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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식장갑 가이버 제2부 2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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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식장갑 가이버 제2부 - GUYVER THE BIOBOOSTED ARMOR part 2.-

제23화 - 그 남자, 하야미 -







<후후후후.....>

카브라알은 케이를 보며 웃었다. 이미 자기들 계략이 다 간파 당했는데도 그는 오히려 여유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카브라알이 잘려져 나간 왼팔에서 또 다른 무기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이번의 무기는 커다란 타원형의 추 같은 물체에 수많은 가시가 박혀있는 물건이었다. 설마 이번에도 철퇴 같은 걸까?

<용케도 내 가짜 뇌를 간파해냈군. 허나, 네 녀석 뜻대로 이 앱톰의 몸을 잘라갈 수 있을 것 같으냐?>

카브라알은 케이들을 겨냥하듯이 왼팔을 들어 올렸다. 이번에는 또 무슨 공격을 해 올지 몰라 케이들이 자세를 잡고 피할 준비를 하였다.

<좋다. 그렇게 이 앱톰의 체조직을 원한다면.... 실컷 먹여 주마!>

-푸슈슝!

그 순간 왼팔의 무기에서 그 가시들이 발사되었다. 깜짝 놀란 케이들은 즉시 흩어졌다. 그러자 그 가시가 방금 전까지만 해도 케이들이 있던 곳에 떨어졌다.

-콰아앙!!

가시는 땅에 떨어지자마자 대폭발을 일으켰다. 이제 보니 저건 생체 미사일 포트였던 것이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접근전 위주의 무기만을 써오던 카브라알이 갑자기 수법을 바꾼 것이다.

-퍼엉!! 쿠쿠쿵!!

생각할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이 생체 미사일들은 계속해서 날아왔다. 케이들은 또 다시 이리저리 도망 다니기 바빴다. 카브라알은 마치 케이들을 가지고 놀려는 듯이 미사일들을 한두 발씩 차례대로 날려대고 있었다.

-쉬잉!

발사된 미사일 중 일부가 갑자기 방향을 바꿔 케이들 뒤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 미사일들은 카브라알의 사념파로 원격조작까지 가능했던 것이다. 미사일 중 한 발이 낮게 날아서 하야미의 등 뒤를 노렸다.

"하야미 씨! 엎드려요!!"

-푸슝! 콰아앙!!

케이가 황급히 헤드빔을 쏴서 뒤통수를 치려던 미사일을 격추시켰다. 미사일이 폭발하면서 발생한 강력한 폭풍 때문에 하야미가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케이와 베르단디는 황급히 하야미에게로 달려갔다.

"괜찮으세요? 어디 다치시진 않았나요?"

"아....난 괜찮아!"

다행히 하야미는 이렇다 할 부상은 입지 않았다. 케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안심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카브라알이 날린 미사일들이 또 날아오고 있었다. 케이들은 다시 뛰기 시작했다.

-콰콰쾅!!

"젠장! 이래가지고 서는 힘들어!"

하야미는 욕지거리를 내 뱉었다. 지금 날리고 있는 미사일들도 앱톰의 체조직으로 만든 거니까 원칙적으로는 이 미사일이라도 습득할 수 있다면 앱톰을 부활시킬 수 있다. 그러나 저렇게 화려하게 폭발해 버리면 습득한다는 것은 불가능 하다. 게다가 카브라알의 전법이 바뀐 것도 문제였다. 아까 까지 카브라알이 썼던 무기인 바이퍼 프레일(철퇴), 고주파 스피어는 전부 접근전용 무기다. 그러나 이번의 생체 미사일은 철저하게 원거리용이다. 접근전 무기를 쓰게 되면 케이에게 또 다시 찬스를 줄 수 있다고 판단해서 저런 식으로 아예 접근 자체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쪽이 노리는 게 뭔지 분명해 진 이상 카브라알은 이제 아까와 같은 허점은 절대 보이지 않을 것이다.

"어쩌지! 저런 녀석 품에 파고들어 체조직을 잘라내는 건 어렵겠어!"

"조금만 더 버텨 주세요! 저 미사일이 다 바닥났을 때가 찬스에요!"

케이는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생체 미사일은 사용자의 뇌파로 자유자재로 조종이 가능하면서 폭발력도 강해 상당히 위력적인 무기이긴 하다. 그러나 미사일의 재장전은 무조건 사용자의 영양분으로 만들어야만 한다. 때문에 너무 많이 난사하면 사용자의 육체에 상당한 부담이 걸리게 된다. 그리고 한 번 발사한 미사일은 다시 만드는데 시간이 걸린다. 이렇게만 버티고 있으면 카브라알은 왼 손에 있는 미사일을 다 소모할 것이고 재장전까지는 얼마간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 바로 그 때가 접근전을 할 찬스였다!

<자아, 애송이들아. 놀이는 이쯤 하도록 하자.>

그 때 갑자기 카브라알이 공격을 멈췄다. 미사일은 약 3분의 1일정 소모한 상태였다. 케이들이 이번엔 또 무슨 공격을 해올까 하며 불안해하던 그 때 갑자기 카브라알이 미사일 포트가 달린 왼 팔을 들어올렸다. 그런데 케이들을 겨냥한 게 아니라 자기 왼 쪽에 아무것도 없는 쪽을 겨누었다.

<이거나 먹어라!!>

-투투투투퉁!!!

놀랍게도 카브라알은 아무것도 없는 쪽으로 가지고 있던 미사일들을 다 발사하였다. 케이들이 어리둥절해 하는 그 순간 카브라알이 발사된 미사일들을 뇌파로 컨트롤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발사된 미사일들이 일제히 방향을 바꿨다.

-슈웅! 슈우웅~~!!

"이...이건!!"

카브라알의 뇌파를 수신한 미사일들은 일제히 케이들을 포위한 채 그 주위를 빠른 속도로 빙빙 돌기 시작했다. 마치 서부영화에서 흔히 나오는 장면인 인디언들이 개척민들의 마차를 포위한 채 빙빙 돌고 있는 모양이었다. 미사일들에 포위되어 어디로 도망칠 수도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 때 갑자기 미사일들이 회전을 멈추고 케이들을 향해 일제히 날아오기 시작했다!

-슈우웅!!

<자! 이건 어떻게 막을꺼냐! 가이버 I !!>

미사일들은 케이들을 향해 일제히 날아오기 시작했다. 360도 전 방향을 완벽히 포위한 채 좁혀 들어오는 미사일 대군. 바리어를 쓸 수 있는 기간틱이라면야 막을 수 있겠지만 바리어를 쓸 수 없는 보통의 가이버로서는 대책이 없었다. 미사일이 착탄하기 직전 케이가 하야미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콰콰콰쾅!!!

