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HAZARD - Another Survivor : 지옥의 외인들(지옥의 사람들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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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으으으으으으....”
“아아아아아아.”
“흐이.......”
“.......”
지독한 놈들. 조이스 에이딘[여신지기]은 질렸다는 얼굴로 창문으로부터 멀어졌다. 얼굴을 내밀고 필사적으로 자신의 잘생긴 얼굴(?)을 잡아보기 위해 손을 휘젓는 수십이 넘는 좀비군중을 본 그는 불안감과 화를 쉽사리 떨칠 수 없었다. 호텔 ‘러시야마토슈카(어머니 러시아)’의 주인 예멜[베이더경]은 저것들을 보고 일일이 화를 내면 몸 상한다며 조용히 쉬면서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지만 조이스의 생각은 달랐다.
“경계만 한다고 이 상황이 변할까요?”
“...물론 그건 아니죠.”
조이스의 물음에 예멜은 자신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 예멜의 손에는 레밍턴 샷건이 들려 있었다. 예멜은 피곤한 눈을 벅벅 비비며 바로 옆에 쌓인 피자 상자중 하나로 손을 가져갔다. 기름기로 언덕만 해진 배가 그는 피자를 굉장히 좋아하는 러시아인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조명탄이라면 30번도 더 쏴봤어요. 방금 전에 쏘아 올렸던 불꽃이 마지막이라고요. 예멜. 이렇게 죽치고 버틴다고 방법이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도 더 쏘아 올려야죠. 조명탄은 없으니. 마룻바닥에 숨겨놓은 보드카들로 옥상에서 캠프파이어를 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거요. 그렇게만 하면 지나가던 엄브렐라사의 헬기들이 당신들을 발견할지도..”
“젠장! 어제 그들이 하는 행동을 봤잖아요. 그들은 저들 같은 관광객들은 신경 쓰지도 않는다고요. 회사의 명령 때문에 시찰을 온 저들은 물론이고. 엄브렐라의 하급사원들에 불과한 나, 이곳의 토박이인 당신도!”
지난밤에 이 근처를 지나가던 헬기에게 그들이 살아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일행들이 옥상으로 올라와 얼마 남지 않은 조명탄들을 쏘아 올렸다. 소리를 못 들었나 싶어서 공포탄까지 쏘며 헬기의 시선을 유도했지만 헬기들은 그들을 무시하고 저 커다란 엄브렐라사의 빌딩들로 움직였을 뿐이었다. 그들은 회사의 자산을 보호하길 바랄 뿐이지 회사의 명령 때문에 각국에서 몰려온 여행객들은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어쩌면 내심 이 도시의 생물재해를 알고 있는 모든 이들이 죽기를 바라는지도 몰랐다.
“.......그래도 희망을 걸고 기다립시다. 운 좋으면 군대에서 나설지도.”
“라쿤시티에서 군대까지 자그마치 워싱턴과 잭슨빌거리라는 것은 알고 있겠지? 게다가 이런 조그만 소도시와 연결이 안 된다고 해서 이상하게 여길 마을들은 하나도 없어.”
“즉 우리는 지옥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단 말이오. 알겠소?”
“..........”
일리 있는. 아니 현실을 정확히 꼬집은 조이스의 설명에 예멜은 묵묵히 피자를 씹어 먹으며 무언의 긍정을 표했다. 예멜은 인정하기 싫지만 자신과 조카, 관광객들에게 닥친 현실을 인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멜은 우물물 씹으며 남아있는 몇조각들중 하나를 그에게 권유하였다. 조이스가 글록권총을 들고 있지 않은 오른손으로 받아먹으며 말했다.
“여길 탈출합시다. 도로는 완전히 통제되었으니까. 차량을 이용한 돌파는 어림도 없습니다. 이곳 다운타운[시외곽]보다는 업타운[시내]쪽이 더 뚫려 있고, 안전하고, 돌파구도 많으니 거기까지 가면 어떻게든 방법이 나올 것이오. 경계 지점에 위치한 켄도씨의 총포상에 들려서 무장을 한 뒤. 업타운에는 라쿤경찰서도 있잖소?”
“하지만! 그곳은 중심부요. 골목길들이 거미줄처럼[외곽도 만만치 않으나.]이어져 있고, 이미 경찰서도 침묵을 유지하고 있잖소. 그렇다는 것은 중심부도 좀비들에게 점령되었다는 소리 아니오? 그리고 외곽이 아니라 업타운이라니? 말도 안 돼는 어불성설이오. 도시를 빠져나가려면 이 근처에서 탈출할 생각을 해야지! 업타운이라니? 절대 반대요.”
“예멜씨. 내가 가져온 이 업타운의 도시를 잘 보시오. 혹시 몰라서 예전에 근처 소화전을 점검할 때 붙였던 것을 떼어놔서 복사한 것이오.”
쿵쾅. 차라라락.
