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날개 2화-여신 강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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촤아아아-
한차례 바람이 불어오며 숲의 생물들을 어루만져주고 지나간다. 그런 바람에게 화답이라도 하듯, 동물들의 울음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짹, 째짹짹.
높은 나뭇가지 위에서 쉬고 있던 이름 모를 산새의 울음소리.
찌찌찍.
먹이를 찾아 돌아다니다가 바람이 불어오자 고개를 쳐들고 찍찍거리는 다람쥐.
부스럭.
풀 속에서 고개를 빼꼼이 내밀었다가 많은 사람들을 보고는 놀라서 고개를 빼고 반대편으로 달아나는 토끼 등. 각가지의 동물들이 숲속에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건…….
“와아. 나도 만나서 반가워.”
푸드득!
“그래, 너도 만나서 기뻐.”
어째서인지 몰라도 동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베르단디였다. 지금 그녀는 사슴의 등 위에 앉아서 양손에는 산새들을, 어깨와 머리 위에는 다람쥐나 원숭이 등이 올라타 있었다. 그리고 그런 사슴의 양옆으로는 노루나 토끼, 곰 등이 사슴과 보폭을 맞추며 천천히 걸어 다녔다. 전부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의 동물들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원래 베르단디에게 길들여진 양 행동하니 보고 있던 사람들로서는 당혹스러운 상황일 수밖에 없었다. 린드는 언제든지 베르단디를 지킬 수 있는 거리를 유지하며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옆에서 어떤 바보 같은 시종 하나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성녀께선 혹시……비스트 마스터(Beast Master-동물을 길들여 전투 수단으로 사용하는 직업)?”
그럴 리가 없잖아…….
사절단 일행이 지나고 있는 이 숲은 수도 로스트에서 일주일 거리에 위치한 로미아의 숲이라는 곳으로 제국으로 가는 길에 위치해 있었는데 사절단이 빠른 시일 내로 제국으로 복귀하려면 반드시 지나쳐야 하는 곳이었다. 로미아의 숲에는 조그마한 소로(小路)가 나있는데 사람이 다니기 충분한 길은 오직 이 소로뿐이었다.
“아핫, 간지러워.”
자신의 볼을 비벼대는 노루를 살포시 안아주며 베르단디는 방긋 미소지었다. 사절단 일행이 보기에 이제야 베르단디가 13살 또래의 여아로 보였다. 그동안은 어른스러운 행동 덕분에 도저히 그 나이 또래가 아닌 20살을 넘은 아가씨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하긴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남을 위할 줄 알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에게 성녀로 불리는 것이겠지만. 표정의 변화를 거의 드러내지 않는 린드도 베르단디의 모습에 오랜만에 미소를 지었다.
린드의 머리에 13년 전 그녀의 호위 기사가 되었을 때의 일들이 떠올랐다.
“하아앗!”
스파아앗!
사람 키만한 배틀 엑스가 엄청난 위력을 머금고 휘둘러졌다. 마족은 창을 들어 배틀 엑스를 막으려 했지만 배틀 엑스는 앞을 가로막는 무기와 함께 마족을 갈라버렸다. 이에 마족은 외마디 비명을 남기고는 명을 달리할 수밖에 없었다.
“죽어라! 빌어먹을 신족 놈들!”
1급 마족 두 명이 린드 하나를 노리고 왼손에는 각각 번개와 얼음을, 오른손에는 창과 검을 든 채로 쇄도해왔다.
오른쪽에서 접근한 창을 든 금발머리의 마족은 왼손에 생성한 불꽃을 린드의 발밑으로 힘차게 던지며 오른손에 든 창을 빠르게 연속으로 찔렀다. 발밑에서 터진다면 어디로든 피할 수밖에 없다 판단하고는 창을 린드가 피할 수 있는 좌, 우 , 위쪽을 빠르게 공격한 것이다.