미사일이 한 자리에서 전부 폭발하였다. 엄청난 크기의 폭염이 헬리포트 전체를 뒤덮었다. 폭발의 충격으로 도청 헬리포트는 바닥이 완전히 다 깨져 버렸고 도청 헬리포트 바로 아래쪽 사무실들의 유리창들까지 전부 깨져 버렸다. 깨진 유리 조각들이 그대로 지면으로 떨어져 내렸다. 한밤중인데다가 클라우드 게이트 주변은 전부 출입이 통제된 상태라서 사람들이 그 아래 없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대형 인명사고가 일어날 뻔 했다. 폭발로 발생한 먼지 구름으로 인해 앞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카브라알은 일단 폭연이 가라앉기만을 기다렸다. 제대로 명중했다면 가이버 I 은 아마도 완전히 전투 불능 상태일 것이다. 다만 폭발이 너무 강해서 컨트롤 메탈이 무사할까 염려되기도 하였다.

"이야아아아!!!"

바로 그 순간 카브라알의 머리 위에서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깜짝 놀란 카브라알이 고개를 들자 가이버 I 이 고주파 소드를 전개한 채 카브라알을 향해 떨어져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눈치 챘을 때는 너무 가까워진 상태라 쉽게 피할 수가 없었다. 미사일들이 명중하기 직전 케이는 하야미를 안고 베르단디와 함께 높이 뛰어 올랐다. 미사일이 명중하면서 발생한 폭연을 연막삼아 케이는 카브라알의 시선을 따돌리고 이렇게 방심하고 있을 때 기습 공격을 걸어온 것이다.

<흥!>

-후욱

케이는 카브라알의 왼팔을 노리고 그대로 고주파 소드를 휘둘렀다. 바로 그 순간 카브라알의 모습이 갑자기 사라졌다! 빗나간 케이의 공격은 그대로 바닥을 갈랐을 뿐이다. 케이는 당황해 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카브라알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헤드 센서에 조차 반응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능력은 아까 전에 실험실까지 케이들을 미행했던 그 스텔스 조아노이드의 능력이 틀림없었다. 맨 처음 앱톰의 육체가 부활할 때 그 스텔스 조아노이드의 육체를 흡수한 덕분에 은신 능력까지 익히게 된 것이다.

"케이! 카브라알은?"

"놓쳤어요! 어디 있는지 모르겠어요. 다들 조심해요!"

그 때 같이 하늘로 뛰어 올랐던 하야미와 베르단디가 내려 왔다. 하야미는 베르단디가 바람의 법술로 살며시 내려올 수 있도록 도와줬다. 일격을 먹이기 직전 갑자기 카브라알이 사라지자 세 사람 모두 크게 당황해 하였다. 그 때 허공에서 카브라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킬킬킬킬! 그런 얕은 수에 누가 속을 줄 알고?>

"카브라알! 어디 있냐!!"

<위가 텅 빈 상태에서 미사일들이 날아오면 탈출 루트는 뻔하지. 그 정도쯤은 누구나 간파할 수 있어.>

세 사람은 일단 한 자리에 모였다. 카브라알의 위치를 쉽게 알 수가 없는 이상 흩어져 있는 것은 위험했다. 위험은 그것뿐이 아니다. 카브라알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번에는 어떤 무기를 쓸지 알 수가 없었다. 케이는 황급히 베르단디에게 말했다.

"베르단디! 바람의 정령을, 아까처럼 놈의 위치를 찾아 줘!"

"예! 잠깐만 기다리세요!"

베르단디는 즉시 바람의 정령을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기는 아까처럼 밀폐된 실험실이 아니라 사방이 확 트인, 지상에서 높이 200m 이상이나 되는 헬리포트다. 바람이 비교적 센 편이라서 정령의 흐름을 느끼기가 쉽지 않았다. 베르단디는 필사적으로 정신을 집중해서 바람의 흐름을 느끼려고 하였다. 한동안 정신을 집중하던 베르단디가 갑자기 안색이 새파래진 채로 소리쳤다.

"하야미 씨! 피하세요!!"

-푸욱!!

"커어억!!"

베르단디의 고함소리와 동시에 하야미의 가슴과 등에서 피가 솟구쳐 올랐다. 하야미가 카브라알의 공격에 당한 것이다! 카브라알이 뭔가로 하야미를 찍기라도 했는지 그의 몸이 그 자리에서 두둥실 떠오르기 시작했다. 케이가 급히 하야미에게 달려가려고 하였다.

-휘잉!

그 때 갑자기 하야미의 몸이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 그리고 헬리포트 끝에 있는 비상계단 출입구 구조물 위에 멈춰 섰다. 그 직후 카브라알이 모습을 드러냈다. 카브라알의 커다란 오른 팔 집게에 하야미가 꽉 붙잡혀 있는 것이 보였다.

<후후후, 거기서 꼼짝도 하지 마라. 가이버 I. 그리고 꼬마 여신, 당신도 허튼 짓 하지 말라고.>

"너...너 이 자식!!"

<허튼 짓 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내가 힘을 조금만 주면 이 녀석은 산산조각이야.>

카브라알의 집게는 하야미의 가슴과 등을 뚫고 들어가 그의 심장에 바로 맞닿아 있었다. 조금만 힘을 주게 되면 하야미의 심장은 그대로 터져 버리게 된다! 햐야미는 괴로운지 제대로 버둥거리지도 못했다.

<다시 상황이 역전 됐구나, 가이버 I. 너에게는 이 실패작 녀석이 치명적인 약점이 되고 말았구나. 크하하하!>

"하야미 씨를 놔주세요!"

베르단디가 카브라알을 향해 절규하였다. 그러나 카브라알은 그저 콧방귀만 뀔 뿐이었다.

<후, 내가 왜? 이 녀석이야 말로 최고의 인질인데. 사실은 당신을 붙잡고 싶었지만 너무 작아서 잡기가 나빴거든. 크크크크.>

"....아아!!"

<이 녀석을 살리고 싶다면 가이버 I 녀석의 이마에 있는 컨트롤 메탈을 나한테 바쳐. 그러면 목숨만은 살려주지.>

케이와 베르단디는 애가 탔다. 메탈이야 케이의 목숨과도 연관돼 있으니 넘겨줄 수는 없는 거다. 하지만 지금 케이들은 너무나 불리했다. 하야미가 치명상을 입은 채로 잡혀 있어서 그를 구해낼 수가 없었다. 만약 어떤 수단이라도 쓸려고 하면 카브라알은 바로 하야미를 죽일 것이다. 베르단디라도 들키지 않았다면 무슨 방법이 있겠지만 카브라알은 베르단디의 행동에도 주목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도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하야미 본인도 상처가 너무 커서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했기 때문에 자력으로 탈출할 수도 없었다.

"후후후....."

그 때 하야미가 붙잡혀 있는 채로 웃음을 터트렸다. 다행히 정신을 잃은 것 같지는 않았다. 카브라알은 좀 어이없다는 듯 한 얼굴로 하야미를 바라보았다.

<뭐냐? 넌 지금 이 상황에서 웃음이 나오나? 쇼크로 머리가 돈 건가?>

"카브라알.....넌 지금 이걸로..... 우릴 이겼다고 생각하나?"

<뭐라고?>

"모르겠으면 가르쳐 주지. 넌.... 치명적인 실수를....저질렀다!!"

-슈오오오!!

