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는 여신님-네크로맨서 카이 브릿드(6) > 소설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소설

내가 쓰는 여신님-네크로맨서 카이 브릿드(6)

페이지 정보

본문



 “하아아아…….”

 준비해온 수영복을 갈아입고 풀장에 모여 있던 남학생들. 그 중 재영을  위시한 반 가인회의 회원들은 한숨을 시는데 여념이 없었다. 그 곁에서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던 가인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아까부터 뭘 그렇게 안타까워 하는 거야?”

 “모처럼 고등학교에 올라와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수영 시간이다! 이런 기념비적인 날에! 이런 역사적인 순간에!”

 재영은 비통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외쳤다.

 “유리 양과 함께 자리를 못하다니!”

 “……뭐?”

 가인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재영을 바라보았다. 재영과 그 일행들은 금세라도 통곡할 것처럼 슬퍼하고 있었는데, 그 꼬락서니들이 너무나 진지해서 외면하고 싶을 정도였다. 가인은 인상을 찌푸렸다. 이 자식들은 정말…….

 “유리가 이 자리에 없는 게 뭐가 어떻다는 거야?”

 “바보 같은! 유리 양의 수영복 모습을 볼 수 없지 않은가!”

 재영은 그것도 모르냐는 듯 오히려 그를 질책했다. 가인은 더더욱 고민에 빠졌다. 그러니까 유리의 수영복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게 뭐가 어쨌다는 거지? 유리를 여자로 인식할 수 없었던 그로서는 유리의 수영복 차림에 어떠한 메리트도 느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가인이 멍청한 표정만 짓고 있자, 재영은 혀를 차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그의 뒤에 있던 부회장 엔비Q가 쓰고 있던 안경을 살짝 밀어 올리며 앞으로 나섰다.

 “유가인. 당신은 모르고 있군요. 자그마한 소녀의 에로틱함을.”

 자그마한 소녀의……에로틱함?
 가인은 알 수 없는 오한에 몸을 떨었다. 엔비Q는 싸늘한 미소를 날리며 한발 더 가인에게 다가왔다.

 “세간의 상식을 저희에게 경고하죠. 평범하게 사랑하라고. 도를 지나치지 말라고. 그런 편견에 사로잡힌 시선들로 하여금 어린 소녀에 대한 저희의 사랑을 변태 행위라느니, 원조 교제라느니 수 없이 부정적인 말들로 옭아맵니다. 하지만!”

 순간 가인은 엔비Q의 뒤에서 일제히 파도가 터져 오르는 영상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이야말로 어리석은 우민들의 생각! 또 다른 가능성을 시도조차 하지 않는 패배 근성입니다! 인류의 역사는 도전의 연속! 도전을 두려워하는 이에게 발전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생각해보십시오! 당신을 올려다보는 그 커다란 눈망울을! 들으십시오! 당신을 ‘오빠’라고 수줍게 부르는 그 앳된 목소리를! 당신의 본능이 속삭이고 있지 않습니까? 당신의 본능이 강렬하게 호소하고 있지 않습니까!”

 엔비Q는 마치 자신이 그 본능의 사자라도 된 것처럼 전신으로 울부짖었다.

 “이 종을……사랑하라고!”

 “후, 훌륭해!”

 앤비Q의 혼신을 다한 연설에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박수치는 반 가인회 일동. 가인은 그들이 진심으로 감동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제정신으로 하는 소린가? 이 녀석들?

 “잘들 논다.”

 그 때 그들의 뒤에서 들려오는 한 여성의 목소리. 그리고 미처 그들이 돌아보기도 전에 목소리의 주인은 그들의 엉덩이를 발로 걷어찼다. 그러자 중심을 잃은 재영 일행은 보기 좋게 앞에 있던 풀장으로 빠져버렸다.

 “으앗!”

 풍덩!

 물보라를 일으키며 가라앉는 학생들. 그들이 빠진 코스는 수심이 2미터가 넘는 중급자 용 코스였기에 수영을 할 수 있는 몇몇을 제외한 학생들은 가라앉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다해 발버둥 쳐야 했다.
 그렇게 그들을 풀장으로 떠밀은 장본인은 다름 아닌 체육 교사 하지연. 그녀는 작년 블루 썸머 비치 대 입었던 수영복을 다시 입고 있었는데 그 입에는 어김없이 담배가 물려 있었다. 지영은 망연자실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학생들을 향해 소리쳤다.

 “자자! 수업 시작이다! 준비 운동부터 할테니까 2열 횡대로 헤쳐 모여!”