린드의 왼쪽에서 접근한 흑발의 마족은 그녀의 뒤로 돌아가서 왼손에 모은 극음(極陰)의 마기를 넓게 퍼트려 린드의 움직임을 저하시키려했다. 옛날부터 뇌기와 음기는 신체의 움직임을 저하시키는 부가 효과가 있었다.
검을 든 마족은 마기를 날린 뒤, 왼쪽 하단에서부터 오른쪽 상단까지 길게 검을 휘둘렀다. 린드가 피할 수 있는 대부분의 범위를 포함한 공격이었다. 두 마족은 전부터 함께 싸워왔는지 생각보다 호흡이 잘 맞았다.
린드는 금발머리의 마족의 예상대로 발밑에서 불꽃이 폭발하자 가볍게 공중으로 뛰어오르려 했다. 그런데 뒤에서부터 음기가 느껴지더니 자신의 행동을 제약하려 했다. 자신을 향해 달려오던 마족은 둘, 그러면 뒤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왼쪽에서 접근해오던 마족의 공격임이 분명했다. 둘은 서로 협공을 하면서 쉽게 빠져나가지 못할 공격의 그물을 펼친 것이다. 앞에서는 피할 곳을 선점한 채, 찔러오고 뒤에서는 창이 커버하지 못하는 나머지 공간을 가르며 다가오고 있었다.
곤란하군. 우선은 몸을 뒤로 빼며 린드는 가까이 접근한 창을 들고 있는 배틀 엑스로 가볍게 쳐내고는 몸을 회전시키며 배틀 엑스를 길게 휘둘렀다. 배틀 엑스의 궤적 안에는 검을 들고 있는 마족의 몸이 포함되어 있었다.
카캉!
무기와 무기가 부딪치며 불꽃이 튀었다. 검을 든 마족은 피하지 않고 힘 대결을 함으로써 창을 든 마족에게 공격의 기회를 주려고 한 것이다.
꿈틀.
린드는 그의 의도를 알고는 가볍게 이마를 찡그렸다.
감히…….
“날 너무 무시하는군.”
린드는 양손으로 들고 있던 배틀 엑스를 오른손으로 바꿔 들며 왼손에 힘을 모은 뒤 그대로 도끼에 휘둘렀다.
쩌저저정!
“크윽!”
그 힘에 의해서 검은 박살이 났고 검을 들고 있던 마족은 간신히 피해서 치명상은 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함부로 전투에 참여할 만큼 가벼운 상처도 아니었다.
그래도 공격할 시간은 벌었다. 이걸로 충분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검을 든 마족은 창을 든 마족에게 시선을 던졌다. 린드가 쳐냈던 창은 어느새 그녀의 머리를 노리고 바로 뒤까지 접근해 있는 상황이었다. 린드는 그런 상황에서 몸을 앞으로 숙이며 외쳤다.
“쿨 민트! 쿨 앤-드 아이스 블레이드!”
슈화아아악!!!
쩌저저저적!
창을 내뻗었던 마족은 그대로 얼음에 의해 동상이 되어버렸다. 린드의 등에서는 외날개의 천사가 공격을 마치고 흐릿하게 사라지고 있었다. 린드는 숙였던 몸을 튕기며 앞으로 달려가 좀 전에 부상을 입혔던 마족에게 제차 공격을 퍼부었다.
스파팟! 츠카카칵!
"크아악!“
어떻게든 벗어나보려던 노력도 얼마 안가서 결국 마족은 힘이 다해 쓰러지고 말았다.
“후우….”
잠시간의 휴식. 그리고….
파아앙!
공기가 터지는 소리가 나며 린드는 그 자리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잠시 후 린드가 나타난 곳은 마족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최전방이었다.
“막아라! 무봉대(武封隊), 뭐하고 있나! 무기를 빼앗아라! 신계에서 원로 다음이라는 린드를 제거하면 우리의 승리나 다름없다!”
무봉대는 무력을[武] 봉쇄하는[封] 결사대[隊]를 뜻하는 말로써 린드를 저지하기 위해 마계에서 특별히 만들게 된 곳이었다.