그 순간 하야미의 가슴 부위의 방열판이 활짝 열리면서 냉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냉기를 쏘인 카브라알의 오른 팔이 순식간에 얼어붙기 시작했다. 냉기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카브라알의 어깨부근 까지 얼려 나갔다. 하야미의 전투형태의 유일한 무기, 바이오 프리져였다! 카브라알이 당황해 하며 오른 팔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이 건방진 녀석! 당장 끝장을 내 주마!!>

-우드득!!

"커허억!!!"

냉기로 인해 오른 팔의 집게가 얼어 버려서 집게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집게의 끝 부분이 너무 깊숙이 박힌 상태였기 때문에 약간의 움직임만으로도 하야미에게는 치명적이었다. 하야미가 다량의 피를 입으로 토해 내었다. 케이와 베르단디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하야미 씨!!!"

"오....오지 마!!"

케이와 베르단디가 달려가려는 찰나, 하야미가 절규하듯이 소리치며 두 사람을 막았다. 하야미는 냉기 방출을 멈추지 않은 채 힘겹게 케이들에게 말했다.

"마...말려들면.... 안 돼..! 오...오지 마!!"

하야미는 점차 의식이 사라지고 있는 것을 느꼈다. 눈앞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밤이라서 그런 건 아니다. 휘황찬란한 클라우드 게이트의 불빛이 점점 약해져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죽을 때가 아니다. 하야미는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그리고 자기 몸속에 박혀 있는 카브라알의 손톱이 어느 정도로 박혔는지 알아보기 위해 정신을 집중하였다. 확실히 놈의 손톱 끝은 아주 깊숙이 박혀있다. 그렇다면....

'모두들...내게 힘을 줘!!'

하야미의 눈앞에 먼저 간 동료들이 하나 둘 씩 비쳐졌다. 야마무라 교수, 오다기리 주임, 그리고 함께 했던 유적기지 동료들. 그는 이들에게 간절히 빌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최후의 힘을 낼 수 있도록!

"바이오 프리져!!! 풀 버스트!!!!!"

-차키이이잉!!!!

하야미의 고함 소리와 함께 최대 출력의 냉기가 방사되었다. 그 냉기를 쏘인 카브라알의 육체는 완전히 얼어붙어 버렸다. 카브라알은 이제 그 움직임을 완전히 봉쇄당했다.

-지직! 콰지직!!

그 때 카브라알의 오른 팔이 팔꿈치 부근부터 갈라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떨어져 나갔다. 냉기로 인해 신체가 얼어붙어서 그 육체의 유연성이 사라지는 바람에 하야미의 몸무게를 견디지 못한 것이다. 하야미가 헬리포트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떨어지면서 하야미는 케이를 쳐다보며 말했다. 하지만 이미 고함칠 기운 같은 건 없었다. 그는 속으로 케이를 향해 말했다. 제발 뜻이 통하길 빌면서.

'케이..... 지금이야!!'

하야미는 카브라알로부터 떨어져 나온 앱톰 육체의 오른 팔과 함께 헬리포트 바로 아래 비상 통로에 떨어졌다. 조금만 옆으로 더 떨어졌어도 도청 아래로 추락할 뻔 했다.

<크...! 몸이 안 움직여!>

카브라알이 조종하는 앱톰의 육체는 아직 죽지 않았다. 원래 냉기에도 강한 육체였으니 조금만 기다리면 몸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온 몸이 꽁꽁 얼어버려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함부로 움직이려 했다간 몸이 유리처럼 깨져 버리고 말 것이다.

-철커덕!!

바로 그 때 카브라알의 눈에 케이가 메가 스매셔를 펼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양쪽 흉부 장갑을 완전히 전개한 가이버 I 의 가슴에서 강력한 에너지가 모이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카브라알의 움직임을 봉쇄한 후 끝장을 내려는 것이었다. 카브라알이 당황해 하며 그 자리를 피하려 하였다. 그러나 피하는 건 고사하고 팔 하나 움직이는 것조차 불가능할 지경이었다. 이미 피할 수는 없었다.

<아...안 돼! 그만 둬!!>

-이이이잉!!!!

"앱톰의 세포를 더럽힌 악마! 이걸로 지옥으로 꺼져 버려라!!"

-쿠와아아앙!!!!

결국 메가 스매셔가 발사 되었다. 스매셔의 섬광에 휩쓸린 카브라알의 육체가 그대로 소멸되어 갔다. 스매셔의 섬광은 카브라알을 소멸 시킨 후에도 그대로 계속해서 저 멀리 까지 뻗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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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버 I 의 메가 스매셔로 앱톰 소멸 확인! 생명 반응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가이버 I, 도청 헬리포트 아래로 내려가고 있습니다!"

클라우드 게이트의 종합 상황실에서 신은 마른침을 삼키며 전면 대형 스크린을 응시하고 있었다. 대체 일이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가이버 I은 앱톰이 저렇게 날뛰는 이유를 알아낸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 상황을 극복할 방법까지 찾아냈을 것이다. 그러니까 저렇게 메가 스매셔로 완전히 소멸 시켜 버린 것일 거다. 아까까지만 해도 상대가 앱톰이라는 점 때문에 제대로 공격도 못해보고 도망만 다니지 않았던가.

어쨌든 이것으로 쿨메그닉 일당들의 음모는 분쇄되었다고 봐도 좋을 듯싶었다. 놈들이 뒤에서 조종하던 앱톰이 소멸 되었으니 이제는 직접 나서지 않는 이상은 가이버를 쓰러트릴 방법은 없게 되었다. 남은 문제는 현재 놈들이 어디 있는지를 알아내는 것 뿐. 그러고 나서 놈들과 직접 담판을 지어야 했다. 놈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단 두개 뿐. 알칸펠에게 절대적으로 충성할 것인가, 아니면 배신자의 오명을 쓰고 숙청당할 것인가.

그 때 상황실로 정보부 요원 한 명이 들어왔다. 정보 요원은 곧장 신에게 다가가더니 그의 바로 곁에서 작은 목소리로 살며시 말했다.

"각하, 지시하신대로 그 세 분을 찾아내었습니다."

"그래? 지금 어디 있나."

"아주 정확한 위치는 아직 모르지만 그 분들은 지금 최상층 구역 어딘가에 계십니다."

"확실한가?"

"두 번 세 번 중첩해서 전구역을 확인했습니다. 확실합니다."

정보부 요원들이 그들의 정확한 위치를 찾는데 실패한 이유는 아마도 그들의 사념파에 지배당해 위치를 말하지 않도록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대강 어디쯤에 있는지만 알아도 충분했다. 최상층 구역, 그 중에서도 그들이 지금 있을만한 곳은 딱 한 군데뿐이다. 바로 이 건물 옥상에 자리 잡은 P.W.R(Phyco Wave Radiator : 사념파 확대 증폭 시스템) 이다. 놈들이 지금 거기에 있다고 한다면 아까 비카르르들과 바모아들이 신의 명령에 따르지 않았던 것과 신의 사념파가 봉쇄될 수 있던 것이 설명이 된다. 조아로드의 사념파를 기계적으로 증폭시킬 수 있는 P.W.R 의 시설을 이용하면 충분히 신을 압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놈들이 어디 있는지 알았으니 가만히 앉아만 있을 수는 없었다. 신은 황급히 사령실을 나서며 관제원들에게 지시하였다.