조이는 탁자위에 도미노처럼 쌓아올려진 피자판들을 옆으로 모조리 치워버리며 길쭉하고 커다란 지도를 하나 펼쳤다. 그가 챙겨왔다는 업타운의 지도였다. 이것에는 미국으로 건너와 이곳에서 호텔을 운영하며 오랫동안 살아온 예멜도 잘 모르는 지하도와 출구등 다양한 장소들과 라쿤경찰서로 향하는 길, 소방서로 가는 길. 심지어 병원으로 통하는 길 등 다양한 장소와 다양한 곳으로 움직일 수 있는 방법들은 한 눈에 발라 볼 수 있게 설계되어 있었다. 누가 남겨 놓은 것인지 몰라도 정말 좋은 물품이었다.
“좋소. 당신의 계획이 어떻소? 일단 이 곳 도로와 고속도로. 그리고 좁은 도로들은 전부 사고나 혹은 엄브렐라사가 설치한 펜스(방어기구들)로 인해 완전히 가로 막혔소. 지하철이나 전철을 통해 돌파하는 방법도 있겠지만...정비사도 없는 상황에서 그건 좀 무리겠지? 물론 지하도는 이미 펜스와 좀비들로 막혀버렸겠지만.”
예멜이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며 말했다. 실제로 상황은 조이스가 무작정 대놓고 말하는 듯 한 탈출이란 단어를 전혀 불가능하게끔 만들고 있었다. 20만 명 중 수많은 이들이 좀비가 되어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는 것은 물론이오. 생물재해와 감염된 생존자들의 탈출을 막는답시고 엄브렐라사가 세워둔 펜스들 때문이었다. 화력을 집중해서 괴물들을 쓸어버려야 하는데도 생존자들을 위해서라며 도시 곳곳에 화약들을 방치해둔 경찰서의 안일한 대책도 생존자들에게는 치명적인 생존 실패의 요인이 되고 있었다. 이런저런 복합적인 상황들은 탈출이란 단어를 더욱 불가능하게끔 만들고 있었다.
“이래선 어림도 없어. 결국 우리에게 주어진 길은 단 하나. 식량이 떨어질때까지 버티는 것 뿐이오.”
“아니오! 방법은 있소.”
“없다니까!”
“있어요! 내 말을 차근차근 잘 들어봐요.”
“.......”
예멜과 조이스의 언성이 서로 높아지다가 결국은 조이스가 자신이 챙겨온 지도위를 주먹으로 내리침으로써 예멜의 반론은 조용해졌다. 예멜이 조용해지자 조이스가 한숨을 내쉬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그는 약 10분에 걸쳐서 그가 생각해둔 방법들과 만약을 위한 대처방법들, 그리고 기타 여러 가지 탈출에 도움이 될법한 것들과 구조물에 대해서 입을 열었다. 조이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터져 나올 때마다 예멜의 얼굴에는 희망과 어두움이 여러 차례 교차했지만 그의 말이 꼭 실현 불가능한 것 같지는 않았다. 어차피 이런 곳에서 죽을 바에는 모두들 생존을 위해서 발한자국이라도 움직이는 편이 훨씬 더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그의 계획이 좀 더 실현적이라고 속삭였을지도 모르지만 예멜의 귀에는 그의 계획은 실현 가능적이었다.
“...자신 있는 것인가?”
“자신이 있는 것보다는. 어느 누구도 내버려두고 도망칠 생각은 없습니다.”
“훗. 말 하나는 잘 하는군 조이스 에이딘.”
“그러는 당신이야말로 귀가 상당히 얇군요. 어쨌든 당장 짐을 싸서 저놈들이 힘이 빠질 때까지 쭉 진치고 앉아 있다가 움직이도록 하죠.”
조이스가 가리킨 창밖에는 귀곡성을 내며 자신들의 얼굴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이성을 잃은 그것들이 떼거지로 몰려 있었다. 수십 분을 그렇게 서 있다가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먹잇감을 찾으러 가는 좀비들도 있었지만 어떤 것들은 힘이 빠졌는지 바닥에 누워서 잠을 자듯 조용한 것들도 있었다. 저것들이 죽었다 다시 살아나기는 하지만 역시 생물은 생물임에 틀림없었다. 저것들도 죽일 수 있고, 분명히 힘이 빠지면 전투력은 상실하는 것 같았다.
“분명 계획도 좋고. 따라갈 가치는 있네. 아니 반드시 그래야만 생존가능성은 훨씬 더 높아지지. 허나 나는 자네를 따라가기 싫으네.”
“아니 왜요? 예멜. 여기 있다가는 결국 죽고 맙니다. 벌써 대문이 돌파 당했던 적이 4번이나 있지 않습니까? 여기 남아 있는 사람들도 버티기에는 화력도 조금 모자랍니다. 저와 켄도씨의 총포상으로 가서 화력도 보충해야 하고....또.”
“......”