 “저, 선생님……저 녀석들은…….”

 가인은 지연에게 풀장 사이드에 매달려 숨을 헐떡이는 재영 일행의 처분을 물었다. 원수 같은 녀석들이라도 일단은 친구인 이상 꺼내 줘야하지 않을까? 하지만 지연은 단호했다.

 “내버려둬. 저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발차기는 마스터 되니까.”

 ‘속성 코스였던가!’

 그 무지막지한 교육 방식에 학생들은 할 말을 잊었다.
 어쨌든 그렇게 남학생들이 줄을 맞춰 서는 동안, 수영복을 갈아입은 여학생들도 하나 둘 씩 풀장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학교에서 단체로 수영 수업을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그녀들은 남학생들의 시선을 의식하여 선뜻 앞으로 다가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을 보다 못한 지연이 결국 짜증을 내며 소리쳤다.

 “네 녀석들도 당장 이리 오지 못해! 생리하는 녀석들은 견학으로 빼줄 테니까 빨리 빨리 움직여!”

 “꺅! 선생님!”

 여학생들은 비명을 지르며 울상이 되었다. 저렇게 대놓고 말하면 정작 견학하려고 했던 사람들까지 견학을 못하게 되지 않는가! 만약 견학을 하려고 했다간 남학생들에게 자신의 생리 주기를 밝히는 꼴이 되어버리니까.
 가인은 혹시 이것이 지연이 의도한 고도의 봉쇄술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생리를 핑계로 너도 나도 견학하는 사태를 대비하기 위한……그 이름하여 견학생 원천 봉쇄술!

 “저……선생님. 전 이번 시간에 견학하겠습니다.”

 그러나 이런 의기소침한 상황 속에서도 당당히 견학 의사를 밝히는 용감한 여학생이 있었다. 대번에 집중되는 시선. 그곳에는 한성 고교의 꽃 테레이아 민체스터가 표정의 변화 없이 손을 들고 있었다. 그 대담함이라니!
 그때 풀장에서 힘들게 기어 올라오던 재영이 탄성을 내질렀다.

 “오오오오! 오늘이 바로 민체스터 양의 마술일……!”

 “죽어.”

 지연은 친절히 재영의 머리를 밟아 다시 풀장으로 밀어 넣었다. 그녀는 잣니의 봉쇄술을 무위로 돌린 테레이아를 도끼눈으로 노려보았다. 테레이아는 사정이 좋지 않게 흘러가자 재빨리 견학 사유를 설명했다.

 “사실 아침부터 감기 기운이 있었는데 증세가 좀 심해져서요. 그냥 무시하고 선생님의 수업을 받고 싶었지만…….”

 “그래? 그럼 차라리 양호실에 가서 쉬지 그랬냐?”

 “아뇨. 물에는 못 들어가도 수업은 견학하고 싶습니다.”

 “흐으음.”

 지연은 모리를 긁적이며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프다는데 어쩔 것인가? 거기다 수영복도 갖춰 입고 양호실도 가지 않겠다고 하니, 그 성의가 갸륵해서라도 열외 시켜주는 수밖에.
 무엇보다 테레이아는 그 유명한 영국 수영 협회의 일원인 것이다. 그 실력은 이미 작년 블루 썸머 비치 때 검증되었으니 오늘 하루 수업을 빠진다고해서 중간 평가 때 곤란함을 겪지는 않을 것이다.
 가인은 그렇게 테레이아가 뒤로 물러나자 살짝 줄을 빠져나와 그녀에게 다가갔다.

 “테레이아. 어디 아픈 거야? 아까까지는 괜찮았잖아?”

 그가 걱정스럽게 물어오자 테레이아는 살며시 미소 지었다. 그 미소가 어딘가 초췌해보이는 것이 정말 아프기는 아픈 모양이었다.

 “으응. 그러게. 조금 전만 해도 괜찮았는데……. 옷 갈아입을 때부터 몸에 오한이 들더니…….”

 그제서야 가인은 그녀가 감기에 걸렸으면서도 수영복 하나만 달랑 입고 있다는 걸 개달았다. 그는 근처에 놓아둔 커다란 타월을 하나 뽑아서 그녀의 몸을 덮어 주었다. 그런 가인의 행동에 테레이아는 당황하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가인? 이, 이러지 않아도…….”

 “감기에 걸렸으면 몸을 따뜻하게 해줘야지 왜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거야? 그러니까 감기가 더 심해졌잖아?”