"전 대원에게 다시 한 번 현 위치에서 움직이지 말라고 전해라! 그리고 가이버 I의 행동 하나 하나를 절대로 놓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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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워어어어....!>

<오오오오....!>

애리조나 주 그랜드 캐니언의 크로노스 본부기지. 그 기지의 맨 아래 쪽에 위치한 강림자들의 우주선의 화석, 우라누스의 성궤가 있는 곳에서는 지금 또 다른 전투가 벌어지려 하였다. 와펠다노스의 신모가 다 녹아 버린다 싶더니만 갑자기 그 신모들이 나무뿌리처럼 변해 버리기 시작했다. 그 뿌리들은 우라누스의 성궤 전체와 그 주변의 지면까지 전부 덮어 버렸다. 그리고 그 뿌리가 있는 곳에 갑자기 무언가가 돋아나기 시작했다. 돋아난 것은 마치 인간처럼 생긴 녹색의 괴물들이었다.

"뭐...뭐야 이거!"

아키토는 뿌리에서 돋아난 그 괴생물체들을 보고 경악하였다. 저 놈들은 조아노이드와는 반응이 완전히 달랐다. 이건 마치 '식물'을 감지했을 때의 반응과 같다고나 할까? 게다가 '변신'을 한 와펠다노스의 모습 또한 완전히 달랐다. 변신 전에는 온몸이 온통 털로 덥수룩이 뒤덮여 있어서 마치 고릴라 같다는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인간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와펠다노스는 인간과는 전혀 동떨어진, 마치 곤충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게다가 지금 성궤 전체를 뒤덮고 있는 뿌리들의 시작점은 전부 와펠다노스의 발 아래였다. 마치 와펠다노스로부터 뿌리들이 자라나서 뻗어 나온 것 같은 모습이었다.

-불룩! 불룩!

-사아아아!!

놀라운 것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지면에 전개된 나무뿌리들에서 갑자기 싹들이 돋아나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다양한 형태의 나무와 식물들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성장의 속도가 경악스러울 정도로 빨라서 순식간에 그 일대에 광대한 숲이 펼쳐졌다. 아키토는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었다. 이 숲과 저 인간 모양의 풀 뭉치 같은 녀석들은 또 뭐란 말인가. 게다가 아까 와펠다노스는 발카스에게 자기 이마에 있던 조아 크리스털을 빼내서 건네주기까지 하였다. 그거야 말로 도무지 이해가 안가는 장면이었다. 조아 크리스털은 조아로드에게는 생명이나 마찬가지인 물건. 그걸 적출한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한다. 그런데도 놈은 지금 멀쩡할 뿐만 아니라 이런 밀림을 순식간에 만들어내기 까지 하였다. 도대체 저 놈의 정체는 뭐란 말인가!

"나의 신민들이여!! 3백년 만에 우리들의 왕국이 다시 부활하였도다!!"

<우어어어어!!!>

와펠다노스가 그의 발아래에 펼쳐진 숲과 그를 올려다보고 있는 녹색의 괴물들을 보며 소리치자 거기에 호응하듯이 녹색 괴물들이 괴성을 질러대었다. 와펠다노스는 마치 연단위에 독재자 마냥 그들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우리들의 왕국, 와펠다노스! 긴 세월이 지나 다시 부활한 우리 왕국의 사명은 단 하나!"

와펠다노스는 기간틱 다크를 손으로 가리켰다. 그러자 밑에서 그를 올려다보고 있던 괴물들, 와펠다노스는 신민이라 부르는 그들이 아키토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키토를 본 그들이 으르렁대기 시작했다.

"저기 있는 기간틱 다크를 쓰러트리는 것! 그것이 우리의 사명이다! 공격하라!!!"

<크아아아!!!>

와펠다노스의 외침을 신호로 신민들이 괴성을 지르며 아키토를 향해 몰려오기 시작했다. 지금 아키토는 십여 미터 상공에 떠 있었지만 신민들의 점프력은 그 정도는 가뿐히 뛰어오를 정도였다. 사방에서 신민들이 아키토를 향해 덮쳐왔다. 아키토는 미처 피할 틈도 없이 신민들에게 완전히 둘러싸였다. 신민들이 한꺼번에 뭉쳐서 아키토의 모습이 밖에서 전혀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큭! 이놈들이!!"

-파앗! 슈카악!!

아키토는 즉시 고주파 소드를 전개해서 신민들을 완전히 갈라 버렸다. 워낙 한 자리에 다들 뭉쳐있던 지라 한두 번 정도만 칼질을 하니 다들 한꺼번에 쓸려 나갔다. 아키토는 아주 간단하게 포위를 뚫어 버렸다. 포위를 뚫은 아키토의 강식장갑에는 상처가 전혀 없었다. 신민들은 아키토를 둘러싸고 있던 동안 그 이빨과 손톱으로 끊임없이 아키토를 긁어 대었지만 기간틱의 강식장갑에 상처를 줄 정도는 절대 아니었다.

<카아악!!>

그 때 다른 쪽에서 신민들의 괴성이 들려왔다. 아키토가 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발밑에 펼쳐져 있던 나무들이 아키토를 향해 뻗어 올라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번엔 그 신민들뿐만이 아니라 나무들 까지 공격해 오는 걸까?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파앗!!

놀랍게도 나무줄기에서 그 신민들이 '돋아 나오기' 시작하더니 아키토를 향해 뛰어 들어 왔다. 이놈들 이제 보니 나무와 융합할 수 있는 능력까지 있는 모양이었다. 다른 쪽의 나무들에서도 신민들이 돋아 나오기 시작했다. 나무속에 숨어 있던 걸까? 아니면 나무에서 생겨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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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카스는 성궤 위에서 와펠다노스의 신민들과 아키토의 전투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키토는 달려드는 신민들을 무기들을 사용해서 간단히 격퇴하고 있었지만 쓰러트려도 계속해서 신민들이 쏟아져 나오자 당황해 하는 것 같았다. 발카스는 문득 와펠다노스와 처음 만났던 300년 전이 생각났다. 설마 '그 때 그 모습'을 여기서 다시 보게 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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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카스가 와펠다노스를 만난 것은 지금으로 부터 약 300년 전 일이다. 그 때 당시 발카스는 알칸펠의 명에 따라 12신장에 어울릴 만한 유능한 인재를 찾아 전 세계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조아로드로 조제된 그에게 하늘을 날아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것쯤은 일도 아니었다. 발카스는 인종, 국적, 신분, 나이 등을 따지지 않았다. 누가 됐건 12신장의 자리에 전혀 부족함이 없을 것 같은 뛰어난 인재여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인재를 찾아내기 위해 북대서양을 날아서 횡단하던 발카스의 눈에 아주 조그만 섬이 하나 보였다. 전체 크기가 잘해야 10 km 정도 쯤 될까 하는 조그만 섬이었는데 섬 전체가 아주 짙은 녹색으로 뒤덮여 있었다. 섬전체가 온통 나무를 비롯한 각종 식물들로 채워져 있었다.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든 발카스는 그 섬에 착지하였다. 그는 이 섬에서 마치 시라섬과 비슷한 분위기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섬에 내린 발카스는 거기서 자라고 있는 식물들을 살펴보았다. 하나같이 다 처음 보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한 점이 있었다. 풍요로운 녹색으로 뒤덮인 그 섬에는 동물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 흔한 곤충 종류조차 없었다. 숲이 이렇게 빽빽하면서 곤충 종류조차 없다는 것이 말이 될까?