조이는 방금 전까지 자신을 지지하던 예멜이 갑자기 뒤로 빠지겠다고 선언하자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예멜은 굳은 얼굴로 피자를 묵묵히 씹어 먹으며 그의 말을 들을 뿐이었다. 왜일까? 조이는 더더욱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이 되어 그에게 몇 가지 묻기로 했다.
“죽고 싶은 것입니까?”
“아니.”
“그럼 헬기가 올거라고 생각하시는 것입니까?”
“아니.”
“그럼 도대체 뭐에요?”
“글쎄. 단지 떠나기 싫어서랄까?”
“........”
조이는 어이가 없었다. 떠나기 싫어서라고?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것인가? 조이는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예멜을 계속 추궁하고 설득하려 노력했다.
“억지 부리면 안 됩니다. 이 기회를 놓치면 당신은 죽고 말겁니다.”
“상관없어. 어차피 한번 죽는 인생인데. 저런 것들이 되지 않고 죽는다면야 무슨 상관이 있겠어?”
“...........”
예멜은 조이에게 왜 자신이 여기에 남고 싶어 하는지 그 속사정을 하나하나 털어놓기 시작했다. 언젠가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서 미리 잉크 타자기로 열심히 타이핑 해놓은 자신의 10년간의 일기장을 그에게 넘겨주면서....
[호텔 로비.]
쿵~쿵~쿵~쿵~
“우어어어어어어.”
“우으. 겁나게 시끄러워.”
미토[카렌밥]는 이제 한발밖에 남지 않은 탄환이 들어 있는 베레타권총을 조용히 들어올려 정문을 겨누었다. 저것들이 총공세를 퍼붓기로 결정이라도 했는지 모두들 합심해서 미친 듯이 정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었다. 종업원들이 난감하다는 얼굴이 되어서 권총을 미토가 겨눈 곳으로 겨누었다. 흑색 단발과 조금 꽉 끼는 바이크 라이더들이 입는 옷을 입은 일본인 미토의 등에는 기다란 일본도가 흐트러짐 없이 꽉 매여져 있었다. 종업원들은 침을 꿀꺽 삼키며 전투준비를 끝마친 미토를 바라보곤 권총을 든 손에 힘을 주었다. 여기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면 죽는다는 사실을 지난번에 물어뜯어 먹힌 동료와 관광객들의 사례를 직접 눈으로 보고 깨달았던 것이다.
쿵. 쿵. 콰지직.
“우어어어어어.”
“온다. 이봐요 거기 당신 모두들한테 알려요!”
“아, 알겠습니다.”
미토가 1층 복도에서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를 간신히 진정시키고 있던 붉은색 제복차림의 종업원을 불렀다. 얼빠진 얼굴로 부서진 정문의 구멍으로 보이는 좀비들의 피투성이 손을 바라보던 남자 종업원이 어설픈 영어를 구사하는 일본인의 부탁에 고개를 끄덕이곤 2층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몇 명은 그가 다급하게 달려가면서 내는 나무 바닥이 부딪치는 소리를 듣고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알았는지 몇 명이 달려 나왔다.
“미토양 무슨 일이...”
“메인 뮐러![박현우] 좀비에요. 또 정문이 뚫리겠어요!”
“젠장! 이제 더 이상 막을 구조물들도 없는데!!”
“피아노는요?”
콰지지직.
미토가 피아노를 찾기가 무섭게 가까스로 형태를 유지하고 좀비들을 막아주던 정문이 무너졌다. 정문주위를 지탱하던 판자덩이들 또한 너덜너덜해지며 끝까지 좀비들의 행진을 막으려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좀비들은 나뭇조각들이 몸에 덕지덕지 붙고 피를 질질 흘리면서 느릿느릿 다가왔다. 몇몇 성급한 점원들이 들고 있던 총기들을 미친 듯이 난사하며 좀비들을 막으려 했지만 좀비들이 원하는 피의 광란이 멈출 리 없었다.
“젠장. 죽어라!”
탕-
미토가 들고 있던 마지막 베레타의 한발을 기다란 흑발을 가진 좀비에게 선사했다. 좀비는 이마가 퍽하며 피를 튀더니 쓰러졌다. 시체가 썩었는지 바이러스의 영향 때문이었는지 여자좀비의 몸에서 흐르는 피는 갓 터져 나온 신선한 피가 아닌 혈색이 누렇게 변해가는 피였다. 자세히 보니 여자의 몸 곳곳은 시퍼렇게 썩어가고 있었다. 미토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권총을 뒤쪽으로 던져놓고 등에서 카타나를 꺼내들었다. 스르륵하는 검신의 울부짖음과 함께 은빛을 머금은 일본도가 움직여졌다.
“미토! 네가 아무리 능력 뛰어난 검사라고 해도 저런 괴물들하고 맞짱 뜨는 것은 위험해! 빨리 뒤로 튀어!”
“뮐러씨.”
“뭐야?”