 테레이아는 가인이 자신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자 새삼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느꼈다. 그녀는 그가 감싸준 타월을 손으로 꼬옥 붙잡으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

 “하지만 가인이 내 수영복 입은 모습……보고 싶다고 그랬잖아.”

 뭐?
 가인은 탈의실로 향하기 전에 그녀와 나눴던 대화들을 떠올리고 화악 얼굴을 붉혔다. 그, 그것 때문에 수영복으로 갈아입었던 거야, 테레이아?
 테레이아는 평소와는 달리 수줍은 태도로 그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 여성스러워 보여서 가인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테레이아는 그가 자신을 바라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자신이 먼저 조심스럽게 물었다.

 “가인, 나한테 무슨 하고 싶은 말 없어?”

 “하, 하고 싶은 말?”

 가인은 테레이아가 질문을 하는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왜 갑자기 그런 걸 묻는 거지? 테레이아는 그렇게 가인이 헤매고만 있자 짧게 한숨을 쉬며 볼을 부풀렸다.

 “내 수영복 입은 모습에 대해서 할 말이 없냐고.”

 “아!”

 그제야 그녀가 무슨 말을 듣길 원하는지 깨달은 가인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뭐야. 그 말이 듣고 싶었던 거야, 테레이아?

 “고마워. 감기 걸렸는데도 나 때문에 수영복을 입어줘서.”

 “…….”

 ……그게 아니잖아, 가인.
 테레이아는 힘없이 어깨를 늘어뜨렸다. 어떻게 이리도 둔감할 수 있을까? 고맙다는 말 따위를 들으려고 그런 질문을 한 게 아닌데. 예쁘다는, 단지 예쁘다는 말 한마디만 해주면 되는데 그걸……!

 그때 가인의 뒤에서 무시무시하게 일그러진 지연의 얼굴이 떠올랐다.

 “유가인……, 네 녀석, 배짱이 아주 좋아졌구나. 이제는 내 수업시간에도 노골적으로 연애질을 하다니…….”

 “으악!”

 순간 지연에게 귀를 붙잡힌 가인은 비명을 지르며 바둥거렸다. 그러나 그녀는 더더욱 세게 그 귀를 잡아당기며 소리쳤다.

 “네놈은 말이야, 자각이 없어! 자각이! 사내자식이라면 좀 더 무게 있게 행동하지 못하겠냐! 시도 때도 없이 낯간지러운 소리나 해대고!”

 “으아아악! 선생님! 그만 하세요! 그마아아안!”

 지연은 가인이 비명을 지르던 말던 상관하지 않고 이번에는 테레이아를 노려보았다. 그 살벌한 눈빛에 테레이아는 자신도 모르게 어깨를 떨었다.

 “그리고 테레이아! 분명 아프다고 하지 않았냐?”

 “예, 예에!”

 “그럼 당장 강사실로 가지 않고 뭘 하는 거야! 견학하기 싫어?”

 “아, 아뇨. 지금 가겠습니다. 지금 당장!”

 테레이아는 놀란 가슴을 부여잡으며 도망치듯 강사실로 향했다. 지연은 그 뒷모습을 쏘아보다가 이내 자신에게 귀를 붙잡힌 가인을 내려다보았다. 도대체 이런 한심한 녀석의 어디가 좋다고 다들 저러는 건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으으으윽…….”

 그러다 가인이 너무 고통스러워한다는 기색을 보이자 지연은 화들짝 놀라서 잡고 있던 귀를 풀어주었다. 가인은 그녀에게서 풀려난 후에도 한동안 귀를 부여잡고 끙끙거렸다.

 ‘너, 너무 심했나…….’

 지연은 애서 헛기침을 하며, 울상을 짓는 가인에게 말했다.

 “흠, 흠. 그나저나 네 녀석은 지금부터 나를 도와줘야겠다.”

 “아야야야.”

 “…….”

 “으으으윽.”

 “……자꾸 엄살 피우면 나머지 귀까지 늘여버리는 수가 있다?”

 “…….”

 정말 엄살 피우는 거 아닌데…….
 가인은 빨갛게 부은 귀를 어루만지며 눈물을 삼켰다. 아무리 그라도 보살님 귀가 되는 것만은 사양하고 싶었다.

 “그래서 뭘 도와드리면 되는 거에요?”

 가인이 투덜거리며 묻자 지연은 별거 아니라는 듯 가볍게 대답했다.

 “조교 시범.”