<우어어어....>

<아아아....>

그러나 잠시 후 발카스는 그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어느새 숲에서 처음 보는 녹색의 인간 형태의 괴물들이 나타나 발카스를 포위한 것이다. 아마도 이놈들 때문에 다른 동물들이 서식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처음엔 조아노이드가 아닐까 싶었지만 그건 아니었다. 그 괴물들은 발카스가 사념파를 방사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공격을 해왔다.

<크아아아!!!>

-파지직!!!

발카스는 바리어를 전개해서 육탄공격을 해오는 그 놈들을 저지하였다. 발카스의 바리어에 충돌한 그들은 온 몸이 순식간에 재로 변해버렸다. 발카스는 바리어를 전개한 채로 섬의 중심부를 향해 나아갔다. 그 때마다 그 녹색 괴물들이 공격을 해왔지만 바리어에 막혀 불타버릴 뿐이었다. 조아로드인 발카스를 공격한다면 분명히 조아노이드는 아니다. 그렇다면 이놈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어쨌든 그들은 발카스를 절대로 당해낼 수가 없었다.

이윽고 발카스는 섬의 중심부에 도달하였다. 섬의 중심부에는 아주 거대한 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하늘에서 봤을 때는 마치 숲의 한 가운데인 것처럼 보였는데 알고 보니 단 한 그루의 나무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나무의 밑동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 마치 동굴과도 같은 그 곳으로 들어간 발카스는 또 다시 놀라운 것을 보게 되었다.

'이 녀석은....!'

나무 동굴 속에 있는 것은 온 몸이 녹색에다가 적색의 어깨 갑주를 걸친 형태의 미지의 생물체였다. 그리고 그 생물체의 발아래에는 수없이 많은 뿌리가 사방으로 뻗어 나와 있었다. 마침 이 곳은 섬의 중심부. 아마도 이 생물체가 아까 발카스를 공격했던 괴물들의 왕인것 같았다. 그 생물체는 발카스가 들어온 것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서 지능이 있어 보였다. 발카스는 일단 텔레파시로 대화를 시도하였다. 이 생물체가 인간의 언어를 알고 있을 것 같지는 않았기에 텔레파시로 이미지를 투영하는 방식으로 대화를 시도하였다. 다행히도 이 생물체 역시 그 대화에 응해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생각보다 지능이 아주 높은 존재 같아 보였다.

한동안 텔레파시로 대화를 주고받은 발카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섬은 그 옛날 강림자들의 또 다른 실험장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여기 있는 이 고등 생물체와 더불어 이 섬 전체가 하나의 생체 유닛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 생물은 이 섬의 이름을 '와펠다노스'라고 하였다. 아마도 강림자들의 언어일 것이리라.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와펠다노스는 그 옛날 강림자들이 '테라포밍'(Terraforming : 지구가 아닌 다른 외계의 천체 환경을 인간이 살 수 있도록 변화시키는 것) 시에 사용할 중추적 시스템으로서 연구, 개발한 생물체다. 일정 구역 내에 생존성이 아주 강한 식물군을 만들어서 행성의 대기 개조용 시스템으로 만든 것이 바로 와펠다노스다. 식물군의 중심부에는 그 식물들의 '두뇌' 혹은 '관리시스템'이라 할 수 있는 왕이 존재하며 그 왕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광대한 숲이 조성돼서 독자적인 생태계가 조성되게 된다. 아까 발카스에게 덤벼들었던 녹색 괴물들은 일종의 일개미 역할을 하는 병사들로서 지능은 매우 부족하여 왕의 간단한 명령을 이해하는 정도 밖에는 안 된다. 동물과 식물의 중간격이라 할 수 있는데 일단 생성되는 것은 와펠다노스 시스템 내의 나무에서 발아해서 성장하는 방식이다. 발카스는 그 괴물들을 훗날 '신민'이라고 이름 지었다.

와펠다노스 시스템은 적응력이 대단히 강해서 육지가 존재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배치할 수 있었다. 완전한 진공 상태가 아니라 대기라는 것이 존재하는 환경이라면 설령 화성처럼 토지가 아주 척박한 환경이라 할지라도 생존할 수 있을 정도였다. 지구 정도 크기의 행성이라면 단지 수 만기의 시스템만으로도 대기 개조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이 섬 역시 테라포밍 실험장이었고 강림자들은 자료 수집과 연구가 종료되자 와펠다노스를 여기 그냥 방치해 두고 철수하였다. 한 번 설치된 와펠다노스 시스템은 회수가 불가능하며 그 두뇌인 왕을 죽이게 되면 그 일대의 모든 식물군이 다 죽게 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후로 수만 년 동안 와펠다노스는 격변하는 지구 자연환경에도 불구하고 이 섬의 식물군을 유지하였었다. 무슨 목적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고 그저 본능이었겠지만 어쨌든 참으로 놀라운 생명력을 가진 생물이었다. 아마도 단순히 나이로만 따지자면 알칸펠보다도 더 오래 살지 않았을까?

발카스는 이 생물에게 조아 크리스털을 건네주고 12신장의 대열에 합류시키기로 하였다. 이 섬 전체의 식물들과 왕은 떼어 놀래야 떼어놓을 수 없는 하나의 생명이다. 그렇다면 그것들을 조아 크리스털의 힘으로 통째로 생체 압축시켜 왕 자신이 그 힘을 직접 행사할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예상대로 왕은 독자적인 보행이 가능해 졌으며 전투력 역시 이전에 신민들이 따로 돌아다닐 때 보다 훨씬 더 강해졌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조아로드가 바로 와펠다노스. 그 이름은 예전에 그가 살던 섬의 이름이기도 하며 그와 그의 백성들을 한꺼번에 지칭하는 말이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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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발카스."

한참 예전 일을 생각하고 있던 발카스는 와펠다노스의 말에 상념에서 깨어났다. 발카스는 와펠다노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여긴 제가 맡겠습니다. 이제 그만 탈출하십시오."

"무슨 소리인가? 자네."

"기지 자폭까지 앞으로 십여 분도 채 안 남았을 겁니다. 탈출하시려면 지금 가셔야 합니다. 부상당한 엔쯔이와 성궤내의 그것도 함께 가지시고 어서 탈출하십시오."

발카스는 깜짝 놀랐다. 와펠다노스가 기간틱 다크를 저지하겠다니. 말도 안 돼는 얘기였다. 조아 크리스털을 적출해서 이미 그는 조아로드가 아니다. 전투력도 몸이 원래대로 돌아가 버리는 바람에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떨어져 버렸다. 실제로 지금 신모에서 해방된 신민들이 제각각 기간틱 다크에게 달려들고 있었지만 조그마한 상처조차도 주지 못하고 기간틱 다크의 공격 한 방에 수숫단처럼 썰려 나가고 있는 판국이었다. 혼자서는 절대로 기간틱 다크의 발을 묶어둘 수가 없었다.

