굴이 되어 조이스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미토의 불안한 얼굴을 바라본 픽시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며 미토의 옷자락을 꽉 움켜잡았다. 그녀는 울상이 되어 자신을 바라보는 소녀를 뒤늦게 깨닫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억지웃음이었다.


"걱정마. 언니는 피곤해서 그래. 빨리 내려가자. 우리도 여기서 빨리 도망가야지?"


".....네."


.....나쁜 놈들. 이런 귀여운 소녀까지도 모조리 죽여버리겠다는 것이냐!!






[XX시, XX분, 백악관 브리핑실]


"방법은 없는 것인가?"


"죄송합니다. 허나 라쿤시티와 같은 특수한 케이스는 이제껏 발견된 적도, 예상된 적도 없습니다. 생물무기 하나로 이런 끔찍한 사례가 발생한 케이스는 여태껏..."


"하지만 그 도시는 천명도, 만명도 아니네. 여태껏 미군이 겪어온 생물학 무기 재해(바이오하자드)지역과는 너무도 다르네. 천명? 흐. 그 정도 숫자라면 내가 지옥불에 떨어지는 한이 있어도 군대 파견이나 방역작업 명령을 내리겠네. 하지만 라쿤시티는..."


자그마치 10만이야! 10만!! 통계된 생존자 수만 10만!!!

대통령은 자신에게 생물학 무기의 무서움을 새삼 일깨워주는 라쿤시티의 참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는 1급 기밀 문서들을 땅바닥에 거칠게 내치며 젊은 보좌관에게 분노를 드러냈다. 세상 어느 지도자가 자기 국민들이 사는 나라에 목숨을 보장하기 위해 인류가 만들어낸 최악의 무기를 투하하라고 지시를 하겠는가?


"젠장!"


"....사태를 어떻게든 억제하려 해본 엄브렐라 코퍼레이션(엄브렐라 사)도 두손, 두발 다 들어버렸습니다. 현재 그들은 중요 샘플과, 중요 인사들, 중요 약품들만 라쿤시티에서 쏙쏙 뺀채 라쿤시티를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그들은 저희 미합중국 정부가 방역작업을 시작한다면 성심성의껏 돕겠다며..."


---쾅


"성심 성의껏? X랄하고 있네!! 이 지옥에 떨어질 자식들. 제놈들이 만든 무기때문에 죄없는 시민들이 몰살당했는데? 뭐? 방역작업을 열심히 돕겠다고!!"


"하지만 대통령 각하. 그들의 산업지배력과 자본력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만약 그들의 심기를 거스른다면 그들은 우리의 나스닥 주식을 가지고 더욱 심각한 장난을 칠지도......"


".....72시간 내로.  결정..."


대통령은 몸을 부르르 떨며 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곤 이번 바이오하자드 사태를 일으킨 엄브렐라에 대해 끊임없이 분노를 토해냈다. 지금은 대선기간과 사태의 심각함, 네놈들의 자본때문에 물러나겠다. 하지만...


"대통령권한으로 CIA 요원을 파견하는 한이 있어도 반드시 네놈들은..."


박살낼 것이다. 대통령은 이를 빠득빠득 갈며 오래된 50년대식 전화기의 수화기를 얼굴에 가져다댔다. 그 전화기는 미국이 소비에트 연방을 상대하기 위해 열심히 만들었던 전략핵과 전술핵을 담당하는 미군사령부로 통하는 직통연결전화였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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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엔젤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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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제일 무서운 존재는 사람이지...좀비보다도 사람이 제일 무서워...어찌하여 저런 병기를 만들

었을까...ㅜㅅ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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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버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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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늦게 봤네요. 후우....--;; 그건 그렇고 이제 핵폭탄입니까.... 생존자들은 죽어라고 본진방어 했는데 정부에서는 그냥 핵 날리는군요. (뉴클리어 런치 디텍티드. --;;;) 저도 빨리 탈출해야 할 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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