10대 후반치곤 ‘여자를 위해서’라며 야구방망이와 망치를 들고 다가온 뮐러를 향해 미토는 오른손을 가슴 위에 올렸다. 그리곤 그를 살짝 떠밀었다. 좀비들이 쳐들어왔다는 사실을 잊은 채 멍하니 미토의 외모를 감상하던 뮐러는 환하게 미소 짓는 미토를 바라보며 물어보았다. 미토는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뒤에서 지원이나 해줘요.”
“......알았어.”
탕탕타탕.
붉은 제복차림의 종업원들의 권총들이 불을 뿜었다. 그들은 로비를 바리케이드 삼아 몸을 최대한 숙이고 좀비들의 약점인 머리와 가슴 등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화약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좀비들은 선혈 혹은 썩어가는 피를 흩뿌리며 쓰러져갔다. 물론 인간보다 훨씬 체력이 좋아진 저 이성을 잃은 괴물들에게 고통 따위는 아무것도 아님에 틀림없었다.
우으으으으으으.
“죽어라!”
“윽!! 저 개자식 날 물었어.”
“아악. 살려줘!!”
죽였다고 생각한 쓰러진 좀비들이 안경을 쓴 종업원의 다리를 붙잡고 늘어지자 놀란 종업원은 발을 흔들며 그것들을 세차게 때어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것들은 기분 나쁜 귀곡성을 흘리며 그의 발을 와그작와그작 씹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그가 도움을 요청했지만 아무도 도울 엄두를 내지 못했다. 종업원을 조금씩 둘러싸는 수십 마리의 좀비들 때문이었다. 그를 구하러 나선 사람은 카타나를 미친듯이 휘두르는 미토 뿐이었다.
“죽어!”
서겅.
“우으으으...”
좀비 하나가 그녀가 휘두른 카타나로 인해 목에서 분수처럼 피를 흘렸다. 쏟아져 나온 피는 미토의 옷을 적셨지만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놀라는 기색 한번 표현하지 않았다. 피를 흘리면서도 느릿느릿 기어오는 좀비들은 그녀 바로 뒤에 서 있는 메인 뮐러가 맡았다. 뮐러는 망치를 바닥에 쓰러진 좀비의 머리에 내리치며 말했다.
“죽어라 이 자식들아!!”
“우으...”
그의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좀비는 신음소리를 흘리더니 털썩 쓰러져버렸다. 미토의 발목을 잡으려던 다른 한 마리는 그가 방망이를 휘두르자 몸을 부들부들 떨며 쓰러졌다. 머리에서 하얀 뇌수가 튄 정비공 복장의 좀비는 쓰러져서도 부들부들 떨었다. 미토는 뮐러를 한번 쳐다보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좀비 무리들로 뛰어들었다. 좀비들은 제 발로 뛰어오는 먹잇감을 놓치지 않기 위해 두 팔을 벌려 미토를 환영했다. 미토는 그들의 멋진 환영에 대한 화답으로.
“죽어라!”
스르르륵. 스르륵. 스겅.
“우으으으.....”
“아아아아아....”
낮은 신음소리를 내는 좀비들이 벌린 두 손목들은 잘려지기 시작했다. 미토는 카타나를 휘둘렀고 그때마다 손목들은 덜렁덜렁 흔들리며 좀비들의 팔에 가까스로 붙어 있거나 땅바닥에 떨어져 피를 흘렸다. 그것들은 약간의 고통이라도 겪었는지 신음성을 좀 더 크게 지르며 미토에게 달려들었지만 미토는 그것들을 향해 차가운 비웃음만 보내주었다.
“아직도 혼이 덜 났냐?”
“우으,...”
서거겅.
미토의 팔을 잡으려 안간힘을 쓰며 입을 벌리던 경찰복 좀비의 목을 일도양단해버리며 미토가 움직였다. 그녀의 움직임은 무림소설에서 나오는 것처럼 빠른 몸놀림은 아니었지만 일반인들보다 훨씬 발달한 체력을 과시하며 적들의 목을 하나, 둘씩 베어나가기 시작했다. 1,2년 얼치기로 배운 실력이 아니었다. 종업원들은 어느새 다 죽어버리고 한두 놈만 남은 좀비들을 보고 놀랍다는 눈으로 미토를 바라보았다. 미토는 땀으로 범벅이 된 피가 튄 얼굴을 옷소매로 닦으며 후후. 거친 숨을 내쉬었다. 바로 뒤에서 그녀를 보조해주던 몽둥이를 든 뮐러도 지친 얼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좋았어. 이틈에 서둘러 피아노를 가져다 놔! 빨리 정문을 막아야 돼.”
부서진 정문의 일은 이런 일에 익숙해진 종업원들의 차례였다. 종업원 4명이 침착하게, 하지만 재빨리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고 미토는 뮐러의 어깨를 수고했다며 툭툭 치며 계단을 오르려 했다. 그 때였다.
쨍그랑~
“사아아아아아아.....”
“뭐, 뭐야 저건!!”
3층으로 추정되는 방의 창문이 깨어지며 무언가 기괴한 것이 떨어져 내려왔다. 미토와 뮐러도 떨어진 그것을 보기 위해 뒤를 돌아보았다.