그들의 임무는 상위 무력을 지닌 신족들의 행동을 제약하거나 지닌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목숨으로 막는 역할이었다. 아무리 최강의 린드라도 배틀 엑스가 없으면 지닌바 무력의 반도 사용하지 못할 거라 생각한 것이다.
“하아압!”
“죽어라!”
왼쪽에서 찔러 들어오는 검을 손잡이 부분으로 아래로 쳐낸다.
카앙!
“크윽!”
손잡이가 아래로 내려가자 배틀 엑스의 날 부분이 위로 향하게 되었고, 이내 머리 위에서 떨어져 내리던 공격이 배틀 엑스에 막혔다.
따당!
그대로 들어올려진 배틀 엑스를 내리찍어 정면으로 공격해오던 마족을 저지시킨 후, 오른쪽으로 배틀 엑스를 크게 휘둘렀다.
촤라라락! 촤촤촥!
배틀 엑스를 휘둘러 생긴 틈 사이로 뛰어들려던 찰나, 사방에서 사슬들이 날아왔다. 봉쇄(封鎖)의 술법(術法)이었다.
-깃들어라. 수호하라. 정령이여. 나를 지키는 철벽이 되어라.
채채챙! 차라라라라랑!
린드의 주위로 빛의 장막이 생겨나 날아오던 사슬들을 모조리 튕겨내 버렸다. 그런데 빛의 장막은 단지 공격을 막기만 한 것이 아닌 것 같았다.
“크아아악!”
“커헉!”
“으아악!”
사방에서 봉쇄의 술법을 사용한 마족들이 피를 뿜어내며 나가떨어졌던 것이다.
“하아압!”
콰차창!
쩌저저저정!
투콰콰콰쾅!
술법이 무효화되자 다시 무봉대가 달려들었다. 좀 전과는 달리 정말 죽기 살기로 달려드니 함부로 떨쳐낼 수도 없었다.
정면으로 찔러들어오는 창을 배틀 엑스의 날로 막고 손잡이 부분으로 왼쪽에서 다가오는 검을 쳐낸다. 허공으로 한바퀴 회전시켜 두어개의 무기를 떨쳐내고 창대를 허리로 휘감아 주위를 한바퀴 휩쓴다. 그 모든 동작이 철저한 훈련에 의한 결과였고 그녀의 땀과 노력의 산물이었다. 사방에 무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난무하고 고함소리와 비명소리가 세상을 울리는 가운에 그녀만이 오롯이 빛나보이는 착각마저 들었다.
이렇게 상대하기에는 수가 너무 많아. 힘을 조금만 더 드러내야 될 것 같군.
-이곳에 깃들어 나와 함께할지니.
슈화아아악.
린드의 배틀 엑스에 성스러운 기운이 깃든다. 이것이 홀리 인첸트(Holy Enchant).
-가속하라. 내달려라. 나와 함께 천지를 내달리는 빛이 되리.
휘류류류류.
한줄기 빛이 린드의 몸을 휘감고 지나갔다. 이제 린드의 모습은 무기와 몸에 은은한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겁먹지 마라! 정신 똑바로 안차려, 이 새끼들!”
지휘관의 호통에 주춤거리던 무봉대를 선두로 마족들이 다시 린드에게 공격을 시도했다.
살짝 반개하고 있던 눈을 번쩍 뜨며 린드는 가볍게 대지를 박찼다.
투콰콱!
단지 가볍게 박찬 것만으로 그녀가 지나가는 길에 거대한 충격파가 생겨버린다.
말도 안돼.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모든 마족들이 린드의 움직임에 얼이 빠져버릴 지경이었다. 도저히 자신들로는 감당할 수 없는 속도. 과연 신족 최강의 무장(武裝). 역시 특무한정은 차원이 달랐다.
스파파파팟! 츠카카카카칵! 츠츠팟!