"어차피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 버린 전 간단한 이동조차 불가능합니다. 아시잖습니까."

"그렇긴 하지만 자네를 잃을 수는 없어!"

"더 큰 것을 보십시오. 닥터 발카스. 지금 기간틱 다크를 잡으려면 이 본부 기지를 희생하는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발카스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의 말 대로였다. 와펠다노스는 이동이 불가능하고 전투력조차 바닥으로 떨어졌다. 리엔쯔이는 중상을 입어 당장 조제 시설로 데려가서 치료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간틱 다크를 해치우려면 기지 전체를 자폭 시켜 그 폭발로 놈을 해치우는 수밖엔 없었다. 아직 기간틱 다크는 자폭 코드가 발동된 사실을 모르고 있으니 잘만 하면 충분히 해치울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와펠다노스는 꼼짝없이 희생되게 된다. 푸르크슈탈에 이어 두 번째로 전사한 12신장 멤버가 되는 것이다.

"전 지금까지 닥터께 언제나 감사하고 있었습니다."

"......"

"3백 년 전 그날, 닥터께서 절 거두어 주시지 않았다면 전 언제까지나 거기서 아무 의미 없는 생활을 계속해 나갔을 겁니다. 닥터께서는 사람도 아닌 제게 12신장의 지위라는 커다란 명예와 자랑스러운 인생을 주셨습니다. 전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와펠...."

"이제 제 목숨을 닥터께 바치고자 합니다. 제 생명과 백성들, 그리고 저의 왕국 전체를 박사님의 뜻대로 써주십시오."

발카스는 고개를 떨구었다. 와펠다노스의 뜻은 도저히 되돌릴 수가 없었다. 꼭 쥔 발카스의 주먹이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미안하다....! 나를 용서해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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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닉 버스터!!!"

-큐우우웅!!

<끼아아아!!>

아키토는 달려드는 신민의 무리에게 소닉 버스터 공격을 퍼부어 버렸다. 소닉 버스터의 음파 공격에 노출된 신민들은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 버렸다. 아키토는 조금 어이가 없었다. 이 녀석들의 전투력은 도저히 기간틱 다크와는 비교가 불가능하다. 설령 아키토가 가만히 있어도 이 녀석들의 유일한 공격수단인 이빨과 손톱으로는 기간틱의 장갑 외피에 약간의 흠집조차 내지 못하지 않은가. 차라리 아까 신모로서 하나로 뭉쳐져 있을 때가 훨씬 강했다. 와펠다노스가 무슨 왕국이네 뭐네 지껄이긴 했지만 실상은 그저 귀찮은 파리 떼 수준일 뿐이었다.

<카아아악!!>

그 때 다른 곳에서 또 한 무리의 신민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아키토는 높이 상승해서 이들을 피해 내었다. 신민들은 나무에서 끊임없이 솟아 나오고 있었다. 아무리 약하다고는 해도 일일이 상대해서는 끝도 없을 것만 같았다. 그렇다면!

-삐이잉!!

아키토는 기간틱의 헤드빔을 발사하였다. 그런데 이번 목표는 신민들이 아니었다. 바로 신민들이 자라나고 있는 숲 전체였다. 헤드빔 공격을 받은 숲에서 불길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지이이잉!!

아키토는 헤드빔을 멈추지 않고 마치 레이저 절단기처럼 계속해서 발사하였다. 빔의 줄기는 숲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화재를 일으키고 있었다. 저 숲에서 신민들이 계속해서 자라나고 있다면 그 숲 자체를 잿더미로 만들어 버리면 되는 것이다. 숲이 타오르면서 동굴 전체가 짙은 연기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며 와펠다노스가 크게 당황해하였다.

"아...안 돼! 숲이 다 타버리면!! 녀석의 열선포를 막아!!"

와펠다노스의 외침에 신민들이 몸으로라도 헤드빔을 막으려고 달려들었다. 그러나 무리였다. 애초에 강력한 에너지를 집중해서 쏘는 헤드빔을 온 몸이 풀들로 구성된 신민들의 몸으로는 잠시도 막는 것이 불가능했다. 오히려 헤드빔에 맞아 불이 붙은 신민들의 몸이 숲 여기저기에 떨어지면서 불에다가 장작을 집어넣은 꼴이 되고 말았다.

-화르르르!!

"훗, 꽤 잘 타는군. 네 녀석의 왕국과 신민들. 훌륭한 땔감인걸."

"크...크윽!! 이놈이...!!"

와펠다노스는 분하다는 듯이 온 몸을 부르르 떨어대었다. 신민들이 자라나는 원천인 숲이 불길에 휩싸이자 신민들은 더 이상 만들어지지 못했다. 아무리 대단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는 테라포밍용 생체 시스템인 와펠다노스라고 해도 이렇게 불이 붙어서 숲 전체가 소실될 지경이 되면 대책이 없었다. 물론 불이 다 꺼지고 난 후에는 시간이 지나면 자체적으로 다시 되살아 날 수 있지만 이미 번지고 있는 불을 자체적으로 끌 능력은 없었다. 아키토는 와펠다노스를 비웃었다.

"후후후, 말이 좋아 왕국이지 이건 그저 빛 좋은 개살구 수준일 뿐이야."

와펠다노스는 분함을 억누르지 못했다. 이제 그의 '왕국'은 완전히 끝장이었다. 조아로드로서의 힘을 잃은 지금 그에게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수단마저 잃은 와펠다노스로서는 더 이상 기간틱 다크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 만약 아키토가 기지의 자폭 사실을 알아차리게 된다면 즉시 탈출을 시도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지금의 와펠다노스로서는 같이 죽자는 식으로 그의 발목을 붙잡아 둘 수조차 없었다. 불길이 피어오르는 그 곳에서 아키토가 광소하였다.

"와펠다노스! 발카스! 그리고 리엔쯔이!! 네 놈들 전부 여기서 잿더미가 되어라!! 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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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미 씨! 하야미 씨! 정신 차리세요!!"

카브라알이 조종하던 앱톰을 해치운 케이는 서둘러 헬리포트 아래쪽으로 내려왔다. 헬리포트 아래의 비상통로 바닥에 떨어진 하야미는 전투 형태가 풀려서 보통의 인간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케이와 베르단디가 내려왔을 때는 하야미는 다행히 의식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가슴에는 여전히 아까 카브라알이 박아 넣은 오른 팔의 집게가 박혀 있었다. 척 보기에도 치명상이라서 어서 빨리 치료를 해야 했다.

"드디어 끝났군... 잘했어, 케이."

"왜 이런 무모한 짓을 하신거에요?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잖아요."

"너무 그러지 말라고. 덕분에 이렇게 앱톰을 구했잖아."