“아아아아아아.”
“흐이.......”
“.......”
지독한 놈들. 조이스 에이딘[여신지기]은 질렸다는 얼굴로 창문으로부터 멀어졌다. 얼굴을 내밀고 필사적으로 자신의 잘생긴 얼굴(?)을 잡아보기 위해 손을 휘젓는 수십이 넘는 좀비군중을 본 그는 불안감과 화를 쉽사리 떨칠 수 없었다. 호텔 ‘러시야마토슈카(어머니 러시아)’의 주인 예멜[베이더경]은 저것들을 보고 일일이 화를 내면 몸 상한다며 조용히 쉬면서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지만 조이스의 생각은 달랐다.
“경계만 한다고 이 상황이 변할까요?”
“...물론 그건 아니죠.”
조이스의 물음에 예멜은 자신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 예멜의 손에는 레밍턴 샷건이 들려 있었다. 예멜은 피곤한 눈을 벅벅 비비며 바로 옆에 쌓인 피자 상자중 하나로 손을 가져갔다. 기름기로 언덕만 해진 배가 그는 피자를 굉장히 좋아하는 러시아인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조명탄이라면 30번도 더 쏴봤어요. 방금 전에 쏘아 올렸던 불꽃이 마지막이라고요. 예멜. 이렇게 죽치고 버틴다고 방법이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도 더 쏘아 올려야죠. 조명탄은 없으니. 마룻바닥에 숨겨놓은 보드카들로 옥상에서 캠프파이어를 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거요. 그렇게만 하면 지나가던 엄브렐라사의 헬기들이 당신들을 발견할지도..”
“젠장! 어제 그들이 하는 행동을 봤잖아요. 그들은 저들 같은 관광객들은 신경 쓰지도 않는다고요. 회사의 명령 때문에 시찰을 온 저들은 물론이고. 엄브렐라의 하급사원들에 불과한 나, 이곳의 토박이인 당신도!”
지난밤에 이 근처를 지나가던 헬기에게 그들이 살아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일행들이 옥상으로 올라와 얼마 남지 않은 조명탄들을 쏘아 올렸다. 소리를 못 들었나 싶어서 공포탄까지 쏘며 헬기의 시선을 유도했지만 헬기들은 그들을 무시하고 저 커다란 엄브렐라사의 빌딩들로 움직였을 뿐이었다. 그들은 회사의 자산을 보호하길 바랄 뿐이지 회사의 명령 때문에 각국에서 몰려온 여행객들은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어쩌면 내심 이 도시의 생물재해를 알고 있는 모든 이들이 죽기를 바라는지도 몰랐다.
“.......그래도 희망을 걸고 기다립시다. 운 좋으면 군대에서 나설지도.”
“라쿤시티에서 군대까지 자그마치 워싱턴과 잭슨빌거리라는 것은 알고 있겠지? 게다가 이런 조그만 소도시와 연결이 안 된다고 해서 이상하게 여길 마을들은 하나도 없어.”
“즉 우리는 지옥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단 말이오. 알겠소?”
“..........”
일리 있는. 아니 현실을 정확히 꼬집은 조이스의 설명에 예멜은 묵묵히 피자를 씹어 먹으며 무언의 긍정을 표했다. 예멜은 인정하기 싫지만 자신과 조카, 관광객들에게 닥친 현실을 인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멜은 우물물 씹으며 남아있는 몇조각들중 하나를 그에게 권유하였다. 조이스가 글록권총을 들고 있지 않은 오른손으로 받아먹으며 말했다.
“여길 탈출합시다. 도로는 완전히 통제되었으니까. 차량을 이용한 돌파는 어림도 없습니다. 이곳 다운타운[시외곽]보다는 업타운[시내]쪽이 더 뚫려 있고, 안전하고, 돌파구도 많으니 거기까지 가면 어떻게든 방법이 나올 것이오. 경계 지점에 위치한 켄도씨의 총포상에 들려서 무장을 한 뒤. 업타운에는 라쿤경찰서도 있잖소?”
“하지만! 그곳은 중심부요. 골목길들이 거미줄처럼[외곽도 만만치 않으나.]이어져 있고, 이미 경찰서도 침묵을 유지하고 있잖소. 그렇다는 것은 중심부도 좀비들에게 점령되었다는 소리 아니오? 그리고 외곽이 아니라 업타운이라니? 말도 안 돼는 어불성설이오. 도시를 빠져나가려면 이 근처에서 탈출할 생각을 해야지! 업타운이라니? 절대 반대요.”
“예멜씨. 내가 가져온 이 업타운의 도시를 잘 보시오. 혹시 몰라서 예전에 근처 소화전을 점검할 때 붙였던 것을 떼어놔서 복사한 것이오.”
쿵쾅. 차라라락.