무언가 부딪치고 갈리는 소리가 난 후, 린드가 지나가는 길에 있던 마족들이 날카로운 무언가에 난도질당한 상태로 땅에 몸을 뉘었다. 그걸 바라보는 마족들은 모골이 송연해졌다. 그 공포에 부채질은 한 것은 린드의 배틀 엑스였다. 방금 저것이 마족들을 죽인 무기라면 어째서 피가 한 방울도 묻어 있지 않은 것일까. 사기는 이미 바닥을 기고 있는 상황. 거의 전의를 상실해가던 그때.
-폭염지옥(暴炎地獄)!
린드의 발밑에서 모든 걸 태워버릴 듯한 강렬한 화염이 솟구쳐 올랐다. 뒤로 점프해 가볍게 피해낸 린드. 하지만 폭염지옥은 한번으로 끝난 게 아니었다.
푸확! 푸푸확!
린드가 착지한 자리마다 화염이 솟구쳐 오르며 그녀를 태워버리려 했다.
-번개소환!
우르르릉!
하늘이 울었다. 그래고 대지에 내리꽂히는 보랏빛 번개.
쾅! 쾅! 쾅! 쾅!
푸화확! 푸확! 푸푸확!
계속해서 떨어지는 번개와 솟구치는 화염에 이리저리 피하던 린드는 결국 번개 하나를 피하지 못하고 들고 있던 배틀 엑스를 놓쳐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 순간을 기해 공격도 멎었다.
“정말 애먹게 하는군.”
“그러게 말입니다. 역시 전투부라 다른가?”
바로 머리 위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린드는 고개를 들어올렸다. 린드의 위에는 두명의 마족이 떠있었는데 한 마족은 웨이브 진 금발에 검은색의 옷을 걸쳐 입은 자였고 또 한명의 마족은 회색이라기보다는 은발에 가까운 머리색에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있었는데 둘을 확실히 구분하는 건 이마에 새겨진 무늬였다. 금발의 여자는 이마에 역[逆] 팔자[八]가 새겨져 있었고 은발의 여자는 이마에 육망성모양의 별이 새겨져 있었다.
“마라 님! 힐드 님!”
금발의 마족이 마라, 은발의 마족이 힐드였다. 마라는 1급 비한정마였고 힐드는 대마계장이었다. 즉, 마라는 재껴두고서라도 힐드는 거대한 전력이었다!
“이봐! 멋대로 재껴두지마!”
“마라. 누구랑 대화하는 거지?”
“핫! 죄송합니다. 힐드 님.”
대마계장(大魔界長) 힐드. 거대한 마계의 지도자였다. 그녀가 지닌 힘은 행성 하나는 가볍게 초토화 시킬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해서 평소에도 힘을 제한하는 제어장치를 몸에서 때어놓지 않고 있었는데 오늘도 마찬가지로 몸에 제어장치를 차고 있었다. 틀어 올린 머리를 고정하고 있는 머리띠와 비슷한 것, 양 손목과 양 발목에 채워져 있는 것도 죄다 제어장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급마정도는 가볍게 제압할 무력을 지닌 절대의 존재.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런 존재는 함부로 존제의 계를 벗어날 수 없는 게 당연한 이치. 그렇다면 어떻게 힐드가 이곳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간단했다. 지금 이곳에 존재하고 있는 힐드는 원래의 십분의 일정도의 분신체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모자라 분신체가 제어장치를 몇 개씩이나 차고도 엄청난 위력의 번개를 쉬지 않고 떨어뜨렸다.
단순히 이것 하나만 보아도 본래의 힐드가 얼마나 강한 힘을 소유하고 있는지 확실히 알게 해주는 모습이었다. 이런 힐드를 상대할 수 있는 존재는 천신(天神)이라 칭하는 존재 하나 뿐.
“린드. 참 재밌게 뛰어 놀던데?”
말투는 가벼웠지만 그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하지만 말이야…….”
파지지직!
힐드의 손끝에 모이는 강렬한 뇌전.
“더 이상 놔두면 피해가 커질 것 같아서 말이야.”
서서히 하늘로 올라가는 손. 그 손이 하늘로 향했을 때, 힐드는 마저 말을 이었다.