 그렇게 지연에 의해 풀장으로 끌려가면서도 가인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의 왼쪽 손목에 응당 차여져 있어야 할 무전기가 사라져 있었다는 것을.






 “미안, 가인…….”

 강사실로 들어온 테레이아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자신이 들고 있는 걸 내려다보았다. 그것은 가인이 응당 차고 있어야 할 피스메이커의 무전기였다. 도대체 그녀가 왜 가인의 무전기를 가지고 있을까.
 테레이아는 가볍게 한숨을 한번 내쉬고는 조금 전 카이와 나눴던 대화를 떠올려보았다.





 ‘그래. 냐야 리리스. 정확히 2년만의 재회구나. 마치 수십년은 만나지 못한 거 같아.’

 ‘어떻게, 어떻게 넘어온 거야? 아직 노아(Noah)의 기술로는 널 도약시키는 게 무리였을텐데. 더구나 문이 열리는 느낌도 없었어.’

 테레이아의 당황하는 반응에 카이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는 섭섭하다는 듯 말했다.

 ‘반갑지⋯않은 거야? 난 이 날이 오기만을 손 꼽아 기다려 왔는데. 다시 너를 만날 수 있는 날이 오기만을.’

 ‘아…….’

 테레이아는 아차 하는 심정이었다. 그가 자신의 앞에 나타났다는 것에 놀라 제대로 웃어주지도 못하다니. 그녀는 동생을 달래듯 그의 볼을 쓰다듬어 주었다.

 ‘아니, 미안해. 너무 놀라서 그랬던 거야. 나도 네가 보고 싶었어.’

 ‘리리스.’

 카이는 쑥쓰러워하면서도 기뻐하는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테레이아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나저나 왜 그런 모습을 하고 있는 거야? 하마터면 못 알아볼 뻔 했어.’

 ‘강령술(降靈術)을 발전시킨 기술이야. 너와 마찬가지로 완벽한 도양은 아직 노아에게 무리라서. 하지만 줄곧 능력을 개발해왔어. 너를 만나기 위해, 네 곁에 다시 있기 위해.’

 테레이아는 마음이 착잡해졌다. 그는 여전히 자신에게 집착하고 있었다. 의지하고 있었다. 흘러간 시간만큼 그가 성숙해지기를 바랬는데…….

 카이는 어린 아이처럼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아, 그나저나 요르문간드에게 소식은 들었어? 내가 리리스에게 전해달라고 메두사에게 부탁했었는데.’

 ‘무슨 소식?’

 ‘유메의 가석방 조건 말이야!’

 ‘……아아.’

 테레이아는 흥분한 카이와 달리 침착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카이는 내심 그 반응에 의아해졌지만 크게 개의치 않으며 말을 이었다.

 ‘이제 조금만 참으면 돼. 조금만 더 견디면 예전처럼 셋이서 사는 것도 꿈이 아니야. 너와 나, 유메(ゆめ). 이렇게 셋이서 살아가는 것도……. 생각해 보면 그때가 우리에게 있어서 가장 즐거웠던 시절인 거 같아.’

 즐거운 시절. 그 대목에서 테레이아는 떳떳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자신은 어느 새인가 잊고 있었다. 힘들지만 셋이서 함께한 그 시절을. 죽고 싶을 정도로 괴로웠기에 필사적으로 서로를 의지해야만 했던 그 시절을.

  지금의 생활에 흠뻑 취해버려서……무심결에 잊고 있었다.

 테레이아는 그런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

 ‘그건 그렇고 말이야.’

 그때 카이가 묘한 눈빛으로 테레이아를 바라보았다.

 ‘아까의 그 인간이 메두사가 보고한 예의 테라(Terra)인인가?’

 ‘뭐?’

 ‘너와 함께 걸어왔던 그 남자 말이야.’

 유가인! 테레이아는 가슴이 뜨끔했지만 애써 입가의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녀는 표정 변화 없이 태연하게 말했다.

 ‘그래. 그가 오라의 주인이야.’

 ‘흐응. 그랬구나. 역시 그랬던 거였어.’

 카이는 뭔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태도가 왠지 신경 쓰여서 테레이아는 조심스레 그의 눈치를 살폈다.

 ‘그 녀석하고 얘기하는 리리스, 기뻐 보이더라. 지금과는 다르게 말이야.’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카이!’

 그녀는 당황하며 물었다. 하지만 카이는 대답 대신 질책의 눈빛을 그녀에게 던졌다. 테레이아는 등으로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최대한 침착하게 변명했다.