조이는 탁자위에 도미노처럼 쌓아올려진 피자판들을 옆으로 모조리 치워버리며 길쭉하고 커다란 지도를 하나 펼쳤다. 그가 챙겨왔다는 업타운의 지도였다. 이것에는 미국으로 건너와 이곳에서 호텔을 운영하며 오랫동안 살아온 예멜도 잘 모르는 지하도와 출구등 다양한 장소들과 라쿤경찰서로 향하는 길, 소방서로 가는 길. 심지어 병원으로 통하는 길 등 다양한 장소와 다양한 곳으로 움직일 수 있는 방법들은 한 눈에 발라 볼 수 있게 설계되어 있었다. 누가 남겨 놓은 것인지 몰라도 정말 좋은 물품이었다.
“좋소. 당신의 계획이 어떻소? 일단 이 곳 도로와 고속도로. 그리고 좁은 도로들은 전부 사고나 혹은 엄브렐라사가 설치한 펜스(방어기구들)로 인해 완전히 가로 막혔소. 지하철이나 전철을 통해 돌파하는 방법도 있겠지만...정비사도 없는 상황에서 그건 좀 무리겠지? 물론 지하도는 이미 펜스와 좀비들로 막혀버렸겠지만.”
예멜이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며 말했다. 실제로 상황은 조이스가 무작정 대놓고 말하는 듯 한 탈출이란 단어를 전혀 불가능하게끔 만들고 있었다. 20만 명 중 수많은 이들이 좀비가 되어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는 것은 물론이오. 생물재해와 감염된 생존자들의 탈출을 막는답시고 엄브렐라사가 세워둔 펜스들 때문이었다. 화력을 집중해서 괴물들을 쓸어버려야 하는데도 생존자들을 위해서라며 도시 곳곳에 화약들을 방치해둔 경찰서의 안일한 대책도 생존자들에게는 치명적인 생존 실패의 요인이 되고 있었다. 이런저런 복합적인 상황들은 탈출이란 단어를 더욱 불가능하게끔 만들고 있었다.
“이래선 어림도 없어. 결국 우리에게 주어진 길은 단 하나. 식량이 떨어질때까지 버티는 것 뿐이오.”
“아니오! 방법은 있소.”
“없다니까!”
“있어요! 내 말을 차근차근 잘 들어봐요.”
“.......”
예멜과 조이스의 언성이 서로 높아지다가 결국은 조이스가 자신이 챙겨온 지도위를 주먹으로 내리침으로써 예멜의 반론은 조용해졌다. 예멜이 조용해지자 조이스가 한숨을 내쉬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그는 약 10분에 걸쳐서 그가 생각해둔 방법들과 만약을 위한 대처방법들, 그리고 기타 여러 가지 탈출에 도움이 될법한 것들과 구조물에 대해서 입을 열었다. 조이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터져 나올 때마다 예멜의 얼굴에는 희망과 어두움이 여러 차례 교차했지만 그의 말이 꼭 실현 불가능한 것 같지는 않았다. 어차피 이런 곳에서 죽을 바에는 모두들 생존을 위해서 발한자국이라도 움직이는 편이 훨씬 더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그의 계획이 좀 더 실현적이라고 속삭였을지도 모르지만 예멜의 귀에는 그의 계획은 실현 가능적이었다.
“...자신 있는 것인가?”
“자신이 있는 것보다는. 어느 누구도 내버려두고 도망칠 생각은 없습니다.”
“훗. 말 하나는 잘 하는군 조이스 에이딘.”
“그러는 당신이야말로 귀가 상당히 얇군요. 어쨌든 당장 짐을 싸서 저놈들이 힘이 빠질 때까지 쭉 진치고 앉아 있다가 움직이도록 하죠.”
조이스가 가리킨 창밖에는 귀곡성을 내며 자신들의 얼굴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이성을 잃은 그것들이 떼거지로 몰려 있었다. 수십 분을 그렇게 서 있다가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먹잇감을 찾으러 가는 좀비들도 있었지만 어떤 것들은 힘이 빠졌는지 바닥에 누워서 잠을 자듯 조용한 것들도 있었다. 저것들이 죽었다 다시 살아나기는 하지만 역시 생물은 생물임에 틀림없었다. 저것들도 죽일 수 있고, 분명히 힘이 빠지면 전투력은 상실하는 것 같았다.
“분명 계획도 좋고. 따라갈 가치는 있네. 아니 반드시 그래야만 생존가능성은 훨씬 더 높아지지. 허나 나는 자네를 따라가기 싫으네.”
“아니 왜요? 예멜. 여기 있다가는 결국 죽고 맙니다. 벌써 대문이 돌파 당했던 적이 4번이나 있지 않습니까? 여기 남아 있는 사람들도 버티기에는 화력도 조금 모자랍니다. 저와 켄도씨의 총포상으로 가서 화력도 보충해야 하고....또.”
“......”
조이는 방금 전까지 자신을 지지하던 예멜이 갑자기 뒤로 빠지겠다고 선언하자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예멜은 굳은 얼굴로 피자를 묵묵히 씹어 먹으며 그의 말을 들을 뿐이었다. 왜일까? 조이는 더더욱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이 되어 그에게 몇 가지 묻기로 했다.