“이만 여기서 죽어줘야겠어.”
콰르르릉!
말이 떨어지자마자 힐드의 손이 땅으로 떨어지며 린드에게 거대한 뇌전이 떨어져 내렸다.
거대한 흑먼지가 일대에 자욱하게 솟아오르며 모두의 시야를 가렸지만 그들은 린드가 이번 일격으로 죽었을 거라 확신하고 있었다. 그것은 절대 깨질리 없는 확고 부등한 믿음. 때문에 그들은 확인하지도 않고 나머지 신족들을 제거하러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
휘유우우우우.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
린드는 그 자리에서 예의 빛의 장벽을 펼친 채, 굳건히 서있었다.
“거 참, 산뜻하게 포기를 못하네. 무기도 없이 뭘 어쩌시려고?”
린드는 빛의 장막을 걷어내며 의문을 표했다.
“무기?”
저 멀리 떨어진 자신의 배틀 엑스를 힐끗 바라보고는 이내 다시 말을 이었다.
“너희들은 착각하고 있다. 그건 무기가 아니라 안전장치다.”
“안전장치?”
“저걸 사용하고 있는 한. 너희들의 생명은 최대한 보장됐으나…….”
팽글!
흠칫!
린드가 자세를 낮추며 몸을 한번 도는 순간, 어느새 린드는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다른 마족들은 모두 린드의 모습을 놓쳤지만 힐드만은 겨우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피했다.
콰앙!
“크헉!”
“힐드 님!”
튕겨져 나가는 힐드를 마라가 간신히 붙잡았다. 방금 전의 일격이 얼마나 강했는지 힐드의 옷이 너덜너덜해졌다. 힐드가 자세를 바로잡으며 말했다.
“한방 먹었군….”
설마 이정도일 줄은 몰랐는걸.
“제대로 보고서 피했다……생각했는데 말이야.”
린드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것이 바로 소문 자자한 진정한 힘을 나타내는 ‘황금의 눈동자’인가….”
짙은 푸른색이었던 린드의 눈은 어느새 황금색으로 물들어있었다. 배틀 엑스가 안정장치였다는 말은 아무래도 사실이었던 모양이다.
“별 수 없지. 예정에선 약간 벗어나지만 50%쯤 본 파워를 내볼까?”
고오오오.
둘의 기운에 대기에 바람이 휘몰아쳤다. 긴장감은 점점 높아지고 둘이 곧 격돌하려는 찰나.
흠칫!
힐드는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거대한 기운들을 느끼며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저들이 합류하면 이번의 습격은 실패로 돌아가게 된다. 그전에 최강의 무력을 지닌 린드라도 없애고 싶었건만…….
“쳇, 마족을은 들어라! 전원…….”
모든 마족들의 시선이 힐드에게 모인다. 그들은 원하고 있었다. 전원 총공격이라는 한마디를…….
“알아서 퇴각!”
휘리리릭!
그리고는 자신 먼저 내빼버린다. 잠시 멍하니 있던 마족들은 이내 사태 파악이 빠른 마족부터 하나둘씩 허둥거리며 자리를 벗어났다. 그들도 슬슬 느낀 것이다. 지금 다가오는 이들이 신족의 지원군임을. 어찌됐건 먼저 그들을 공격한건 마족들이니까.
한순간에 마족들이 득시글하던 신계는 이내 황량한 벌판이 되었다. 잠시 굳어있던 린드도 이내 힘을 풀고는 자신의 배틀 엑스를 다시 주워들었다.
“모두 도망쳤나.”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천신을 위시한 신계의 원로들 반 이상이 와있었다.
“그렇습니다.”
“으음…….”
주위는 온통 마족과 신족의 시체 뿐. 어느 한쪽의 우세라 할 수 없는 양쪽이 비슷한 피해만 입고 끝난 전쟁이었다.
“수고했다. 린드. 이만 복귀해라.”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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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파트는 잠시 린드의 얘기를 넣어 봤습니다. 다음편도 린드의 얘기가 이어질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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