하야미는 여전히 자기 상반신을 꽉 물고 있는 앱톰의 오른 팔을 가볍게 두드리며 미소 지었다. 하야미의 말 대로 카브라알이 조종하던 앱톰의 육체에서 체조직을 떼어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와중에 하야미가 너무 큰 상처를 입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미소를 짓고 있는 하야미의 얼굴에는 핏기가 없었고 체력도 다 했는지 목소리도 평소보다 작았다.

-슈우우우~~

"아! 이...이건!"

그 때 하야미의 몸에 박혀있던 앱톰의 오른 팔이 바스러지기 시작했다. 하야미의 냉기를 정통으로 쏘이고 본체로부터도 떨어져 나가 냉기를 극복할 만한 영양을 공급받지 못해 조직 세포가 괴사한 것이다. 케이는 허탈해 하였다. 큰 희생을 치러가며 체조직을 떼어 왔는데 그게 이렇게 죽어 버리다니. 그렇다면 이제 앱톰은 더 이상......

"걱정 마, 케이. 앱톰은.... 무사해."

"네? 하지만 오른 팔 조직은 이렇게..."

"앱톰의 체조직.... 이 안에 있어."

그렇게 말하면서 하야미는 자기 가슴을 가리켰다. 하야미의 몸 속 깊숙이 박힌 손톱의 일부가 아직도 남아 있던 것이다. 밖으로 노출됐던 오른 팔 조직은 전부 괴사했지만 몸속에 박힌 손톱은 냉기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이다. 그 말을 들은 케이는 경악하였다. 그 말은 어서 빨리 그걸 꺼내지 않으면 하야미가 앱톰의 체세포에 먹히고 만다는 뜻이다!

"그...그럼 큰일이잖아요!! 빨리 꺼낼게요! 베르단디! 좀 도와 줘!"

"네! 우선 상처를 벌려야 해요. 하야미 씨, 아프시더라도 좀 참으세요."

케이는 하야미의 상처를 바라보았다. 커다란 베인 자국이 가슴께와 명치 부근에 나 있었다. 등에도 이와 같은 자국이 남았을 것이다. 손톱 파편이 어디 박혀 있는지는 헤드 센서로 찾으면 된다지만 그걸 무사히 꺼낸다는 건 전혀 별개 문제다. 과연 치명상을 입은 하야미가 그 과정을 견뎌낼 수 있을지가 걱정이었다. 베르단디 역시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는 표정이었다. 손톱 파편이 하나 뿐일 리는 없을 것이다. 아마 두 개나 세 개쯤은 있지 않을까. 과연 그 파편들을 융합포식이 시작되기 전에 무사히 적출할 수 있을까? 케이는 잔뜩 긴장한 채 하야미의 상처에 손을 대었다. 그 때 하야미가 케이의 손을 잡으며 제지하였다.

"그만 됐어.... 그럴 필요 없어...."

"하야미 씨! 촌각을 다투는 일이에요!"

"이미 융합이 시작됐어....."

케이와 베르단디는 경악하였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이미 늦었다. 융합이 시작됐다면 이미 적출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앱톰의 세포는 이제 급속도로 하야미의 세포들을 침식해 들어갈 것이다. 앱톰에게 먹힌 다른 수많은 조아노이드들이 그러했듯이 하야미 역시 앱톰에게 먹혀버리는 것이다. 아마도 잠시 후엔 하야미의 뇌신경까지 침식해 들어갈 것이다. 그 때는 이미 하야미의 생명은 끝이었다. 그런데 의외로 하야미는 미소 짓고 있었다. 죽음을 앞둔 사람이라고 볼 수가 없을 정도로 그의 얼굴은 아주 평온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베르단디는 비로소 그의 의도를 눈치 챌 수 있었다.

"하야미 씨.... 설마 처음부터.... 이러실 생각이셨어요?"

"예, 베르단디님..... 이제 앱톰은 부활할 겁니다.... 제 몸을 토대로 해서....."

"말도 안돼요!! 어째서 하야미 씨가 죽어야 해요!"

그 때 케이가 절규하였다. 케이는 도저히 인정할 수가 없었다. 케이마 씨부터 시작해서 오다기리 주임, 무라카미, 이젠 하야미까지 죽어야 한다니. 천신만고 끝에 앱톰을 구출했건만 그 대가로 하야미가 죽어야 한다는 것을 견딜 수가 없었다. 케이가 다시 하야미의 상처에 손을 대었다.

"베르단디! 제발 도와 줘! 빨리 파편을 꺼내야 해!"

"케...케이 씨... 흐흑..!"

"이럴 수는 없어! 이럴 수는.....크흑!"

이미 늦었다는 건 케이도 알고 있었다.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가슴으로는 도저히 인정할 수가 없었다. 또 한사람의 동료를 이렇게 보내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 가슴 아팠다. 베르단디 역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케이는 결국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그렇게 슬퍼하고 있는 두 사람에게 하야미가 위로하듯이 말했다.

"너무 슬퍼하지 마, 케이. 그리고 베르단디님도...."

"....."

"어차피 난 오래살 수 없는 몸이었어.... 손종 실험체로서의 수명은 이제 거의 다 끝나가고 있었지..... 어차피 이런 부상을 입었으니 살아남을 수도 없었겠지만...."

하야미의 말대로 하야미 본인의 목숨은 얼마 남지 않았었다. 손종 실험체를 고의로 만든다는 무모한 실험을 성공시키기는 했지만 그건 절반의 성공에 불과했다. 일부러 조제 과정을 틀려야 했기에 조제 후 몸에 막대한 부담이 오게 되었다. 이미 처음 조제했을 때부터 하야미의 세포 조직은 서서히 붕괴되고 있었다. 안정을 취하며 살아도 잘해야 3년 이상 버틸 수가 없는 몸이었지만 요 근래 들어 케이들이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같이 싸우기 위해 무리하게 전투 형태를 취하는 바람에 세포의 붕괴가 더욱 더 가속화되고 있었다. 그런 하야미였지만 부서져 가는 몸을 특수 영양제 주사로 연명해 가며 필사적으로 살려고 노력하였다.

바로 오늘과 같이 동료를 위해 그 몸을 바치기 위해. 아주 미약한 힘이나마 동료들을 위해 남은 생명을 쓰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난 죽는 게 아냐.... 비록 나라는 존재는 사라져도..... 내 피와 살은 앱톰의 일부가 되서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어.....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난..... 기뻐. 이제야 비로소..... 나도 모두에게 .....도움이 됐다 생각하니 ......정말로 기뻐....."

하야미의 숨소리가 점점 가늘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눈의 초점도 점점 흐려지기 시작했다. 융합 포식이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의식을 더 이상 유지하기가 어려워지고 있었다. 하야미는 케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케이.... 난 믿어. 너라면 반드시.... 크로노스를 물리치고..... 인간을 지켜줄 수 있을 거라는 걸.... 넌 그만큼 강하니까...."

"하...하야미 씨....전....."