“죽고 싶은 것입니까?”
“아니.”
“그럼 헬기가 올거라고 생각하시는 것입니까?”
“아니.”
“그럼 도대체 뭐에요?”
“글쎄. 단지 떠나기 싫어서랄까?”
“........”
조이는 어이가 없었다. 떠나기 싫어서라고?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것인가? 조이는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예멜을 계속 추궁하고 설득하려 노력했다.
“억지 부리면 안 됩니다. 이 기회를 놓치면 당신은 죽고 말겁니다.”
“상관없어. 어차피 한번 죽는 인생인데. 저런 것들이 되지 않고 죽는다면야 무슨 상관이 있겠어?”
“...........”
예멜은 조이에게 왜 자신이 여기에 남고 싶어 하는지 그 속사정을 하나하나 털어놓기 시작했다. 언젠가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서 미리 잉크 타자기로 열심히 타이핑 해놓은 자신의 10년간의 일기장을 그에게 넘겨주면서....
[호텔 로비.]
쿵~쿵~쿵~쿵~
“우어어어어어어.”
“우으. 겁나게 시끄러워.”
미토[카렌밥]는 이제 한발밖에 남지 않은 탄환이 들어 있는 베레타권총을 조용히 들어올려 정문을 겨누었다. 저것들이 총공세를 퍼붓기로 결정이라도 했는지 모두들 합심해서 미친 듯이 정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었다. 종업원들이 난감하다는 얼굴이 되어서 권총을 미토가 겨눈 곳으로 겨누었다. 흑색 단발과 조금 꽉 끼는 바이크 라이더들이 입는 옷을 입은 일본인 미토의 등에는 기다란 일본도가 흐트러짐 없이 꽉 매여져 있었다. 종업원들은 침을 꿀꺽 삼키며 전투준비를 끝마친 미토를 바라보곤 권총을 든 손에 힘을 주었다. 여기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면 죽는다는 사실을 지난번에 물어뜯어 먹힌 동료와 관광객들의 사례를 직접 눈으로 보고 깨달았던 것이다.
쿵. 쿵. 콰지직.
“우어어어어어.”
“온다. 이봐요 거기 당신 모두들한테 알려요!”
“아, 알겠습니다.”
미토가 1층 복도에서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를 간신히 진정시키고 있던 붉은색 제복차림의 종업원을 불렀다. 얼빠진 얼굴로 부서진 정문의 구멍으로 보이는 좀비들의 피투성이 손을 바라보던 남자 종업원이 어설픈 영어를 구사하는 일본인의 부탁에 고개를 끄덕이곤 2층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몇 명은 그가 다급하게 달려가면서 내는 나무 바닥이 부딪치는 소리를 듣고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알았는지 몇 명이 달려 나왔다.
“미토양 무슨 일이...”
“메인 뮐러![박현우] 좀비에요. 또 정문이 뚫리겠어요!”
“젠장! 이제 더 이상 막을 구조물들도 없는데!!”
“피아노는요?”
콰지지직.
미토가 피아노를 찾기가 무섭게 가까스로 형태를 유지하고 좀비들을 막아주던 정문이 무너졌다. 정문주위를 지탱하던 판자덩이들 또한 너덜너덜해지며 끝까지 좀비들의 행진을 막으려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좀비들은 나뭇조각들이 몸에 덕지덕지 붙고 피를 질질 흘리면서 느릿느릿 다가왔다. 몇몇 성급한 점원들이 들고 있던 총기들을 미친 듯이 난사하며 좀비들을 막으려 했지만 좀비들이 원하는 피의 광란이 멈출 리 없었다.
“젠장. 죽어라!”
탕-
미토가 들고 있던 마지막 베레타의 한발을 기다란 흑발을 가진 좀비에게 선사했다. 좀비는 이마가 퍽하며 피를 튀더니 쓰러졌다. 시체가 썩었는지 바이러스의 영향 때문이었는지 여자좀비의 몸에서 흐르는 피는 갓 터져 나온 신선한 피가 아닌 혈색이 누렇게 변해가는 피였다. 자세히 보니 여자의 몸 곳곳은 시퍼렇게 썩어가고 있었다. 미토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권총을 뒤쪽으로 던져놓고 등에서 카타나를 꺼내들었다. 스르륵하는 검신의 울부짖음과 함께 은빛을 머금은 일본도가 움직여졌다.
“미토! 네가 아무리 능력 뛰어난 검사라고 해도 저런 괴물들하고 맞짱 뜨는 것은 위험해! 빨리 뒤로 튀어!”
“뮐러씨.”
“뭐야?”
10대 후반치곤 ‘여자를 위해서’라며 야구방망이와 망치를 들고 다가온 뮐러를 향해 미토는 오른손을 가슴 위에 올렸다. 그리곤 그를 살짝 떠밀었다. 좀비들이 쳐들어왔다는 사실을 잊은 채 멍하니 미토의 외모를 감상하던 뮐러는 환하게 미소 짓는 미토를 바라보며 물어보았다. 미토는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뒤에서 지원이나 해줘요.”