 ‘무슨 오해를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네가 본 그건 연극일 뿐이야. 오라의 주인에게 접근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너도 알고 있잖아? 내가 옴팔로스의 열쇠와 접속하려 한다는 것을. 그 때를 위한 준비 작업인 거야. 반발력을 줄이려면 평소에도 끈임 없이 접속 대상에게 나를 인식시켜야 하니까.’

 ‘하지만 나……연극으로는 보이지 않았어. 처음 보았단 말이야. 리리스가 그렇게 밝게 웃는 건.’

 ‘카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지금 임무를 소홀히 하고 있다고 얘기하는 거야? 유메를 잊어버렸다고 생각해?’

 그렇게 말하며 테레이아는 얼음장같이 차가운 표정으로 카이를 노려보았다.

 ‘그, 나는…….’

 카이는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그녀에게 소리치려다가 이내 입을 다물었다. 그는 테레이아의 시선에 고개를 떨어뜨리며 씁쓸하게 말했다.

 ‘그래. 그럴 리가 없지. 리리스가 유메를 잊어버릴 리가……미안. 잠시 내가 어떻게 됐었나 봐. 널 의심하다니. 아무래도 요르문간드가 자꾸 쓸데없는 소리를 한 게 원인인가 봐.’

 ‘요르문간드가?’

 ‘응. 네가 오라의 주인에게 마음이 있다는……아니. 그만두자. 이런 불쾌한 얘기는.’

 카이는 고개를 흔들며 미소지었다. 그 미소에 마주 답하면서도 리리스는 마음 한구석으로 쿠사나기에 대한 분노를 금치 못했다. 그 망할 자식은 대체 어디까지 자신을 괴롭혀야 직성이 풀릴 생각이란 말인가?

 ‘그런데 얼마 전에 일어난 소동은 대체 뭐야?’

 ‘아아. 그거 말이야?’

 카이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킥킥 거렸다. 그의 두 눈에서 뿜어져 나오던 녹색 빛이 한층 더 강렬해졌다.

 ‘별 거 아니니 신경 쓰지 마.’

 ‘카이, 너…….’

 테레이아는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2년의 시간. 그 시간 동안 아무 것도 변한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뭔가가 변해있었다. 무엇인지는 정확히 말할 수 없었지만 뭔가가……카이의 뭔가가 변해있었다.
 카이는 입을 가리던 손을 치우고 테레이아에게 사심 없이 웃어보였다.

 ‘그래서 말인데 리리스, 한 가지 부탁이 있어.’




 ……그 부탁이란 게 바로…….

 “미안, 미안해. 가인…….”

 강사실을 통해서 보이는 수영장 안의 가인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
 오랜만에 올립니다. ……어째 점점 이말을 하는 일이 늘어나는 것 같은 건 나만의 착각??? 어쨌든 이번 편은 순전히 오라전대의 얘기로만 꾸몄습니다. 아니, 꾸몄다기 보다는 배꼈다고 해야 할려나.. 쩝. 뭐 어떻게 되겠죠. 배 째라 하세요. 솔직히 말하자면 쓰다 보니까 제가 나름대로 정해논 분량이 채워져 버려서 여기까지…란 뭐 그런 겁니다. 그럼 최대한 다음 편을 들고 오려고 노력하겠습니다. 네, 장담은 못드리고 노력하겠단 말은 할 수 있습니다. 니햐하하하. (퍼억~!)

p.s:배이더님, 아마 익숙한 내용일겁니다. 내용뿐만이 아니라 문체까지도요. 이히히.

댓글목록

profile_image

베이더경님의 댓글

베이더경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냥 케이들을 다시 한국으로 되돌려욧!! 그게 훨 낫습니다[퍼퍽]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Total 2,713건 22 페이지
소설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2398 J.Lizberne™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0 06-08
2397 신의보디가드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2 06-04
2396 가이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6 06-01
2395 베이더경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2 06-01
2394 베이더경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9 05-31
2393 SHIA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9 05-29
2392 다크엔젤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6 05-29
열람중 女神베르단디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6 05-25
2390 다크엔젤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4 05-22
2389 가이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7 05-18
2388 다크엔젤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5 05-18
2387 베이더경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8 05-17
2386 베이더경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5 05-13
2385 가이버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9 05-11
2384 베이더경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6 05-11

검색

회원로그인

회원가입

접속자 집계

오늘
885
어제
919
최대 (2005-03-19)
1,548
전체
780,538
네오의 오! 나의 여신님. All rights reserved.