케이는 하야미의 말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강하다니. 케이는 도저히 자신이 없었다. 케이는 의지력에서 아키토에게 밀려서 결국은 기간틱을 빼앗기고 말았다. 기간틱을 만들어 냈으면서도 그것을 사용할 의지를 가지지 못한 나에게 그런 말이 가당키나 할까. 그로인해 저번에 조아로드로서 되살아난 무라카미와의 싸움에서 모질게 싸우지 못해 패하였고 베르단디들까지 위기로 몰고 가고 말았다. 그리고 이번엔 하야미까지.... 기간틱을 쓸 수만 있었다면 하야미가 이렇게 죽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 베르단디도 저번에 케이의 마음이야 말로 가장 강한 마음이라고 말해줬지만 지금의 케이는 오히려 주눅이 들 뿐이었다. 정말로 그럴까....?

"아키토 때문이라면..... 신경 쓸 것 없어. 그 친구와 넌 모든 면에서..... 달라. 생각도, 목적도.... 그러니 싸우는 방식도 다를 수밖에...."

"......"

"넌....너대로 성장하면 돼. 기간틱이.... 널 다시 인정하는 그 순간까지..... 기간틱에 걸맞은 성장을 했을 때..... 기간틱은 반드시 너에게..... 돌아올 거야....."

케이는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어떻게 하야미도 베르단디와 똑같은 말을 할까. 기간틱에 걸맞은 성장. 그것은 케이가 반드시 넘어야만 하는, 그 누구도 도와줄 수 없는 케이의 시련. 철은 뜨거운 불 속에서 더욱 더 강한 철로서 담금질된다고 베르단디는 말했었다. 그리고 적을 쓰러트리겠다는 생각으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이들을 지켜주는 것이야 말로 기간틱의 진짜 존재이유라고.

"마지막으로..... 앱톰에게.... 전해 줘.... 난 내가..... 원해서.... 이렇게 했다고..... 그러니까... 혹시라도 미안해할 것 없다고...."

하야미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미소를 잃지 않았다. 비로소 임무를 완수하였다. 5년 전, 야마무라 교수부터 시작해서 하야미에게까지 전해져 온 저항의지. 인간을 지키고자 하는 강한 의지. 그 의지의 불꽃을 지키고 다음 세대에 전해줘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그는 완수한 것이다. 하야미의 얼굴에는 뿌듯함이 가득했다. 그리고 하야미는 그리운 얼굴들이 눈앞에 떠오르고 있는 것을 보았다. 야마무라 교수와 오다기리 주임, 그리고 유적기지에서 생사를 함께 해온 동지들이었다. 그들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하야미를 반겨주고 있었다.

"이제....나....도.....모두의......곁에....."

하야미는 이제 더 이상 숨을 쉬지 않았다. 헤드센서에 하야미의 반응이 사라진 것을 확인한 케이는 고개를 떨구었다. 베르단디도 하야미의 죽음에 오열하였다.

'하야미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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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으....끄르륵! 커어....!"

"카.... 카브라알 노사? 왜 그러십니까?!"

카브라알은 바닥에 쓰러져서는 마치 간질병에 걸린 것처럼 입에 거품을 물고는 온 몸을 부들부들 떨어대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여유 있게 농담도 하며 앱톰을 컨트롤 하던 사람이 갑자기 어디가 아픈 듯이 저러고 있으니 자빌은 당황스러워했다. 그러나 쿨메그닉은 그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가짜 뇌가 소멸하면서 그 충격이 고스란히 노사에게 전달된 거야."

"겨우 그 정도로? 가짜 뇌는....."

"노사의 조직으로 만든 거잖아. 지금 노사는 심각한 정신적 데미지를 입었다고."

카브라알은 사념파가 통하지 않는 앱톰을 조종하기 위해 자신의 체조직을 추출, 배양해서 가짜 뇌를 만들었다. 이 뇌는 앱톰의 세포들을 속여서 카브라알의 사념파를 수신, 그것으로 앱톰의 몸을 조종하기 위해 만들어진 건데 조종할 때는 이 뇌와 카브라알이 정신적으로 연결돼 있는 상태가 된다. 그런데 그 상태에서 가이버 I 의 메가 스매셔에 가짜 뇌를 포함한 앱톰의 육체가 소멸해 버리자 그 때의 단말마적 데미지가 고스란히 카브라알에게 전달된 것이다. 마법사와 하나로 연결돼 있는 '패밀리어'가 죽을 때 마법사도 심각한 정신적 데미지를 입는 것과 비슷했다. 즉, 그 때 카브라알은 간접적으로 나마 '죽음'을 체험한 셈이 된 것이다. 그런 상황이니 정신이 온전할 리가 없는 것이다.

"크....크으으!! 이...이 놈들! 절대 용서 못해!!"

카브라알이 바닥에서 천천히 일어서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의 눈은 완전히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간신히 정신적 충격을 수습하자마자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 분노의 대상은 당연히 가이버 I 이다. 카브라알의 조아 크리스털이 활성화 되면서 그의 기가 급속도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 버러지 같은 놈들.... 감히 이 나를 화나게 하다니..... 갈가리 찢어 죽여주마!!!"





Next episode 제24화 'Final countdown' coming soon.....




p.s : 다음주에는 연재 쉽니다. -_-;; 왜냐하면 개인 사정때문에 바다를 건너 가야 하거든요...;;;; 목적지는 호주....orz (놀러가는 거 아녜요!!)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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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더경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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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홋!!! 놀러가시는 것인줄 알았음.

건필!!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쿨럭! 답변이 굉장히 늦었군요..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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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렌밥♡님의 댓글

카렌밥♡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호주가면... 음음...

아.. 그, 양들 보고 싶어..!! (궁시렁!!)

가이버라는 제재의 매니아틱한 특성 때문인지 조회수가 늘 많지는 않군요. 그래도 저는 재밌게 읽고 있으니, 건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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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버님의 댓글

가이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카렌밥//가봤는데..... 양은 못봤습니다. --;;; 시드니 외곽 쪽으로 좀 가보긴 했는데 말이죠. 대신 각 가정별로 조랑말 1~3 마리 키우는 장면은 봤습니다. ^^;;; 동물원에서조차 양은 못 봤다는....;;;

베이더경//뭐, 바쁘셨으니 그러실 수도 있죠.^^ 솔직히 반쯤은 놀러간 거 맞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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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주신킨진님의 댓글

최강주신킨진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전에 봤던 만화책에서 주인공의 이름과 몇몇 캐릭터들의 바뀐 것을 글로써 다시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저뿐인가요?

전에도 읽었던 기억은 있지만, 하도 오래돤 것 같아서 이번 편만을 읽고 이런 코멘트를 남겨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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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버님의 댓글

가이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최강주신킨진//맞습니다....--;; 2부에서는 제 오리지널 스토리가 거의 없다시피해서 부끄럽네요. 이건 뭐 완전히 표절이니.....;;; 1부 초반에서는 그래도 여신님쪽 얘기도 좀 있었지만 이거 뒤로 가면 갈수록 가이버 스토리로만 가고 있네요. 원래 처음부터 두 작품을 합체 시키면서 메인 스토리는 가이버 쪽으로 맞출 생각으로 써왔는데 그게 도가 지나쳤죠.

그래도 나중에는 제 오리지널 스토리로 갈 겁니다. 잘 아시겠지만 이제 원작 연재분이 다 끝나가니깐요. ^^;; 그 때는 여신님들 비중도 더 높아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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