“......알았어.”
탕탕타탕.
붉은 제복차림의 종업원들의 권총들이 불을 뿜었다. 그들은 로비를 바리케이드 삼아 몸을 최대한 숙이고 좀비들의 약점인 머리와 가슴 등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화약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좀비들은 선혈 혹은 썩어가는 피를 흩뿌리며 쓰러져갔다. 물론 인간보다 훨씬 체력이 좋아진 저 이성을 잃은 괴물들에게 고통 따위는 아무것도 아님에 틀림없었다.
우으으으으으으.
“죽어라!”
“윽!! 저 개자식 날 물었어.”
“아악. 살려줘!!”
죽였다고 생각한 쓰러진 좀비들이 안경을 쓴 종업원의 다리를 붙잡고 늘어지자 놀란 종업원은 발을 흔들며 그것들을 세차게 때어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것들은 기분 나쁜 귀곡성을 흘리며 그의 발을 와그작와그작 씹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그가 도움을 요청했지만 아무도 도울 엄두를 내지 못했다. 종업원을 조금씩 둘러싸는 수십 마리의 좀비들 때문이었다. 그를 구하러 나선 사람은 카타나를 미친듯이 휘두르는 미토 뿐이었다.
“죽어!”
서겅.
“우으으으...”
좀비 하나가 그녀가 휘두른 카타나로 인해 목에서 분수처럼 피를 흘렸다. 쏟아져 나온 피는 미토의 옷을 적셨지만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놀라는 기색 한번 표현하지 않았다. 피를 흘리면서도 느릿느릿 기어오는 좀비들은 그녀 바로 뒤에 서 있는 메인 뮐러가 맡았다. 뮐러는 망치를 바닥에 쓰러진 좀비의 머리에 내리치며 말했다.
“죽어라 이 자식들아!!”
“우으...”
그의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좀비는 신음소리를 흘리더니 털썩 쓰러져버렸다. 미토의 발목을 잡으려던 다른 한 마리는 그가 방망이를 휘두르자 몸을 부들부들 떨며 쓰러졌다. 머리에서 하얀 뇌수가 튄 정비공 복장의 좀비는 쓰러져서도 부들부들 떨었다. 미토는 뮐러를 한번 쳐다보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좀비 무리들로 뛰어들었다. 좀비들은 제 발로 뛰어오는 먹잇감을 놓치지 않기 위해 두 팔을 벌려 미토를 환영했다. 미토는 그들의 멋진 환영에 대한 화답으로.
“죽어라!”
스르르륵. 스르륵. 스겅.
“우으으으.....”
“아아아아아....”
낮은 신음소리를 내는 좀비들이 벌린 두 손목들은 잘려지기 시작했다. 미토는 카타나를 휘둘렀고 그때마다 손목들은 덜렁덜렁 흔들리며 좀비들의 팔에 가까스로 붙어 있거나 땅바닥에 떨어져 피를 흘렸다. 그것들은 약간의 고통이라도 겪었는지 신음성을 좀 더 크게 지르며 미토에게 달려들었지만 미토는 그것들을 향해 차가운 비웃음만 보내주었다.
“아직도 혼이 덜 났냐?”
“우으,...”
서거겅.
미토의 팔을 잡으려 안간힘을 쓰며 입을 벌리던 경찰복 좀비의 목을 일도양단해버리며 미토가 움직였다. 그녀의 움직임은 무림소설에서 나오는 것처럼 빠른 몸놀림은 아니었지만 일반인들보다 훨씬 발달한 체력을 과시하며 적들의 목을 하나, 둘씩 베어나가기 시작했다. 1,2년 얼치기로 배운 실력이 아니었다. 종업원들은 어느새 다 죽어버리고 한두 놈만 남은 좀비들을 보고 놀랍다는 눈으로 미토를 바라보았다. 미토는 땀으로 범벅이 된 피가 튄 얼굴을 옷소매로 닦으며 후후. 거친 숨을 내쉬었다. 바로 뒤에서 그녀를 보조해주던 몽둥이를 든 뮐러도 지친 얼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좋았어. 이틈에 서둘러 피아노를 가져다 놔! 빨리 정문을 막아야 돼.”
부서진 정문의 일은 이런 일에 익숙해진 종업원들의 차례였다. 종업원 4명이 침착하게, 하지만 재빨리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고 미토는 뮐러의 어깨를 수고했다며 툭툭 치며 계단을 오르려 했다. 그 때였다.
쨍그랑~
“사아아아아아아.....”
“뭐, 뭐야 저건!!”
3층으로 추정되는 방의 창문이 깨어지며 무언가 기괴한 것이 떨어져 내려왔다. 미토와 뮐러도 떨어진 그것을 보기 위해 뒤를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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